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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저   자 :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 외(역:김현정)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21년 08월

  •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모기와 코끼리에 대하여

    어떤 사람도 사소한 일에 이유 없이 흥분하지 않는다. 흥분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흥분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우리를 화나고 분통 터지게 만드는 것, 혹은 당황하여 말문을 잃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기란 어려울 때가 많다. 지금 당장은 그저 모기만 보일 뿐이지만, 모기의 침은 그 사이에 우리의 영혼 깊은 곳까지 건드리기도 한다.


    지금부터 네 개의 짧은 일화를 이야기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불쾌한 감정 상태에 압도당했다가 여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수없이 좌절감을 느낀다. 다시 말해 기분이 상하고 오해받았다고 느끼며, 어떤 연결고리를 인식할 수도, 흥분을 통제할 수도 없다.


    네 개의 짧은 일화: 아주 사소한 계기에서 생기는 스트레스

    리사의 일화: 부당한 비난에 집착하다

    리사는 남편과 함께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녀는 이웃들과 늘 담소를 나누며 친하게 잘 지낸다. 저녁 10시, 그녀의 남편은 아직 퇴근 전이다. 리사는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다. 그런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린다. 깜짝 놀라고 당황한 그녀가 문을 연다. 옆집 여자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그녀 앞에 불쑥 얼굴을 내밀며 호통을 친다. “아니, 무슨 생각으로 이 시간에 드릴을 사용하는 거예요?”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드릴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요.” “그럼 아랫집이겠군요. 이 시간에 드릴이라니!”


    리사는 그녀에게 “미안해요”라고 말한 뒤 문을 닫는다. ‘드릴을 쓴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걸 옆집 여자가 믿어야 할 텐데.’ 리사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그녀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좀처럼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 그녀는 자신이 겪은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남편은 옆집 여자가 자신의 아내에게 부당한 비난을 퍼부은 사실에 몹시 화를 낸다. 그는 아내에게 내일 옆집 여자를 찾아가 따지라고 말하지만 리사는 한사코 거부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리사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는다.


    슈테판의 일화: 자동차는 멀쩡하다

    슈테판은 일을 마치고 주차해놓은 자신의 자동차로 가는 중이다. 그런데 먼발치에서 보니 다른 운전자 차를 빼면서 슈테판의 새 자동차 범퍼를 건드리고는 그냥 가려는 게 아닌가. 몹시 화가 난 슈테판은 한걸음에 달려가서 소리를 지른다. “당신 지금 뺑소니치려는 거요?” 상대방은 후방거울을 통해 슈테판을 보고는 차에서 내려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두 사람은 범퍼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아무런 흠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슈테판은 진정하지 못한다. “당장 보험사를 알려줘요.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요!” “원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차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건 당신도 알잖아요.” “그건 자동차 정비소에서 판단할 일이죠. 차 내부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잖아요.” 상대 운전자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차를 타고 출발한다.


    일주일이 지났고, 자동차 정비소에서는 차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이미 오래전에 확인해주었지만, 슈테판은 이 일에 대해 매우 화를 내며 친구들에게 하소연한다.


    안나와 페터의 일화: 양말에 짜증을 내다

    안나와 페터는 결혼한 지 3년째다. 오늘도 페터는 저녁 8시가 되어 기진맥진한 채 퇴근한다. “오늘은 어땠어?”라는 안나의 인사에 그는 그저 낮은 신음소리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는 코트와 재킷, 넥타이를 벗은 다음 안락의자에 푹 쓰러진다. 안나는 이런 행동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하루는 어땠는지 남편이 되물어주기를 기대해봤자 허사다.


    “이따가 침실에 있는 당신 양말이랑 신문들 좀 정리해주면 좋겠어.” 그러자 패터는 짜증난 목소리로 대답한다. “또 그 소리야? 좀 더 중요한 얘깃거리는 없는 거야?” 안나는 더 크게 또박또박 말한다. “중요한 얘깃거리가 없냐고? 당신은 집에 오자마자 신문을 펴잖아.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관심도 없고, 그보다 신문 경제란이나 기사가 더 중요하잖아.” 그는 마치 주름을 펴듯 손바닥을 이마에 갖다 댄다. 그리고 싸움을 피하기 위해 방을 어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일이 떠올라 화해하려고 애쓰며 말한다. “미안해. 오늘 아침에는 정말 바빴잖아.”


    세바스티안의 일화: 우울하게 시작된 휴가

    세바스티안은 아내 소피아와 함께 산장으로 겨울 휴가를 떠나는 중이다. 친하게 지내는 부부와 함께 산장을 빌렸다. 세바스티안은 지난 몇 달간 업무에 시달려 녹초가 되었다. 세바스티안은 끊임없는 회사의 요구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다른 동료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때 그의 아내가 며칠 전에 먹을거리에 신경 좀 써달라고 부탁했던 일이 떠오른다. 산장 주변에는 마트도 음식점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휴가 가기 전에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던 세바스티안은 아내의 부탁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부랴부랴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친구는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너희들한테 필요한 건 너희가 직접 사. 우린 필요한 물건을 벌써 다 샀어.” 세바스티안의 기분이 갑자기 우울해진다. 그는 왠지 모르게 실망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또다시 피로감이 몰려오고 즐길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전화기 너머로 직원 중 한 명이 휴가를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해서 세바스티안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꼭 맞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준다. 마음이 가벼워진 직원은 세바스티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전화를 끊는다. 세바스티안은 전화를 끊으면서 피로감과 우울한 기분이 사라졌음을 느낀다. 그는 다시 친구 부부와 어울리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에게는 모기, 누군가에게는 코끼리

    눈에 보이는 원인과 숨은 원인

    표면상으로 볼 때 크게 힘들이지 않고 순전히 객관적인 수준에서 제거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단순하다고, 말하자면 ‘모기’라고 일컬을 수 있다. 이를테면 페터는 크게 애쓰지 않고도 자신의 양말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양말이 아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인식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크게 흥분하는 원인이 명확하다면 누구나 사정은 다르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충분히 해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명백한 무시나 경멸, 반복되는 불공평한 처우, 심각한 손해, 객관적으로 위협적인 사건, 현재의 과중한 업무, 계속 축적되는 화나는 일, 해결되지 않은 산더미 같은 과제, 갑자기 생긴 걱정, 신체적 통증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부담은 스트레스를 의미하며 우리를 신경질적으로 만든다.


    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이 엉망이 되고 우리는 그저 스트레스만 받는다. 따라서 흥분의 원인은 인식하기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으며, 현재 또는 최근에 일어난 일이거나, 시간의 층 아래에 깊이 감춰져 있을 수도 있다. 오래된 것과 새것,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은 종종 섞여 있지만 이러한 상이한 생성 조건을 명백하게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흥분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위험을 저지른다.


    불쾌한 감정은 우리 몸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신체적 통증과 비교할 수 있다. 우리는 이 통증이 왜 생겼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불쾌감이 엄습한다면,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찾아가는 것보다 먼저 여러분 자신이 지나온 흔적을 탐색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코끼리

    긍정적 발전을 위한 기본욕구의 충족

    모든 것이 그대로 있으면 편안해진다. 가장 중요한 우리의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반면 불쾌한 감정은 그렇지 못할 때 일어난다. 우리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언제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더 쉽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날 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이때 어떤 욕구가 좌절되거나 위협당할까? 인간의 일반적인 기본욕구는 도대체 무엇일까? 기본욕구는 코끼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본욕구는 인간관계 영역에 자리 잡고 있다. 몇몇 기본욕구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존재하며, 또 다른 기본욕구는 나중에 생겨나서 문화적 영향에 따라 개별적인 특성을 갖는다. 기본욕구는 특히 아동기에 충족되어야 건강하게 발달한다.


    몇 가지 소망이 충족되면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행복은 본질적으로 여기에 달려 있지 않다. 기본욕구는 이와 다르다. 즉 기본욕구가 지속적으로 충족되지 못하면 마음의 평정은 위험에 처하고, 그 결과 신체적 건강도 위협받는다.


    따라서 기본욕구의 충족은 행복의 토대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기본욕구를 바탕으로 구축된다. 사랑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압도당하거나 오해를 받는다고 느낄 경우, 이는 우리의 감정 상태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이 세상에서 환영받고 있음을 느끼고, 사랑이 응답받고, 행동이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불쾌한 경험을 피할 수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상적인 삶의 과정

    인간 상호 간의 기본욕구와 함께 우리가 생존하는 데 직접적으로 필요한 생리적 욕구도 기본욕구에 속한다. 즉 먹고 마시는 것, 피로를 회복해주는 수면, 숨을 쉬기 위한 깨끗한 공기, 추위나 신체장애를 막아주는 수단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거나 위협받으면 당연히 다른 욕구도 가치가 떨어진다. 이를 일종의 ‘욕구 위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이미 1950년대에 건강한 발달과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을 단계모델로 표현했다. 매슬로는 ‘낮은’ 욕구와 ‘높은’ 욕구를 구분했는데, 이는 가치에 따른 평가가 아니라 다양한 욕구가 점차적으로 전개되는 발전 단계를 표현한 것이다. 높은 단계의 욕구는 하위단계에 있는 욕구가 채워져야만 충족된다. ‘낮은’ 단계의 욕구는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며, 전반적으로 충족되면 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


    어느 한 단계의 욕구가 심각하게 결핍되면 아무 문제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좌절된 욕구를 충족하려는 굶주림은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덧붙여 말하자면 높은 단계의 욕구(인정 욕구)에 손상을 입으면 가장 낮은 단계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경향(‘좌절감 때문에’ 먹는 행위)이 있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결국 문제가 생긴다.


    아동기에 여러 단계의 욕구 중에서 어느 단계의 욕구가 좌절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장면은 기억할지라도 그 당시에 자신이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왜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롭게 두었는지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거나 흥분할 때 그 이유를 과거의 일과 연관 짓기가 어렵다. 



    당신의 기본욕구를 알고 있는가

    당신에게 ‘삶의 질’이 의미하는 것

    여러분은 이미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확히 무엇이 나의 삶의 질을 결정하며,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삶의 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개인의 행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가치나 개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설정되어 있다면 아마도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기 자신을 잘 보살피지 못하는 상태일 것이며, 미래의 행복에 대한 기대로 자신을 달래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가치와 당위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며 평생동안 우리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자기 돌봄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어떤지, 앞으로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거의 묻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결정한 당위 가치를 아무 성찰 없이 우리 내면의 좌표 시스템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먼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우리는 그 반대를 요구하는 지침에 더 익숙하다. 이를 테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를 묻지 말고!’ 같은 지침들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삶의 만족에 대해, 가치 체계에 대해, 우리의 자기이미지에 대해, 혹은 가장 중요한 욕구에 대해 매년 우리와 함께 대화 나누는 일에 소명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시간을 내서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친구, 걱정이나 규범을 핑계 삼아 우리가 추구하는 길을 막지 않는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다.


    당신의 삶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

    견고한 유대관계

    이 욕구는 삶이 시작할 때부터 존재하는 근본적인 욕구다. 부모가 우리를 ‘사랑’으로 대하고 우리에게서 사랑을 빼앗아가지 않는다면 가끔 우리가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더라도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된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게 되며, 안정된 유대관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이 기본욕구는 자녀나 부모 혹은 배우자에 대한 사랑 외에도 오랜 우정이나 신뢰감이 두터운 동료 사이에서도 충족될 수 있다. 이러한 유대관계는 자발적 의지에 더 깊이 근거할수록 더욱 만족스러워진다. 반면 어쩔 수 없어서 유지되는 유대관계는 자유롭지 않으며 다른 욕구들, 이를테면 안정이나 보살핌과 같은 욕구를 우선적으로 충족시킨다. 보호와 안전, 소속감, 이해와 같은 다른 욕구는 견고한 유대관계에 대한 욕구에 귀속될 수 있다.


    ‘소속감’ 욕구의 충족 여부는 다양한 경험에 근거한다. 우리는 부모에게 환영받는 존재였는가? 부모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전념했는가? 부모는 때때로 우리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룰 수 있었는가, 혹은 그럴 의지가 있었는가? 나중에 시간이 흘러 우리의 자아를 다른 사람과 구분하는 법을 배웠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더 몰입하고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었다고 느낀다. 그러면서 ‘우리’라는 감정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이해받았다는 경험은 다른 사람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능력 발달의 토대가 된다. 지속적으로 자신이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낀 사람은 뒤로 물러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거나 이해받으려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투를 벌인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을 때 유익한 해결책이 아니며, 견고한 유대관계에 대한 욕구를 위협한다. 어떤 사람들은 조화와 일치를 찾기 위해 지나친 노력을 하는데, 그 대가로 종종 자신의 자율성을 상실한다. 조화를 가장 중요한 욕구라고 생각했겠지만, 엄밀히 생각해보면 이는 그저 인간과의 유대관계를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보호 프로그램일 뿐이다.


    인정과 존중

    서로 짝을 이루고 있는 인정과 존중은 자존감과 자신감 발달을 위한 토대다. 우리는 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상을 우선적으로 애착인물에게서, 다시 말해 우리와 정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에게서 찾는다. 뿐만 아니라 이 욕구는 수많은 다른 인간관계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며, 친구들 사이에서나 선행을 할 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아동기에 인정과 존중이 결핍되면 약점을 남긴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무시당한다고 느끼면 이 약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마땅히 들어야 하는 칭찬을 못 듣거나 사람들이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주지 않거나 이웃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거나 배우자가 자신의 부탁을 무시할 경우, 이것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인정에 대한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중요도를 매우 다르게 평가한다. 어떤 사람들은 중심 자리를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마치 인정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처럼 얌전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획득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동등한 대우와 공평함

    공평함은 높은 윤리적 척도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므로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살아가면서 이를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실에서는 서로 가지려고 쟁탈전을 벌이고,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여 보수를 지급하며, 부당하게 세금을 징수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자금을 둘러싼 싸움이 끝없이 벌어지고 있다.


    공평함과 동등한 대우에 대한 욕구는 살면서 공평함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이것이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에서 충족되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특히 큰 관심사일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갖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결코 당연한 문제는 아니다. 동등한 대우와 공평함의 이념은 현존하는 불평등, 즉 권력관계, 재산, 성별, 국적, 교육, 재능, 연령에 따라 생겨나는 불평등과 긴장관계에 놓여 있다.


    이러한 기본가치를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기본욕구에 끼워 넣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 기본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자존감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공평한 대우나 불평등을 경험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이는 종종 약점을 남긴다.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 분배가 말하는 것

    “안타깝지만 그럴 만한 시간이 없어!” 라는 말은 뭔가를 기꺼이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자주 하는 불평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때에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쓸지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확실한 사실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자신의 시간을 직접 분배하고, 무엇에 시간을 쓸지, 혹은 무엇에 시간을 쓰지 않을지 직접 결정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간 분배를 할 때 본인이 스스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피할 수 없게 느껴지는 외부적 강제에 따라 순서가 결정되곤 한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시간 부족과 시간적 압박을 느낀다.


    A4 용지에 큰 원을 그리고 당신이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는 내용으로 구획을 나누어본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주일 동안 전형적으로 하는 일을 기입해본다. 여러분이 학교에 다닐 때 만들었던 시간표나 일과표를 생각하면 된다. 여러분이 하는 행위를 여러 영역에 배치해본다.


    세바스티안의 시간 및 에너지 원그래프를 살펴보자. 세바스티안은 이 그래프를 설명할 때 이마에 주름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는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처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최소 15퍼센트)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하고 있는가? 아마 자신의 시간 및 에너지 원그래프를 보았을 때 이 칸은 왜 이렇게 클까, 혹은 저 칸은 왜 그렇게 작을까, 또는 왜 그것은 도표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잠길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당신이 이를 모두 깊이 생각했다는 점이다. 에너지를 잡아먹는 몇몇 요인이 당신의 개인적인 만족에 거의 기여하지 않으며, 반면 당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다른 영역들이 등한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시 한 번 에너지 원그래프를 그려보자. 이번에는 당신의 소망대로 에너지를 분배한다. 그것이 정말 현실적인지, 아니면 너무 이기적이라고 여겨지는지는 상관하지 말고 각각의 요소를 분배해 보려고 노력한다. 그 다음에 소망과 현실을 비교해본다. 현재의 에너지 분배가 당신에게 충분한 만족감과 삶의 기쁨, 행복한 순간을 마련해주는가? 당신은 어디에서 변화를 바라는가? 어디에서 부족함을 느끼는가?


    자신의 기본욕구를 아는 것, 그 기본욕구의 충족도와 중요도는 우리가 삶에서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이는 마음의 평정을 위해서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는 또다시 긴장을 유발하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활성화되는 자기보호 프로그램도 많은 에너지를 힘겹게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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