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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저   자 : 강갑생
출판사 : 팜파스
출판일 : 2020년 11월

  •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하늘 길에는 이야기도 많다

    비행기 폭발, 109명 전원 사망! 쇳조각 하나가 부른 참사

    지난 2000년 7월 25일 미국 뉴욕을 향해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을 이륙하던 에어프랑스 4590편 콩코드 여객기가 채 2분도 안 돼 추락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승무원과 승객 109명이 전원 사망하고, 비행기가 추락한 호텔의 직원 4명도 숨졌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참사의 원인은 조사 결과 활주로에 떨어져 있던 길이 40cm가량의 쇳조각 때문이었는데요. 콩코드기에 앞서 공항을 떠난 미국 콘티넨털항공 여객기의 엔진 덮개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이었습니다.


    콘티넨털항공 여객기는 무사히 이륙하고 착륙도 했지만, 그 불똥이 콩코드기에 튄 겁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콩코드기가 문제의 쇳조각을 밟으면서 타이어가 터졌고, 그 파편이 연료탱크를 강하게 가격해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급기야 엔진에까지 이상이 생기면서 콩코드기는 결국 추락하고 말았던 겁니다.


    이처럼 공항 활주로 또는 계류장 등에 떨어져 자칫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이물질을 ‘FOD(Foreign Object Debris)’라고 부릅니다. 쇳조각, 돌, 아스팔트 파편, 항공기나 차량 파편, 쓰레기, 정비용 부품, 타이어 파편뿐 아니라 야생동물이나 뱀도 FOD에 포함되는데요. 이런 이물질들은 항공기 타이어에 손상을 입히거나, 아니면 타이어에 부딪치며 튀어 올라 엔진이나 다른 부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매년 FOD로 인한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약 40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사고 조치를 위한 활주로 폐쇄 때문에 발생하는 운항 지연 등에 따른 간접비용은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 공항에서는 이러한 FOD 제거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공항에서는 FOD 수거용 특수차량과 10여 명의 전담 인력을 동원해 매일 활주로와 계류장 등 항공기가 이동하는 전 지역에 떨어진 이물질을 치우고 있습니다.


    하루 4번, 6시간 간격으로 정기점검을 하고, 관제기관이나 조종사 등이 요청할 경우 수시로 특별 점검도 시행합니다. SUV 차량이 대열을 이뤄 달리면서 이물질이 떨어졌는지, 활주로에 이상은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또한 금속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자석 막대를 붙인 특수차량을 활용하거나 트럭이 이물질을 쓸어 담는 매트를 달고 활주로나 계류장 등을 돌아다니는 방식입니다. 점검 인력 10여 명이 직접 비닐 마대와 집게를 들고 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대로 이물질을 주워 담기도 합니다.


    하늘 길을 다니는 자유도 ‘레벨(Level)’이 다르다

    이처럼 넓디넓은 하늘 길이지만 비행기가 마음대로 다닐 수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비행은 사전에 합의되거나 허가되지 않으면 허용되지 않는데요. 양국 간, 또는 여러 국가 간에 항공협정을 맺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까지 항공 운송을 허용할 것인지 정하는 겁니다. 참고로 양국 간 항공협정은 1946년 미국과 영국 간에 체결된 ‘버뮤다협정’이 그 시초라고 합니다.


    ‘제1자유’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영공 통과의 권리’라고도 부릅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 항공기에 착륙은 하지 않고 영공을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권리인데요. 앞서 우리 항공기가 러시아, 중국 영공을 지나가지 못한 이유가 이 ‘제1자유’를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2자유’는 일명 ‘기술 착륙의 권리(Technical Landing Right)’라고도 하는데요. 외국 항공기에게 급유, 예기치 못한 정비, 비상시 착륙 등 비운송 목적으로 자국의 영역 내에 착륙하도록 허용한 권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대부분 허용해주는 권리입니다. 우리 항공기가 유럽을 가기 위해 앵커리지공항에 들러서 급유를 받았던 사례가 있는데요. 이때 승객이나 화물을 내리거나 실을 수는 없습니다.


    ‘제3자유’와 ‘제4자유’는 보통 한 묶음으로 얘기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예로 들면 우리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승객과 화물을 싣고 일본 도쿄의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승객과 화물 등을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제3자유’입니다. 반대로 나리타공항에서 승객과 화물을 싣고 인천공항으로 올 수 있는 권리가 ‘제4자유’입니다.


    이 두 가지 자유를 얻게 되면 정식으로 노선을 개통하게 되는 셈인데요. 다만 어느 공항을 열어줄 것인지, 운항 편수는 얼마나 할 것인지 등은 해당 국가 간 개별 협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5자유’도 있는데요, ‘이원권(以遠權, Beyond Right)’으로 부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을 목적지로 한국에서 출발한 우리 항공기가 중간에 일본에 들러 뉴욕행 승객이나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물론 반대로 뉴욕에서 출발한 우리 항공기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일본에 착륙해 한국행 승객을 태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제5자유’는 자칫 자국 항공사의 승객을 빼앗기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그렇게 쉽게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제5자유’가 실현되려면 A, B, C 등 3개국 사이에 각각 항공 협정이 성립돼야만 하는데요. 국제항공협정은 대부분 상호 호혜, 평등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A국가가 ‘제5자유’를 누린다면 B, C국가도 역시 같은 권리를 요구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항공 자유화(Open Skies)’는 이 ‘제3~5자유’를 대상으로 노선 구조나 운항 횟수, 운임(신고제)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120여 개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앞설 자신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중동 항공사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제6자유'는 A국가의 항공사가 C국가를 목적지로 하는 승객이나 화물을 B국가에서 싣고 자국으로 온 뒤 이를 다시 C국가까지 싣고 가는 권리입니다. 한국을 예로 들면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랍에미리트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유럽행 승객을 싣고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공항에 도착한 뒤 다시 유럽까지 가는 건데요. 사실상 환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7자유’는 아예 자기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들 사이를 오가며 승객과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권리인데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항공사가 일본~대만 노선에서 직접 영업을 하는 겁니다. 이 경우 일본의 한 지점에 우리 항공기를 두고 이곳에서 대만을 오가는 승객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게 됩니다.


    ‘제8자유’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우리 항공사가 일본 도쿄에 들른 뒤 일본 국내선 구간인 삿포로까지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제9자유’는 아예 우리 항공사가 일본에 비행기를 배치해두고, 일본 내 국내선 영업을 할 수 있는 권리인데요. 이 두 자유는 전문용어로 ‘카보타지(Cabotage, 국내운송)’라고 합니다.


    A380 기름 채우는 데만 1시간! 인천공항 지하에는 60㎞ 길이의 송유관이 있다

    항공기에 필요한 양만큼 기름을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종과 목적지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우선 가장 작은 규모인 B737은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갈 때는 7,900리터가량을 채우는데요. 실제로 항공유를 넣기 시작해 급유가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15분가량이라고 합니다. 반면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여객기인 A380은 크기만큼이나 들어가는 기름의 양도 상당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미주로 갈 때 넣는 기름은 20만 리터가 넘습니다. 일반 승용차로 따지면 2,000~3,000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분량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비행기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대형 공항들은 상당량의 항공유를 저장하고, 급유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수인데요. 세계적인 수준으로 꼽히는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인천공항 주변에는 1기당 1,580만 리터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 탱크 12기를 보유한 항공유 저장기지가 있습니다. 모두 합하면 1억 9,000만 리터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인데요. 2001년 개항 이후 초기에는 하루에 탱크 1기 정도의 기름을 썼지만, 운항편수가 늘어나면서 하루 평균 탱크 1.5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평소 바다 건너 인천에 있는 정유사의 저장기지에서 해저 송유관을 통해서 기름을 공급받고 있는데요.


    그럼 이렇게 저장해놓은 기름은 어떻게 비행기까지 전달될까요? 흔히 기름을 가득 실은 탱크로리를 떠올릴 수 있는데요, 인천공항 주기장에서는 이 탱크로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항공유 저장기지에서 시작해 인천공항 주기장 곳곳에 뻗어 있는 지하 송유관 덕분입니다. 길이만 무려 60km에 달하며 지하 2~2.5m 깊이로 깔려 있다고 하는데요.


    이 송유관은 비행기가 승객을 내리고 태우는 각 주기장에 설치된 2개의 급유 밸브와 연결됩니다. 호스와 각종 주유 장비를 구비한 급유 차량은 이 밸브에 호스를 연결해 비행기에 기름을 넣으면 되는데요. 독일 등에서 수입하는 급유 차량은 대당 가격이 3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인천공항만 급유 시설이 모두 지하화되어 있고, 김포공항 등 다른 공항은 이런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탱크로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행기에 기름을 넣는 과정도 그리 간단하지 않은데요. 일반 주유소에서는 주유 호스를 차량의 주유구에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만 항공유 급유에는 절차들이 더 있습니다. 주유 작업자는 급유차뿐 아니라 비행기 날개 밑에 있는 주유 계기판을 직접 조작해 해당 연료 탱크별로 들어갈 기름의 양을 정확하게 입력합니다.


    그리고 초기에 일정량의 기름이 들어가면 특수 시약을 사용해 기름에 수분이 있는지 확인하는데요. 항공유에 수분이 있으면 역시 화재 위험 등이 높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시약이 녹색으로 변하면 수분이 있다는 의미로 이때에는 주유를 중단해야 하는데요. 주유 작업자는 이상 유무를 비행기 정비사에게 확인시킨 뒤 급유 작업을 계속하게 됩니다.


    ‘순풍에 돛 단’ 비행기, 제트기류 타면 3시간 빨리 도착

    2015년 1월쯤 외신에 이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 뉴욕을 출발한 영국 브리티시항공의 여객기가 당초 예정시간보다 무려 1시간 30분이나 빨리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일반적으로 뉴욕→런던은 6시간 50분가량 소요됩니다. 그런데 이 여객기는 5시간 16분을 기록했습니다. 비결은 이례적으로 강한 ‘제트기류(Jet Stream)’ 덕분이었는데요.


    당시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속 320km 이상의 속도로 움직였다고 합니다. 보통은 시속 100~200km 정도이니 당시 속도가 얼마나 예외적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속 900km 안팎으로 비행하는 여객기가 이 세찬 기류까지 등에 업었으니 속도가 훨씬 빨라진 건데요. 시속 1,200km의 속도였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되면 갈 때와 올 때의 비행 시간이 제법 차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제트기류로 대표되는 바람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게 항공 업계의 설명인데요.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방의 고도 9~10km 대류권과 성층권 경계면인 대류권계면 부근에서 형성돼 북반구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한 바람대를 일컫습니다.


    제트기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는 인천~미국 하와이 노선이 대표적입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동쪽에 있는 하와이로 갈 때는 8시간 정도에 도착 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하와이를 떠나 서쪽에 있는 인천공항으로 올 때는 3시간이 더 걸려 11시간가량이 소요됩니다.


    항공사들은 매일매일 기상과 공항 여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여객기의 최적 항로를 짜는데요. 제트기류가 뒷바람일 때는 가급적 이용하지만 맞바람일 땐 이를 피해가도록 합니다.


    맞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오면 비행시간도 더 걸리고 연료 소모도 많아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장거리 노선에서는 오갈 때 항로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미주 왕복 노선을 예로 들면 갈 때는 제트기류를 탈 수 있는 태평양 항로를, 올 때는 제트기류를 피해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오늘도 철마는 달린다

    나폴레옹 때문에 철도 폭이 달라졌다?

    수원~인천을 오가던 추억 속의 수인선 협궤열차는 1995년 말에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이 열차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철도 폭이 762mm로 다른 철도(1,435mm)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좁은 철로라는 뜻을 담은 ‘협궤’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요. 열차 내부도 다른 기차에 비해 꽤 좁습니다.


    국내의 다른 철도는 폭이 국제 표준(1,435mm)에 맞는다고 해서 ‘표준궤’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러시아, 스페인 등에는 국내에는 낯선 ‘광궤’라는 철도가 있습니다. 폭이 넓은 철로라는 의미인데요. 한 가지로만 통일되면 열차가 서로 다니기 편할 텐데, 왜 이렇게 철로 폭을 다르게 했을까요?


    협궤는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곡선 구간 등의 범위가 작기 때문에 험준한 산골짜기나 수풀이 우거진 험지 등을 개척할 때 유용했다고 하는데요. 광산에서 채굴한 광석이나 현지 산물을 운송할 때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럼 1,435mm의 국제 공인 표준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사실 유래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의 폭, 즉 마차의 궤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최초로 이 궤간을 표준화한 나라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스톡턴~달링턴 구간에 처음 적용됐고, 1825년 이 구간을 달린 역사상 최초의 증기기관차가 조지 스티븐슨이 만든 ‘로코모션 1호’입니다.


    당시 40km 구간을 2시간에 주파했고, 말이 끄는 마차보다 50배나 많은 짐을 운반했다고 하는데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무척 느린 속도이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놀랄 만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후 유럽과 미국 등에 철도가 확산되면서 대부분 표준궤를 깔게 됐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철도의 60%가량이 표준궤라고 합니다.


    광궤를 깐 국가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나라는 러시아인데요. 아마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way) 때문일 것입니다.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세계 최장의 철도(9,288km)로 철로 폭이 1,520mm인 광궤가 깔려 있습니다. TSR은 남북 간에 경의선 등 철도연결 논의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자주 언급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과 붙어 있는 러시아가 왜 대세인 표준궤를 따르지 않고 광궤를 놓았을까요? 역시 여러 설이 있지만,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년)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18세기 후반~19세 초반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혼쭐이 난 기억이 있는 러시아는 늘 프랑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철도를 놓을 때 표준궤를 사용하는 프랑스와 바로 연결이 되지 않도록 광궤를 깔았다는 겁니다. 자칫 직결됐다가는 프랑스가 철도를 이용해 대량으로 병력과 무기를 실어 나르며 침략해오지 않을까 우려한 겁니다.


    철도 폭이 달라지면 열차는 달릴 수 없습니다. 부산을 출발해 북한 땅을 거쳐 TSR이 시작하는 블라디보스톡 부근까지 가더라도 그 너머로는 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시베리아대륙횡단철도를 이용하면 배로 갈 때보다 유럽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이 훨씬 단축됩니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대차교환(바퀴와 틀 교체)’ 또는 ‘환적’입니다. 철도 폭이 달라지는 곳에서 그에 맞게 바퀴 틀을 갈아 끼우는 겁니다. 이를 대차교환이라고 하는데요. 또 한 가지는 짐을 바퀴 폭이 다른 열차에 통째로 옮겨 싣는 겁니다.


    대차교환 시스템은 TSR에서 많이 사용하는데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광궤로 바퀴를 바꾸고, 이어 표준궤가 시작되는 벨라루스 등 동유럽에서 다시 한번 표준궤로 바꿔야 합니다.


    버스, 비행기에는 있는데 KTX에는 왜 안전벨트가 없을까

    “자동차, 항공기에도 다 있는데 열차에는 왜 안전벨트가 없는 거죠?”


    지인들로부터 가끔 듣는 질문입니다. 고속버스나 항공기를 탈 때는 안전벨트를 신경 쓰지만,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고속열차)를 타면서는 안전벨트를 찾아본 적이 없는데요. 그저 원래 없는 것에 익숙한 탓일 겁니다.


    국내에서도 2014년 7월 강원도 태백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열차가 정면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이런 대형 사고를 전후해 열차 안전벨트가 실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열차 안전벨트는 도입되지 않았는데요.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선 열차의 제동거리는 자동차에 비해 무척 깁니다. 도로가 마른 상태를 기준으로 승용차는 시속 50km로 달릴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거리가 10m가량 됩니다. 버스의 제동거리는 17m입니다.


    타이어 마모 상태도 영향을 주어서 새 타이어인지, 오래된 타이어인지에 따라 시속 100km 주행 시 제동거리는 47~70m가량 차이가 나는데요. 어쨌거나 이 정도로 급제동하면 승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안전벨트를 안 하고 있을 경우 몸이 붕 뜨거나 앞 좌석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는 등 물리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아 숨지거나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건데요.


    반면 차체 무게만 400톤이 넘는 KTX는 급정거하더라도 워낙 무거운 탓에 제동거리가 최대 3km가 넘고 시간도 1분 10초가량 걸립니다. 브레이크를 밟은 뒤 1분여가 지난 뒤 멈춘다는 얘기인데요. 그만큼 열차 승객들로서는 급제동 자체로 인해 느끼는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겁니다. 자동차처럼 좌석에서 갑자기 튕겨 나가는 일이 드물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 가지는 탈선 및 화재 사고 때 안전벨트 착용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열차는 충돌하거나 탈선할 때 승객이 열차 밖으로 튕겨 나가는 사례보다 차체가 찌그러지면서 압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데요. 이때 안전벨트를 하고 있다면 신속하게 탈출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일반철도는 자갈을 까는데, 고속철도에는 콘크리트로 채우는 까닭은?

    서울역이나 용산역의 플랫폼에서 열차가 다니는 ‘선로(線路, Railroad)’를 내려다보면 레일과 침목 사이에 자갈이 채워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서울 지하철 등 도시철도에는 레일과 침목 사이가 자갈 대신 콘크리트로 메워져 있는데요.


    이렇게 레일과 침목 사이가 자갈로 채워져 있는 걸 ‘자갈 도상(道床)’,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건 ‘콘크리트 도상’이라고 부릅니다. 외양도 다르지만, 그 기능에서도 차이가 제법 크다고 하는데요.


    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선로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선로의 가장 밑에는 ‘노반(路盤)’이 있습니다. 선로를 깔기 위한 가장 기초인 셈입니다. 대부분 흙으로 되어 있지만, 교량에서는 콘크리트가 이를 대체합니다. 노반 위에 ‘도상’이 있고, 그 위로 침목을 놓고 레일을 부설하면 선로가 완성되는데요.


    이 가운데 도상은 열차 운행 때 레일과 침목이 받는 하중을 넓게 노반에 분산시키고, 물 빠짐을 좋게 하며, 노반 파손과 침목의 움직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차량 진동을 흡수해서 승차감을 좋게 하는 기능도 한다는데요.


    자갈 도상은 철도 초기에 고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9년 일본에 의해서 개통된 경인선에 자갈 도상이 사용됐습니다. 자갈이 구하기 쉽고, 저렴하면서 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궤도 틀림 등이 발생할 경우 보수 작업도 비교적 쉽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장점이 많은 자갈이지만 단점도 적지 않은데요. 무엇보다 자갈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먼지가 많고, 토사가 유입되면 선로의 물 빠짐이 나빠집니다.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건 대부분 지하로 다니는 도시 철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자갈들 사이가 굳어지면 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갈 사이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자갈치기’나 자갈 교체 등을 해줘야 하는데요. 이런 작업에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게 콘크리트 도상입니다. 이 도상은 무엇보다 한 번 시공하고 나면 보수 작업을 할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고, 콘크리트가 침목을 꽉 잡아주는 덕에 궤도 틀림이 자갈 도상에 비해 적다는 게 장점입니다. 물론 자갈보다 먼지도 덜 발생하는데요. 이 때문에 국내 지하철은 대부분 콘크리트 도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KTX의 경우 자갈 도상에서는 시속 250km 이상으로 달리면 자갈이 튀어 올라 바퀴나 차체를 때리는 ‘자갈 비산’ 현상도 생기는데요. 선로 공사나 보수 작업 시 침목보다 5cm 아래까지만 자갈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를 방지한다는 게 국가철도공단(구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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