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를 위한 변론
 
지은이 : 니콜렛 한 니먼(역:이재경)
출판사 : 갈매나무
출판일 : 2022년 04월




  • 소와 소고기는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오랫동안 인지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진실일까요? 부당하게 기소된 소와 소고기에 대한 무혐의를 밝히고, 지속가능한 지구 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주의자를 위한 고기 소비를 이야기합니다.


    소고기를 위한 변론


    소와 지구

    기후변화와 소, 허구와 진실 사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과잉방목’이 환경을 해친다는 비난이 있었다. 소들은 미국 서부를 비롯한 지구의 광활한 대지를 무차별 초토화했으며, 수로를 훼손하고, 초지를 벌거벗겨 침식시키고, 야생생물 개체수를 줄인다고 했다. 소에게 제기된 이 혐의를 뒷받침하는 기본 개념은 두 가지다. 첫째, 풀을 밟고 뜯는 것은 본질적으로 환경에 손상을 가한다. 둘째, 한 지역에 소의 개체수가 많아질수록 생태계의 피해는 심각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믿음들은 틀린 것으로 판명 나고 있다.


    2006년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가 ‘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18%가 육류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가축이 운송업 전체보다 더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는 자극적인 보도자료 헤드라인이 제대로 먹혔다. 그리고 이듬해 동물권리단체들과 환경보호단체들로부터 뉴욕타임즈 편집국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18%라는 보고서의 수치와 보도자료의 허위 주장을 진리로 간주했고, 그 믿음은 복음처럼 퍼져 나갔다. 이 보고서는 상황의 이해가 아니라 오해의 강만 깊이 팠다. 어떤 가축도 본질적으로는 환경에 해악이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오늘날의 가축사육 방식에 있다.


    기후 변화의 최대 동인인 이산화탄소는 가장 주목받는 온실가스이다. 막상 농업은 다른 경제 부문보다 이산화탄소를 훨씬 적게 배출한다. 인류사를 통틀어 농사에 따른 탄소 배출은 주로 벌채, 화전, 경운에서 비롯됐다. 탄소는 생명체를 이루는 재료다. 인류가 지구 곳곳으로 퍼지고 야생지역을 경작지로 바꾸면서 초목의 생체조직과 토양에 묶여 있던 방대한 양의 탄소가 공기 중으로 풀렸다. 탄소가 땅에서 하늘로 대거 이동하면서 대기중 이산화탄소 과다가 기후 변화를 추동했다.


    반대로 땅에서는 탄소부족이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육상 생물을 고갈시켰다. 현대 미국 농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대부분 기계화 농업장비의 엔진에서 연소되는 화석연료에서 비롯되고, 전 세계 농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개발대상국에서 토지의 용도변경, 특히 농지나 초지를 확보하기 위해 삼림을 베고 불태우는 것에서 기인하다. 삼림벌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풀먹여 키운 소나 자국에서 재배한 사료만 먹는 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정확하고 부당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소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의 구매 비용이 삼림 파괴, 대규모 단일작물 재배, 유독성 살충제와 제초제와 같은 파괴적 농법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 콩의 일부는 가축사료로, 콩기름을 추출한 후 탈지대두와 콩 레시틴은 비건식품에 쓰이는 가공식품 첨가물이다. 또한 돼지와 가금류를 감금 사육하는 기계화 축사도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런 축사들은 사료공급, 조명, 하수처리, 환기, 난방, 냉방을 위한 자동화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이 모든 설비는 당연히 화석연료를 쓰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소 방목은 제대로 관리될 경우 소고기 생산이 배출하는 탄소의 총량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토양으로 돌려보낸다.


    숲이 소를 돕고, 소가 숲을 돕는다는 증거도 늘고 있다. 미국 소의 대다수가 삶의 일부를 숲에서 풀을 뜯으며 보낸다. 현재 전 세계 축산업자들의 관심이 산지축산(silvopasture)이라는 영농법에 모이고 있다. 산지축산은 숲에 사료작물을 파종하는 등의 방법으로 숲을 방목장으로 활용하는 생태계 활성화 방법이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은 적절한 관리를 통해 소와 숲을 서로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묶을 수 있다고 말한다.


    조림과 목축을 결합하면 가축분뇨 때문에 토양이 더 비옥해져 나무들이 더 높이 자라고, 따라서 목재 생산량이 늘어난다. 토지의 용도 결합은 토지의 생태계 복잡성을 높여 자연과 보다 비슷한 환경을 만든다. 이는 나무와 가축에게 좋고, 결과적으로 농부에게 좋다.


    토양이 기후 변화에 대한 지구적 해법의 열쇠라는 생각은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자연농법을 쓰면 토양 생산력과 식품 품질이 향상되는 것과 같은 이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기후변화를 대폭 완화할 해법이 생태계에 내재한다. 토양의 탄소격리 증대와 대기중 배출 감축을 결합하면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토양에서 유실되는 탄소는 보충과 복원이 가능하다. 토양의 탄소격리를 위해서는 말 그대로 접착제가 필요하다.


    이때 접착제로 활약하는 물질이 글로말린(glomalin)이다. 글로말린은 땅속 곰팡이가 만드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글로말린을 합성하는 수지상균근균은 식물과 상리공생관계를 이루고 산다. 글로말린과 균근균은 탄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그 탄소는 식물의 뿌리에서만 얻을 수 있다. 건강한 토양은 이런 작은 덩어리가 가득한 토양이다. 토종풀이 자라는 토양은 비토종풀이 자라는 토양보다 글로말린 수치가 높다. 즉 글로말린이 많을수록 좋은 토양이라고 할 수 있다.


    경운은 식물뿌리에 붙어사는 균류를 해치고 글로말린을 없앤다. 땅을 갈아엎을 때 살아있는 균사 그물들이 물리적으로 찢겨나간다. 반대로 저경운 또는 무경운 농법은 수지상균근균과 글로말린을 증가시킨다. 이 둘이 모두 풍부한 곳이 방목장과 다각화 윤작농장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글로말린 연구는 방목가축의 중요성을 실증한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에서 방목가축이 수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농지 중에서 영구 목초지와 방목장만큼 지속적으로 식물에 덮여 있는 땅은 없다. 적절한 토지운영으로 소 떼를 건강하게 기르는 것은 곧 토양생태계의 활성을 유지하는 일이고, 이는 다시 대기 중 탄소의 포집과 비축을 촉진하는 일이다.


    홀리스틱 매니지먼트 방목이라고 부르는 혁신적 관리기법의 발안지인 앨런 세이버리는 소가 기후 변화를 반전시킬 최고이자 유일한 희망이라는 획기적이고 논쟁적인 주장을 폈다. 그는 소 떼는 빽빽하게 있어야 하고 그런 밀집상태가 땅에 이로우며, “토종”과 “비토종” 식물지정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세이버리의 관리기법이 적용되는 땅을 보면 한때 생태학자들이 ‘복원 불가’ 판정을 내렸던 메마르고 헐벗은 지역이 물이 풍부하고 동식물이 넘쳐나는 비옥한 땅으로 변했고, 생물다양성이 급증했다. 놀랍게도 그 핵심에는 소가 있었다. 해법은 가축 무리를 생태계와 함께 진화해온 야생 초식동물 무리처럼 기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비건부터 육식가에 이르기까지 우리 중 누구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음식을 먹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엇을 생산하든 생산시스템의 기후 영향은 심하게 가변적이며, 그중 소 방목에는 오히려 기후변화를 완화할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 특정 식료를 배제하기보다 어떤 식단을 선택하든 소비자 모두 본인의 건강과 친환경농법을 함께 지원하는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산업화 공정이 적게 들어간 식품을 먹고 더 좋은 고기를 먹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길들인 반추동물에게 우리의 망가진 환경을 치유할 해법이 있다. 소들은 우리 몸에 좋고 영양가 높은 식료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대기에서 탄소를 빨아들여 다시 토양 속에 묻는다.


    자연이 사람의 미래다

    소고기는 건강한 식품이고, 소는 토양에 생물학적 활기를 줄 뿐 아니라 햇빛과 물이 만든 풀을 다시 고기와 우유로 바꾸는 역할을 하며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에 필수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소 사육에는 상대적으로 미묘하고, 오늘날 대중 담론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다른 장점도 있다.


    소는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생계 수단을 제공한다. 젖소와 고기소 모두 농장의 다각화에 기여하고, 그 다각화한 농장에 부가가치를 더한다. 특히나 소는 작물재배가 환경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외진 땅에 농장들과 제반 사업이 존재할 기회를 준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많은 땅이 경운과 경작으로 심하게 침식되고 고갈되어 이제는 방목가축 외에 다른 것은 부양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런 물리적 조건에서는 풀을 먹는 동물은 살 수 있지만 작물재배는 불가능하다. 간단히 말해, 소 사육은 농가의 재정적 생존을 가능하게 해줄 때가 많다. 가족 단위 자영농은 작물과 가축의 품종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소, 가금류, 과일, 채소, 콩류, 곡물 등 맛좋고 영양가 높은 식료를 생산한다. 또한 현지 생산 식품은 공급망 악재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입증됐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실종 질병에 저항력이 강한 ‘옛날식’ 유전적 다양성의 가치를 높이 사기 시작했다.


    실제 농장들, 특히 동물을 기르는 곳은 인간에게도 비할 데 없는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농장이나 목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은 굳건한 몸과 인격형성에 좋다. 비, 눈, 바람, 더위 속에 매일 수행하는 야외 노동은 육체적 강인함과 극기심을 길러준다. 자연의 예측불허성과 함께 하는 삶은 사람에게 겸양과 투지를 가르친다. 농부와 목장주는 어쩔 수 없이 정비공이자 배관공이자 목수가 된다. 이 모든 것이 창의성, 손재간, 자립심을 기른다.


    또한 그들은 누구보다 깊고 진정한 환경 윤리를 장착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은 날씨와 계절에 밀접히 연동하고, 자연계의 사건과 긴밀히 연계한다. 그들은 생명주기와 생명리듬에 몰두하고, 자신을 둘러싼 동식물의 건강과 안녕을 치열하게 돌본다. 구애, 짝짓기, 출산, 양육, 성장, 부상과 질병, 노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죽음. 이것들이 농가에서는 매일의 경험을 구성한다. 농장과 목장의 아이들은 어른의 간섭이 최소화된 환경에서 자연세계를 탐험하며 보낸다. 이들은 직접 체험을 통해 원숙함을 배우고, 지식을 쌓고,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개발한다.


    자연과 동물과 격리된 현대인의 삶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도시화한 사람들에게 식료의 원천과 자연의 실체는 점점 더 추상적으로 변해간다. 또한 도시 사람들은 동물을 과보호하거나 과하게 두려워하는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신체적 노화와 쇠락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 질병, 부상, 고통, 그리고 궁극적으로 죽음을 겪게 된다. 이런 삶의 요소들을 다른 생물들을 통해 간접 경험하면 우리 자신을 거대한 생명순환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갖게 된다. 이는 우리를 각자의 삶의 여정에 대비하게 한다.


    지구적 위기를 벗어날 최대 기회는 자연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아끼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데 있다. 농장과 목장을 잃으면서 미래 세대 양육을 위한 특출한 환경도 잃어간다는 것이다. 미래의 훌륭한 시민을 길러내는 천연의 인큐베이터가 사라지고 있다. 역시 과소평가되는 점은 농장은 미래 세대를 강하고 면역력있는 어른으로 길러내기에 더없이 좋은 물리적 환경이며, 우리는 이 환경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구화, 보다 정확하게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알레르기 질환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꽤 최근까지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른바 농장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농장 아이들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아이들을 알레르기에서 보호한다. 농장과 목장의 사람들은 심지어 태어나기도 전부터 소의 분뇨, 비듬, 건초 등에 있는 미생물에 꾸준히 강도 높게 노출된다. 임신기를 포함해 노출이 빨리 시작될수록 보호 효과도 커진다.


    농장 아이들이 누리는 이점은 세균이 많은 환경에서 오는 면역학적 이점만은 아니다. 농장의 아이는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고, TV나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훨씬 적다. 아동이 스크린에 많이 노출되는 것은 많은 행동 장애의 원인이 된다. 특히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와 관계가 있다. 목장생활이 특히 아동에게 양질의 물리적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은 딱히 소와는 관계없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소가 실질적이고 중요한 위치에 있다. 미국에서는 소가 대다수 농장과 목장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소가 우리의 푸드시스템에서 사라지면 목장이라는 인간 환경도 함께 사라진다. 이는 우리 문화와 사회에 막심한 손실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도 없고, 또 감내해서도 안될 손실이다.



    소고기와 사람

    우리는 왜 소고기에 끌리는가

    고기를 향한 깊은 우리의 갈망은 아마도 본능과 생리작용에서 온다. 우리가 문화적 동물이 되기 전부터 ‘영양 지혜’가 우리의 감각기 기관, 혀의 맛봉오리, 코의 냄새 수용체, 그리고 뇌에 내장됐다. 특히 혀의 맛봉오리는 중요한 영양소를 알아보고 쫓아가기 위해 진화했다. 즉 우리에게는 필수 염분, 열량 높은 당분, 단백질의 재료인 아미노산, 뉴클레오티드라고 불리는 핵산 구성 물질을 잡아내는 수용체들이 있다. 날고기는 이 모든 맛을 촉발한다. 근육세포(고기)는 상대적으로 연하면서 생화학적으로 매우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고기 요리의 풍미, 감칠맛은 이같은 생화학적 복합성에서 나온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가 환경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 때문이라면 그건 정보 부족에 따른 오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소 사육이 환경에 본질적으로 해로울 것은 전혀 없다. 축산에 따른 환경파괴는 잘못된 관리 때문이다. 소고기가 건강에 해롭다는 우려도 사실무근으로 판명되고 있다. 반면 고기섭취의 이점은 태고부터 알려져 있다.


    인류의 원시 조상은 주로 고기와 지방으로 연명하면서 채소, 과일, 씨앗, 견과류로 식단을 보충했다. 원시인의 화석 유골 연구를 통해 그들이 튼튼한 골격, 육중한 근조직, 완벽한 치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성 식품은 단백질과 무기질의 공급원일 뿐 아니라 무기질 흡수에 필요한 지용성 촉매를 제공한다. 동물성 식료로 섭취된 무기질이 체내에서 더 쉽고 빠르게 흡수된다.


    가디언의 2013년 기사는 소고기를 ‘세상에서 가장 영양가 있는 음식 중 하나’로 꼽았다. 소고기에는 근육과 뼈를 만드는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하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다. 또한 소고기는 비타민B, 철분, 아연의 뛰어난 공급원이다. 그리고 비타민D는 극소수의 음식물에서만 발견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소의 간에 생체이용성이 가장 높은 형태로 존재한다.


    가장 영양가가 높고 건강에 좋은 소고기는 목초와 여물로만 사육한 소고기다. 가축 사육 방식이 거기서 얻는 식료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기의 풍미는 정상적인 삶을 누린 동물에게서 나온다. 운동량이 많아서 적색근섬유 비중이 높은 근육이 운동을 하지 않아 대부분 백색근섬유인 근육보다 풍미있는 고기를 만든다. 운동과 맛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항이다. 소에게 먹이는 성장호르몬과 항생제 같은 약물은 배설물로 배출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때 풀이 소에게 최적의 식단이자 환경이다. 초지는 가축에게 단연코 가장 자연적인 삶을 제공하고 가장 안전하고 맛있고 영양 많은 식료를 만들어낸다. 음식, 건강, 환경을 둘러싼 논쟁은 분분하다. 하지만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맛이다. 100% 목초사육 소고기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지속가능성은 물론이고, 깨끗하고 육즙이 풍부하고 살이 실하고 영양도 높다. 다만 맛있는 소고기를 일관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다음과 같다. 영국 품종의 소, 완전 방목, 성체가 될 때까지 최소한 24개월 사육하기, 풀이 절정에 달하고 소가 최상의 상태에 도달한 시점, 즉 살진 시점 직후에 도축하는 것이다.


    소고기를 가치 있는 먹거리로 만드는 정점이면서 흔히 간과되는 장점은 바로 소고기는 다른 음식에 비해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포화지방이 소고기의 높은 지속력의 비결이다. 건강한 가축의 손상 없는 근육은 일반적으로 미생물이 없다. 그리고 고기를 망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는 가공과정에서 주로 동물 가죽이나 포장 기계에서 유입된다. 물론 오늘날에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소고기를 주로 냉동 보관한다. 냉동 보관시 소고기는 다른 종류의 고기보다 오래 맛 좋은 상태로 유지된다.



    현실 그리고 미래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을 위해서는 방목관리를 개선해야 한다. 방목이 적절한 계획과 감독 없이 이루어지지 않고 생태계가 제 기능을 하는데 필수적이어야 한다. 가축에게 더는 약물을 주입하지 않아야 한다. 건강하지 않은 가축을 만들고,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는 식품이 되며,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강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동물이 자연 상태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순수한 사료 외에는 어떤 것도 소에게 먹이면 안된다.


    곡물이 소에게 본질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에게 곡물을 먹이는 것은 자원 낭비이자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을 거드는 일이기에 곡물사용을 최소화하고 모든 소는 최대한 자기가 직접 먹이를 찾아 먹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호르몬 사용은 소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하고 인간에게도 위험한 식품을 낳는다. 소를 기르는 최상은 방법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풀을 뜯게 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 소에게는 더욱 그렇다.


    소를 불가피하게 비육장에 보낸다 해도 적어도 생후 1년, 가급적 생후 18개월 이전에는 보내지 말아야 한다. 소는 완전한 성체로 키운 다음에 도축한다. 그것이 자원 낭비를 줄이고 질 좋은 고기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도축은 인도적으로 행해야 한다. 인도적 도축은 우리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생명체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뿐 아니라 고기의 질과 안전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소가 친밀함을 느끼는 소유주가 직접 다루는 것이다. 모든 동물은 항시 인도적 취급을 받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하여

    소고기가 세계의 기아를 심화한다는 주장에는 여러 가지 맹점이 있다. 진짜 문제는 식량부족이 아니라 빈곤이며 굶주림은 정치문제이고 사회문제이다. 그리고 식량공급, 분배, 지원의 문제다. 가축은 사람에게 음식을 직접 제공할 뿐 아니라 주요 소득원이 되어 다른 식료를 구매하게 해준다. 가축사육은 공유지에서 방목하거나, 풀을 베어 만든 꼴이나 먹다 남은 음식물 등, 전용 토지 없이 얻을 수 있는 사료를 먹이거나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다.


    가축은 또한 단기적, 장기적으로 보유하다가 필요할 때 식료나 돈으로 신속히 바꿀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는 고기와 젖을 위해 사육되는 농장동물이 동력과 운반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도 많다. 가축은 작물재배를 훌륭히 보완한다. 세계의 식량 중 절반은 작물재배와 가축사육을 병행하는 농장에서 나온다. 가축은 쟁기와 수레를 끌고, 그들의 분뇨는 작물에 거름이 되고, 작물 수확 후에 가축이 다시 잔여물을 먹는다.


    세계의 빈민 수억 명에게는 농장동물이 생명줄이다. 세계 도처의 건조지대, 즉 활용가치가 낮은 땅일수록 소규모 목축이 축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소규모 목부들이 전 세계 동물성 식품 생산량의 30%를 담당한다. 농사가 불가능한 땅에 방목되는 가축은 그들이 풀을 살과 젖으로 전환하는 효율을 따질 것도 없이 이미 존재 자체만으로 식량 공급에 플러스 요인이다. 이러한 사육은 농경지에 생물학적 활력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푸드시스템의 효율을 향상한다.


    이렇게 사육되는 가축은 인간에게 직접 영양을 주지 못하는 것들을 먹고 인간이 맛있게 먹을 음식을 만든다. 세계 대부분의 소들은 곡물을 거의 또는 전혀 먹지 않으며 농경이 어려운 땅에서 사육된다. 세계 기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섭식을 망설였다면 그러한 우려를 내려놓아도 좋다. 곡물이나 콩보다는 풀이나 꼴로 사육되는 소의 고기와 유제품을 찾아서 소비할 선택권, 사람의 건강, 동물의 건강과 복지 등 그런 선택을 해야 할 강력한 이유는 많다.


    소고기 소비의 또 다른 도덕적 문제는 축산과 고기소비가 아니라 공장식 사육시스템에 있다. 우리는 동물과 지구를 잘 건사해야 하는 책임에 부응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동물은 인류와의 ‘계약’으로 ‘가축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현재의 사육시스템을 보면 인간은 이미 오래전 가축화한 동물과 맺은 계약을 위반한 셈이다.


    공장식 축사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동물의 온당한 삶에 철저히 반한다. 잔인한 관행에 아무리 효율성, 생산비 절감, 저렴한 식품, 세계 식량 공급 같은 논리를 들이대도 이러한 시스템은 도덕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소 사육은 영양과 소득이라는 유형의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람에게 소중한 무형의 혜택도 제공한다. 사람은 동물과 더불어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푸드 시스템은 자연처럼 반드시 자가 재생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동물을 무생물 생산단위로 취급하기보다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농장동물 사이의 깨진 계약을 복구할 때다. 공장식 축산을 없애고 생태농업 시스템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이 재생푸드시스템의 핵심에는 소를 비롯한 방목동물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의 존재와 역할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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