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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저   자 : 마이클 셸런버거(역:노정태)
출판사 : 부키
출판일 : 2021년 04월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2018년 10월 7일, 세계는 곧 멸망할 예정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정받는 두 신문의 웹사이트를 훑어본다면 누구나 그런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후 변화 주요 보고서, 빠르면 2040년 큰 위기 닥친다고 밝히다>. 같은 날《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유엔 과학자들, 기후 변화 통제 가능 시간 10여 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와 전 세계 언론이 일제히 쏟아낸 이러한 기사에는 출처가 있었다. 전 세계 195명의 과학자와 그 밖의 인원을 규합해 기후 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연구를 집대성하는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특별 보고서가 바로 그 출처였다.


    2019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2편의 보고서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전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었다. 자연재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해수면은 높아지며,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가 가속화된다. 지구 전체 온도가 높아지면서 자원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홍수, 가뭄, 폭풍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기상 이변이 세계적으로 식량 공급을 방해하고 장기적으로 위축시킬 것” 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초과할 경우 거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한계점-옮긴이)들을 연쇄적으로 촉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컨대 해수면이 높아지면 대서양의 해류 순환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그 결과 지구 표면 온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2050 거주불능 지구 The Uninhabitable Earth》의 저자인 데이비드 월러스-웰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올라간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며 경고한다. “빙산이 녹아 무너지고, 4억 명 이상이 물 부족으로 고통 받게 되며, 적도 인근 주요 도시들은 거주 불가능한 곳이 된다. 북반구에서는 위도가 높은 지역이라 해도 여름마다 살인적인 고온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진짜 지옥은 이런 곳이다

    세계 종말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중앙아프리카에 위치한 콩고민주공화국(이후 ‘콩고’)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지옥보다는 조금 나은 곳이 바로 그곳이니 말이다. 콩고는 1세계에 거주하는 기후 종말 예언자들이 말하는 참상이 모두 벌어지고 있는 나라다. 나는 2014년 12월 그곳에 방문했다.


    콩고는 2차 콩고전쟁의 참상이 집중된 곳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이 벌어진 땅이다. 아프리카 9개국이 연루된 가운데 300만~500만 명이 죽었는데 대부분은 질병이나 기아가 사망 원인이었다. 그 외에 200만여 명이 고향을 떠나 피난을 가거나 외국에서 난민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십만 명이 각기 다른 부장 집단에 의해 때로는 한 차례 이상 강간당했다.


    오늘날에도 콩고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무장한 사병 집단이 교외 지역을 돌아다니며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마체테(정글도)로 살해한다. 콩고의 군대와 경찰, 그리고 6000여 명에 달하는 유엔평화유지군마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할 생각이 없다.


    “여행하지 말 것.” 미국 국무부 웹사이트에서 콩고를 찾아보면 단도직입적으로 나오는 조언이다. “무장강도, 무장 가택 침입, 습격 등 폭력 범죄가 빈번하며 그보다 높은 빈도로 사소한 범죄가 만연해 있다. 지역 경찰은 중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폭력 단체가 경찰에나 보안 업체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콩고 동부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심지어 아내 헬렌과 함께 갈 계획이었다. 충분히 안전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나는 칼레브 카반다를 고용했다. 그는 벤 애플렉의 가이드, 통역사, “해결사” 역할을 해 온 콩고 현지인으로, 클라이언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칼레브와 나는 고마에 숙소를 잡고 비룽가국립공원 근처 마을을 돌아다녔다. 큰길은 최근에 포장되어 있었지만 그 외의 기반 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길은 그냥 흙바닥이었다. 그나마도 비가 오면 포장도로건 비포장도로건 인근 집이건 모두 물에 잠겼다. 홍수 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수구나 배수로처럼 심한 비나 오수를 모아 주거지에서 먼 곳으로 처리해 주는 시설에 대해 우리는 그 존재 자체를 잊고 산다.


    콩고가 겪고 있는 이 불안정에 기후 변화 역시 한몫하고 있을까? 설령 그렇더라도 다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19년 수행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콩고 내 무장 집단들의 분쟁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낮은 경제와 사회 발전 수준, 정부 역량 부족 등 다른 요소가 지속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낮은 GDP는 무장 분쟁을 예견하는 가장 중요한 선행 지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자원 부족은 부유한 국가보다 저소득 국가에서 분쟁 위험에 더 작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정치 불안은 분쟁을 유발하는 강한 요인인 반면, 인구와 기후 요인은 분쟁 위험 증가와 무관해 보인다.


    콩고는 지리적 불리함, 식민 통치, 해방 이후 끔찍하리만치 무능한 정부 탓에 피해를 입었다. 콩고 전체 GDP는 2001년 74억 달러에서 2017년 380억 달러로 성장했지만 1인단 국민소득은 561달러로 여전히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 속한다.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많은 돈을 누군가가 가로채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여 년간 르완다 정부는 이웃 나라 콩고의 광물을 가져와 마치 자기네 것인 양 해외에 수출해 왔다. 이런 약탈을 용이하게 하고자 르완다는 콩고 동부에서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의 무장 분쟁이 벌어지도록 무장 집단에 재정 지원을 하고 관리해 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

    플라스틱의 끈질긴 위협

    나는 2019년 말 피게너와 전화로 대화를 나누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에 대해 피게너는 이렇게 말했다. “아주 중요한 환경 논의의 출발점이자 첫걸음이 되었죠. 하지만 그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내가 바다에서 본 물건들은 일회용 컵, 스티로폼, 테이크아웃 컵, 비닐봉투 등 엄청 다양했거든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거북의 사망률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음은 분명하다. 모든 바다거북 중 절반 정도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적이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80~100퍼센트에 달하는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는다. 플라스틱은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거북의 소화 능력을 떨어뜨리고 위장을 파열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는 거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 봄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의 배 속에는 21킬로그램의 플라스틱 튜브와 접시, 비닐봉투 등이 발견됐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소화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 향유고래의 자궁에는 “거의 완전히 부패한” 태아 고래가 들어 있었는데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의 영향을 받아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1950년에서 2010년 사이 바닷새의 개체 수는 70퍼센트 감소했다. “결국 바닷새들은 멸종될 겁니다.” 해당 분야의 주요 과학자 중 한 사람이 한 말이다. “내일 당장은 아니겠죠. 하지만 멸종을 향해 빠르게 치닫고 있어요. 플라스틱은 바닷새들이 맞닥뜨린 위험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을 삼킨 채 살아가는 바닷새는 2015년 현재 90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주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2050년 무렵이면 99퍼센트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삼킨 상태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가 플라스틱에 대해 걱정하는 한 가지 이유는 플라스틱이 분해될 때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2018년 유엔환경계획은 스티로폼이 분해될 때까지 수천 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말뿐인 재활용

    플라스틱 소비는 지난 수십 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현재 미국인은 1960년에 비해 한 사람당 플라스틱을 10배가량 더 쓴다. 1950년 200만 톤의 플라스틱을 만들던 인류는 2015년이 되자 거의 4억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해 냈다. 과학자들은 2015년에서 2025년 사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10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고기 그물과 낚싯줄은 저 악명 높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쓰레기 중 절반을 차지한다. 피게너에 따르면 “바다 위에 떠돌아다니는 버려진 그물”, 쌀 포대, 그리고 “거북이들이 걸려들 수 있는 다른 큰 쓰레기들”을 흔히 목격한다.


    “재활용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요.” 피게너는 설명했다. “우리가 하는 건 실은 재활용이 아니죠. 우리가 하는 재활용은 질과 가치가 떨어지는 다운사이클링이지 높은 업사이클링이 아니니까요. 아시다피시 결국 플라스틱은 알루미늄이나 유리처럼 재활용되지 않아요. 재활용되더라도 기껏해야 몇 번 더 쓰다가 매립장에 묻히는 건 마찬가지죠."


    2017년 미국 현황을 살펴보자. 플라스틱 쓰레기 중 300만 톤은 재활용되고, 570만 톤은 소각장으로 향하고, 2700만 톤은 매립지로 보내졌다. 2017년과 1990년 상황을 비교해 보면 매립과 소각은 2배 늘어난 반면 재활용은 8배 증가했다. 2014년 기준으로 유럽에서는 25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는데 그중 39퍼센트는 소각되었고, 31퍼센트는 매립되었으며, 30퍼센트는 재활용되었다.


    선진국이라고 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쓰레기를 깐깐하게 처리하는 나라인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은 플라스틱병, 비닐 봉투, 포장 용기 등의 70~80퍼센트를 수거해 소각하거나 재활용하지만, 그럼에도 일본에서 버린 플라스틱 중 2만~6만 톤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20년에 걸쳐 재활용 비율을 늘려 왔는데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조차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3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독일은 쓰레기의 상당량을 소각하는 국가다. 독일 출신인 피게너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은 여전히 흔히 아는 ‘재활용’을 하고 있어요. 말만 재활용이지 실상은 그렇지 않죠. 게다가 독일은 여전히 그 재활용 쓰레기를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로 보내 버려요. 재활용 쓰레기 시장에 내놓아 봤자 가치가 없는 것들만 모아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죠.”


    해당 국가에 강력한 쓰레기 수거 및 관리 체계가 갖추어져 있느냐에 따라 쓰레기가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갈지 여부가 결정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그러니 만약 플라스틱이 바다로 향하는 것을 막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 국가로서는 매립지 관리를 철저히 하거나 확실한 소각 방법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부유한 국가들이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면 가난한 국가들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 개선을 도와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생각한다. 2015년 이 분야 전문가 중 한 사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쓰레기 관리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소득, 중소득 국가의 기반 시설에 확실한 투자가 요구된다.”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유전이 발견되고 고래는 목숨을 구했다

    1830년에 미국은 세계 포경 시장의 선두주자였다. 고래기름은 사치품이었다. 촛불보다 더 밝고 나무보다 깨끗하게 타올랐기 때문이다. 고래기름 외에도 고래를 잡으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식품, 비누, 기계 윤활유, 향수의 베이스 오일 등이었다. 고래수염은 코르셋, 우산 살, 낚싯대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됐다.


    고래기름의 수요가 높아지다 보니 사업가들은 대체품을 찾게 되었다. 그런 사업가 중 한 사람으로 새뮤얼 키어가 있었다. 1849년 키어의 아내는 의사로부터 “미국식 의료 기름”을 처방받았다. 그 약의 성분은 퍼트롤리엄, 즉 석유였다. 의사가 전에 없던 처방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이로쿼이족은 벌레를 쫓고, 상처에 바르고, 음료에 넣는 용도로 수백 년 전부터 석유를 사용해 왔으니 말이다.


    아내가 석유 처방을 받고 호전되는 모습을 본 키어는 이걸로 사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단 브랜드를 만들었다. ‘키어스 퍼트롤리엄, 일명 바위 기름.’ 그리고 제품을 수레에 실은 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1병에 50센트씩 받고 팔았다.


    키어는 야심찬 사람이었다. 자신이 만든 제품의 용도를 확장하고자 했다. 그를 만난 어떤 화학자가 석유를 정제해 맑은 액체로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 당시는 키어 말고도 석유를 정제해 맑은 액체로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 당시는 키어 말고도 석유 사업에 뛰어든 이들이 많았지만, 키어는 피츠버그 시내에 사상 최초로 산업적인 규모의 석유 정제 공장을 만들었다. 이로써 키어는 석유 산업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되었다.


    뉴욕의 한 투자자 무리가 키어의 사업을 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시작될 조짐을 느꼈다. 이 투자자들은 떠돌이 신세에 장애인이었던 엔지니어를 고용해 펜실베이니아에서 석유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암염 채굴 전문가로 명성이 높던 그 남자의 이름은 에드윈 드레이크로, 그는 기어이 펜실베이니아 타이터스빌에서 세계 최초의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


    드레이크가 유전의 개발에 성공한 지 2년 후인 1861년 잡지《배너티페어》에 인상적인 만평이 실렸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빼입은 향유고래들이 지느러미로 서서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고 샴페인을 마시며 축하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만평 아래 붙은 글 내용은 이랬다. “펜실베이니아 유전 발견을 출하하며 고래들이 무도회를 열었다.”


    고래잡이들이 고래를 너무 많이 잡아 멸종 위기로 몰고 갔지만 역사학자들의 시각은 냉정하다. “고래가 심각하게 줄어들어서 미국 포경 산업이 위축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을 지니는 대체 물질 개발만이 그들을 막아설 수 있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안겨 준다. 환경면에서든 또 다른 면에서든 안 좋은 제품이 있다면 그것이 사라지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가 자연을 파괴한다

    신뢰할 수 없는 신재생 에너지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로 온 세상의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꿈. 나또한 그 꿈에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뉴 아폴로 프로젝트를 옹호했다. 오늘날의 그린 뉴딜보다 앞서 2002년부터 시작된 신재생 에너지 육성 프로그램이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전에 없던 혁명적인 힘을 손에 넣게 되었듯이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통해 마찬가지로 혁명적인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나는 희망했다.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왜였을까? 테슬라 파워월의 수요는 천천히 증가했다. 그 수치를 두고 한 시장 분석가는 이렇게 언급했다.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 사업이 배터리의 공급 증가 때문에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가정용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시작된 것인지 분명치 않다.” 실제로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 파워월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증거는 매우 희박했다.


    테슬라 파워월을 구입하고 설치하는 비용은 1만 달러가 넘는다. 태양광 패널 설치에는 또 별도로 1만 ~3만 달러가 들어간다. 테슬라에서 제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본전을 뽑으려면 최소한 200개월 또는 약 17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토록 비싼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가 어떻게 수파르티 또는 훨씬 가난한 베르나데테에게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누군가 대신 비용을 지불해 설치해 준다 한들 충분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간다에서 헬렌과 나는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설비를 갖춘 친환경 숙박 시설에 머문 적이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구름 낀 날이 단 하루 지났을 뿐인데 숙소의 배터리는 바닥이 났고 우리는 노트북, 카메라, 휴대폰 등 여러 장비를 충전하지 못해 애를 먹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분석가들은 신재생 에너지에 판돈을 걸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50년이 되면 미국 내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천연가스보다 커질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적으로는 2018년 전력 생산의 28퍼센트를 차지한 신재생 에너지는 2050년이면 거의 50퍼센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열광에도 불구하고 2018년 기준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1차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지열 발전은 그보다 더 작은 0.1퍼센트에 불과하며, 조력 발전의 비중은 너무 작아서 측정조차 불가능할 지경이다.


    태양광과 풍력에서 남는 전기를 사용해 수소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독일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렇게 만든 수소를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연소시키거나 연료 전지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 “사업 관점에서 볼 때 가치가 없는 일이다.” 2019년《슈피겔》이 유망해 보였던 수소 저장 프로젝트에 대해 보도하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풍력을 전기로 바꾸고, 전기를 수소로 전환하고, 수소를 메탄으로 바꾸는 등의 과정에서 효율성은 40퍼센트 이하로 내려간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 보기 어렵다.”


    환경주의자와 친환경 사업의 겉과 속

    이해관계로 얽힌 환경 단체의 민낯

    매키번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 운동가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버몬트주의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옹호한 인물이다. 그 결과 버몬트주는 탄소 배출량을 25퍼센트 줄이는 대신 도리어 16퍼센트 늘리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대신 화석 연료 발전소를 세우게 만든 환경주의자가 매키번 한 사람뿐일리는 없다. 천연자원보호협회, 환경보호기금, 시에라클럽 같은 모든 주요 환경 단체들은 미국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추방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동시에 그들은 천연가스 회사나 신재생 에너지 회사로부터 돈을 받거나 그런 기업들에 투자해 왔다. 원자력 발전소가 문을 닫고 대신 천연가스 발전소가 세워지면 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이들과 돈으로 얽힌 사이인 것이다.


    탈원전을 추진하면 그 경쟁 상대인 화석 연료와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은 수지맞는 장사를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10년간 인디언포인트 원자력 발전소가 올린 수익은 80억 달러에 달했다. 40년이라면 320억 달러를 가뿐히 찍을 수 있다. 원전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이 막대한 돈이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말과 같다.


    기후 활동가들은 기후 회의론자들보다 압도적인 자금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환경 단체인 환경보호기금과 천연자원보호협회의 연간 예산을 합치면 3억 840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기후 변화 회의론 단체 중 가장 큰 기업경쟁 연구소와 하트랜드연구소의 연간 예산은 합쳐 봤자 13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두 환경 단체의 예산 3억 8400만 달러는 엑손모빌이 기후 변화 회의론자들에게 지난 20년간 후원한 금액 전부를 합친 것보다 큰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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