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대담한 시도로 설립된 민간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인류의 마지막 개척지 우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새로운 경제 활동에서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 유인 탐사, 대량의 화물 운송에서 가능성을 열어가며 인류의 꿈이 머나먼 우주 심해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활동하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혁신의 정의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스페이스X가 걸어온 그동안의 궤적 및 로켓 기술의 새로운 기준과 관련한 서사를 200여 장의 멋진 미공개 사진과 함께 설명한다. 장대한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원대한 꿈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많은 독자가 저자의 전문적 시각을 빌려 인류의 마지막 개척지를 향해 도전하는 우주 개발 산업의 발자취를 황홀한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과학 기술과 복합적인 임무, 강력한 기계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탐험해 볼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저자 브래드 버건
저자 브래드 버건은 뉴욕에서 작가이자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이스(VICE)’, ‘전미도서비평가협회(National Book Critics Circle)’, 세계경제포럼, NBC 뉴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등에 기고하거나 출연했다. ‘흥미로운 공학기술(Interesting Engineering)’과 ‘nft now(https://nftnow.com)’에서 편집장으로 일했고, ‘우주 경쟁 2.0’을 집필했다. 또한 베트남 호치민시에서도 ‘Sonder Q’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가끔 브루클린이나 차이나타운 근처의 루프탑을 찾아 독서에 몰두하곤 하며, 거의 뉴욕을 벗어나는 일이 없다.
■ 역자 김민경
역자 김민경은 한양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세상을 움직이는 놀라운 물리학’, ‘다시 보는 블록체인: 블록체인 비즈니스와 데이터 전략’, ‘AI 메디컬 레볼루션’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우주 비행의 새로운 역사
1장_ 압도적 경쟁력
2장_ 갈수록 진화하는 우주여행
3장_ 스페이스X의 등장
4장_ 누가 우주의 거물이 될 것인가
5장_ 스페이스X, 우주 경쟁 2.0의 중심에 서다
6장_ 달, 화성 그리고 그 너머로
7장_ 인류는 화성에 갈 수 있을까
감사의 말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모두가 실현 불가능하다며 무시하던 화성 식민지 계획을 놀랍게도 현재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250조 원에 가까운 시장 가치를 인정받은 스페이스X의 우주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의 역사를 들여다봅니다.
스페이스X의 비밀
스페이스X의 등장
스페이스X의 서막: 초창기 팰컨
새로운 민간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화성에 도달할 우주선을 설계/제작/시험/발사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NASA나 당시 붕괴되어 가고 있던 나치 독일로부터 낚아챈 독일 과학자들에게 크게 의존한 구소련과 달리, 스페이스X는 빈손으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각각 크기, 규모, 목적이 다른 세 가지 형태의 로켓 부대를 제작하려고 계획했다. 첫 주자는 보다 저렴하면서도 궤도 발사 능력이 효과적인 형태를 입증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팰컨1 로켓이었다. 이어서 제작된 팰컨5와 팰컨9는 둘 다 우주로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팰컨1과 팰컨5, 팰컨9 로켓 사이에 다른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폴로 1~17호와 다르게 팰컨 로켓에 부여된 숫자는 임무의 순서가 아니라 단순히 해당 로켓에 장착된 1단 엔진 개수를 의미한다.
팰컨1 로켓은 2단으로 구성되었고, 각 단의 길이는 21.3미터, 지름은 1.7미터다. 이 로켓은 산화제라고도 일컬어지는 액화산소로 점화되는 RP-1 케로신 연료를 사용해서 로켓 자체 중량에 더해 671킬로그램을 궤도까지 쏘아 올릴 수 있었다. 1단 로켓은 멀린(Merlin) 엔진 1기만으로 추진된 반면, 2단은 더 작은 크기의 케스트렐(Kestrel) 엔진을 사용했다. 물론 두 엔진 모두 스페이스X가 자체 개발한 엔진이다.
팰컨1의 첫 비행은 당초 미 해군연구소의 전술통신위성을 싣고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로켓의 비행 경로가 타이탄 4호 발사대였던 발사 단지 4E 상공을 지난다는 이유로 연기되었다. 미 공군은 2005년 10월에 타이탄의 마지막 발사를 완료할 때까지 스페이스X에 발사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스페이스X의 팰컨1 첫 발사에는 오멜렉섬의 시설에만 있던 팰컨샛 2호(FalconSAT-2)를 탑재하기로 했다.
팰컨1은 설계상 결함을 보완한 후 2007년 3월에 다시 한번 발사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NASA에서 보낸 두 종류의 실험적 탑재물도 실렸는데, 놀랍게도 스페이스X 역사상 최초로 우주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2단 로켓으로부터 1단이 분리되던 중에 서로 충돌하면서 2단 로켓이 경로를 이탈했고 2단의 연료에 내부 운동량까지 더해졌다. 그에 따른 관성이 반복되면서 선체의 자세 제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통제가 불가능해졌고 끝내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2008년 8월, 팰컨1 로켓의 세 번째 발사가 진행되었다. 이 발사에는 미 국방부 산하 작전대응 우주사무소의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 위성을 비롯해 NASA의 부피 1리터를 넘지 않는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샛(CubeSat) 2기와 우주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민간 기업 셀레스티스(Celestis) 우주장례식 화물이 탑재되었다. 이 로켓은 설계상 여러 부분이 수정되면서 2단 로켓이 개선되었고 재생 냉각 시스템을 갖춘 멀린 1C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내열 냉각 방식의 멀린 1A를 대체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단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연결부에 문제가 발생했다. 원인은 재생 방식의 엔진 냉각 시스템이 초과 추력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1단과 2단 로켓이 분리되면서 또다시 공중 충돌이 일어났다.
스페이스X가 연이은 두 번의 실패 원인을 깨달은 것은 바로 이때였다. 그래서 1단 로켓의 엔진을 중단한 후 2단과 분리하기 전 짧게 정지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중력, 가속도, 운동에너지, 공기 저항에 관한 물리학의 기본적인 성질과 로켓 발사에 적용되는 관성 역학을 고려한다면 손쉽게 찾아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쉽게 드러나지 않고 짜증 날 정도로 파악하기 어려운 결함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문제여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다. 특히 탑재물이 실린 경우에는 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단 2개월 만에 팰컨1은 궤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민간 제작 액체 연료 로켓이 되었다. 특히 주요 성과로는 랫샛(Rat Sat)이라는 시험용 데모 위성을 궤도에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9년 7월에 있었던 팰컨1의 마지막 발사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라작샛(RazakSAT)과 영상 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 라작샛은 국내 기업 쎄트랙아이가 제작해서 말레이시아로 수출한 위성이다. 이후 팰컨1을 보다 길어진 형태의 팰컨1e 모델로 교체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발사에 이르지는 못했다.
스페이스X는 팰컨1의 자리를 넘겨받을 더욱 거대한 로켓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소형 위성들은 더 길어진 형태의 로켓에 탑재할 수 있게 제작되어 더욱 큰 규모의 팰컨9 로켓을 통해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NASA는 이미 2006년에 상업용 궤도 수송 시스템(COT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페이스X와 계약을 체결했다. 우주왕복선은 몇 년 후면 퇴역할 예정이었기에,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우주 비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더욱 범위를 넓혀 민간 기업에 공개적으로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NASA와 계약해 스페이스X가 내놓은 모델은 드래곤 캡슐이었다. 드래곤 캡슐은 팰컨9 로켓 상단에 실려 상당한 양의 화물을 우주정거장으로 배송한 후 지구로 돌아오면 온전한 상태로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07년이 끝나갈 무렵, NASA는 상업 수송 서비스(CRS) 프로그램에 따라 12건의 임무를 스페이스X에 부여 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트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대략 6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최첨단 우주 기관인 NASA의 전도유망한 운송 담당 업체가 되었다.
스페이스X, 우주 경쟁 2.0의 중심에 서다
스페이스X는 20년간 폭발된 로켓과 부품 그리고 위탁받은 위성 탑재물에 이르기까지 ‘실패를 통한 성공’을 수없이 거듭하며 총체적인 유산을 구축했다. 하지만 소소한 실패보다는 성공한 경우가 더 많았고, 로켓 폭발이라는 가장 극적인 형태의 실패가 없었다면 성공의 순간도 대부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스페이스X가 2010년대에 제시한 기본 개념은 지구로부터 행성 간 ‘도약’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팰컨9와 슈퍼 헤비 로켓은 매우 우수한 성능을 자랑했지만 두 로켓 모두 먼 우주에서의 임무를 고려해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
유인 우주선이 먼 우주까지 나아가려면 더 많은 연료를 비롯해 엄청난 부피의 식량과 물품을 구비해야 한다. 또한 탑승한 비행사가 완전히 미쳐 버리지 않도록 적절한 생활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스크는 현재의 스타십 로켓의 프로토 타입인 스타호퍼(Starhopper)를 도입했다. 스타호퍼는 첫 비행 시도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 지상 팀이 진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바로 이튿날인 2019년 7월 25일에 첫 비행을 완수했다. 스페이스닷컴이 이를 구체적으로 기사화했는데, 첫 시도가 중단된 원인을 ‘추진제의 온도가 예상보다 낮아서’ 스타호퍼 선체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꼬마 스타호퍼는 해낼 수 있다
첫 시도가 중단된 다음 날 자정을 몇 분 넘긴 시각에, 스타호퍼는 단일 랩터 엔진으로 첫 부양에 성공했다. 원래 목표였던 20미터 상공에 도달한 후 큰 손상 없이 지상으로 착지했다. 첫 성공을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서 머스크는 트윗을 남겼다.
“스타호퍼는 성공적이었어. 물탱크가 날 수 있다니, 하하!!”
이 성공에서 중요한 점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새롭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차세대 우주선의 등장
스타호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한 후, 다른 스타십 프로토타입들에 길을 터주며 퇴역했다. 이어진 두 프로토타입은 Mk1과 Mk2 였는데, Mk1은 텍사스의 보카치카(Boca Chica)에서, Mk2는 플로리다의 스페이스 코스트(Space Coast)에서 각각 제작되었다. 이렇게 인력을 분리함으로써 스페이스X 내부의 경쟁 정신을 고취하려는 의도였다. 이들 두 모델에는 3기의 랩터 엔진이 장착되었고, 시험 발사 날짜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전 세계 우주 산업이 차세대 우주선의 등장을 기대하며 숨죽여 지켜보았다.
이윽고 2019년 9월 28일, 반짝이는 별과 우주의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밤하늘 아래에서 일론 머스크는 완성된 스타십을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기술자, 엔지니어, 시공사들로 구성된 개발팀이 이 장대한 로켓을 완성한 지 겨우 몇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대공개 행사는 텍사스주 리오그란데강 인근의 야외 조선소에서 진행되었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관중들은 마치 행성들을 소개하는 공상과학 전시장에 온 기분이었다. 수많은 영화와 공연, 책을 비롯해 실제 엔지니어들이 위대한 성과를 이루는 데 영감을 준 원자력 시대의 공상과학 만화에나 나올 법한 머스크는 완성된 로켓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었다. 스페이스X의 직원들과 근처 브라운스빌 주민들, 여러 언론 매체를 포함한 수백 명의 관중은 로켓의 모습과 행사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머스크는 공언했다.
“이 로켓은 제가 지금껏 본 것 가운데 가장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달에 가는 최적의 일정
스타실 공개 행사가 끝나고 머스크는 달에 인류를 올려 보내겠다는 초기 계획은 물론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계획에 관해서도 웹진 아르스테크니카(Ars Technica)와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대화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개발 속도가 급격한 상승세를 탈 것인지에 달렸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 2년 정도면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겁니다.”
확실한 사실은,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위성 발사 사업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를 추가로 유치하는 등, 스타십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이들 투자자 가운데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는 스페이스X의 첫 번째 민간 우주여행 승객이 되어 스타십을 타고 달 궤도를 돈 후 지구로 귀환하는 여행에 나설 생각이다.
다만 스타십이 달 궤도에 도달하고 먼 우주로 나아가려면 우선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해 줄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스페이스X는 새로운 계획에 필요한 생명 유지 시스템과 수송 절차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에서 과거에 NASA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했던 것과는 다르게, 팰컨9 로켓의 여러 임무를 통해 얻은 지식을 토대로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머스크는 스타십 공개 행사에서 스타십과 기존의 달 탐사 임무를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확실히 우리는 그동안 많이 배웠기에 기존과 다르게 할 것입니다. (...) 사실 드래곤 우주선의 생명 유지 시스템은 완전히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은 사용 후 폐기됩니다.”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인 크루 드래곤은 수산화리튬을 사용해서 탑승자들이 호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데, 이 화학 반응의 부산물로 물과 탄산리튬이 생성된다. 이는 4일간의 우주여행 동안 네 명의 탑승객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러한 방식을 달 궤도나 달 표면에서의 임무에도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깊은 우주, 즉 화성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생명 유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최단 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화성 궤도에 가장 근접하게 지날 때로, 26개월의 주기로 발생한다. 이 기간 중에 기존의 화학 추진 연료로는 화성에 도달하는 데 대략 6개월이 걸린다. 왕복 여정은 2년 반까지 걸리며, 스타십의 최종적 구성 형태로는 100명까지 탑승시켜 화성을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게 어마어마한 과제다. 그리고 스페이스X가 그에 적합한 생명 유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재생산 시스템이 필요한데, 머스크조차 결실을 보기까지 “꽤 많은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십
스타십에도 ‘경쟁자’들이 있다고 하면 이상한 말이다. 왜냐면 미국 내에서 제작된 궤도 등급 로켓 가운데 현재 운영 중인 모델은 NASA에서 개발한 우주 발사 시스템(SLS)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의 우주 경쟁이란, 모든 발사 실황 중계의 시작과 끝에 전하는 인류와 과학의 발전을 위한 메시지와는 다르게 과학적 양상을 띤다기보다는 상업적 측면이 강하다. 만일 상업적 기준에서 블루 오리진과 비교해 볼 만하다고 한다면, 각 업체의 가장 강력한 로켓과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스타십과 달리,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은 현재 인간을 궤도에 진입시킬 수 없다. 그 대신, 뉴셰퍼드는 많은 비용을 내는 소규모 고객을 상대로 운영된다. 로켓에 승객들을 태운 뒤 수직으로 발사하여 상공에서 유인 캡슐을 분리하면 매우 정확하게 탄도 궤도를 따라 운행된다. 캡슐은 대기권 경계에 이르렀다가 가속도가 떨어지면 지구로 다시 내려와 낙하산을 이용해 사막 지역에 착지하는 방식이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겨냥해 발사하는 강력한 소총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총탄은 곧장 땅으로 낙하할 수밖에 없다.
뉴셰퍼드 로켓은 높이 18미터에 직경은 대략 3.7미터이며, 액화산소와 액화수소로 추진하는 단일 엔진을 장착한 1단으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 우주선의 최대 적재량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스페이스X의 슈퍼 헤비나 팰컨 헤비 또는 스타십 모델들에 필적할 수준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뉴셰퍼드에는 6인의 승객이 탑승해서 대략 93킬로미터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캡슐 내부 넓이는 대략 15세제곱미터다.
뉴셰퍼드의 최대 추력은 약 45톤이다. 상당한 규모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스페이스X에서 운영 중인 로켓 중 가장 성능이 약한 로켓인 팰컨9 로켓의 추력이 680톤으로 우주에 도달한다. 팰컨9 로켓이 내는 추력의 상당량은 측면으로도 향할 수 있게 설계되어서, 우주 비행사나 매우 육중한 군사 위성 및 과학 위성을 비롯해 우주 정거장으로 보낼 화물까지 탑재하고도 궤도상에서 속도를 충분히 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 두 로켓 모두 팰컨 헤비 로켓과는 거의 대적할 수조차 없다. 팰컨 헤비는 팰컨9 로켓의 양옆에 부스터 2기를 결합한 형태로, 발사 시 27기의 멀린 엔진이 가동되며, 최대 추력이 2,327톤에 달한다. 이 로켓이 처음 등장했을 때 발사 시 추력은 3,402톤에 달했던 새턴 5호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강력한 로켓이었다. 당연히 이에 뒤지지 않으려고 NASA는 SLS의 발사 시 추력을 3,629톤 이상이 되도록 설계했다.
게다가 팰컨 헤비는 드래곤 캡슐을 탑재할 수 있으며, 임무의 종류에 따라 다른 구조와 합체도 가능하다. 그리고 팰컨 헤비에 포함되는 팰컨9와 마찬가지로, 팰컨 헤비의 1단과 2단은 액화산소와 RP-1 연료로 사용한다. 이러한 조합과 막강한 추력이 결합해 팰컨 헤비는 우주왕복선과 델타 4 헤비(Delta IV Heavy)의 3배, 아틀라스 5호 로켓의 약 4배에 해당하는 탑재물을 운반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십은 이 모든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려, 마치 차세대 로켓 기술을 구현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달, 화성 그리고 그 너머로
2016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국제우주대회에서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에 대한 자신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그는 인류에게 주어진 지구상에서의 시간이 궁극적으로 두 가지 결말 중 하나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선 우리가 영원히 지구상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칩시다. 결국 어떤 사건이 일어나 인류는 멸망하겠죠. 저는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예언을 믿지는 않지만, 역사는 인류의 종말을 초래하는 사건이 언젠가는 일어날 것을 시사합니다. 그에 따라 인류는 우주를 여행하는 문명을 일으켜 다행성 종족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다들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데 동의했으면 합니다.”
멸종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진 생존 의지야말로 인류를 달에 올려놓았던 기술적 동력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다행성 종족으로서 인류의 운명을 실현하려는 머스크를 질주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의 합작 항공우주 기업이 참여하는 형태는 여론이나 미 의회 그리고 금융계 엘리트 집단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비교적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이점이 있다. 수천억 달러의 재산과 충분한 공학적 재능만 있다면, 얼마든지 로켓을 궤도로 쏘아 올릴 수 있고, 그보다 더한 계획도 추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달에 기지를 왜 건설해야 할까? 달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NASA의 어젠다는 첫 번째가 과학적 발견이며, 그다음이 경제적 이익, 그리고 NASA가 “아르테미스 세대”라고 명명한 미래의 새로운 세대의 탐험가들을 일깨우려는 열망이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우주에서 ‘모든 이가 혜택을 누리도록’ 전 세계적인 동맹 체계를 구축하면서도 우주 탐사의 주도권을 견지할 것이다. 특히 달을 화성으로 가는 디딤돌로 여기는 만큼 달 탐사 자체를 목표로 하는 또 다른 디딤돌도 필요해 보인다.
이 가운데 중요한 점은 달 궤도상에 영구적인 궤도 우주정거장, 즉 루나 게이트웨이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우주 비행사들이 달 표면으로, 더 나아가 먼 우주로 향하는 여행 경로를 이어 주는 도킹 허브의 역할을 할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기존의 국제우주정거장과 유사해 보이지만 크기가 더 작다. 랭글리연구센터의 우주 임무 분석 분과(SMAB)에서 게이트웨이 개발에 관한 연구를 이끌어 왔지만, NASA의 케네디우주센터 소속 엔지니어들이 좀 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록히드 마틴사가 아폴로 시대에 개발한 NASA의 유인 모듈의 현대식 버전 오리온 유인 캡슐이 도킹할 수 있는 소형 우주정거장으로 운영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을 각각 발사하고 조립해서 전체를 완성시킬 수 있도록 진보된 모듈 디자인이 적용될 것이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전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의 연설에서 NASA는 2028년까지 달에 지속 가능한 인류의 정착 기지를 마련할 역량을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추진된 계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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