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예민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일을 만나면 이렇게 생각한다. ‘이 일은 원래 내게 중요하지 않았어.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는걸 뭐.’ 그리고 태연한 척 자신의 감정을 가장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자신이 남보다 못한 면만 자꾸 떠올리며 스스로를 얕잡아보기 시작하고, 어떤 식으로든 곤란한 질문을 받거나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스트레스 상태’가 되어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한다. 매번 힘든 순간마다 움츠러들고 어딘가로 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다시 혐오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모른 채 낮아지기만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며 이렇게 강조한다. 숨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면 내면의 자아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다고. 남들과는 달리 매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신의 높은 감수성이 자존감을 억누르는 약점이 아니라 선택받은 소수만이 지닌 강력한 무기이자 장점이라고.
숨어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구는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달래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다. 저자는 높은 감수성과 낮은 자존감으로 힘겨워하던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용감하게 인생의 주인공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지를 진솔하게 고백하며 독자에게 함께 하자고 격려한다.
■ 저자 청비쉬엔
SNS 〈우울증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운영하며 심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지식과 생각을 담은 글을 쓰고 있다. 이를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실제 삶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심리학 지식을 전파하여 독자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예리한 통찰력과 마음을 치유하는 필력으로 중국의 다수 SNS 플랫폼에서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심리 치유 전문 크리에이터이다.
■ 역자 김가경
덕성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북경어언문화대학에서 수학했다. 국방대학교 국방사업관리학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대한민국 공군 소령으로 공군 본부에서 복무 중이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복잡한 세상의 현자』, 『사자는 쥐와 겨루지 않는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100가지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들어가며 _ 사랑하는 나에게
Part 1. 때로는 나도 숨어버리고 싶다
· 사실 넌 그토록 너 자신을 싫어하는 건 아니야
· 세상의 문을 열쇠는 나에게 있다
· 중요한 건 꺾여도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
· 아름다운 척하는 윤리적 가치의 함정
· 한없이 작은 세상 속에 사는 우리
· 고독을 더욱 고독하게 만드는 악몽
· 소외감, 그 처절한 외로움
Part 2. 머릿속의 불행 회로를 멈춰야 해
· 회피형 인격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 남의 비위나 맞추던 인생에서 벗어나려면
· 사회불안 장애는 미지의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 당신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감정, 자책
· 모든 생각을 멈춰야 하는 순간
· 거짓의 모래 위에 세워진 ‘자신감’이라는 성(城)
Part 3. 혼자만의 사랑은 이제 그만
· 사랑을 믿지도, 받지도 못하는 겁쟁이
· 감정이 흐르는 대로가 아닌, 현실이 이끄는 대로
· 애정 결핍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법
· 나는 왜 항상 관계를 망치는 걸까?
·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욕먹을 기회조차 없는 ‘소심남’의 인생
Part 4. 내면의 힘을 되찾아라
· 결국 넌 너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해
· 외면과 내면이 마주 보는 효과
· 상실의 힘
· 실수는 인생의 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
· ‘낙관’의 반대편에 서지 마라
·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투의 힘으로
예민한 성격으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한 채 괴로워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존감이 낮고 예민한 사람들이 내면의 취약함을 용감하게 직면하고, 용기와 믿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내면이 단단해지는 성장의 길로 안내합니다.
때로는 나도 숨어버리고 싶다
때로는 나도 숨어버리고 싶다
사실 넌 그토록 너 자신을 싫어하는 건 아니야
만약에 ‘이 세상에서 누가 자신을 가장 싫어하는가?’를 겨루는 대회가 있다면 ‘내가 1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 역시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엉망인 사람이라고 여길 때가 있었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마다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괴로워하는 극도의 ‘자기혐오’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내 인생이 실수로 얼룩진 그림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나아질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물감을 있는 대로 그림에 다 뿌려버리고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인지 그 근원부터 찾아 생각해 보자.
왜 이렇게 자신을 싫어하는 것일까?
한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질병으로 생긴 ‘병약함’,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란 ‘불우한 유년 시절’,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두렵고 끔찍한 ‘과거의 실수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타인과의 비교’, 살아오는 동안 받아온 ‘부정’과 ‘억압’, 줄곧 경험해 보지 못한 ‘칭찬’과 ‘인정’, 자신의 부족에서 비롯된 ‘열등감’,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는 ‘죄책감’ 등등 너무 많은 원인이 우리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게 만드는데, 이 마음이 깊어지면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자기혐오에 빠진 사람들이 자주 하는 표현이 있다. 이들은 대개 ‘난 중요하지 않아’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양보가 미덕이라는 듯이 항상 다른 사람을 앞세운다. 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난 상관없어”, “난 아무거나 다 좋아”이다.
타인과의 마찰을 두려워하고, 갈등이 생길 때는 항상 도피를 선택하여 스스로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는 자신에게 “난 자격이 없어”라고 말한다.
사실 그들이 이렇게 표현하게 된 진짜 이유는 두려움이다. 사람은 두려워하는 일이 많을수록 자기혐오감을 느끼기 쉬워져서 고통과 번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먼저 당신은 자신을 정말 그토록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단지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스스로 보호하기를 갈망할 뿐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에 맞추어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당신도 자기 보호를 위해 스스로 비하하며 낮추고, 다른 사람을 높여주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난 피해자일 뿐이야. 그런데 왜 내가 이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는 거지?”
마음이 자라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종종 던진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대신 책임져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처럼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고, 그와 관련된 모든 기억은 뼛속 깊이 아로새겨져 그림자처럼 계속 따라다닌다. 그러므로 그 아픈 과거가 설령 자기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한다.
어쩌면 너무 잔인하게 들릴 테지만 자신에게 아픈 기억을 만든 사람을 용서하지 않아도 되고,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며, 심지어 원망해도 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책임은 직접 감당해야만 한다.
만약 당신이 일평생 자기 연민에 빠져 끝도 없는 고통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도록 자신을 내버려둔다면 이는 자신의 과오가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오를 범한 사람의 명분을 지지하는 ‘불행의 아이콘’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당신은 반드시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자라지 않는 아이’를 스스로 키워내야만 한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끔찍하리만치 싫어하는 지난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도려내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용기를 내어 용감하게 공포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생각하는 바를 능동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단기간에 감정을 잘 처리하는 방법을 익히기는 어려울 테지만 다른 사람과의 더 많은 경험을 통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경험을 쌓다 보면 다음 사랑이 찾아오기 전에 당신은 좀 더 성숙해진 태도로 감정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진정한 감정만이 우리 마음의 허전한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 과잉보상을 바라는 심리와 허구에 가까운 완전무결을 추구하는 마음은 당신이 정한 목표에 가까워지는 듯해도 가슴 한구석은 더욱 막막하고 공허한 느낌만 남을 뿐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높은 목표를 성취해도 자기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 마음이 자라기 시작하면 ‘자기혐오감’이 서서히 줄어들어 마음속의 상처받은 그 아이와 진정으로 작별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의 불행 회로를 멈춰야 해
남의 비위나 맞추던 인생에서 벗어나려면
‘주인공’으로 사는 아이들은 ‘나르시시즘’에 빠지기 쉽다. 그들은 자신을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자란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 울면 달래주는 사람이 있고, 배고프면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다. 제멋대로 굴고 세상이 다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와 반대로 ‘조연’으로 사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온종일 자신의 생존에 대해 걱정한다. 자신이 의지해야 할 사람에게 모든 주의를 기울이고 눈치를 살핀다. 언제라도 ‘버려지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만족시키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삶에 ‘조연’으로 살아온 사람은 자신의 연약함과 무기력함에 시시각각 두려움을 느낀다. 그들은 어려서 얻어맞을 때 큰 소리로 울어댔던 것처럼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데 익숙하며, 상대방을 찬양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데 익숙하다. 언제나 자진해서 물러나고 충돌을 회피한다.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것은 불안, 괴로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 속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적 감정 안에서 일종의 강박적인 동력이 형성되어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이나 감정이 표출되도록 강요한다.
비록 타인의 무리한 요구가 불쾌해도 거절이냐 수락이냐의 선택의 순간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며 마음속 작은 아이가 깨어난다. 그 아이는 다시 초조함을 조성해 상대방을 거절한 대가를 책임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면 결국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 상대방이 원하는 선택을 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적개심은 억눌리고, 이 적개심은 다시 불안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 불안감은 자신의 몸속에 계속 남아 내면을 갉아먹는다. 그러니 반드시 그것들을 밖으로 빼낼 수 있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당신을 갉아먹는 그 부정적 감정들은 이유 없이 무언가를 싫어한다거나, 공황이나 공포증이 생기거나, 연속해서 가위에 눌리는 것 같은 등의 증상으로 외부 세계에 투사된다. 또 다른 방향으로는 자기혐오로 변질되거나, ‘합리화’ 방식으로 해결된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비위를 맞추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심이 없고, 희생정신이 강한 편이다. 생활 속에 드러나는 그들의 너그러움과 관대함은 모두 진실이지만, 그 시작점이 자신을 ‘합리화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충돌을 회피하며,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타인의 비위를 맞추고자 하는 인격이 우리를 통제할 때 우리는 깨어 있는 정신으로 자신을 똑똑히 보고 일깨워줘야 한다.
“지금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가 내 감정을 통제하고 있어, 사실 내가 상상하는 것처럼 결과가 처참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가 정말 감당 못할 정도인지를 객관적으로 잘 따져봐야 해.”
초조함 때문에 결국 타인이 원하는 선택을 했다면 자신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
“괜찮아.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습관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니까.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나는 그런 사례를 충분히 많이 보았고, 분명 모든 것이 점점 좋아질 것이다. 지금은 그것을 마주할 충분한 힘이 비축되기 전이라 받아들일 뿐이지, 이전처럼 자신을 속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열등감’과 ‘자신은 조연’이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희생하고 타인을 만족시키는 게임에 빠져선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자신을 부속품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혼자만의 사랑은 이제 그만
나는 왜 항상 관계를 망치는 걸까?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면 관계 속의 두 사람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하나, 평등해야 한다. 당신이 상대방을 사랑한 것은 단지 당신이 사랑해서가 아니라 상대방도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평등한 관계는 건강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관계의 초석이며, 이는 서로를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어떤 관계에서도 자신의 느낌을 존중해야 하며, 용감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것과 불만족스러운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비굴할 정도로 묵묵히 참는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두 사람 모두 편안함을 느끼는 관계만이 건강한 관계라 할 수 있다.
셋,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건강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묵묵히 참아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상대와 나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상대방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비록 상대방의 영혼 속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와 흠을 보더라도 여전히 상대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넷, 솔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진짜 생각과 마음을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상대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방법을 배우고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을 실어주어 상대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모든 게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 성숙해야 한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잘못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에 대해 서로를 가르치며 깨닫고, 이를 통해 안정감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성숙은 서로를 구속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자제하는 것이며, 더 이상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와 완전하고 조건 없는 사랑을 원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런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종종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우리는 점차 자신이 지닌 성격적 결함을 인식하게 되는데, 그 결함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탓하면 안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현재를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훗날 미래에 우리의 아이를 마주했을 때 자신의 변화를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건강하고 완전한 사랑을 줄 수 있다.
관계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첫걸음을 떼는 일이다. 성장과 변화가 주는 즐거움을 느낄 때 자신도 모르게 그 발걸음을 재촉하여 과거의 어둡고 추운 구석에서 세상의 따스한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올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백 점짜리 사랑을 할 수 있다.
내면의 힘을 되찾아라
외면과 내면이 마주 보는 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작정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또 허둥지둥 헤매다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말을 듣고 부화뇌동하여 맹목적으로 따라서 믿는 것도 아니다. 이보다는 자신의 내·외면이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깨어 있는 정신으로 ‘나와 세계와의 관계’를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이 세상을 살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어린 시절의 경험, 교육, 가정 형편, 문화적 소양, 건강 상태 등이 우리를 복잡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독특한 생활 습관을 기르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완전한 독립의식이 형성되지 않아 자아를 깨닫고 스스로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것들이 우리 성향에 잘 맞지 않으면 우리는 내적 갈등이 생겨 괴로워한다.
다만 우리는 이런 행동 습관을 오래 유지하다 보면 모든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어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사교성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그는 고통스럽더라도 미소를 지으면서 모든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며 처세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심지어 본인조차도 자신이 활발하고 사교에 능한 사람이라 오해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착각하며 살고 있다. 이는 정말 무서운 일이다. 마치 우리의 뇌가 다른 종류의 의식에 잠식되는 것과 같다.
나는 욕심이 없고 세상에 어떤 바람도, 기대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굳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나는 온종일 <워킹 데드>에 나오는 좀비처럼 행동하고 다녔다. 이후에 자신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진행한 결과, 그것이 과거에 겪었던 어떤 경험과 당시의 건강 상태가 나를 대신해서 내렸던 선택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좀비처럼 생활하던 그 몇 년 동안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렇듯 자신을 쉽게 정의하면 안 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요인이 우리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집단의 영향을 받고, 각종 규범에 얽매인다. 또 알게 모르게 각종 사회적 관습과 관념들을 주입받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한 번씩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도 이미 잘못된 행동 습관이나 병적인, 혹은 자신의 본성과 어긋나는 행동 습관을 길러 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행동 습관은 우리가 자신의 우월함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어 일을 그르치게 하고, 초조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만약 당신이 오랜 시간 자주 고통을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이 운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행동 습관이 본인의 본성과 모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행동 습관 중 본인과 맞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당신은 자신의 모든 선택을 기록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 일이 발생했을 때 드는 당신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그 일이 당신에게 주는 경험을 기록해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내린 ‘강제된 선택’과 자신의 내면과 모순된,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선택들을 찾아낸 다음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 어떤 경험이나 성격의 어떤 부분이 당신의 행동 습관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찾아내야 한다.
당신이 자신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자신과 어울리는 행동 습관을 세우고 난 뒤에는 앞으로의 삶의 모습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여기서 언급해야 하는 화두는 ‘굳은 의지’이다. 굳은 의지는 결국 자신의 힘이다. 당신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할지 말지는 의지가 먼저 결정한다. 만약 잘못된 행동 습관을 선택했다면 이는 훗날 우리를 매우 고통스럽게 하지만, 오랜 시간 반복한 것이기 때문에 굳은 의지의 도움 없이 선택하게 된다.
당신은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자신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온갖 핑계를 댄다. 지금부터라도 이 모든 것이 착각이라고 자신에게 말해야 한다. 어떤 관계나 어떤 환경의 영향 아래에서 당신은 끊임없이 잘못된 패턴의 행동 방식을 반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록 잘못된 행동 습관을 끊임없이 반복해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당신은 누군가에 의지하거나 습관적으로 타협하기 때문에 삶의 모습을 바꾸지를 못한다.
나는 자존감이 지극히 낮다는 것을 깨달은 후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했다. 다른 사람의 호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했다.
“넌 충분히 이런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나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배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을 배워나갔다. 이것은 과거의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내·외면이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습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제에 직면해 굳은 의지를 다지고 변화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쉽게 이루지 못한다. 끈기가 부족하거나 고생을 감내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잘못된 행동 양식이 습관화되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비관적 감정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자아를 소모하는 데 낭비하고 있어 더 나아질 동력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세상을 똑똑히 바라보고, 세계와 자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고방식을 확립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인식한다면, 나아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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