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부터 편의점 빵까지 아침부터 줄 서게 하는 ‘오픈런’, 맛있게 취하고 싶은 날 혼술할 때도 소주보다는 ‘와인’, 하루 만에 14억 원어치 팔리며 MZ를 향에 취하게 한 ‘니치 향수’ 등등. 오늘날 가장 주목할 만한 소비 트렌드는 ‘프리미엄 소비’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저자는 이런 트렌드가 단지 고급품을 소비하며 상류층의 이미지를 얻으려는 기존의 고급 소비 경향과 구분됨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고객 데이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드회사 중에서도 국내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신한카드에서 15년 이상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 분야를 두루 거치며 쌓은 내공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저자는 미코노미 트렌드의 강세 속에 팬데믹과 불황 등이 어떻게 플렉스 이후 소비문화를 변화시켰는지 분석한다. 나아가 달라진 소비문화를 ‘팬시’로 명명한다.
팬시는 ‘멋지고 고급스러우면서 질 높은’이라는 형용사로, 힙하고 가치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요즘 소비 트렌드를 가리키고자 차용한 용어다. 팬시라고 하면 예쁘고 고급스럽지만 실용성에 비해 가격은 비싼 팬시용품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사실 ‘판타지’와 어원이 같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취향, 선호, 가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시대에 브랜드가 주는 판타지는 ‘필요’와 ‘욕구’를 넘어 현실에서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킨다. 제품이 넘쳐나는 오늘날,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판타지다. MZ세대 소비 트렌드를 ‘팬시’로 이해한다면, 요즘 소비의 기저에 있는 소비자의 욕망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최수하
저자 최수하는 브랜드 전략가, 트렌드 분석가, 콘텐츠 크리에이터이다. TBWA Korea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8년째 신한금융그룹에 근무하고 있다. 광고회사에 있을 때는 광고주인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외부자의 시각에서 연구했다면, 신한카드로 옮긴 뒤에는 내부자의 관점에서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브랜드 전략에 관한 입체적 통찰을 갖게 되었다.
- 10년 이상 브랜딩 성공 경험을 쌓은 브랜드 전략가
LG카드 홍보팀, 신한카드 브랜드 전략팀과 글로벌사업팀,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을 거친 브랜드 마케팅과 기획 분야의 전문가다. 수만 개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어떤 브랜드가 되어야 할지 늘 고민한다.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면서 현장 경험에 전문 지식까지 갖추었다.
- 국내 1위 카드사, 고객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변화를 놓치지 않는 트렌드 분석가
금융업계의 소비재 회사로 불리는 카드사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접하지만, 데이터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힙지로로 출근하는 길에서도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려고 한다. 소비자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다고 말할 게 아니라, 숨겨진 욕망과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먼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 더 멀리, 더 넓게, 더 깊이 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경영진뿐 아니라 외부 고객, 내부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부 영역을 확장했고, 심리학, 경영학, 뇌과학을 넘나들며 글을 쓰게 됐다. 세상에 관한 호기심과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진심, 이 두 가지를 살면서 놓치지 않으려 한다. 호기심 덕분에 얻은 인사이트로 다른 이들의 성장과 행복을 도울 수 있는, 진심 어린 울림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 차례
추천사
감수의 글
Prologue. 플렉스에서 팬시로: 결국 돈이 되는 시장, 프리미엄 소비가 커진다
PART 1. MZ를 사로잡은 팬시 소비의 탄생과 달라진 욕망
- 누리는 것이 곧 프리미엄인 시대
- 모든 기업이 MZ세대에 주목하는 진짜 이유
- 욕망에 진솔하고 취향에 진심이다
- 소득 상승의 한계, 소비로 채우다
- “취향도 플렉스” 가치소비로 당당해지다
PART 2. 프리미엄 소비 코드 #1 ‘특권’에서 ‘일상’으로: Find your fantastic lifestyle
- 호텔을 집처럼, 집을 호텔처럼 누리다
- 와인, MZ세대의 일상에 스며들다
- 프리미엄 스포츠, MZ라는 새 옷을 입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높아진 일상의 위상만큼 성장하는 산업들
PART 3. 프리미엄 소비 코드 #2 ‘사치’에서 ‘가치’로: Always worth pursuing
- 중고거래와 리페어라는 새로운 소비 스타일
- 최고의 메이크업, 향수에 눈뜨다
- 날 위한 집의 모든 것, ‘홈 라이프스타일’ 소비
[INTERVIEW] 번개장터: ‘장터’가 아니라 ‘백화점’으로 업을 재정의하다
PART 4. 프리미엄 소비 코드 #3 ‘가짐’에서 ‘누림’으로: New sustainable consumption
- 친환경 자동차로 자신을 드러낸다
- 지속 가능한 뷰티, ‘비건 뷰티’가 뜬다
- 부모가 된 MZ세대, 자녀를 골드 키즈로 키운다
- 1인 가구를 위한 주거문화의 진화
[비즈니스 인사이트] 현재 가진 것을 넘어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것으로
[INTERVIEW] 러쉬코리아: 멀리 내다보는 비즈니스 철학으로 업계의 선두주자가 되다
PART 5. 프리미엄 소비 코드 #4 ‘실재’에서 ‘가상’으로: Create your own virtual world
- 놀이와 소비, 모든 것이 가능한 꿈 같은 공간
- 디지털 오픈런이 열린다
[INTERVIEW] 배우 겸 화가 윤송아: 캔버스에서 NFT로, 경계를 허무는 곳에 대체불가 브랜드가 탄생한다
PART 6. 취향과 경험을 사게 하는 상위 1% 브랜드의 비밀: Young and Fancy people buy taste
- 발견: 새로운 고객, 니즈보다 깊은 욕망을 찾아라
- 연결: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강한 연상을 만들어라
- 자극: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세계로 끌어들여라
- 탐험: 경계 없이 잘 노는 방법을 제시하라
- 선망: 제한하면 갈망한다
Epilogue. 나의 취향과 경험에서 찾는 행복감
감사의 글
주
이미지 출처
MZ세대는 여전히 기업의 화두입니다. 고객이자 직원이 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기업마다 특별 전담팀이 생길 정도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들의 소비 트렌드는 종잡을 수 없다고 고민을 토로합니다. MZ세대가 제품과 브랜드에 열광하게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팬시, 취향을 삽니다
MZ를 사로잡은 팬시 소비의 탄생과 달라진 욕망
누리는 것이 곧 프리미엄인 시대
소비의 고급화, ‘팬시’ 소비가 뜬다
최근 세 가지 방향에서 소비의 고급화 현상이 뚜렷하다. 첫째, 구찌, 샤넬 등 명품 소비가 늘어났다. 둘째, 사치재(luxury goods)를 구매하는 연령대가 여러 세대로 확대됐다. 셋째, 기존에는 사치재로 볼 수 없었던 일상품이나 물성이 없는 경험을 사치재처럼 소비하기도 한다.
사치가 일상의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면서, 삶을 더 잘 누리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소비가 대중화되고 있다. 여기서는 이런 현상을 ‘팬시’라는 키워드로 제시하고자 한다. 팬시는 ‘멋지고 고급스러우면서 질 높은’이라는 형용사로, 최근의 소비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소비 트렌드 영역에 새롭게 가져왔다. 특히 오늘날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소비의 대중화 경향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한편 이런 프리미엄 소비를 삶의 질과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위로 보고, 프리미엄 소비가 추구하는 가치를 ‘누리미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누리미엄이란 ‘누리다’와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내가 만든 신조어다. 일상생활을 더 잘 누리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프리미엄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프리미엄에 대한 기준은 타인이나 기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10대에게는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를 사는 것이 누리미엄이지만, 40대 고소득층 소비자에겐 프리미엄이 아닌 흔한 일상이라 누리미엄으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팬시 소비는 ‘소확행’과 차이가 있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프리미엄의 의미는 없다. 오히려 가심비에 가까워 심리적 만족에 초점을 둔 키워드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프리미엄’은 ‘일정한 가격이나 급료 등에 여분을 더하여 매매되고 지급되는 금액’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품질 등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 제품보다 값을 더 지불하고도 구입할 의향이 있는 것을 말한다. 누리미엄은 ‘삶을 프리미엄하게’ 만드는 것으로, 편리함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누리고 싶은 모든 것이 기준이 된다.
프리미엄 소비의 대중화 현상은 ‘플렉스’와도 다르다. 팬시 소비는 단순히 가격 중심의 소비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질을 높이는 ‘가치’ 중심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현상까지 포함한다. 그 상품이 얼마나 비싸냐보다 생활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느냐에 관심을 가진다. 즉, 사치나 과시를 통한 일시적 만족보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심리적 만족감을 중시한다. 플렉스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구인, 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30세대 30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1%가 ‘플렉스 소비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자기만족이 중요해서’(52.6%, 복수응답),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43.2%),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 같아서’(34.8%),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 생각해서’(32.2%), ‘삶에 자극이 되어서’(22.2%) 등을 꼽았다. 플렉스는 자기 과시적인 성향을 표현하는 트렌드 키워드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심리가 있다. 코로나19 때부터 단체 회식 문화가 소규모 모임 또는 홈술 문화로 바뀌면서 와인, 수입 맥주 등의 판매량이 늘었다. 취하도록 마시는 것보다 적당히 기분 좋게 마시고 남는 저녁 시간을 자기계발에 쓰는 것도 MZ세대의 누리미엄이다. 다만 누리미엄을 즐기고 표현할 때 “나 오늘 플렉스해 버렸지 뭐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소득 상승의 한계, 소비로 채우다
행복의 척도인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삶의 질이 낮다고 인식하는 데에는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의 영향이 크다. ‘상대적 박탈감’은 미국의 사회학자 새뮤얼 스토퍼(Samuel Stouffer)가 1949년에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실제로 잃은 것은 없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무엇을 빼앗긴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요즘 소비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소비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더 많이 벌고 싶으나 ‘소득 상승의 한계’ 탓에 현재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상대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소비한다는 뜻이다.
대표적 요인인 부동산발 자산 양극화
지금 사회의 상대적 박탈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자산 급등,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로 인한 영앤리치 증가 등 자산의 격차에서 기인한다. 2022년 들어서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영끌족’ 등 대출이 있는 부동산 보유자와 대출이 없는 부동산 보유자 간의 양극화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23년에는 더욱 심각해질 텐데, 월급 등 정기적인 노동소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월급 200만 원을 받던 사람이 2배인 400만 원을 받으려면 일반적인 상황에서 10년 정도는 걸린다. 그 전에 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회사의 구조나 정책에 따라 2배까지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상승하지만 고금리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늘어나니,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노동소득의 한계가 더욱 극명해진다.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 상대적 만족감으로
이런 소득 상승 한계의 상황에 맞딱드린 사람들은 ‘소모형 소비’를 통해 좌절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심리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곳에 소비한다. 즉, 상대적 박탈감이 아니라. ‘상대적 만족감’을 추구한다. 인간의 심리상 약간 높은 목표를 부여하면 동기 부여가 되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목표가 과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확률이 높다. 현실 공간에서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는 현실적이다. 할부로라도 원하는 것을 살 수는 있다. 또 비싼 게 아니더라도 위시 아이템이었던 고급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 갓 볶은 원두로 내린 7000원짜리 핸드드립 커피 한 잔 역시 프리미엄 소비의 대상이다. 스몰 럭셔리로 나의 일상을 채울 수 있고, 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소비를 하는 것이다.
리셀테크, 소비도 투자다
한편, 사람들은 소득 상승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미래의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려는 욕구를 소비를 통해 충족하려고도 한다. ‘티끌 모아 티끌’,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지금 같은 시대에 와닿는 말이다. 그렇다고 소득 상승의 한계를 느낀 젊은 층이 당장 쓰는 데만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 ‘소모형 소비’ 못지않게 소비를 투자의 관점으로 대하는 ‘투자형 소비’도 한다. 영앤팬시들은 ‘티끌 사서 태산으로’ 키울 태세다.
MZ세대의 리셀 열풍은 달라진 소비문화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명품이나 스니커즈 중고 거래를 통한 재테크나 미술품을 구매하는 아트 투자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개인이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개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조각 투자, 짠테크는 일상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투자의 새로운 방식이다. 프리미엄 소비가 재테크와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MZ세대의 프리미엄 소비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미래 지향적 사고방식에 기반해 소비 대상을 투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권’에서 ‘일상’으로: Find your fantastic lifestyle
와인, MZ세대의 일상에 스며들다
와인 대중화의 요인
첫째, 물리적 접근성이다. 와인 유통 채널이 강화되면서 누구나 구매하기 쉬워졌다. 대형 마트, 편의점은 기존 와인 코너에 와인의 종류와 양을 보강했다. 특히 편의점은 1인 가구나 젊은 층이 가장 자주 가는 유통 채널이다.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지 편히 구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와인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홈술족, 혼술족이 많아지면서 슬세권이라 불리는 동네 편의점에 슬리퍼를 끌고 나가 1만 원대 와인을 사 와 집에서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 외에 와인 전문 숍들도 증가했다. 신세계L&B의 와인 판매 직영점인 와인앤모어는 2016년만 해도 한남동과 청담동에만 있었지만, 2022년 6월에는 총 46개로 늘었다.
둘째, 가격적 접근성이다. 중저가 와인이 많아져 젊은 층도 이전보다 가격 부담을 덜 느끼게 됐다. 이는 앞서 언급한 유통 채널의 확대와도 관련이 있다. 마트, 편의점에서는 매출을 늘리고 젊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저가 전략을 펼쳤다. 이마트는 2019년 4900원짜리 와인 ‘도스코파스’를 출시했는데, 4개월 만에 100만 병이 팔렸다. 이후 대형 마트들이 1만 원이 안 되는 저렴한 와인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런 가격 경쟁이 와인은 비싸다는 인식 탓에 와인 구매층으로 들어오지 못했던 MZ세대 고객들을 유인했고, 이를 계기로 와인을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했다. 이들은 점차 더 비싼 와인, 먹어보지 못한 다른 품종의 와인 등으로 소비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셋째, 심리적 접근성이다. 와인은 라벨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로 되어 있고, 품종과 와이너리 종류가 다양해서 이름조차 외우기 힘들다. 오늘 마신 와인 이름을 기껏 외워봐야 자고 나면 잊어버린다. 낯선 말이 난무해 고르기도 힘들고, 와인숍 직원의 설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실컷 듣고 나서 누가 추천해 주는 걸 고르거나, 귀동냥으로 익숙해진 와인 또는 라벨 이미지가 인상적인 와인을 집어 들게 된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높아진 일상의 위상만큼 성장하는 산업들
전통과 새로운 플랫폼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다
잘나가는 기업들은 산업 특유의 오랜 전통과 고급문화를 자사의 경쟁력으로 흡수했다. 와인과 골프는 정확한 유래를 알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 산업이다. 역사를 따지자면 와인은 수천 년, 골프는 수백 년에 달하지만 그동안 젊은 층과는 담을 쌓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종의 넘사벽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어떤 기업들은 이를 역으로 이용해 ‘알아가는 재미’를 제공했다. 역사가 긴 만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내고 기업의 경쟁력으로 강화한 것이다
이런 생존 경쟁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심리적 간극을 줄이는 ‘친화력’과 반복적인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경험형 또는 콘텐츠형 플랫폼’이 필요하다. 특히 콘텐츠는 해당 채널에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동력이 된다. 물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가짐’에서 ‘누림’으로: New sustainable consumption
친환경 자동차로 자신을 드러낸다
젊은 층이 친환경차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친환경적 이미지’가 세련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미지만 그렇고 실제는 그렇지 않다면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맹렬히 비판할 것이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도 상품의 친환경적 특성을 과장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녹색분칠’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친환경차는 주행 시 탄소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덜 해롭다. 또한 친환경차를 만드는 자동차회사들은 자동차 내부에도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동차 의자에 가죽 대신 비건 레더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EV6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와 아마씨 추출물을 사용했다. 도어 포켓, 크래시패드의 무드조명 가니쉬, 보조 매트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나파 가죽 시트에는 아마씨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공정을 적용했다. MZ세대는 환경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환경에 이로운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이벤트처럼 어쩌다 한 번 하는 것은 오히려 참여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타는 차를 전기차로 바꾼다면 일상에서 친환경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남들에게 자신이 환경에 신경을 쓰는 사람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둘째, 친환경차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운전자에 투영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차에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전기 충전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전기모터 등의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만의 인공 엔진 사운드를 만드는 것도 새로운 기술이다. 그래서 친환경차를 타면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즉, 남들에게 앞서가는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어서 구매하는 것이다. 젊은 층은 자동차의 승차감도 중요하게 보지만 ‘하차감’도 중시한다. 하차감이란 차에서 내렸을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봐주는지를 포함해 내가 느끼는 자부심 등 심리적 만족감을 뜻한다. 친환경차를 통해 나의 만족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가 감성적인 측면이었다면, 세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이다. 보조금 등 제도적인 혜택과 휘발유 대비 저렴한 연료비용 등 현실적인 조건이 좋다는 점이다. 비슷한 등급 자동차의 휘발유차량과 전기차를 비교하면 전기차가 훨씬 비싸다. 그러나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구매가는 비슷하거나, 전기차가 조금 더 비싼 수준에 그친다. 최근 유가 급등에 따라 휘발유와 전기의 연료비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2019년 7월 1300원 대였던 휘발윳값은 2022년 7월 2000원을 넘어섰다. 전기차 충전비가 주유비 대비 연간 약 200만 원 적게 든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차 기술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한 번 충전해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급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합리적 소비’가 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는 감성적 소비재
재미있는 사실은 자동차가 최근 감성적 소비재의 특징을 지니게 됐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브랜드가 주는 상징적 가치와 감성적 혜택을 매우 중시한다. 테슬라는 친환경 자동차의 대명사다.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휘발유차를 주요 사업으로 하면서 친환경차를 점차 늘려왔다. 반면 신생 기업 테슬라는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기술 결함 논란이 있긴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테슬라가 트렌디하고 혁신적이라고 느낀다. 이런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 친환경차가 있어도 테슬라를 선택할 것이다. 세계 전기차 1위라는 테슬라의 독보적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친환경 자동차는 대세가 됐고, 젊은 층 사이에서는 갖고 싶은 차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자동차는 앞으로도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제도적 혜택과 연료비 절감이라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친환경 자동차가 주는 고유의 이미지와 감성적 혜택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젊은 층은 자동차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동차 브랜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중시한다. ‘내 명의의 물건을 소유하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두지 않기에 신차 구매뿐 아니라 리스, 렌털에도 관심을 가지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평생 가지는 ‘소유’의 개념보다 일정 기간 타고 바꾸는 ‘누림’에 더 가치를 둔다. 자동차를 단순히 물건으로 대하지 않고 나의 감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감성적 소비재로 대한다. 자동차를 통해 나의 출퇴근길과 여행길, 누군가를 태우러 가는 길의 그 시간이 더 행복해지길 원한다.
취향과 경험을 사게 하는 상위 1% 브랜드의 비밀: Young and Fancy people buy taste
발견: 새로운 고객, 니즈보다 깊은 욕망을 찾아라
새로운 시장의 기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객을 새로이 찾아내거나, 신상품을 출시해 기존 고객에게 파는 방법이 있다. 초개인화 사회에 취향마저 세분화된 시대, 입맛을 맞추기 힘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다. 대기업들은 상품의 타깃군을 더 잘게 쪼개고, 신생 기업들은 대기업이 아직 공략하지 못한 빈틈을 찾아낼 수 있다. 창업 기회를 탐색하는 사람도 반드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회는 관찰에서 온다.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관성처럼 굳어 있는 행동 또는 습관이 있는지, 더듬이를 세우고 주위를 살펴보자.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그 무엇을 찾아라
한 남자가 수영장 파티에 갔다가 남자들이 입고 있는 수영복 패션이 여성들에 비해 볼품없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남자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트렁크 수영바지를 입고 있었다. 움직이다가 허리끈이 느슨해져 풀리면 불편했지만, 다시 묶었다. 디자인이 꼭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대안이 없어 산 옷들이었다.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도 멋을 챙기고 싶었을 테지만 입을 만한 옷이 없어 대충 입었을 이들을 보고, 그는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2007년 영국에서 론칭한 럭셔리 스윔웨어 ‘올레바 브라운’의 창업자 애덤 브라운(Adam Brown)의 이야기다. 신생 기업이지만 올레바 브라운은 기존 남성 수영복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렁크 바지 같은 아재 수영복이 아니라 테일러드 팬츠처럼 만든 스윔 쇼츠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테스트를 거친 잠금 고리와 지퍼, 옷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 하나하나를 모두 엄선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착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에 유머를 심어라
양말 전문 브랜드가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던 20대 디자이너가 2011년에 론칭한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삼성전자, 마르디 메크르디 등 300여 곳의 기업과 컬래버를 진행할 정도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업무 강도가 센 패션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월요일에 정말 출근하기 싫었다고 밝혔다. 월요병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예쁜 양말을 신는 것.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그녀의 양말 전문 브랜드가 탄생했다. 창업은 힘든 길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이라면 감내할 수 있는 한계선이 높아진다. 그녀도 스스로 양말 덕후였기에 그 과정을 이끌고 갈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에 유머 코드를 심어 작은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라. 싫은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군가는 외면하거나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요소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해 유머 코드로 살짝 비틀었다. ‘아이헤이트먼데이’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싫어하는 월요일에 양말로 위로를 건넨다는 뜻이다. 네이밍 자체에서 오는 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매장에는 복사기, 캐비닛을 인테리어 요소로 꾸미기도 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브랜드에 위트 있게 녹인 것이다. 양말의 내구성과 착용감 등 품질 측면에서도 호평받고 있지만, 구매자들은 왠지 모를 심리적 위로도 받는다.
아직 브랜딩하지 않은 상품군을 찾아 ‘욕망’을 끌어내라
고급화는 제품의 가격만 높이면 되는 걸까? 그러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다. 높은 가격을 낼 의향이 생기도록 소비자에게 ‘기능적 편익’과 ‘심리적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작은 제품도 고급화가 가능하다. 기능적 편익이 ‘니즈’라면 심리적 가치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미엄 양말, 타월, 행주 등은 일상에서 나의 분신처럼 함께 있지만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제품들이다. 싼값에 사서 쓰고 버리면 되니 굳이 돈을 더 주고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제품들이 지갑을 열게 한다. 수준 높은 일상을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단순히 필요해서 구매했던, ‘니즈’에 충실하면 되는 생필품이었을 뿐이다. 이런 제품을 안 후에는 ‘아, 왜 진작 몰랐을까. 생활의 질이 달라지네’라고 느낀다.
프리미엄 소비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매일 쓰는 일상용품에서도 자신의 만족을 중시한다. 집 안에 있던 작은 물건 하나만 바꿔도 라이프스타일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것, 그런 부분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 거기에 상품화의 기회, 브랜드화의 기회가 있다. 고객을 발견하여 욕망을 건드리면 없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보이지 않던 시장이 보일 것이다. 기회(chance)를 발견하면 변화(change)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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