지적인 어휘 생활
 
지은이 : 김점식 (지은이)
출판사 : 틔움출판
출판일 : 2023년 08월




  • 한국어 어휘의 유래와 의미를 명쾌하게 설명하여 언어 사용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심심한 사과”와 “개판 오 분 전” 같은 표현의 기원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언어 습관을 개선하고 문장력과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지적인 어휘 생활


    알고 보면 좋은 말

    개판, 오 분 전 개는 억울하다

    ‘개판 오 분 전’은 흡사 개들이 난리를 칠 것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개는 죄가 없다. 개가 의문의 일 패를 당한 것이다. ‘개 판 오 분 전’은 한자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유래가 나뉜다.


    개판(開板)이라고 쓰면 판으로 된 솥뚜껑을 열기 오 분 전이란 말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피난민을 위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개판오분전(開板五分前)”이라고 외치면 곧 뚜껑을 열어 배식을 시작한다는 말이다. 굶주린 피난민들이 무질서하게 모여든 상황을 일컫는다. 비슷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포로수용소에 있던 중공군에게 배식을 시작한다는 의미의 중국어 카이판(開飯)의 발음이 와전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또 판을 새로 한다는 의미의 개(改) 자를 쓴다는 설도 있다. 씨름판에서 동시에 넘어져, 다시 한 판을 더 해야 할 때가 있다. 승부가 나지 않았으니 선수나 지지자들이 흥분했을 것이다. 이 상황이 개(改)판 오 분 전이라는 말이다. 경기를 다시 시작하기 전의 난장을 말한다.


    난잡한 상황을 표현할 때, 개는 아니지만 갯과에 속한 이리와 관련된 말이 있다. 바로 낭자(狼藉)다. 말 그대로 이리가 자고 난 자리를 뜻한다. 이리는 깔고 자는 풀로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뒤죽박죽 지저분한 데 그 모양을 가리키는 것이 낭자다. 개들의 무질서한 판을 개판이라고 한다면 그 뜻은 낭자란 말이 제일 근접할 것이다.


    영감과 망구는 존칭

    연세 드신 할아버지를 높여 어르신이라 부르기도 하고 영감님이라 부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감탱이라고 홀대해서 부르기도 한다. 영감은 할머니가 남편인 할아버지를 부를 때도 쓴다. 또 고위직에 속하는 군수나 검사를 존칭할 때 이 말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에서부터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불리는 영감은 본래 어떤 말이었을까?


    영감(令監)은 조선시대에 정삼품과 종이품의 벼슬아치를 일컫는 말이었다. 종이품은 지금의 차관급이니 상당히 높은 직제에 속한다. 아마 연세 드신 할아버지를 높여 부르기 위해 관직에서 빌려 쓴 말이라 생각된다. 연세 지극한 할머니를 낮추어 할망구라고도 부른다. 이 말도 영감탱이처럼 처음부터 홀대하는 말은 아니었다. 망구(望九)는 구십 세를 바라본다는 의미로 여든한 살이 된 사람을 부르는 말이었다. 이처럼 본래 존칭이었으나 시대가 지나면서 낮잡아 이르게 된 말이 적지 않다.



    제대로 알아야 좋은 말

    황금과는 상관 없다, 금자탑

    흔히 한글을 한민족 문화의 찬란한 금자탑이라고 한다. 금자탑은 후 세에 길이 남을 뛰어난 업적을 가리킨다. 그래서 금자탑이라고 하면 황금으로 된 불후(不朽)의 탑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런데 금자탑(金字塔)은 금(金) 자(字) 모양의 탑이라는 뜻일 뿐 황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피라미드가 삼각형이어서 그 모양이 금(金) 자에 포함된 집(亼)자와 닮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정확히는 집자탑(亼字塔) 혹은 삼각탑이 더 적당하다. 다만 황금처럼 불후의, 위대한 탑의 의미까지 생각하면 금자탑이 더 어울린다.


    이 말은 고전 한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일본에서 ‘피라미드’의 번역어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한글은 우리 민족의 금자탑’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한민족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글을 굳이 일본인이 만든 번역어를 사용하여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념비적 문자’ 혹은 ‘위대한 업적’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근대화를 일찍 시작한 일본은 서양의 언어를 한국보다 먼저 받아들여 번역했다. 따라서 한국이 이를 받아 쓰는 것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체할 수 있거나 정확하지 않은 말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알아 두면 재미있는 말

    닭볶음탕 말고 닭도리탕

    서울에서 학교 다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중학교 동창이 운영하는 식당의 닭도리탕이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다. 고향 친구들과 소주를 곁들어 닭도리탕을 안주 삼아 먹던 기억만 떠올려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도리(새)’가 일본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1992년 국립국어원은 순화 교시로 ‘닭볶음탕’이라는 말을 쓰도록 하고 있다. ‘도리’라 해서 무조건 일본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한 국립국어원은 너무 성급한 결정을 했다. 실상은 ‘도리’가 ‘도려내다’는 우리말에서 왔기 때문이다.


    닭도리탕은 백숙(白熟)과 달리 온몸을 삶지 않고 칼로 도려내어 토막으로 요리한다. 굳이 도리가 일본어라면 새가 아니라 도루(とる; 도려내다)라는 일본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으로 쓰는 말이다. 공통으로 쓰는 한국어와 일본어, 이를테면 해(日)와 히(日)와 같은 양국 공통어는 대개 한반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초기에 문자를 사용하고 기록한 사람들은 대개 백제에서 건너간 지식인들이기 때문이다. 두 민족은 같은 동이 계열로 언어나 문화 등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자로는 도리(刀離), 즉 칼로 분리해 낸다고 표기한다면 중국이나 일본 등 한자문화권의 관광객도 쉽게 닭도리탕(鷄刀離湯)을 이해할 수 있다.


    ‘도려내다’는 말은 한자로 取(취할 취)를 주로 쓴다. 귀(耳)를 손(又)으로 도려내는 모습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전공을 증명하기 위해 조선인의 코와 귀를 엄청 도려내갔다. 심지어 젖먹이의 코도 잘라갔다고 한다. 이비야(耳鼻爺)라고, 아이들이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하는 말이 있는데 그때 귀와 코를 도려내 간 왜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은 반성하고 사죄할 일이 많다.


    40대는 묘령의 여인이 될 수 없다

    “저의 오른쪽에서 다소곳하게 걷던 묘령의 여인네 근황이 아주 궁금하네요.”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서, 자신의 옆에 있던 여인을 묘령의 여인이라고 칭했다. 그래서 자세히 봤는데 묘령(妙齡)은 아니다. 최소한 40대 이상의 여자였다.


    묘령이라 하면 신비하고 묘한 어감을 갖는다. 그러나 이 말은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가 어린(少) 여인(女)을 가리킬 뿐이다. 20세 안팎의 여인이다. 묘령의 여인보다는 묘미(妙味) 혹은 미묘(微妙)한 여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묘는 나이가 어린 여자라는 뜻이지만, 미묘하다는 묘(玅)의 의미로 쓰인 듯하다. 그러나 묘령(妙齡)처럼 나이(령齡)를 지칭하는 말이 있다면 어리거나 젊은 여인으로 봐야 한다.


    묘(玅)에 쓰인 현(玄)이 ‘검다’라는 뜻 말고도 ‘깊다’라는 뜻이 있고 소(少) 또한 미세(微細)하고 정밀(精密)하다는 의미가 있다. 묘령(妙齡)이 아니면서 묘령의 여인으로 불리고 싶으면 한 가지 팁이 있다. 고양이 모양의 방울, 즉 묘령(猫鈴)을 차고 다니면 된다.



    잘못 알고 있는 말

    알아야 면장을 하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시골 주소에는 면(面)이 들어갔는데, 이 글자가 왜 행정구역의 단위로 쓰였는지 알 수 없다. 면(面)이 서로 ‘얼굴’을 알 수 있는 지역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방면(方面)을 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어려서부터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당연히 면장(面長)이라는 직책을 수행하려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면장이라는 게 행정단위의 수장이 아니라 실은 면장(面墻), 곧 담벼락을 마주하고 서 있다는 말과 관련이 있었다. 말뜻으로만 본다면 “알아야 지사(知事)를 할 수 있다.”가 더 그럴듯하다. 지사(知事)란 그야말로 일에 대해 잘 안다는 뜻 아닌가.


    『논어』 이래 고전에서 면장(面墻)은 담장을 마주한 것처럼 견문이 없어 무식하거나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알아야 면장을 한다.”라는 말은 알아야 면장(免墻), 곧 무지를 벗어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면장은 곧 면장을 면하는 것, 면면장(免面墻)의 뜻이다. 그래서 ‘알아야 면장’에서 한자는 면면장(免面墻)의 생략형인 면장(免牆)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면면장 혹은 면장(免牆)을 쓴 용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나는 주책이나 얌체와 같이 긍정적인 의미가 그대로 부정의 의미로 쓰인 것처럼, 면장도 부정의 의미가 그대로 긍정의 의미와 혼용해서 쓰였겠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주책이 없다’는 말과 ‘주책이야’, 그리고 ‘얌체’라는 말이 ‘염치가 없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주의할 점은 면장처럼 담을 마주하면 무식하여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를 일컫지만 면벽(面壁), 즉 벽을 마주하면 스님이 묵좌하여 좌선하는 것을 가리킨다. 담을 마주하지 말고 벽을 마주하자!



    헷갈리기 쉬운 말

    금전을 지불하는 결제, 결정을 내리는 결재

    사회인이 되면 ‘결제’와 ‘결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두 단어의 의미는 명확히 다른데도 혼동하여 쓰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터넷과 신조어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정확한 단어의 뜻이나 맞춤법을 모르고 쓴다.


    한자로는 결제(決濟)와 결재(決裁)로 쓴다. 결(決)은 물론 ‘결단・결정’의 의미다. 제(濟)는 ‘건너다’는 뜻. 제주(濟州)는 바다를 건너야 하는 지역이다. 그리고 재(裁)는 옷감(의衣)을 잘라 만든 데서 ‘분별하다・판결하다’는 뜻이 있다.


    결제란 상거래에서 금전의 지급으로 거래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말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손님은 돈을 지불할 채무가 발생하고, 식당은 돈을 받을 채권이 발생한다. 손님이 대금을 지급, 곧 결제하면서 이 관계가 종료되는 것이다. 돈을 건네주어(제濟) 일을 마친다(결決)는 뜻이 결제(決濟)다.


    결재(決裁)는 상위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랫사람이 제출안 안을 분별하여(재裁) 허가 혹은 불허의 결정을 내리는 일을 뜻한다. 결재에는 대금을 지불한다는 의미는 없으므로 ‘대금 결재’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


    결제(決濟)는 돈을 건네주어(제濟) 끝냈다(결決)는 말이고, 결재(決裁)는 분별하여(재裁) 결정(결決)했다는 말이다


    알루미늄이나 아연도 비금속

    주식에 관한 뉴스를 한번 보자. “업종별로는 전기 기계와 비금속 등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고 전날 강세를 보였던 보험 업종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서 말하는 ‘비금속’을 금속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즉 ‘비금속(非金屬)’으로 생각한다. 사전을 보면 비금속은 ‘쇠붙이로써의 성질을 가지지 않은 물질’이라 정의한다. 플라스틱이나 천, 나무나 스티로폼이 해당한다. 그런데 아연이나 알루미늄 등은 금속인 것 같은데 비금속으로 분류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비금속(非金屬)이 아니라 비금속(卑金屬)이기 때문이다. 비금속(卑金屬)은 귀금속(貴金屬), 즉 금과 은처럼 귀한 금속에 비해 부식되기 쉬운 금속을 말한다. ‘비금속 광물’이라 하면 아연 따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비금속 업종이라고 하면 플라스틱 업체인지 아연 업체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런 혼란을 피하려면 귀금속(貴金屬)에 대립한 개념으로 천금속(賤金屬)이라고 부르는 게 좋지 않았을까.


    산업화가 앞섰던 일본에서 ‘베이스 메탈(base metal)’을 번역한 비금속(卑金屬)을 한국에서도 별생각 없이 따라 쓴 것으로 추측된다. 외래어를 번역할 때는 정확한 개념 파악도 중요하지만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당한 말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역사가 담긴 말

    당나라를 통해 전해진 무, 당근

    언제부터인가 ‘당근이지’가 ‘당연하지’라는 말로 쓰이고 있다. ‘당연’이라는 말에 좀 더 힘을 준 느낌이다. 당근은 근(根)을 통해 뿌리채소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당은 무슨 뜻일까? 얼핏 단맛이 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당근(唐根)의 당(唐)은 중국의 당나라를 뜻한다. 당근은 당나라를 통해서 전해진 무라는 의미다. 당근의 붉은 색깔을 강조하여 홍당무라고도 한다. 이렇듯 당(唐)이 들어간 말은 당나라와 관련된 경우가 많으니 삼국시대 혹은 통일신라시대에 전래하였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당시 중국 제품은 크고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당나귀는 중국에서 들여온 귀가 토끼처럼 긴 나귀, 당면(唐麵)은 중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감자녹말로 만든 국수를 일컫는다. 또 충남 당진(唐津)은 예전에 당나라로 가는 나루였다. 지금 케이팝(K-POP)이라 해서 한국음악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삼국시대에는 우리 음악을 향가(鄕歌), 즉 시골노래라 해서 중국음악인 당악(唐樂)에 비해서 촌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한편 달다는 의미는 당(唐)에 미(米)를 첨가한 당(糖)으로, 곡물(미米)로 만든 엿기름이나 조청 따위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조미료인 설탕(雪糖)은 눈가루 모양의 당(탕糖)을 말한다.


    군대 같지 않은 군대, 어영부영

    일을 어영부영한다고 하면 대충 시간이나 때우며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어영부영은 왕의 호위 부대와 같은 어영군(御營軍)은 영(營)이 아니라는 말로, 군대 같지 않은 군대를 가리킨다. 어떻게 이런 말이 나왔는지 연원을 살펴보자.


    어영군(御營軍)은 조선시대 반정으로 집권한 인조가 북벌을 목표로 세운 특수부대였다. 이후 확대되어 왕의 친위부대로 유지되다가 1894년에 폐지되었다. 어영군을 관리하는 어영청에는 정상적인 지휘계통 이외에 재경 군관처럼 무과의 합격자 남발로 인한 대우 장교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어영청은 기율(紀律)이 약한 군대라는 평이 있었다.


    더욱이 조선 말기에 가면서 어영청은 재정이 고갈되었고, 또 새로 만든 신식 군대를 우대하면서 푸대접받게 된다. 그래서 어영청을 포함한 구식 군대는 급료와 대우에서 차별받게 되었다. 임오군란은 녹봉으로 지급된 쌀의 반은 불량이어서 일으킨 구식 군대의 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영청 군대의 기강이 무너져 군대라 하기도 창피했다. 이때 어영은 영도 아니라는, 즉 어영비영(御營非營)이라는 말이 생겼다. 소명이나 목표 없이 대충 시간을 보낸다는 말이지만, 사실 어영청 군인의 잘못은 아니었다.


    어영부영한다고 구성원을 탓할 것이 아니라 조직이 뚜렷한 목표를 제시했는지,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했는지, 정당한 대우를 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일이다.



    적당하지 않은 말

    농락 말고 희롱

    “수없이 여자를 겪은 김두수다. 농락하고 난 뒤 술집에 팔아먹은 일도 몇 번 있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에 나오는 글이다. 이와 같은 글을 보면 농락의 의미가 희롱(弄)하고 즐기는(樂) 정도로 생각된다.


    그런데 한자로 된 농락은 의외로 농락(籠絡), 곧 새장과 고삐라는 뜻이다. 아마도 새장에 가둔 새나 고삐에 메인 소처럼 원하는 대로 타인을 잘 다룬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렇다면 『토지』에서는 ‘농락’보다는 ‘희롱(戱弄)’이 더 적당하다. 농락이 상대방을 교묘하게 구워삶아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라면, 희롱은 특별한 목적 없이 노리개처럼 가지고 논다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농락은 인신을 구속하여 장기적으로 착취하는 의미다. 이에 반해 희롱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노리갯감으로 이용하고 버렸다는 의미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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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