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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저   자 : 마이 티 응우옌 킴(역:배명자)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09월

  •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모든 욕실은 화학 실험실이다 _ 無화학제품이라고 광고하는 엉터리 마케팅

    세상은 온통 화학이다

    아빠는 한동안 헤어 제품을 연구했었다. 나는 아빠와 함께 마트의 진열된 상품들을 탐색했는데, 때대로 샴푸의 성분표에서 아빠가 실험실에서 개발한 물질을 발견하곤 했다. 내가 고분자화학자가 된 데도 아빠의 영향이 컸다. 냉소적인 몇몇 화학자는 어쩌면 고분자화학이 결국 플라스틱이라고 말할 테지만, 그것은 뻔뻔하기 그지없는 편협한 개념 정의다. 우리는 프라이팬만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호환되는 인체 내 항암제 운송수단이나 인공 장기의 기초로 쓸 수 있는 고분자를 생산한다. 그런데 그냥 플라스틱이라니.


    고분자(polymer)는 장쇄분자, 즉 긴 사슬분자다. 고분자는 작은 분자 단위의 단량체(monomer)로 구성되는데, 이런 단량체들이 이어져 긴 사슬을 만든다. 다당류 또는 탄수화물 역시 고분자다. 그러므로 고분자라고 반드시 인공적인 건 아니며, 자연 어디에서나 생긴다.


    아빠는 예전에 볼륨 헤어스프레이와 엉킴 방지린스에 쓰일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화학은 나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천연 재료에 쓰는 비누와 여러 상품 그리고 이른바 천연 화장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도 화학을 알아야 한다.


    치아의 방귀쟁이를 쫓아내는 불화물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계속해서 설탕을 먹는다. 우리가 설탕을 좋아하는 탐욕스러운 괴물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몸이 설탕을 에너지로 바꾸기 때문이다. 특히 뇌가 설탕을 연료로 쓰기 때문에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초콜릿과 젤리를 사랑하도록 조건화되어 있다.


    우리만 설탕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치아에 사는 박테리아와 미생물들도 설탕을 좋아한다. 당신이 이 책을 읽는 지금도 수백만의 다양한 박테리아가 당신의 입안에서 종횡무진 돌아다닌다. 치아 박테리아들은 이른바‘플라크’안에서 산다. 플라크란 치아를 덮고 있는 얇은 수막을 말하는데, 덜 매력적인 이름으로는‘치태’가 있다. 치약이나 가글액 광고에서는 자기네 상품이 치태를 막아줄 거라고 자랑한다. 훼방꾼처럼 굴고 싶진 않지만, 화학자로서 나는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치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 하지만 치태의 내부 조건을 바꿔 그곳에 자리 잡은 박테리아가 살기 어렵게 만들 수는 있다.


    우리가 설탕, 즉 탄수화물을 먹으면, 박테리아들이 신나게 그것을 씹어 먹고 그 보답으로 시큼한 방귀를 뀐다. 설탕을 먹은 박테리아들은 이제 복잡한 화학 과정을 거쳐 그것을 소화한다. 박테리아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신진대사를 통해 당분자를 산 분자로 바꾼다. 치아의 법랑질에 들어 있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록 아주아주 느리게 녹이지만, 치아에 구멍이 생기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일이다.


    불화물(F-)이 음전하를 띠는 이온, 즉 음이온이라는 건 앞에서 얘기했다. 법랑질을 구성하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에도 똑같이 음이온이 들어 있다. 즉, 하이드록사이드 이온(OH-)이다. 이를 닦을 때 불화물은 법랑질 속으로 침투하여 하이드록사이드 이온을 내쫓는다. 공격적으로 들리겠지만, 좋은 일이다. 하이드록사이드 이온을 쫓아내고 불화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 덕분에 치아 표면에 플루오라파타이트라는 더 견고하고 안정된 얇은 층이 형성돼 산이 치아를 녹이지 못하게 막아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상어 이빨은 거의 100퍼센트가 플루오라파타이트다.


    중요한 것은 용량이다

    충치야 어떻든 간에, 과연 불화물이 정말 독일까? 독일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가 아주 중요한 말을 했다. “용량이 독을 만든다” 파라켈수스는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독이고 독이 없는 것은 없다. 독성을 없애는 것은 오직 용량뿐이다.”


    다량의 불화물은 독일 수 있다. 어른의 경우에도 몇 그램이 즉각적이고 치명적인(그러니까 죽음에 이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불화물이 첨가된 불소치약으로 양치질을 하는 건 안전할까? 치약의 불화물 함유량은 철저히 통제되어, 효력을 내되 안전한 농도에 맞춰진다. 내 치약에는 ‘1,450ppm F-’라고 적혀있다. 약 700개의 입자 중에서 1개가 불화물 이온이라는 뜻이다. 이 이상은 필요치 않은데, 불화물 이온 몇 개면 치아 표면에서 충치를 예방하는 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단, 수돗물에 이 정도의 농도로 불화물이 들어 있으면 위험하다. 농도는 언제나 맥락을 봐야 한다. 양치질의 경우 입안에 한정되고, 치약의 양을 조절할 수 있으며, 대부분 다시 뱉어낸다.


    요약하면 이런 얘기다. 치약에 허용치로 함유된 불화물은 충치 예방에 좋고, 불화물을 과량 섭취하면 불소 중독증에 걸릴 수 있다.



    장시간 앉아 있기가 왜 위험할까? _ 자극적인 과학 기사의 위험성

    당신은 지금 아주 편안하게 앉아 있는가? 그렇다면 얼른 일어나라. 왜냐고? 다음과 같은 경고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니 말이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제2의 흡연이다.”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

    “운동 부족으로 죽는 사람이 흡연으로 죽는 사람보다 2배 많다.”


    나는 방송 때문에 종종 외출한다. 밖에 나가면 대부분 몸을 움직이면서 보내지만, 집에서 일할 때는 확실히 너무 적게 움직인다. 특히 지금은 아주 심각한데, 책을 쓰는 일은 아주 많은 열정과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고 자극적인 과학 기사의 위험성

    전 세계의 미디어가 오래 앉아 있는 것의 위험성을 어찌나 흥분해서 다뤄댔던지, 미디어 자체가 연구 대상이 됐다. 호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이를 보도한 약 50개 신문 기사를 분석했다. 온라인신문과 종이신문을 모두 포함한 조사였는데,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첫째, 기사의 약 30퍼센트가 운동의 건강 효과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오래 앉아 있는 게 아주 해롭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제2의 흡연’이라는 표현은 절대 부당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충격을 받아 벌떡 일어났다면, 다시 자리에 앉기 바란다. 그게 정말 맞는지 지금부터 따져볼 참이니까.


    실제로는 앉아 있기의 해로움을 스포츠와 운동으로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아주 많다. 아주 오래 앉아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매일 한 시간 반씩 걸으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매일 조금씩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몰아서 해치우는 것도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 일주일에 단지 하루 이틀만 운동하더라도 오래 앉아 있기의 위험을 방어할 수 있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을 건강을 해치는 능동적 행위로 정의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부분은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제2의 흡연이다’ 같은 헤드라인에 충격을 받고, 다시 조깅화를 꺼낸다. 과학적으로 보면, 앉아 있기의 위험은 완전히 과소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운동을 하고자 할 때는 오래 앉아 있기와 연관된 방정식으로 봐야 한다. 다만, 적게 앉아 있기 역시 운동하기 못지않게 실천하기가 어렵다. 이것 역시 과학적 근거가 있는데, 앉아 있는 시간을 날마다 조금씩 줄여야 한다. 그래야 일주일에 단지 하루 이틀만 운동할 때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적게 앉아 있을지, 매일 산책할지, 일주일에 한 번씩 몰아서 운동할지 결정하려면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이 셋 중에서 나는 무엇을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가?


    여기에는 다이어트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내가 견딜 수 있는 다이어트가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모든 과학적 결과를 훨씬 구조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건강한 운동 포트폴리오에 한 가지 활동을 추가하면 된다. 바로, 적게 앉아 있기다! 운동을 싫어하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다.


    둘째, 기사의 약 25퍼센트가 사무직 노동자들이 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당연히 오래 앉아 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는데, 앉아 있다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텔레비전 앞에서 오래 앉아 있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게 산다. 그렇다면 사무실에서는 양심의 가책 없이 앉아 있어도 되고, 텔레비전을 볼 때는 일어서야 할까?


    수치만으로는 유의미한 사실을 제시하지 못하는 아주 좋은 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보자.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어느 정도의 교육 수준을 가졌으며,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 이런 요소들이 일반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이롭다. 그래서 통계로 볼 때 부유한 사람이 더 건강하다.


    반면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것은 통계적으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낮은 교육 수준, 높은 실업률과 관련이 있다. 이 요소들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해로운 요소들과 또 관련이 있다. 단적인 예로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을 들 수 있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은 몸에 안 좋은 음식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된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복잡해질 수 있는지 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 앞에 또는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지 알아내는 일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이런 자료에서, 앉아 있기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비전염성 질환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비전염성 질환의 80퍼센트가 저소득 국가에 속한다. 그러므로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사무직 노동자가 가장 큰 희생자인 것은 아니다. 다만,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 있는 것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미디어의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보도의 표적 집단이 사무직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기사를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읽고 있을 사람들 말이다.


    연구 결과에서 당신이 무엇을 가져갈지는 당신 자신에게 달렸다. 그러나 우리는 간단한 대답에 만족하지 않고, 한 주제의 다양한 면을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뭔가를 정확히 이해할 때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나는 잠시 운동을 해야겠다. 당신도 일어나 좀 움직이는 게 좋을 것이다.



    핸드폰은 어떻게 기능할까 _ 세상을 ‘약간 더’ 좋게 만드는 일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희토류금속

    스마트폰은 70가지가 넘는 다양한 원소로 이루어진다. 탄소도 거기에 속하지만, 핸드폰을 아주 흥미로운 물건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금속이다. 스마트폰을 정말로 ‘스마트’하게 하는 것은 희토(희귀한 흙) 또는 희토류금속이라 불리는 특별한 금속류다. 희토류는 에너지 절약 전구의 자연스러운 빛을 만들고, 태양광전지나 풍력터빈 같은 친환경 기술에도 사용된다.


    희토류는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갈수록 사용 범위가 확대되겠지만,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름이 암시하는 것만큼 희귀한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건 사실이다. 희토류는 지표면에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암석 안에 흩어져 있다. 그러므로 채굴에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들고, 드물지 않게 불공정한 노동 조건 안에서 채굴이 진행된다. 희토류금속이 가장 많이 채굴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이런 몇몇 원료에 국가가 독점권을 갖는다. 와이파이가 끊기면 인터넷을 찾아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런 하이테크 시대에 아주 유리한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핸드폰 액정은 왜 이렇게 잘 깨질까?

    사람들이 핸드폰을 많이 살수록 희토류금속은 더욱 비싸진다. 그런데도 무선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을 매년 새로운 모델로 교체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을 내걸며 우리를 유혹한다. 우리가 기기를 보다 오래 사용하지 않거나 현명하게 재활용하지 않으면, 곧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만 현대 사회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제조사들은 의도적으로 핸드폰과 태블릿을 소비자들이 직접 수리하기 어렵게 만든다. 수명이 끝난 배터리나 금이 간 액정 때문에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수리를 받기 위해 기기를 어딘가로 보낼 순 있다. 하지만 그 긴 나날을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그렇다고 핸드폰 액정이 아주 쉽게 고장 나는 것은 제조사의 악의 때문은 아니다. 액정을 원래 아주 튼튼하고 화학적으로도 매우 기발한 물건이다. 핸드폰 액정에는 평범한 유리가 아니라 고릴라 글라스(코닝사에서 제조하는 디스플레이용 강화유리 상표-옮긴이)를 사용한다.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핸드폰 액정이 살아남느냐 아니냐는 당연히 얼마나 강한 충격이 유리에 닿졌느냐에 달렸다. 넓은 면적이 닿도록 바닥에 평평하게 떨어졌다면, 별일 없을 확률이 높다. 충격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압력은 면적에 미치는 힘이다. 즉, 압력이 가해지는 면적이 좁을수록 압력이 세 진다. 핸드폰의 좁은 모서리가 바닥에 부딪치고 충격음이 특히 컸다면, 액정 고장은 거의 불가치하다.


    같은 이유에서 만약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를 겪는다면 가능한 한 바닥에 넓게 엎드리는 것이ㅓ 좋다. 충격이 넓은 면적에 분산되도록 말이다. 다만, 추락하는 순간 바닥에 엎드리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엘리베이터 안이 이른바 인공 무중력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남들 시선이 좀 걸리겠지만 완벽하게 안전하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한다.


    다시 스마트폰 액정으로 돌아가서, 액정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튼튼한 케이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아름다운 스마트폰이 투박해지더라도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악취는 끔찍하지만, 악취 분자는 매력적이다 _현기증 나는 냄새의 분자구조

    나는 두 정거장이나 일찍 내렸다. 악취 때문에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땀 냄새가 옆에 선 잘생긴 매력남한테서 난다는 걸 정말이지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릴 때 악취의 근원지를 명확히 확인하고야 말았다. 그 남자에게서는 트랜드-3-메틸-2-헥섹산, 줄여서 TMHA 냄새가 났다. 이것은 지방산의 일종인 카프로산의 친척이다. 염소를 뜻하는 라틴어 카프라(capra)를 따서 카프로산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염소 냄새가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현기증 나는 땀 냄새의 분자구조

    카프론산은 이른바 포화지방산으로, 탄소 사슬에 단일결합만 있고 이중결합이 없다는 뜻이다. 만약 카프로산에 이중결합을 추가하면 불포화지방산이 되고, 이 이중결합에 다시 메틸기를 추가하면 TMHA 분자가 탄생한다. 특유의 염소 냄새를 풍기는, 그야말로 숨 막히게 하는 땀 냄새를 만들어내는 대단한 분자다. 나 역시 악취는 끔찍하게 싫지만, 그럼에도 악취 분자들은 매력적이다.


    냄새는 휘발성 분자에서 비롯된다. 휘발성이란 쉽게 증발한다는 뜻이다. 뭔가 안 좋은 냄새를 맡았다면, 안 좋은 냄새를 풍기는 분자들이 콧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 옆에 섰던 남자의 땀냄새도 마찬가지다. 땀의 일부가 그의 겨드랑이에서 내 코로 날아든 것이다.


    유기화학은 강렬한 냄새와 연결되어 있다. 가장 훌륭한 향료와 감미료는 유기 분자다. 그리고 가장 고약한 악취 역시 유기 분자다. 유기화학은 화학 전공자들 사이에서 어떤 이에게는 황홀경을, 어떤 이에게는 공포감을 주는 알파벳 두 글자 OC로 축약된다. 현장실습을 뜻하는 이 OC에서는 암기해야 할 것이 아주 많다.


    한번은 유기화학구조의 공식을 암기하느라 열심히 끄적이고 있는데, 룸메이트가 말했다. “그 모든 것이 어떤 모양인지 알다니, 정말 대단해.” 그가 대단하다고 여긴 것은, 내가 그 모든 것을 암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대단한 일은, 한 번도 눈으로 본 적이 없는 화학구조의 생김새를 우리가 안다는 사실 아닐까? 그것이 화학의 매력이다.


    유기화학에서는 화학자들이 ‘요리’라고 말하는 합성을 다루는데, 말하자면 새로운 분자를 ‘직접(from scratch)’ 생산한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세계 최고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분자를 자기 손으로 직접 요리하는 기분이라니. 마법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OC 실습은 매우 힘들다. 게다가 아주 독특한 냄새를 동반한다. 화학자들은 처음 방문한 대학 건물일지라도 오직 냄새로만 OC 실습실을 찾아낼 수 있다. 분명 좋은 냄새는 아니다. OC실습 후에 만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때면, 나는 늘 너무나 창피했다. 그에 비하면 매력남의 땀 냄새는 악취 축에도 못 낀다.


    악취는 고마운 존재다

    자연에서 악취는 도망치라는 경고다. 그래서 우리는 예를 들어 인간의 배설물을 아주 더럽다고 느낀다. 배설물의 병원체가 우리 몸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게 하려는 자연의 배려다. 그러나 악취가 난다고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니고, 해로운 것이 모두 악취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랬겠다면 아주 편했겠지만, 유해 물질이 항상 확연히 구별되는 건 아니다.


    대학에서 화학 강의를 듣기 시작했을 때, 나는 산을 대단히 존경했다. 대학에서 하는 첫 번째 실험이 염산을 이용하는 산-염기 적정(Acid-base Titration)이다. 우리는 모두 염산에 다칠까 봐 잔뜩 겁을 먹었다. 그러나 금세 익숙해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험실이 점점 더 안정하게 느껴지면서 손놀림도 더 노련해졌다. 언젠가부터는 염산이 고맙기까지 했다. 혹시라도 그것이 피부에 닿으면 적어도 즉시 알아차릴 수 있고 그에 합당한 처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나쁜 화학물질이 뭔지 아는가? 아무 티도 내지 않고 있다가 몇 년 뒤에 암을 유발하는 물질들이다!


    우리 몸은 움직이는 박테리아 생태계다

    어찌 보면 인간은 움직이는 박테리아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은 단세포생물은 예를 들어 우리의 겨드랑이에 몰래 자리를 잡고 아주 노련하게 지구를 지배한다. 무취의 땀이 땀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 거기서 박테리아가 재빨리 땀을 먹고 끄어어억 트림을 하여 다양한 악취 분자를 배출한다. 항박테리아 물질은 이런 박테리아들을 억제한다. 그러므로 데오도란트는 약간의 향수와 힘을 합쳐 버스 승객 모두를 편안하게 해준다.


    반면 땀 억제제에는 추가로 알루미늄염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겨드랑이에 단백질을 침전시킨다. 이 말은 알루미눔염이 작은 미니 프로판을 형성해 땀구멍을 막음으로써 땀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다지 우아한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막힌 땀구멍을 한번 상상해보라. 갑갑하고 불편하지 않은가?


    사실 코에 사용하는 데오도란트를 개발하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땀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두 정거장 일찍 버스에서 내릴 정도라면. 그것은 사실 악취를 풍기는 남자가 아니라 내 문제다. 그러므로 나쁜 냄새를 편안한 냄새로 바꿔주는 뭔가를 내 코에 뿌려야 한다. 그러면 여름에 모두가 시원하게 땀을 흘리고, 아무도 냄새 때문에 고생하지 않으리라.


    이런 기술은 이론적으로 완전히 가능하다. 방향 스프레이에 사이클로덱스트린을 첨가하면 된다. 이것은 철창처럼 생긴 분자로, 나쁜 냄새를 글자 그대로 청창 안에 가둬둘 수 있다. 다만, 좋은 냄새까지 모조리 체포한다는 게 문제다. 그러면 정말 곤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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