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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저   자 : 이채윤
출판사 : 읽고싶은책
출판일 : 2021년 02월

  •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행복에 대하여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인데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가 삶에서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은 무엇인가? 대중도 현인도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잘 사는 것, 잘 처세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특히 대중과 현인들은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 대중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부와 명예를 행복이라 여긴다. 그런데 그들도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다른 답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병이 들면 건강이 행복이라 하고, 가난할 때는 부(富)를 행복이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무지함을 깨우치는 큰 이상을 말하는 현인을 존경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출발점을 쉽게 찾지 못한다면 헤시오도스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가장 훌륭한 사람은 스스로 모든 것을 깨우치는 사람이고

    옳은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역시 훌륭하지만

    스스로 깨우치지도 못하고

    지혜로운 말을 듣고도 가슴에 새기지 못하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다.


    우리는 가장 뛰어난 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최선의 활동 가운데 행복이 있다. 고귀한 행동을 보고 즐거워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올바른 행위가 즐겁지 않은 사람을 누가 올바르다 하겠으며 후덕(厚德)한 행위가 즐겁지 않은 사람을 누가 후덕하다고 하겠는가. 이치가 그렇다면 미덕에 따른 행위는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다. 행복은 세상에서 가장 좋고, 가장 고상하고, 가장 즐거운 것이다. 행복의 이런 속성들은 델로스 섬에 새겨진 비명(碑銘)처럼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고귀한 것은 정의로운 것이고

    가장 좋은 것은 건강이다.

    그러나 가장 즐거운 것은 우리가 바라던 것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최선의 활동에는 이런 속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활동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노력이 따르는 탁월한 활동이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인생의 성공이나 실패는 운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운은 단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노력이 따르는 탁월한 활동이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요행만 바라는 그 반대의 활동은 불행을 불러올 것이다. 인간의 성취 중에서 꾸준히 행동하는 미덕만큼 안정성을 갖는 것도 없다. 이러한 활동들은 여러 가지 학문적 지식보다도 더 지속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험에서 행복을 크게 느낀 사람은 영예로운 활동을 더 오래 지속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가 행복한 전통을 이어 나가는 이유가 된다.



    영혼과 중용에 대하여

    두 악덕 사이의 중용이 있다

    도덕적 미덕은 중요하다. 과도함과 모자람이라는 두 악덕 사이의 중용이 있다. 중용이 그런 성질을 갖는 까닭은 감정과 행위에 있어서 중간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가 어렵다. 매사에 그 중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가령 원의 중심을 찾아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많이 찾아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화를 내거나, 칭찬을 하거나, 돈을 주거나, 돈을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적당한 사람에게 적당한 만큼, 적당할 때, 적당한 목적을 위해, 적당한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니다 그런 까닭에 이런 일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고 칭찬받을 만큼 고귀한 성품을 지닌 선택받은 사람이다. 중용을 목표로 삼는 사람은 칼립소가 충고했듯이 중간과 대립되는 것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저 거센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를 피해

    노를 저어라! 배를 저어라!


    인간적 미덕은 영혼의 탁월함

    인간적 미덕은 신체의 탁월함이 아니라 영혼의 탁월함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행복도 우리는 영혼의 활동으로 본다. 영혼의 탁월함의 한 부분은 ‘지적 탁월’이고, 다른 한 부분은 ‘도덕적 탁월’이다. 지혜나 이해력, 실천적 지혜는 지적 탁월함이고, 관용인아 절제 등은 도덕적 탁월함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품성을 말할 때 그가 현명하다거나 이해력이 뛰어나다고 하지 않고, 온화하다거나 절제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꼭 도덕적인 사람만 칭찬하는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을 칭찬할 때에도 우리는 이런 영혼의 상태에 그 근거를 둔다. 이처럼 칭찬받을 만한 정신 상태를 우리는 인간적 미덕이라 한다.



    친구에 대하여

    친구를 친구답게 만드는 것

    노인이나 성마른 사람은 쉽사리 친구가 되지 못한다. 그들 사이에는 즐거운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는 사람과 지낼 수는 없다. 고통스러운 것을 피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런ㄴ데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들이 함께 생활을 하다보면 서로 우호적인 사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함께 생활하는 것만큼 친구를 친구답게 만드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에게는 고독하게 지내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끼리 지극히 다정하고 복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즐겁지 않고 같은 것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같은 생활을 할 수 없다. 동료가 친구가 되는 것은 같은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한 사람들의 우정이 최고의 우정이다. 무조건 선하거나, 무조건 즐거운 것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


    좋은 일들은 좋은 사람들로부터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건, 그들의 삶의 목적이 무엇이건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생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주사위 놀이를 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운동이나 사냥을 같이 하며, 혹은 철학적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들은 인생에서 자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면서 살아간다. 그들은 친구와 함께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함께 생활한다는 느낌을 주는 일을 함께 하며 우정을 나눈다. 그런데 악한 사람들의 우정은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들은 들뜬 마음으로 쉽게 마음이 맞아 나쁜 짓을 하며 서로 닮아가고, 그로써 함께 악을 저지른다. 반면에 선한 사람들의 우정은 서로 사귐으로써 그들의 선을 더욱 키워나간다. 그들은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함으로써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로가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점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일들은 좋은 사람들로부터”라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친구는 필요하고도 고귀한 것

    친구들은 젊었을 때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주고, 나이가 들어서는 여러 가지 신변의 일을 보살펴준다. 힘이 약해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함으로써 도와주고, 한창 일할 전성기 때에는 고귀한 일을 하도록 격려해준다. 둘이 함께 가면 생각에서나 행위에 있어서 슬기로워지고 더 강해진다. 그러므로 친구 사이의 진정한 우정은 필요한 것일 뿐 아니라 고귀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친구를 사랑하는 사람을 칭찬하고, 친구가 많은 것을 훌륭한 일로 여긴다. 나아가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친구를 떠올린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경이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경이(驚異) 때문에 철학을 시작했다. 최초로 철학을 했던 사람들이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귀한 현상에 놀랐고, 사람들은 자신이 무지하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달 표면의 현상들, 태양과 별들의 현상,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의문이 그것들이다. 무지와 의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철학을 시작했다. 앎을 위해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지 어떤 쓸모를 위해 철학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거의 뫼든 삶의 필수품과 편안함과 레크레이션을 위한 물건들이 확보되었을 때 그러한 지식이 추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우리는 다른 이익을 위해 그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위해 살아가듯이 여러 학문 가운에 오직 철학만이 유일한 자유학문으로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자기 자신만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한 마음의 씨앗

    어떤 사상가들은 사람들이 선해지는 것은 천성이라 말한다. 다른 사상가들은 습관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사상가들은 그것이 씨앗을 키우려면 땅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이 선한 마음을 가지려면 올바른 것을 즐기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마음의 씨앗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상이란?

    사상이란 상황에 따라 적당한 말과 주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상을 성격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성격은 행동자가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기피하는지가 분명치 않을 때, 그의 의도를 분명하게 해 주는 것이며, 사상은 무엇을 증명 또는 논박하거나 보편적인 명제를 말할 때 그 말 속에 나타나는 것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인 동물이다. 비사교적이고 고립되어 사는 사람일지라도 사회 안에 존재한다. 사회는 개인 앞에 있는 것이다. 공통의 삶을 영위할 수 없거나,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급자족하고 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짐승이거나 신이다.


    정의는 국가에서 인간의 결속과 유대를 만든다

    인간은 동물 중에 최고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분리되면, 가장 최악이다. 무장한 불평등은 더 위험하기 때문에, 그는 그가 최악의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지성의 팔을 갖추고 있다. 그가 미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는 가장 불경하고, 가장 야만적인 동물이고, 정욕과 식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정의는 국가에서 인간의 결속과 유대를 만든다. 정의로운 것에 대한 결단인 정의의 행정은 정치사회에서 질서의 원칙이다.


    국가는 선을 추구하는 공동체이다

    모든 국가는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선(善)을 달성하기 위해 형성된다. 그것은 인간 행위에 대한 궁극적 목적인 어떤 선을 추구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모든 공동체 중에서도 으뜸가며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는 으뜸가는 선을 추구할 것이 명백한데, 이것이 바로 국가 또는 국가 공동체다.


    최고의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최고의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 군주정은 폭력 정치로, 귀족정치는 과두정치로, 도시국가는 민주정치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자유와 평등이 주로 민주정치를 하는 가운데서 발견된다면 그것은 모든 시민이 정치에 최대한으로 참여할 때 가장 잘 이루어질 것이다. 적절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구성되는 정부는 과두정치보다는 민주정치에 더욱 가깝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치체제는 가장 안전한 국가 시스템이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어떤 면에서 평등하다면 다른 모든 면에서도 평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다.


    인간의 미덕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사람

    진정한 정치가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미덕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시민을 선하게 하고, 법에 잘 순종하는 좋은 시민으로 만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의사가 육체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정신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정치는 의술보다 더 인간 생활에 소중하고 밀접한 분야이니 말이다. 우리가 말하는 미덕이란 육체의 미덕이 아니라 정신의 미덕이다. 그렇다면 정치가는 인간 정신에 관해 연구하고 해박한 경지에 올라 있어야 한다. 그것은 눈을 치료하려는 의사가 몸 전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정치가는 인간의 정신과 본성을 좀 더 세세히 탐구하여야 한다. 그것은 아마 눈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하는 일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 될 터이다.


    선한 것은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이지만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욕심이 많고 불공정한 사람은 모두 정의롭지 못하다. 따라서 법을 준수하는 사람과 공정한 사람은 정의로운 사람이다. 이와 같이 보면 정의란 준법적인 것과 공정한 것을 포함하며, 정의롭지 못한 것이란 법을 지키지 않는 것과 불공정한 것을 포함한다. 정의롭지 못한 사람은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는 탓에, 여러 가지 선한 것에 마음을 쓰는 척한다. 그러나 그는 진정으로 선한 것에 마음을 쓰지는 않고, 다만 행운과 불운이 관계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 우리가 선한 것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사람들은 선한 것들을 소원하고 또 추구하지만, 사실 이래서는 안 된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이 또한 자기들에게도 좋은 것이 되도록 바라야만 하며, 또 정말 자기들을 위하여 좋은 것들을 선택해야 한다.



    인간 행동에 대하여

    사람은 누구나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추구하는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것을 선택하기도 하고 피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그로 인해서 행복과 행복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생긴다. 우리는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우리는 행복이나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를 만들기도 하고 늘리기도 한다. 그러나 행복과 반대되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짓은 말아야 한다. 행복이라는 미덕은 안녕, 자족감, 가장 즐겁고 안전한 삶 그리고 물질적이고 신체적인 번영을 지향하는 것들이다. 행복이 이 한가운데 하나 또는 여럿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행복이 그런 것이라면 그 구성 요소들은 틀림없이 늘 우리 곁에 있다.


    너그러움에 대하여

    너그러운 사람은 가장 사랑받는다. 그것은 그들이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베푸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그러운 사람이 부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가 재물을 잘 모으는 사람이라도 그 재물 자체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잘 내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를 누릴 자격이 가장 많은 사람이 실제로는 그렇게 부자가 못 된다는 운명적인 말이 생겼다. 세상에는 다 이치가 있는데 재물을 얻으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 사람은 재물을 얻을 수 없다. 자수성가해서 재산을 모은 사람은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보다 인색하다. 그들은 궁핍했던 경험 때문에 자기가 이룩한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간난신고를 겪었더라도 현명한 사람은 너그러워지는 법이다. 너그러움이란 재물을 주고받는 일에서 중용의 길을 열어준다. 너그러운 사람은 적당한 일에 적당한 양의 재물을,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기쁜 마음으로 주고 마땅한 곳에서 소비하도록 만든다.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

    우리가 숙고하고 주목해야 할 것은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것인지 숙고하지 않고, 연설가는 청중을 설득할 것인지 숙고하지 않으며, 정치가는 법과 질서를 바로잡을 것인지 숙고하지 않는다. 그 밖에 어느 누구도 자신의 목적에 대해 숙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먼저 목적을 설정한 뒤 어떻게, 어떤 방법에 의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한다. 그리고 목적이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해 달성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면, 어느 방법을 써야 목적이 가장 쉽고 고상하게 달성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반면 목적이 단 한 가지 방법에 의해 달성될 수 있으면, 목적이 이 방법에 의해 어떻게 달성될 수 있는지, 또 이 방법은 어떤 다른 방법에 의해 획득될 수 있는지 생각한다.


    선택이란?

    선택이란 욕망, 분노, 소망 또는 일종의 의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욕망과 분노는 동물들에게도 있지만 합리적인 선택은 그들에게는 없다. 또한 자제력이 없는 사람은 욕망에 의해 행위하는 것이지 선택에 의해 행위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자제력이 있는 사람은, 선택에 의해 행위하는 것이지 욕망에 의해 행위하지 않는다. 욕망은 선택에 대립하지만, 욕망이 욕망에 대해 대립하는 일은 없다. 또 욕망은 유쾌한 것과 고통스러운 것과 관계되지만, 선택은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과도 관계하지 않는다. 그리고 분노는 더욱 선택과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분노 때문에 행하는 행위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에 의하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선택과 소망

    선택과 소망은 아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닌다. 왜냐하면 선택은 불가능한 일에 대해 성립할 수 없는데, 만일 누군가 자신이 불가능한 일을 선택했다고 하면 그는 바보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소망은 불가능한 일에 대해서도 성립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영생에 대한 소망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어떤 배우의 명망이나 운동선수의 우승처럼 자신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소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것들만 합리적으로 선택한다. 그러므로 소망은 대개 목적에 관계하고, 선택은 대개 수단에 관계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건강하기를 바라지만, 건강을 위한 행위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또 우리는 행복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하지만, 행복하기를 선택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선택은 대게 자신의 힘이 마칠 수 있는 것들에만 관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용감한 행동을 해야만 용감해진다

    우리는 자주 보고 자주 들음으로써 시각이나 청각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자연이 선천적으로 우리에게 부여한 능력이다. 그러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의 경우에는, 우리가 먼저 실천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집을 지어 보아야 건축가가 되고, 하트를 타 보아야 하프 연주가가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정의로운 행동을 해 보아야 정의로워지고, 절제 있는 행동을 해 보아야 절제 있어지고, 용감한 행동을 해야만 용감해진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인간적 미덕이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처럼 악덕도 그렇다. 미덕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처럼 악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고귀한 일이며,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천박한 일인지 알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의 자유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과 행동하지 않는 것이 각자의 미덕과 악덕을 만든다면, 스스로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이나 천박한 인물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일과 삶에 대하여

    실천적 지혜는 여러 가지 상황을 총괄한다

    정치와 실천적 지혜는 같은 것 같으면서 그 존재 양식이 다르다. 국가와 관련된 지혜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모든 것을 총괄하는 실천적 지혜는 ‘입법적 지혜’다. 다른 하나는 개별적 상황을 심의하고 실행하는 ‘정치적 지혜’다. 정치적 지혜는 생각과 행동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분주하다. 반면, 실천적 지혜는 여러 가지 상황을 총괄하는 일반적 상황이다. 온갖 세상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을 실천적 지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서 현자라고 부른다. 정치가들을 단지 공연한 일로 동분서주 분주한 사람쯤으로 여긴다. 그래서 에우리피데스는 이렇게 읊조렸다.


    어찌 내가 지혜롭다고 할 수 있을까?

    무수한 병사들 틈에서

    그들과 같은 몫을 받아가며

    아무런 실천적 지혜도 발휘할 수 없는데

    남달리 높은 것을 꿈꾸고

    남달리 많은 일을 하려 했건만...


    재산문제는 인간갈등의 씨앗이다

    무엇인가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대단한 기쁨을 안겨준다.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것을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감정이다. 이기심은 비난을 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비난의 진정 대상은 이기심 자체가 아니고 지나친 이기심이다. 우리가 수전노를 비난하는 것은 그가 돈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아끼는 것이 꼴사납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재산, 그리고 돈 같은 것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리고 동료나 손님,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호의를 베푸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친절을 베풀거나 도움을 주는 것은 사유재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세상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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