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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지 않는 걱정의 힘
저   자 : 정우석
출판사 : 더난출판사
출판일 : 2021년 05월

  • 흔들리지 않는 걱정의 힘


    불안이 독이다

    위대한 기업이 무너지는 이유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 순식간에 몰락하는 때가 있다. 저명한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2001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서 그는 에벗, 서킷 시티, 패니메이, 질레트, 킴벌리 클라크, 크로커, 뉴커, 필립 모리스, 피트니 보즈, 월그린즈, 웰즈 파고 등 총 11개 회사를 위대한 기업으로 꼽았다. 하지만, 15년이 지나는 동안 몇몇 위대한 기업이 사라졌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면도기 업체 질레트는 2005년 P&G에 합병되었고, 전자제품 및 컴퓨터 관련 제품을 취급했던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서킷 시티(Circuit City)는 2008년 금융위기를 넘지 못하고 2009년 파산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의 대형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Fannie Mae)는 금융위기로 망하기 일보 직전, 미국 정부의 사상 최대 구제금융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사실상 국유화됐다. 그래서일까? 짐 콜린스는 10년 후인 2010년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을 펴낸다. 이 책에서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 등장했던 60개 주요기업을 분석한 후 크게 흥했다가 쇠퇴한 11개 기업을 선별해 분석했다. 그리고 기업이 몰락할 때 거치는 5단계를 발표했다.


    1단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긴다

    2단계: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낸다

    3단계: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한다

    4단계: 구원을 찾아 해맨다

    5단계: 유명무실해지거나 생존이 끝난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몇 단계일까? 바로 1단계다. 1단계를 밟지 않으면 5단계까지 갈 일도 없다. 성공에 도취된 자만심은 생기는 그 순간부터 위기를 초래한다. 자만심은 빛나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게 하고 환경이 바뀌어도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 경영자의 시야를 좁게 만든다. 3단계에서 등장하는 위험경고 신호는 무시하고 긍정적 신호만 보고 싶어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3단계 기업은 물이 끓어오르는지 모르는 냄비 안 개구리와 같다.


    불안의 힘을 이용하라

    ‘혁신의 아이콘’이 ‘몰락의 아이콘’이 된 이유가 뭘까?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은 자사의 기술력을 맹신했다는 점이다. 자사기술의 표준화를 통해 시장 독점을 노리는 데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자만이 역시 몰락의 시작이다.


    자만은 스스로 만족하는 속성이 있다. 스스로 만족하니 불안할 리 없다. 불안하지 않으니 빠르고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과소평가한다. 특히 리더가 과거의 성공 법칙을 과신할 경우 ‘결정적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자만심이 높을수록 변화의 타이밍을 못 잡는 것이다. 전형적인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식의 접근이 나온다. 항상 겸손하고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계속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당신의 불안은 안녕하십니까?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까?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우리는 불안(anxiety)을 느낀다. 불안은 ‘친숙하지 않거나 위협적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이 느끼는 본능적인 경고 반응’인데 두려움(fear)과는 차이가 있다. 예상되는 구체적인 위험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두려움이라면, 불안은 다가올 위험에 대한 부정적 예측과 인지 반응이다. 칼을 든 강도가 내 앞에 있으면 두려움을 느끼지만, 내일 중요한 발표를 앞두면 불안감을 느낀다. 불안에 휩싸이면 집중이 힘들고 인지 능력도 떨어진다. 자질구레한 일들에 집착하는 탓에 머릿속을 정리할 수 없으니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불안이 안녕한지 살펴야 할 이유다.


    직장인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만 가면 불안해지는 직장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2017년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무기력하고 우울해지는 ‘회사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응답자 중 절반 가까이 꼽은 우울감의 첫 번째 원인은 ‘내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었고 두 번째가 ‘회사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이었다. 또 응답자의 66.5퍼센트가 ‘현재 자신의 고용상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2021년 1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불안감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1차 조사 25.9퍼센트에서 4차 조사(2020년 12월) 51.0퍼센트로 2배나 높아졌고 정규직의 49.5퍼센트, 비정규직의 53.3퍼센트가 불안감을 호소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이다.


    불안을 편안으로 바꾸는 법

    먼저 불안을 다루는 법을 살펴보자. 앞에서 살펴봤듯이 불안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감정이다. 불안에 휩싸이면 일에 몰두하기 힘들고 눈앞에 닥친 일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어 인지 및 판단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불안(不安)을 피하고 편안(便安)하기 위해 본인도 모르게 여러 전략을 이용한다. 대표적인 전략은 아래와 같다.


    ● 도망가기

    ● 핑계 대기

    ● 정신 승리

    ● 걱정하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어렵거나 위험한 일이 닥치면 가장 많이 쓰는 전략은 ‘도망가기’다. 다른 말로 ‘회피 전략’이다. 원시 인류가 맹수를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쓰는 전략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셈이다. 회사에서도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앞두고 최종 결제권자인 리더(경영진)가 잠적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전화도 받지 않고 근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사우나에 가버린다.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으며 리더는 이런 생각을 한다. ‘짜증나게 왜 계속 전화질이야. 이쯤 되면 자기들이 알아서들 하면 되잖아.’ 결국 다시 회사로 돌아간 리더는 안절부절못하다 최종 의사 결정을 직원들에게 떠넘긴다. ‘책임은 같이 지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리더가 직원들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못 내리는 것은 결국 심리적 불안 때문이다. 이런 리더는 ‘내 결정이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움츠리고 도망가는 방법으로 불안에 대처한 것이다.


    ‘정신 승리’ 전략 역시 많이 볼 수 있다. 주로 경쟁환경에서 많이 나타나는 정신 승리는 자신이 실패하거나 뒤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실패의 원인을 특수한 외부적 요인으로 돌린다. 그리고 특수한 외부적 요인이 사라지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하고 발표까지 했지만,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다고 하자. 회사의 리더는 어떻게 생각하기 쉬울까? 제안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들이 전문성이 없어 자신의 프로젝트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거나, 시간이 너무 촉박해 발표 준비를 충분히 못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일 심사위원만 전문성을 가졌더라면, 만일 시간만 충분했더라면 절대 떨어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한마디로 정신 승리다. 이렇게 생각하면 실패에 대한 자책감이나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것이라는 불안함을 덜어낼 수 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는 ‘귀인 편향(attribution bias)’이라 부른다. 당장은 실패에 따른 자아상의 상처와 앞으로 실패가 반복되리라는 불안감은 막을 수 있겠지만, 계속 이 전략을 고수하면 실패에서 얻는 소중한 경험과 교훈은 영영 얻을 수 없다.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걱정의 두 얼굴

    걱정의 탄생

    불안을 다루는 마지막 전략이자 핵심 전략은 ‘걱정하기’다. 걱정은 불안을 덜기 위해 인간이 쓰는 대표적인 전략적 도구다. 심리학에서 걱정(worry)은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 사건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부정적인 생각과 이미지의 연쇄적 사슬로 주로 언어적이고 개념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또 평생을 걱정과 불안에 관해 연구해온 심리학자 토머스 보르코백(Thomas Borkovec)교수는 걱정이란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몹시 두려워하는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란 이런 것들이다.


    ‘회의 시간에 늦으면 어쩌지? 그러면 난 상사한테 찍힐 거야, 상사에 찍히면 승진을 못할테지. 승진 못하면 빚도 못 갚을 거야.’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만약~’이라는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스스로 던지고 답해가는 과정이다. 이 책에서는 걱정을 ‘다가올 부정적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까 두려워 미리 시뮬레이션(사고실험)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겠다. 부정적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과정 자체가 불안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이런 차원의 걱정은 다가올 상황을 이리저리 상상해보고 해결책을 찾게 하는 강력한 순기능을 가진다. 심지어 제대로 하는 걱정은 혁신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힘까지 있다. 걱정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놀라운 창의성이 발휘된다. 오늘날 인간의 찬란한 문화는 모두 정밀하고 효율적인 걱정을 통해 창조되고 발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버싱킹, 파괴적 걱정의 시작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성향일수록 잘못된 걱정을 하기 쉽다. 정보 인지 및 추론 능력이 떨어져 걱정의 특징인 머릿속 시뮬레이션 과정이 뒤틀리고 왜곡될 수 있어서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나 사소한 일까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때를 두고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과 수잔 놀렌 혹스마(Susan Nolen-Hoeksema)교수는 ‘오버싱킹(Over Thinking)’이라 불렀다. 우리말로는 ‘과잉사고’ 정도로 해석한다.


    오버싱킹의 특징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이미 내뱉은 말에 대한 후회, 다른 사람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 지나가면서 던진 동료의 한마디에 하루 종일 추측하는 등 자질구레한 모든 것을 들춰내 걱정한다. ‘만약 이러면 어쩌지?’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초조해한다. 오버싱킹은 쳇바퀴 속의 다람쥐처럼 걱정 안에 갇혀 계속 생각을 맴돌게 해 감정 에너지를 낭비한다. 지나간 일에 대해 ‘만약~하지 않았다면, ~했을 텐데’ 따위의 후회에 시간을 소비하면서 정작 꼭 해야 할 걱정은 하지 않는다. 오버싱킹은 잘못된 걱정의 시작이다.


    만일 리더가 회사의 사활이 걸린 회의나 발표 전 오버싱킹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상황과 경우에 따라 오버싱킹은 개인의 피해로만 끝나지 않는다. 자칫 주변과 조직 전반에까지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불안감에 휩싸이면 누구든 오버싱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오버싱킹에서 곧바로 탈출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오버싱킹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불확실성을 견뎌내는 힘이 사람마다 다른 탓이다.


    심리학에서는 걱정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IU, Intolerance of Uncertainty)’을 꼽는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확실성 인내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기 통제 밖의 부정적 사건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또 계획한 일이 조금만 어긋나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정적 사건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위협과 발생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그 결과에 집착하기도 한다. 그 결과에 집착하기도 한다. 그 결과 ‘만약~하면 어떻게 하지?(what if~)’와 같은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IU가 높다고 모두가 오버싱킹을 하는 것은 아니다. IU가 높은 편이지만 오버싱킹에 해당하는 신호를 5개 이하로 가진 사람도 많다. 사실 이들이 건강한 걱정을 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다. 따라서 불확실성 인내력이 약하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고 강하다고 우쭐할 이유도 없다. 인내력이 약할수록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기에 오히려 집요하게 많은 정보를 근거로 예측을 통해 위험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불안을 이기는 전략으로 걱정을 사용하는 리더는 비관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불확실성 인내력이 강할수록 상황을 낙관하기에 기존 습관과 관성대로 일을 처리하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나락에 빠질 수 있다.


    불안함이 확증편향을 낳는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한쪽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이른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지면 안 된다. 확증편향은 인지심리학 용어로 ‘잘못된 정보라 하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신념에 일치하는 정보만을 탐색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이다.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취해 의미를 왜곡하고 자신의 믿음 체계에 끼워 맞추는 식이다. 사실이길 원해서 그렇게 믿는 것이다.


    확증편향은 누구에게나 있는 심리이지만, 특히 불안감이 높을수록 확증편향도 심해진다. 그 결과 자신의 믿음에서 벗어나는 현상에 대해 강하게 거부하고 혐오감과 적대감까지 보이는 때도 있다. 확증편향은 ‘생각의 편식’이자 ‘부실공사된 믿음’이다. 불안을 억누르기 위한 정신 작용이다. 선과 악, 진보와 보수 등 이분법적 사고가 강한 일부 종교인과 정치인이 확증편향에 쉽게 사로잡힌다.


    통제력을 상실한 리더

    오버싱킹과 확증편향으로 시야가 좁아져 번번이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되면 리더는 어떤 생각이 들까?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이 통제 가능한 영역이 점점 사라진다고 느낄 것이다. 리더에게 통제 가능한 영역이란 예측과 판단이 가능한 확실성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는 뉴턴식 세계관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의사 결정이 빈번하게 실패하면 리더는 통제력을 상실한다. 특히, 통제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고, 특권이자 권위라는 생각이 강한 뉴턴식 사고관의 리더에게는 이 상황은 충격적이고 두렵다. 통제할 수 있음은 권력을 의미한다. 권력은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 없으니 리더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앞으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지시를 내려야 할지 모르는 것만큼 리더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 통제력 상실은 리더의 지위를 위태롭게 한다. 투자자들이 마냥 지켜볼 리 없어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경우 설립 3년째 CEO의 50퍼센트가 자리에서 물러났고 4년째에는 60퍼센트가 퇴임했다. 상장 이후에도 창업자가 CEO 자리를 유지한 기업은 25퍼센트 미만에 불과했다. 통제력을 상실하면 창업자라도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된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워왔던 회사에서 물러날 위기를 맞은 리더는 더 큰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제대로 걱정하라 - 걱정 경영 준비

    긍정의 힘과 걱정의 힘

    우리는 걱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해서는 안 될 것, 피해야 할 것, 심지어 필요 없는 것으로 여기는 때도 있다. 비즈니스나 일상생활에서 걱정 그 자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


    문제는 긍정의 힘을 무조건 ‘긍정’에만 맞춰 모든 것에 억지로 끼워 넣거나, 잘못 적용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암이든 감염병이든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면 면역체계가 활성화돼 병이 낫는다는 의견들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면역체계가 살아나 완쾌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확실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 그저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뿐이다.


    긍정의 힘을 잘못 적용할 때도 많다. 앞에서 언급한 불안을 덜어내는 전략인 ‘핑계 대기’와 ‘정신 승리’가 그것이다. 매출이 점점 떨어지는 회사의 리더가 그 이유를 급작스러운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룬다든지,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바람에 마케팅 타이밍을 놓쳤다는 등 긍정적인 해석을 한다고 하자. 당장은 불안감이 사라지고 긍정적인 기분으로 버틸 수는 있겠지만, 시장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 이런 접근은 이미 시장에서 낙오됐다는 증거다.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영 좋지 않을 때 그 원인을 비싼 가격과 부족한 기능에서 찾는다고 하자. 당장은 불안감이 사라지고 이 부분만 보완하면 다시 매출이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소비자의 심리와 트렌드를 읽지 못한다면 이런 접근은 항상 실패만 불러올 것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걱정의 힘’을 믿어보자. 위대한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다가올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고 각각의 상황별로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시뮬레이션)한 후 대책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런 걱정을 경영학에서는 ‘시나리오 경영’이라 부른다. 시나리오 경영의 근본에는 철저한 걱정이 깔려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걱정하는 법을 살펴보자.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2가지 걱정의 힘

    걱정은 불씨와 같다. 잘 다루면 선물이지만 잘 다루지 못하면 재앙이 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걱정을 다루는 기술이 없을 때 개인이나 기업이 파국적 결과를 맞이할 수 있지만, 걱정을 다루는 기술이 있다면 생존은 물론 성장을 거듭할 수 있다.


    기업을 성공하게 만드는 두 가지 걱정이 있다. ‘리더의 걱정’은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보장하고, ‘고객의 걱정’은 기업의 혁신과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기업은 고객의 문제와 욕구 그리고 결핍 즉, 걱정거리를 해결하면서 성공의 길에 오르기 때문이다. 가파른 비탈길에서 수레를 끌고 정상에 오르려면 이 두 가지 걱정의 힘을 잘 사용해야 한다. 앞에서만 끌거나 뒤에서만 밀면 곧 지쳐 뒤로 미끄러진다. 앞에서 끄는 동시에 뒤에서 밀 때 수레는 비로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기업이라는 수레도 마찬가지다. 뒤에서 ‘리더의 걱정’으로 받쳐주고 앞에서 ‘고객의 걱정’으로 끌고나갈 때 기업은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의 리더는 늘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급격히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위기가 나타날 상황을 상상한 후 끊임없이 “만약에?”라고 질문을 던지며 상황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걱정한다. 이런 질문을 통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제 위협 상황에서는 민첩하게 대응책을 실행해 탁월한 성과를 만든다. ‘파괴적 걱정’처럼 불확실성에 함몰돼 확증편향에 빠지지도 않고, 통제력 상실로 무기력감에 빠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열정적이고 집중적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 리더가 걱정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다. “Don't worry, Be happy”가 아닌 “Do worry, Be happy”로 바꿔야 한다.


    걱정을 전략적으로 경영하는 방법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불안감을 최대한 잠재우는 일이다. 불안에 휩쓸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자질구레한 걱정이 가득 차면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없다.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확실성 영역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다. 예측과 판단 가능한 영역이 늘기 때문이다.


    걱정은 마음의 불씨다. 이 소중한 불씨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개인과 기업 더 나아가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면, 걱정을 이대로 둘 수만은 없다. 걱정은 기피의 대상이 아니다. 전략(strategy)의 대상이자 동시에 갈고 닦아야 할 기술(skill)이다.


    올바른 걱정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얻으려면 ‘현실 점검’→‘상황 파악’→‘목표 발견’→‘집중질문’이 4단계 걱정 경영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생각을 생각하기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도구 중 하나가 ‘비판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는 4단계 걱정 전략 중 1단계에서 필요한 기술이다. 걱정 즉, 다가올 위협을 통제할 수 없을까 두려워 시뮬레이션(사고실험)할 때 이 비판적 사고가 사용되고, 합리적인 걱정을 할 수 있게 한다. 이 기술을 갖춰야 불안과의 전투에 나설 수 있다.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은 없다.


    비판적 사고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비판’이라는 단어 때문에 상당히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느낌이 든다.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반대하고 시비 거는 상사의 모습도 떠오른다. 하지만 비판의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思考)’다. 자신의 사고에 ‘의도적인 의심’을 제기함으로써 보다 더 나은 견해와 관점을 형성하는 것이 비판적 사고의 목적이다. 따라서 진정한 비판적 사고는 모든 주장과 믿음 특히, 자신의 주장과 믿음에 대해 강한 의심을 제기한다.


    논리 전개가 올바른가?

    비판적 사고는 더 나은 견해와 관점을 위해 자신의 논리 전개나 인과관계 분석 등이 합리적인지 우선 따진다. 논리 전개란 ‘연역법’과 ‘귀납법’을 이용한 생각이다. 연역법은 하나의 일반적 사실(명제)과 관찰 정보를 서로 연관해 필연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걱정하면 힘들다(일반적 사실)’와 ‘CEO는 걱정이 많다(관찰 정보)’를 통해 ‘CEO는 힘들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접근이다. 전제(일반적 사실)가 참이고 관찰 정보도 참이면 필연적으로 결론도 참이다. 삼단논법 논리 구조로 흐름을 이해하기 쉽고,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제가 거짓이면 결론도 거짓이 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기는 역부족이다. 이미 전제가 결론을 포함한 탓이다. 또한, 잘못된 정보를 쓰거나 숨겨진 전제를 놓치거나 논리를 비약하면 연역적 사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인과관계가 합당한가?

    인과관계 분석도 논리 전개 방식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인과관계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다. 전체적인 인과관계 파악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왜곡돼 상황을 잘못 판단하면 결론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대표적으로 인과관계를 상관관계로 착각하는 경우다.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원을 감축했다고 하자. 인력감축을 생산성 향상의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력감축이 기업 성과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오히려 인력감축 후 시장이 호황일 때 심한 인력난을 겪을 수 있다. 둘 사이는 서로 관련성이 있는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는 아니다. 코로나19와 기업실적 역시 상관관계다. 코로나19로 매출이 많이 떨어진 기업도 있지만, 반대로 코로나19가 매출을 크게 신장시킨 기업도 있다. 발이 크다고 무조건 도둑이 되지는 않는다.


    IMPOS로 미래 변화 읽기

    IMPOS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상황은 ‘나를 둘러싸고 나와 이해관계를 가지며 나의 생활과 직접적인 의미를 지니는 현실’이다. 지금 책을 읽고 여러분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 사이에 앉아 이 책의 특정 페이지를 읽고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상황이다. 변화를 세밀히 읽어내려면 이 상황을 몇 가지 요소로 나눠야 한다.


    상황을 이루는 요소는 크게 5가지다. ‘Information(정보)’, ‘Mankind(사람)’, ‘Place(장소)’, ‘Object(사물)’, ‘System(체계)’. 각 요소의 앞 단어를 따서 ‘IMPOS’ 기법을 개발했다. 만일 여러분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있다면, 도서관은 ‘P(장소)’에 해당하고 책은 ‘O(사물/상품)’, 책 속의 텍스트는 ‘I(정보)’, 주변 사람들은 ‘M(사람)’에 해당한다. 그리고 도서관 이용 규칙은 ‘S(시스템)’에 해당한다. 이 5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바뀌면 상황은 크게 바뀐다. 책을 도서관이 아닌 회사에서 본다고 하자. 이 책(O)과 책 속의 텍스트(I)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변한다. 근무시간에 책을 보다 상사에 찍혀 승진에서 누락 당할 수도 있다. ‘나’와 ‘상황’ 사이의 관계는 이렇게 변한다.


    시장 상황을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와 ‘시장 상황’ 사이의 관계 변화를 살피면 ‘소비시장’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경쟁사’와 ‘시장 상황’ 사이의 관계 변화를 살피면 ‘경쟁시장’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IMPOS 기법’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통업계를 예를 들어 축약적으로 언급했지만, 다양한 부서와 파트너사들이 함께 이 기법으로 기업이 속한 시장을 분석한다면 변화의 흐름을 좀 더 풍부하고 세밀히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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