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일각에서는 그보다 이른 2024년 하반기에 그 시기에 진입할 것이라 전망했다. 바로 올해부터다. 초고속 고령화에 저출산 심화까지 겹치면서 한국은 급속도로 발전한 이래 성장의 정점을 찍고서 내리막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 초부터 최고령국가가 된 일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보다 십여 년 앞서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고령화에 있어서 한국의 선배 격이다. 고령사회를 대응하고 있는 그들의 슬기로운 시니어 생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된 사회적 현상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면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 대한 고민과 시도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를 넘어 신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 저자 김웅철
저자 김웅철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상명대에서 ‘액티브 시니어의 지역 참여 활성화’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수학했다.
1995년 매일경제신문 기자로 입사해 도쿄 특파원, 국제부장, 매경미디어그룹 계열사 ㈜매경비즈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경제방송 EBC 대표로 일하며 고령화가 몰고 올 사회 변화와 ‘젊은 노인’들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연금밖에 없다던 김부장은 어떻게 노후 걱정이 없어졌을까’, ‘일본어 회화 무작정 따라하기’, 번역서로는 ‘대과잉 시대가 온다’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들어가며
1부. 예고된 미래, 초고령사회의 신풍경
함께 그리고 천천히
- 스타벅스, 치매와 만나다: 치매 가족들의 마을 거점 ‘스타벅스 치매카페’
- AI택시, 고령자의 일상을 바꾸다: 버스와 택시의 장점만 딴 ‘주문형 교통’의 등장
- 장 보기, 묘지 청소, 산보 동행, 취미 상대까지: 진화하는 가사 대행 서비스
- 편의점의 슬로 계산대: ‘느긋하게 천천히’는 초고령사회 핵심 키워드
- 일본에는 ‘손자의 날’이 있다: 초등생 입학 선물은 조부모 몫
- 반려견도 고령화: 반려동물 요양원, 방문 요양 서비스의 등장
초고령사회 신풍경
- 일본 열도를 놀라게 한 ‘45세 정년제’
- “소득 많아도 연금 안 깎습니다”: 은퇴자 ‘연금 감액제’ 폐지
- 40년 만의 대전환: 달라진 일본의 상속
- 고령 직원 산재 막는다: 고령 근로자 매뉴얼 만드는 일본
- 치매 머니를 보호하라: ‘돈의 간병’까지 신경 쓴다
- 중장년 히키코모리 61만 명: 부모 사후의 ‘서바이벌 플랜’은?
- 오타쿠가 늙었습니다: “내 보물들을 어찌하오리까?”
- “내 유산을 기부합니다”: 홀로 고령자의 새로운 종활 트렌드 ‘유증’
2부. 유쾌한 시니어가 온다
액티브 시니어가 사는 법
- 일본에는 재학생 평균연령 62세인 대학이 있다?!
- 또 한 번의 초등학교: 폐교 위에 세워진 어른들의 학교
- ‘스마트 시니어’의 전국 네트워크: 멜로 구락부
- 지금이 나의 전성기: 시부야로 화려하게 귀환하는 시니어들
- “재취업 싫다”: 도쿄 심장부에 자리 잡은 시니어 ‘앙트러 살롱’
- 능력 있는 7080을 잡아라!: 스페셜리스트로 활약, 현역 준하는 처우
- 일본판 웰다잉 ‘종활’에 빠진 시니어들: 지자체의 주민 엔딩 서포트 사업 확산
신고령 세대의 키워드
- ‘신세대 고령자’의 등장: No 은퇴, No 의존, No 무리
- 시니어 시장을 주도하는 중장년 여성의 3대 마케팅 키워드
- 일본 시니어들이 준비하는 제2의 직업들
- 젊은 층과 중장년층이 바라보는 미래 이렇게 다르다
3부. 간병의 품격
진화하는 일본 요양원
-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건강도 지킨다: ‘일과 함께하는 고령자 건강수명’ 프로젝트
- 마나하우스의 남다른 구강 케어 열정: 오연성 폐렴 제로 프로젝트
-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데이케어센터의 할머니 할아버지
- 간병의 품격 높여주는 ‘배설 케어’의 진화
- 일본에는 기저귀 없는 요양원이 있다?
- 마을 전체가 하나의 병원이 되다: 일본 시골 마을의 ‘커뮤니티 케어’ 도전기
- 병원과 요양원이 하나로: 의료/간병 복합체 ‘간병 의료원’
- 19번째 전문의 ‘종합 진료의’가 탄생한 이유
치매 없는 치매 대국
- 버스가 오지 않는 버스정류장: 치매 고령자를 위한 ‘착한 거짓말’
- 치매 이어 ‘배회’ 용어도 없앤다: 용어가 낳은 부정적 인식부터 바꾸는 일본
- 지자체가 치매 보험 들어줍니다: 치매 친화적 마을의 진화
- “6년간 치매 발병률을 6% 낮추겠다”: 치매 예방 목표까지 내세운 일본, 과연?
4부. 시니어 비즈니스 본 막이 오르다
역발상과 현장 속에서 창출되는 뉴 마켓
- 빈집 문제 해결사가 나타났다: 다거점 생활 플랫폼 ‘어드레스’
- MZ 세대와 짝꿍 된 시니어: “100세 시대 두렵지 않아요”
- “1인 고령 가구를 잡아라”: 일본 편의점의 ‘시니어 격전’
- 도시락 배달 서비스해주는 신탁 상품의 등장
- 의료와 피트니스의 뜨거운 만남: ‘메디컬 피트니스’
- 차에 탄 채로 처방약 받는다: ‘드라이브 스루 약국’
- 의사들이 만드는 디지털 헬스 벤처
- 성인 기저귀를 땔감으로 만드는 일본 중소기업: ‘SFD 시스템’의 역발상
인터뷰 1. 일본 은퇴전문가 오에 히데키 대표
- 부자로 은퇴하는 직장인의 세 가지 조건
- 은퇴 후 일상을 바꾸는 마법의 한마디
인터뷰 2. 일본 고령사회 소설가 가키야 미우
- 퇴직하면 다 똑같은 처지, 사람됨으로 승부해야 한다
- 은퇴 남편 뒤치다꺼리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없다
- 품격 있는 노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종활이다
초저출산에 겹쳐, 대한민국의 코앞에 닥친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2000년 초부터 고령사회를 맞이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과정 속에서 고령화에 관한 나름의 노하우와 대처법을 축적한 일본을 참고해봅니다.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예고된 미래, 초고령사회의 신풍경
함께 그리고 천천히
AI택시, 고령자의 일상을 바꾸다: 버스와 택시의 장점만 딴 ‘주문형 교통’의 등장
일본 교통당국은 고령자들의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면허 갱신 때 신체검사를 강화하는 등 고령자 면허 반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승객 감소로 적자에 시달리는 공공 노선버스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초고령사회 일본이 안고 있는 교통의 딜레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 지자체들은 노선버스를 대체하는 ‘커뮤니티 버스(community bus)’와 ‘디맨드(demand) 교통’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교통수단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버스라는 이름은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버스 안에서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예약을 통한 주문형 교통이라는 뜻에서 디맨드 교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디맨드 교통의 성과는 지자체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승객이 많지 않은 지역을 운행하고 있어 이용객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낮은 운임으로 인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디맨드 교통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돼왔다. 실제로 이용객이 거의 없어 디맨드 교통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예산 부담으로 운행을 중단하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디맨드 교통 시스템이 출현해 일본 교통당국과 지자체의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AI 인공지능 기술과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교통 딜레마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곳이 있는데, 도요타자동차 계열사로 내비게이션 기술 전문업체인 (주)아이신 정기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신은 2018년 AI 기반 온 디맨드(On Demand) 합승택시 서비스인 초이소코를 개발해 선보였다. 실증 실험을 거쳐 2021년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지자체들은 초이소코의 비즈니스 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고 현재 전국 30여 개 지자체에서 시범 또는 정식 운행되고 있다.
운행 방식은 이용자가 사전 예약하면 아이신의 자동 배차 시스템에 의해 같은 시간대에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승객들을 분류해 그룹핑하고, 이에 맞춰 주행 경로가 자동으로 설정된다. 사전 예약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거나 접수센터에 전화로 할 수 있다. 현재 접수의 99%가 전화 예약이라고 한다. 이용자가 대부분 고령자여서 디지털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말 기준 회원 수는 1,868명이며 90%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의 디맨드 교통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초이소코 AI택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초이소코만이 갖고 있는 세 가지 경쟁력 때문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운용 시스템, 지역 기업들의 협찬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성, 서비스의 다양화를 통한 수익 다각화가 그것이다.
먼저 AI 기반 운용 시스템. 아이신은 도로 환경이나 과거의 주행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이 최적의 운행 루트를 선정한다. 지역마다 다른 도로 사정을 세밀하게 사전 조사하고, 실시간 변하는 교통 흐름에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제조업체인 아이신의 고도의 시스템이 활용된다. 아이신의 첨단 배차 시스템은 고령자가 대부분인 회원들이 정류소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불편을 최소화한다.
초이소코의 또 하나의 강점은 수익성이다. 이 부분이 다른 디맨드 교통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초이소코 정류장은 여타 디맨드 교통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고령자들의 거주지 인근, 지역 공공시설, 공원 이외에 슈퍼, 약국 등 지역 상업시설과 의료기관에 정류장을 배치한다.
정류장이 설치된 상업시설과 병원 등은 초이소코의 스폰서로 등록, 협찬금을 낸다. 스폰서에 정류장을 둠으로써 고령자의 집객 효과를 노리는 구조인데, 스폰서에는 주로 병원, 클리닉 등 의료기관이 많고 약국, 온천, 호텔 등이 참여하고 있다. 도요아케시 초이소코에는 시청 등 공공시설, 의료기관, 금융기관, 소매점, 휴게시설 등 수십 개의 스폰서가 협찬금을 내고 있다. 초이소코 통신이라는 홍보지를 발행해 스폰서 기업들을 교통 이용자에게 홍보하고, 또 아이신과 스폰서가 함께 고령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마케팅 이벤트를 기획해 실시하고 있다. 일례로 스폰서 매장 내에서 고령자를 위한 매직쇼를 진행하기도 한다.
승객의 안정적 모객과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서비스 다각화도 초이소코만의 경쟁력이다. 먼저 초이소코를 플랫폼으로 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당시 경영난으로 힘들어하던 음식점을 지원하는 음식택배 ‘메시 클루’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한 번에 50인분까지 대량 수송이 가능한 점은 우버 이츠 등 여타 식사 배달 서비스에는 없는 장점이다. 2021년 10월부터는 고령자 돌봄 서비스 ‘초이 토크’를 시작했다. 접수 콜센터의 오퍼레이터가 주 1회 회원 고령자에 안부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다. 사전에 입수한 가족들의 근황을 전달하기도 한다.
- 장 보기, 묘지 청소, 산보 동행, 취미 상대까지: 진화하는 가사 대행 서비스
- 편의점의 슬로 계산대: ‘느긋하게 천천히’는 초고령사회 핵심 키워드
- 일본에는 ‘손자의 날’이 있다: 초등생 입학 선물은 조부모 몫
- 반려견도 고령화: 반려동물 요양원, 방문 요양 서비스의 등장
유쾌한 시니어가 온다
액티브 시니어가 사는 법
“재취업 싫다”: 도쿄 심장부에 자리 잡은 시니어 ‘앙트러 살롱’
초고층의 대기업들의 본사와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 일본 도쿄의 비즈니스 중심지, 아카사카.
2021년 8월 이곳에 문을 연 조그마한 공유 오피스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아카사카 앙트러 살롱’. 기업가 정신을 뜻하는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과 살롱을 합성한 말로, 기업하는 사람들의 사교모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곳은 보통의 공유 오피스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오피스에 입주한 구성원 대부분이 머리색이 희끗희끗한 시니어들인 게 눈에 띈다. 이곳에 둥지를 틀려면 50세 이상이어야 한다. 앙트러 살롱은 제2의 인생을 창업으로 재도전하려는 중장년층을 위한 비즈니스 아지트인 셈이다.
시니어 창업의 거점 앙트러 살롱에서는 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시니어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회사 설립부터 영업 마케팅 노하우까지 시니어 창업과 관련한 전문적인 교육과 창업 선배들의 현실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회사 등기 장소, 사무실 소재지 등으로 등록이 가능해 이곳을 회사로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 온라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상의 온라인 사무소도 제공된다.
일본에서 시니어 창업이 증가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꼽는다. 먼저 인구 구조적 현상인 초고령사회가 낳은 100세 시대를 들 수 있다. 그만큼 시니어들의 일할 의욕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정년퇴직 이후 30여 년의 노후를 그저 주어진 여생으로만 인식할 수 없는 지금의 건강한 고령자들은 ‘평생현역’을 외친다. ‘일본고령사회백서(2020년)’에 따르면 60~64세는 82.6%, 65~69세는 60%가 취업자로 일하고 있다. 이들 중 40% 이상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즉 평생현역을 희망하고 있다. 75세까지라는 응답이 9할에 가까울 정도로 일에 대한 의욕이 높다. 현재 일하는 일본 시니어 중에는 그동안 다녔던 회사의 정년 이후 재고용 제도를 이용해 계속 근무하거나, 다른 회사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고용과 재취직보다 창업을 선택하는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첨단 기술의 보급이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한다. 첨단 IT, 네트워크 기술 발달로 큰돈 들이지 않고 창업이 가능한 점이 시니어들에게 창업 의욕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료 홈페이지 작성 서비스를 비롯해 SNS 등을 통한 무료 마케팅 방법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일본정책금융공고에 따르면 연 평균 개업 비용은 1,055만 엔으로 최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에 비해 500만 엔이나 낮아졌다고 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1엔 만으로 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랜선워크, 텔레워크 등 기업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던 것도 시니어들의 창업 의욕을 북돋우는 계기가 됐다.
가타기리 (주)긴자세컨드라이프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 등 행정의 창업 지원 서비스 강화도 시니어 창업 활성화 요인으로 꼽는다. 일본 정부는 또한 일본부흥전략의 하나로 ‘개업률 10%’ 목표를 내걸고 다양한 창업 지원을 하고 있는데 현재 일본의 개업률은 5% 정도다. 상담 창구 개설, 창업 세미나 스쿨 등 교육 강화, 지원금 및 저리 융자 같은 금융지원책 등이 그것이다. 일본정책금융공고의 ‘여성, 젊은층/시니어 기업가 지원 자금’ 제도는 여성은 연령 불문, 남성은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융자 지원제도인데 운전자금 750만 엔 포함 최대 1,500만 엔을 2% 전반의 저리로 빌려준다. 전문가의 사업 계획 컨설팅도 지원해준다. 지방자치단체 도쿄도 또한 ‘여성 젊은층/시니어 창업 서포트 사업’을 지원하는데 신용금고/신용조합과 함께 저리 융자해주는 것 외에 자금 계획, 판로 개척 등 전문가 조언을 해준다. 변제가 필요 없는 보조금 지원도 있다. 후생노동성이 관할하는 조성금인 ‘평생현역 창업 지원 코스’는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을 고용할 경우에 채용 비용 일부를 지원해준다.
모든 창업이 그렇지만 특히 시니어 창업 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바람직한 시니어 창업의 형태로 ‘느긋한 창업’, ‘슬로 창업’을 추천한다. 느긋한 창업이란 쉽게 말해 ‘로 리스크, 로 리턴(low risk, low return)’, 즉 낮은 위험과 작은 수익을 말한다. 일본정책금융공고는 연령대별 창업 후 경영 상황을 조사한 결과, 적자 상태인 기업이 50대 이상에서 40%로 젊은층의 20~30%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의 품격
진화하는 일본 요양원
마을 전체가 하나의 병원이 되다: 일본 시골 마을의 ‘커뮤니티 케어’ 도전기
초고령사회 일본에 2025년은 비상의 해다.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들이 모두 75세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부르는데, 후기 고령자의 단기적 급증은 의료와 간병비 등의 재정 압박과 간병 인력의 태부족 사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책으로 ‘탈 병원, 향 재택’ 방침을 세우고, 실천 방안으로 지역사회가 고령의 주민들을 함께 돌보는 이른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팀 의료, 의료-간병의 연계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직종 간 벽은 높은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마을 전체를 하나의 병원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 중심 케어를 실천하고 있는 한 지방 도시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일본 혼슈의 중서부에 있는 시가 현의 히가시오미 시. 이곳에서는 매달 한 번씩 마을 고령자들의 케어를 위한 특별한 공부모임이 열린다.
‘삼포요시 연구회’
연구회의 목적은 지역 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각 분야 종사자들이 협의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연구회 참석자는 보통 100명 정도. 히가시오미시와 인근 지역의 의료, 요양, 행정 등 다직종의 종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내과 신경과 등 전문의, 간호사, 치과의사, 보건사, 약제사, 이학요법사, 작업치료사, 케어 매니저, 지자체 공무원 등이다.
월 1회 세미나실에 빙 둘러 앉아 자기 소개, 매월 순환제로 결정되는 당번 시설의 활동 소개, 협력이 필요한 고민 사례들을 공유한다. 2007년 초부터 시작된 연구 모임은 약 10년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열렸고, 2016년 3월 100회를 돌파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둥그렇게 둘러앉는 이유는 수직적 서열이 아닌 수평적 관계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연구회 관계자는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직종 관계자들이 서로 얼굴을 아는 관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이 관계가 직종 간 벽을 넘게 했고 결과적으로 환자와 의료기관, 지역사회 모두에 도움을 주는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연구회의 이름 ‘삼포요시’란 ‘삼자가 좋다’는 뜻으로, 삼자는 고령자를 비롯한 환자, 병원이나 요양원 등의 기관, 지역이다. 지역의 고령 환자, 병원, 요양원 등 기관, 지역사회 모두에 만족을 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연구회는 2007년 초 지역 뇌졸중 환자의 지역 연계 ‘크리티컬 패스(critical path)’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크리티컬 패스란 최적의 경로라는 뜻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최단 시간에 최저 비용으로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의미한다. 의료계에서는 급성기 병원에서 회복기 병원을 거쳐 조기에 자택으로 귀가하는 진료 계획을 작성해 이를 치료를 담당하는 모든 의료기관이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지역 뇌졸중 환자의 치료 과정에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개업의, 급성기 병원 전문의, 보건소장 등 지역 내 핵심 인물들이 의기투합했다. 그들은 먼저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을 위해 크리티컬 패스인 삼포요시 수첩을 만들었다.
이 수첩에는 환자 한 명의 모든 의료 정보가 기록돼 있어 각 치료기관은 이를 참고할 수 있었다. 환자가 최초의 급성기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고 다음 회복기 병원에서 어떤 재활치료를 받았으며 언제쯤 퇴원 가능한 지 등의 상세한 진료 계획과 진료 경과가 기입됐다.
연구회는 후생노동장관상 표창, 일본의사회 대상 등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삼포요시 연구회의 리더격인 오구시 테루오 오구시의원 원장은 수상식 소감에서 “이제는 환자 치료를 의사 한 명에게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의료와 간병을 비롯한 다직종 분야가 공동으로 힘을 합쳐 환자에게 논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사들은 잘난 척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전문직의 일을 방해하지 않고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회는 “환자가 치료 도중에 헤매지 않도록 지역 전체가 하나의 병원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목표”라며 “최종 목표는 재택 임종이 자연스러운 마을이 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시니어 비즈니스 본 막이 오르다
역발상과 현장 속에서 창출되는 뉴 마켓
빈집 문제 해결사가 나타났다: 다거점 생활 플랫폼 ‘어드레스’
‘다거점 생활 플랫폼 어드레스(ADDress)’.
어드레스는 일본 전국의 빈집 등 유휴자산을 리모델링해 지방에서 살고 싶은 이들에게 대여하는 서비스이다. 급증하는 빈집 문제 해결과 ‘다거점 생활’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은퇴 후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시니어들에게 지방 거주 리허설용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전국에 어드레스 거처는 2022년 9월 기준 약 240개, 방 500개가 있다. 각 어드레스에는 일과 생활이 가능하도록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와이파이(wifi)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먼저 어드레스 회원 등록을 하고 원하는 어드레스를 예약한 후 사용하면 된다.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이후 회원이 급증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에는 주로 프리랜서나 기업 경영자 등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이용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일반 직장인들의 이용이 3배 이상 크게 늘었다. 어드레스 주요 고객은 20~40대. 싱글, 패밀리, 시니어 등 다양한 세대가 어드레스에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어드레스는 단순한 여행지 숙박시설을 넘어 이용자들이 지방에서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모든 어드레스에는 ‘야모리’라는 이름의 집 관리인이 지정되어 있다. 야모리는 집 관리를 비롯해 어드레스에 거주한 회원들의 지역 안내, 회원 간 그리고 현지 주민과의 교류까지 연결해준다. 야모리의 중개로 거주지 주민들의 커뮤니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야모리를 통해 여행이 아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현지에 오래 거주하는 주민, 지역 재생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이 야모리로서 참여한다. 은퇴자 등 시니어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2만~5만 엔의 수고비가 주어진다.
어드레스는 빈집이라는 마이너스의 자산을 다거점 생활 플랫폼이라는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시켰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드레스의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에 투자 회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스키나 등산 등 취미 생활을 하는 호퍼(hopper)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의 일본 내 거처로 어드레스가 활용되고 있다. 어드레스는 최근 ‘어스(earth)호퍼협회’를 운영하는 (주)파이어니어와 업무 제휴를 맺었는데, 윈터 스포츠와 다거점 생활의 협력 사례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자체도 어드레스 사업에 재정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어드레스가 빈집 문제 해결사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드레스의 경험을 통해 지역 이주를 결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일시적 거주이지만 이른바 ‘관계 인구’를 늘려줌으로써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드레스와 협업하는 지자체가 현재 20곳이 넘는다.
‘돈이 된다’는 소식에 그동안 집을 방치하던 집주인도 어드레스에 관심이 많아졌다. 어드레스에 집을 대여하면 안정된 임대 수익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집 리모델링하는 데 비용이 들지만 집 주인에게 월평균 4만 엔 정도의 임대 수익이 주어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금융회사가 개입해 집주인에게 리모델링 비용을 대출해주고 있어 어드레스 신규 거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회사가 집주인에게 리모델링 비용을 대출해주고, 물건에서 나오는 수익을 집주인과 어드레스, 금융회사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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