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지은이 : 빌 게이츠(역:김민주 외)
출판사 : 김영사
출판일 : 2021년 02월




  • 빌 게이츠가 돌아왔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기술 혁신가에서 존경받는 자선가이자 친환경 연구 투자자로 변신한 그가 지난 10년간 몰두한 주제는 바로 기후변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으로서 빈곤과 질병 퇴치 활동을 펼치며 맞닥뜨린 에너지 빈곤 문제가 기폭제가 되었다. 목표는 명확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순 제로net zero 달성. 우선 선진국이 혁신적인 기후 솔루션을 개발해 2050년 탈탄소화하고, 이런 혁신을 전 세계에 저렴하게 공급해 대기권에 온실가스를 더 이상 배출하지 않는 제로 탄소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왜 제로인가?

    우리가 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온실가스는 열을 가두어 지구 표면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많을수록 온도가 더 많이 올라간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걱정해야 할 이유는 많다. 온실가스는 오랫동안 대기권에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가 제로를 달성한다고 해도 지구는 한동안 계속 따뜻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료 사용을 완전하게 포기하거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활동(시멘트를 만들거나 비료를 사용하거나, 또는 천연가스발전소에서 메탄이 누출되는 것 등)을 완전하게 멈춘다고 해도 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아마도 제로 탄소가 실현된 미래에도 우리는 계속 탄소를 배출할 것이다. 하지만 배출되는 탄소의 양만큼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찾을 것이다.


    작다고 작은 것이 아니다

    나는 지구 기온이 약간만, 그러니까 섭씨 1도나 2도 정도만 올라가더라도 실제로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 때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겨우 섭씨 6도 낮았을 뿐이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섭씨 4도 높았을 뿐인데, 이때 북극권 북쪽에는 악어도 살았다.


    또한, ‘평균’이 주는 착시 효과에 속아서도 안 된다. 지역별로 나타나는 상당히 큰 기온 차이를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단지 섭씨 1도 올랐을 뿐이지만, 지역별로 보면 이미 2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한 곳들도 있다.


    왜 어떤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더 더워지는 걸까? 일부 대륙의 내륙 지방은 토양이 다른 곳보다 더 건조해 과거처럼 땅이 잘 식지 않는다. 쉽게 말해, 대륙은 과거보다 땀을 흘리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는 가장 흔한 온실가스이지만, 이 외에 아산화질소와 메탄 같은 다른 온실가스도 있다. 분자 단위로만 본다면 이런 가스들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메탄은 이산화탄소만큼 대기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복잡한 내용을 쉽게 풀어 말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이산화탄소 환산톤'이라는 측정 방식을 사용한다. 어떤 가스는 더 많은 열을 가두지만 대기권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는 사실을 고려해 이산화탄소 환산톤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산화탄소 환산톤은 불완전한 측정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정말 중요한 것은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이 아니라 기온 상승과 그것이 인류에 끼치는 영향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나쁜 가스다. 배출 즉시 기온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당히 높게. 따라서 이산화탄소 환산톤을 사용할 때 우리는 이런 중요한 단기적 효과를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는 셈이다.


    그렇다면 온실가스는 어떻게 온난화를 초래할까? 간단하게 말해서 온실가스는 열을 흡수해 대기권에 가둔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차를 주차해본 사람은 이미 작은 규모의 온실효과를 경험한 셈이다. 이 모든 에너지들은 지구에 영구히 잔존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지구는 이미 참기 힘들 정도로 뜨거워졌을 것이다. 대신 지구는 이런 에너지의 일부를 다시 방출한다.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고 그저 사라지면 좋겠지만, 이렇게 온실가스에 흡수된 에너지는 온실가스 분자와 출동하고 이들이 더 빨리 진동하게 만들어 대기의 온도를 높인다.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기후는 엄청나게 복잡하며 구름이 온난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지나치게 상승한 기온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을 계속 찾아내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구는 인간 행동의 결과로 따뜻해지고 있다. 기온 상승은 지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고 이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인위적으로 상승한 기온은 더 파괴적인 폭풍을 일으키는 등 연쇄 반응을 불러온다.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폭풍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인지는 아직 과학자들의 논쟁 대상이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폭풍들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아무리 강한 폭풍이라도 보통은 며칠 이상 지속되지 않지만,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수년에 걸쳐 지속된다. 폭풍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재산을 잃는 사람도 생긴다. 물리적 피해가 크지 않더라도 피해자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은 작지 않다. 또한 허리케인과 홍수는 건설에 몇 년씩 걸리는 빌딩과 도로, 전선을 파괴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증가하지만 또 어떤 곳에서는 가뭄이 빈번해지고 심해진다. 뜨거운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고, 따뜻해질수록 더 갈증을 느껴 땅에서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고, 따뜻해질수록 더 갈증을 느껴 땅에서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기후가 더울수록 산불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더 파괴적이 된다. 따뜻한 공기는 식물과 토양에서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화재에 더 취약한 환경이 조성된다. 미국 정부에 의하면 산불 증가의 절반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며, 21세기 중반이 되면 미국의 산불 피해는 지금보다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


    인위적 기온 상승의 또 다른 영향은 해수면 상승이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는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팽창하기 때문이다. 비록 2100년까지 예상되는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 폭은 몇십 센티미터 수준으로 커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어떤 곳은 다른 곳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위적으로 상승한 온도와 그것을 유발한 이산화탄소 때문에 식물과 동물이 영향을 받는다. IPCC가 인용한 한 연구에 따르면 섭씨 2도가 올라갈 때마다 척추동물의 서식 범위가 8퍼센트, 식물의 서식 범위가 16퍼센트, 곤충의 서식 범위가 18퍼센트 줄어든다.


    인위적으로 상승한 기온은 동물들에게도 좋지 않다. 기온이 상승하면 동물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떠 빨리 죽어 고기와 계란, 유제품이 더 비싸진다. 해산물에 의존하는 지역들도 위험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물고기와 해양 생물들은 다른 바다로 이동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사라지고 있다. 온도가 섭씨 2도만 올라도 산호초가 완전히 사라져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먹을 해산물도 위험해질 수 있다.


    어려울 것이다

    화석연료는 물과 같아, 화석연료를 포함한 모든 온실가스는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이들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화석연료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일상적인 물건들을 예시로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오늘 아침에 양치를 했는가? 당신이 사용한 칫솔에는 아마도 화석연료인 석유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당신이 먹은 토스트와 시리얼을 만드는 데 사용된 곡물은 비료를 사용해 재배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나는 종종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는데, 햄버거 패티에 들어가는 고기를 만들 때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소가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면서 메탄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햄버거 빵을 만드는 밀을 재배하고 수확할 때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오늘 당신이 입은 멋진 옷은 역시 비료와 트랙터로 만들어진 폴리에스테르 옷일 수도 있다. 에틸렌은 석유에서 나온다. 만약 당신이 화장지를 사용했다면 당신은 너무나도 많은 나무를 베고 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당신이 학교나 회사에 가기 위해 차를 탔다면 그 차가 설령 전기차라도 해도 그 전기를 생산하는 데 화석연료가 사용되었을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시멘트 더미 속에서 사는 것과 같다. 설사 당신이 나무로 만들어진 주택에 산다 하더라도, 그 나무는 강철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휘발유로 작동되는 기계들에 의해 베어지고 다듬어졌을 것이다. 당신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난방 기기와 에어컨은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어컨의 냉각수는 강력한 온실가스가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화석연료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석유는 탄산음료보다 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석유 한 배럴은 42갤런(약 160리터)이다. 2020년 하반기 기준 한 배럴당 가격은 42달러였고 따라서 석유 1갤런(약3.8리터)은 1달러였다. 한편 코스트코에서 파는 8리터짜리 탄산음료는 6달러인데, 갤런으로 단위를 바꾸면 갤런당 2.85달러(리터당 약 11달러)다.


    화석연료가 싼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화석연료는 풍부하며 쉽게 운반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석유를 시추하고 가공한 뒤 운반하면서도 유가를 계속 낮게 유지할 수 있는 혁신을 꾸준하게 이뤄내는 거대한 산업을 키웠다. 그리고 유가에는 석유가 시추되고 태워지면서 초래하는 기후변화, 오염, 환경 파괴와 같은 피해는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의 법과 규제는 지나치게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정부 정책’이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금부터 환경 규제까지 망라하는 정부 정책은 사람들과 기업들의 행동 양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 가지 문제는 오늘날의 많은 환경법과 규제는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법과 규제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이제 우리는 이런 법과 규제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사용하려 하고 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컴퓨터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격이다.


    예를 들어 대기질과 관련하여 가장 대중에게 잘 알려진 법인 대기청정법에서는 온실가스라는 단어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놀랄 일도 아닌 게, 이 법은 기온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1970년대에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구시대적인 정책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선거 주기에 따라 계속 변한다. 4년이나 8년마다 새로운 정권이 자신만의 에너지 우선순위를 가지고 워싱턴에 들어선다. 정책상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 새로운 정부가 수립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 정부의 연구 자금이나 세금 혜택 등에 의존하는 연구원들은 큰 피해를 입는다.


    정부 정책의 변화는 민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더 많은 기업들이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세금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에너지 혁신은 매우 어렵고 결실을 맺기까지 몇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혜택은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었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에 미미한 영향만을 끼칠 것이다. 그렇다고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기업 평균 연비 기준과 대기청정법은 효율적인 자동차와 깨끗한 공기라는 목표를 제대로 수행했다. 비록 아직은 서로 유기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만큼 상호 보완적이지는 않지만, 현재 몇몇 효과적인 배출 관련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울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기존의 법을 개정하는 일이 완전히 새로운 법을 도입하는 일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대중의 의견을 구하고, 법적 문제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법원 제도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시행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 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는데…….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합의는 생각보다 부족하다. 나는 인간의 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97퍼센트의 과학자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과학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소수이지만 매우 큰 목소리를 내며, 종종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절망하지 마라. 우리는 할 수 있다.


    전기 생산: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27퍼센트

    우리는 전기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사랑에 빠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전기는 우리 곁에서 가로등과 에어컨, 컴퓨터, TV가 제대로 작동하게 해준다. 산업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도 전기의 힘이다. 하지만 삶이 종종 그런 것처럼 우리는 전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문제가 생길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기는 엄청나게 저렴해졌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0년 전기료는 1900년 전기료의 약 200분의 1수준이다. 오늘날 미국은 전체 GDP에서 2퍼센트 정도만을 전기에 소비하는데 우리가 전기에 얼마나 의존적인지를 생각하면 놀랄 정도로 낮은 수치다.


    전기가 이토록 싼 이유는 화석연료가 싸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광범위한 지역에 매장되어 있으며, 이를 시추해서 쉽고 효율적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많은 나라들은 화석연료를 더 많이 생산해 그 값을 낮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가 전체적인 에너지 식단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전 세계적으로 이런 전력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가정집들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전기 의존도를 높일수록(예컨대 전기차를 사용하는 등), 우리는 모든 가정에 대한 전력 서비스를 최소 두 배, 많게는 그 이상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기술력은 이런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에 묻힌 전선은 더 이상 눈엣가시가 아니다. 하지만 전선을 지하에 묻으면 비용이 다섯 배에서 최대 열 배까지 상승한다(문제는 열이다. 전기가 흐르는 전선은 뜨거워지는데, 전선이 밖에 있다면 열이 공기 속으로 흩어지니 문제가 아니지만 지하에서는 열이 갈 곳이 없다. 열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전선이 녹는다). 따라서 몇몇 기업들은 열 문제를 해결하고 지하전선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송전선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오늘날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송전선을 개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자력 에너지를 대규모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미국에서 제로 탄소를 달성하는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풍력발전단지와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에서 많은 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예외적인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많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관련 시설을 지어도, 세계적으로는 깨끗한 전기 기술을 더욱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획기적 에너지 연합 등과 일을 하면서, 나는 발전 과정에서 제로를 달성하는 데 혁명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잠재적 돌파구에 대해 배웠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아직 개발 중이며, 어떤 아이디어는 다른 아이디어들보다 비교적 성숙되었고 시험도 거쳤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말도 안 되는 미친 아이디어에 투자하기를 꺼려서는 안 된다. 미친 아이디어에도 투자를 해야 최소 한두 개 정도의 기막힌 혁신을 얻을 수 있다.


    제조: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31퍼센트

    콘크리트는 녹이 슬지도 않고 썩지도 않으며 불에 타지도 않는다. 현대에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를 쓰는 이유다. 수력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댐을 만드는 콘크리트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언젠가 자유의 여신상을 보게 되면 발밑의 받침대를 유심히 보기 바란다. 그 받침대도 2만 7,000톤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매년 도로, 다리, 그리고 건물을 교체하거나 수리 또는 신축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만드는 주요 성분인 시멘트를 미국에서만 9,600만 톤 이상 생산한다. 미국인 한 사람당 약 270킬로그램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시멘트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다. 시멘트의 최대 소비국은 중국으로, 21세기 첫 16년 동안 중국은 미국이 20세기 내내 생산한 시멘트보다 더 많은 양의 시멘트를 생산했다.


    물론 우리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배, 기차를 만들 때는 강철을 사용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냉장고와 스토브, 공장 기계, 음식을 담는 캔, 심지어 컴퓨터에도 강철을 사용한다. 강철은 튼튼하고 저렴하며 내구성이 좋고 무한히 재활용할 수 있다. 또한 콘크리트와도 환상의 파트너십을 자랑한다. 강철 막대가 삽입된 콘크리트 블록은 엄청난 무게를 견딜 수 있고 비틀어도 부서지지 않는 마치 마법과도 같은 건축자재다. 많은 빌딩과 다리에 철근콘크리트가 사용되는 이유다.


    플라스틱도 빠질 수 없다. 플라스틱은 옷, 장난감부터 가구, 자동차,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최근 나빠진 플라스틱의 평판은 부분적으로만 공정한 평가다.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해양 생물을 중독시키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다. 플라스틱은 또한 자동차를 가볍게 만들어 연비 향상에도 기여한다. 플라스틱은 자동차 부피의 최대 절반을 차지하지만 무게는 1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다음 유리도 있다. 유리는 창문, 병, 단열재, 자동차,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광섬유 케이블에 쓰인다. 알루미늄은 음료수 캔, 포일, 전선, 손잡이, 기차, 비행기, 맥주통에 쓰인다. 비료는 세계를 먹여 살린다. 수년 전 나는 전자통신이 보편화되면서 종이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짧은 시일에 사라질 징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전기만큼이나 현대 사회에서 필수가 되어버린 많은 자재들을 만든다. 우리는 이런 자재들을 포기할 수 없다. 아니, 세계 인구가 더 많아지고 더 부유해질수록 우리는 이런 것들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자재들을 만들면서 세계가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 510억 톤의 3분의 1이라는 엄청난 양을 배출한다. 우리는 이 배출량을 제로로 줄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중단할 수도 없다.


    답은 명확하다. 제조업을 완전하게 폐쇄하는 것 말고는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만약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을 사용해서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없애려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번째 단계에서 설명한 선택지 정도로 제한될 것이다. 즉, 우리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되 탄소포집 기술도 사용해야 하지만, 이 경우 비용이 크게 올라간다.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나는 공공 정책으로 친환경 제품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로 탄소 시멘트나 강철을 살 때 혜택을 주거나 아니면 강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제조 과정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시멘트를 제외한 다른 자재들의 경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깨끗한 전기다. 전기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제조 과정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려면 우리는 이미 개발된 청정에너지 기술을 도입하는 동시에 저렴한 값에 제로 탄소 전기를 만들고 저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마련해야 한다.  


    깨끗한 전기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바로 플라스틱이다. 만약 충분한 기술력이 갖춰진다면 언젠가 플라스틱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는 탄소싱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재를 더 많이 재활용해야 하며, 재활용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재사용은 재활용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기에, 애초에 무언가를 만들 때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건물과 도로를 설계할 때 시멘트와 강철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나무를 교차로 쌓아 올린 건축 방식인 적교적층(미래의 콘크리트라고도 불린다-옮긴이)은 경우에 따라서는 시멘트와 강철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다.


    제조 과정을 제로 탄소화하는 과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1. 가능한 모든 과정을 전기화하라.

    2. 이미 탈탄소화한 전력망으로부터 전기를 얻어라.

    3.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하라.

    4. 더 효율적으로 자재들을 사용하라.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것

    시민으로서

    기후변화는 정치인들의 유일한 관심사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교육, 일자리, 의료, 외교를 비롯해 신경 쓸 거리가 많다. 이런 것들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더욱이 이들은 이렇게 많은 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 무엇을 할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달려 있다.


    유권자들이 한 목소리로 기후변화 정책을 요구할 때 정치인들은 움직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행동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치적 압력으로 바꿔 정치인들이 실제로 행동에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직접적인 방식은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소리 높여 내면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전화를 걸고 편지를 쓰고 공개 회의에 참석하라. 기후변화가 장기적으로 일으킬 문제들은 일자리나 교육, 의료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리더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옛날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정치인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하는 것은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기후변화에 대해 무언가를 해주세요”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입장을 파악해야 하고, 기후변화는 내가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방정부도 중요하다. 개별 유권자의 한 표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전기는 선출된 공직자들과 임명된 공직자들이 함께 일하는 공익사업규제위원회가 관리한다.


    공직에 출마하라. 미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부터 할 필요는 없다. 개인으로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주의원이나 시의원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얻을 수 있는 모든 지식, 용기, 창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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