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루시 시글은 일반 가정집의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며 플라스틱 성분을 분석하는 일부터, 지하 하수도에 들어가 팻버그를 직접 마주하는 일까지 누구보다 현장에서 지구의 실태를 직관하며 대중에게 지구의 모습을 낱낱이 소개하고자 발 벗고 나서왔다.
또한 지구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점점 더 물건에 집착하는 기묘한 현실, 즉 산업화 국가의 컨슈머리즘을 비롯해 80조인분이 생산되지만 그중 6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 산업 구조, 선진국에 특히나 치중된 엄청난 쓰레기발자국 등, 익숙해서 더욱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탄소발자국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간다.
저자는 특히 소비가 필연적으로 남기는 탄소발자국 비용을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 지불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이는 곧 개인의 소비 습관뿐만 아니라, 지구 공동 시민으로서의 공정한 책임, 생산과 소비의 시스템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현재 선진국의 소비 상품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되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개발도상국이 처리한다. 우리가 이토록 쓰레기와 과소비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생활자란 자신만이 아닌 공동체의 더 나은 삶을 변화의 목표로 삼는 바, 당연하게 유지해왔던 우리의 소비 습관이 지구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알 때 삶을 개선할 의지까지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루시 시글
저널리스트이자 자연과 기후 문제 전문가. 영국 중앙일간지 최초의 생태 전문 칼럼니스트로, 《옵저버The Observer》지에 윤리적 삶에 관한 칼럼을 10년 넘게 기고해왔다. BBC 토크쇼 〈더 원 쇼The One Show〉에서 지구 리포터로 활동하며 개인의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조언을 해왔다. 《플라스틱의 흐름을 바꾸다Turning the Tide on Plastic》를 비롯해 여러 저서를 썼으며, 그중 《탐나는 옷이 지구를 망친다To Die for》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진정한 비용The True Cost〉으로 제작되기도 했다(시글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환경 비정부단체 SAS의 이사이고, 기후위기를 다루는 팟캐스트 ‘너무도 뜨거운 지금So Hot Right Now’을 진행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엘리 굴딩 등 여러 유명 환경활동가들과 기후 관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역자 이상원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초교육원 강의 교수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뇌는 어떻게 당신을 속이는가》,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서로는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가 있다.
■ 차례
머리말 지구의 진짜 친구가 된다는 의미: ‘지구를 지켜라’와 ‘지구를 이해하자’의 차이
1단계 플래닛 하이프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Q. 내 친구 지구를 소개합니다: 알수록 궁금한 우리 행성 이모저모
2단계 인류세에서 홀로세로: 돌아가시겠습니까?
Q. 인류세 범인 수색 작전: 지구의 과거에서 미래까지
3단계 지구 공동생활자와 팀을 결성하시오
Q. 함께일수록 풍요롭다: 크릴새우부터 코뿔소까지
4단계 경이로운 숲의 네트워크로 들어가보자
Q. 지구가 사랑했던 모든 나무들에게: 산을 거닐며 버섯과 만나다
5단계 침입자들을 돌파하고 대양을 무사 횡단할 것
Q. 언제까지 바다가 푸를까?: 블루 액셀러레이션에 브레이크를 걸다
6단계 컨슈머리즘 탈출 대모험
Q. 소비주의를 권장하는 기묘 사회: 과다 소비를 무찌르자!
7단계 웨이스트랜드 청소 작전
Q. 쓰레기 섬 격퇴: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이 될 수 없어
8단계 순환경제를 타고 지구 한 바퀴
Q. 정의로운 공존을 향해서: 행동에 책임을 지는 공동 시민
9단계 탄소 배출 없이 지구와 함께하는 브런치
Q. 생태식품으로 레벨 업: 모두를 살리는 음식을 찾아서
10단계 함께하는 여행은 끝나지 않아!
Q. 지구와 절친 되기: 더 나은 ‘우리’를 향한 도약
맺음말 작은 실천을 습관화하는 지구생활자: 당신은 이미 잘 해내고 있다
참고자료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김보영,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 작가이자 사회활동가인 이서영이 한자리에 모여, 인간을 넘어 ‘비인간’이라 칭해지는 다양한 존재와 공존하는 삶을 모색합니다.
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
플래닛 하이프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플래닛 하이프(Planet Hype)’는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나오는 아주 트렌디한 영화 테마 식당의 이름입니다. ‘대박 행성’ 쯤으로 풀이되지요. 이 책에서는 말 그대로 지구가 대박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려고 해요.
우리는 지구를 으쌰으쌰 응원해줄 필요가 있어요. 응원단장은……바로 당신이고요! 따지고 보면 우리가 매일같이 지구에 찬사를 보내고 열광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에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말했듯, 집이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 아니던가요? 지구는 우리의 집, 그것도 유일한 집이에요.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운이 좋답니다. 우리 행성은 호모사피엔스라는 인간 종이 번성하기에 딱 알맞은 조건을 갖췄고, 최근까지도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했어요.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기 코앞의 환경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하루 지구를 향한 제 관심 범위는 우리 집 개들을 데리고 산책하러 간 두 블록 건너 공원까지였겠죠. 하지만 지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자주, 더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자, 이제 우리 집인 지구의 생물권(biosphere)이 얼마나 대단한지 잠깐 생각해봅시다. 태양계에 부동산업자가 있다면, 지구는 ‘아주 이상적인 곳’이라고 당당히 소개해줄 법한 곳이에요. 지구와 태양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을 정도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고, 지구에서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에요.
지구에는 다른 특징도 많습니다. 중력이 충분하고 대기를 유지할 수 있는 크기라는 점도 포함되죠. 우리에게 ‘공기’라는 말로 더 익숙한 대기는 얇은 피부처럼 지구를 감싸고 있는데, 지구가 명왕성처럼 작았다면 주변에 머물지 못하고 우주로 흩어져버렸을 거예요. 지구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건 정말 다행한 일이지요. 지구가 적절히 크고 태양과도 적절히 떨어져 있다는 걸 온종일 기억하고 감사하기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다른 부분은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어요. 지구 생물권에는 각각의 특징이 뚜렷한 멋진 생물군계가 존재합니다. 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나온 다음 설명을 특히나 좋아하는데요. “생물권은 나무들의 가장 깊은 뿌리 체계부터 대양의 깜깜한 해구, 빽빽한 우림, 높은 산꼭대기까지 걸쳐 있다.”
지구의 진짜 친구가 되려면 우리가 생물군계와 맺는 밀접한 관계를 인식하고 몇몇 중요한 사항들을 깨달아야 해요. 첫째, 지구는 우리가 밟고 다니면 그만인 바윗덩어리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우리는 무
심코 그렇게 행동해왔지만, 생명체가 살아갈 만한 조건으로 환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구가 힘겹게 진화해왔음을 보여주는 연구는 아주 많지요. 지구는 숲과 바다 등 복잡한 여러 메커니즘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왔고, 그 덕분에 지표면 온도가 일정해지면서 생명체가 살기에 적절한 조건이 만들어졌어요.
지구를 마음 내키는 대로 골라 먹고 떠나면 그만인 뷔페 식당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와의 관계를 시험이라도 하듯 여러 잘못된 행태를 보여왔어요. 이제는 더 많이 얻어내려고만 하던 접근법을 완전히 바꾸고 지구에 찬사를 표해야 할 때예요.
핵심은 우리가 이 멋진 행성을 집이라 부를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이에요. 지구는 정말 어마어마해요.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추진하는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같은 기업인에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럴 시간과 돈이 있다면, 이 행성을 바로잡는 데 써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에요.
지구 공동생활자와 팀을 결성하시오
지구는 온갖 동식물 생명체로 가득합니다. 그 각각이 서로에게 의존하여 살아가지요. 동물은 스스로 먹이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결국 식물과 다른 동물을 먹이로 삼아야 하지요. 우리 역시 모든 측면에서 동식물에 의존합니다. 다른 종이 번성해야 우리도 번성하지요. 동식물이 넘치도록 많다면, 이는 곧 지구가 건강하다는 표시입니다.
자연과 생물다양성은 사실상 같은 말이지만 저는 '자연'을 선호합니다. 지구와 진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자연의 모든 존재를 옹호한다는 뜻이에요. 가장 작은 생명체를 크게 인식하고 그것이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지렁이부터 시작해 봅시다. 지렁이가 바로 오늘의 첫 번째 수상자예요. 이유가 뭐냐고요? 지렁이는 유기물 잔해를 처리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면서 흙에 산소를 공급합니다. 어디가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서비스에요. 그런데 우리가 지렁이를 생각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지렁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요?
생각도 거의 안 하고 아는 것도 없을 거예요. 알려진 지렁이 종만도 6,000개 이상이고 땅 1에이커(약 1,200평)당 지렁이가 100만 마리 넘게 사는데도 말이죠. 따라서 심사위원(바로 접니다)은 지렁이의 대단한 재능과 헌신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네요.
크릴이 바로 두 번째 수상자입니다. 심사위원은 바다의 크릴 떼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탄소와 영양소(아연 포함)를 배출함으로써, 우리가 토양에 비료를 뿌려 생산력을 높이듯이 바다의 생산력을 높여 준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크릴의 배설물도 중요합니다. 덩어리로 뭉쳐진 배설물은 바닷속 바닥으로 내려가 안전하게 탄소를 저장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크릴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용감한 존재라고 해요.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크릴이 남극 바다의 수심 150미터까지만 돌아다닌다고 생각했어요. 이 정도 깊이에서까지 식물성 플랑크톤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크릴은 훨씬 깊이 내려갔습니다. 수중 카메라에 포착된 크릴은 해저면 바로 위까지 헤엄쳐 내려갔다고 해요.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크릴이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배설물 덩어리가 떠오를 가능성이 줄고, 해저에 안착해 탄소를 저장해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우리 인간과 달리 크릴이나 지렁이는 딱히 찬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존중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현재 찬사를 받기는커녕 위험에 처해 있으니까요.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이 이들에게는 위협이 됩니다. 연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120억 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크릴에게 우리는 어떤 짓을 하고 있을까요? 바로 남획이에요. 크릴은 가축과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로 쓰이거든요. 탄소 처리의 영웅이 소모되기에는 하잘것없는 용도라는 생각이 드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크릴뿐 아니라 지렁이도 과학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토양의 건강과 우리의 식량 생산에 토대 역할을 하는 지렁이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에요.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많아졌는데, 지렁이는 습한 날씨에 취약합니다. 지렁이가 이전엔 없던 캐나다 최북단 숲에서 발견되는 초유의 상황도 벌어졌어요. 과거 얼어 있던 땅이 기후변화로 녹으면서, 그리고 화석연료 운반용 파이프라인 등 여러 개발이 일어나면서 지렁이가 북쪽으로 퍼져나간 거예요. 숲에서는 유기물질을 먹어치우는 지렁이의 장점이 이곳에서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탄소가 추가로 배출되기 때문이에요. 잘못된 장소로 간 지렁이는 지구의 친구에서 적으로 돌변합니다.
2022년은 최대로 많은 종의 멸종이 선언된 해라고 합니다. 이 소식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처음엔 흰부리딱따구리가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 이름 붙은 시대에 발생한 사소한 사건에 불과해요. ‘대’멸종이라니 대체 얼마나 많이 사라진다는 얘기인지 오싹할 뿐입니다.
2010년, 유엔에서 설정한 20개 목표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산호초와 같은 특정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목표도 있었지만, 우리 인간이 자연에 가하는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이려는 변화, 예를 들어 자연 파괴 활동에 흘러드는 정부 보조금을 없애려는 목표 등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실상 자연 파괴를 중지하거나 제한하겠다는 유엔의 목표는 지금까지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에요. 이렇게 많은 종을, 심지어 아직 발견되지 않아 그 존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종을 그저 잃어버릴 수는 없어요. 우리는 이 행성에 잠시 머무르는 존재에 불과한걸요. 우리는 지구를 우리가 알거나 알지 못하는 모든 종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유지하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종이 그냥 자취를 감출 것이 분명합니다. 참으로 슬픈 사실이지만 좌절하기보다는 결심을 한층 다져야 해요!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요.
이 시점에서 지구의 진짜 친구라면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며 행동할 겁니다. 우선은 자연을 최대한 잘 이해한 후 자연보호 단체에 가입하고 지지 서명을 하는 일이 최선이에요. 1분도 지 체해선 안 됩니다! 개발 명목으로 인한 지역 서식지 파괴든, 우리 소비에 따른 토지 사용의 변화로 인한 멸종이든, 곧바로 나서서 자연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해요. 자연 보호가 곧 지구 보호입니다. 이
두 가지는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이로운 숲의 네트워크로 들어가보자
나무는 얼마나 대단한 생명체인지요! 나무와 가까이 지내며 친구가 되는 일은 정신 건강에도 아주 좋지요. 기후 정책이나 녹색금융(green finance)의 건조한 표현을 가져오자면 나무는 엄청난 ‘생태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매우 가치가 큽니다. 이런 표현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나무의 이점을 드러내지요. 나무는 야생 동식물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물을 거르면서 침식을 막아줍니다. 또한 나무의 기후 해결사 역할도 점점 부각되고 있는데, 바로 탄소를 빨아들이고 저장하는 역할이에요. 우리가 나무를 베어대지만 않는다면 이런 강점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나무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연간 무려 16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뿌리에 저장합니다. 쓰러지거나 죽으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요 그런데 농사를 화재, 질병, 여러 기상 이변으로 이미 너무도 많은 나무가 쓰러지거나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겠지만 지구에는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많은 나무가 필요합니다. 그럼 나무를 심으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나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나무가 주는 유익이 더 크므로 이 또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우리 행성을 안정시키고 건강하게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은 화석연료 태우는 일을 중단하는 것이죠. 그리고 살아 있는 나무, 특히 오래된 숲을 보존하는 것이에요.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게 되어 미안하지만 우리는 별로 잘 해내고 있지 못합니다. 모두가 잘 알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우림 말이죠. 2021 년에 과학자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내뿜는 탄소의 양이 흡수하는 양보다 많다고 경고했어요. 소 방목과 콩 농사를 위해 숲이 베어지고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 및 가뭄까지 겹치면서 아마존이 넘어선 안 될 임계치를 넘어섰고 탄소 저장소에서 탄소 배출소로 바뀌었다는 말이었지요. 불타는 숲은 본래 흡수 가능했던 양보다 세 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숲을 베어내고 불태우는 일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해요!
연구자들은 숲이 우리 상상보다 훨씬 더 심오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어요. 나무의 뿌리 시스템뿐만 아니라 균류, 즉 곰팡이와 버섯 체계까지도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도 놓치지 말아야 겠군요. 균류는 우리 발밑에서 식물과 나무가 정보 및 영양분을 교환하는 네트워크를 매개하고 있어요. 이들은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돕고 극대화합니다. 멋질 뿐 아니라 인류의 목숨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지요. 앞으로 균류의 역할을 더 많이 발견할수록 점점 더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질 겁니다.
균류 중에서도 특히 버섯은 플라스틱이나 축산 부산물 등 환경에 주는 부담이 큰 '나쁜' 물질을 대체하는 생분해성 저탄소 물질로서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소비재나 포장재, 더 나아가 건축과 공업 재료에까지 사용되고 있지요. 버섯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양만큼 자라날 수 있으니 더욱 매력적입니다. 지구의 생명을 온갖 놀라운 방식으로 지탱하고, 서로 소통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균류에 관해서는 앞으로 더욱 멋진 여러 발견이 나올 거예요.
현재까지 연구가 진행된 단계에서, 균류가 400년 넘게 자란 오래된 숲에서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 일부가 발견되었어요. 하지만 이런 숲은 벌목과 자연 화재로 크나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런 숲을 잃어버린다면 균류, 그러니까 아직 그 중요한 역할이 온전히 알려지지도 않은 존재까지 함께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전문가들은 두 가지 점에서 분명한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첫 번째, ‘숲이 없다면 미래도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우리 미래는 균류의 미래와 함께하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침입자들을 돌파하고 대양을 무사 횡단할 것
바다는 지구의 70%를 덮고 있고 전체 물의 96.5%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의 96.5%를 바다에 관해 말하지도 고민하지도 않는 건 놀라운 일이죠. 그 대신 발아래 일어나는 일에만 관심을 쏟습니다. 대부분 시간을 땅에서 보내는 탓에 지구를 곧 땅과 동일시하기 쉽지만 그건 틀린 생각입니다!
바다는 탄소를 처리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기후와 지구의 화학 구성을 유지해줍니다. 이러한 바다의 역할을 우리는 최근에야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진작부터 해야 했을 배려를 제대로 하지 못했죠. 바다는 산호초, 해초와 다시마 군락, 해안 소택지, 맹그로브 등 여러 생태계를 통해 탄소를 처리합니다. 바다는 대기에 비해 50배나 많은 탄소를 가둘 수 있다고 추산되죠. 탄소 처리 능력으로 볼 때 A+++ 금메달감이지만, 반대로 바다의 체계가 손상된다면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바다가 지구 생명체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바다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다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바다가 거대한 편의점이라도 되는 양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뽑아내려 들었죠. 우리도 모르게 자금을 지원한 바다 파괴 프로젝트부터 일상적으로 사들인 해산물에 이르기까지, 무심코 다양한 방법으로 바다를 쓰레기더미로 만들어왔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태도를 이대로 유지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땅에서 그랬듯 바다에서도 우리는 모두를 떠받치는 토대를 짓밟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 토대가 얼마나 굉장한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다행히 이제 우리는 전보다 훨씬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은 바다가 어떻게 기능하며 생명체를 유지하는지 혁신적 발견이 이어지는 시대죠. 심해까지 내려가는 잠수정 등 온갖 장비와 이공학 혁신 덕분에 연구 결과가 날로 더해지고요. 그럼에도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곧 충분해질까요? 그건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대양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지내고 있어 바다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다면, 지금이라도 바다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세요.
웨이스트랜드 청소 작전
탄소 배출과 함께 인류는 쓰레기 만들기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구의 귀중한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재앙을 부르는 일이죠. 쓰레기를 매립지에 쏟아붓거나 소각로에서 태우거나 배에 실어 다른 나라로 보내 골칫거리를 떠맡기거나 하는 식으로 처리하면, 결국 자원 재사용 기회는 차단되고 맙니다. 그렇게 사라지는 자원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울고 싶어요!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파묻거나 태우거나 물속에 던진 쓰레기는 또 다른 오염을 만들어냅니다. 지구의 대기와 화학이 대표적이죠,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지구의 물속에 벌써 가득합니다. 인류가 이미 기후위기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려하면 참으로 멍청한 일입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미친 짓이라는데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이 바로 그렇습니다.
기후변화와 삼림 파괴, 그리고 불평등을 끝내는 세대가 되려면 할 일이 아주 많아요. 동시에 쓰레기라는 말 자체도 내다 버리는 세대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더는 쓰레기를 도무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인류가 지구 행성에 쌓은 쓰레기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하나요? 산업화 국가에서 매일 같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만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에 만들었던 쓰레기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으니까요. 핵폐기물을 제외하고 제일 수명이 길뿐더러 가장 흔한 쓰레기는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제 어디에나 존재하죠. 공식 자료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1950년대 이후 인간은 83억 톤의 쓰레기를 생산해냈어요. 1950년대라고 하면 까마득한 옛날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과학자 들이 추산하는 지구 나이가 47억 년이라는 걸 고려하면 플라스틱 등장 이후의 시기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플라스틱이 끼치는 피해는 이미 어마어마하죠. 우리는 플라스틱에 파묻혀 죽을 지경입니다. 지구 위 플라스틱의 총 무게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포유류 동물 총 무게의 두 배에 달합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단 9%만이 재활용됩니다. 80% 정도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남는데, 엄청난 양이 바닷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 몇 년 동안 밝혀졌지요. 과학자들은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가 강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간 후, 대양 해류와 환류를 타고 영원히 떠돈다는 사실을 추적해냈습니다.
바람과 파도와 햇빛의 영향을 받은 플라스틱은 점점 더 잘게 부서집니다. 그리고 바다 생명체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오인해 삼키면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어요. 또 폭풍이 불면 플라스틱 조각은 육지로 밀려들어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무한 반복되지요.
일상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풍조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조각은 질병을 유발하고 유독 화학물질을 운반하는데, 인간의 혈액에서도 화학물질이 발견되는 실정입니다.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하죠. 미래세대는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할 뿐입니다.
이 모든 상황은 우리에게 명확한 행동 계획을 요구합니다. 물론 플라스틱은 필요합니다. 인공 심장판막이나 해양 탐사 장비를 만드는 재료도 플라스틱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일상의 일회용 제품을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거나 면과 울 같은 천연섬유를 플라스틱으로 바꿀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지구의 친구로서 우리는 적절치 못한 플라스틱 사용을 찾아내고 지구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이는 상황을 어떻게든 막아내야 합니다.
물티슈도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저를 우울하게 만드는 존재입니다. 두툼한 물티슈 팩을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데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물티슈는 화장, 아기 엉덩이, 더러운 테이블 등을 닦아낼 때 사용되는 일회용품입니다. 자신과 주변을 항상 깨끗이 하려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면서, 손수건∙행주·걸레∙솔 등 지속 가능한 청소용품을 대체하고 있죠. 편리한 상품으로 팔리지만, 실상 인류와 자연에는 재앙입니다. 물티슈는 우리 얼굴을 깨끗이 닦아낸 후 주변 환경을 더럽힙니다. 역할이 180도 바뀌는 셈이죠.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은 점점 더 눈에 잘 띄게 되었습니다. 어딜 가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보이기 때문이죠. 이와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고 나아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는 만들지 말자고 호소하는 세계 각지의 민간단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쓰레기와 관련해 지구와 친구가 되는 최고의 방법은 가능한 한 쓰레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쓰레기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놀라운 사례들이 이미 존재하지요. 받아들여선 안 될 제품과 행동을 아는 일도 중요합니다. 비닐로 낱개 포장된 코코넛을 보면 판매자에게 시정을 요구하세요. 잠자코 있어서는 변화를 이룰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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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