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바다를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비극이 찾아왔다. 물고기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물고기는 물론, 알밴 물고기마저 싹쓸이하는 파괴적인 어업, 폐어구를 비롯한 온갖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해양생물의 서식지 파괴로 물고기들이 살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은 현재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들과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참여하고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 재미있고 쉽게 설명해 놓았다.
■ 저자 서종석
해양수산 분야의 국제적 비영리기구인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해양관리협의회)의 한국 대표이자 부경대학교 겸임교수이다. 수산분야에 국제표준 적용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국제표준분야에서 10년 이상 전문가로 활동했다. 현재 바다에서 일어나는‘공유의 비극’을 막기 위해 지역 어업공동체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세 아이의 아빠로서, 수산물을 사랑하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업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와 수산자원 고갈에 대한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차례
글을 시작하며
1부 분노의 바다
01 사라지는 국민 생선
쥐치의 추억 | 사라진 국민 생선 | 여전히 마구잡이 대상인 어린 물고기
02 바다 위의 질주
질주하는 어부들 | 어업 분쟁 | 도시 어부
03 바다의 무법자
IUU 어업 | 한국은 예비 불법 어업국? | 고대구리와 뻥치기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04 위기의 어업
극한직업 | 쇠퇴하는 원양산업 | 양식장이 대안인가?
2부 부서지는 바다
01 혼획의 희생양들
날로 심각해지는 혼획 | 죽음의 덫과 탈출구 | 상어 지느러미 요리 | 알바트로스의 슬픔
02 지뢰밭 바다
유령 어업 | 해양 플라스틱 |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03 기후변화
뜨거워지는 바다 | 흔들리는 해양생태계 |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04 사라지는 물고기의 고향
줄어드는 서식지 | 맹그로브 숲 | 바다숲 | 산호초
05 붕괴되는 어장
사라지고 있는 소형 어류 | 대구 이야기 | 고갈 위기에 놓인 생선들 | 약탈당하는 남극해 | 붕괴되는 어장의 끝에서
3부 미래를 위한 바다
01 공유의 비극을 넘어
목초지의 비극 | 합리적인 인간의 이기적인 선택 | 팃포탯과 평판 시스템 | 공공재 게임과 무임승차자들 |
공유의 비극을 넘어
02 지속가능한 어업
공유자원을 위한 공동의 노력 |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체제 | 어업과 환경단체의 협력 | 해양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MSC |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우리나라의 제도들
03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
소비자 참여의 중요성 |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에코라벨
04 미래 세대를 위하여
교육과 인식 개선 | 지속가능한 어업과 SDGs
05 협력을 향하여
수산의 미래를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 | 지속가능한 수산을 위한 국제기구 | 우리나라 수산 관련 국가연구소 및 출연연구소 | 한국의 NGO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글을 마치며/ 참고 문헌/ 그림 출처
드넓은 바다를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비극이 찾아왔다. 물고기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물고기는 물론, 알밴 물고기마저 싹쓸이하는 파괴적인 어업, 폐어구를 비롯한 온갖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해양생물의 서식지 파괴로 물고기들이 살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은 현재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들과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참여하고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 재미있고 쉽게 설명해 놓았다.
어업의 품격
분노의 바다
사라지는 국민 생선
쥐치의 추억
쥐치는 196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거의 먹지 않는 흔한 물고기였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학자 김려(金鐘, 1766~1822) 선생이 편찬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따르면, 쥐치는 작은 입으로 먹이를 갉아 먹는 모습이 꼭 쥐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름 탓인지는 몰라도 당시 사람들이 거의 먹지 않아 바다에는 늘 쥐치가 넘쳐났다.
그렇게 푸대접을 받던 쥐치가 쥐포로 변신하자 어느 날 갑자기 주전부리계의 스타로 올라섰다. 당시 건어물로 인기를 누리던 대구포와 마른 오징어 가격이 올라가자 쥐포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특히 삼천포 쥐포가 유명했고, 그 앞바다에 그물만 던지면 쥐치가 올라오는 터라 전국 방방곡곡의 배들이 삼천포로 몰렸다. 쥐포 가공공장도 70군데가 넘게 들어섰다.
쥐치가 돈이 되자 대형 트롤어선들이 등장했다. 트롤(trawl)이란‘샅샅이 훑고 다니다’라는 뜻이며, 마력이 높은 어선에 자루그물 양쪽으로 설치한 날개그물을 전개판으로 펼치며 바닷물고기를 바닥까지 훑어 쓸어 담는 고기잡이 도구를 가리킨다.
이렇게 바닥을 쓸고 다니다 보니 어린 쥐치와 어미는 물론이고, 알을 낳는 서식지까지 다 파괴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쥐포의 전성기인 1980년대에 대형 트롤어선이 누비고 다니면서 어획량이 급증했지만 불과 5년도 안 되어 급격하게 고갈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무너져 버린 자원량은 다시는 회복이 되지 않았다.
사라진 국민 생선
명태 역시 예전에는 바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고기였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조업을 시작했는데 1940년 일제 강점기 당시 저인망어선이 등장하면서 어획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처럼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동해의 명태 자원량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1970년대 정부는 어획량을 더 확보하기 위해 아예 규제를 풀어 버렸다. 우리가 안 잡으면 일본이나 중국, 북한 등 주변 나라들의 해역으로 넘어갈지도 모르니 일단 잡고 보자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수산자원 보호령」으로 어린 명태의 어획이 금지되었는데 이마저도 풀어 버렸다.
쌍끌이 기선 저인망어선들은 큰 것, 작은 것 가리지 않고 더욱 거침없이 싹쓸이를 시작했다. 그러자 영원할 것 같던 명태 어장이 규제를 푼 지 딱 10년 만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명태의 어획량이 점점 줄어들고 크기도 계속 작아졌다. 큰 명태는 금세 귀해졌고, 대신 어린 명태가‘노가리’라는 이름으로 둔갑해서 시장에 싼 가격으로 유통되었다. 1980년 초 명태 어획량의 약 70퍼센트가 어린 명태인 노가리가 차지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살이 부드럽고 쫀득한 노가리를 명태와는 다른 종류의 물고기로 생각했다. 설령 알았다 해도 주전부리나 안주거리로 생각했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할 어린 물고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이 평소에 노가리를 얼마나 심심풀이로 즐겼으면 수다 떠는 것을 노가리 깐다고 표현했겠는가? (실제로 명태는 산란기에 암컷 한 마리가 약 수십만 개의 알을 낳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알을 낳는 것을 두고 사람이 말을 많이 하는 것에 빗댄 표현이다.)
명태는 원래 평균 수명이 8년인 물고기이다. 한 번에 25만~40만 개로 엄청나게 알을 많이 낳지만 생존율이 매우 낮아 크게 자라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2~3년의 어린 물고기 시절을 거쳐야 번식을 할 수 있다. 이 어린 물고기는 물론이고, 알을 밴 암컷 물고기까지 싹쓸이를 해버리니 번식할 만큼으로 자란 명태가 사라진 것이다. 번식이 안 되니 당연히 개체수의 회복도 안 된다. 악순환인 것이다.
명태는 그렇게 사라져 갔다. 일각에서는 명태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이라 기후변화로 인해 북쪽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태가 서식하는 동해안은 수심이 깊기 때문에 바다 깊은 곳을 헤엄치는 명태에게는 지금의 수온 변화가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당시 조업을 했던 어부들과 그 위험성을 경고했던 수산과학자들이 대형 저인망어선들의 마구잡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명태는 2008년부터 우리 정부 공식 통계상‘0이다.
여전히 마구잡이 대상인 어린 물고기
이런 상황에도 우리 앞바다에서는 여전히 마구잡이가 벌어지고 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어린 물고기는 사료용으로 값싸게 팔려 나가고, 알밴 어미 물고기도 몽땅 싹쓸이되고 있다. 수산자원이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으니 그저 빠르게 고갈되어 갈 뿐이다.
2018년 해양수산개발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저인망(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깊은 바닷속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과 안강망(긴 주머니 모양의 통그물로, 조류가 빠른 곳에 큰 닻으로 고정하고 조류에 밀리는 물고기를 받아서 잡는다)으로 잡는 갈치 중 70퍼센트 이상이 어린 물고기다.
갈치는 1970년대 중반 고등어보다 흔하고 값이 쌌다고 한다. 요즘에는 한 마리에 몇 만원씩 하는 아주 귀한 생선이다. 너무 비싸 선뜻 손이 가지 않을뿐더러 한 끼 밥상에 올리기에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어린 갈치인 풀치는 아직 값이 싸다. 밥반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양식장 사료나 어묵 원료로 싼값에 팔리고 있다. 이렇듯 풀치를 마구 잡으니 갈치 생산량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공급이 줄어드니 시장 가격은 점점 더 올라간다.
다른 수산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 오징어인 총알오징어, 어린 참조기인 깡치, 어린 청어인 솔치…… 이름만 들으면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생선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더 자라야 할 어린 물고기라는 생각을 못하고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연다. 맛이 부드럽고 좋은데다 가격도 싸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 앞바다가 자신의 이러한 소비로 인해 고갈되어 간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TV 홈쇼핑이나 마트, 재래시장 상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린 물고기를 좋은 상품으로 선전하고 있다. 포털 검색 창에 솔치, 풀치를 입력하면 얼마나 많은 상품들이 유통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해역의 수산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수산자원의 30퍼센트 이상이 마구잡이로 잡히고 있다. 이대로라면 2048년에는 수산물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바다의 위의 질주
도시어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질주하는 것은 어부들뿐만이 아니다. 취미 낚시도 수산물 고갈을 향한 질주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취미 낚시 인구는 이제 7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어업 종사자 수가 대략 12만 명 정도이니 취미 낚시하는 사람들이 어부보다 60배 많다는 의미가 된다. 2018년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조사에서 낚시가 여가 활동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성인 5명 중 평균 1명 이상이 낚시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취미 낚시에 마구잡이로 잡히는 물고기 가운데 위기에 처한 어종이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고 경고했다. 2005년 <사이언스>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인기 있는 물고기의 경우 60퍼센트가 취미 낚시로 잡힌다고 보고했다.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공식적으로 어업을 금지시키자 취미 낚시를 통해 편법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이다. 멕시코 연안에서 취미 낚시로 잡힌 물고기 중 64퍼센트가 마구잡이로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물고기라고 한다. 취미 낚시도 수산자원 고갈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다.
유럽이나 북미권에서는 취미 낚시에도 허가증을 발급한다. 취미 낚시인들이 허가증을 따는 과정에서 금지 체장이나 금어기 같은 자원관리 개념이나 환경보호와 안전에 관한 내용을 배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을 잘 지켜야 수산자원이 보호되고 지속가능한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금지 구역, 금어기, 금지 어종, 금지 체장에 대한 규정이나 어획량에 대한 제한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취미 낚시인들은 어린 물고기, 알밴 물고기를 가리지 않고 모두 잡아 버린다.
어군 탐지기, 위성 항법 시스템 같은 첨단장비를 장착한 낚싯배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배들은 물고기 서식지를 정확히 찾아내 어부들과 거의 경쟁하는 수준으로 조업하고 있다. 어부들은 취미 낚시인들이 수산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규제를 요구하고, 취미 낚시인들은 어부들이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다고 규제를 요구한다. 어느 쪽이 되었든 어업으로 수산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다는 점점 텅 비어 가니 어부도 낚시꾼도 이제 세월만 낚는 강태공이 되어 간다.
위기의 어업
양식장이 대안인가?
우리나라도 대세에 맞게 양식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횟집의 간판 어종인 광어(넙치)와 우럭(조피볼락)도 대부분 양식산이다. 양식장은 육지에 수조를 만들어 키우는 육상 양식과 바다에 가두리 그물을 처서 키우는 바다 양식으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물고기를 키우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료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데, 대부분의 양식장에서 소형 어류나 어린 물고기를 갈아서 만든 생사료를 사용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수산자원 고갈이 심각한데도 생산 단가를 맞추기 위해 출처조차 알 수 없는 싼 원료로 생사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곡물 등을 원료로 한 배합사료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사료 효율성 등을 문제로 생사료 사용량은 계속 늘고 있다.
우리나라 양식장에는 주로 어린 물고기를 생사료로 쓴다. 고등어(고도리), 갈치(풀치), 참조기(깡치) 같은 귀한 어종의 어린 물고기들이 우럭과 광어의 한 끼 식사로 사용되고 있다. 광어 1킬로그램을 양식하는데 약 5.5킬로그램의 생사료가 필요하다. 이 말은 곧 광어 3마리를 키우려면 어린 물고기 500마리를 먹여야 한다는 뜻이다. 바다에는 물고기 씨가 마른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더 커야 할 어린 물고기들은 생사료나 미끼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사료 사용은 결국 물고기를 죽여서 물고기를 키우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생사료는 수질 오염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생사료가 물고기 입에 들어가지 않고 바닥으로 가라앉는데 좁은 만에 형성된 바다 양식장에는 해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자정작용 또한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면 용존산소가 적어서 생기는 빈산소괴가 나타난다. 빈산소괴가 퍼지면 물고기들은 산소 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육상 양식장도 수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식장의 폐수에는 물고기들의 각종 질병 예방에 사용한 약물과 사료 찌꺼기 등이 섞여 있다. 이 폐수를 그대로 바다에 흘려보낸다면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주변 바다의 오염된 해수는 다시 육상 양식장에 사용하기 위해 끌어들인다. 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 항생제에 대한 면역이 강해짐에 따라 약물 사용을 점점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갑작스러운 수온 상승, 지속적인 수질 악화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는 일도 잦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식장 탈출 어류에 관한 규정이나 정책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가두리 양식장의 터진 그물이나 육상 양식장 배출구에서 빠져나온 양식 물고기를 기다리는 낚시꾼들이 있을 정도로 경각심이 낮다.
수산업의 전성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마구잡이와 불법 어획이 휩쓴 텅 빈 바다만 남았다. 남은 황금어장도 치열한 조업 경쟁으로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익 악화로 문을 닫는 어업회사들이 늘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어업에 종사하는 것을 기피한다. 고령화가 심해져 외국인 선원들로 빈자리를 채우지만 어업 재해율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어업으로 파괴된 바다에 해양쓰레기와 기후변화라는 불청객까지 찾아왔다.
부서지는 바다
지뢰밭 바다
유령 어업
캄캄한 바닷속 어선도, 어부도 없는데 그물에는 물고기가 계속 잡히고 있다. 그물에 살점이 뜯겨져 서서히 죽어 가는 물고기를 먹으려고 포식자들이 다가온다. 순간 그 포식자들도 그물에 얽혀 꼼짝달싹 못 하고 또 다른 포식자의 희생양이 된다. 마치 유령 어부가 죽음의 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괴기스러워 사람들은 이것을 유령 어업(ghost fishing)이라고 한다.
사실 그 유령의 정체는 버려진 그물이나 통발 같은 어구들이다. 버려져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후에도 그 기능을 충실히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나일론으로 짠 유령 그물이 완전히 삭아 없어지는 데 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걸려 죽은 물고기들이 다른 물고기의 미끼가 되는 이 저주 같은 악순환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물이 삭아도 더 큰 문제가 벌어진다. 부식으로 가벼워진 그물이 바다 중간층을 떠다니게 되면 고래, 상어, 바다거북, 물개처럼 덩치 큰 해양생물에 큰 위협이 된다.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새끼 바다표범처럼 경험 없는 어린 동물일수록 더 쉽게 이런 유령 그물에 얽힌다.
호주의 해변에서 바다거북 290마리가 버려진 그물에 얽힌 채 발견되기도 했다. 심지어 스쿠버나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도 이런 그물에 걸리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진 어구들이 무려 64만 톤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 해양오염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또한 폐어망에 부착된 납추(납으로 만든 추)는 독성이 있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납추는 취미 낚시에도 봉돌(낚싯바늘이 물속에 가라앉도록 낚싯줄 끝에 매는 작은 쇳덩이나 돌덩이)로 사용되고 있다. 낚싯줄이 끊어지면서 떨어져 나간 납추의 양이 연간 1만 톤이 넘는다고 한다. 납추 1톤이 일주일 동안 바닷물에 방치되면 납 100그램 정도가 녹는데 이 양은 바닷물의 7만 세제곱미터(7백만 리터) 정도를 오염시킨다. 특히 납은 민물보다 바닷물에서 8배 이상 빨리 녹아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아직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바닷속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이다. 사실 폐어구 발생량과 유실량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넓고 깊은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정보와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정부에서도 관련 규정과 규제를 마련하기에는 이해관계자들과 여러 가지 갈등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어 대응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이렇게 플라스틱이 분해되어 미세플라스틱이 되기도 하지만, 애초에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로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곧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는 공업용 연마제를 비롯해 치약, 비누, 세안제 등의 생활용품과 화장품에 널리 사용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을 가리킨다. 마이크로비즈는 보통 사용한 후 물에 씻으면 알갱이가 그대로 배수구로 흘러가 최종적으로 하수처리장에 도달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완벽하게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합성섬유가 포함된 옷을 세탁할 때 분리된 초미세 합성섬유인 마이크로플라스틱 파이버(Microplastic fibers)는 하수도를 거쳐 바다로 흘러드는데, 현재 해양 플라스틱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하수처리장에서 빠져나온 초미세플라스틱은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는데 플라스틱이 분해된 것과 같은 악영향을 바다에 끼친다. 미세플라스틱은 특히 해양생물의 세포에 농축되기 때문에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플라스틱에서 발생하는 POPs(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잔류성 오염물질), PBTs(Persistent, Bioaccumulative and Toxic substances, 잔류성, 생물 축적과 독성물질) 같은 화학물질은 생물 축적성이 높은 물질로, 지방에 쌓이게 되면 면역력과 생식 기능이 떨어진다. 심지어 몸속에 쌓여 있다가 새끼가 젖을 먹을 때 섞여 나올 정도로 잔류성이 높다. 만약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면 각종 암을 비롯하여 장이 막히거나 성장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우리가 주로 먹는 생선, 새우, 굴 등에도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는 셈이다. 인간은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우리는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진심으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매우 높아 포장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많다. 지금은 정부 규제와 환경문제에 관한 인식이 높아져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이미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었고 그 많은 양이 바다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라지는 물고기의 고향
맹그로브 숲
열대 지역 하구나 습지에 형성된 맹그로브 숲은 물고기, 갑각류, 연체동물 같은 해양생물의 초기 성장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보호소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폭풍, 해일, 쓰나미 등에서 해안을 보호해 주는 기능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100제곱미터당 맹그로브 나무 30그루가 있을 경우 쓰나미 위력이 90퍼센트나 줄어든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뿌리에 저장하는 능력이 다른 나무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누그러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 숲 1만 제곱미터에서 연간 1,500톤에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지구 전체로 보면 연간 2만 3000톤 정도 규모이다.
그러나 이미 절반에 가까운 맹그로브 숲이 사라져 버렸다. 새우 양식장과 관광시설 등의 개발에 따라 맹그로브 숲을 밀어 버린 것이다. 연간 500킬로그램 정도의 새우를 생산하려면 1만 제곱미터의 맹그로브 숲을 파괴해야 한다. 그렇게 새우 양식장을 만들었다 해도 독성 물질과 전염성 세균 발생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되어 대부분 3~4년 후에 폐기해야 한다. 양식업자들은 새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맹그로브 숲을 파괴한다.
맹그로브 숲이 없다면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낮은 지대의 해안이 2미터씩 침식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바닷물이 역류되어 육지로 밀려들면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고 지하수까지 오염된다. 한번 파괴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려면 적어도 226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새우 양식장이나 관광 시설을 만들어 얻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맹그로브 숲이 인류를 포함한 지구 전체에 기여하는 가치가 너무나 높다
바다숲
감태 · 다시마 · 모자반 숲과 같은 바닷말류 지대와 잘피밭과 같은 해초지는 바다의 침전물과 오염물질을 흡수해 바닷물을 깨끗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인도양을 비롯한 넓은 바다에는 갈조류의 다시마목에 속하는 켈프(Kelp) 라는 큰 다시마가 산다. 켈프의 길이는 보통 수십 미터이며, 100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뿌리는 바닥에 붙어 있고 줄기와 잎에는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는 둥근 주머니가 있어 가라앉지 않는다. 켈프는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하루에 1미터씩 자라는데 1년이 지나면 30미터 이상 자란다. 그리고 7년이나 살 수 있다.
켈프 숲은 크고 울창해서 주변에 사는 모든 바다생물들이 모여든다. 뿌리 근처에는 성게, 전복, 해삼, 게, 새우, 불가사리, 군소, 바닷가재, 갯지렁이 같은 저서생물들이 모이고, 잎에는 고등과 물고기가 모인다. 켈프 숲은 해달에게 놀이터 같은 곳이다. 줄기에 매달려 잠을 자고 깨어나면 좋아하는 간식인 성게를 잡아먹는다. 이러한 켈프 숲은 온대부터 남극, 북극권까지 곳곳에 펼쳐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에 위치한 켈프 숲은 알긴산(갈조류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다당류로, 점성이 높은 유기산)을 추출하기 위해 연간 10만 톤이 넘는 켈프가 잘려 나가고 있다. 알긴산은 아이스크림, 과자, 국수처럼 점착성과 점도가 필요한 식품에 첨가하는 증점안정제로 사용된다. 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점점 많은 다시마 숲이 사라지고 있다. 바닷가 주변에 양식장은 계속 늘어나고 오염물질 배출은 점점 많아진다. 그런데 바닷물을 정화시키는 잘피류가 사라지고 있으니 수질은 점점 나빠지고, 그로 인해 질병이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산호초
산호초는 전체 바다 면적의 0.1퍼센트도 안 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해양생물의 25퍼센트가 서식지로 삼고 있을 만큼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세계 산호초의 4분의 3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산호초가 2050년이면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섭씨 2도 상승하면 현재 살아 있는 산호의 97퍼센트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남아시아·호주·서태평양·인도양 및 카리브해의 열대 산호초가 50퍼센트 이상 사라졌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파괴적인 어업도 산호초가 사라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날 바다 밑바닥을 긁는 대형 저층 트롤어선이나 다이너마이트 어업 등으로 엄청난 면적의 산호초가 파괴되었다.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 생물 다양성이 무너진다. 식물, 동물, 미생물 등 지구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물종은 생명의 그물로 엮여 있다. 따라서 하나의 생물종이 멸종하면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생물에 영향을 미쳐 이후 연쇄적으로 생태계 변화가 일어난다. 1980~2010년 사이에 세계 생물종의 개체수와 서식지가 40퍼센트 감소했다고 보고되었다. 현재 한 해 평균 2만 6000종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20분마다 하나의 생물 종이 멸종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 우리의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 후손들 중 누군가는 인류의 멸종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붕괴되는 어장
붕괴되는 어장의 끝에서
어장은 붕괴되고 있지만 지금도 수많은 어선들은 남아 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바다를 훑고 다닌다. 대형 선망어선들은 바다에서 정어리·청어·참치 떼를 만나면 길이 1.5킬로미터, 깊이 250미터의 건착망(띠 모양의 큰 그물로 고기를 둘러싸고 줄을 잡아당기면 두루 주머니를 졸라맨 것처럼 되어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한다)으로 에워싸고 일망타진해 버린다. 연승어선들은 줄 길이가 100킬로미터나 되는 주낙에 2,500개의 낚싯바늘을 매달아 끝도 없이 물고기를 잡아 올린다. 대형 트롤어선들은 바다 밑바닥을 휩쓸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끌어올린다. 한번 저인망이 지나간 자리에는 100년 동안 형성된 산호, 해면 등이 박살나 있다. 물고기를 산란하는 데 귀중한 서식처들도 부서져 버린다. 물고기뿐 아니라 바다풀, 말미잘, 불가사리, 게 등 저서생물들도 모조리 희생양이 된다.
요즘 어선들은 바다의 공장이다. 어획물을 저장하기 위해 냉장 · 냉동시설과 통조림 가공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이렇게 기술력이 좋은데 문제는 바다에 물고기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에는 물고기를 잡으려는 어선들로 넘쳐난다. 2018년 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456만 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무너진 해양생태계는 더 이상 회복이 안 된다. 이제 얼마나 많이 잡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까지 잡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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