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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저   자 : 홋타 슈고(역:윤지나)
출판사 : 서사원
출판일 : 2021년 07월
  •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생각을 많이 하는 이유·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방법

    인간의 행동원리 _ 애초에 세상은 불안으로 만들어졌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했다. 현대 사회는 기술, 테크놀로지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시대가 됐다.


    세상은 이렇게 급변했지만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의 행동원리다. 행동원리란 간단히 말하면 ‘생물은 무엇에 의해 움직이느냐’이다. 생물학과 심리학이 합쳐진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원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은 모두 ‘불안’에 의해 움직인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불안’이라는 기능을 이용해 살아왔다. 불안 때문에 새로운 것을 경계하고 우위에 서고자 하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편하고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한다. 즉, 두려워하는 마음도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의욕도 모두 ‘불안’ 때문에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메커니즘은 구석기시대부터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화살촉을 열심히 깎던 고대인도 만원 전철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현대인도 마음의 메커니즘이나 기능은 같다.


    크게 달라진 것은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다. 현대에는 생활용품이나 전자제품,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은 안전한 집 등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어디에나 있지만, 수십만 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는 사소한 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요즘은 소독하고 반창고만 붙이면 금방 낫는 상처도 과거에는 치료를 받지 못해 파상풍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긴장을 풀면 죽는 시대였다. 그래서 일상 속 작은 변화나 이질감에도 긴장하고, 그것이 위험한지를 끝까지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하며 경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먹을 것을 찾아 사냥을 갈 필요도 없고 비바람을 피할 집과 난방 기구도 있다. 필요한 것은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바로바로 살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집으로 배송되기도 한다.


    목숨을 잃을 위험성이 줄어든 요즘,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걸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우울하거나 인간관계에서 생긴 문제로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을 것이다. 때론 돈 걱정에 낙심하고 불안한 미래와 관련된 뉴스를 보며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할 것이다.


    ‘중세 사람들이 평생 가야 모을 수 있었던 정보가 지금은 하루면 충분히 모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정보의 양이 많아진 현대에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나 타인의 언동 또는 부정적인 정보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여기에 부정적인 정보에 우선적을 주목하는 ‘부정적 편향’이라는 사람의 특성도 한몫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뇌가 정보를 다 처리하지 못하고 생각할수록 불안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생물은 몇만 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해 왔다. 급격하게 문명이 발달한 수천 년은 인류의 20만 년 역사에서 보면 고작 몇 분 전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진화가 따라갈 수도 없고 아직까지 뇌와 몸 모두 순응하지 못하고 있다. ‘불안해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불안해하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야지’라고 생각하자.


    걱정 많은 인간의 성향 중 하나인 ‘불안’은 지금의 고도(高度) 사회를 탄생시켰다. 과거의 장수도 현대의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도 세계를 무대로 대단한 성과를 내며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 모두 불안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불안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화해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사람들이다.


    망각력 _ 지금의 불안, 1년 후엔 기억하지 못 한다

    어제 저녁에 뭘 먹었는지 기억하는가? 그저께 저녁, 3일 전 저녁, 길게는 일주일 전, 한 달 전에는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이렇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질문일수록 대답하기가 어려워진다.


    19세기 독일의 심리학자인 에빙하우스는 사람의 기억에 관한 연구를 통해 ‘망각곡선’이라는 이론을 남겼다. 이 이론은 일반적으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경과될수록 사람의 기억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한 것이다.


    에빙하우스는 ‘자음, 모음, 자음’으로 이루어진 의미 없는 세 개의 알파벳을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기억하게 한 다음, 그 기억이 얼마 만에 잊혀지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알파벳을 기억한 지 20분 후에 절반에 가까운 내용을 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경과될수록 남은 기억도 점차 잊어버렸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분 후 기억한 내용의 42%를 망각한다.

    -1시간 후 기억한 내용의 56%를 망각한다.

    -7일 후 기억한 내용의 77%를 망각한다.

    -30일 후 기억한 내용의 79%를 망각한다.


    한 달만 지나도 기억한 내용의 80%를 망각하는 것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란 말처럼 사람은 실제로 잘 잊는다.


    지금 사로잡혀 있는 기분이나 고민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게 된다. 바꿔 말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사소한 고민에 빠져 보내는 시간은 쓸모없는 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중요한 일은 잊지 않게 기록해서 남기면 되고 그렇지 않은 일에는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망각은 과거의 불필요한 정보를 깔끔하게 지우고 현재 새로운 정보에 대응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기 위해서 망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불안에서 냉정으로

    냉정한 사고 _ 감정이 흐트러졌을 때는 마음속으로 10을 세자

    화는 평소 우리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모든 분쟁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연구에서는 화와 초조함을 행동으로 표출하면 더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좋다.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10을 세자. 이때 1, 2, 3을 세면서 숫자에 집중해야 한다. 숫자 세기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엘리 핀켈 연구진이 화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방법이다.


    화나는 일이 생기면 우리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얼굴이 빨개지거나 혈압이 높아지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도 신경전달물질 때문이다.


    뇌에는 이 화를 억제하는 기능이 갖춰져 있다. 이는 주로 전두엽이 담당하는데,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감정의 폭발을 냉정한 사고로 가라앉혀 준다. 단,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고 나서 대략 4~6초 정도 지나야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쉽게 말하면 감정이 생기고 난 뒤 4~6초만 잘 참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사물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마음이 무거울 때는 그 기분에 빠져 있지 말고 먼저 숨을 깊게 ‘후~’ 하고 내쉰 다음 천천히 10을 세자.


    감정을 가라 앉히는 행동으로는 숫자를 세거나 세 번 심호흡을 하거나 물을 마시거나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단, 미리 감정을 가라앉힐 행동을 정하고 항상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를 ‘조작적 조건화’라고 한다. 뇌는 같은 조건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패턴화되는 성질이 있다. 즉, ‘감정이 흐트러졌을 때는 10을 센다 = 냉정해질 수 있다’는 공식이 생기면 효과적으로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 이것은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에 하는 루틴과 같은 원리이다.


    변연계와 신피질 _ 불안한 감정을 글로 쓰면 마음이 안정된다

    소원이나 고민을 글로 쓰면 좋다고 한다. 혹자는 이 말이 근거 없는 정신론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인지행동요법’으로 쓰이는 방법이며, 특히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제라르드 라미레즈와 시안 베일록은 2011년 <사이언스>지에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는 실험이었는데 ‘예비 시험’을 먼저 본 다음 ‘본 시험’을 보는 순으로 진행됐다. 본 시험을 볼 때는 학생들이 불안이나 중압감을 느끼도록 다음과 같은 장치를 마련했다.


    시험 내용은 예비 시험보다 난도가 높으며 점수에 따라 돈을 받을 수 있고, 시험 보는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한 뒤 나중에 교원과 학생이 함께 촬영 영상을 본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시험을 보는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시험 시작 전 10분 동안 각각 다른 행동을 하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A그룹

    -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쓰는 B그룹

    -지금 기분과 전혀 상관없는 것을 글로 쓰는 C그룹


    실험이 끝난 뒤 각 그룹의 정답률을 예비 실험 결과와 비교해 보았다. 우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A그룹과 지금 기분과 전혀 상관없는 것을 글로 쓰는 C그룹의 정답률은 예비 시험과 비교했을 때 7%가 떨어졌다. 반면 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쓴 B그룹의 정답률은 4% 높아졌다. 중·고등학교 내신 시험, 대학 입시, 자격시험 등은 근소한 점수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나뉘기 때문에 이 정답률의 차이는 상당히 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이나 생각을 글로 쓰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걸까? 부정적인 감정은 뇌의 ‘대뇌변연계’라는 부분에서 생겨난다. 이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생각하는 뇌’인 ‘대뇌신피질’이다. 즉,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이 대뇌신피질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불안한 감정이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은 ‘사고를 통해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분석 중에는 대뇌신피질(그중에서도 특히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즉, 불안을 글로 쓴 B그룹은 사고를 통해 불안한 감정을 분석하는 동안 전두엽이 활성화돼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집중의 힘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 _ 추억에 잠기면 뇌는 노화된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기무라 데쓰야 연구진은 과거의 기억을 장시간 떠올리면 그 기억이 뇌에 저장될 때 ‘타우’라는 단백질이 축적되기 쉽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에 축적된 타우 단백질은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장시간 추억에 잠기는 일이 잦을수록 뇌가 노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타우는 나이가 들수록 축적되는 양이 늘어난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 축적되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실험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회상할 기회가 많아져서 타우의 축적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옛 친구들을 만나 가끔씩 ‘그때가 좋았지’라며 회상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늘 옛 생각에 잠겨 있으면 심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면 과거를 떠올려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학창 시절 동아리 활동 이야기나 일과 관련된 무용담 등 말이다. 개중에는 10년, 20년 전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잘 해냈으니까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을 거야!’라며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는 차원이라면 모를까, ‘그때는 좋았는데...’라며 연연하거나 ‘그때 비하면 지금은...’이라며 절망한다면 큰일이다. 새로운 자극과 스트레스에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새로운 것에 도전할 필요는 없지만 뇌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그것이 경험이 됐든 인간관계가 됐든 말이다.


    자신이 옛 생각에 잠기거나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고 불안한 상상만 하는 편이라면 가능한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행동과 경험에 시간을 쓰도록 노력해 보자.


    낡은 기억을 잊는 데는 새로운 행동이 효과적이다. 미국 노터데임대의 가브리엘 라드반스키 연구진은 사람은 문지방을 넘어서면 잘 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테이블 위에 놓인 장난감 블록을 다른 테이블로 옮기게 하는 실험을 했다. 이때 참가자들을 다른 방으로 이동시킨 뒤 방금 전에 어떤 블록을 옮겼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잘 하지 못했다.


    이는 ‘문을 연다’는 새로운 자극으로 인해 뇌의 단기 기억이 자극을 받아 직전의 기억이 지워지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즉, 중요한 것을 생각할 때는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 게 좋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새로운 행동을 하면 낡은 기억을 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를 들어 기분이 언짢은 일이 있을 때 행동을 하면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 기억도 마찬가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마이클 C.앤더슨 연구진은 새로운 것을 배우면 낡은 기억을 잊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과거를 살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뇌의 관점에서는 좋은 일인 것이다.



    태도가 긍정적이어야 하는 이유

    행복의 조건 _ 75년의 추적 연구로 밝혀진 행복과 건강을 향상시키는 한 가지 방법

    ‘사람들의 고민 중 90%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있다. 하버드대가 추진 중인 성인발달연구를 위해 조지 베일런트 연구진이 실시한 조사이다. 연구진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남성 그룹과 보스톤에서 자란 가난한 남성 그룹 약 700명을 추적 조사했다. 이 연구는 무려 75년 동안 대상자를 추적하여 행복도와 그 요인에 대해 조사했다. 긴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행복과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이다.


    인간의 행복과 건강은 집안, 학력, 직업, 주거 환경, 연수입, 노후자금의 유무가 아니라 인간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단 한 명의 친구라도 좋으니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지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대인관계가 좋은 상황에서는 긴장이 풀려 뇌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심신의 고통이 완화되는 반면에 고독을 느끼는 사람은 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부자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이치 의과대 마쓰나가 마사히로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18~25세의 실험자에게 연구진이 준비한 스토리를 읽으라고 지시한 다음 타액 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의 양을 측정했다.


    스토리는 생에 이벤트나 인간관계를 소재로 한 소설로써 실험자가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생애 이벤트 내용은 긍정적, 중간, 부정적 세 종류였고 인간관계를 다룬 소설도 긍정적인 친구, 부정적인 친구, 친구가 없는 경우의 이야기였다. 스토리 조합은 참가자에 따라 다르게 구성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의 행복도를 가장 많이 높여 준 스토리는 ‘긍정적인 친구’가 등장하는 조합이었다. 생애 이벤트가 부정적이더라도 밝고 행복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한편 부정적인 친구가 있는 경우에는 친구가 없는 것보다 행복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행복한 기분이든 불안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든 상대가 발산하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 그래서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인생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관계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경우가 많아 ‘관계를 유지하면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에 만남을 이어가거나 허세나 체면 때문에 만남을 유지하는 관계도 있다. 억지로 이어가는 인간관계는 의미가 없을뿐더러 행복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러니 괜한 데 신경 쓰지 말고 긍정적인 친구와 함께 지내면서 스스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출 수 있게 노력하고 만족할 만한 인간관계를 만들기 바란다.


    앞에서 소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인생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재산, 연애, 직위, 사회적 지위 등은 순간의 불안을 떨쳐 주는 것에 불과할 뿐 본질적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뇌, 몸, 마음의 관계

    행복 추구 _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정신에 좋다

    사람은 불안이라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나 쾌적함, 상쾌함을 추구하게 된다. 그럼 매일 행복한 일만 있는 사람은 진짜 행복할까?


    스페인의 폼페우파브라대 조르디 쿠아드박 연구진은 37,000명을 대상으로 행복과 감정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기쁨, 경외로움, 희망, 감사, 사랑, 자존심 등 아홉 가지의 긍정적인 감정과 분노, 슬픔, 두려움, 혐오, 죄악감, 불안 등 아홉 가지의 부정적인 감정을 각각 얼마나 경험하는지 묻고, 경험한 감정과 현재의 행복감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고 행복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편하거나 기쁜 일만 경험하는 것이 행복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라고 보고했다.


    매일매일 즐겁고 편하기만 하면 감각들은 마비가 된다. 긴 휴가도 처음에는 즐겁지만 너무 길어지면 무감각해지고 피로감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평소 큰 슬픔이나 억울한 감정을 경험하기에 기쁜 일이 생기면 감동을 배로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힘든 일을 겪다가 이상적인 환경을 만나면 감사한 마음도 커지게 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카네만은 행복에는 ‘만족감’, ‘성격적 특징’, ‘감정’, ‘감동과 흥분’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가 있고, 단순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기쁨을 추구하려는 일은 일시적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만 행복감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는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행복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이걸 하면 행복해질 거야’라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돈, 취미, 인간관계 같은 것으로 행복감을 채우려는 것은 한 순간의 도피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최고라서 행복해’, ‘누구 아래라서 불행해’라는 상대적인 행복도 본질이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삶을 살면서 생긴 자신만의 척도이다. 그런 의미로 타인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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