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대방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감정이 솟구치기도, 심지어 그의 인격을 상처 입히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 속에서 그 원인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그에 따르면, 고상한 품격과 높은 식견이 요구되는 토론장에서조차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며, 특히 지력과 관련된 논쟁에 있어서 인간의 허영심이 가장 극에 달한다고 보았다. 인간이란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완전히 잠식당하면 불가피한 자기합리화는 물론이고, 악의에 가득 찬 부도덕한 행동까지도 서슴지 않는 존재라고 말이다. 책에는 ’상대방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용하라‘ ’상대가 불같이 화를 내는 방법에서 약점을 길어올려라‘ ’질 것 같으면 다른 화제를 꺼내라‘와 같이 솔직함을 넘어선 다소 무가치하며 위악을 가장한 내용까지도 다루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결코 선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으며, 삶의 진실을 정확히 인식할 수조차 없다고 보았다. 설령 삶의 진리를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조차 그것이 대화에서 상대방의 입을 빌려 발화되는 순간, 그 진실은 힘을 잃게 되고 만다. 바로 이 지점에서 쇼펜하우어는 논쟁적 토론술이 필요한 가정과 상황임을 역설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토론술‘이란 자신의 주장만이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믿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학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제시된 38가지 설득 요령은 모든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정당성을 수호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나아가 각자가 지닌 거칠고 헐거운 논리에 서로의 적확한 주장을 빈틈없이 끼워 넣음으로써 보다 큰 진리로 환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저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독일의 철학자. 1788년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쇼펜하우어는 1793년 단치히가 프로이센에 합병되자 함부르크로 이주해 성장했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상인 양성 기관인 룽게 박사의 사립학교에 입학해 한동안 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805년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학자가 되기 위해 상인 실습을 중단하고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김나지움을 자퇴한 후 1809년 괴팅겐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했다. 한 학기 동안 의학을 공부했지만 철학에 더 흥미를 느낀 쇼펜하우어는 결국 철학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1811년 가을에 베를린대학교(현 베를린 훔볼트대학교)로 전학했다. 리히텐슈타인, 피셔, 피히테 등 여러 학자의 강의를 들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예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19년 일생의 역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한 후 1820년부터 베를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839년 현상 논문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로 왕립 노르웨이 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1860년 9월 21일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서 식사 중 폐렴으로 숨진 후 프랑크푸르트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주요 저서로는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소품과 부록』 『시각과 색채에 관하여』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등이 있다.
■ 역자 김현희
전북대학교 사범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의 감정』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 『우리가 함께 한 여름』 『주소를 쓰세요』 『사장이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거짓말 51』 『산책하는 물고기』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엮은이의 말 _ 내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한, 쇼펜하우어의 통찰
들어가며 _ 모든 토론술의 기초, 두 가지 화법과 두 가지 방법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38가지 설득 요령
요령 01. 상대방의 주장을 확대시켜라
요령 02. 동음 동형이의어를 사용하라
요령 03. 상대방의 주장을 보편화하라
요령 04. 상대방이 당신의 결론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요령 05.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이용하라
요령 06. 은폐된 순환 논증을 사용하라
요령 07. 빠른 질문 공세로 시인하게 만들어라
요령 08. 상대방을 화나게 하라
요령 09. 두서없이 중구난방으로 질문하라
요령 10. 정반대의 내용으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라
요령 11. 개별적 사안에 대한 시인을 일반화하라
요령 12. 주장에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선택하라
요령 13.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해 선택하게 하라
요령 14. 뻔뻔하게 굴어라
요령 15. 참은 참인데 확실하지 않은 참을 제시하라
요령 16. 상대방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용하라
요령 17.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라
요령 18. 진행을 방해하고 논쟁의 방향을 바꿔라
요령 19. 논쟁의 사안을 일반화해 상대방을 공격하라
요령 20. 상대방이 시인한 것을 근거로 서둘러 결론을 내려라
요령 21.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요령 22. 억지를 부리면서 상대의 요구를 거절하라
요령 23. 상대방을 자극해 무리한 주장을 하게 하라
요령 24.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내라
요령 25. 반증 사례를 찾아라
요령 26 상대방의 논거로 역공하라
요령 27. 상대가 불같이 화를 내는 곳에 약점이 있다
요령 28. 상대방이 아닌 청중을 겨냥하라
요령 29. 질 것 같으면 다른 화제를 꺼내라
요령 30. 권위를 이용하라
요령 31.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라
요령 32. 상대방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로 몰아넣어라
요령 33.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거짓이다
요령 34. 상대가 내 반박을 회피하면 무조건 몰아붙여라
요령 35. 지성이 아닌 동기로 상대방의 의지에 호소하라
요령 36. 의미 없는 말들을 퍼부어 얼이 빠지게 만들어라
요령 37. 상대가 스스로 제시한 불리한 증거를 공격하라
요령 38. 상대방이 너무 뛰어나면 인신공격을 하라
자료 1 _ 논쟁적 토론술이란 무엇인가?
자료 2 _ 정당성의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서의 토론술
미주?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꿰뚫어본 최고의 설득 지침서로 모든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정당성을 수호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각자가 지닌 거칠고 헐거운 논리에 서로의 적확한 주장을 빈틈없이 끼워 넣음으로써 보다 큰 진리로 환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쇼펜하우어의 내 생각이 맞다고 설득하는 기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38가지 설득 요령
빠른 질문 공세로 시인하게 만들어라논쟁이 보다 엄격하고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분명하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의견을 주장하고, 그 주장을 입증해야 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질문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방이 직접 시인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이 참이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이와 같은 문답 형식의 방법은 고대 철학자들이 특히 즐겨 사용했었다(그래서 이는 ‘소크라테스 방법’이라고도 불린다).
앞으로 소개될 요령 몇 가지도 요령 7번과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시인을 받아내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면 상대방에게 한꺼번에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질문하라.
또한 상대방이 실제로 시인한다면 그걸 근거로 재빨리 반박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해가 느린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제대로 쫓아오지 못하고, 또한 논증 과정 중에서 우리가 범할 수 있는 오류나 허점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화나게 하라
화가 난 상태에서는 올바로 판단할 수 없고, 자신의 장점을 감지할 수 없다.
상대방의 화를 부추기려면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부당하게 대하고, 트집을 잡아라. 그야말로 뻔뻔하게 굴어야 한다.
두서없이 중구난방으로 질문하라
결론을 끌어내는 데 필요한 질문들을 질서정연하게 하지 말고 두서없이 중구난방으로 하라. 그러면 상대방은 우리가 원하는 바를 알 수 없고, 어디서 어떤 질문이 튀어나올지 몰라 대비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그가 한 대답을 다양한 결론을 끌어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상대방의 답변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까지도 끌어낼 수 있다.
정반대의 내용으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라
‘예’라는 대답이 필요한데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 같으면, 필요한 명제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물어야 한다.
이때는 마치 상대방이 정반대의 내용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것임을 미리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게 좋다. 또는 적어도 상대방이 둘 중 하나의 대답을 선택하게끔 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정작 우리가 어떤 명제에 긍정적인 대답을 얻으려고 하는지 눈치채지 못하게 된다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해 선택하게 하라
우리가 내세운 명제를 상대방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본래의 명제와 더불어 정반대되는 명제를 함께 제시해 상대방에게 선택하게 하라. 이때는 정반대되는 명제를 훨씬 더 큰 소리로 말하라. 그러면 상대방은 모순에 빠지지 않으려고 상반된 것 중 훨씬 더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우리의 명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 예시로, ‘사람은 자기 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모두 따라야 한다’라고 시인하게 만들려면, 상대방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사람은 모든 일에서 부모의 말에 복종해야 할까요. 아니면 복종하지 말아야 할까요?”
또는 어떤 사안에 관한 논쟁에서 ‘종종’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는 상대방이 사용하는 ‘종종’이라는 말을 ‘적은’ 경우들로 이해해야 하는지, 아니면 ‘많은’ 경우로 이해해야 하는지 상대방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면 그는 ‘많은’ 경우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은 마치 검은색과 회색을 나란히 놓으면 회색이 하얗다고 말하고, 회색을 흰색 옆에 나란히 놓으면 검다고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뻔뻔하게 굴어라
상대방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얻었으나, 정작 우리가 의도하는 결론에 유리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을 때를 생각해보자. 사실상 상대방의 대답으로는 절대 원하는 결론을 끌어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마치 상대방의 대답으로 결정적인 명제가 증명된 듯 말하고, 오히려 기세등등하고 뻔뻔하게 굴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소심하거나 학식이 떨어질 경우, 또 당사자의 성격이 매우 뻔뻔스럽고 목소리가 클 경우, 이 방법은 아주 잘 먹혀들어갈 수 있다.
이 요령은 실제 근거가 없는 것을 마치 근거가 있는 것처럼 행하는 기만에 속한다.
진행을 방해하고 논쟁의 방향을 바꿔라
우리의 주장을 물리칠 수 있는 확실한 논거를 상대방이 찾았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의 논거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제때 끼어들어 논쟁의 진행을 중단시키거나, 다른 명제로 건너뛰거나 논쟁을 아주 다른 방향으로 돌려라. 본래의 논제에서 벗어나 다른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이 방법은 논쟁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상대방을 자극해 무리한 주장을 하게 하라
반박과 말싸움으로 상대방을 자극해 상대방이 자신의 주장을 과장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상대방의 주장 자체는 진실이고, 또 일정한 범주 안으로 제한하면 상대방의 주장은 진실이 분명해지는 상황이다. 이럴 때 반박을 통해서 상대방을 자극하면, 상대방은 제한된 범주를 벗어나 무리한 주장을 하게 된다. 이제 상대방의 과장된 주장을 반박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마치 우리가 상대방의 원래 명제까지도 반박하는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상대방의 반박에 흥분해 우리의 주장을 과장하거나 지나치게 확대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방 역시 우리를 직접적으로 자극해 우리가 내세운 주장을 더욱 과도하게 확대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이러한 술수를 쓰면 즉시 제지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써 상대방을 다시 우리 주장의 경계선 안쪽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제가 말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 이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라
상대방이 제시한 근거를 반박할 만한 것이 없을 때, 미묘한 반어법을 이용해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고 하라. 이런 식으로 말이다.
“당신이 말한 내용은 수준이 너무 높아 나의 형편없는 이해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네요. 어쩌면 당신의 말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도무지 무슨 판단을 내릴 수가 없군요.”
이렇게 말함으로써 나름 우리를 존경하는 청중에게 상대방이 한 말은 모두 허튼소리라는 사실을 심어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막 출간되었을 때보다는 오히려 이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시작한 무렵, 고루한 절충주의 학파의 많은 철학 교수들이 바로 이같이 행동했었다. 즉 이들은 “우리는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칸트의 책을 물리친 것으로 간주해버렸다.
청중들이 보기에는 이 고루한 절충주의 학파의 철학 교수들이 하는 말이 정말로 맞는 듯 보였고, 실제로 고루한 교수들이 칸트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칸트 철학을 추종하는 신 학파의 몇몇 학자들은 기분이 매우 언짢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요령은 이를테면 교수 대 학생의 경우처럼 청중들이 보기에 자신이 상대방보다 훨씬 더 명망 높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사실 이 요령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요령 30에 속하며, 또한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에 상당히 악의적인 방법으로 권위를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상황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반격은 다음과 같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당신의 탁월한 통찰력에 비추어보면 당신은 분명 제 말을 아주 쉽게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혹여라도 그게 아니라면 설명을 제대로 못한 제 탓이 큽니다.”
이로써 이제 상대방은 원하든 원치 않든 나의 설명을 이해해야 할 판국이 되었고, 실제로 직전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이전과 달리 상황은 역전이 되고 만 것이다. 말하자면 예를 갖추어 상대방이 우리의 주장을 ‘허튼소리’로 매도하려 했지만, 우리도 예를 갖추어서 그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해 도리어 그의 ‘무지’를 증명한 것이다.
지성이 아닌 동기로 상대방의 의지에 호소하라
이 요령을 실제로 잘 사용할 수 있으면 사실 다른 요령들은 필요 없다. 즉 논거로 상대방의 지성에 호소하는 대신 동기로 그의 의지에 호소하라. 그러면 상대방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이해를 같이하는 청중들도 즉시 우리의 견해를 따르게 될 것이다.
설령 우리의 견해가 정말로 어처구니없어도 청중에게는 상관없게 된다. 왜냐하면 논쟁에서는 아주 적은 1로트(약 16g에 해당하는 반 온스 중량의 단위로 주로 커피 단위에 대해 사용함-옮긴이)의 의지가 100파운드의 인식이나 확신보다 더 무겁게, 즉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이를테면 우리의 견해가 참으로 증명되어 그로 인해 상대방이 막대한 손해를 볼 거라는 사실을 상대방이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상대방은 경솔하게 움켜쥐었던 뜨거운 쇳덩어리를 놓아버리듯이 그의 주장을 재빨리 철회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성직자가 철학적 도그마를 옹호할 경우 그것이 그가 믿는 교회의 근본 교리와 간접적으로 어긋난다는 점을 그에게 보여주어라. 그러면 그는 그 철학적 도그마를 금방 철회할 것이다.
또는 땅을 많이 소유한 어느 한 영주가 영국에서는 증기기관 한 대가 수많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해낸다면서 영국의 기계 체제의 우수성을 옹호했다고 하자. 이럴 땐 다음과 같은 말로 그를 이해시켜라. 머지않아 마차들도 증기기관으로 대체될 것이고, 그러면 그가 굉장히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육장 말들의 가격도 폭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한 다음, 그의 반응을 보라.
이럴 때 모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이해에 반하는 법칙을 만들다니! 이 얼마나 경솔한 일인가!”
이는 청중이 우리와 같은 종파나 길드, 같은 기업이나 클럽 등에 속하고,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내세우는 논제가 지금은 정당해 보여도 그의 그러한 견해가 앞서 언급한 길드에서 공통으로 갖는 이해에 반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암시하기만 하면, 청중들은 모두 상대방의 논거가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논거를 취약하고 조잡하게 생각할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논거가 아무리 날조된 것일지라도 청중들은 우리가 주장하는 논거가 옳고 정확하다고 여길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의견에 동조하는 청중들의 함성이 커질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창피함을 느끼며 토론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청중들은 대부분 순수하게 자력으로 확신했기에 우리의 견해에 동조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이성의 눈을 통해서도 대부분 부조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성은 기름 없이 탈 수 있는 빛이 아니다. 오히려 이성은 열정을 먹고 자란다. 따라서 우리는 이 요령을 “나무를 뿌리째 뽑는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이를 ‘유용성을 통한 논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대방이 너무 뛰어나면 인신공격을 하라
상대방이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나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상대방을 인신공격하고 모독하며, 무례하게 굴어야 한다. (이미 논쟁에서 패배했기에) 인신공격은 논쟁의 사안이 아니라 논쟁의 상대, 즉 다시 말해서 상대방 자체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대인논증과 구별해 인신공격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논쟁 상대와 관련한 논증중에 논쟁자가 객관적인 논쟁 사안에서 벗어나게 되는 이유는 상대방이 객관적인 논쟁 사안에 대해서 말하거나 시인한 내용을 대상으로 삼아 논쟁을 자신에게 유리한 편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인신공격은 논쟁자가 논쟁의 소재를 완전히 떠나 오로지 논쟁 상대방 인물 자체를 공격하기 위함이다. 즉 인신공격이란 논쟁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악의적인 말을 하고, 상대를 모욕하고 거칠게 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정신의 힘이 아닌 육체의 힘, 혹은 야수성에 대한 호소다. 누구나 이 규칙을 실행에 옮길 수 있어서 사람들은 인신공격을 매우 애용한다. 실제로도 해당 요령은 아주 자주 사용된다.
여기서 문제는 논쟁의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다. 상대방 역시 똑같은 식으로 맞서면, 논쟁은 싸움질이나 결투 또는 명예훼손에 대한 소송 따위로 변질될 것이다.
상대방의 인신공격에도 자신은 충분히 이지적으로 맞설 수 있다고 여긴다면 이는 아마 오산일 것이다.
대개 논쟁에서 승리하는 경우들을 살펴보면, 상대방이 부당한 주장을 하고, 즉 상대방이 잘못된 방향으로 판단하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상대방을 보며 흥분하지 않고 침착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이러한 침착한 태도가 상대를 거칠게 모욕적으로 비난하는 것보다 더 상대방을 격분시킬 수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홉스는 『시민론』의 제1장에서 이렇게 밝힌다. “큰 기쁨과 기분 좋은 유쾌함의 원천은 모두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그 실체보다 더욱 높게 생각한다는 데서 비롯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더한 것은 없다. 또 허영심에 상처를 입었을 때보다 더 쓰라린 상처도 없다(바로 여기서 “명예가 생명보다 중요하다”라는 것과 같은 어법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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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