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의 리바이어던
 
지은이 : 선우현 (지은이),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출판사 : EBS BOOKS
출판일 : 2023년 08월




  • 토마스 홉스의 정치철학은 그동안 왜곡된 해석과 부당한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진보적이며 사회 혁신적인 정치철학 체계로 『리바이어던』을 새롭게 해석하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선도 사상가로서 홉스를 다시 읽습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

    서문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홉스에 관한 이미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으며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홉스가 전제군주제나 반민주 전체주의 국가를 옹호한 정치사상가라는 세간의 평이 한 몫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사회계약론이나 자유주의에 관한 학술적 논의에서도, 그 사상적 기원과 정치철학적 공헌에 관한 해석 및 평가에서 일차적 주인공은 홉스가 아닌, 로크 등이 차지하고 있다. 그 단적인 사례를 자연권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인간이 출생과 더불어 부여받은 ‘천부인권’으로서의 권리가 자연권이며 이에 대한 철학적 입론이 자연권 사상이다. 그런데 이는 홉스 정치철학에서 최초 발원하여 로크 등의 사회계약론자들을 거치면서 철학적 기반이 조성되었으며 이후 후학들에 의해 계승 발전되어 오늘의 면모를 갖추기에 이른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절대군주제’에서 ‘제한적 군주제’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배층의 시각에서 국가 및 통치권을 다루고 있는 홉스상을 넘어서고자 했다. 즉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기본적 권리의 보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강력하면서도 규범적으로 정당한 국가권력을 모색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선도적 사상가로서 홉스상을 부각시켜보고자 한다.


    시대의 아들로서 홉스 철학
    - 민주주의 시대의 예견과 현실주의적 태도의 견지
    그간 홉스의 정치철학을 둘러싸고 이루어진 논쟁 및 해석 과정에서, 그의 사상은 절대왕정 및 군주 정치를 옹호하는, 그런 한에서 반민주적이며 전근대적 철학 사상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러한 해석은 로크의 정치철학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선구적 입론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야박하고 일방적으로 치우친 평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홉스 역시 절대군주제와 신분제 사회 질서의 틀을 벗어나 ‘인민’이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 이념’을 추구 구현하고자 시도한, 진정한 의미의 ‘근대적’ 정치 사상가였기 때문이다.

    우선 홉스는 중세 사회의 집단에 매여 있던 개인이 그로부터 벗어나 독립적 주체로 새로이 태어났는바, 이러한 개인의 기본권과 자유를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자발적이며 자유로운 계약’을 통해 강력한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는 점을 시종일관 주창했다.

    홉스는 근대 자유 민주주의의 철학적 선구로 보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리바이어던’에 등장하는 저항권 개념이다. 확고한 평화 체제의 구축을 위한 필수적 전제 조건으로서 강력한 국가권력 내지 통치권을 요청했던 탓에, 홉스는 오늘날까지 절대군주제를 정당화한 사상가로 오인되어왔다.

    홉스는 그러한 권력의 규범적 정당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함을 강력히 주창했고 그러한 정당성이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계약을 통해 마련되는, 계약론적 절차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계약론적 정치사상의 구상에서도 ‘인민 주권론’의 맹아적 형태가 드러나 보인다는 점에서, 홉스를 절대군주 정치론자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구성원들의 계약론적 합의를 통해 그러한 군주의 절대적 권력을 적절히 제어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홉스를 선도적인 민주주의 사상가로서 읽어내기에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홉스는 오늘날 ‘소유권적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의 대표적 사상가로 평가받는 로크에 앞서, ‘저항권’ 개념을 구상 제시하고 있다. 곧 개인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연권에 관한 상세한 논변에서 저항권 개념을 다루고 있는바, 이는 현대 ‘인권론’의 효시라 할 수 있다.

    홉스는 저항권에 관한 논의에서, 계약을 통해 모든 권한과 권력을 군주에게 양도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자연권, 특히 저항권은 처음부터 군주에게 양도될 수 없는 개인의 ‘근본 권리’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처럼 홉스는 강력한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자연상태를 벗어나 평화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적 수단의 관점에서 해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안정적으로 보장 향유하게끔 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적인 목적임을 역설했다.

    물론 홉스는 주권자와 주권을 국가의 구성원인 개별 시민들에서 찾기보다 강력한 국가의 통치자에서 구하고, 아울러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제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통치 권력의 원천을 기존의 ‘왕권신수설’이나 ‘신의 의지’와 같은 전근대적이며 비민주적인 것에서 마련하는 대신, 계약이라는 ‘근대적 도덕성의 원칙’에서 확보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실제 현실의 정치적 무대’에서 홉스는 지극히 안정적인 보수주의적 자세를 견지해왔다. 당시 영국 사회의 정치적 혼란을 핑계 삼아, 평화의 정착과 사회적 안정의 확립을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통치 형태로서 절대군주제를 선택함으로써, 다분히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것이다.

    사실 홉스는 얼마 안 있어 벌어질 ‘명예혁명’을 비롯하여 민주주의의 제도적 확산이 시대 흐름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삶을 옥죄고 있던 혼란스러운 내전 상황을 종식하기에 민주주의적 절차와 방식은 너무나 많은 기회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로 인해, 그는 현실주의적 해결 방안을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것이 홉스 정치철학의 ‘현실적 한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홉스가 살던 당시는 하루하루 생존해나가기에도 힘에 부치던 시기였던 만큼, 아무래도 장기적 전망과 기다림은 실존적 사치였음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하여 홉스는 단기적 처방으로 절대주권론에 기댄 강력한 국가의 수립과 군주제적 통치 체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홉스를 위한 변명’으로 감히 내놓고자 한다.


    자연법과 자연권, 민주적 절대 평화론의 토대
    자연 상태를 통해 홉스가 던지는 메시지
    ‘자연 상태’라는 말은 홉스로 인해 그 독특하고 특수한 의미를 최초로 갖게 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상태를 자연 상태라고 부른다.

    “인간은 그들 모두를 떨게 만드는 공통의 힘(권력)이 부재한 곳에서는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이러한 전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 불린다. (13장, 84쪽)”

    홉스는 이러한 자연 상태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첫째, 강력한 통치권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거나 현저히 약화되어 개인들의 자기 보존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에, 자연 상태는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정치 사회적 혼란상태라는 점이다.

    둘째, 벗어나거나 극복해야만 할 부정적인 ‘사회상’, 다시 말해 보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 체계 건립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극복의 대상이 다름 아닌 자연 상태라는 사실이다.

    끝으로, 인간 ‘삶의 외적 조건’이 어떠하냐에 따라, 인간의 본성이 지닌 두 대립적인 측면, 즉 선한 속성과 악한 속성 가운데 하나가 ‘선별적으로’ 훨씬 더 잘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홉스는 자연 상태를 개인의 생명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대단히 참혹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 희망의 탈출구를 발견해낸다.

    우선, 죽음에 대한 극도의 공포 및 생명에 대한 애착과 관련된 ‘정념’들은 인간들로 하여금 상호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게 만든다. 더불어 인간의 ‘이성’은 그러한 평화로운 상태를 이행해나가야 할 근거를 제시하고 그 구체적인 과정과 방법을 주도한다.

    이렇듯 홉스는 정념과 이성, 이 두 가지 인간의 근본적 특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무차별적으로 분출됨으로써 야기되었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부터 벗어날 탈출구를 확보하고자 했다.

    이때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시민사회로 차질 없이 전환해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사회로 이끌 ‘안내도’ 또는 ‘지도’가 필수적이다. 홉스는 이것을 ‘자연법’이라고 칭했다. 아울러 그러한 지도를 제대로 읽어내고 해독할 줄 아는 능력이 다름 아닌 인간의 ‘이성적 판단 능력’이다.

    홉스에게서 이성의 작용은 인간의 내적 운동의 일환이며, 인간의 자기 보존에 기여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따지는 기능(운동)을 수행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인간의 이성이 제대로 읽어내야 할, 새로운 시민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이간을 인도할 길잡이로서 자연법은 어떤 특징과 내용, 의미 등을 담고 있는가? 이와 관련해 홉스는 자연법의 기본 성격을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자연법은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조차도 알 수 있도록 쉽게 요약되어 있다. ‘너는 네 자신에게 일어나기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15장, 104쪽)

    ’자연법은 영원불변하다. 부정의와 배은, 오만과 자만, 불공평과 알랑거림 같은 것들이 합법적인 것이 될 수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 전쟁이 생명을 보존시키고 평화가 생명을 파괴하는 일 따위는 결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15장, 105쪽)

    홉스는 자연법을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할 당위적 법칙이자 행위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보편적 규범’으로 파악했다.

    홉스는 인간 이성만이 인식할 수 있는 자연법을 모두 19개로 정리하여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법칙들은 ‘평화의 추구’라는 기본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자연권과 자유를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있는 탓에,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개체 보존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오히려 자기 파멸에 이를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은 상호 간 투쟁이 아닌, 평화의 수립을 통해서만 자기 보존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홉스에 의하면 이러한 명령이 바로 자연법이다. 이러한 자연법은 ‘평화의 추구’라는 궁극적 이념을 표현하는 1개의 법칙과 그러한 이념을 현실에 구현할 방법을 내용으로 한 18개의 법칙 등, 총 19개의 법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평화에 대한 추구라는 이념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는 법칙이 ‘제1의 자연법’, 즉 ‘기본 자연권’이다. 나머지 18개의 자연법은 이러한 삶의 목적의 성취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킨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제2자연법이다.

    홉스가 개진한 제2자연법은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평화가 현실에서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자의 자연권과 자유를 제한해야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특별히 요구한다. 물론 이러한 제한성은 반드시 ‘자발적으로’ 가해져야 하며 ‘상호 호혜적인’ 계약이라는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함을 홉스는 상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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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