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살아갈 미래로 메타버스가 대두되면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의 세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메타버스의 주요 플랫폼과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게임 개발사이고, 작동 원리 역시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게임을 통해 미래를 살아가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면, 게임을 잘 이용하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이경민 교수는 게임 중독, 폭력성 증가, 사회성 결여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키워드를 지우고, 질문을 바꿔 보기로 했다. 그리고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인지과학, 심리학, 의학, 게임공학 등 여러 관점을 통한 복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게임하는 뇌]는 그 몇 개의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메타버스를 살아갈 미래 인류를 위한 인지과학자의 조언이다.
■ 저자
이경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에서 신경학과 인지신경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지과학회장,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 『Journal of Clinical Neurology』 편집장을 역임하고, 현재 게임과학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인지신경과학과 임상 신경학 분야의 다양한 주제와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종교와 과학, 비디오 게임을 통한 뇌 발달과 뇌 건강 증진 등의 주제에 대해 연구해 왔다. 서울대-한신대 포스트휴먼연구단에 소속되어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과 문명에 관한 논의에 참여했다. 공저서로 『게임하는 뇌: 게임 인류의 뇌과학 이야기』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 등이 있다.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원
정다희(신경언어학 연구), 최예슬(음악 인지와 신경미학 연구), 주혜연(현실과 가상 현실의 인지 과정 차이 연구), 신민정(인지과학과 운동 학습, 인공지능 연구), 장민하(인지 기능 퇴화 예방과 개선 방법 연구)
■ 차례
Prologue
인지 기능 |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것들 17
학습은 놀이의 다른 말 20
비디오 게임이 머리를 좋게 한다 24
사고 능력은 인지 기능 간의 팀워크 33
미지의 세계 탐구, 뇌의 지도 42
부록_게임 장르 46
인지 회복 | 게임이 치매를 막을 수 있을까 51
똑똑한 사람이 게임도 잘할까 54
내 머릿속의 관리자 59
멀티태스킹 능력의 비밀, 전환 능력 68
충동을 참을 수 있어, 억제 76
근면한 실무자, 작업 기억 82
똑똑한 관리자의 끝판왕, 추론과 개념화 85
환자를 위한 게임 90
스마트한 게임 플레이를 위하여 94
우리 할머니의 뇌 건강을 위한 비책 99
내 나이가 어때서, 게임하기 딱 좋은 나이 103
엑서 게임이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일까 111
몸을 움직였는데 머리가 좋아졌다 118
공격성 | 게임은 컨트롤러인가, 칼인가 125
파이터로 전락한 플레이어 128
게임이 화를 부른다 133
숨은 폭력성을 깨우는 트리거 140
실존하는 가상 사회 144
우리에게 숙제로 남겨진 게임 150
자기 통제력 | 게임하고도 서울대에 간 아이들 157
미래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기 통제력 160
유혹을 견디려면 주의를 분산시켜라 165
게임하고도 서울대에 간 아이들 170
서울대생의 청소년기 여가 활동 175
공부와 게임, 우선순위 정하기 181
내 인생에서 게임이 뭐길래 187
어른의 자기통제력 192
사회성 | 게임으로 컨택트하라 199
게임 이용과 사회성의 문제 202
택트리스 시대의 중요한 연결 플랫폼 209
게임 안에서 사회성이 자란다 216
게임 속 공간, 따로 또 같이 221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게임 속 공간 227
게임 플레이와 사회성, 관계의 진실 232
Epilogue 238p
인류가 살아갈 미래로 메타버스가 대두되면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의 세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의 주요 플랫폼과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게임 개발사이고, 작동 원리 역시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을 통해 미래를 살아가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면, 게임을 "잘" 이용하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게임 인류의 뇌과학을 이야기합니다.
게임하는 뇌
인지 기능 _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것들
학습은 놀이의 다른 말
우리 모두는 배우며 사는 미생
교육과 학습은 동전이 양면처럼 서로 붙어 있다. 다만 교육의 경우 보편적인 가르침을 줘야 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행해진다. 놀이와 학습을 재미의 여부로 구분해 대조하는 오랜 관습은 어쩌면 우리가 학습자가 아닌 교육자의 관점에서만 학습을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우리는 결국 모두 학습자의 입장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놀이의 대표적인 사례인 게임을 학습과 연결시킨다면 어떨까? 최근 게임 업계에서 개발하고 있는 소위 ‘기능성 게임’이 이러한 노력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인지 기능을 보완하고 치료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이 게임은 분명 성과와 나름의 의의를 일궈냈으나, 본질적으로 교육자의 관점에서 만든 게임이라는 점에서 한계 역시 명확하다. 게임의 형태를 빌렸을 뿐인 교육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애가 게임도 잘해?
문제는 학습에서의 재미가 극대화되어야 효율적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누구나 즐기는 비디오 게임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학습 형태에 대한 영감을 얻고자 한다. 게임도 머리가 좋아야 잘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비디오 게임을 하기 위해서 갖춰야 하거나, 갖추게 되는 여러 인지 능력 및 역량에 그 초점을 맞춰보는 것을 시작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
비디오 게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습 과정에 주목하여 이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모두가 학습자의 입장이 되어야 하는 우리 사회에 이 원리를 적용하여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학습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면 교육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과 기존의 관념을 혁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디오 게임이 머리를 좋게 한다
게임이 우리를 똑똑해지게 할까?
비디오 게임은 인지 기능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간의 인식과 달리 비디오 게임은 저하된 인지 기능을 다시 향상시켜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거나, 기존의 상태에서 더 저하되지 않도록 방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지 기능 향상’이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인지 기능을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인지 조절 과정 없이 습관적으로 그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적 훈련의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뇌과학적 기전을 먼저 파악해야만 한다. 그렇게 얻어낸 신경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더 효과적으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집중할수록 뇌는 찌릿찌릿
일상생활에서 우리 뇌는 평소에 극히 일부를 사용한다. 즉, 대부분의 신경 세포 간 연결은 잠에 빠져 있는 것처럼 억제되어 있다. 만약 이 억제된 연결이 활성화한다면 우리는 비로소 ‘머리를 쓴다’는 인지적 경험을 하게 된다.
실제로 비디오 게임을 할 때, 점수를 얻기 위해 뇌가 집중하면 할수록 몰두한 활동과 관련된 신경 세포 연결이 더 강한 자극을 받는다. 이는 신경 효율성의 증가로 이어진다. 게임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신경 연결 효율이 변화는 뇌 속에 축적된다. 단, 특정 영역에서의 연결 효율성이 강화된다면 다른 영역에서의 연결 효율성은 반대급부로 감소할 수도 있다. 이는 기회비용의 문제로 넘어간다.
과도하게 특정 활동만 집중적으로 한다면 관련된 신경 연결 효율성은 증가될지라도 다른 활동과 관련된 신경 연결 효율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비디오 게임을 통해 신경 연결 효율성을 높이고자 할 때는 다양한 활동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게임을 할 때도 우리는 분명 머리를 쓴다. 정확히는, 게임을 할 때 우리는 머리를 ‘꽤 많이’ 쓴다. 숨은 적을 찾거나 갑작스러운 공격에 캐릭터를 피하게 될 때, 전략을 짤 때 뇌는 놀이를 위해 끊임없이 굴러가고 있다.
과도하게 편향된 게임 이용으로 신경 연결 효율성과 관련한 기회비용을 지불하지만 않는다면, 비디오 게임은 평소에 쓰지 않던 신경 세포의 연결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활성화해 준다. 즉 우리는 게임을 하면서 재미도 얻고 머리도 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양날의 칼을 안전하게 잡는 방법
당연한 말이지만, 과용이 아닌 적당한 선에서 어떤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지혜로운 게임 생활의 관건이다. 게임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총을 들고 싸우는 액션 게임이 있는가 하면, 친구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한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 있고, 게임 속 서사에 몰입해 특정한 삶의 경험을 얻는 RPG 게임도 존재한다.
추리 소설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순수 문학을 즐겨 읽는 사람이 있듯이 다양한 장르의 게임 중에서 선호하는 게임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게임의 효용성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겐 특정 게임이 인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해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올바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유용성과 위험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필요한 게임을 선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떤 점에서 유용하고, 또 어떤 점에서 위험할까? 우선 게임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준다. 해본 적 없는 게임을 하려면 그 게임을 배워야 한다. 게임의 세계관부터 조작법 혹은 더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 등을 잘 이해해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레이싱 게임에서 자동차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은 여러 차례에 걸친 경험의 반복을 통해서 얻어진다.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게임에서의 기술 수준 향상은 인지 기능의 효율성 증진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싱 게임의 경우 어딘가에 부딪치지 않고 차를 잘 달리게 할 수 있으려면 고도의 주의력이 필요한 동시에 시공간 능력을 통해 방향을 인지해야 하고, 속도 등을 통제하기 위한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비디오 게임은 탁월한 학습 도구이자 학습 공간이지만, 이는 이용자가 게임을 적절히 활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게임이라는 양날의 칼을 자칫 잘못 쥔다면 우리는 노름으로 변해 우리를 해치려 달려드는 놀이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놀이는 재미를 위한 활동이지만 노름은 명예욕이나 돈과 같은 현실적 욕망에 얽매인 도구에 가깝다.
게임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의 문제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이나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게임을 소비하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이러한 시간 자원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기 통제 능력 혹은 기회비용 조절 증력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년기까지는 대체로 이 능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같이 게임을 하면서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지 회복 _ 게임이 치매를 막을 수 있을까
멀티태스킹 능력의 비밀, 전환 능력
여러 일을 저글링하는 전환 능력
하나뿐인 몸을 가진 우리가 여러 가지 일을 그야말로 동시에 해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멀티태스킹은 동시에 여러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짧은 시간을 두고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일을 할 때는 한 가지에서 다른 것으로 이동할 때마다 인지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전략 게임과 액션 게임을 한 후에는 이 과정이 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일찍 게임할수록 전환 능력 발달에 유리
게임을 시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전환 능력이 더 많이 발전한다는 것이 2016년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의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연구진은 전략 게임이나 액션 게임을 각각 12세 이전에 시작한 조기 시작 집단과 12세 이후에 시작한 후기 시작 집단을 모집해 이들의 전환 기능을 미이용자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소에 게임을 하는 사람은 게임 종류나 시작한 나이와 상관없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믹싱 코스트가 더 작았다.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때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지만, 게임을 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때에도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
나아가 게임을 더 어린 나이에 시작한 그룹은 늦게 시작한 그룹과 비이용자 그룹에 비해 스위칭 코스트가 더 작았다. 쉽게 말해 머릿속에서 저글링을 더 잘한 것인데, 더 어린 나이에 게임을 접한 경우에 뇌신경 가소성으로 인해, 또는 더 장기적인 이용으로 인해 순간적인 인지 통제 기능이 필요할 때 추가적인 이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 할머니의 뇌 건강을 위한 비책
그레이 게이머의 등장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레이 게이머’가 주목받고 있다. 노년층 게이머를 가리키는 말로,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서구권에서는 이미 한 세대를 특정짓는 단어로 자리 잡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사회활동이 줄어들자 어린 시절에 게임을 경험했던 50~60대가 게임 인구로 합류했고, 게임을 아이들이나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고정 관념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퍼즐 게임이나 그림 맞추기처럼 단순한 게임을 즐겼는데,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노년층의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게임하기 딱 좋은 나이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인지 퇴화 문제
노년기 삶의 질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퇴화 문제이다. 신체적·정신적 퇴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방면으로 예방법이 연구되어왔고, 현재로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다양한 식이 요법과 생활 습관이 제시되었고, 그중에서도 운동은 신체와 인지 기능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된다. 평소 꾸준한 운동을 해온 노인 집단의 신체와 인지 퇴화 속도는 운동을 하지 않은 노인 집단에 비해 확실히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운동을 동반하는 엑서 게임
게임의 여러 장르 중에서 운동이 동반되는 게임을 엑서 게임이라고 부른다. 엑서 게임은 인지과학, 신경과, 의학에서 강조하는 뇌 건강에 좋은 게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통해 뇌를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한 가지 특징은 게임이 뇌속 신경망들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활동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뇌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뇌 속에 혈액이 잘 순환되어야 한다. 평소 꾸준한 운동 습관이 심혈관 기능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꾸준한 운동은 결국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위에 소개되었던 엑서 게임과 같이 특별히 신체활동을 유발하고 운동하게 만드는 게임은 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별히 치료를 위해 개발한 기능성 게임이 아니라, 재미 요소를 강조하고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 집중한 게임이 다양한 연령층의 몸과 머리를 움직이게 한다면 뇌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신체 노화로 인하여 평소 운동량이 적어진 노인들에게는 머리만 쓰는 게임보다 엑서 게임이 더 유익할 것이다. 복잡한 사고와 방향키 조정을 요하는 다른 장르의 게임보다 배우기 쉽다는 점도 엑서 게임의 매력이다. 엑서 게임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치료를 목적으로 노인들의 인지 퇴화를 늦춰주거나 전 연령층의 기능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개발되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락을 목적으로 개발된 엑서 게임도 늘고 있다.
엑서 게임이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일까
엑서 게임 연구의 판이 바뀌다
실생활에서도 실천하기 힘든 것이 운동인데, 시간을 정해 놓고 하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숙제처럼 느껴지는 운동을 게임하듯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세계의 많은 연구자가 엑서 게임의 영향력에 대해 연구했다. 저명한 과학 저널에 발표된 관련 연구 사례를 검토했을 때 놀랍게도 살펴본 연구의 절반 이상이 “엑서 게임이 노인들의 인지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는 가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연구의 흐름을 살펴보면 엑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엑서 게임 관련 연구들은 기능성 게임(교육, 훈련, 운동 등 기능성을 고려한 게임. 비상업 목적의 게임)을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출판된 논문들은 연구자가 연구 목적으로 직접 개발한 비상업적이고 교육적인 기능성 게임보다 게임 회사가 개발해 사용화한 상업용 엑서 게임에 대한 연구 수가 더 많다. 초기에 치료와 연구를 목적으로 교육 기관 등에서 개발한 엑서 게임의 실제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게임 회사들이 엑서 게임에 더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엑서 게임을 하면 머리가 어떻게 좋아질까
건망증이 심해질 때 보통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얘기한다. 기억력은 인지 기능의 한 종류이다. 인지 기능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공인 기관에서 실시하는 치매 검사 대부분에는 일부 주요 인지 기능만이 포함된다. 포함된 인지 기능은 여러 하위 기능을 아우르는 대표 기능이거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측정된다.
여러 기능 중 가장 많이 측정되는 인지 능력은 집행 기능이다. 주로 전략적인 사고 능력과 인지 조절 능력에 집중된 이 기능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노화와 인지 손상에 취약하기 때문에 인지 검사에서 가장 많이 측정되는 인지 능력이다. 게임이 집행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결과적으로 엑서 게임이 집행 기능 향상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유산소 종목에 집중된 엑서 게임이 집행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많은 연구자가 다른 인지 기능들보다 집행 기능에 특히 더 초점을 두고 연구했다. 이는 집행 기능의 속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데, 집행 기능이 여러 기능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종합 집행자로서 인지 기능에서는 가장 중심에 위치하였기에 인지 변화를 관찰하고자 할 때 필수적으로 측정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자기 통제력 _ 게임하고도 서울대에 간 아이들
미래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기 통제력
욕망을 컨트롤하는 능력, 자기 통제력
자기 통제는 다른 인지 기능이 그렇듯이 주의, 의사 결정 등 다양한 인지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자기 통제는 고위 인지 기능의 총칭인 집행 기능의 하위 인지 기능 중 하나이다. 뇌에서 집행 기능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전두엽 부위의 활성화는 곧 자기 통제 수행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특히 자기 통제 수행에 관여하는 행동 억제, 자기 조절, 감정 조절 등은 다양한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전두엽 피질의 활성화와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통제는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환경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는 두 가지 입장 모두 존재한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개인차가 있을지라도 환경적 요인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 더구나 자기 통제와 관련된 신경 기전으로서 전두엽은 뇌 구조 중 가장 늦게까지 발달하는 영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 시기에도 전두엽의 발달은 계속된다. 고로 자기 통제 역량은 어린 시절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마시멜로 실험 해석의 주의
‘마시멜로 실험’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바로 먹을 수 있는 프레즐보다 더 좋아하는 마시멜로를 먹기 위해 기꺼이 기다린 어린이들이 대학 능력 시험에서 평균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대인 관계도 원만했으며,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역량이 더 높은 등 전반적인 발달 성취도가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어린 시절의 자기 통제가 훗날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데 미치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그러나 마시멜로 실험 결과를 절대적인 미래의 성공을 가르는 기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마시멜로 실험은 유명했던 만큼 최초 실험 디자인의 한계를 보완한 여러 후속 실험을 낳았다. 그중 일부는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마시멜로를 먹기 위해 기다리면서 만족감을 지연시킨 것이 아이의 성공적인 미래와 관련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이에 대한 부모, 선생님, 평가 또는 자기 보고 등으로 측정된 자기 통제 능력이 또래보다 우수할수록 성인이 되었을 때 연봉, 재정 상태, 신체·심리적 건강 상태, 직업 위세 등에서 더 나은 위치를 가진다는 것은 사실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편 다른 여러 연구는 자기 통제력이 개인의 성공 예측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개인의 지적 수준이나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기 통제력과 유사한 정도로 성공적인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자기 통제력은 부모의 소득 수준이나 양육 환경, 양육 태도 등 다른 요소와 매개되어 밀접히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자기 통제력만으로 학업 성취를 포함한 삶의 전반을 예측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 시절의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성공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다.
내 능력 밖에 있는 수준, 가정 환경, 사회적 여건과 달리 자기 통제력은 한 사람이 스스로 미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이다. 아동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친다. 하나의 의사 결정은 연쇄적으로 그다음의 행동과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자기 통제력이 반영된 작은 선택은 당장은 미미해 보일지라도 나비 효과가 되어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게임하고도 서울대에 간 아이들
게임이 성적을 떨어트리는 주범일까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 자녀가 게임을 하지 않아야 성적이 오를 것 같고, 게임을 조금이라도 하면 성적이 떨어질 것만 같이 느껴진다. 공부와 게임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2019년 서울대 재학생(182명, 남학생 88명/여학생 94명)과 서울대를 제외한 타 대학 재학생(593명, 남학생 294명/여학생 29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응답한 서울대 재학생 중 절반이 넘는 61.5%가 고등학생 때 게임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 중 38.5%는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 게임을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실제 결과가 말해 주는 바는 달랐다. 실제로 높은 학업 성취를 달성한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청소년 시기에 게임을 이용했다는 것은 게임이 성적 하락과 직결된다는 세간의 시선이 옳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부와 게임, 우선순위 정하기
청소년기에서 자기 통제력의 중요성
청소년기는 여전히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청소년들이 즐기는 여가 활동 중 하나인 게임은 부모의 역할 개입이 큰 활동 중 하나다. 자녀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하게 내버려두거나, 게임을 전혀 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통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부모의 게임 통제 방식은 바로 게임하는 시간을 정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통제 방식은 자녀의 대학 입시 등급과 관련이 없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의 통제다. 과도하게 게임하는 것을 통제해야 게임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부모가 방임한다고 해서 게임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한 순서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것을 먼저 하느냐를 넘어 각 활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인지심리학의 기본전제는 매 순간 사람이 활용 가능한 인지 자원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일정하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제한된 자신의 주의 집중력을 어디에 먼저 투자할 것인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 과제를 수행하는 계획은 절대적인 시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 필요
자기 통제력은 적절한 게임 이용의 핵심이자 기본 전제이다. 게임을 대하는 태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게임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학업에도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자기 통제력은 게임 중독이나 과몰입을 방지해준다. 그렇게 되면 게임에서 자기 통제를 성공적으로 해낸 학생은 높은 학업 성취도를 이루고, 대학 입시와 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는 학업 성취를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영향이 될 수 없다. 모든 활동에서 마찬가지겠지만 게임에서 받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분명 존재하기에, 이를 알고 그 영향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해야 할 과업이 있을 때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고, 필요하다면 행동 순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은 지혜로운 게임 이용을 위한 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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