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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의 내가 하겠지
저   자 : 차희연
출판사 : 팜파스
출판일 : 2018년 10월

  • 내일의 내가 하겠지

    회사만 가면 나는 왜

    일은 많은데, 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까?

    일을 미루거나 미적거리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의 성격이 느긋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에 마감 기한이 임박해서야 일을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사실 그 사람은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머릿속에서 그 일을 수십, 수백 번 하고 있다. ‘무엇부터 해야 하지?’, ‘무엇이 필요하지?’, ‘지금 잘 하고 있나?’, ‘어떻게 해야 하지?’ 등 자문하며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일에 대해서 과도하게 걱정하면서 긴장한 상태로 ‘누워서 생각하고 있다’. 마감 시간 전까지 해놓은 일은 없으면서 새로운 업무를 받게 된다. 결국 더해진 부담감에 새 업무까지 미루기 때문에 직장 상사 입장에서 일을 미루는 직원은 무능한 직원이나 다름없다.

    잘 해내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

    업무를 미루는 이유는 단순히 귀찮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자신감 부족과 관련이 있다. 자신의 업무를 진행하는 데 확신이 있고,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미룰 필요가 없다. 아이는 시험을 잘 치른 것 같으면 성적표가 나오기 전부터 부모에게 시험을 잘 본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즉, 결과가 좋을 것 같으면 미리 보고를 한다는 의미이다. 반면 업무를 다 끝내지 못했거나 성과가 좋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는 보고도 미루게 된다. 결국 업무 결과도 좋지 않은데, 보고까지 늦게 해서 두고두고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행동을 지연하는 사람들은 낮은 통제감과 자아 효능감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과제를 완료한 후 실패에 대한 타인에 부정적 반응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일을 미루는 지연 성향이 높은 사람은 실패를 예견하고 일상의 여러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미리 걱정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수치가 매우 높다. 또한 해야 할 업무를 미루는 사람들은 시간을 관리하는 것도 힘들어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시간의 낭비는 다시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업무 면에서도, 시간 관리 면에서도 직장 상사나 동료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미루는 것도 중독이 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은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과정에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루는 습관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 세포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우울증도 유발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다 보면 신체는 위기 상황이라 인식한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교감 신경계의 활성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신경계는 평상시보다 더 긴장한다. 이에 따라 뇌도 자연스럽게 긴장하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은 과도한 긴장감과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나 방법이 나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일을 미루다가 급하게 마치면 성취감과 만족감은 느끼면서 과하게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았던 것이 일시에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 지연 행동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벼락치기 수행의 추진감, 극도의 긴장 후 찾아오는 이완감, 성취감, 만족감 등을 경험한다. 마감 직전에 자신의 일을 완료하과 나면 뇌의 측좌핵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도파민은 중독 행동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이는 만성 지연 행동이 단순한 늦장이나 게으름이 아닌 중독 현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일부 사례에서 극도로 각성된 최종 순간의 노력, 아슬아슬한 과제 완료, 깊은 안도감으로 이어지는 지연의 순환에 중독된 듯한 결과를 보였다. 우리의 뇌는 이런 쾌감과 함께 수행의 효율성을 기억해서 일을 미루고 벼락치기 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일을 미루는 것도 습관이자 중독이다. 일을 잘해내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찾고 그 결과를 예측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이 보는 당신의 모습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힘은 힘대로 빠지고, 결과는 결과대로 나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뇌만 아는 쾌락이 있다니 더욱 억울할 따름이다. 일도 하고, 뇌뿐만 아니라 자신도 자각할 수 있는 건강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귀차니즘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맛있는 것 먹자’는 데도… 왜 회식은 귀찮을까?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회식도 업무다

    함께 업무를 수행하고 단체 행동을 강요하는 회사에서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료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상사가 아직 퇴근하지 않았을 때 칼퇴근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회식에 한 명만 빠지면 안 되는 집단주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는 회사일수록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일을 못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집단주의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권은 개인보다 집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과 집단을 동일시하며 집단에 복종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집단이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구성원이 갖는 자유와 권리는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다고 여긴다. 만약 공동체에서 추구하는 것 대신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속해 있는 집단에 피해를 주는 것이고 이로 일해서 질서가 깨진다고 받아들인다.


    개인주의는 한 개인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주변 상황보다 자기 자신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우선이고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한 개인의 의견과 삶은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의 의견과 삶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국가를 유지하는 기본 규칙을 지키는 것이 선행되기 때문에 조건 없는 자유와 자율을 존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윤리에 대한 인식도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개인주의 문화권일수록 원칙을 지킨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의미는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과 관계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단주의의 경우 사회를 유지하는 규칙보다는 집단의 규칙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에 서양 문화권의 개인주의 관점에서 볼 때 집단주의는 상당히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문화로 평가되기도 한다.


    상호 의존적인 집단주의 문화와 독립적인 개인주의 문화는 개인이 꿈과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방식, 욕구를 실현하는 방식,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이는 곧 개인이 감정을 느끼는 방식도 다르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유럽이나 북미와 같은 서양의 독립적인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자아실현이 한 개인의 삶의 목표가 된다.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독립적으로 성취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욕구, 생각, 감정 등 개인의 내면을 중심에 두고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추구하고, 문화권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한국, 중국 등 유교 문화권은 상호 의존적인 문화이다. 유교 문화권에서 자아실현의 의미는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도 유지하는 것이다. 관계 유지를 위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의사 결정의 순간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개입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자아실현을 이루고 나면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챙겨야 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통제하고 수련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 내에서 모범적인 삶을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장한다.


    자기 자신과 자녀, 둘 중에서 한 명만 유명 대학에 합격한다고 가정할 때, 누가 합격하면 더 기쁠까? 개인주의 문화권인 서양의 경우는 똑같이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보고됐으나 집단주의 문화권인 동양에서는 자신보다 자녀가 합격하는 것이 더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보고됐다.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문화에 따라서 다르게 보고되는데, 서양에서는 가족보다는 자신의 부정행위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고 보고됐으나 동양에서는 형제나 가족이 적발될 대 더 수치심을 느낄 것이라고 보고됐다.


    이러한 심리를 바탕으로 집단주의 문화권인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하고 더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역할에 맞는 행동 기준을 정해 놓는다.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강하게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기대 수준이 높고, 이를 수행하길 바라는 요구 수준이 높기 때문에 행동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직장 상사나 동료로부터 관여 받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귀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당신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를 지키는 스트레스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 준비를 하고 집 밖으로 나서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정신과 몸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버스를 탈 때 자신이 타야 하는 버스인지 아닌지를 구분해야 하고, 출근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리 몸의 교감 신경계는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주의를 집중시키고, 신체를 긴장시키며,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온종일 일에 치여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퇴근을 한 후 집에 도착했다. 넥타이를 풀고, 옷을 갈아입고, 침대나 소파에 누워서 온몸의 힘이 풀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몸은 이완이 된다. 이렇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몸과 정신을 이완해서 에너지를 보존하는 기능을 부교감 신경계가 관할한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서로 면밀히 협력한다. 우리의 몸이 사회생활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밀한 조절을 한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협력을 통해 세밀한 조절을 수행하는 곳이 바로 자율 신경계이다.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 뇌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시상 하부이다. 시상 하부에서 뇌하수체에 영향을 미치면 자율 조절 시스템이 완성된다. 해부학적으로 시상 하부는 뇌하수체의 바로 위쪽에 있으며, 시상 하부와 뇌하수체를 연결하고 있는 작은 모세 혈관을 통해 호르몬을 분비함으로써 뇌하수체를 조절한다. 시상 하부가 뇌하수체를 조절하고, 이에 따라 뇌하수체는 내분비(호르몬) 체계를 조절한다. 따라서 시상 하부는 뇌하수체를 통제한다. 뇌의 전체 부피 중 1%도 차지하지 않는 아주 작은 부분이 내분비체계와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끼치며 인간의 신체를 조절한다. 일을 할 때는 몸을 긴장시키고, 쉬어야 할 때는 몸을 이완시켜 쉬게 만든다.


    신경계가 긴장하고 싸움-도주 반응을 만들어 낸 결과를 현대의 언어로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사실 스트레스 반응은 위협의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뉴런의 신경 가소성과 학습, 적응을 촉진하는 생리적 환경을 조성해서 약한 스트레스나 중간 정도의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인간이 그 상황에 적응하는 행동을 하여 스트레스를 해결하게 만든다.


    때론 도망가야 한다

    최근 ‘신경성’ 진단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신경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병의 종류도 많아졌다. 신경성 질환들은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둔감해서 생기는 병일 가능성이 높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크게 걱정하거나 실제로 아픈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기고, 이것에 신경성이라는 말을 붙여 표현한다. 즉, 신경성 질환은 육체적인 이상과 더불어 심리적인 요인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작은 사건을 지나치게 예민하고 크게 받아들여서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서 몸에 이상이 생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우리는 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혹자는 자신의 꿈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대답하겠지만, 그 실체는 사실 열정이 아니라 불안에 가깝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의 반응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회피를 하거나 불안함을 없애고 싶어서 무엇이건 준비하려고 한다. 편도체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 위험한지 안전한지 평가를 해서,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를 선택하게 한다. 싸워서 이길 것 같으면 싸우고,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도망가게 만드는 것이다. 앞서 말한 싸움-도주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싸운다는 의미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싸움-도주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인간의 자율 신경계가 만드는 매우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여기서 문제는 도주가 아닌 싸움, 즉 긴장된 상태가 과도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수험생이든 취업 준비생이든 직장인이든, 매일 미래를 대비하고 또 준비한다. 분명 놀지 않고, 준비하고,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음날 눈을 뜨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며 우리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을 바꿀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는 있다. 이 사실을 알고 그런 상황 속 남들의 노력은 ‘노오오오력’이라고 풍자하면서도, 자신은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노력에 ‘중독’되고 있다. 노력 중독에 더하여 변화의 속도마저 점점 빨라지자 열심히 살고 있지만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지 잊어버리고 노력만 한다.


    지속적이고 불쾌한 자극은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뇌부위인 자율 조절 시스템을 손상한다. 이로 인해 사람은 지나친 긴장 상태가 지속되어 면역이 약해져 병에 자주 걸리거나,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별일 아닌 일에도 화를 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이나 두통에 시달린다는 등 육안으로 두드러지는 행동이나 태도를 통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가늠하곤 한다. 그러나 타인이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무기력도 엄연히 스트레스의 한 증상이라는 것, 마음에서 시작되어 결국 몸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번아웃 조장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문구 중 하나이다. 언제부터인가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쉬고 싶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의 몸은 축 늘어져 있거나 졸음이 쏟아져 무거운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을 보며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짜증이 나는 것과 동시에 분명 휴식을 취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쉰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피곤함을 느끼고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야 요즘 많이 바빴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신체는 매우 정직하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고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가 피곤함을 느끼거나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쉬어야 할 때라는 것을 몸은 알고 있다.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한번 소모되면 충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많은 직장인이 평일에는 업무와 야근, 회식에까지 시달리다가 주말에는 밀린 잠을 보충하느라 여념이 없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떠날 여유는커녕 주말에 쉬어도 피로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피로는 쌓이고 업무 능률도 떨어지면서, 점점 무기력에 빠진다.


    연탄이 다 타고 나면 연탄의 재가 하얗게 되듯이 사람도 휴식을 통해서 재충전하지 않고 일만 하다 보면 다 타버려서 정신적인 탈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몰두하던 사람도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버리면서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와 무기력을 겪는데 이를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한다. 장작이 불타올랐다가 꺼지고 나면 재밖에 남지 않듯이 갑자기 모든 것이 소진되어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무기력함을 겪는다.


    번아웃 증후군으로 인해 극심한 피로감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 평상시에는 잘 할 수 있는 일도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걱정한다. 실제로 에너지가 다 고갈된 상태이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업무 능력이 낮아질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서는 감정 소모를 최소화화게 되는데, 업무에 대한 열정이 있던 사람도 소진 상태에서는 냉담해진다. 자신이 추진하는 업무나 프로젝트에 열정을 갖고 임해야 하는데 소진 상태에서 냉담해졌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몰입이 줄어들게 되고, 고객이나 동료 혹은 직장 상사 등을 냉소적으로 대하면서 갈등이 생겨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귀차니즘을 이기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기술

    우선은 무조건 휴식

    휴식 공간, 휴식 시간 정하기

    일을 하는 장소인 회사에서는 몰입해서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인 집에서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 회사에서 몰입하는 만큼 퇴근을 하고 나면 회사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쉬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집에서는 일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분리하고 일하는 장소와 휴식을 취하는 장소를 분리하는 것은 휴식을 취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일하는 장소에서는 일에 집중하고 쉬는 장소에서는 쉬기만 해야 한다. 인간에게는 인지 능력이라는 것이 있다. 인지 능력은 외부의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처리하기 위해 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활동과 기술들, 내적 통제 과정 등을 의미한다. 이 능력을 통해 개인이 주어진 환경과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결정된다. 인간의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신적 처리 과정이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뇌는 공간도 인지하는데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면 뇌는 그 행동을 하는 공간으로 인지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머릿속에서는 카페를 커피 마시는 공간으로 인지한다. 만약 카페에서 책을 읽는 행동을 반복하면 카페는 책을 읽는 곳으로 인지하고, 카페에서 일을 하면 일하는 공간으로 인지한다. 이와 같은 원리로 회사에서는 일에만 집중하고 집에서는 휴식에 집중해야 한다. 집에서도 회사에서 완료하지 못한 일에 대해 생각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직장 상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우리 머릿속은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분리하지 못하고 혼돈에 빠진다. 퇴근하고 나서도 직장 상사를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같다.


    우선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일과 관련된 생각이 들면 그 생각에 몰입하기보다는 취미나 휴식에 더 집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처음에는 시도한 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시간을 구분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자연스럽게 그 시간을 인지한다.


    하루 중에 휴식 시간을 정해 놓았다면 그 시간에 휴식을 방해하는 것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적극적인 휴식을 위해서는 집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한 장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 소파나 침대와 같이 휴식을 취하기 위한 장소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 놓는 것이다. 침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자주 하다 보면 침대를 잠자는 공간이 아니라 책 읽는 공간으로 인지하게 될 수도 있다. 소파에 있을 때는 청소를 하지 않는다거나 침대에 있을 때는 누워만 있는 등 장소에서 해야 할 일을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흔히 자신이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이 다 갖춰져 있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돈이 많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면서 좋은 경험만 하는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는 것을 ‘쾌락주의적 행복’이라고 부른다.


    쾌락주의적 행복의 관점은 주관적 안녕감으로 측정한다. 삶에 대한 만족감, 즐거움, 재미 등 긍정적인 감정이 많고 압박감, 괴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이 없는 상태가 주관적인 안녕감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취미 생활을 돈 걱정 없이 마음껏 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모두 구매하고, 유학이나 해외여행 등을 마음 편하게 갈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걱정 없이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상의 작지만 소소한 행복인 ‘소확행’을 추구한다. 결국 성취감은 크겠지만 과연 성취할 수 있을지, 그 성취가 진정 행복을 줄지 의심되는 집 구매, 대기업 취업 등 불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일상의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확행도 결국 쾌락주의적인 행복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저축을 하는 것보다는 미래를 포기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삶의 질이 올라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쾌락주의적인 행복은 지금 현재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고 일상에서 괴로움, 힘듦 등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무조건 행복한 것일까. 마약과 같이 지금은 아주 만족스러운 행복을 주지만, 삶이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거나 삶에는 의미가 없는 것들이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전의 심리학은 불행과 행복의 구분점을 ‘0’이라고 설정하고 ‘0 이하’의 삶을 다루면서 인간의 슬픔과 괴로움에 대해 연구하거나 혹은 불행을 끌어올려서 0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 행복의 관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현재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라는 관점은 이러한 과거 심리학의 맥락과 함께한다.


    그러나 인간은 아프지 않고 불행이 없는 상태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힘들고 괴로워도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을 지향한다. 쾌락주의적 행복과는 달리 삶의 의미와 활력, 자기 성장으로 인한 행복을 ‘자기실현적 행복’이라고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이상을 이루면서 만족감과 충만감이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성장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그것을 온전히 추구할 때 사람은 심리적인 만족감과 안녕감을 느낀다.


    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행복한 사람들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연구한 끝에 행복한 사람의 특징을 찾았다.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보다 일상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훨씬 많이 느낀다. 슬픈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면서 감사, 만족,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모든 것을 갖추지 않는 지금 상태, 지금은 조금 부족하지만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몰입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행복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점점 나아지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얻는 만족감이다.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돈도 필요하고 좋은 인간관계도 필요하고, 직장도 필요하고, 환경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들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노래방을 가면 몰입해서 목이 터지게 노래를 불러야 노래방에서 있었던 시간이 즐겁고, 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충분히 체험해야 여행이 아쉽지 않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고 몰입해서 발 벗고 나서고 열심히 부딪치고 성취하기도 하면서 성장해 나갈 때 진정한 행복 속에서 진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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