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시대
 
지은이 : 김광석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22년 06월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완화적 통화정책 중단, 선진국과 개도국 간 불균형 회복 시나리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분쟁, 원자재 가격 및 국제 유가 상승으로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41년 만에 긴축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부의 재편’을 알리는 이 시대의 경제를 전망해봅니다.


    긴축의 시대


    초인플레이션과 긴축의 시대

    이른바 초인플레이션의 시대다. 미국은 41년만의 인플레이션 쇼크가 발생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작용했던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긴축의 시계가 빨라졌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났지만, 코로나19 봉쇄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한 신흥개도국들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공급망 대란으로 원자재와 부품 전반에 걸쳐 가격이 상승하던 터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인플레이션 불꽃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처방도 달라진다.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고, 신흥국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에 해당한다. 그 어떤 나라들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빅스텝이든 자이언트 스텝이든 동원해야 한다. 경제도 견고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흥국들은 아직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할 만큼 경기 흐름이 지지부진한데, 물가 부담만 가중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에 처해 있다. 따라서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으로 달려갈 때, 함께 따라가기보다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물가 잡겠다고 기준금리를 올렸다가는 경기침체라는 더 무서운 악당한테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시대를 관통하는 경제의 흐름을 한 눈에 보여준다. 경제가 생물이라면, 금리는 피와 같다. 경기 및 물가와 같은 실물경제가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금리는 다시 환율 및 증시와 같은 금융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는 금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의 투자 의사결정이나 기업의 경영 전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압력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별로 혹은 계층별로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보급 속도가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백신 보급 속도가 높은 선진국의 경우 코로나 19 이전으로 경제가 회복될 수 있지만, 나머지 신흥 개도국이나 저소득 국가는 경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선진국들이 먼저 바운싱 백 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증가한 반면, 개도국들은 여전히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탄광이나 공장이 셧다운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원자재나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공급망 병목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 결과 원자재를 비롯한 물가 전반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돈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에 위협적인 요소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모든 국가가 금리를 인상한다. 그런데 문제는 금리를 인상해도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했다. 전쟁 자체도 불행한 일이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자원국이라는 것이 큰 문제다. 원자재 공급망 병목 현상이 가중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런 일들이 쉽게 끝날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고물가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고금리 제도를 도입한다. 고물가-고금리가 함께 맞닥뜨리는 경제, 이것은 이전과는 다른 경제의 모습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놓인 굉장히 중요한 전환들이 있다. 이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디지털 대전환’으로,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람이 직접 운전했던 자동차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장 대표적인 디지털 전환이다. 두 번째 대전환은 ‘에너지 대전환’이다.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 기반의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으로의 전환이다. 자동차로 다시 예를 들어보면 기존 가솔린 차에서 전기 차로의 전환이다. 세 번째 대전환은 ‘긴축의 시대로의 전환’이다. 완화의 시대에서 긴축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대전환과 디지털 대전환을 이루면 향후에는 석탄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대신 에너지 대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계속 부상할 것이다. 예를 들어 풍력 발전이 가능하게 하려면 희토류라든가 실리콘이라든가 망간, 마그네슘, 리튬 같은 비철 금속 소재들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광물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세계 경제는 글로벌로 분업화된 체계였다.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며 많은 국가는 공급망 분업화된 체계가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원자재든 부품이든 스스로 생산하자는 입장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2020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을 경험한 자동차 강국들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자립화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2022년 제조기업들의 최대 과제가 공급망 대란인 만큼, 각 기업은 원자재, 소재, 부품 등을 스스로 조달하는 내재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을 더 가중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화의 종식을 알리는 포성이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러 갈등은 미․중 패권전쟁과 맞물려 탈세계화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5월 23일 미국은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출범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간의 블록을 형성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체라는 면에서, 그리고 중국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는 세계화의 종식에 대응해야 한다.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탈세계화라는 구조적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나 부품의 수급 안정이 경영 전략의 관건이 되고 있다. 공급망 병목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원자재나 부품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중대한 전략 과제가 될 것이다. 즉 기업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입선을 어떻게 다변화할지를 모색해야만 한다. 국가별 불균형 회복을 인지하는 것은 신시장 개척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이라는 관점에서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경제 회복이 당분간 선진국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2023년에는 식료품 원자재의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가 세계 경제를 위협할 전망이다. 원자재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 반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2020년 2분기 이후 식료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다섯 가지 배경을 살펴보자. 첫째, 국제유가 상승이 식료품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가 식료품 원자재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 연료가 부상하면서, 대체에너지로서 주요 곡물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넷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원자재 가격에 ‘기름 붓기’에 비유될 만하다. 다섯째, 글로벌 식량안보 경쟁이 식료품 원자재 가격을 더욱 요동치게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식량안보 경쟁이 시작되어 세계 각국은 식량 재고를 축적하기 위한 움직임을 단행해왔다. 보호무역 조치는 또 다른 보호무역 조치를 불러올 것이다. 세계 경제는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놓였고, 각국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식료품 물가 안정을 위해 자국의 농산물 수출을 막고, 해외 수입을 추진하는 이른바 ‘식량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단기적으로 식량 위기관리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인 한국은 식료품 원자재 슈퍼 스파이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정 비축량 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식량자원 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농업 정보망과 기술력을 갖추어 생산성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셋째, 식료품 원자재 가격의 충격을 관리해야 한다. 식료품 제조사들은 장기적 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부진한 경영 성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용 상승분을 메뉴 가격에 반영하는 가격 전가 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이중고를 치유해주는 정책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제적 식탁 물가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똑같은 식료품 물가 상승도 저소득층에만 유독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에, 식료품 바우처 제도를 확충하거나 취약계층을 위한 필수 식료품 직접 지원 등의 정책 마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돈의 대이동(Money-Movement)

    긴축의 시대로의 전환은 단순히 시대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를 송두리째 뒤바꿔놓는 것이다. 금리라는 것은 곧 돈의 가치인데 돈의 가치가 바뀐다는 말은 물건의 가치, 자산의 가치가 바뀐다는 뜻이다. 또 돈과 돈의 교환 가치인 환율도 바뀐다. 전방위적으로 돈의 가치가 이동함에 따라 경제 전반에 걸쳐 그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이런 시대의 전환과 함께 우리는 어떤 경제 환경에 놓일 것인가?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었다. 이토록 충격적인 경제 위기가 없었기 때문에 금리를 이토록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유동성을 이토록 공급한 적이 역사상 없었다.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재정도 참 많이 투입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추경도 했다. 모두 유동성을 시중에 뿌린 정책이다. 코로나19 이후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보면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유동성 공급을 엄청나게 했다. 그러면서 ‘자산 거품’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순식간에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가치는 폭등했다. 우리나라의 집값은 코로나19 이후에 20% 정도 올랐다. 그런데 우리나라 집값만 오른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자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가 심화되었다.


    경제가 회귀점에 도달하면서 자산 거품이 꺼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 역시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의 자산 가치 상승은 실물경제와 무관하다. 풍선으로 치면 바람(실물경제)도 없이 풍선(부동산)이 커지다 보니 부작용을 우려하는 게 당연하다. 재테크란 내 소득의 일부를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소득을 주식과 바꾸거나 집과 바꾸거나 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혹은 원유나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자산 가치가 어떻게 오를 것인지 들여다보고, 이 자산 중에 어떤 자산의 가치가 더 높게 형성될 것인지를 전망해보아야 한다. 결국 금리의 향방을 읽고 향후 어떤 자산 가치가 더 높게 형성될지를 판단해나가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나 통화 정책 등 경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그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전환의 변화 앞에 놓여 있다. 디지털 대전환, 에너지 대전환과 같은 대전환의 경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뭔지, 또 앞으로의 트렌드가 뭘지 들여다봐야 한다.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편승한 유망한 산업은 무엇이고, 그 유망한 산업을 이끄는 대장 기업은 무엇일까 예측해야 한다.



    긴축의 시대, 기준금리 빅스텝 인상

    초인플레이션 현상 속에 주요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강도 높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준금리 인상 폭을 빅스텝으로 올리면서 기준금리 스탠스(stance, 태도)의 전환이 일어났다. 천천히 올릴 계획이었는데, 전쟁 이후에는 급격히 올리는 행보가 예상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유로존도 마찬가지다. 그뿐만 아니라 신흥국들도 역시 너무 높은 물가 상승세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그걸 잡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또 러시아 같은 경우는 특별히 루블화 가치가 너무 떨어지므로 루블화의 가치를 올려놓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했다. 초인플레이션 현상이 선진국들의 기준금리 빅스텝 행보를 만든다. 긴축의 시대로의 전환이다. 긴축의 시대, 빅스텝, 금리 인상기, 초인플레이션… 이 모든 말이 결국 다 같은 뜻이다.


    물가상승 압력은 미국과 유럽에 더 집중됐었고 신흥국에서는 그 압력이 덜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4%대 물가이기 때문에 더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우리나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경제 규모는 줄어들고, 실업은 늘고, 소득은 줄고, 물가만 오르는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말 그대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찾아오는 경제, 그런 경제가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다들 알다시피 고물가와 고성장인 경제 상황이 인플레이션이다. 반대로 저물가이고 저성장이면 디플레이션이다.


    그런데 이 중에 안 좋은 것만 골라보자. 바로 저성장과 고물가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한 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쉽게 말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과 물가가 따로 움직이는 흐름이다. 차라리 성장률과 물가가 같이 가면 통화정책을 결정하기가 쉽다. 우리 경제는 지금 당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금리를 인상할 수 없다.


    이처럼 통화정책의 스탠스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자이언트 스텝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역시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을 바라보면서 베이비 스텝을 할 것인가, 빅스텝을 결정할 것인가 여부를 2022년 하반기 내내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달러의 가치가 커지고 개도국에 투자했던 자금이 급속하게 빠지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물가를 잡자니 인상해야 하고 경기 침체를 방어하자니 금리를 동결해야 하는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출이 우려되므로 또 금리를 올려야 한다. 인하 혹은 동결보다 인상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는 경제인 것이다.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일정도 참조하면서 다양한 투자 의사 결정을 하길 바란다.


    신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한 정책 행보에 집중해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져올 경제 여건 변화를 관찰해 정책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취약한 구조를 지녔다. 통화, 재정 정책 모두에 있어 신중함이 요구된다.


    통화 정책 정상화 속도부터 조절해야 한다. 과도한 재정지출은 국채금리를 상승시키고 구축 효과(crowding-out ․ 정부 지출 증가로 민간 부문 투자가 감소하는 현상)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봐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긴축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것은 피할 수 없고 정해진 미래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적 변화 속에 우리 개인은 어떤 변화에 직면할 것인가. 부동산, 주가, 환율의 변화 속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투자를 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까? 기업이라면 어떤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고, 정부는 또 어떤 정책들을 동원해야 할 것인가?



    금리의 역습, 반항하는 경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면 신흥국에서는 자금이 계속 유출될 수 있다. 그러면 신흥국의 주식 시장은 안 좋을 것이다. 또한 대외 거래라는 측면에서도 수출입이라는 관점에서 채산성을 좌지우지한다. 달러 가치가 높으면 비싼 값에 물건을 팔 수 있으니 수출 기업에게 유리하다. 반면 달러 가치가 낮으면 저렴하게 물건을 사 올 수 있으니 수입 기업에게 유리하다. 이처럼 환율은 경제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좌우하므로 중요한 것이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환율 변동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 관점에서는 수출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자본시장 관점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과 유출을 결정짓기도 한다. 따라서 경제 주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전망될지를 그려보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럼 2022년의 여건은 어떤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다른 나라는 더 가파르게 인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결국 달러 가치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도 결국 다 같이 강해진다. 환율이라는 것은 교환 비율이기 때문에, 반드시 강한 달러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22년 같은 경우는 미국만큼 강도 높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나라는 없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한 달러의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


    그럼 강한 달러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달러의 강세가 나타나면 자본 시장은 더욱 혼란해질 것이다. 외국인이 투자 자금을 회수함에 따라 한국 주식의 강세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라면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구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경기 침체를 유도할 우려가 있다.


    둘째,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이면 긴축적 통화정책을, 디플레이션이면 완화적 통화정책을 도입하면 되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고 있기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높은 물가를 잡자니 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경기 침체를 막자니 금리를 동결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셋째, 달러 강세는 수출 기업에는 기회가 되겠지만, 수입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 식료품, 철․비철금속 등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공급난이 더욱 가중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강한 달러의 시대를 대비하는 지원책을 준비하고, 기업은 거시경제 여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2021년부터 에너지와 국제 유가에 투자하라고 권해왔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발전, 이를테면 태양광, 풍력 발전 등으로 전환할 것이다. 그러면 이런 발전에 필요한 비철금속 광물 소재에 투자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또한 인플레이션에 투자하라. 우리나라는 유독 소재 부품 장비,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하는 비중이 전체 수입액 중 87%나 된다. 이처럼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핵심 원자재를 특정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소재, 부품, 장비를 국산화하거나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새로운 경제 상황으로 접어드는 지금,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어떤 추세를 보일 것인가?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다. 위드 코로나의 흐름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의 시대에는 경제의 탄탄한 회복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만큼은 상승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사실 모든 자산 가치가 폭등했고 부동산 가치도 폭등했는데, 한 가지만 급락했다. 그게 바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충격을 받았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수요와 공급의 매칭으로 인해서 다시 저점을 딛고 회복되는 기조다.


    두 번째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자. 부동산 시장을 판단할 때는 수요와 공급을 우선적으로 봐야 하지만, 이것과 상관없이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또 움직일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파른 속도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산 가치의 상승 압력이 줄어들고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이다. 주거용 부동산, 즉 아파트 매매 가격의 평균 증감률을 보면 하방 압력이 거의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가격 상승세가 거의 제로에 가깝게, 거의 변동 없이 움직일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추이는 기본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방 압력으로는 계속 작용할 것이다. 양적긴축과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실질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주식 시장에는 하방 압력이 생긴다. 왜냐하면 머니 무브먼트, 즉 돈이 계속 은행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저축 금리가 올라가니까 사람들이 주식보다 은행에 저축하지 않겠는가. 많은 사람이 굳이 이런 불확실성을 안고 주식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더군다나 달러 강세라는 환율 시장의 변화까지 같이 작용한다면 한국 코스피의 반등은 뚜렷하게 유지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과 빅스텝이라는 것은 선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가 지표는 보통 선행 지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선행해서 이미 여러 투자자가 빅스텝을 예상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빅스텝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미 연준의 행보보다 앞서서 움직인 것이다. 따라서 주가가 선반영된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추가적인 조정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박스권 장세에 계속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질서는 무질서가 되고, 새로운 질서가 등장한다. 이처럼 달라지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 향후 부상할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내 소득을 지불하고 그 자산과 바꿀 것인가에 따라서 우리 개인은 경제 회복 정도가 체감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의 부가 늘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떤 변화가 내 앞에 계속 전개될 것인지, 특히 금리라는 변화와 산업의 대전환 등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그 변화에 걸맞게 살아가야 한다. 변화 속에서 길을 잃지 말고 계속 쫓아가자. 더 나아가 변화를 먼저 들여다보고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런 긴축의 시대도 무섭고 어려운 경제가 아니라 충분히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경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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