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지은이 : 김학진
출판사 : 갈매나무
출판일 : 2022년 01월




  • 사람의 이타적 행동의 근원에는 ‘인정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 때, 우리 뇌는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이타성’과 ‘인정 욕구’의 깊은 이해를 통해, 보다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칭찬에 중독된 뇌

    우리는 왜 ‘좋아요’에 집착하는가

    인정 욕구를 인정한다

    *인정 욕구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신체 항상성(신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위한 뚜렷한 가치들을 추구한다. 따뜻함, 편안함, 안전함을 추구하고 배고픔이나 고통스러움은 피하려는 욕구와 관련된 본능적인 행동들은 별다른 경험이나 학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즉 필요한 것을 얻고 해로운 것을 피하려는 욕구와 이어지는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기본 가치들은 출생이라는 시점부터 우리의 모든 행동을 강력하게 지배한다.


    이러한 기본적 가치들은 우리가 처한 환경과 타협하면서 점차 정교한 모습으로 한층 복잡한 가치들을 탄생시킨다. 예컨대 아기들은 엄마라는 대상이 자신의 배고픔이나 통증과 같은 신체 항상성 불균형을 해소해준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학습한다. 이처럼 자신의 신체 항상성을 유지해주는 타인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얻기 위한 노력은 인정 욕구의 근간이 되는 새로운 차원의 욕구, 혹은 가치를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최초의 사회적 가치 학습 과정인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인정 욕구는 발달 과정을 거쳐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하고도 복잡한 양상을 띤다. 육체적, 지적, 감성적, 예술적으로 자신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인정받으려는 행동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인정 욕구는 더 이상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추상화된 옷들로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


    인정 욕구는 과연 어떤 옷을 입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인정 욕구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뇌는 어떻게 인정 중독에 빠지는가

    뇌는 일차적 보상보다 이차적 보상에 끌린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보상은 유기체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따라서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유기체라면 보상을 수반하는 행동의 빈도를 점차 증가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생존에 필요한 자원은 다양한 형태를 지니기 때문에 한 가지 행동만을 반복하면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얻을 수는 없다.


    한 가지 혹은 제한된 종류의 보상만을 얻기 위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여 생존에 필요한 다른 자원을 얻을 기회를 놓치는 상태를 우리는 ‘중독’이라고 부른다. 한 가지 일이나 생각을 반복하는 중독의 상태에 들어서게 되면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이 보상을 가져오고 이 보상이 다시 그 행동을 강화시키는, 강력한 순환 과정이 지속된다. 습관의 고리라고도 불리는 이 강력한 순환 과정에 일단 들어서게 되면 여기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사용할까?


    중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는 한 가지 보상에 탐닉하면서 잃어버리게 되는 또 다른 보상, 즉 놓치고 있는 다른 중요한 자원들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중독에 빠지게 되는 행위는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반면, 중독으로 인해 놓치는(혹은 포기하는) 다른 자원들은 이보다 덜 즉각적이거나 추상적인 형태의 보상인 경우가 많다.


    *더 좋은 보상을 얻기 위한 자기통제력

    우리 뇌는 다양한 보상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뇌가 모든 보상들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음식은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상이지만, 돈은 음식뿐 아니라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 전자를 ‘일차적 보상’이라고 하고 후자를 ‘이차적 보상’이라 부른다.


    이차적 보상은 일차적 보상에 비해 학습이 느리지만 여러 다양한 일차적 보상을 개별적으로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이 하나의 보상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따라서, 일단 학습되면 일차적 보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보상이 될 수 있다. 만약 신체로부터 즉각적인 요구 신호가 오지 않는다면 뇌는 일차적 보상보다 이차적 보상에 더 끌린다. 이러한 경향은 당연한 것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한층 더 유리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타인으로부터의 호감이나 칭찬과 같은 사회적 보상은 어떨까? 사회적 보상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무리를 지어 생활하게 된 인간에게는 타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호감은 자신의 신체를 유지하고 번식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사회적 보상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되고, 이러한 행동들이 모여 그 집단의 문화와 사회적 규범이 형성된다.


    사회적 보상은 여러 종류의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주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앞의 초콜릿 케이크를 무시하고 다이어트를 선택하는 사람은 달콤함이 주는 즉각적인 보상 대신 멋진 몸매와 건강한 신체를 통해 타인의 호감과 인정이 주는 보상을 선택하는 셈이다. 이렇듯 유혹을 이겨내는 힘을 가리키는 자기통제력은 넓은 의미에서 장기적으로 더 유리한 보상을 얻기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즉 노력도 적게 들고 보상도 작은 선택을 하는 대신, 좀 더 노력이 요구되지만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한 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분노 조절 장애, 인정 중독의 또 다른 얼굴

    *더 높은 존경심을 요구하는 사람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가 중독 상태에 이르게 될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한동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항공 회항 사건이 인정 중독의 사례라면 어떤가. 당시 이 사건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가는 재벌가의 삶을 들추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이와 닮아 있는 사건들이 너무나 많다. 층간 소음으로 다툰 끝에 이웃을 흉기로 살해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길을 양보하지 않은 차를 끝까지 쫓아가 세우고 삼단봉을 꺼내 무차별하게 차체를 부순 운전자, 백화점에서 영업 사원들에게 욕과 구타를 서슴지 않은 VIP 고객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설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인들이 분노를 조절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왜 분노를 조절하길 어려워할까?


    타인과 비교하여 자신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적응 능력, 즉 생존 적합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이러한 인식은 주로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통해 지각된다. 그런데 인정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존중으로는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되면, 상대방으로부터 점차 더 높은 수준의 존중을 기대하거나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일상적인 수준의 사과나 감사의 표시에는 오히려 실망감을 느끼거나 상대방으로부터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급기야 이러한 실망감을 보상받으려는 동기는 분노로 표출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반응은 일종의 약물 중독에서 나타나는 금단 현상과 유사한 생물학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약물 중독이 심해질수록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의 약물이 필요해지는 것처럼, 인정 중독이 심해질수록 자신의 지위를 확인시켜주는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만족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칭찬이나 존경심, 혹은 경외감 등을 기대하고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분노 반응은 지나칠 정도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중독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 사람은 왜 착한 일을 할까?

    선량한 선택의 이면에 대하여

    더 높은 보상을 얻기 위한 계산된 전략

    이타적인 행동의 진화적인 이점을 알아보고자 한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있다. 이 연구에 참가한 대학생들 은 각각 세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경쟁하는 게임을 하도록 지시받았다.


    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팀에서 뽑힌 한 명이 물이 담긴 통 밑에 앉아 있고 같은 팀의 동료가 공을 던져 타깃을 맞히면 물이 담긴 통이 뒤집어지면서 그 아래 앉아 있는 동료가 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높은 점수를 얻는 팀에게 더 많은 상금이 주어지며, 이 상금은 팀 구성원들끼리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각 팀에서 선택된 한 명은 거의 항상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 모두를 대상으로 여러 질문을 해보았다. 그 결과 대부분이 각 팀에서 가장 높은 공헌을 한 사람으로 희생자 역할을 수행한 동료를 꼽았다. 뿐만 아니라 이 희생자 역할을 수행한 동료는 다른 동료들로부터 가장 높은 선호도와 가장 높은 배당금을 받았으며, 다음 실험에서도 같은 팀 동료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간단해 보이는 이 실험은 이타적 행동의 심리적 동기를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타적 행동은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높은 이득을 주는 전략적 행동이 될 수 있다. 또한 이타적 행동은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해줄 수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타적 행동은 자신의 능력과 이타적 성향을 과시하는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라비안 배블러(Arabian babbler)라는 새가 있다. 이들의 경우 가장 높은 나무에서 포식자가 접근하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새가 무리의 리더가 되며 더 많은 번식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대한 많은 양의 재산을 남들을 위해 바친 사람이 부족의 리더가 되는 풍습을 가진 크와키우틀(kwakiutl) 부족의 예 역시 값비싼 신호로서 이타적 행동 이론을 뒷받침한다.


    공정성에 집착하는 인간의 속마음

    너그러운 사람이 공공의 적이 되는 순간

    언젠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미디어에 발표된 기사들 중에서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눈에 띄었다. 연휴 귀성길, 소위 ‘짜증 유발 운전자’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였다.


    가장 짜증을 유발한 운전자는 진입로 또는 출구에서 끼어드는 운전자였다. 전체 응답자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다수가 이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보다 흥미로운 결과는 두 번째 순위였다. 29퍼센트의 응답자들이 선택한 유형은 바로 ‘누구든 끼워주는 앞차’였다. 얌체짓을 하는 새치기 운전자에게 너그럽게 아량을 베푼 운전자 역시 공공의 적이었던 것이다.


    전체 조사 결과를 종합해볼 때 규범을 어기는 운전자와 이를 묵인하는 운전자 모두 가장 짜증나는 유형으로 꼽혔으며, 그 비율이 전체 응답자들의 60퍼센트가 넘었다. 대부분의 도로가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이는 다소 특별한 귀성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정성’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잘 드러내준 자료였다고 생각한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과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개개인의 동기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시켜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매 순간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공정성은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는 보이지 않는 큰 힘으로 작동한다.


    이타적 처벌자의 심리 분석

    살아오는 동안 누구나 크든 작든 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교나 직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이나 동창 간의 작고 사적인 모임에도 어떤 식으로든 규율은 존재하고, 이 규율을 어겼을 경우 처벌이 가해진다. 인간의 오랜 역사에서 규율을 위반했을 경우 가해지는 처벌은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협력 행동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우리가 처벌이 있는 집단을 선호하는 이유

    그렇다면 우리는 처벌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 가운데 어느 쪽을 선호할까? 물론 독특한 취향을 가진 경우를 제외하고 처벌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처벌이 집단의 규범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공공재 게임을 사용한 하나의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처벌 규정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 중 마음대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처벌 규정이 없는 집단을 선택했지만, 같은 게임에 여러 번 참여해본 뒤에는 점차 처벌 규정이 있는 집단으로 옮겨갔다. 어째서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처벌 규정이 없는 집단에는 점차 무임 승차자가 넘쳐나게 되고 결국 정직하게 투자를 해 수익을 높이려는 사람들은 모두 처벌 규정이 있는 집단으로 옮겨 가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험이 종료된 후 각 참가자들의 평균 소득액을 계산해본 결과 처벌 규정이 있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범은 어기는 구성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집단의 협력 행동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여기서 쉽게 풀리지 않는 또 다른 의문이 있다. 과연 누가, 어떠한 이유로 규범을 어기는 자를 처벌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이타적 처벌자로 나서는 것일까?


    손해를 보더라도 불공평한 제안은 거절한다

    *상대의 불공정한 행동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최후통첩 게임에서는 각각 ‘제안자’와 ‘응답자’ 역할을 맡는 참가자 두 명이 참여한다. 이 게임이 시작되면 실험자는 일정한 금액의 돈을 제안자에게 건네준다. 돈을 받은 제안자는 받은 돈의 일부를 응답자에게 나누어주어야 하고 금액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응답자는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두 사람은 제안자가 제시한 대로 돈을 나누어 갖게 되며 게임은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응답자가 생각하기에 제안 액수가 불공평하게 적은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다. 응답자가 제안을 거절하면 제안자와 응답자는 모두 한 푼도 못 받고 게임이 끝난다. 따라서 제안자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를 제안하기보다 좀 더 신중하게 액수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과연 응답자는 불공평한 제안을 거절할까? 인간은 누구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고전 경제학의 단순한 가정에서 본다면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안받더라도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는 낫다. 따라서 응답자는 거절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실제 이 게임을 통해 얻은 결과들을 살펴보면 총 금액의 20퍼센트 미만으로 제안액이 결정될 경우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거절을 선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응답자가 거절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한 푼도 못 받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수는 정말 나의 것인가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해를 끼친 사람을 ‘갑’, 해를 입은 사람을 ‘을’이라고 칭하기로 한다. 갑이 을에게 해를 가할 경우, 두 사람 사이의 균형은 깨지고 을은 갑에게 보복함으로써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이렇게, ‘무너진 형평성의 회복을 위한 자연스러운 인지적 적응 기제’에 서 복수심이 비롯된다고 해석한다.


    *복수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

    여기서 말하는 형평성이란 무엇일까? 을은 갑이 자신을 어느 정도 존중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기대감을 갖는데, 바로 이런 기대감을 형평성이라 부를 수 있다. 기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는 친구, 가족, 동료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또 다른 하나는 상대방이 지금까지 나에게 했던 행동들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존중할지에 대해 갖는 기대감은 다양하다. 다시 말해 형평성은 우리가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친밀도 등에 따라 다른 기준점을 갖는다. 상대방으로부터 기대하는 형평성의 기준점이 높으면, 배신에 대한 분노나 상처도 커지고 당연히 복수의 강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행동이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복수의 강도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의도적으로 해를 가한 경우, 그만큼 기대감이 깨지는 정도도 심해지고 피해자가 받는 상처 역시 훨씬 커진다.


    사람들이 형평성을 회복하는 것에 그토록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평성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생존 가능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타심의 근원을 보여주는 복수의 심리학

    앞서 이야기한 인간의 불공정한 판단 혹은 행위에 대한 처벌 행동을 기억해보자. 복수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상대방의 불공정한 행위는 상대방과 나 사이에 기대했던 관계의 형평성이 깨지는 상황에서 발생하며, 상대방을 향한 복수심에서 비롯된 처벌 행동은 무너진 관계의 형평성을 다시 회복하려는 동기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규범 위반자를 응징하고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이타적 처벌자의 심리는 결국 사회관계에서 기대했던 형평성이 무너질 때 이를 회복하고자 하는 복수심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타적인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합리적’ 이타주의자의 조건

    인정 중독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타인의 시선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인식 과정

    흔히 ‘자기의식’과 ‘자기인식’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우선 자기의식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나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심리 과정을 가리킨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기인식은 신체로부터 오는 신호들에 주의를 기울여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거나, 아니면 이미 생성된 가치를 수정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내가 태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만나온 수많은 타인과의 경험을 토대로 타인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제거해줄 수 있는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자기의식이라면, 자기인식은 나의 현재 신체로부터 오는 신호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신체 항상성 유지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가 주변 평가에 따라 자신을 바라보는 과정을 자기의식이라 한다면, 그 평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고 여기에 자신을 맞춰 변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원래 모습을 고수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자기인식인 셈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칭찬과 비난을 받으며, 타인에 의해 자아가 규정되곤 한다. 이렇게 타인에 의해 규정된 자아는 사회 적응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지만, 과도할 경우 나의 신체 항상성 유지를 위해 생애 초기에 형성된 본질적인 자아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이 두 자아 간 괴리가 커지면 잠시 자기의식을 멈추고 자기인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타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무시당한 기분이 드는 경우, 누군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 여러 사람들이 모여앉은 자리에서 타인을 험담하려는 충동을 느끼는 경우 등을 떠올려보자.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감정들의 근원을 파고들어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몸통을 만나게 된다. 바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다.

     

    자신의 감정이 인정 욕구로부터 비롯되었는지 파악하고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회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을 피할 수 있다. 또 사회압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인식 과정을 통해 감정이 자신의 인정 욕구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을 깨달을 경우에도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인정 욕구는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주요 원인이 되지만 가장 인식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오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이 욕구를 감추고 포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우리에게 이를 의식 위로 끄집어내 인정하는 것은 매우 큰 용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숨은 인정 욕구를 인식할 때 오히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스스로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발견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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