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일본 도쿄에서 시작한 프로덕트 디자인 스튜디오 ‘TENT(텐트)’는 벤처,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손잡고 여러 히트 제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새로운 개념의 압축봉 드로어라인(DRAW A LINE), 프라이팬 손잡이를 탈착해 접시로도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팬주(JIU), 비스듬한 홈 두 개만으로 잠금장치를 실현한 문서철 샌드잇(SAND IT), 조지루시 스탠(STAN.)...... 단 두 명으로 시작한 이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 굿디자인 어워드 베스트 100,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각종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쉼 없는 실험과 고민으로 이룬 TENT의 성공 경험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실패의 경험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은 ‘디자인+브랜딩’ 교과서로 불리기에 손색없다. 로고를 먼저 정하지 말라든지, ‘작품’ 말고 ‘시제품’을 만들라든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이라든지...... ‘만들고 싶다’라는 고민을 ‘만들자’라는 결심으로 이끄는 TENT만의 영감과 사례와 노하우는 디자인과 브랜딩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실무 현장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종사자들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 저자 아오키 료사쿠
저자 아오키 료사쿠는 올림푸스와 소니에서 녹음기, 카메라, PC 및 주변 기기 프로덕트 디자인을 비롯해 전략과 기획을 담당했다. 2011년에 TENT를 설립했다.
■ 저자 TENT
저자 TENT는 2011년 하루타 마사유키와 아오키 료사쿠가 결성한 크리에이티브 유닛 & 디자인 하우스이다. 제품 기획부터 브랜딩까지 전체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조지 루시 스탠(ZOJIRUSHI STAN), 드로어라인(DRAW A LINE),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탈착해 접시로도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팬주(JIU) 등 기업과 브랜드의 전환점을 안겨준 히트 제품을 디자인했다.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 ‘굿디자인 어워드 베스트 100’,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다수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 역자 신혜정
역자 신혜정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안그라픽스에서 디자이너와 편집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책 디자인과 번역, 편집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나는 왜 구글을 그만두고 라쿠텐으로 갔을까?’, ‘여행의 공간-두 번째 이야기’, ‘포스트모던 건축 기행’, ‘고고! 대한 록 탐방기’,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등이 있다.
■ 차례
아빠가 하는 일은 대체로 ‘놀이’
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 아오키 료사쿠/ TENT
1장 번뜩 떠올리자
‘투명한 책’을 위한 7년 ? 북온북(BOOK on BOOK) 개발 비화
세 가지 벽을 허물어라
좁히지 말고 키워라
아이디어 내기에는 패스(pass)도 있다
그냥 OO를 갖고 싶다
2장 만들자
꿈을 꿈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작품’ 말고 ‘시제품’을 만들자!
지금이 가장 즐겁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로고를 먼저 정하지 마라
물건을 만들고 해야 할 일
‘~다움’의 늪
만들고, 사용하고, 다시 고치고 ? 프라이팬주(JIU) 개발 비화
3장 의심하자
디자인 따위 모른다!
사각을 둥글린다
신입이 할 일은 바로 “왜?”
대량 생산이란 도대체 몇 개일까?
더는 속지 않는 디자이너 식별법
제품이나 물건을 갖지 않는 시대에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 드로어라인(DRAW A LINE) 개발 비화
4장 뛰쳐나오자
즐거운 방식의 자전거 조업
수동적으로 일하는가, 주체적으로 일하는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모키타자와의 ‘텐트 매장’
세상에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 샌드잇(SAND IT) 개발 비화
5장 이야기를 듣자
불안과 마주하는 요령
견적과 마주하는 요령
형태는 어떻게 떠올리는가?
한 줄의 카피(언어)는 어떻게 떠올리는가?
프레젠테이션의 마음
수염 할아버지와 램프
육아라든지 생활이라든지 - 하루타 마사유키 / TENT
등을 떠밀거나 엉덩이를 치는 책 - 다쿠보 아키라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두 저자의 실험과 사색,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디자인과 브랜딩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번뜩 떠올리자
세 가지 벽을 허물어라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하려면 세련된 기법보다 커뮤니케이션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개인’이 되기 위해 허물어야 할 세 가지 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순서대로 설명할게요.
머릿속과 종이 사이의 벽
아이디어를 내고 다듬으려면 ‘바보’와 ‘비평가’를 번갈아 오가야 합니다. ‘바보’란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발상할 수 있는 상태, ‘비평가’란 그것을 냉정하게 재검토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물론 두 종류의 자아를 동시에 수행하기란 어지간한 천재가 아닌 이상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좋든 나쁘든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모두 종이에 쏟아내고, 그 결과를 비평가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추천합니다.
중요한 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디어를 종이에 쓰는 시점에서 주저합니다.
새하얀 종이에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갑자기 쓰려면 당연히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이건 어떨까요? 일단 ‘스마일’, 즉 ‘방긋 웃는 얼굴’을 원하는 크기로 그립니다. 그리고 그림이나 글자를 자유롭게 덧붙입니다.
글자와 그림 사이의 벽
처음에는 글자가 아니라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무엇이든 그려도 상관없어!’라는 상태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두 번째 백지가 눈앞에 나타나도 망설이지 않고 충동에 맡겨 술술 쓸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말이 많은 사람이라 무심코 글자부터 쓰는데요. 그러면 그 뒤에도 온통 글자만 쓰게 되어 말로 담을 수 없는 뭔가를 놓치고 맙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그림부터 그리려고 노력합니다. 글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그림을 이용해 설명할 수 있어서 머릿속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순조롭게 드러내는 ‘스윙을 연습하는 듯한 즐거운 낙서’가 의외로 중요합니다.
입력과 출력 사이의 벽
‘아이디어를 낸다’라는 말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금세 힘들어져서 10년 이상 아이디어를 계속 내는 저와 같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디에서부터 입력이고 어디에서부터 출력인지 알 수 없는 상태를 권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의외로 연상된 것이 확확 떠오르지 않나요? ‘스마일을 그리고, 낙서를 더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제안한 내용을 기점 삼다 보면 뜻밖에 술술 내 생각을 보탤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아이디어에 동의하는 내용은 물론 반론이나 거기에 따라오는 추가적인 연상을 적다 보면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신만의 가설이 떠오를 겁니다.
좁히지 말고 키워라
“아이디어는 어떻게 좁혀야 하나요?” 최근 들어 이런 질문을 자주 받곤 합니다. TENT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부탁받습니다. 광고 캠페인 기획, 교육용 그림책 기획은 물론 NHK 방송 ‘취미 두근두근!’에서 “골판지를 사용한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부탁합니다”라는 의뢰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법에는 회사나 회의 자리에서 높은 사람에게 판단을 부탁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높은 사람이 결정하기’, 비슷한 그룹으로 정리한 뒤 가로축과 세로축의 맵을 그려 통합 정리하여 모든 참가자들의 논리를 좁혀나가는 ‘그루핑/매핑’, 여러 장의 아이디어 카드를 놓고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다수결’ 등이 있습니다. 지난 10년의 경험에 의하면 TENT는 이런 방법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시시한 안건만 남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TENT는 수많은 아이디어 가운데 각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키워나갑니다. ‘모두’가 아니라 ‘개인’에 맡깁니다. 아이디어란 씨앗에 지나지 않아서 각자의 뇌를 자극하는 힌트일 뿐입니다. 어떤 아이디어 카드를 보고 ‘전혀 못 쓰겠군’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런 방식으로 전개하고 응용하면 아주 좋아질 거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왔으므로 당연히 느끼는 방법도 다릅니다. 그림을 너무 못 그려서 잘못 이해한 결과가 뜻밖에도 좋은 착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디어는 키우고 싶은 사람이 키우는 게 좋습니다. 다 같이 좁힐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로 ‘키운다’는 TENT에서 ‘아이디어를 넓힌다’ ‘시제품을 만든다’ ‘도면을 그린다’를 가리킵니다. 모두가 하나의 의견을 모았다는 ‘틀림없음’보다 “무조건 좋아질 거야! 하고 싶다!”라는 개인의 충동이 중요합니다. 당신의 회사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아이디어 쟁탈전’을 할 정도로 씨앗을 쏟아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키워나가면 분명히 재미있는 열매를 맺을 겁니다.
만들자
‘작품’ 말고 ‘시제품’을 만들자!
2022년 1월, 다이칸야마 ‘틴스 크리에이티브’에서 TENT와 트웰브톤(twelvetone)의 쓰노다 다카시의 프로젝트 유닛인 ‘아이돈트노’는 흥미로운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어린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자!- 생각하고 만들고 시험하고, 집에서 쓸 수 있는 도구를 발명하자”
참가자는 시부야구에 거주하는 원기 왕성한 초등학생들. 그 기운에 지지 않으려고 우리 역시 큰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도대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뭐죠?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 음, 아무도 없군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표현이 숨어 있는데요.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뭔가 싫다’를 해결하려고 멋진 도구를 만드는 사람!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일입니다.
‘괜히 싫다’와 ‘멋진 도구’ 사이에 있는 ‘?(물음표)’, 이 ‘비밀 방법’을 여러분에게 특별히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두둥!
‘생각나는 것을 일단 종이에 그린다. 시제품을 만든다.’ TENT는 이 일을 되풀이합니다. 실제로 ‘키키퍼’는 종이와 스테이플러만으로 시제품을 만들었고, ‘업라이트’는 나무판을 사용해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번뜩이는 아이디어 - 시제품 - 완성’은 절대로 없습니다. 왠지 ‘싫음’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고, 시험하고, 생각하고, 시험하고, 생각하고, 시험하고, 생각하고, 시험하고...... 몇 번이고 생각하고 시험합니다. 미술 시간에 그려내야 하는 과제라면 작품 하나를 완성하면 끝이겠죠. 그러나 우리 일은 작품이 아니라 ‘시제품’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 오늘은 겨우 두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시제품 1호까지만 이야기할게요. 지금부터는 여러분의 시간입니다. 집에 돌아가 몇 번이고 해보세요. 엉성해도 상관없어요. ‘아무튼 시제품까지 만들어 보는 거야’를 잊지 마세요.
1) 카드 한 장에 하나씩 ‘괜히 싫다’고 생각한 것을 그려보자.
2) ‘얏!’ 카드 가운데에 해보고 싶은 것을 선택하자.
3) 해결 방법과 도구를 카드에 그려보자.
4) ‘얏!’ 늘어놓은 카드 중에서 시제품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선택하자. 시제품을 만들었다면 기왕 시작했으니
5) 기념 촬영을 합시다!
물건을 만들고 해야 할 일
제품은 이미 만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합시다. 의외로 제품에 딸린 설명서나 패키지를 잊은 경우가 잦습니다. 물론 제품에 따라서는 필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TENT는 제품 못지않게 설명서를 중요하게 여겨 제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설명서와 패키지를 만들 때 중요한 점은 사용자가 손에 넣었을 때 설레게 하되 동시에 최소한의 재료로 간소하고 알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택배로 도착하는 물건인가, 우편함에 배송되는 물건인가? 가게의 어떤 선반에 놓일 물건인가를 상상하며 궁리해야 합니다.
어떻게 발매해야 할까?
과거에는 제품 판매란 단순히 ‘매장에 어떻게 놓아둘까?’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TENT가 이용하는 스토어스(STORE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간단하게, 시험 삼아 무료부터 판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TENT는 온라인 판매를 추천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제품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사진과 텍스트만 준비하면 됩니다.
물론 제품을 촬영하고, 재료나 크기를 적어놓았다고 끝은 아닙니다. 제품의 진정한 매력을 확실히 파악하고 충분히 검토한 뒤 사진과 텍스트를 작업해야 합니다. 본인이 먼저 시제품을 마구 사용해 보세요. 그러다 보면 필요한 사진과 텍스트가 저절로 떠오를 테니까요.
어떻게 발표해야 고객이 관심을 가질까?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고 합시다. 당연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재치 있는 ‘입구’를 여러 개 만들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SNS.
SNS는 팔로워가 ‘공유’하면 많은 사람에게 ‘입구’를 알릴 수 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서 대부분 대충 훑어보고 맙니다. 아무리 열정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해도 읽지 않습니다. 좋은 영상을 만들어 보았자 재생 버튼 따위 누르지 않습니다.
방법은 무엇일까요. 최대 4장 정도의 이미지로 모든 것을 전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적은 이미지와 텍스트만으로 제품의 모든 특징을 전달할 수는 없겠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제품 홈페이지가 필요합니다. 제품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기본 홈페이지를 제대로 만들어 봅시다.
여기에 더해 세 번째로 장문의 소개 글을 준비합니다. ‘이것까지 알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긴 글을 씁니다. 제품을 만든 개인적 동기는 물론 만들어지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모조리 적습니다.
가끔은 긴 소개 글 따위는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기획이나 홍보하는 사람만 돋보이는 ‘제품 만들기’의 과정에 다양한 사람과 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어서 매번 쓰게 됩니다.
그리고 네 번째, 보도 자료.
TENT는 ‘광고’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지 말자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대신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보내는 ‘보도 자료’만큼은 상당히 공들여 준비하죠.
효과가 있느냐고요? 미디어에서 독자적인 시점이나 독점 취재를 통해 모든 소재를 모을까요? 아닙니다. 매일 ‘보도 자료’를 보고 뉴스를 만듭니다. 과거에는 PR 회사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미디어에서 다뤄주었겠죠. 지금은 좋은 시대입니다.
마지막으로 박람회입니다.
참가비를 지급하고 박람회에 참여해서 바이어와 연결하는 계기를 스스로 만듭니다. 온라인 판매가 개인 고객과 이어진다면, 박람회는 도매업자나 소매업자와 연결하는 수단입니다.
의심하자
디자인 따위 모른다!
목적부터 생각하는 아이돈트노
우리 아이돈트노의 ‘힌지’에 대해 “100엔 숍 클립보드도 좋잖아. 클립보드와 뭐가 달라?”라는 의문을 갖는 분이 계실 겁니다. 그 의문에 답할게요.
일단 클립보드부터 살펴봅시다. 낱장으로 흩어진 종이를 모아서 쓰고 싶다는 ‘목적’이 있고, 클립과 딱딱한 판으로 이루어진 ‘요소’가 있고, 그것을 무리 없이 그대로 배치했고요. 어라? 아무것도 건너뛰지 않았어요. 제대로 했네요. 하지만 우리는 이것에 대해 ‘뭔가 아니야!’ 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글씨를 쓸 때 클립이 손에 닿아 방해된다든가 가방에 넣으면 종이가 엉망이 된다든가요. 즉, 세상은 클립보드에 충분히 만족할지 모르지만 저는 불만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세상 따위 알 바 없어! 우리는 불만이 있다고! 그러니까 새로운 물건을 만들 거야!” 이것을 우리는 ‘아이돈트노 한다’라고 합니다. 바로 아이돈트노의 활동 지침이기도 합니다.
자, 다섯 단계에 따라 진행해 볼까요.
애초에 목적 부분에서 “우리는 종이를 묶어서 쓰고 싶은 게 아니야. 언제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을 갖고 싶어!”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요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그 자체와 마주할 필요가 있으므로 아무튼 ‘방해물이 없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한 것은 종이와 펜뿐이죠. 그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면 클립이 아니라 작은 주머니 같은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펜은 끼우면 좋겠네’라든지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덮개를 달고 싶다’라든지 클립보드와 다른 요소가 나옵니다. 그런 몇 가지 요소를 가장 필연성 있는 순서로 배치해 만든 것이 이 제품입니다.
덮개를 휙 넘기면 새하얀 종이와 펜만 나타납니다. 바로 그려내고 싶다는 충동에 1초의 동작으로 응하는 단순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식이죠. 아이돈트노 제품은 가능한 한 장식을 없애고 ‘생각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로 합니다. 가령 접는 부분에 아주 작은 로고가 있죠. 이것으로 위아래 방향을 알 수 있는 기능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미세한 글자가 있으면 왠지 좋은 도구처럼 보여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그렇게 완성된 결과가, 최고의 아이디어를 낳는 가장 최소한의 도구 ‘힌지’입니다.
자, 여기에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힌지’의 사례에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이돈트노가 만드는 제품은 ‘최고라는 가치’를 목표로 삼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스스로에게 ‘최적이라는 가치’를 목표로 만들고 있습니다.
‘최적’이란 결코 하나가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시대에 따라 여러 가치가 존재해도 좋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는 시대죠. “그런 것은 이미 있어요. 저것과 똑같잖아”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그때마다 자신에게 ‘아이돈트노!’라 단언하고, 자기만의 ‘최적’을 만들어 낸다면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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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