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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의 방식
저   자 : 베론다 L. 몽고메리(역:정서진)
출판사 : 이상북스
출판일 : 2022년 04월




  • 식물의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전략과 행동이 어떻게 적응에 능숙하면서도 생산적인 삶으로 이어지는지, 우리가 어떻게 식물에게 배울 수 있는지 전합니다. 식물에 대한 이해와 교감을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의 다른 생물을 더 잘 지탱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방식


    환경에 맞추어 자신을 조율하고 조절하기

    유치원에서 처음 경험한 과학실험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콩 모종이 자라는 단순한 과정을 관찰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식물의 놀라운 능력에 대해 배웠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식물의 능력에 경외심을 느낀다. 실험을 이끌어준 이는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각자 집의 창문턱에 콩 모종을 키우게 했다. 우리는 플라스틱 컵 바닥에 젖은 솜뭉치나 흙을 깔고 콩 몇 개를 넣은 뒤 매일 관찰해야 했다.


    몇 주 후 선생님은 우리 모두에게 모종을 가져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나는 우리의 모종들이 모두 다른 것을 보고서 놀랐다. 어떤 모종은 키가 작고 줄기가 튼튼한 반면 다른 모종은 키가 크고 가늘었다. 선생님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때가 내가 처음으로 식물의 본질적 특성(식물은 빛의 양뿐 아니라 모든 환경 조건에 정교하게 적응한다는 사실)을 접한 순간이다.


    식물은 빛의 이용 가능성뿐 아니라 수많은 환경 조건에 반응해 표현형 가소성을 보인다. 식물은 가뭄, 기온 변화, 공간과 영양소 부족 같은 스트레스에 반응할 수 있다. 일례로 각기 다른 조건에서 씨앗의 일정한 수확량을 유지하기 위해 콩은 식물 수확의 몇 가지 요소들, 즉 꼬투리 수, 꼬투리당 씨앗 수, 또는 개별 씨앗의 크기 중 어느 하나를 조절할 수 있다.


    콩의 형태와 물질대사 과정을 환경에 맞게 조절해야 하는 이유의 기저에는 콩과 식물의 에너지 예산이 있다. 콩 모종은 매일의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써야만 하는 일정량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 에너지는 여러 방식으로 분배될 수 있다. 새로운 잎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더 많이 써야 할까? 아니면 줄기를 신장시키는 데 더 써야 할까? 혹은 뿌리를 더 길게 자라게 하거나 꽃봉오리를 맺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우리의 월간 가계 예산을 계획할 때 하는 질문과 매우 흡사하다. 나는 집세를 낸 후에 식비에 얼마를 쓸 수 있을지 확인한다. 자동차 구매처럼 큰 지출을 해야 한다면 몇 달 동안 라면으로 점심을 때워야 할지 모른다. 결국 생활필수품을 살 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나는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식물이 더 많은 빛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 조절해야만 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자신의 에너지 예산을 조정하는 식물의 능력은 생존에 대단히 중요하다.


    식물은 자신의 환경에서 조건들을 감지하고 그에 반응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었다. 인간은 개인과 공동체로서 우리가 번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유용한 가르침을 식물에게 배울 수 있다. 콩 모종이 정확히 얼마나 많은 빛이 자신에게 닿는지, 어떤 영양분이 뿌리를 통해 흡수되는지 감지하듯이, 우리도 우리가 감지한 바를 의도적으로 되새기면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인지 숙고하며 우리 주변을 예민하게 인식해야 한다. 적절한 음식과 주거지가 있는가? 가족이나 친구, 직장으로부터 정서적·재정적·물적 지원을 받고 있는가? 이는 우리가 장단기적으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들이다.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장기 계획도 갖춰야겠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당장 대응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내가 배운 가장 큰 가르침 중 하나는 계획적인 자기 성찰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시간을 들여서 내가 처한 환경 조건을 인식하는 일은 중요하다.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자기 성찰을 위한 시간, 그리고 우리의 지금 행동들이 우리가 처한 현재 환경에 의미 있게 협력하고 있는지 가늠할 시간을 거의 내지 못한 채 바쁜 일상에 쫓길 때가 많다. 상황을 감지하고, 내가 처한 환경과 이용할 수 있는 자원 및 지원에 맞춰 조절하고 대응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찰의 시간을 우선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처리하고 진행해야 하는’ 필요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것은 식물의 환경 반응성과 유사하다.


    특정한 시기의 상황에 따라 콩은 더 길게 자랄지 뿌리를 뻗을지 결정해서 어느 한 부분에 자신의 에너지를 더 쏟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어떤 활동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할당할지 전략적 계획을 세우고, 현재 상황에 따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 내의 어디에서 더 큰 자원을 찾을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추가의 자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임금 인상이나 인사이동을 요청하거나 외식 대신 강좌를 수강할 수도 있다.


    햇빛과 영양소는 변함없이 고정된 것이 아니며, 우리 삶의 환경 또한 마찬가지다. 상황이 변했을 때 이를 인지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는 일은 중요하다. 아주 작은 콩 모종이 외부 상황에 맞추어 어떻게 자신을 조정하고 매번 다시 적응하는지 우리에게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 준다.



    경쟁하고 협력하며 친족 범위 넓히기

    정원사는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 찬 뜰이나 풍성한 수확을 꿈꾸며 씨앗을 뿌린다. 봄에 싹이 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땅에 무작위로 씨앗을 던지지는 않는다. 경험이 풍부한 정원사는 어떤 꽃과 채소를 심을지, 어떻게 무리를 나눠 심을지 신중하게 고민한다. 아주 세심한 정원사는 건강하고 협력적인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잘 자라는 ‘친한’ 종들을 선택하며, 주로 실내에서 발아시켜 모종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서리의 위험이 지난 뒤 모종을 실외에 옮겨 심고 나서도 여전히 할 일은 남아 있다. 사려 깊고 신중하게 어린 식물들의 공간 분포를 평가한 다음 몇몇 식물을 희생시켜 남은 식물들이 넓은 공간에서 자라면서 햇빛과 영양분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또 민들레와 돼지풀 같은 원치 않은 종을 제거하기도 한다.


    자연환경에서는 정원사의 손길이 없어도 도태가 일어난다. 일부 어린 식물은 시들어 죽거나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고 일부만이 자라서 성체가 된다. 참나무 모종들의 빽빽한 군락을 보고 나면, 생존을 위한 잔인한 투쟁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거쳐 묘목들의 경쟁은 완화된다. 그리고 경쟁뿐 아니라 놀랄 만한 방식으로 협력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백일초, 콩, 토마토, 참나무는 이웃한 식물과 곤충, 곰팡이, 박테리아가 친구인지 적인지 끊임없이 평가하고,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집중하는 최선의 방식이 무엇일지 선택하고 있다.


    식물은 에너지 투입과 관련해 예산을 의식한다. 그래서 필요 이상의 경쟁을 피한다. 식물은 가령 빛이나 영양분을 얻으려고 경쟁할 테지만 어디까지나 필요한 정도를 충족시킬 때까지만이다. 식물은 귀중한 자원을 불필요하게 사용하지 않기 위해 언제 경쟁을 시작하고 언제 중지해야 할지(제동을 걸어야 할지) 판단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식물이 충분한 자원을 확보한 후에도 계속 경쟁을 한다면, 미래에 필요할지 모를 에너지를 끌어다가 소모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식물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택할 수 있다. 협력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는 비용을 나눔으로써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어린 참나무는 이웃 식물이 친구인지 적인지 어떻게 평가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판단할까? 식물학자들은 수많은 식물 종이 감지-판단-결정 체계로 알려진 방식을 사용한다고 믿는데, 이는 동물학자들이 처음 고안한 모델이다. 꿀벌이 꽃을 찾아가는 것 같은 단순한 행동이 우리에게는 무작위적인 행동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벌이 꽃을 뚜렷하게 감지하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벌은 꽃을 감지한 후 꽃들을 구별하고,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인지 결정한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꿀벌이 시각적 신호, 심지어 매우 유사한 신호도 구별하는 인지 능력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과정은 식물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식물은 광수용체를 사용해 정보를 감지하고, 이는 전기 신호 혹은 일시적인 칼슘이나 호르몬 축적 같은 신호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 식물은 흔히 호르몬 감지를 통해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고 평가해 판단한다. 그리고 나서 유전자 발현을 변형시킴으로써 표현형을 바꿀지 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어 잎이 로제트형(잎이 줄기 가까이 방사상으로 자라는 형태-옮긴이)으로 자라는 조그마한 식물인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과학자들이 진행한 연구를 생각해 보자. 많은 애기장대 식물이 가까이에서 자랄 때, 잎들은 이웃한 식물의 잎에 그늘질 수 있다. 연구진은 애기장대가 자신의 잎끝이 이웃 식물에 닿으면 이웃이 바로 가까이 있음을 감지하는 것을 발견했다. 애기장대는 이웃 식물에 관한 이 정보를 사용해 어떻게 더 많은 빛을 얻을지 결정할 수 있다.


    많은 식물이 또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감지한다. 이 화합물들은 생장, 발달, 생식에 직접 사용되지 않는 2차 대사물이지만, 이 과정을 조절하는 호르몬들을 유도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동물만이 자기 인식과 혈연 인식 능력, 즉 조직이나 다른 개체가 유전적으로 동일하거나 자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험 결과 식물도 자신과 다른 개체뿐 아니라 친척도 인지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인지는 식물이 일상적으로 또는 잎을 뜯어 먹는 딱정벌레 같은 특정한 환경 신호에 반응해 생산하는 VOCs에 의해 흔히 이루어진다. 이 화합물들은 한 식물에서 같은 종과 다른 종을 포함한 또 다른 식물로 이어지는 소통뿐 아니라 식물과 곤충, 박테리아 같은 다른 분류군 개체와의 소통 수단도 된다.


    식물은 경쟁할지 협력할지를 결정할 때 다른 기능을 제치고 어느 한 기능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선택의 기회 비용을 신중히 따진다. 우리가 자신을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할 때(지금 일자리를 구해야 할까 아니면 먼저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할까)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활동의 기대 이익이 비용을 넘어설 때 식물은 행동 방침을 정한다.


    식물은 서로 근접한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몇몇 반응, 대체로 맞서서 경쟁하거나 혹은 협력, 내성, 회피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환경 신호에 반응해 에너지 예산을 민감하게 의식하여 대응한다.


    맞서서 경쟁하는 전형적 사례로는 빛을 얻기 위한 경쟁을 들 수 있다. 식물은 햇빛이 필요하므로, 그늘을 드리우는 이웃 식물의 존재에 극도로 예민하다.


    식물은 음지 회피 행동으로 알려진 경쟁 형태에 참여해 이 상황에 대응한다. 어린 참나무의 잎들이 이웃 식물의 그늘에 있게 되면, 생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의 생성과 축적이 활성화된다. 호르몬은 줄기를 길게 자라게 하고(발달 가소성의 한 형태), 음지에 있던 어린나무는 이웃 식물들보다 키가 커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다른 전략으로는 잎을 비스듬하게 위로 자라게 하고, 가지를 줄이고, 동시에 자원을 중심 줄기에 더 많이 보내며, 뿌리의 생장을 증가시킨다.


    잎이 지상의 빛을 두고 경쟁하듯 뿌리도 이용 가능한 영양소를 두고 경쟁한다. 연구진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것과 유사한 뿌리의 경쟁 과정을 밝혀냈다. 즉 식물은 이웃이 친족인지 낯선 식물인지에 따라 뿌리의 반응을 조절한다. 사구 식물인 오대호 지역의 서양갯냉이를 이용한 실험은 형제자매들 옆에서 자라는 식물이 낯선 식물 옆에서 자라는 식물보다 뿌리의 질량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친족과는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뿌리에 자원을 적게 배분할 수 있었다.


    식물은 다른 식물뿐 아니라 균류와 박테리아,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른 종의 무리와도 협력 관계를 맺는다. 식물은 수분(pollination)에 필요한 곤충을 유인하거나 곤충 포식자를 쫓아내기 위해 공기 중으로 화합물을 방출한다. 지하에서는 뿌리에서 분비된 물질이 협력 과정에 도움을 준다. 이 분비물 덕분에 식물은 자신의 근권(뿌리계 주변의 영역)과 그 영역에 서식하는 유기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물질은 식물이 영양소를 이용하도록 돕는 미생물을 유인하고, 친족을 인식하기도 한다.


    공생(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서로 다른 두 유기체 간의 상호작용)은 식물의 생장과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식물의 뿌리가 질소 고정 박테리아와 장기적인 상호작용을 유지한다. 식물은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질소에 접근하고 박테리아는 식물에서 당분을 얻는다.


    다른 중요한 공생관계로는 균류와 식물 뿌리의 공생이 있다. 이 관계에서 균류는 식물이 수분을 더 쉽게 흡수하고 질소 및 인산염을 얻도록 돕고, 식물은 균류에게 탄소 화합물 형태로 양분을 제공한다.


    우리는 식물이 다른 유기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하면서 지원과 협력 관계, 공동체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생화학자로서의 내 학문적 초점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넘어 멘토링과 리더십 같은 분야를 비롯해 내가 처음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 관심을 가졌던 분야에 강점을 지닌 사람들을 교류 범위에 포함함으로써 나만의 직업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 되돌아본다.

     


    다양성의 호혜적 이익을 인식하고 수용하기

    식물 군락의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생태적 지위의 상보성이라는 현상 덕분에 수많은 다양한 종이 평화롭게 공존한다고 밝혀냈다. 각각의 종은 조금씩 다른 생태적 지위(생활사, 자원의 이용, 다른 종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정의되는 군락 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각각의 종들, 그리고 한 종 내 각각의 유전자 변이형들조차 서로 다른 요구를 지니고 있으므로, 그 결과 식물은 특정 군락이나 생태계에서 자원을 최대로 이용한다.


    다양성은 개별 식물에 이익을 줄 뿐 아니라 다른 종의 고유한 능력과 행동은 집단에도 이익을 준다. 생물 다양성이 더 풍부한 생태계는 더 생산적인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생물량, 즉 더 많은 잎과 줄기, 열매, 기타 식물의 부분들을 생산한다.


    오늘날 상업 농업은 옥수수, 콩, 밀의 대규모 단일 재배로 특징지어진다. 이 관행 덕분에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과정은 더 수월해졌지만, 이 관행이 농작물을 재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전 세계의 토착 문화에서 농부들은 두 가지 이상의 작물을 함께 심는 사이짓기라는 기술을 오랫동안 사용했다. 자연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단일 재배가 아닌 몇몇 작물을 함께 심는 복합경작 방식이 생산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짓기는 종간 촉진으로 알려진 과정을 통해 개별 식물의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각각의 종에 속한 개체들은 자원을 얻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대신 자원을 나눌 수 있다.


    사이짓기의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는 ‘세 자매 농법’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경작 방식이다. 옥수수, 콩, 호박을 함께 심는 이 경작법은 수많은 북미 원주민 부족이 오랫동안 활용한 방식이다. 옥수수는 콩이 수직으로 자라도록 지지대 역할을 한다. 콩은 모든 작물의 비료 역할을 하는 질소를 이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해 제공한다. 땅 쪽으로 낮게 자라는 호박은 잡초의 성장을 억제하고 토양의 수분을 유지해 다른 두 작물에게 도움이 된다. 세 자매 농법 텃밭에서 복합경작 방식으로 자라는 식물들은 각각 단일경작 방식으로 재배되는 식물보다 더 많은 수확량을 보인다. 이러한 토착 농업 관행은 다양성을 통해 촉진되는 호혜적 관계의 긍정적인 결과를 잘 보여준다.


    식물학자이자 시민포타와토미부족연합의 정식 구성원인 로빈 월 키머러는 “호혜성의 교훈은 세 자매 텃밭에 분명하게 쓰여 있다”고 서술한다.


    모든 훌륭한 관계에서처럼 타이밍은 세 자매 농법의 잠재적인 시너지 효과를 활용하는 데 결정적이다. 플랜틴 바나나와 카사바의 사이짓기에 관한 연구는 각각의 종을 심고 그 종이 정착하는 순서가 복합경작 작물의 최종적인 생산성을 결정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는 세 자매 농법의 교훈을 뚜렷이 보여준다.


    세 자매 경작의 경우 옥수수가 먼저 나온다. 다음에 등장하는 자매는 콩이다. 혼자 발아하는 콩의 싹은 땅 가까이에서 자라며 다른 생물의 포식이나 약한 햇빛 등 생물과 무생물 요인으로 인한 피해와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옥수수 식물 옆에서 발아하면 콩은 옥수수 자매의 도움으로 문자 그대로 그리고 비유적으로도 위로 올라가게 된다.


    마지막에 셋째인 호박이 나타난다. 호박 식물은 넓은 잎을 흙 표면 가까이 펼치면서 빛이 들어오는 우듬지의 트인 공간을 찾는다. 낮게 뻗어나가며 자라는 호박의 잎들은 먼저 난 두 자매의 근계를 덮어 보호한다. 또 잡초가 자리 잡지 못하게 하고, 흙이 마르지 않게 하며, 잎에 가시가 있어 세 자매 식물을 먹이로 삼으려는 초식동물의 접근을 막는다.


    세 자매 텃밭을 관찰하다 보면, 우리는 세 식물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잎들의 간격을 유지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의 지하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유기체를 인식하는 관찰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지하에서도 세 자매 식물은 지상에서처럼 서로 지지하고 보완한다. 옥수수는 뿌리를 얕게 내려 토양의 윗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 아래 콩이 곧은 뿌리를 발달시켜 토양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호박은 이미 정착한 두 자매 식물의 뿌리가 차지하지 않은 곳에 뿌리를 내린다. 호박의 줄기가 토양과 맞닿는다면, 뿌리 이외의 기관에서 나오는 부정근(不定根)으로 알려진 뿌리를 발생시킬 수 있다. 틈새의 빈 곳에 자리 잡는 이 뿌리들은 호박의 생장과 존속에 도움을 준다. 부정근을 비롯한 다른 두 자매의 뿌리털은 토양의 이용 가능한 부분에 분포해 각각의 식물이 자원을 찾고 다른 식물과 관계를 맺게 한다.


    땅속에서의 이러한 협력은 지표면 위에서의 협력만큼 세 자매의 관계에서 중요하다. 공동 재배되는 식물들의 호혜적인 상호작용은 키머러가 표현한대로 “모든 선물은 관계 속에서 배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세 자매 농법은 다양한 환경에서 호혜성이 생산적인 생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공동체 내 상호작용의 이로운 효과를 두드러지게 하며, 소통을 촉진하고 성공을 지원하는 생태계에 기반을 둔 접근방식의 지혜를 제시한다. 세 자매는 협력의 힘과 호혜적 관계, 생태 지위 분할, 영양소나 자원의 순환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세 자매의 가르침은 공동의 가치에 대한 논의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드러나는 가장 크고 지속되는 가르침은, 특별한 기술을 가져와 고유한 방식으로 이바지할 잠재력이 공동체의 각 개인에게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독자적 인식을 기르고, 그러한 개인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키워야 한다. 또 이렇게 해서 받은 선물들을 환영하고 그 선물들이 공동체 전체에 어떻게 기여하고 공동체를 드높이는지 인식하는 공동체를 육성해야 한다.


    세 자매 텃밭에서 호혜적 관계의 본질은 우리 인간이 개인적·직업적·교육적 영역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확립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우리는 흔히 여타 요인 중 시간, 에너지, 자원을 두고 우리 존재의 영역들이 서로 경쟁한다고 여긴다. 우리가 특정한 영역에 소비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주로 우리가 이해한 보상과 의무에 의한 것이므로, 우리가 한 영역에 몰두하면 다른 영역에 쏟을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우리가 서로 경쟁하는 요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곡예를 하게 만든다.


    이 영역들이 서로 경쟁한다고 생각하는 대신, 서로 다른 작물을 함께 재배하면 생산성이 향상되듯 영역들의 통합, 즉 호혜적인 교차먹임(생물학적 상호작용의 한 유형으로, 한 종이 다른 종의 대사 산물에서 살아가는 현상-옮긴이)은 개인적 영역과 직업적 영역 모두에서 이익을 거둘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나는 교수로서 가르치고, 멘토로서 조언하고, 연구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내 책임들 사이에서 종종 갈등할 때가 있다. 내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낸 내용을 강의의 주요 자료로 활용하는 것처럼, 이러한 책무들에서 겹치는 부분을 발견하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활동들을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호혜성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개인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가 각각의 영역을 시간이나 에너지, 자원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가 아니라 책임이나 기회의 호혜적 영역으로 본다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각기 다른 우선순위가 생겨나고 더 새로운 기회들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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