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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할 틈 없는 경제학
저   자 : 테이번 페팅거
출판사 : 더난출판사
출판일 : 2022년 04월

  • 지루할 틈 없는 경제학


    경제적 오류

    기계를 모두 부숴버리면 일자리가 보존될까_러다이트 오류

    19세기 초 영국의 숙련된 섬유 노동자들은 자동화된 섬유 기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규모 가내 수공업에 종사하던 그들에게 새로운 기계와 대형 공장은 생계를 위협하는 적이었다. 일자리를 잃게 될 터였다. 결국 그들은 반격에 나섰다.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라고 불리는 ‘기계 파괴 운동’ 이 일어났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경제에 약간의 혼란을 가져오긴 했어도 고용 수준 전반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다.


    실제로 19세기 영국을 예로 들면 대형 공장과 자동 방적기는 섬유 및 의류 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했다. 물론 수작업으로 옷을 만들어오던 장인들은 노동력 경쟁에서 도태됐다. 기계가 자신들의 생계수단을 끊고 빈곤의 원인이 됐다고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늘 더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하며,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2차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2차 효과의 첫 번째는 새로운 기계와 공장이 새로운 고용을 창출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공장 노동자로 유입됐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당시 제조업 일자리는 농업 노동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았다. 이는 공장 노동자들이 농장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높은 지출 능력을 갖게 됐음을 의미했다.


    두 번째는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의류 가격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기존 맞춤옷은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옷값이 저렴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구매 여유가 생겼다. 더욱이 19세기 때부터 철도, 관중스포츠, 레저와 같이 새로운 산업이 급격히 성장했다.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은 연구 개발 부문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분야에서 새로운 고용을 창출했다. 이는 자부심 높았던 소수의 숙련공에게는 가슴 아픈 현실이었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수에게는 커다란 기회이기도 했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됐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렇더라도 일자리 재분배 과정은 고통을 동반한다. 신기술 분야의 업무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요원한 일로만 느껴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도, 일부 노동자는 몇 년 동안 실직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실업만 문제도 아니다. 일자리에서 자부심과 만족감을 잃게 되는 것도 문제다. 손수 옷을 만들던 숙련된 장인이 이론적으로는 분업화된 대형 공장에서 반복적인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직업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오늘날의 새로운 기술은 19세기 산업혁명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했다. 기계는 숙련된 인간 노동력을 아예 대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론적으로라면 이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총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직업이 강력한 독과점 기업을 소유한 사람들이나 기계를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에게만 불균형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세상이 불평등해지는 동안 승자는 파이에서 더 많은 몫을 챙겼지만, 저숙련 노동자들의 파이는 점점 더 작아졌다.


    그렇다면 이제 3D 프린터와 배달 드론을 깨부숴도 되는 것일까? 러다이트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일까? 그러기에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다. 기계가 우리를 의학적으로 치료하거나 경제학을 가르칠 수는 있다고 해도, 인간의 공감 능력과 실제 사람이 보이는 이해력은 결코 복제하지 못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


    아울러 생겨날 일자리보다 사라진 일자리를 떠올리는 게 언제나 더 쉽다는 점에서 우리의 상상력은 아직 부족하다. 어떤 새로운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신기술은 제조나 운송 분야에서 계속 일자리 손실을 초래하겠지만, 새로운 직업이 다른 어느 분야에서 생겨날지 누가 알겠는가?



    정치적 곤경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추가 확산을 줄이고자 정부는 상점 방문 고객 수를 조정하고, 여행을 규제하고, 클럽이나 피트니스 센터 같은 특정 영업장을 폐쇄하는 등 경제 활동에 제한을 가했다. 이 제한은 생산량 감소와 실업률 증가라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지만, 감염률과 입원율 그리고 사망률 감소라는 보건 환경 개선과도 연결됐다.


    이럴 때 정부는 국민 건강과 경제 성장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자체가 정부에 ‘정치적 곤경’이다. 제한을 가하면 보건 환경은 개선되지만, 경제 상황은 악화한다. 제한을 풀면 경제는 좋아지지만, 방역에 구멍이 뚫려 국민 건강을 소홀히 한 대가로 치르게 된다. 어떤 선택도 최선이 아니다.


    그런데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보건비를 초래할 수 있다. 실업률은 스트레스 및 건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돈이 없으면 건강을 챙기기 어려워진다. 빈곤 계층이 확산하면 사회 전반으로 보건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가의 경제력은 보건복지 역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경제 활동 제한은 성장률을 현저히 낮추고 세수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정부는 소득세, 지출세, 법인세가 감소한 상황에서 방역, 의료, 실업 급여, 생계 지원 등 다양한 부문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의료비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과 경제 사이의 균형은 명확하지 않다. 다시 말해 절충점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비단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지 않아도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불안한 환경에서는 사람들 스스로 경제 활동을 줄인다. 아무런 행동 변화가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위험을 회피하고자 집에 머무는 쪽을 택한다. 따라서 경제를 되돌리려면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도록 확진자 수를 줄여놓는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 쓰이는 용어 가운데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있다.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관계를 뜻한다. 보건과 경제의 관계도 그렇다. 규제와 개방 어느 것도 너무 길게 지속하면 안 된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상황에서는 규제를 늦추기보다 서둘러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보건 환경과 경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쳐서 단기 트레이드-오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 착용 생활하는 물론 진단 기술, 감염자 추적, 격리, 재택 업무, 원격 회의 등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는 직업과 뜨는 직업이 구분됐고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기도 했다.


    경제 활동 규제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아예 모든 문을 열면 결국 사회가 집단 면역을 구축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바람대로만 되면 보건 환경과 경제 회복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상당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 비용은 모두 생존자들이 감수해야 한다. 의학계에서도 대부분 회의적이다. 단기 전략과 장기 전략을 모두 마련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정치적 곤경’을 겪고 있지만, 보건과 경제의 단기적 트레이드-오프를 유념하면서 동시에 장기적 트레이드-오프를 해결할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실생활 경제 상식

    물가가 내려가는 게 좋은 현상일까

    ‘디플레이션(deflation)’은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장기간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에서 유의할 부분은 디플레이션이 그저 더 값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락한다는 뜻이다. 언뜻 보면 디플레이션이 좋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디플레이션은 심각한 경제 문제를 초래하므로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디플레이션을 피하려고 애쓴다.


    물가가 내려가는 게 안 좋은 현상일까? 소득은 유지되는데 가격이 하락하면 물건을 더 많이 살 수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디플레이션 기간이 길어지면 생산이 위축돼 소비 및 투자 감소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기에 가격 인하를 매우 꺼린다. 경기 침체기에 수요가 감소하면 기업은 생존에 사활을 걸게 돼 투자를 유보하고 생산 지출을 줄인다. 생산이 줄어들면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이 하락한다. 이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고 상품과 서비스의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한다.


    물론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측면이 있어서 저축하는 사람들에게는 디플레이션이 유리하다. 금리가 낮아도 돈이 귀하니 화폐 구매력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저축이 이익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는 차입과 투자가 감소하는 요인이 된다. 기업과 개인 모두 돈을 아껴야 할 강력한 명분이 생겼으므로 지출을 꺼릴 것이다. 지출을 줄이고 더 많이 저축한다는 결정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절약의 역설’처럼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가 더욱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2000년대 일본이 좋은 사례다. 디플레이션과 물가 하락이 장기화하자 긴축해야 한다는 소비 심리가 팽배해졌다. 가격 하락이 수요 감소를 유발하고 수요 감소는 또다시 낮은 가격으로 이어졌다. 디플레이션의 모든 악영향이 전개됐다. 낮은 물가가 실질 채무 가치를 상승시켰고 저축을 유도했으며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편으로 디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인 것은 맞지만 언제나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원인에서 발생한 디플레이션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한 디플레이션은 그 원인이 수요 감소와 경기 침체였다. 그런데 디플레이션은 생산성과 효율성 증가로 발생하기도 한다. 다른 부작용 없이 가격 하락의 이점을 볼 수 있기에 디플레이션의 ‘좋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이뤄지면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어서 더 낮은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다.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노동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도 인상할 수 있다. 그러면 더 낮은 가격과 더 높은 소득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누리게 된다. 이런 디플레이션에서는 개인이 마음껏 사고 싶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19세기 말인 1870~1890년 미국과 영국의 주요 산업은 물가 하락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경험했다. 강철을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해준 베세머 공정, 한층 개선된 증기 기관, 더 편리해진 철도, 전보와 같은 새로운 통신 장체는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고, 이에 반해 건설과 운송 및 농업 비용은 모두 하락해 투자와 지출이 성장을 촉진하면서 가격이 대폭 낮아질 수 있었다.


    이런 ‘좋은’ 디플레이션을 다시 경험하려면 이때와 유사한 혁명적 기술이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시대에는 ‘좋은’ 디플레이션을 만날 확률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나쁜’ 디플레이션을 겪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향후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을 앞설 전망이며, 글로벌 경제 정책의 최우선 관심사가 될 것이다. 



    전쟁의 경제학

    자유무역이 국가를 얼마나 번영시킬까

    아마도 대다수 경제학자가 동의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자유무역의 이점일 것이다. 경제에서 자유무역은 더 낮은 가격, 더 열띤 경쟁, 규모의 경제 및 수출 산업에 대한 더 큰 기회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처럼 자유무역의 이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부 경제학자는 나라가 더 부유해지려면, 달리 말해 국가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관세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경제학자 장하준(1963~)과 같은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자유무역의 미덕을 칭송하는 선진국들이 정작 자국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할 때는 관세에 의존했다고 꼬집는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자유무역 국가를 대표하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들도 실제로 상당한 수준의 ‘보호무역주의(protectionism)’를 이용했다.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1789~1846)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로 이익을 봐놓고 후발주자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모습을 ‘사다리를 걷어차기’에 비유했다. 자신들이 이용한 사다리(보호무역)를 걷어차서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위선적이라는 비판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비교 우위론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1차 산업이 가장 기회비용이 적게 드는 최적의 분야이며, 다른 선진국들은 제조업과 서비스를 특화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농업이나 광산업 같은 1차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아프리카에 도움이 될까?


    국가의 경제가 1차 산업에만 특화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우선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소득이 감소한다. 그리고 1차 산업 경제에서는 성장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첨단 기술 제품 수요가 훨씬 많다. 1차 산업에 기반을 둔 경제에서는 교육 및 노동 생산성을 높일 유인이 낮으므로 경제 성장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유무역의 이점은 나라마다 동등하지 않다.


    자유무역의 혜택으로 성장한 국가도 많다. 2000년대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바람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평균 관세 장벽이 낮아졌는데, 이때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과 같은 이른바 BRIC 국가들이 강력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처럼 자유무역이 국가의 경제 발전을 돕는 신용 보증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자유무역만이 경제 성장의 진리라고 믿어서는 곤란하다. 한 국가가 경제를 다각화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시의적절한 관세 정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환경의 역습

    재활용은 좋은 것일까

    재활용이 목표는 원자재 생산과 소비로 인한 환경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재활용은 쓰레기 매립을 줄이고 에너지와 원자재를 절약해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이다. 재활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환경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활용이 아니라 제품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재활용은 환경을 위한 만병통치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족한 자원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재활용의 첫 번째 장점을 쓰레기 매립지 확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WB(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매립지 폐기물의 메탄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의 5퍼센트를 차지한다. 쓰레기 매립이 유발하는 외부효과다. 더욱이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토지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과 소비가 증가하면서 쓰레기 매립량이 급증하고 있다. 재활용이 많아지면 쓰레기 매립량도 줄게 된다.


    재활용의 두 번째 장점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캔 1톤을 재활용하면 같은 양의 알루미늄 캔을 생산하기 위해 광석을 채굴, 운송, 정제하는 데 드는 것보다 95퍼센트 적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재활용 과정에서도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원자재로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적다.


    재활용의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아우르는 다소 복잡한 문제도 있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피터 판 뷰케링(1967~)은 재생지와 같은 재활용 제품 생산이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가치 있기 때문에 폐기물 재활용 수요도 개발도상국에 더 많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재활용 대부분이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재활용 폐기물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다. 환경 운동가들은 이 행태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한다.


    재활용도 경제 법칙이 작동하는 산업이다. 그냥 버려지는 플라스틱 대부분은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 재활용할 유인이 없어서 쓰레기 매립지행 트럭에 실린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자료에 따르면 전체 플라스틱 가우데 10퍼센트 미만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쓰레기 매립지에 묻힌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적은지 알게 된 지금도 페트병을 깨끗이 씻어 분리수거함에 넣는 데 기꺼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까?


    희소한 자원을 관리하고 환경오염 등 부정적 외부 효과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근본적인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를 줄이고, 판매용 생수보다 물에 담아 다니거나, 재활용보다 재사용을 생활화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가능한 한 소비를 줄이고 재사용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기에만 기대기에는 현실인 어려움이 있다. 환경오염을 막고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재활용이 꼭 필요하다. 재활용만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몇 안 되는 노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신화

    경제는 더욱 균형을 이뤄야 한다

    우리는 경제가 균형을 갖추려면 농업, 제조업, 서비스 같은 산업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가 어느 한 부문, 예를 들면 서비스에만 의존하고 제조업 제품은 수입해서 쓰면 경제가 불균형해져 문제가 발생한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상향을 위해 산업의 균형 발전을 이루려는 노력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미국이 중국에서 공산품을 수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공산품을 수입하는 이유는 국내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때 미국 경제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발상은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을 보호하고 미국 소비자가 국내 생산 공산품을 더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어떤 재화를 수입에만 의존하는 나라를 순수입 국가라고 부른다. 농업 생산물을 순전히 수입으로만 충당하면 농산물 순수입 국가다. 미국이 공산품 순수입 국가라면 무역에서 공산품과 관련해 경상수지 적자, 즉 무역 적자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한 공산품 비용을 무슨 수로 지불했을까?


    경상수지와 함께 국제수지를 평가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자본수지’다. 경상수지가 상품 및 서비스의 무역 균형에 관한 것이라면, 자본수지는 국가 간 자본 거래에 따른 균형과 관련이 있다. 변동 환율에서 경상수지는 자본수지에 정확히 반영된다. 달리 말해 미국이 1,000억 달러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면 이는 1,000억 달러 자본수지 흑자를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수지는 계좌 이동, 자산 구매, 자금 이체 등의 국제적 금융 흐름을 측정한 결과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지불한 달러는 갖가지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되돌아온다.


    현대 경제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전문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 산업이 몰락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모든 산업은 광범위한 규모의 경제로 인해 점점 더 전문화했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 규모의 경제를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 소수의 산업만 국가가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중국이나 인도과 같은 국가는 제조업을 전문으로 하고 프랑스와 영국과 같은 나라는 금융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나은 전략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는 최첨단 IT 기업의 요람으로 성장했고, 전문적으로 훈련된 인력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오늘날 경제에서 산업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은 이 규모의 경제와 맞서 싸우겠다는 뜻이며, 싸움의 결과는 굳이 지켜보지 않아도 모든 자국 산업의 경쟁력 상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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