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거부자들
 
지은이 : 조나단 M. 버만(역:전방욱)
출판사 : 이상북스
출판일 : 2021년 05월




  • 이 책은 19세기 초부터 오늘날의 소셜 미디어 전쟁에 이르기까지 ‘백신 거부 운동’의 전모를 보다 완벽하게 제공하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의 건강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위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우 복잡하며, 잘못된 정보로 인해 진정 어떤 결정이 옳은지 모호해지고 흐려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지 그 작동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독자들에게 이미 노출되었을 수 있는 여러 잘못된 정보들에 대한 대책을 제공한다. 백신을 맞아야 할지 맞지 말아야 할지 경계선에 선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는 내용이다.


    백신 거부자들


    백신 이해하기

    우리는 우선 백신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때때로 백신 접종을 하나의 작용으로, 백신을 하나의 실체로 취급한다. 물론 이것은 완전히 정확한 것은 아니다. 백신에는 하나 이상의 종류가 있으며, 백신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또는 동물 기생충에 의해 야기되는 전염병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암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백신은 여러 가지 다른 물질로 구성될 수 있고 서로 매우 다른 환경에서 투여될 수 있다. 그러나 백신 거부 운동이 종종 백신 접종을 하나의 행동으로 논의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에 대한 우리의 논의 역시 때때로 그 언어를 채택하여 운동의 주장을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백신은 병 자체를 일으키지 않고 병을 유발하는 행위자(병원체)에 대한 면역을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면역은 병을 유발하는 생물체와 물질, 그리고 암세포에 대한 방어를 모두 일컫는 말로 우리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면역계는 우리를 보호하는 효율성 면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불완전하다.


    신체의 면역 기능에는 선천적 면역계와 적응적 면역계라는 두 종류가 있다. 두 종류의 면역계는 종종 함께 작용하여 감염에 대항한다. 선천적 면역계는 일반적으로 침입과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에 반응하며 질병에 미리 노출될 필요가 없다. 적응적 면역계는 특정한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을 인식하고 그들의 존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백신 접종은 적응적 면역계를 이용한다. 이 면역계는 인체가 이미 접한 감염을 인지하고 이를 신속하게 방어함으로써 일단 감염이 없어지면 감염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한다. 적응적 면역계의 세포 유형은 T세포와 B세포로 나뉜다.


    백신은 스스로는 질병을 일으킬 수 없는 면역 생성 구조를 신체에 넣음으로써 작동한다. 그것은 죽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조각일 수도 있고, 독성이 약한 생물체의 변형된 형태일 수도 있으며, 인간을 감염시킬 수 없는 관련 생물체일 수도 있다. 이것들은 기억 B세포를 만들지만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병원체에 처음 노출되면 면역계는 일주일에 걸쳐 항체를 증산한다. 이후에 다시 노출되면, 그 반응은 더 빠르고 더 특이적으로 몇 시간 안에 항체 생산을 증가시킬 것이다. 면역된 사람이 천연두와 같은 질병에 노출되면 항체가 빠르게 생성되어 침입자가 패배하기 때문에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최초의 백신 거부 운동

    백신 접종에 대한 초기의 반대는 사회 계급, 개인의 자유, 개인적·집단적 권리, 그리고 건강과 의약에 대한 생각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수십 년 동안 백신 접종에 대한 아이디어를 싫어했지만, 영국 정부가 백신 접종을 명령하기 전까지는 백신 접종에 대한 조직적 거부가 흔하지 않았다.


    당시 경제적으로 빈곤한 계층은 깨끗한 물을 얻거나 상처를 치료하기가 힘들었고, 백신 접종을 통해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었다. 신체의 온전성을 통해 건강이 유지된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의무적인 백신 접종을 국가가 개인적인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식민지에 살던 사람들은 대개 백신을 단지 인구를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여겼다. 사람의 몸은 개인의 자유가 국가의 커져가는 권위에 대항하는 최후의 전쟁터였다.


    그 시대에 널리 퍼진 백신 거부 정서는 대부분 1854년에 나타났는데, 이때 대지주였던 존 깁스(John Gibbs)는 <최근에 제안된 입법에 의해 침해받은 우리의 의학적 자유 또는 주체의 개인적 권리: 백신의무접종법, 의료 등록 및 개혁 법안, 그리고 메인법에 대한 의심스러운 관찰>(Our medical liberties, or The personal rights of the subject, as infringed by recent and proposed legislation: compromising observations on the compulsory vaccination act, the medical registration and reform bills, and the Maine laws)이라는 소책자를 출판했다. 그는 의무적인 백신 접종도 간략한 명칭의 법들도 찬성하지 않았다.


    깁스는 1853년 백신접종법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며, 의료 거래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사람들을 자신의 건강에 대한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어리석은 존재로 취급했으며, 의사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관행을 의무화했고, 어떤 개별적인 사례들에서는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공격했다. 그의 소책자에 나타난 주장과 현대의 백신 거부자들이 하는 주장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깁스는 현대 과학 지식의 관점에서 볼 때 근거가 미약한 주장을 계속했다. 그는 인간 생물학(그리고 질병)의 기본 성질이 간헐적으로 변했고 따라서 질병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쓸모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연두에 대한 보호 효과와 상관없이 백신 접종이 “일반적으로 체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백신 접종이 인체의 아주 중요한 저항력을 낮추고 다른 형태의 질병에 걸리기 쉽게 만들거나 아니면 그 질병을 도입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백신 접종이 의료 거래에 도움이 되었다는 그의 비판은 목욕하거나, 마시거나, 물을 주입하거나, 신체의 여러 부분에 바르는 등 일종의 돌팔이 의학인 수치료법(hydropathy)을 하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 시대의 위생 관행을 고려할 때, 목욕을 권한 것은 아마도 그가 가졌던 최악의 생각은 아니었지만 천연두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오늘날에도 비슷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과학 기반 의학은 독점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데 반해 그 주변적인 ‘대체’ 의료 종사자들은 증거에 기반하지 않은 방법으로 의료에 접근한다.


    백신 접종이 발달하던 동시대에 통계학(statistics)이라는 새로운 과학도 발달했다. 현대의 통계학은 여러 가지 잘 이해된 방법과 결과를 공식화하는 방법을 가진 나름의 수리과학이다. 통계학은 국가들이 분석을 위해 국가에 살고 있는 인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서 시작되었다. 통계학이 해결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검정하고자 하는 모든 모수(數, 추측통계학에서 모집단의 특성을 나타내는 값-옮긴이)로 모집단의 전 구성원을 조사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지 알고 싶다면, 미국의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일부 사람들을 조사해 추정치를 얻을 수 있다. 통계학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조사할 것인지, 결과가 미국 전체 인구를 대표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결과를 얼마나 신뢰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통계학은 잘못 이용될 수도 있고 잘못된 신념을 심어줄 수도 있다. 종종 복잡해 보이는 통계학의 방정식과 기호는 통계학 훈련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빠르고 간결하게 의사소통하는 데 사용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어리둥절하게 하고, 믿지 못하게 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 깁스의 소책자는 후자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과학자들이 흔히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라고 하는 일종의 편향인,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만을 선택함으로써 그는 겁주는 경향을 암시할 수 있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사이의 혼동이라는 방식을 통해 특정 도시에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 것을 백신 접종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이와 같이 통계 정보를 잘못 전달하는 동일한 수단들을 현대의 백신 거부 운동가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1853년의 백신접종법에 대한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것을 정치적 맥락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연권에 대한 존 로크의 글은 그 당시에도 여전히 영향력이 있었다. 로크는 법적인 권리와는 별개의 것으로서 인간의 법률에 의해 바뀔 수 없는 모든 인간에게 속한 권리가 ‘자연권’이라고 제안했다. 로크는 그것이 생명, 자유, 그리고 재산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유행한 대안적 견해로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제안한 사회계약론을 들 수 있다. 루소는 피통치자의 권리는 신의 명령이 아니라 정부와 피통치자 사이의 합의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정부에 대해 동일한 권리를 포기하고 동일한 의무를 져야 한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만약 인간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자연권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그러한 권리는 자원과 안전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만인과의 전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사고방식을 지지했다. 그러므로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 함께 살기 위해 대부분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초기의 백신 거부는 개인의 권리와 집단의 권리가 경쟁한다는 생각이 배경이 되어 일어났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개인의 권리와 집단의 권리의 경계에 대해 토론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쟁은 우리의 현대 정치 철학과 동기를 알려준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 계급과 정치 계급은 극명했다.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는 1798년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동서문화사)을 출판했는데, 이는 논란이 될 만한 생각을 제안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구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맬서스는 인구 증가가 계속되는 한 자원이 부족해지면 더 많은 자녀를 낳게 하는 인센티브가 감소되고 인구가 다시 한번 안정될 때까지 더 큰 빈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관점에서 인구는 새로운 자원이 확보되었을 때의 성장과 그렇지 않을 때의 안정된 균형 사이에서 변동할 것이다. 맬서스가 제안한 해결책들 중 하나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사회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만약 빈곤이 너무 비참해서 번식할 수 없다면, 자녀를 갖는 가난한 사람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추론했다.


    일반적으로 천연두 백신 접종에 대한 이해 부족뿐만 아니라 구빈법 이후의 불안을 고려하면 구빈법을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의무적인 백신 접종을 반대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구빈법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방법들이 백신접종법을 반대하는 데에도 활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법 자체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전쟁에서의 또 다른 총공세이자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마지막 존엄성마저 앗아가려는 것으로 여겼다.


    ‘대체’ 의료인들은 의학의 전문화 시스템을 공격했는데, 이는 시장점유율 하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고, 당시의 의술이 거의 효과적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고급 교육을 받을 여력이 있는 엘리트들에게만 혜택을 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러한 대체 의료인들은 깁스의 소책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초기의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을 이끌었다. 팸플릿이 회람되자 1855년 “백신의 강제적 접종을 과학·종교·정치 측면에서 간략하게 검토함”이라는 서한이 보건위원회에 발송되었다. 이 팸플릿은 깁스의 많은 주장을 반복했고 또 널리 배포되었다.



    과학 부정의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영화 <백스드>

    <백스드>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는 데 실패한 영화다. 영화는 주장하는 이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결론에서 출발한 다음 이념적 체리피킹을 통해 그 결론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역행한다


    2009년 논문 “거부론: 이것은 무엇이며, 과학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Denialism: What Is It, and How Should Scientists Respond?)의 저자들은 ‘과학 거부’ 가 다음의 다섯 가지 특징을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성립한다고 정의했다. 첫째, 음모론에 의존해 과학적 합의를 설명한다. 둘째, 가짜 전문가, 즉 특정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척하지만 기존 전문지식에 역행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기존 전문가의 신용을 떨어뜨린다. 셋째, 체리피킹 데이터나 일반적 합의에 반하는 고립된 논문만을 선택한다. 넷째, 과학은 항상 완벽해야 하므로 불가능한 결과를 요구하거나 불가능한 질문으로 시험한다. 다섯째, 잘못된 논리를 사용한다. <백스드>는 이 모든 기준을 충족했다.


    <백스드>는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데이터를 해석하며 기만을 저질렀다는 한 연구를 중심으로 삼은 음모론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 영화의 제작자들은 그 연구가 아프리카계 미국 소년들의 MMR 백신 접종과 증상의 시작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고 믿었다. 이것은 체리피킹과 음모론 모두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2004년 논문을 쓴 톰슨과 다른 질병통제예방센터 과학자들 사이의 과학적 불일치를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방대한 음모론적 은폐와 자폐아들의 일부(가장 심각하고 충격적이며 착취적인 이미지로 선택된) 불안한 장면들, 그리고 일련의 백신 거부 운동가들의 인터뷰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에는 백신 거부 운동가 마크 블락실(Mark Blaxill), 백신 거부 잡지 <오티즘 파일>(The Autism File)의 편집자 폴리 토미(Polly Tommey)와 존 토미(John Tommey), 웨이크필드와 함께 연설에 참여한 쉴라 일리(Sheila Ealey), 노벨상을 받은 이후 다양한 형태의 사기에 찬성해온 뤼크 몽타니에(Luc Montagnier), 이전에 웨이크필드와 일했고 자폐증의 엉터리 ‘해독’ 이론을 옹호하는 도린 그란피셰(Doreen Granpeesh), 2032년경에는 태어나는 모든 남자 어린이의 80%가 자폐증에 걸릴 것이라는 주장을 위해 터무니없는 추론을 하는 MIT의 컴퓨터과학자 스테파니 세네프(Stephanie Seneff), 영화를 감독한 (아마도 스스로를 인터뷰한) 앤드류 웨이크필드, 영화 제작자이자 이 영화에서 불가해한 인터뷰를 한 델 빅트리(Del Bigtree), 빅트리의 이전 작품 <닥터스>의 몇몇 의사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이러한 “가짜 전문가들”은 과학 부정의 또 다른 기준이다.


    단일한 연구를 체리피킹하고, 과학적 합의를 설명하기 위해 음모론에 의지하고, 잘못된 논리에 의존하며, 실제 전문가를 부정하고, 가짜 전문가를 내세우며, 확실성 측면에서 연구가 제공해야 할 결과 에 대해 불가능한 기대를 만들어내면서 <백스드>는 과학 부정의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 ‘가짜 뉴스’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가짜 뉴스가 실제 뉴스보다 더 빠르고 깊게 퍼지도록 하는 똑같은 원칙이 백신 거부 음모론과 의학적인 조언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음모론에 노출된 사람들은 백신을 잘 접종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믿음은 광범위하며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가 없다. 검색 엔진에 의해 제시된 웹사이트의 상당 부분이 백신에 반대할 수 있고, 백신에 대한 정보를 찾는 사람은 백신 거부 웹사이트를 접할 가능성이 높은데, 2008년 현재 ‘백신 안전성’과 ‘백신 위험’을 검색한 결과의 절반 이상이 부정확했다. 이러한 웹사이트의 약 4분의 1은 공식 조직의 웹사이트를 모방하거나 의심스러운 문헌을 인용하며 권위 있는 주장을 열망한다. 많은 웹사이트가 예방접종을 의료계 내에서 발생하는 ‘논쟁’으로 간주하고 ‘편견이 없는’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많은 웹사이트가 감정에 호소하고, 백신 접종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백신 접종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적대자, 거짓말쟁이, 앞잡이 또는 조작의 희생자로 확립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웹사이트들은 종종 거짓말과 은폐, 자연주의적 오류를 호소하는 문화 속에서 과감하게 진실을 제시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전염병 감소는 (종종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원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의 비극과 심각성은 쉽게 무시된다.


    소셜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가십’ 능력을 확장시킨다. ‘가십’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사회적 관계와 일상 사건에 대해 배우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 관계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실제 진실은 무엇일까?’와 같이 물리적 세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때 그 신뢰성은 무너진다. 따라서 비과학자와 과학자들이 위험과 진실을 평가하는 방법은 동일하지 않다. 백신 거부 운동가들이 보통 과학자들의 결정을 일축하거나 과학적 증거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받아들이고 반복하는 과학적 증거와 그들이 경청하는 전문가들이 실제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기준과 다른 기준에 의해 선택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셜 미디어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페이스북은 기존의 과학적 커뮤니케이션 수단보다 몇 배 더 많은 수의 이용 가능한 청중을 보유하고 있다. 수억 개의 트윗이 매일 게시되고 수억 명의 사람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다. 좋든 싫든 간에 이러한 플랫폼은 대부분의 비과학자들이 과학적 발견에 대한 정보를 받고 접근하는 실질적 수단이 되었다. 인터넷 통신은 심지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터넷 사용은 과학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증가시키며, 과학 블로그에 접속하는 행위는 사회 계급들 사이의 지식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과학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대안적 모델은 제한된 정보 합리성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주제에 대해 심층적인 전문가의 이점이 낮으며, 인간의 노력에 대해 인색한 경향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는 휴리스틱 또는 경험 법칙을 사용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직관적 추론’을 개발한다. 이 모델에서 정보는 중요하다. 결정을 내릴 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적을수록 그들은 휴리스틱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미디어 또는 소셜 미디어가 백신 접종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가지 메커니즘은 배양과 프레이밍이다.


    배양은 미디어를 통한 빈번한 노출이 해당 주제에 대한 특정한 태도를 배양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폭력에 대한 뉴스 보도에 자주 노출되면 실제보다 폭력이 더 빈번하다는 믿음을 배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백신의 안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빈번하게 노출되면 그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배양할 수 있다.


    프레이밍은 기존 연결을 활용하여 새 연결을 만든다. 예를 들어, 주사 맞는 것에 화가 나서 비명을 지르는 자녀의 이미지로 백신에 대한 뉴스를 만드는 것은 불행한 어린이나 고통에 처한 어린이들의 부정적인 연관성을 불러온다.


    소셜 미디어는 전쟁터라기보다는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옹호자들이 백신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백신 거부자들이 정보를 어떻게 프레이밍하는지 의식하고, 단순히 그들을 정보로 압도하려 하지 않고 백신 접종이 왜 그들에게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한 말이다.



    ‘빅 파마’와 음모론에 대하여

    백신에 대한 논의에서 공통 주제는 백신을 제조하는 제약회사들의 이윤 동기다. 빅 파마(Big Pharma)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빅 파마는 정부에게 뇌물을 주었다. 의무적인 백신 접종은 빅 파마에 새로운 고객을 넘겨준다. 미디어는 빅 파마로부터 수익을 얻는다. 그들은 당신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백신 연구는 독립적이지 않고, 그래서 편향적이다.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사람들도 빅 파마의 야바위꾼이다! 빅 파마에서 돈을 받는 사람의 명단은 몬산토처럼 끝이 없고 감추어져 있다! 빅 파마란 무엇인가? 어떻게 이렇게 강력해졌을까? 그리고 이러한 주장 중 어떤 것이 사실일까?


    사람들이 제약회사들을 싫어하는 정당한 이유가 종종 음모론에 의해 흐려진다. 많은 음모론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소수의 사람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여 비밀리에 일하고 있다는 믿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며 오직 음모론자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음모적 신념으로 돌리는 일련의 증거를 다루는 방법을 포함한다. 로비스트, 의사, 과학자, 규제자, 정치인들의 상충하는, 복잡한, 그리고 이동하는 동기와 인센티브는 악당의 탐욕으로 단순화된다. 음모론자들은 모든 것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음모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싶지만, 역사적으로 실제적인 음모들이 있었다. 그러므로 확증적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언급하고, 특히 그 음모론에 대한 증거를 검토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한 음모론적 행동은 기본적귀인편향(fundamental attribution bias, FAB)의 과잉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본적귀인편향은 사람들이 행동의 동기와 복잡한 상황적 이유들을 기꺼이 그들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다른 사람의 동일한 행동을 그 사람의 기본적인 특징에 귀속시키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스티브는 나쁜 조언을 받아서 여러 번 나쁜 투자를 했다’가 아니라 ‘스티브는 재정 관리에 서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는 ‘루시는 그녀의 배우자가 병원에서 진통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과속했다’ 라고 하기보다는 ‘루시는 운전이 서툴렀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종류의 편견이 제약회사들에게도 적용되는데, 바이옥스의 리콜처럼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을 때 그것을 그 사건의 개별적 상황 속에서 판단하기보다는 회사의 근본적인 특성 탓으로 돌리기 쉽다는 것이다. 머크사의 중역들은 바이옥스가 심장마비를 일으킨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도 계속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정보를 억제했을까? 아니면, 그들은 결정을 내릴 때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으며 단순히 실수로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이 설명이 솔깃할 수 있지만, 빅 파마 음모론자들이 비음모론자들보다 전반적으로 기본적귀인편향에 더 기울기 쉽다는 가설을 필요로 할 텐데, 어느 쪽이든 강력한 증거가 결여된 가설이다.


    음모론적 사고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은 삶에서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외부의 도전에 대해 일관성 있고 내적으로 탄력적인 믿음의 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음모론자에게는, 빅 파마를 음모론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음모론의 일부임에 틀림없다. 2008년 보고에서 J. A 휘트슨(Whitson)과 A. D. 갈린스키(Galinsky)는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참가자들이 음모를 인지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식으로 음모론은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도전으로부터 보호된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결합 오류(conjunction error)에 더 취약하다. 그것은 자체의 한 사건보다 여러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믿는 사고의 잘못이다. 음모론자들은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에 의도를 돌리기 쉽다.


    의약품의 가격 결정 계획의 도덕성과 무관하게, 그리고 의약품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하기 위해 작은 비밀 단체가 작동하고 있다는 포퍼식의 음모를 잠시 묵살하면, 정말 이윤 동기가 백신의 안전이나 효능을 무효화시킬까? 사실 제조업체의 결과 발표에는 편향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지원하는 시험의 발표 내용은 공적 자금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 약물에 대한 연구에서 발표된 내용은 해당 약물이 비교 의약품보다 더 크거나 동등한 효과 및 안전성을 지지한다고 거의 독점적으로 보여주었다. 제조업체가 자금을 지원하고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발표한 약물 연구는 공적 자금에 의한 연구보다 해당 의약품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훨씬 더 많이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98% 대 79%). 그러나 제약회사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은 적지만 개별 연구 결과가 편향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편향이 작용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산업계의 지원금은 두 가지 방법으로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치료의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에만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불확실성 원칙’의 위반에 의한 것이다. 시험은 비교될 수 없는 대조군 치료법이 아닌 결과가 불확실한 대조군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의약품이 플라시보가 아닌 시중에 나와 있는 현재 표준 의약품과 비교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산업계의 지원금이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 수단을 출판 편향 또는 서류함 효과라고 한다. 기업들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비영리 단체들보다 낮다. 이는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시험을 조기에 종료하거나, 이미 긍정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시험을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과학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편향의 원천이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에 음모론의 몇 가지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음모 모델은 보통 제품을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속이는 빅 파마에 대해 거론한다. 진실은 훨씬 더 평범하다. 이익 동기는 편향을 낳지만, 그러한 편향은 개별 연구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 국립보건원은 종종 연구보조금을 통해 의약품과 백신의 초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지원한다. 제약 산업의 이윤 동기에 의해 만들어진 왜곡된 인센티브는 건전한 과학과 적절한 규제로 대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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