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은 『주역』 그리고 『논어』와 함께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사상 및 철학 체계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친 책 중 한 권이다. 정치를 주지(主旨)로 삼고 전통적인 동양 철학과 병법, 과학 그리고 양생지도(養生之道)를 논술하고 있는 『도덕경』은 상편 『도경(道經)』 37편, 하편 『덕경(德經)』 44편, 총 8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도(道)’가 철학적 측면에서는 천지만물의 시초이자 모태임을, 윤리적 측면에서는 소박함과 청정 그리고 겸양, 무사(無私), 유약(柔弱), 담박(淡泊) 등 자연에 순응하는 덕성임을 천명하였다.
아울러 정치적 측면에서는 대내적으로 무위정치를, 대외적으로 평화공존과 전쟁 및 폭력 반대를 지향하였다. 이렇게 『도덕경』은 자연의 ‘도’로부터 출발하여 윤리적인 덕은 물론, 이상정치의 길까지 제시하고 있다.
만물을 소유하게 하는 비움의 철학
경쟁으로 얻는 소유, 그리고 그 소유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매일을 허덕이며 견뎌내고 있다. 사회는 점점 더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무엇인가를 꼭 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물질을 더 쌓아가고, 더 나아가 우리 본래의 모습조차도 물질로 치장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이 우리의 현재 주소이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지쳐간다.
『도덕경』은 그런 우리에게 애써서 채우거나 꾸미지 않고,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비운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잘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에게 욕심이 너무 많은 탓이다. 비워졌기 때문에 우리는 더 잘 볼 수 있다. 노자는 물질에 눈이 가려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비움의 철학을 선사한다.
『도덕경』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과연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지혜의 길라잡이다. 갈수록 ‘부자연(不自然)’과 ‘반자연(反自然)’이 만연하고 탐욕과 인위, 기교, 과시, 기만이 팽배해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야말로 진정 ‘노자의 생각’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는 시대임에 틀림없다. 고단한 오늘의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노자가 인도하고 권하는 그 세계는 진정한 지혜의 보고이자 마음의 든든한 양식이 될 것이다.
■ 저자 노자(기원전 580 - 500)
노자(老子)는 기원전 580년 진(陳)나라 고현(苦縣) 곡인리(曲仁里), 현재의 허난성 루이현(鹿邑縣)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이(李耳), 자는 백양(伯陽), 시호는 담(聃)이다. 도가학파의 창시자로서 도교에서 도조(道祖), 태상로군(太上老君)으로 추존되고 있으며, 당나라 왕조에서 이씨의 시조로 추인되었다.
노자는 주나라 수장실(守藏室)에서 오늘날 도서관 직원에 해당하는 수장실 관리라는 벼슬을 지냈다. 주나라가 갈수록 쇠미해지자 노자는 주나라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국경인 함곡관에 이르렀다. 노자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던 함곡관의 영윤이 노자에게 “이제 당신께서 세상을 등지고 은둔하려 하시니, 간절히 청하건대 저를 위해 부디 한 권의 책을 써주시오.”하고 부탁하자, 노자는 자신의 생활 체험과 왕조의 흥망성쇠, 백성의 안위화복을 거울로 삼고 그 기원을 밝혀 상하 양편으로 ‘도’와 ‘덕’의 뜻을 논술하는 오천여 자(字)의 책을 저술하니 이것이 바로 『도덕경』이다. 『도덕경』 저술을 마친 노자는 푸른 소를 타고서 떠나갔다. 그 뒤 그의 종적은 알 수 없다.
■ 역자 소준섭
소준섭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상하이 푸단(復旦)대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대우교수로 강의하였고, 국회도서관 중국 담당 조사관으로 일했다. 한국 최고 수준의 중국 전문가이자 학자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경영, 정치, 법, 역사, 인문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저서가 있으며, 다수의 한·중 매체에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글들을 기고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중국을 말한다』(2011 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왕의 서재』(2012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사마천 경제학』(2012 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청소년을 위한 사기』(행복한아침독서 청소년 추천도서), 『십팔사략』, 『사마천 사기 56』, 『중국사 인물 열전』, 『논어』, 『도덕경』,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 진정한 지혜로의 여행 | 5
상편 -도경
1 ‘도’는 말해질 수 있지만, 그것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도’가 아니다 | 21
2 성인聖人은 무위無爲로써 처리하고, 불언不言의 가르침을 행한다 | 25
3 현명한 사람의 허명을 존중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서로 다투지 않게 된다 | 28
4 도는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 31
5 천지는 본래 인仁, 불인不仁이 없다 | 34
6 곡신谷神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 37
7 천지는 장구하게 존재한다 | 40
8 최고의 선善은 마치 물과 같다 | 43
9 공을 이룬 뒤 스스로 물러간다 | 46
10 행하고도 자랑하지 않는다 | 49
11 ‘유有’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고, ‘무無’는 쓰임새가 있게 한다 | 52
12 다섯 가지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 55
13 총애를 받는 것과 모욕을 당하는 것 모두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 58
14 맞아들이려 해도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따라 가려 해도 그 꼬리를 볼 수 없다 | 61
15 자만하지 않기 때문에 능히 새롭게 갱신한다 | 64
16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정靜이라 한다 | 67
17 가장 좋은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 70
18 대도大道가 없어지니 인의가 생겨난다 | 73
19 권위와 지혜를 버리면 백성들의 이익은 백배로 늘어난다 | 76
20 사람들은 모든 일에 밝은데 나만 홀로 어둡기만 하다 | 79
21 큰 덕의 형태는 도에 의하여 결정된다 | 82
22 능히 굽어질 수 있어야 온전하다 | 85
23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계속 불지 않고 소나기는 종일토록 내리지 않는다 | 88
24 돋움발로 서 있는 자는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 91
25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 94
26 경솔하면 곧 근본을 잃게 된다 | 98
27 행동에 능한 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 100
28 흰 것을 알고 검은 것을 지켜 세상의 법도가 된다 | 103
29 군림하면 패망하고, 농단하면 잃게 된다 | 106
30 도로써 왕을 보좌하는 자는 천하에 무력을 드러내지 않는다 | 109
31 병기兵器란 상서롭지 못한 것이다 | 112
32 도는 영원히 이름이 없다 | 115
33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총명한 자다 | 118
34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지 않으므로 능히 위대할 수 있다 | 121
35 천하가 모두 도를 지향하니 세상이 평화롭다 | 124
36 유약함이 강함을 이긴다 | 126
37 도는 언제나 자연스럽게 무위이지만 행하지 아니함이 없다 | 129
하편 - 덕경
38 상덕上德을 지닌 사람은 덕을 드러내지 않는다 | 136
39 가장 커다란 명예는 명예가 없는 것이다 | 141
40 세상의 만물은 유에서 나오고 유는 무에서 나온다 | 145
41 도는 숨어 있고 이름도 없다 | 147
42 도道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 150
43 ‘불언不言’의 가르침과 ‘무위’의 유익함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 153
44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 | 155
45 가장 뛰어난 웅변은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 | 157
46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큰 불행은 없고, 탐욕을 부리는 것보다 큰 과실은 없다 | 159
47 집 밖에 나가지 않고도 세상의 모든 것을 안다 | 162
48 학문을 하는 자는 갈수록 꾸미려는 욕심이 늘어난다 | 164
49 성인은 영원히 사심이 없고,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 | 166
50 사람들은 스스로 사지死地에 뛰어든다 | 169
51 만물을 이끌지만 군림하지 않는다 | 173
52 미세한 것으로부터 사물의 도리를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 176
53 큰 길은 평탄하건만, 군주는 지름길의 좁은 길을 좋아한다 | 179
54 수양이 이뤄진 몸은 그 덕이 참되다 | 181
55 도에 어긋나는 것은 곧 죽는다 | 184
56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 187
57 무위로 나라를 다스리다 | 190
58 화禍는 복福이 기대는 바이고, 복에는 화가 숨어 있다 | 194
59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에 검약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 197
60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것과 같다 | 200
61 대국과 소국 모두 각기 바라는 바를 얻어야 한다 | 203
62 도는 만물의 주재자主宰者이다 | 206
63 천하의 대사는 반드시 미세한 곳부터 시작한다 | 209
64 인위적으로 행하는 자는 실패하고, 집착하는 자는 잃는다 | 212
65 지혜로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나라에 복이 있다 | 216
66 강과 바다가 모든 계곡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처하기 때문이다 | 219
67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만물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 221
68 뛰어난 장수는 무용을 자랑하지 않는다 | 224
69 적을 무시하는 것보다 큰 재앙은 없다 | 226
70 말에는 원칙이 있고, 일을 행함에는 근거가 있다 | 229
71 자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바가 있음을 아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 231
72 성인은 자신의 총명을 알면서도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다 | 233
73 하늘의 그물망은 광대무변하여 성기지만, 그러나 한 점 새어나감이 없다 | 236
74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 239
75 백성들을 다스리기 어려운 까닭은 통치자가 강제적인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 241
76 유약한 것이 도리어 상위에 있다 | 244
77 하늘의 도는 남은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것을 채운다 | 246
78 바른 말은 마치 틀린 말과 같다 | 249
79 천도天道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언제나 잘 대우한다 | 252
80 작은 나라에 백성의 수도 적다 | 254
81 진실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성이 없다 | 256
해제 - 다시 ‘노자의 생각’이 절실해진 오늘에 | 259
아시아의 사상 및 철학 체계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친 책 중 한 권인 ‘도덕경’을 통해 ‘애써서 채우거나 꾸미지 않고,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봅니다.
도덕경
도덕경, 진정한 지혜로의 여행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논어’는 위정자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에게 성실한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가르친다. 이에 반해 ‘도덕경’은 여유 있게 욕심내지 말고 아무쪼록 느긋하게 살아갈 것을 권하는 책이다.
실존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도 도교에 심취했다. 그는 특히 도교의 인간주의, 휴머니즘에 주목하였다. 노자의 ‘도덕경’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과연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지혜의 길잡이이기도 하다.
‘도덕경’은 부드러움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기며, 밝음보다 어둠이 더욱 강력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우리에게 승리와 경쟁을 위해 앞에 있기 보다는 양보하여 뒤에 있을 것을, 또 위에 ‘군림’하는 것보다 낮은 곳에 ‘겸양’할 것을 차분하게 권한다.
그것은 틀에 박힌 우리의 모든 고정관념과 일체의 구속이나 속박, 그리고 상식을 뛰어넘어 어디까지나 자유자재와 창조적 사고방식과 역설의 길을 제시한다. 인위와 꾸밈, 수식을 버리고 자연과 소박함으로 복귀해야 하며, 속도대신 유장함을 주창한다. 또한 기껏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변질된 ‘지식’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진정한 ‘지혜’를 추천한다.
‘도덕경’이란 제목은 훗날 붙여진 이름이고, 처음에는 ‘노자’로 칭해졌다. 즉, ‘도덕경’은 노자만이 아니라 ‘논어’와 마찬가지로, 그 제자들에 의해 완성된 일종의 ‘집단 지성’의 힘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올바르다 하겠다.
노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제후 각국 간에 무력에 의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사회의 예의윤리가 회복할 수 없이 붕괴된 상태였다. 노자는 이렇게 인간 사회에서 분쟁이 끊어지지 못하는 것은 ‘인위적이며’ ‘작위적인’ 정책이나 조치 때문이라고 인식하였다. 사회가 명리, 권력, 금력, 그리고 승부욕 등의 명예를 중시하기 때문에 천하는 유한한 자원이라는 조건하에서 필연적으로 점유를 위한 전쟁을 빈번하게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노자는 자연으로의 복귀와 무위에 순응하는 정치, 지혜와 단절한 청정한 자연세계의 규율을 제기하였고, 이로부터 비로소 유약함이 능히 강함을 이키며, 소국과민(小國寡民)의 평정한 생활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결국 노자는 ‘도(道)’가 철학적 측면에서 천지만물의 시초이자 모태이며, 음양의 대립과 통일은 만물 본질의 체현이고, 물극필반(物極必反)은 만물 변화의 규율임을 천명하고 있다. 또 윤리적 측면에서 노자의 ‘도’는 소박함과 청정, 그리고 겸양, 무사(無私), 유약(柔弱), 담박(淡泊) 등 자연에 순응하는 덕성을 주창하였다.
아울러 정치적 측면에서는 대내적으로 무위정치를 강조하였고, 대외적으로 평화공존과 전쟁 및 폭력 반대를 지향하였다. 이렇게 하여 ‘도덕경’은 자연의 ‘도’로부터 출발하여 윤리적인 ‘덕’에 이르고 있으며, 다시 최종적으로 이상정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상편 - 도경
최고의 선(善)은 마치 물과 같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수선이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
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所惡), 고기어도(故幾於道).
거선지(居善地), 심선연(心善淵), 여선인(與善仁), 언선신(言善信).
정선치(正善治), 사선능(事善能), 동선시(動善時).
부유부쟁(夫唯不爭), 고무우(故無尤).
최고의 선, 가장 높은 덕성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지 않는다.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지고의 선은 자신이 처할 곳을 택함에 능하고, 그 마음은 깊이 헤아릴 수 없으며, 사람을 대함에 성실하여 사심이 없고, 말에는 신용이 있다.
위정(爲政)할 때에는 다스림에 능해 치적이 있고, 일을 처리할 때에는 능력을 발휘하며, 행동할 때에는 시기를 잘 포착한다.
여기에서 물, 수(水)는 만물과 다투지 않는 성인을 가리킨다. 노자는 자연계 만물 중 물을 가장 찬양한다. 물이 지닌 덕이 가장 도에 가깝다고 파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자가 보기에 성인은 도의 체현자로서 그 언행은 물과 같다. 왜냐하면 그의 품격은 물과 같이 부드럽고, 언제나 낮은 자리에, 그리고 아래에 처하며, 만물에 자양분을 제공하되 더불어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혼란한 요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독점과 탐욕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자는 말한다. “무위하므로 패망하지 않으며, 농단하지 않으므로 잃음이 없다.”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망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게 된다.” 비단 권력과 금력만이 아니라 명예욕 역시 마찬가지다.
학문 역시 동일하다. 자신만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독점하고자 한다. 언제나 낮은 곳으로, 아래로 지향하는 물의 본성과 상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 사회는 약육강식의 원리만 작동되는 비정상과 혼란 상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모쪼록 물을 본받을 일이다.
그 다음은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칭찬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백성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백성이 경멸하는 것이다.
통치자가 성신(誠信)이 부족하면 백성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유유하도다!
그는 영(令)을 거의 내리지 않지만 공은 이뤄지고 사업은 완성된다.
백성들은 모두 “우리는 본래 이렇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통치자란 백성들이 그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그러한 상태이다. 요임금의 치세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해가 뜨면 나가서 일하고(日出而作, 일출이작)
해가 지면 들어와 쉬노라(日入而息 일입이식)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鑿井而飮, 착정이음)
밭을 갈아 배불리 먹노라(耕田而食, 경전이식)
그러니 임금의 힘은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帝力干我何有哉, 제력우아하유재)
- 격양가(擊壤歌)
노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정치란 통치자가 유유하고 느긋하여 백성들을 시달리게 하는 ‘유위(有爲)’의 정책이나 조치를 거의 시행하지 않는 정치이다. 그리하여 노자가 추천하는 정치는 바로 무위의 정치로서 백성들로 하여금 본연의 자연스러운 삶을 영위해갈 수 있도록 한다. 노자는 오직 통치자가 자연에 순응하여 자연법칙에 의거할 때만이 비로소 ‘도(道)’에 부합될 수 있음을 천명한다.
사물이란 때로는 앞서다가 때로는 뒤따르거나, 때로는 느리다가 때로는 급하게 된다. 또 때로는 강하지만 때로는 약하거나, 때로는 편안하다가 때로는 위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극단을 버리고, 사치를 버리며, 지나치게 큰 것을 버린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과 사물은 각기 자신의 본성을 지닌다. 그 차별성과 특수성은 본연의 속성이다. 국가를 자신이 경영해야 할 천하로 파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가족을 자신의 천하로 삼는 사람이 있다. 그런 까닭에 자신의 주장이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강제해서는 안 되고, 강제적인 조치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오직 이상적인 성인만이 자연에 순응하고, 그 흐름에 의거하여 사람들을 인도하며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는다.
하편 - 덕경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
명여신숙친(名與身孰親)?
신여화숙다(身與貨孰多)?
득여망숙병(得與亡孰病)?
시고심애필대비(是故甚愛必大費), 다장필후망(多藏必厚亡).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
가이장구(可以長久).
명예와 신체 중 무엇이 더 소중한가?
신체와 재물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또 얻음과 잃음 중 어느 것이 더 나쁜가?
재물을 지나치게 아끼면 반드시 크게 소비하게 되고,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망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게 된다. 이는 노자 처세론의 개괄이자 요체이다. 어떠한 사물이든 그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선을 넘게 되면 곧 쇠락으로 접어들게 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곧 멸망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은 오직 다장(多藏), 많이 얻어 많이 쌓아두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꾸로 크게 망하는 길이다. 이는 비단 물질적 측면만 적용되는 진리가 아니다. 정신적 측면, 이를테면 명예욕이나 욕망 역시 그러하다.
그러한 까닭에 만사만물은 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없고 덕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없다.
도가 존중받는 이유와 덕이 진귀한 이유는 간섭이 없이 자연에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에 의하여 창조되고, 덕으로 성장·발육시키고, 숙성하여 과실을 맺으며 보살펴 유지한다.
만물을 낳았지만 소유하지 않고, 만물을 키웠지만 이를 드러내 자랑하지 않으며, 만물을 이끌지만 군림하지 않는다.
이것이 곧 현덕이다.
이 글에서 밝히고자 하는 바는 덕(德)의 역할이다. 덕이란 곧 도의 화신이며, 인간세상에서의 도의 구체적 작용이다.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키우지만 단지 자연에 맡기고 간섭하지 않는다. 또한 만물을 주재하거나 점유 혹은 군림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만물의 생장, 발육, 번성은 모두 철저하게 자연의 규율에 의거하여 운행된다. 이는 인류사회에 도가 작용할 때 체현되는 덕 특유의 정신이다. 한편 노자가 만물을 주재하는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무신론의 입장이라는 사실을 바로 이 글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실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성이 없다
신언불미(信言不美), 미언불신(美言不信).
선자불변(善者不辯), 변자불선(辯者不善).
지자불박(知者不博), 박자부지(博者不知).
성인부적(聖人不積).
기이위인(旣以爲人), 이유유(已愈有).
기이여인(旣以與人), 이유다(已愈多).
천지도(天之道), 이이불해(利而不害).
성인지도(聖人之道), 위이부쟁(爲而不爭).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을 수 없다.
선한 것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밖으로 드러낸 것은 선한 것이 아니다.
지혜로운 자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모든 것을 아는 자는 지혜롭지 못하다.
성인은 인색하지 않다.
힘써 남을 위하여 썼지만 스스로 더욱 충족하다.
힘써 남에게 주었지만 도리어 스스로 더욱 풍요롭다.
하늘의 도는 만물에게 이익을 베풀 뿐 손해를 입히지 않는다.
성인의 도는 남을 위할 뿐 다투지 않는다.
전체 ‘도덕경’의 마지막 장이자 결론이기도 하다. 전반부 세 구절은 인생의 대의를 말하고 있고, 후반부 두 구절은 치세의 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은 첫머리에서 참과 거짓, 선함과 선하지 못함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거짓과 다툼, 그리고 과시라는 세속적 오염을 벗어버리고 소박함으로 돌아갈 것을 역설한다.
인생의 최고 경지는 진(眞), 선(善), 미(美)의 결합이고, 그 중에서도 참됨, 진(眞)이 핵심이다. 여기에서 노자는 모름지기 신언(信言), 신뢰할 수 있는 말과 선행(善行), 선한 행위 그리고 진지(眞知), 진정한 지혜라는 세 가지 원칙을 스스로 지켜나갈 것을 권한다. 그리하여 자신과 진, 선, 미를 조화시킬 것을 말하고 있다.
아울러 노자는 위정자에게 치세란 모름지기 백성들에게 인색하지 않게 베풀고 다투지 아니하며 수고롭게 하지 않음으로써 결코 손해를 입히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이 곧 무위의 정치이며, 이러한 정치가 곧 도의 시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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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