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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씽크 어게인
저   자 : 애덤 그랜트(역:이경식)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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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씽크 어게인


    개인 차원의 다시 생각하기 : 자기 견해 업데이트하기

    우리 마음속의 전도사, 검사, 정치인, 그리고 과학자

    당신은 마이크 라자리디스가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당신의 인생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마이크는 어린 나이에 이미 전자공학 분야에서 귀재의 자질을 보였다. 막 네 살이 되었을 무렵에 그는 레고와 고무밴드를 가지고 자기만의 전축을 만들고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교사들이 텔레비전이 고장 나면 마이크를 불러 고쳤다.


    마이크는 영화필름의 바코드를 읽는 장치의 특허를 냈고 이것이 그가 거둔 첫 번째 성공이었다. 이 장치가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되었는지, 그는 이 장치를 발명한 업적으로 기술 부문에서 에미상과 오스카상을 동시에 받았다.


    두 번째 발명품인 블랙베리 휴대전화로 그의 회사는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가 되었다. 그의 발명품에는 곧바로 열혈 추종자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가운데는 빌 게이츠에서부터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에 이르는 충성심 높은 유명 고객들이 즐비했다. 오프라 윈프리도 “이것은 문자 그대로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이것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는 블랙베리가 메일 송수신 무선통신 장치가 되기를 꿈꿨다. 2009년 여름 기준으로 블랙베리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을 절반 가깝게 석권했다. 그러다가 2014년까지 블랙베리의 시장점유율은 1퍼센트 미만으로 추락해버렸다.


    어떤 기업이 이처럼 급격하게 추락할 때 우리는 그렇게 된 단 하나의 원인을 결코 정확하게 찾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인격화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블랙베리는 적응에 실패했다’고 표현하곤 한다. 비록 그의 생각이 스마트폰 혁명을 촉발한 불씨가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의 회사는 다시 생각하기에 서툴렀기 때문에 산소 부족 상태가 되었고, 결국 그의 발명품의 불꽃은 사그라들고 말았다. 도대체 그는 어디에서부터 잘못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가진 지식과 전문성에 긍지를 느끼며 자신의 믿음과 의견을 고수하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가질 때 보상을 받는 안정된 세상에서라면 이런 접근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라는 데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생각하는 데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다시 생각하기에 써야 한다.


    다시 생각하기는 일련의 기술인 동시에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정신적인 도구들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저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가끔 창고에서 꺼내 녹과 먼지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최초의 직감이 아닌 두 번째 생각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에게 다시 생각하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3자의 입장에 섰을 때는 금방 알아본다. 자신이 받아든 어떤 의학적 진단을 놓고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할 때는 늘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심을 품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기 자신의 지식과 의견을 놓고서는 태도가 달라진다. 흔히 옳다는 사실보다 옳다고 느끼는 편을 선호한다.


    스티브 그린스펀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을 무시하는 회의적인 전망의 경고를 따져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의 누이는 그 연금펀드에 이미 여러 해째 투자하고 있었으며 투자 결과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 펀드의 수익률은 엄청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꾸준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정보로 무장한 그린스펀은 최종 판단을 내렸다. 퇴직금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돈을 그 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투자자산 규모는 25퍼센트나 불어났다. 그러다가 펀드가 망했고, 그는 하룻밤 사이에 모든 돈을 잃었다. 그 펀드는 바로 버니 매도프의 다단계 금융사기였다.


    20년 전에 심리학자이자 나의 동료였던 필립 테틀록은 특이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할 때 흔히 전혀 다른 직업인 세 사람의 사고방식 속으로 빠져든다는 것이었다. 그 세 사람은 전도사, 검사, 정치인이다. 우리는 이 각각의 직업모드에서 특정한 정체성을 취하며, 각 모드에서는 다른 모드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도구를 사용한다.


    우리는 자신이 성스럽게 여기는 믿음이 위험해질 때 자기의 이상을 보호하고 드높이기 위해 전도사가 되어 설교를 한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의 논리에서 오류를 발견하면 검사가 되어 상대방이 틀렸고 자기가 옳음을 입증하는 논거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할 때는 재빠르게 정치인으로 변신해서 지역구민의 지지를 받으려고 대국민연설이나 언론플레이, 혹은 로비를 하는 등의 정치 공작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자기가 옳다고 설교하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조목조목 따지며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으려고 정치 공작을 하는 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자기 의견이 과연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옳은지 다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린스펀과 그의 누이가 버니 매도프에 투자하겠다고 선택했을 때, 그들이 여러 개의 정신적 도구 가운데 단 하나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전도사와 검사와 정치인이라는 세 개의 모드가 하나로 결합해서 두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면서 다른 종류의 도구들을 가지고서 그 결정에 접근했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적은 돈으로 조금 더 긴 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식으로 실험해볼 수도 있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바로 과학자의 방식으로 들어가는 것, 즉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다시 생각하기 : 상대방의 마음 열기

    다이아몬드에 묻은 나쁜 피 - 고정관념을 흔들어서 편견을 줄이다

    1983년 메릴랜드주에서의 어느 날 오후, 대릴 데이비스가 컨트리뮤직 공연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려고 라운지에 들어섰다. 그 공간에는 대릴을 빼고는 모두 백인이었는데 사실 이런 경우가 그에게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난 뒤에 청중석에 앉아 있던 백인 노인이 대릴에게 다가와서는 어떻게 흑인 연주자가 제리 리 루이스처럼 연주할 수 있느냐면서 자기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릴은 사실 자기와 루이스는 친구 사이이며 루이스도 자신의 음악 스타일이 흑인 연주자들에게 영향받은 것이라고 인정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 노인은 대릴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잠시 얘기를 나누자면서 자기가 한잔 사겠다고 했다. 그는 100년 넘게 흑인을 살해해온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 KKK단의 단원이었는데, 2년 전에는 한 흑인 남성에게 직접 린치를 가한 적도 있다고 했다.


    술잔을 내려놓고 대화를 나눈 끝에 노인은 대릴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며 그 지역에 공연하러 올 때면 꼭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대릴은 그러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한 달 뒤에 그 지역에서 공연이 열렸는데, 노인은 대릴의 공연을 보기 위해 친구 여럿을 데리고 찾아왔다.


    이렇게 해서 교류가 생기고 시간이 흐르자 두 사람 사이에는 우정이 싹텄고 노인은 KKK단에서 탈퇴했다. 그런데 그 일은 대릴의 인생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릴은 KKK단의 최고위 간부 임페리얼 위저드 및 그랜드 드래곤들을 만나서(KKK단의 일반 회원은 ‘스펙터(유령)’로 불렀다-옮긴이) 그들이 궁금했던 것들에 대답을 해주게 된 것이다. 그때 이후로 대릴은 많은 백인 우월주의자를 만나 KKK단에서 탈퇴하고 증오를 버리라고 설득했다.


    둥근 돌과 모난 돌

    자기 집단과 다른 집단 사이의 경계선이 매우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다른 집단에 대해서 적대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심리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확인해왔다. 모든 인간 사회에서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속감과 지위를 찾고자 한다. 자기를 어떤 집단과 동일시한다는 뜻은 자기가 한 종족(동일성을 가진 집단)의 일원이 되고 자기 종족이 이길 때 자부심을 느낀다는 뜻이다.


    경쟁 관계는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정기적으로 경쟁하거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팀 사이에서 쉽게 발생한다.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이런 패턴에 딱 들어맞는다. 둘 다 대서양 연안에 있으며, 한 시즌에 열여덟 번이나 열아홉 번 만나고, 둘 다 성공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2019년을 기준으로 할 때 2,200번 넘게 승패를 다투었는데 두 팀 모두 1,000번 넘게 이겼다. 이 두 팀은 또한 다른 어떤 구단보다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이 두 팀의 팬들이 상대 구단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다시 생각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두 팀의 팬 1,000명 이상에게 상대 팀에 대한 부정적인 점 세 가지를 적으라고 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상대 팀을 묘사하기 위해서 동일한 단어를 사용했으며, 특유의 발음과 턱수염과 “먹다 남긴 콘칩 냄새가 나는” 경향이 못마땅하다고 답했다.


    일단 이런 종류의 고정관념이 형성되고 나면 정신적인 이유나 사회적인 이유 때문에 그 고정관념을 떼어내기 어렵다. 심리학자 조지 켈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들은 가상현실 고글과 비슷하다고 했다. 우리는 이런 고정관념을 가지고서 세상을 인식하며 자기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헤쳐 나간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자기의 견해를 위협할 때 두 팔을 올려서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리고 켈리는, 사람들이 자기 의견이 잘못되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의견을 방어하려고 애를 쓸 때 특히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금이 간 고글을 버리고 다른 고글을 쓸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정신의 곡예사가 되어 자기 정신을 이리 비틀고 저리 맞춰서 마침내 자기의 기존 의견을 다치지 않고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는 어떤 가시각(눈으로 대상을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각도-옮긴이)을 찾아낸다.


    사회적으로 보자면 고정관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자기와 많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바람에 한층 더 극단적으로 흐른다. 이런 현상을 집단극화(같은 집단끼리 모여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견이 고정되어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현상-옮긴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수백 번의 실험을 통해서 이미 확인된 현상이다.


    극화, 즉 극단적인 치달음은 획일성에 의해서 강화된다.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주변에만 머무는 사람들은 해당 집단에서 가장 전형적인 구성원(이들은 대개 가장 극단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의 지도를 따름으로써 그 집단에 녹아들고 또한 거기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보한다.



    집단 차원의 다시 생각하기 : 평생 학습 공동체 만들기

    교과서 다시 쓰기 - 자신의 지식을 의심하게 가르치다

    만약 10년 전에 누군가 에린 매카시에게 “너는 나중에 교사가 될 거야”라고 말했다면 그녀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에린이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가장 하기 싫어했던 일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뒤에는 교사들이 사용할 참고자료 매뉴얼을 작성하고 견학 온 학생들을 상대로 쌍방향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현장 학습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열정을 놀랍게도 교실 학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에린은 지난 8년 동안 밀워키 지역에서 사회학을 가르쳐왔다. 그러던 어느 날, 8학년(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에 해당 된다-옮긴이) 학생 한 명이 읽기 숙제로 내준 역사 교재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고 불평했다. 시대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구닥다리 교재를 사용한다는 것은 교사가 자신이 쓰는 교재를 정확하게 모른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교사보다 학생이 먼저 교과서의 오류를 알아차리는 것도 교사로서는 난감한 일이기 때문이다.


    몇몇 학생은 그 교과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이들은 여러 해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교과서가 말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학생은 교과서가 잘못된 내용투성이임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교과서는 불변의 진실로만 채워져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이 교훈 덕분에 학생들은 과학자처럼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자신들이 배우는 내용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지식도 얼마든지 진화할 수 있음을 학생들이 알게 한 다음에 에린은 지식이 언제나 진화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미국 역사에서 서부 개척, 혹은 서부로서의 팽창을 다룬 독립적인 단원을 만들기 위해 에린은 오늘날 중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자기만의 교과 교재를 만들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이었고 인칭대명사도 모두 여성으로만 썼다. 에린이 그 교재를 소개한 첫 해에 한 학생이 손을 들고는 내용 중에 남성은 왜 없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에린은 “그래도 남성 한 명은 주인공으로 들어가 있어. 나머지 남성들은 여성들 주변에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일을 하지 않았으니까 언급하지 않은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그 학생에게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질문을 했던 학생은 집단 전체가 수백 년 동안 소외당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문득 깨달았다.


    에린이 학생들에게 낸 숙제 가운데서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은 학년 말에 마지막으로 내는 숙제이다. 탐구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을 열정적으로 주창하던 에린은 자신이 맡고 있던 8학년 학생들이 저마다 마음껏 자기 주도 연구를 하게 했는데, 이 연구 과제는 학생 각자가 무엇인가를 의심하고 조사하고 탐문하고 해석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 수업에서는 모둠별로 교과서에서 한 장(章)을 선택한다. 이때 모둠별 학생들은 자기들이 가장 관심 있는 역사 시간대에서 기존 교과서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역사 주제를 선택한 다음에 그 주제를 다시 서술한다. 즉 교과서를 다시 쓴다는 말이다.


    한 모둠이 시민권 한 장(章)을 선택했다. 이 학생들은 기존 교과서가 ‘워싱턴 행진’을 충실하게 다루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이 행진은 1940년대 초, 결행 마지막 순간에 취소되었다가 그로부터 20년 뒤에 마틴 루서 킹의 역사적인 행진에 영감을 주었다. “엄청나고도 갑작스러운 깨달음의 순간이죠.”


    학생들에게 지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을 의심하도록 충분히 장려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지적인 겸손함을 불어넣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마음을 퍼뜨리며, 호기심을 개발함으로써 다시 생각하기 사이클을 강화했던 그런 교육자들 말이다.


    학습, 방해받다

    자신이 알던 것을 버리는 행위를 자주 할 것. 바로 이것이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 인과관계의 작동 방식에 관한 것일수록 특히 더 그렇다. 학생들에게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질문은 하지 말자는 운동이 역사 교육 현장에서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개발한 어떤 교과목에서는 고등학생에게 1898년의 스페인-미국전쟁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뉴딜정책이 정말 성공했는지,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1955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흑백 분리주의의 철폐를 요구하며 흑인들이 보이콧을 벌인 사건-옮긴이)이 인권운동 역사에서 분수령이 되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도록 권장한다.


    몇몇 교사는 심지어 학생들에게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 직접 만나서 인터뷰해보라고도 한다. 이때 인터뷰의 초점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깊이 생각하면서 상대방과 생산적으로 토론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데 있다.


    이것은 모든 해석을 타당한 것으로 수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에린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이 자기 학급을 방문했을 때, 학생들에게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사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이런 잘못된 주장이 내세우는 증거를 꼼꼼하게 살펴본 다음에 그 주장을 거부하라고 가르쳤다. 이것은 아이들을 팩트체크하는 사람처럼 생각하도록 가르치자는 보다 폭넓은 운동의 일환이다.


    이 운동의 지침에는 다음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다. ①“정보를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철저하게 파고들 것.” ②“높은 지위나 인기를 신뢰성의 근거로 삼지 말 것.” ③“정보의 발신자가 정보의 최초 원천이 아닌 경우가 많음을 염두에 둘 것.” 이런 원칙은 학교 교실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중하다.


    다시 생각하기에는 규칙적인 습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는 학생들이 이런 습관을 들이는 것을 늘 허용하지는 않는다.



    결론

    터널시야 탈출하기 - 최상이라 생각했던 직업 경력 및 인생의 여러 계획을 다시 살피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다

    어떤 계획을 전심전력을 다해서 밀어붙이지만 일이 기대한 대로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대개 그 계획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층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을 쏟아 붓는다. 이런 양상을 심리학에서는 몰입상승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가들은 실패를 거듭하는 잘못된 전략을 포기하지 못한 채 그 전략을 계속 고집하고, NBA의 구단 운영자 및 코치진은 새로운 선수와 계약하는 데 계속 투자하면서 실패한 드래프트 선수에게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며, 정치인들은 애초에 싸울 필요도 없는 전쟁을 일으켜서 장병을 전선에 계속 투입한다. 이렇게 되는 데는 매몰비용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차원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차원인 것 같다.


    몰입상승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자아를 진정시키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보호하며, 과거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 옳았음을 인정받는 방편으로 자신이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믿음을 끊임없이 자기합리화하기 때문이다.


    몰입상승은 피할 수 있었던 실패를 피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가장 추앙받는 성공의 추진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투지가 몰입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투지는 열정과 인내가 합쳐진 것인데, 연구 결과는 투지가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기에서는 투지가 부정적으로 사용한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투지가 넘치는 사람은 요행수를 노리는 경향이 높으며 실패할 게 뻔히 보이는 일을 한사코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영웅적인 고집과 어리석은 똥고집을 가르는 멋진 말이 있는데, 최고의 투지는 바로 이를 악물고 돌아서는 것이다.


    진로 선택에서의 정체성 유실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는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니?” 라고 물을 때 대개 시작된다. 그 질문을 놓고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일과 자아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화될 수 있다. 미셸 오바마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정말 쓸모없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성장이 유한한 것처럼 한다. 마치 미래의 어떤 시점에 도달하면 누구나 중요한 사람이 되고, 그리고 그걸로 모든 게 끝인 것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과 다르다. 자신의 이상적인 직업이 아직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과거의 산업은 변하고 있으며 새로운 산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구글이나 우버, 인스타그램이 생긴 것도 따지고 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 당신의 미래 자아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으며, 당신의 관심사는 나중에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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