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 미중 특강
 
지은이 : 마리아 에이들 캐러이 외(역:함규진)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일 : 2023년 05월




  • 거의 전 부문에서 충돌하고 있는 미중관계. 특히 두 나라와 경제, 안보 면에서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한국은 더욱 자유롭지 못합니다. 미중 문제에 대한 세계 최고 석학들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


    미중관계의 역사적 맥락

    미중관계,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급격하게 요동친 미중관계만큼 극적인 변화를 상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분란을 만들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를 부추기면서, 두 나라는 갈등의 시기로 접어들었으며 그간의 관계를 진지하게 재고하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화 속에서 중국이 공산국가로 거듭났던 이래로, 미중관계가 이처럼 요동친 적은 없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두 나라 지도자의 독단적 신념이 불꽃을 튀면서 가속화됐다. 전임 대통령들과는 매우 다르게, 트럼프는 인종주의적 국가주의에다 정경 유착적 기업 국가론, 포퓰리즘 등을 터뜨리며 백인 노동자 계층에 파고들었다. 그러자 시진핑은 외국 혐오주의와 한족 우월주의로 맞받아쳤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비롯한 자국 지역들에서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그에 호응이라도 하듯 트럼프가 난민 가족의 아이를 철창에 가둬 격리시킨 일은 마치 아이들이 투닥거리며 싸우는 모양새와 같았다.


    트럼프는 닉슨 이래 민주-공화 양당 진영이 오랫동안 공유해온 입장을 미련 없이 걷어차 버렸다. 그것은 미국이 중국을 세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받아들이고, 건설적인 관여 정책으로 중국 정권과 대화합을 이루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라는 입장이었다. 1967년 닉슨이 말했듯, 중국은 너무 큰 나라이므로 “중국이 야망을 이루는 것에 도움을 주거나 적대감을 부추기거나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것”에 다들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런 식의 노선을 끝장냈다.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준비

    2020년 조 바이든의 당선은 미중관계의 균형을 회복시킬 기회를 마련했다. 어떤 이들은 바이든의 당선으로 미중관계가 전처럼 ‘정상화’될 수 있으리라 봤으나, 그것은 불가능한 몽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보다 바이든은 중국을 더 정확하게 직시함으로써 미중관계를 ‘전보다 더 낫게 건설’할 기회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할 첫 번째로 중요한 일은 앞서 냉전 때 소련을 상대로 했던 일과 같았다. 자국을 더 풍요롭고, 역동적이며, 민주적 가치가 새롭게 피어나는 모범국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티머시 가튼 애시가 “우리는 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한다. 자유 사회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하고, 또한 중요하게는, 자유롭지 않은 사회에 살면서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 말이다”라고 썼듯, 만약 미국이 위선적이거나 허약한 나라임이 드러난다면 결코 중국의 롤모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미국이 중국을 모든 면에서 상대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다. 미국은 홍콩과 대만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버텨야 하며, 그러면서도 기후변화, 팬데믹, 국제 경제 질서의 혼란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고난도 문제에 트럼프가 내놓은 답은 “그냥 관계를 단절한다”였다. 이에 반해 오바마는 다른 무엇보다 기후변화를 중시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잘못 짚었다. 중국은 우리 시대의 실존적 사안들에서는 협력해올 것이다. 미 국무부의 누군가가 중국 인권에 대해 부드러운 으름장을 놓아서도 아니고, 미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자유항행을 차단해서도 아니며, 단지 그렇게 하는 게 중국에 이익이 된다면 말이다.


    미중관계 발전의 키워드는 ‘상호성’이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 외국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자국 기업들과 경쟁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언론인, 연구원, 학자 등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지난 몇십 년 동안 중국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뛸 수밖에 없도록 스스로를 얽어매왔다. 이제는 균형을 잡을 때다.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보는가?

    근대화의 벤치마크 대상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에 대해 양가적 태도를 가져왔다. 많은 중국인들에게 미국은 찬양과 분노의 대상이다. 그들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강력한 나라로 보며, 여러 가지 이유에 따라 호오의 감정을 동시에 가진다. 중국어로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 즉 ‘메이구오’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미국을 긍정적으로 봤고 그 혁신과 번영을 우러러봤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강렬한 분노의 감정 또한 가지고 있는데 특히 외교정책에서 그렇다. 그리고 종종 미국의 패권주의적 태도를 비난한다. 이런 자세는 마오쩌둥 시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변화했는데, 마오 시대 때는 이념적, 지정학적 이유 모두에서 중국 사회 전반에 반미 감정이 만연했다. 이어진 개혁 개방 시대에 중국은 보다 실용주의적 태도로 바뀌었고, 미국의 일부 측면을 모방하면서 다른 측면은 경계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조지워싱턴대학교의 데이비드 샴보(David Shambaugh)가 쓴 ‘미제: 아름다운 제국주의자(The Beautiful Imperialist)’는 중국이 미국에 가지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의 본질을 잘 짚어내고 있다.


    최근, 일부 미국인들은 중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던 미국의 관여가 결국 실패했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은 중국을 이미 근본적으로 탈바꿈시켰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을 패권 대국으로 여겼고, 그 번영과 선진성을 찬탄해왔다. 근대화를 위한 중국의 고군분투는 서구, 특히 미국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20세기 초, 중국은 과학과 민주주의를 중국 근대화의 핵심 수단으로 여겼는데, 미국은 중국에 과학과 근대 사상을 전해줌으로써 20세기 초 대학, 병원, 교회, 직업단체 등이 들어서는 데 기여했다. 초기 냉전기의 미중 간 적대 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을 중국의 근대화와 야망 실현을 위한 벤치마크로 여겼다. 1950년대 말, 참담하게 실패한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정책은 “영국을 추월하고 미국을 따라잡는다”라는 야심만만한 구호 아래 중국의 초고속 산업화를 지향했다. 이어지는 개혁 개방 시대에 중국은 미국에게 보다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았다.


    국익의 일순위는 ‘체제 안보’

    그 문화와 교육 시스템을 찬양하면서도, 많은 중국인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 중 일부 측면들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미국 엘리트들이 점점 더 중국의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면, 중국 쪽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취약하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로 말하자면, 거의 모든 안보 문제가 미국과 연결돼 있다. 한때 중국 외교계에서 최고 위치에 있었던 다이빙궈에 따르면, 국익을 따질 때 중국에서 최우선으로 꼽는 문제는 체제 안보다. 그다음이 영토의 보전, 그리고 경제 발전이다. 중국공산당이 이따금 국내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국가주의를 강조하지만, 중국의 엘리트들은 미국이 자신의 국가적 통일성과 정치적 안정성 모두를 해칠 수 있다는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미국통’인 왕지스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들은 무엇보다도 외부 위협에 따른 국내 불안을 염려하며, 따라서 그들에게 미국은 언제나 장기적인 안보 위협 요인이다.


    반미주의 감각은 종종 ‘수치의 100년’이라는 역사 내러티브와 연계된다. 청 왕조와 중화민국 시기, 외세의 개입과 침탈을 되새기는 내러티브와 오늘날의 중국이 세계 2대 경제력과 영향력을 가진 대국이 됐더라도,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주권과 국가적 존엄을 지킨다는 자체의 역사적, 정치적 사명을 강조한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종종 미국과 마찰을 빚을 때마다 희생자 내러티브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대만 문제, 무역 전쟁, 인권 논쟁 등을 포함한 여러 문제들을 장기적인 역사 내러티브로 접근하려 한다. 미국 엘리트들이 대체로 미국은 티베트, 신장, 홍콩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 엘리트들은 이를 미국이 중국의 내적 질서를 뒤엎으려는 시도로 보는 게 보통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대만을 아시아 민주주의의 파트너로서 지켜줘야 한다고 보지만, 중국인들은 미국의 대만 지원을 중국 통일의 최대 걸림돌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볼 때, 미국 지도자들은 그 지역의 동맹조약 체결국들을 보호하는 게 규칙에 기반한 지역 질서의 핵심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중국 전략가들은 이를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협하는 것이라 본다.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이 분명 서로 다른 국익 추구에서 비롯되고 있는 한편, 이 같은 양국 간 관점 차이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미중관계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세계 질서

    새로운 세계 질서에 중국을 위한 자리는 있는가?

    글로벌 질서가 수렴하는 곳, 그리고 분화하는 곳

    중국이 기존의 국제 체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적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하버드대학교의 앨러스테어 이안 존스턴(Alastair lain Johnston)은 그의 연구에서 다양한 세계 질서를 헌정적 질서 즉 유엔헌장 및 다자간 협약에 따른 제도들, 군비 통제와 평화 유지 활동에 의한 군사적 질서, 민주화와 인권을 비롯한 정치적 발전 질서, 개발과 무역 및 금융 등 복합적인 경제적 사회적 질서로 유형화하고 있다. 그런 질서들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연구한 그는 중국의 지지 수준은 정치적 발전 질서의 영역에서만 ‘낮음’으로 평가되며, 다른 영역의 질서에서 국제 규범에 대한 중국의 지지도는 비록 가변적이기는 하지만 ‘중간 이상’으로 평가된다. 지난 25년 동안 무기 통제, 핵 비확산 규범, 평화 유지 활동 등 몇 개의 사례에서 국제 규범에 대한 중국의 지지는 점차 상승해왔다. 국제 개발과 무역 등 다른 사례에서도 중국은 원칙상 그러한 국제 질서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실천 과정에서 그런 질서를 채택하는 것은 느리게 진행됐다.


    국제적인 정치발전 질서에 대한 중국의 지지 부족, 심지어 대항이야말로 서구가 가지는 가장 큰 불만 요인이다. 즉, 중국의 국내 정치 구조와 민주주의 및 인권 규범 간의 간극은 미래의 국제 질서에 끼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서방 세계의 우려와 불안의 핵심이다. 이런 불안은 특히 중국이 내국인을 억압할수록 증가한다. 중국이 시민 활동가와 법률가, 비판자들을 투옥하는 등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티베트와 위구르의 소수민족을 대규모로 투옥하고 억압하는 행태들이 중국의 국경을 넘어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더구나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의 조치는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국제 제도를 중국의 국내 정치 구조에 개입시켜 변화를 유도할 수는 없지만, 중국과 같은 주요국 정부가 유엔 협약에 명문화돼 있는 시민의 기본권 보호를 최고 수준에서 준수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필요하다. 국제기구들이 주권 국가의 국내 정책이나 행태를 좌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극단주의자를 뿌리 뽑겠다는 명분이든 부패를 철저히 조사한다는 명분이든, 마구잡이식 투옥과 감금은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국가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규범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누군가는 중국이 ‘독재하기에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발전의 질서와 규범을 퇴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행히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권리 보장은 대중적으로 너무도 익숙한 일이며 이는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ICCPR)’은 유엔 회원국 중 5개국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비준했는데, 주요국 중에서는 중국만이 빠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국가가 높은 수준의 국제 규범을 잘 준수하고 있다기보다는 권리 보장에 대한 명백한 합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역시 이러한 권리 규범과 거리를 두기보다는, 권리에 대한 정의를 확장하거나 변형시킬지라도, 권리 규범을 지키는 선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끊임없이 정당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속의 중국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아마 중국의 가장 야심 찬 전략이면서, 동시에 최대의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세계화 전략일 것이다. 이는 인프라, 무역, 투자, 정책 그리고 문화의 영역에서 중국을 세계와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에 이 글로벌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미국은 이를 극복하고 견제하며 대항하려고 노력해왔으나 그 결과는 꼭 좋지만은 않았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는 경제성장을 위한 주요 정책이자 외교를 개선하며 지정학적 긴장을 관리하는 전략으로서 여전히 중국의 기본적인 세계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향후 미국은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중국의 자체 논리와 그것이 수혜국들에 주는 지속적인 매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좋든 싫든 미국은 이 프로그램과의 공존을 준비해야 하며, 중국의 해외 활동들이 빚는 다양한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해 ‘복합 경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일대일로의 국내적 논리와 지속성

    중국에서 일대일로는 지정학적, 외교적, 경제적 필요를 포함해 국내적으로 긴급한 상황에 의해 동기를 얻었으며, 중국의 중요 정치적, 경제적 행위자들에 의해 실행됐다. 그런 국내적 논리와 정책 동학이 중국의 중요한 세계화 정책을 특징짓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몇 가지 장기적인 목표와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이 프로그램은 당시에 주변국들과의 외교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던 미국과의 지정학적 전략 경쟁에 대처하려는 긴급한 모색이자, 국내적으로는 산업의 과잉생산에 대처하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 속에서 유사한 상황이 지속됐고, 중국의 정책 전문가들은 일대일로 전략을 미래로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에 미국와 중국의 경쟁은 더욱 고조됐으며 세계적인 지도력에 대한 중국의 야심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짧은 휴지기 이후, 일대일로에 관한 중국의 슬로건과 의지는 다시 회복됐다.


    둘째, 다른 세계화 전략의 경우도 그렇듯, 일대일로에는 중국의 중요 정치, 경제 집단들이 관여하고 있다. 그 집단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 서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중국의 정치 지도부는 국가주의적 수사를 사용하고 정부 조직과 그 예산을 프로젝트에 동원함으로써, 공적 영역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관료들은 정책 지침서를 작성하고 정책 집행을 위한 계획을 공식화한다. 그 전략이 제시하는 인센티브와 기회들에 의해 동기부여된 중국 기업들과 지방정부는 할당된 프로젝트 및 이를 위한 투자를 담당하는 진취적인 집행자가 된다. 또한 사회집단과 학자들, 그리고 과학자들도 참여해 이 프로그램의 확대에 기여한다. 이러한 광범위한 참여로 인해, 일대일로는 국내와 해외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외적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으며, 막대한 비용의 인프라 건설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컨소시엄, 전자 상거래 지원, 의료 협력 등 소프트한 과학 분야의 일대일로는 여전히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셋째, 중국의 중요한 다른 정책처럼,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단순한 접근을 따르지 않으며 복합적인 단계를 가진 역동적인 과정이다. 다양한 맥락에서 일대일로의 정책적 우선순위와 그 내용은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착수하려던 당시에 중국은 심각한 경제적, 외교적, 지정학적 압력에 직면하고 있었다. 정치 지도자들은 정부가 이 계획을 수용하도록 국가주의적 수사학을 활용했다. 실행 기간에 국영기업과 지방정부는 유연하게 자신들의 경제 확장을 추구했던 반면, 중국의 국가 관료들은 막연한 규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국제적 비판과 반발에 직면하자 중국은 그 실행 계획을 재조정했고 재정적, 환경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다자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창출했다. 투자의 흐름이 둔화되던 2017년 이후에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 의료 실크로드 등과 같은 비용 부담이 낮은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이 중 전자는 전자 상거래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 주력하는 것이고, 후자는 의료와 건강 서비스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문제시되고 비용 부담이 적은 과학 프로젝트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 주력 분야로 부상했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일대일로는 중국의 세계화가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추진될 것이다. 따라서 일대일로가 제기하는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한 미국의 복합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지정학적 위협을 예측하고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명확한 정보 수집, 시나리오 분석 수행, 다양한 영역에서의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중국의 전략적 자산과 해외를 연계시킨다고 할 때, 이를 통해 미국과 우방국들은 이러한 연계를 방해하거나 무산시킬 수 있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 미국을 위한 안보 기구를 강화할 수도 있다.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인 지역에서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이 건설한 인프라 구조를 무력화하거나 그 프로젝트의 과업을 분산시키는 데 전략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덜 중요한 지역에서 동맹국들은 대안적인 프로젝트를 제공하는 한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둘째, 환경적 사회적 위험들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보다 활동적인 연구 조직을 구성해 일대일로 수혜국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 지역적 기구들의 역할이 결정적이며, 여기서 미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국제적 토론과 해결책 모색을 위한 허브가 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적당한 시기가 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안적인 인프라 건설 및 투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수준 높은 표준을 설정하고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면, 수혜국들은 일대일로 및 중국과 연계된 투자와 인프라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국가 행위자가 다양함을 이해한다면 미국은 그들과 협력해 내부에서부터 일대일로를 재형성하게 만들 수 있다. 일대일로의 전략적 중요성, 이질적인 다양한 행위자들, 그리고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정책 실행을 미국에 유리하게 돌릴 수 있다. 우선적으로 일대일로는 중국의 민족 부흥과 화평굴기를 추구하는 기본 정책 과제를 반영한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특정한 프로젝트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데, 안보 이슈를 심화시키는 것은 군사적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을 환기하고자 함이다.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중국 역시 어떤 항구를 건설하는 것이나 5G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만약 안정적인 국제적 환경을 해치게 된다면 추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안정적인 외부 환경은 중국의 지속적인 세계화에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대일로의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그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규정들을 개발하도록 중국에 요구할 수 있다. 이는 해외의 반발에 깊이 우려하면서 중국의 확장적 해외투자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기 원하는 중국 관료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국과 국제사회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확실한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확보한 다음, 그 프로젝트의 기획자, 투자자, 실행자인 중국 은행, 국영 및 민영기업, 지방정부들과 협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연구자 및 정책 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평가하고 현장에서 그들의 조치와 행태를 관측하기 위해 중국에 머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민주화하기 위한 미국의 ‘관여 정책’은 실패했지만, 미국 주도의 세계화는 기능적, 전문적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중국에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므로 해외 활동에서는 대체로 경험이 없는 중국의 실행 집단들이 이미 확립된 국제적 규범과 제도들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

    미중 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인가?

    2018년 후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통신회사 두 곳에 제재를 가했다. ZTE는 이란 및 북한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화웨이는 5G 서비스 제공을 통해 보안 위협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각각 제재 대상이 됐다. 이후 중국 회사 수백 곳이 미국 상무부의 우려 거래자 목록에 추가됐으며, 수출 제한 및 통제의 벽에 막혀 미국의 첨단 제품을 수입할 수 없게 됐다. 다른 조치와 결합한 이러한 징벌적 조치들은 두 경제의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특징됐다. 해외투자 제한, 학술 협력 축소, 미국 금융시장 이용 제한을 포함한 이러한 디커플링의 다양한 측면은 이것이 단순한 단기적 무역 긴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무역 전쟁과 팬데믹의 영향

    지난 수년간 경제학자들은 미국 시민과 기업의 행복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무역 적자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을 맹비난했다. 미국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는 중국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달리, 관세에 따른 비용 대부분을 미국민이 지불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아가 미중기업협의회(USCBC)의 조사에 따르면, 관세 때문에 다른 제품의 제조에 필요한 수입 자재와 부품 비용이 상승하면서 미국 일자리 24만5천 개가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의 우려 거래자 목록에 중국의 산업 대표 주자들이 등록된 사건은 중국의 기술적 야심에 중대한 타격을 줬다. 그러나 한쪽만 피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 미국의 대표적인 첨단 테크 기업들은 수입의 최대 20~50%를 중국에서 얻고 있다. 목록에 등재된 중국 기업에 제품을 판매하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미국 기업의 확장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조차 수출 제한에 따른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경고할 정도였다.

    중국을 압박해 해당 정책을, 특히 IP 지식재산 보호 관련 정책을 고치도록 하려면, 이러한 비용을 마땅히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강력한 IP 체제를 만드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며, 중국은 WTO에 가입한 2001년에야 겨우 첫 번째 특허법이 통과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진전이 있었다. 2020년, 미국 상공회의소의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회원 중 거의 70%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행사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는데, 같은 질문에 대한 2015년의 응답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그와 별개로 중국의 효과적인, 혹은 엄격한 코로나19 대응은 급격한 산업 회복을 촉진했다. 중국의 의료용품과 의약품에 대한 서방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2020년 중국의 무역 흑자는 2배로 늘었고, 덕분에 중국은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최초의 주요 경제국이 될 수 있었다.


    필수 제품을 중국에만 의존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더 작아졌다. 게다가 미국의 제한 정책이 무색하게도, 중국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 투자금이 대폭 증가했다.


    트럼프의 디커플링 조치에 대해 중국은 절제된 반응을 보였는데, 대표적인 예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Unreliable Entities List)’과 모호한 수출통제법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공표한 일이었다. 중국은 현재 바이든의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중국 지도부는 국내화 혁신을 추진하고 국내 공급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으며, 이는 디커플링 과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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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