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문 달
 
지은이 : 고호관
출판사 : 마인드빌딩
출판일 : 2019년 04월




  • 13년 동안 과학전문 기자로 활약했던 저자가 달 탐사의 역사와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달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신화부터 과학까지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유쾌 발랄한 달 이야기를 통한 달의 재발견!


    우주로 가는 문 달


    달, 특이한 우리의 이웃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달

    달의 기원은 지구

    1845년에 태어난 영국의 천문학자 조지 다윈은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당시만 해도 대학의 전통 있는 수학경시대회에서 2등이라는 성적을 차지하는 등 과학자로 앞날이 유망했으나 법률에 뜻을 두기도 하는 등 잠시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다. 결국, 다시 과학으로 돌아온 다윈은 지구와 달의 조석 현상에 관한 이론을 연구했다. 그리고 1870년대 후반부터 달의 기원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다윈이 생각한 달의 기원은 분리설이다. 17세기에 활동했던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지구가 완벽하게 둥글지 않다고 생각했다. 극지방은 눌려 있고, 적도 부분이 부풀어 오른 모양이라는 이야기였다. 뉴턴은 옳았다. 지구는 자전하므로 적도 부분은 바깥쪽으로 힘을 받는다. 지구가 완전히 단단한 물질이라면 모양까지 변하지는 않았겠지만,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도 어느 정도는 유연하다. 따라서 원심력을 많이 받는 적도가 부풀어 오른다.


    다윈도 이를 알고 있었다. 또, 조석 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달이 지금보다 지구에 더 가까웠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때 지구와 달이 아직 뜨거워 녹아 있는 상태라면 어떨까. 달이 지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지구와 달의 모양은 점점 더 납작해진다. 서로 상대를 향해 불룩하게 튀어나온 타원 모양이 될 것이다. 여기서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자연스럽게 지구와 달이 합쳐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다윈이 생각한 분리설은 이 과정을 거꾸로 하면 된다. 과거 지구가 뜨거워서 녹아 있는 상태일 때 빠른 속도로 자전한다. 지구는 점점 양옆으로 불룩해지다가 마침내 일부가 떨어져나온다. 떨어져나온 부분이 둥글게 뭉쳐서 달이 된다. 처음에는 가까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멀어져 지금의 거리에 이른다. 찰스 다윈의 아들 조지 다윈이 생각한 달의 기원이었다.


    지구의 포로?

    또 다른 경쟁 이론은 포획설이다. 1866년 태어난 미국인 천문학자 토머스 제퍼슨 잭슨 시가 1909년에 내놓은 이론이다. 달은 원래 다른 곳에서 생겨난 천체였는데, 지구 근처를 지나가다가 지구 중력에 붙잡혀 위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실제로 태양계의 위성 상당수는 이 방법으로 생겼다. 목성과 토성에 딸린 조그만 위성, 화성의 두 위성이 그렇다. 이렇게 생긴 위성은 대부분 궤도가 불규칙하고 크기가 작다.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은 예외적으로 큰 편으로, 왜소 행성이 붙잡혀 위성이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문제는 지구에 붙잡히기에는 달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지구보다 훨씬 큰 해왕성에 붙잡힌 트리톤도 달보다는 작다. 빠르게 움직이던 달의 속도가 느려져 지구에 묶이게 되는 과정을 설명해야만 했다.


    월석은 답을 알고 있다

    이 세 가지 가설 중에서 뚜렷한 승자가 나오지는 못했다. 각자 그럴듯한 내용이 있었지만,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 역시 분명했기 때문이다.


    1960~1970년대에 아폴로 계획이 성공해 달에서 월석을 가져오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 탄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월석은 정말로 중요한 대접을 받았다.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월석 상자는 각각 다른 헬리콥터에 실려서 이동했다. 헬기가 하나 추락해도 모두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반면, 우주비행사 세 명은 모두 함께 이동했다. 최초로 달에 다녀온 우주비행사보다 월석을 더 중요하게 취급했던 셈이다.


    아폴로 계획으로 얻은 증거를 토대로 달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세 가지 이론 모두에게 타격을 날렸다.


    달은 휘발성 성분이 적었지만, 지구와 성분이 비슷했다. 밀도는 더 작았는데, 지구 전체의 밀도보다는 낮고 지구 맨틀 부분의 밀도와 비슷했다. 이것은 달에 철이 적기 때문이다. 달에도 철로 된 핵이 있지만, 지구에 비교해 작다. 또, 달의 나이는 약 45억 년이며, 초기에 달의 상당 부분이 마그마의 바다로 뒤덮였던 흔적이 있었다.


    대충돌로 생겼다

    결국은 세 가설 모두 아폴로 계획으로 알아낸 달의 성질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유인 착륙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 새로운 이론, 대충돌설이 등장했다. 대담한 이론이었지만 다른 세 가지 가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대충돌설에 따르면 지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지구에 화성 크기의 행성이 충돌했다. 맨틀 부분이 우주로 날아가 지구 주위에 파편이 생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파편이 뭉쳐서 달이 된다. 맨틀 부분이 달이 되었기 때문에 철이 적고 밀도가 지구의 맨틀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설명이 된다.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비가 같다는 점도 그렇다. 달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마그마의 바다가 있었던 것도. 휘발성 성분은 열기에 모두 날아가 버렸을 테니까 당연히 달에는 없을 것이다.


    테이아

    대충돌설은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로 인정받고 있다. 이때 지구에 충돌한 가상의 행성을 우리는 테이아라고 부른다.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인 셀레네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1980년대 이후 여러 시뮬레이션을 통해 테이아가 어떤 식으로 지구와 부딪쳤는지, 달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대충돌설에 따르면 테이아는 지구의 라그랑주 지점에 있었다. 라그랑주 지점은 두 천체의 중력과 균형을 이뤄 안정적으로 있을 수 있는 위치를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테이아는 태양을 도는 지구와 같은 궤도에서 지구의 앞쪽이나 뒤쪽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 곳에서는 다른 천체를 향해 끌려가지 않고 화성 크기로 자라날 수 있었다.


    그러던 테이아는 목성 또는 금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궤도를 이탈해 지구를 향했다. 테이아가 정확히 어떤 각도로 지구에 충돌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최근까지만 해도 테이아가 지구를 비스듬히 때렸다는 게 주요 가설이었다. 그런데 2016년 지구와 테이아가 정면충돌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구와 테이아가 충돌한 건 44~44억 5000만 년 전의 일이다. 충돌 결과 테이아가 지구에 융합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질이 떨어져 나왔다. 이 파편은 지구 주위에 원반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에 가까운 파편은 다시 떨어져 내렸다. 남은 파편은 지구 주위에 고리를 만들었다가, 뭉쳐서 달이 되었다. 달이 생기는 데 걸린 시간은 의외로 짧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파편이 뭉쳐서 달이 되는 데 빠르면 1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남은 물질은 서서히 지구나 달에 충돌해 사라졌다.


    달이 없다면?

    시나리오1. 달이 파괴되었다!<
    /P>행성을 파괴할 만큼 강력한 폭탄이 있을 수 있는지는 논외로 하자. 자폭까지 한 달은 원하는 대로 지구에 피해를 줄 수 있을까? 그렇다. 달이 완전히 산산조각난다고 하면 파편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상당수는 중력에 이끌려 지구로 떨어질 것이다. 작은 파편은 대기 중에서 마찰열에 증발해 버리겠지만, 커다란 파편은 운석처럼 지구를 강타한다. 커다란 파편이 떨어진다면 도시 하나를 순식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모든 파편이 지구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일부는 반대쪽으로 날아가고, 남은 파편은 지구 주위를 돌며 토성처럼 고리를 이룬다. 지상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면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대한 고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고리가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고리에서 떨어져나온 파편이 수시로 지구를 강타할 테니 생존자는 언제나 불안하게 살 수밖에 없다. 달이 파괴되면 지구는 지옥이 될 것이다.


    시나리오2. 달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멀쩡히 있던 달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지구의 밤은 언제나 달이 뜨지 않을 때처럼 어두울 것이다. 밤에 달빛을 이용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인공조명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야행성 동물은 대책이 없다. 더 어두워진 밤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야행성 동물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달빛에 의존해 활동하는 일부 생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산호는 보름달에 맞춰서 일제히 알을 낳곤 한다.


    또, 달이 없어지면 조수간만의 차가 작아진다. 지구의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힘은 달의 조석력이다. 태양의 조석력도 영향을 끼치지만, 훨씬 가까운 달의 영향이 크다. 달에 가까운 쪽과 먼 쪽이 받는 중력은 다르므로 지구는 달을 향한 쪽과 그 반대면이 부풀어 오른다.


    바다는 암석보다 움직이기 쉬우므로 바닷물이 부풀어 오르는 게 밀물이다. 물이 그쪽으로 밀려가므로 지구와 달을 잇는 선에 수직인 부분의 바다는 얕아진다. 이것이 썰물이다. 달이 사라진다면 태양의 조석력만 작용할 테니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바다를 터전으로 삼은 동물은 큰 피해를 본다. 바닷물과 영양분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갯벌도 상당 부분 없어진다. 바다 생태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할 것이다.


    달 탐험의 역사와 미래

    달의 얼굴이 중요한 까닭

    경도를 찾아서

    지구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나타내기 위해서는 위도와 경도를 이용한 좌표를 쓴다. 요즘처럼 GPS가 없던 시절에는 이 좌표를 알아내는 게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래서 해리엇과 같은 전문가가 필요했다. 새로운 땅이나 바다에서 배의 위치를 명확하게 위도와 경도로 나타낼 수 있다면 탐험가와 여행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골치 아픈 건 경도였다. 경도는 천체의 위치로 알 수 없었다. 경도를 계산하려면 두 지역의 시간 차이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A 지점에서 태양이 남중한다. 그리고 B 지점에서는 2시간 뒤에 태양이 남중한다. 지구는 24시간 동안 360도를 회전하므로 1시간에 15도 회전한다. 따라서 A와 B 지점의 경도는 30도 차이가 난다. 둘 중 한 지점의 경도를 알고 있다면 다른 지점의 경도도 바로 알 수 있다.


    자,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지구 어디에서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기준이 되는 지점과 다른 지점에서 각각 그 사건을 목격한 현지 시각을 기록한다. 나중에 만나서 두 기록을 비교하면 시간 차이를 가지고 경도를 계산할 수 있다.


    망원경이 등장하자 천문학자들은 월식을 이용해 더욱 정교하게 경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망원경으로 관측하면서 특정 지형이 가려지는 시각을 기록한다면 정확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달의 지도가 필요했다. 프랑스의 수학자, 천문학자인 피에르 가상디는 달 지도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클로드 멜랑이라는 당시 유명한 판화가와 함께 작업했다. 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본 것을 그림으로 정교하게 나타내는 일은 과학자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진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리고 사진 기술이 등장하고도 한동안은 천체 관측에 예술가와 함께하는 일은 흔했다.


    달에 남은 이름

    조반니 바티스타 리촐리는 1598년에 태어난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이자 예수회 신부였다. 예수회는 이냐시오데 로욜라가 설립한 가톨릭교회 소속 수도회로, 가톨릭 복음을 널리 전파한다는 사명을 띠고 있었다. 자연히 종교 개혁의 공격으로부터 가톨릭교회를 지키는 성격을 갖게 되었는데, 속속 이루어지던 과학적 발견으로부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지동설의 대두로 위협을 받고 있었다. 리촐리는 과학적 논리를 이용해 천동설을 지키기 위해 종합 천문학 서적을 집필했다. 이름도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의 뒤를 이어 『신 알마게스트』라고 붙였다. 1651년에 나온 이 책에는 동료 예수회 신부인 프란체스코 그리말디와 함께 그린 달 지도가 들어가 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천동설은 결국 지동설에 밀려 사라졌다. 하지만 리촐리가 달 지도에 남긴 지명과 이름을 붙이는 방식은 지금까지 남아서 쓰이고 있다. 리촐리는 넓은 지형과 주요 크레이터를 나누어 이름을 붙였다. 넓은 지형에는 ‘바다’를 붙였는데, 기후에서 많이 따왔다. 비의 바다, 구름의 바다 등이다. 훗날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고요의 바다도 리촐리가 이름을 붙인 곳이다.


    1839년에는 새로운 도구가 망원경에 가세했다. 바로 사진이었다. 1825년 프랑스의 니세포르 니엡스는 헬리오그래피라는 방법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니엡스는 영구적인 화상을 남기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루이 다게르와 협력해 사진 기술을 개선하기로 했다. 1833년 니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일은 다게르가 떠맡았고, 다게르는 1839년 ‘다게르타입’이라 부르는 은판사진술을 공개했다. 그리고 다게르는 곧바로 달 사진을 찍어 보았다.


    당시의 사진이란 길게는 몇십 분까지 노출을 해야 찍을 수 있었던 데다 성능이 떨어져 최초의 달 사진은 화질이 썩 좋지 않았다. 사실 사진이 달 지도를 그리는 데 망원경과 사람의 예리한 눈이라는 조합을 능가하게 된 건 20세기에 들어서였다.


    달을 향한 위대한 여정, 아폴로 계획

    비극으로 시작된 아폴로 1호

    어떻게 보면 예정되어 있던 사고였다. 1960년대에 달 착륙을 성공시키겠다고 공언한 케네디 대통령은 몇 년 전 암살당했지만, 여전히 정해진 시일에 맞추기 위해 모두가 다급하게 일하고 있었다. 아폴로 우주선의 만듦새가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조종사들 사이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1967년 2월 21일, 거스 그리섬과 에드 화이트(미국 최초로 우주유영을 한 사람이다), 로저 채피는 시험발사를 앞두고 발사 단계를 하나씩 모의로 진행하면서 점검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멈췄다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하필이면 통신도 잘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통신으로 “불이야! 조종석에 불이 났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다. 탈출하려고 했지만, 해치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해치를 열 수 있었어도 불이 너무 빠르게 번졌기 때문에 탈출은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아무도 탈출하지 못하고 세 명 모두 세상을 떠났다.


    대담한 시도로 역사를 쓴 아폴로 8호

    아폴로 8호는 아폴로 계획의 두 번째 유인 우주 비행이었다. 원래 계획은 지구 궤도에서 사령선과 달 착륙선을 점검하는 것이었다. 달에 착륙할 때처럼 비행사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착륙선에 옮겨 탄 뒤 분리해 지구 주위를 몇 바퀴 도는 시험이었다. 달 착륙선이 지구 궤도에서 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일이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달 착륙선 제작이 늦어지고 있었다. 아폴로 8호 발사 전에는 준비가 어려워 아폴로 9호로 넘어가게 될 상황이었다. 게다가 새턴V 로켓은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 소련은 존트 5호와 존트 6호를 달에 보낼 계획을 하고 있었다.


    이런 압박 속에서 미국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아폴로 8호를 바로 달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착륙선 없이 가서 궤도를 돌기만 하고 오는 계획이었지만, “미친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새턴V 로켓이 사람을 태우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폰 브라운은 발사에 성공하기만 하면 지구 궤도에서 활동하든 달을 돌고 오든 별 차이 없다며 이 계획을 지지했다.

    1968년 12월 21일 지구를 떠난 아폴로 8호는 예정대로 12월 24일 달 궤도에 들어섰다. 몇 달 전 소련의 존트 5호에 타고 있던 동물과 달리 아폴로 8호의 ‘인간’ 승무원은 달을 가까이서 본 감상을 들려주었다. “특별한 색깔이 없는 회색이고, 회반죽으로 만든 파리시나 회색빛 바닷가 모래밭 같다”라는 무미건조한 감상이었지만, 분명히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인류의 거대한 도약, 아폴로 11호

    마침내 1969년이 왔다. 케네디 대통령이 약속한 1960년대의 마지막 해였다. 아폴로 9호와 10호가 두 달 간격을 두고 차례로 올라갔다. 9호는 8호 때 할 예정이었던 달 착륙선 시험 비행을 지구 궤도에서 수행했다. 달 궤도에서 해야 하는 사령선과 착륙선의 분리, 도킹을 연습했다.


    아폴로 11호의 선장은 6.25 전쟁에도 참전한 바 있는 닐 암스트롱이었다. 이 당시에는 민간인 신분이었다. 그리고 사령선 조종사는 마이클 콜린스, 착륙선 조종사는 버즈 올드린이었다. 사령선과 착륙선의 콜사인은 각각 콜럼비아와 이글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부스와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에서 딴 이름이었다. 아폴로 10호 때는 각각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였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둘리와 또치로 지은 셈이랄까. 원래는 아폴로 11호에도 가벼운 이름을 붙일 계획이었지만, 이런 중요한 임무에 나서는 우주선에는 진지하고 멋진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이유로 바뀌었다.


    소련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비록 유인 달 탐사에서는 졌지만, 무인 탐사선인 루나 15호를 보내 달에서 흙 표본을 가져오며 위안으로 삼으려 했다. 발사는 아폴로 11호보다 3일 먼저였다. 루나 15호는 결국 달에 추락하면서 실패로 끝났지만, 그조차도 늦었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입니다.”


    루나 15호가 여전히 달을 향해 다가가고 있던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디디며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에서 6억 명 이상이 TV를 통해 이 순간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암스트롱에 이어 버즈 올드린도 달에 내렸다. 암스트롱은 6분의 1 중력에서 걷는 일이 “생각보다 쉽다”라고 말했다. 달 표면에서 보낸 2시간 30분 동안 두 사람은 TV 중계용 장비를 설치하고, 흙 표본을 채취하고, 지진계나 거리 측정을 위한 반사판 같은 실험 장치를 설치했다.


    드러난 달의 정체와 미스터

    아폴로 계획으로 얻은 정보는 그토록 궁금해하던 달의 수수께끼를 많이 밝혀주었다. 달의 크레이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달에 생명체가 있는지 등 그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몇 가지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폴로 계획으로 알아낸 주요 사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달은 처음부터 있었던 천체가 아니다. 진화 과정을 통해 지구와 비슷한 내부 구조를 갖게 되었다. 내부에는 철로 이루어진 작은 핵이 있으며, 표면은 화산 활동과 운석 충돌 같은 다양한 현상을 겪은 바위로 되어 있다.


    2. 달은 태양계의 모든 암석형 행성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을 초기 10억 년의 역사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달에 있는 크레이터에서 채집한 바위 표본의 연대를 측정하면 수성과 금성, 화성의 크레이터 정보를 바탕으로 각 행성의 진화 과정을 밝혀줄 수 있다.


    3.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월석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과 연대가 비슷하다. 지구는 지질 활동이 활발해 오래된 암석을 찾기 어렵다. 초기에 지구와 달은 비슷한 과정을 겪었겠지만, 이제 그 증거는 달에서만 찾을 수 있다.


    4.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 수준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공통의 물질에서 만들어졌음을 나타낸다. 앞에서 달의 기원에 관한 이론을 이야기할 때 나왔던 내용이다.


    5. 달에는 생명체가 없다. 화석도 없으며, 유기물도 없다. 달에서 가져온 표본을 열심히 들여다보았지만, 생명체는 찾아내지 못했다.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6. 월석은 모두 물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환경에서 뜨거운 열을 받아 생겼다.


    7. 형성 초기에 달은 아주 깊은 곳까지 녹은 마그마의 바다가 있었다. 달의 고지대에는 이 당시에 가벼운 암석이 마그마의 바다 위에 떠 있었던 흔적이 있다.


    8. 마그마의 바다 이후에 거대한 소행성이 여러 번 충돌해 분지를 만들었다. 나중에 이 분지를 용암이 채웠다. 아폴로 15호가 착륙했던 비의 바다 같은 곳이 바로 이렇게 생긴 곳이다.


    9. 달은 정확히 대칭이지 않다. 지구 중력 때문에 맨틀이 지구 쪽, 즉 앞면 쪽으로 무게가 쏠려 있다. 그래서 달의 뒷면에 있는 지각이 더 두껍다.


    10. 달 표면은 암석과 먼지로 덮여 있다. 여기에는 태양의 방사선 기록이 담겨 있어 이를 이용하면 지구의 기후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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