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은 무엇보다 우리의 생존을 도와준다. 사람의 몸은 누워서 쉴 때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 보이는 동안에도 많은 열을 생산한다. 격한 신체 활동을 하거나 무더운 날에는 말할 것도 없다. 바로 이때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체온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땀이 배출됨으로써 체온이 낮아지는 원리다.
땀이 없었다면 인간의 체온 냉각 메커니즘은 효율도 떨어지고 냄새도 더 지독한 끔찍한 메커니즘으로 대체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땀 흘리기 능력이 인간이 자연계를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다수 있는데, 완전히 과장은 아닌 셈이다.
화학 석사를 갖고 있고 현재 대학교에서 저널리즘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는 이후 본격적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와 산업까지, 경계를 넘나든다.
한편 저자는 ‘사우나 극장’ 공연(독일)과 냄새 매칭 데이트 행사(러시아) 같은 땀과 관련한 이색적 이벤트를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두 나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 프랑스 등 ‘땀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누빈다. 심도 있는 과학적 지식부터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까지, 《땀의 과학》은 우리 몸에서 나오는 땀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보여준다.
■ 저자 사라 에버츠
오랫동안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스미스소니언’, ‘뉴 사이언티스트’, ‘이코노미스트’ 등에 글을 써왔으며 베를린에서 11년 동안 특파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또한 베를린의 막스 플랑크 과학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the History of Science)에서 상주 기자로, 필라델피아의 과학사연구소(Science History Institute)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캐나다의 겔프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을 전공하고 브리티시컬림비아대학교에서 화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칼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2017년 과학 분야의 빼어난 기사를 1년 단위로 묶어 출간하는 선집 ‘미국 베스트 과학 및 자연 저술(Best American Science and Nature Writing)’에 글이 실리는 등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다. 다수의 언론 매체와 비평가로부터 호평을 받은 ‘땀의 과학’은 그의 첫 책으로 땀이 우리 몸에서,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서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해 깊숙이 파고든다. 흥미로운 사례와 생기 있는 문체로 풀어낸 이 책은 땀에 숨어 있는 과학적 사실과 러시아, 핀란드, 네덜란드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을 취재하며 발견한 땀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역자 김성훈
치과 의사의 길을 걷다가 번역의 길로 방향을 튼 엉뚱한 번역가. 중학생 시절부터 과학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적어온 과학 노트가 지금까지도 보물 1호이며, 번역으로 과학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를 꿈꾼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단위, 세상을 보는 13가지 방법’,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늙어감의 기술’로 제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하였다.
■차례
추천의 글_땀 냄새로 고생한 사연부터 생명과 문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가는 글_놀랍도록 흥미롭고 상상 이상으로 중요한 땀의 세계
part 1 땀이 보여주는 진화의 비밀
chapter 1 우리가 땀을 흘리는 이유
chapter 2 땀은 생존을 위한 인류의 선택
chapter 3 땀은 알고 있다
part 2 우리는 모두 땀으로 연결되어 있다
chapter 4 사랑은 냄새를 타고 115
chapter 5 땀 흘리는 행복을 공유하는 곳, 사우나
chapter 6 누군가 당신의 땀 정보를 유출한다면
chapter 7 가짜 땀을 만드는 사람들
part 3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땀의 진실
chapter 8 향수, 고대 사치품에서 현대 필수품이 되기까지
chapter 9 겨드랑이 냄새가 ‘비매너’가 된 까닭
chapter 10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
chapter 11 땀에 새겨진 역사
감사의 글
주
빨간색 땀을 흘리는 사람부터 체취 제거를 위한 분투의 역사까지, 너무나 매력적임에도 아직까지 몰랐던 땀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심도 있는 과학적 지식부터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까지, 우리 몸에서 나오는 땀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아보세요.
땀의 과학
땀을 알고 있다
우리는 어쩌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체취를 혐오하게 됐을까? 진화 과정에서 인류는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어울려 지냄으로써 번영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서 나는 냄새에는 익숙해졌어야 하는 게 아닐까? 어떤 연구자들은 사람이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지독한 악취가 나기 때문에 그 냄새로 포식자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독한 체취는 곧 안전을 의미한다고 느끼는 것이 정상 아닐까? 하지만 함께 있으면 안전하게 느껴지는 아주 가까운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우리는 자신의 체취를 마치 속 깊은 비밀처럼 숨겨놓는다.
다른 여러 가지 복합적인 냄새처럼 체취도 그 특징을 정확히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감각 분석가들은 향수, 와인, 커피 같은 복잡한 제품에 흔히 들어 있는 다양한 냄새 성분을 정리한 향기와 풍미의 ‘아로마 휠(wheel)’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아로마 휠은 마치 커닝 페이퍼처럼 제품에서 흔히 발견되는 향기 노트(aromatic note)가 모두 기록되어 있다. 이런 향은 계절의 날씨, 작물이 자라는 토양의 특성이나 기후, 심지어는 제품을 만드는 최종 처리 과정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이 아로마 휠은 이런 다면적인 향기에 대해 논의할 때 필요한 어휘를 확립하고, 감각 분석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복잡한 냄새 속에서 익숙한 향기를 확인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근래에 들어 감각 분석가들은 메이플 시럽에서 퇴비 더미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에 대한 아로마 휠을 개발했다. 그러니 감각분석가들이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냄새를 조목조목 검토하고 분석해서 자몽, 염소, 젖은 개, 민트, 아스파라거스, 식초, 치즈, 산패한 버터, 쿠민, 양파 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체취 휠(bodyodor wheel)을 만든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체취 휠에 들어있는 어휘는 사람의 체취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개인 고유의 냄새, 함께 섞으면 그 냄새를 만들어낼 수 있는 냄새 성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한다. 여기서부터는 감각 분석가들도 화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감각 분석가들은 보통 쉽게 알 수 있는 냄새를 이용해서 사람의 체취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기술한다. 반면 화학자들은 겨드랑이에서 풍겨 나오는 특정 분자들의 목록을 표로 작성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작업을 모두 하는 과학자도 있다.
과학자 조지 프레티(George Preti)가 말해준 바에 따르면 누구도 겨드랑이 냄새가 같지 않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개를 통해서 나왔다고 한다. 개는 사람이 걸치고 있던 뭔가의 냄새를 한 번만 맡아도 누구의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좋은 이유로든, 나쁜 이유로든 실종된 사람을 추적할 때 법집행기관에서는 이런 방법을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찾을 때 개의 도움을 받는 것은 숭고한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다.
사람의 독특한 겨드랑이 냄새는 대부분 두 가지 주요 원천에서 생겨난다. 모든 사람은 아포크린땀샘에서 분비되는 자기만의 맞춤형 분자 칵테일을 갖고 있다. 이 기름기 있는 왁스 성분 분자들은 다양한 길이의 탄소 원자 사슬에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분자다. 탄소 원자 사슬의 길이 그리고 긴 사슬 분자와 짧은 사슬 분자의 상대적 밀집도에서 보이는 미묘한 차이가 겨드랑이 세균을 위한 고유한 식단을 구성한다. 하지만 각자의 체취가 다르다 해도 사람의 체취에서 보편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어떤 근본적인 냄새가 존재한다. 그 덕분에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타기 전에 탔던 존재가 개나 말이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와인 시음계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의 체취에는 향을 맡았을 때 최초로 감지되는 향기인 ‘톱 노트(top note)’가 있다. 이 지배적인 향기는 우리가 흘리는 대부분의 땀 속에 들어있으며 우리 모두에게 있는 냄새이다. 이러한 톱 노트 말고도,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이의 체취에 카메오로 등장하는 수백 가지 다른 냄새가 있다. 이 냄새나는 화학물질 중 일부는 겨드랑이에서만이 아니라 식물계에서도 흔히 등장한다.
이런 사실을 보면 자연이 알록달록한 그림 팔레트처럼 다채로운 향기의 화학적 팔레트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연은 이 팔레트로부터 매력적인 향기에서 역겨운 냄새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하고 복잡한 냄새를 창조한다.
좋든 싫든 체취는 대단히 정직한 신호다. 체취의 생산과 분비 과정 중 의식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현대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체취제거제와 땀억제제를 이용해서 이런 비밀이 폭로되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체취는 우리의 감정과 건강상태를 말해주는 진실의 등대 역할을 했다.
환자의 냄새를 맡아 체취를 분석하는 것은 오랜 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상처를 소독하면서 그 부위에서 슈도모나스균 감염에 따른 느글거리게 달콤한 냄새가 나는지, 프로테우스 세균이 침임했을 때 생기는 생선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보기도 한다. 패혈성 인두염(strep throat)이 있는 사람은 입에서 똥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아픈 사람이 양적으로 땀을 더 많이 흘리기 때문이 아니고 그 땀속에 들어있는 화학적 단서 때문에 체취가 역겹게 느껴진다. 그 화학적 단서가 아픈 사람의 면역계 활성이 고조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감염이 있을 때 바로 이런 면역계 활성 고조 현상이 일어난다. 누군가의 면역계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화학적 단서가 존재하는 것은 미국 국무부 여행경보의 진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전쟁 중이니 접근하지 마시오’라고 말이다.
놀라운 점은 미국인들이 대체로 체취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질병이 악취를 통해 전파된다고 믿었던 중세 유럽인들처럼 체취에 낙인을 찍어놓았다. 미국인들은 몸에서 냄새가 나면 뭔가 이상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소름 끼치게 느껴질 수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베스트셀러 소설 ‘향수’에 나오는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는 아무런 체취도 없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는 사회에서 거부당했을 뿐 아니라 사악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이기도 했다. 체취가 전혀 없는 등장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섬뜩함이 그런 사람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보편적 혐오감을 끌어들인다.
겨드랑이 암내는 있어도 문제이고, 없어도 문제다. 어쩌면 인간사 대부분이 그렇듯 패션이든, 교통법규든, 체취든 그 지역에서 통용되는 관례를 따르는 게 제일 속편한 방법일 것이다.
사랑은 냄새를 타고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후각에 의지해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의 체취를 익힌다. 각 태어난 아기는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지만, 여성 네 명의 모유 패드를 아기침대의 제 구석에 놓으면 자신을 낳은 엄마의 체취를 향해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엄마도 아이를 낳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냄새로 갓 태어난 자기 아이를 알아볼 수 있다.
한편 신생아 머리에서 나는 냄새가 좋아서 코로 깊게 들이마시는 사람도 많다. 내 친구 하나는 아기 머리에서 나는 냄새를 ‘가족친화적인 크랙 코카인(family-friendly crack cocain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적인 이야기다. 연구자들이 생후 이틀이 지난 신생아의 체취 표본을 생모와 생모가 아닌 여성 모두에게 냄새 맡게 했더니 뇌의 보상중추가 활성화됐다. 어떤 연구자는 공동체에서 갓 태어난 구성원의 체취를 익힐 수 있도록 아기 냄새를 맡는 사람의 뇌가 심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추측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를 맡는 행동은 평생 지속된다. 형제와 부부는 자기와 한집에 사는 사람의 냄새를 정확하게 알아맞힐 수 있다. 2년 넘게 보지 못하거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 성인 형제들도 형제의 독특한 냄새 지문(odor print)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냄새 지문은 몸에서 흘러나오는 개인 특유의 화학물질 혼합물이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이 겪는 어려움이야말로 사회적 결속에서 체취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상실증(anosmia)이 있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곤란을 겪을 때가 많다. 후각을 상실한 남성은 섹스 파트너가 적어지며, 여성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에 자신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양쪽 모두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한편 일부 연구에서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체취를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왔다.
우리의 후각 능력이 사회 구조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학자들이 인간의 후각 능력을 오래도록 과소평가해왔기 때문이다. 역사 전반에 걸쳐 많은 사상가가 시각이야말로 세상을 경험하는 훨씬 문명화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코를 사용하는 것은 동물적이고 저속하며 퇴보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사람이 개처럼 서로에게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면 어떻게 사람이 개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스스로 계몽된 존재라 할 수 있을까?
1800년대 서구 문화권에서는 후각에 대한 혐오가 인간의 후각이 별로 뛰어나지 않아 불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바뀌었다. 인간이 냄새나 맡는 미개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지우기 위해 우리는 인간의 후각이 뛰어나지 않다는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최근 러트거스대학교의 신경생물학자 존 맥갠(John McGann)은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서 이런 주장의 진위를 확인했다. “인간의 후각이 빈약하다는 것은 19세기의 미신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사랑한다. 그래서 집단적으로 거짓말을 믿기로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후각을 희생하고 그 대가로 자기 결정(self-determination) 능력을 높였다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후각과 자기결정 능력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굳이 코의 능력을 부정하지 않아도 나머지 몸을 통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요즘 사람들은 지적, 정서적, 육체적 욕구를 만족시켜줄 평생의 배우자를 원한다. 하지만 진화적으로 보면 종의 전파를 위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 자기와 잘 맞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다. 그래야 태어나는 자식도 후손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오래 살아남아서 DNA를 미래 세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섹스로 이어지는 길을 매끄럽게 닦아줄 메시지를 땀이 실어 나른다는 증거가 있다. 그중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연구로 스트립쇼 클럽에 관한 연구가 있다. 뉴멕시코에서 활동하던 과학자들은 여성이 생기주기 중 가임 가능성이 큰 시기가 되면 체취 때문에 남성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알고 싶었다. 포유류 암컷 중에는 그런 경우가 많다.
여성 댄서가 누드로 관객의 무릎에 앉아서 추는 선정적인 춤인 랩 댄스(lap dance)를 췄을 때 남성들의 지갑에서 나오는 팁과 여성의 가임 상태를 추적했더니 여성 댄서들은 생리주기 중 가임 기간일 때 고객으로부터 제일 많은 팁을 벌었다. 이들의 체취를 검사한 것은 아니지만 연구자들은 랩 댄서의 체취에 들어 있는 성분 중 뭔가가 고객들에게 가임 기간을 알린 것이라 주장했다.
댄서들은 한 달의 주기 내내 비슷한 의상을 입고, 똑같은 루틴으로 춤을 추고, 팁을 벌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동기도 똑같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자를 한두개 정도 방출하라는 신호를 난소로 보내는 황체형성호르몬의 수치가 치솟자 어쩐 일인지 그 신호가 그 여성의 몸을 넘어 외부로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팁을 주고 춤을 구경하는 남성들도 이런 생화학적 메시지를 알아차렸다.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취에 담긴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정직하다. 하인리히하이네대학교의 베티나 파우제(Bettina Pause)는 이렇게 말한다. “땀과 눈물의 생산과 방출, 그 안에 담긴 내용물 모두 의식적으로 조작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말과 자세, 표정 같은 것을 통재할 수 있지만 냄새를 통제할 수는 없다. 연애에 관련된 문제에서 진화가 일말의 정직성이라도 남겨놓았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 당신의 땀 정보를 유출한다면
2016년 잉글랜드 북쪽의 웨스트요크셔 경찰서에 누군가가 한 여성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한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경찰은 피해 여성의 유리창에서 범인의 지문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그 지문에 그 여성을 스토킹해온 남성의 것임을 밝힐 수 있었다. 수사관은 지문을 셰필드핼럼대학교의 화학자 시모나 프랜시스(Simona Francese)에게도 보냈다. 프랜시스는 지문 뒤에 남아 있는 화학적 흔적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한다. 사실 지문은 본질적으로 그냥 땀자국에 불과하다.
우리가 남기는 지문은 자신의 투명한 생물학적 잉크로 찍어놓은 손가락 자국이다. 땀이라는 액체 속에 녹아 있는 복잡한 화학 분자 칵테일인 것이다. 프랜시스와 연구진이 범행 형장에서 채취한 지문의 융선(隆線)을 분석했더니 코카인의 흔적이 나왔다. 무단으로 침입한 남성이 당시 코카인에 취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더 특이한 것도 나왔는데 바로 코카에틸렌(cocaethylene)이라는 분자였다. 코카인을 코로 들이마시고 이와 함께 알코올도 마신 사람은 두 성분이 혈액 속에 동시에 흘러 다니게 된다. 이 혈액이 간에 도달하면 간은 두 약물을 분해하려고 한다. 이런 대사가 일어나는 동안 간은 부분적으로 분해된 알코올과 코카인으로부터 코카에틸렌이라는 잡종 분자를 만들어낸다. 이 표식이 다시 혈류로 빠져나와 그 무단 침입자의 지문에서처럼 땀 속 카메오로 출연할 수 있다.
마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거나 밤새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자기가 잔뜩 먹었던 것들이 땀을 통해 빠져 나온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때로는 이 성분에서 향기가 나기도 하고, 그보다 드물긴 하지만 색을 띠기도 한다. 하지만 나머지 다른 성분들도 다 그럴까? 냄새도, 색깔도 없는 수백 가지 화학물질이 땀을 통해 스며 나와 당신이 먹는 약이나 마약, 당신의 신원과 건강 상태, 심지어 정신 상태에 대한 힌트도 알려줄 수 있는 걸까?
흔적에 불과한 양이기는 하지만 지문 속에는 자신의 생활방식에 대한 사적인 진실이 남는다. 정교해진 분석 기법 덕분에 연구자들은 이제 지문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흔적밖에 남지 않은 땀에서도 이런 비밀을 추적할 수 있다.
언젠가는 땀에 들어 있는 생물학적 흔적을 흘리고 다니지 않으려고 모두가 장갑을 끼고 다니는 날이 올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는 그와 반대다. 우리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땀 포착 기술을 개발하려는 상업적 수요가 존재한다. 이런 수요는 자신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집착 때문에 생겨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체력을 추적하기 위해 만보기 같은 장치를 이용해서 매일 걸음 수를 측정한다.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 모두 훈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운동하는 동안 심박수를 측정한다. 여성들은 임신이나 피임을 위해 체온을 예의 주시하며 가임기를 추적한다. 흔히 사용되는 이런 자가 감시 전략 중에 과학자나 의료인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없다. 그냥 신용카드 한 장과 호기심만 있으면 된다.
현존하는 자가 모니터링 장치는 주로 물리적 측정에 의존한다. 체온, 심박수, 걸음 수 등은 물리학과 공학의 교묘한 조합을 통해 파악된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보낸다. 자가 모니터링의 다음 이정표는 화학적 측정이다. 당신의 피부와 접촉해서 땀의 화학 성분을 분석한 후, 술을 너무 마셔서 운전할 수 없는 경우에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장치를 생각해 보자. 아니면 당신의 지문을 인식한 후 지문 속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을 분석해서 당신이 알코올이나 대마초, 코카인, 메스암페타민, 아편,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멀미약 같은 성분 때문에 운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만 엔진에 시동을 걸어주는 자동차는 어떨까?
일류 학술지를 보면 한 달이 멀다 하고 웨어러블 화학 감지 기술(wearable chemical-sensing technology)에 관한 새로운 발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장치는 땀 속 화학 물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형 전자회로가 장착된 손목 밴드처럼 생긴 피부 패치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공학적, 화학적 장애물과 씨름하고 있다. 패치가 땀이 흐르기 시작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점착성은 뛰어나면서 피부에는 자극을 주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몸의 곡면에 편안하게 밀착되고 신체활동에 관여하는 서로 다른 근육 형태에도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자장치가 손상을 입어서는 안 되며 배터리가 없어도 기능할 수 있는 회로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데이터 처리도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착용하고 다니는 물건에 이런 땀 모니터링 장치 장착이 표준으로 자리 잡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다. 그리고 이런 장치가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 기술회사가 습득하는 개인정보의 양도 치솟을 것이다. 분명 회사에서도 개인 정보를 익명화할 방법들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해킹 방지는 고사하고 익명성만 확실히 보장받고 싶어도 사용자들은 사생활 보호를 위한 설정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데이터와 보안에 관한 문제를 핏피트, 스포티파이(Spotify), 23앤드미(23andMe), 아마존 같은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이 심드렁한 걸 보면 우리 사회는 체취를 흘리는 것은 신경쓰면서 땀 관련 데이터를 흘리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하지만 기업이나 조직에서 땀 데이터를 이용해 입사 지원자를 솎아내고, 민간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정하고, 약물 사용 여부를 몰래 검사하고 아이를 키우기에 적합한 부모인지 판단하는 날이 노는 것 역시 시간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땀에 새겨진 역사
땀을 위해 건배를 하고 싶다. 우리는 땀 덕분에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땀은 다른 많은 생명체가 사용하는 냉각 방식보다 훨씬 덜 불쾌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해준다. 몸을 식힌다는 명목으로 소변을 보고, 구토를 하고, 똥을 싸는 것보다는 차라리 땀을 흘리는 것이 훨씬 유쾌한 경험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우리가 지구 위 여러 가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땀이 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그 덕에 우리는 비둘기와 사막비둘기처럼 지구 어디에서나 살 수 있게 됐다. 다만 땀으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게 만들지는 말자.
불안, 감염, 호감도, 등을 파악하는 데 땀이 큰 역할을 할지 모른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물론 다른 많은 인간관계처럼 이 역시 복잡한 부분이지만 말이다. 땀이 우리를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땀은 체취를 통해, 축축하게 젖은 옷을 통해, 범죄현장에 생각 없이 남긴 지문을 통해 좋든 싫든 우리의 많은 비밀을 드러낸다. 잘 꾸민 페르소나를 쓰고 다니는 시대에도 우리의 인간성 일부는 여전히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좋다. 다만 정부, 법집행기관, 군대, 고용주, 보험회사들이 우리의 생물학적 정보를 악용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재미있는 역설이다. 땀은 그런 재미있는 역설을 참 많이 만들어낸다. 우리가 몸에서 직접 막대한 양의 땀을 만들어내고 있음에도 인공으로 가짜 땀을 만들어 파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도 역설적이고, 일부러 돈을 들여 사우나나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굳이 땀 분비를 억제하는 제품을 바른다는 사실도 역설적이다. 무더운 여름에 내 땀에서 나오는 악취를 줄일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하지만 땀억제제나 체취제거제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 내 피부에서 땀이 비치는 것을 보여주지 않고 옷에 땀이 배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모두 한 세기에 걸쳐 기업들이 우리를 세뇌한 결과다. 그들은 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을 사냥감으로 삼는다.
이제는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자. 땀이 뒤집어쓰고 있는 오명을 벗겨주자. 땀을 흘리는 것은 우리 몸이 본래의 목적인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일 뿐이다. 원한다면 체취제거제나 땀억제제를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 모두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땀을 흘리면서 살아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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