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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2C 레볼루션
저   자 : 로런스 인그래시아(역:안기순)
출판사 : 부키
출판일 : 2021년 03월
  • D2C 레볼루션


    스타트업이 골리앗 기업을 굴복시키는 방법

    베벌리힐스에 사는 친구가 초대한 명절 파티에 참석했을 당시 실업자였던 더빈은 다음에 시도할 사업 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파티에서 친구의 아버지인 마크 레빈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시 56세였던 레빈은 케이크 절단기, 저가 브랜드의 면도기와 면도날(2중 날 카트리지 25만 개)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소비재를 한참 전에 다량으로 구매해 놓고 처리하지 못해 고충을 겪고 있었다. 물건들을 근처 창고에 보관하느라 창고 보관료를 계속 지불해야 했다.


    레빈이 더빈에게 물었다. “자네가 인터넷을 잘 알고 있다던데, 물건을 팔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나?” “케이크 절단기는 말고 면도기는 좀 팔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빈이 대답했다. 레빈과 대화하고 나서 더빈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자신만 해도 상점에 가서 면도기를 사기가 싫었다. 질레트에서 판매하는 최고급 면도날 카트리지의 가격은 5달러로 턱없이 비쌌다. 게다가 크기가 작다보니 도난당하기 쉬우므로 계산대 뒤에 쌓아 두거나 상자에 넣어 자물쇠를 채워 두는 상점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면도날을 사려면 점원에게 매번 부탁해야 했다. 정말 귀찮기 짝이 없었다. 더빈은 자신 말고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나고 몇 주가 지난 후에 더빈은 레빈이 보관하고 있는 면도날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저축해 온 2만 5000달러를 투자해 레빈과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더빈이 계산한 대로라면 면도날을 개당 1달러에 파는 경우가 상당히 괜찮은 이익을 챙길 뿐 아니라 사업거리도 될 수 있을 터였다. 달러쉐이브클럽은 이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얼마간 면도날이 팔렸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홈페이지에 들러 제품을 한번 구매하고는 그뿐이었다. 더빈은 재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월 구독 모델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고객 유치 비용, 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업이 마케팅과 광고에 지출하는 비용을 고객이 시간을 두고 제품을 거듭 구매하는 금액으로 상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 1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자 더빈은 온라인에서 면도날을 판매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훨씬 많은 잠재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 했다. 자신과 같은 젊은이들은 값비싼 면도날을 구매할 돈이 없을뿐더러 좀 더 나이든 남성들처럼 질레트를 고집하지도 않았다.


    더빈은 광고에 쓸 돈이 거의 없었으므로 직접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각본을 쓴 다음에 뉴욕에서 즉흥 연기를 함께 공부했던 친구이자 당시 로스앤젤레스에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던 루시아 애니엘로에게 연락했다.


    영상은 즉흥극처럼 격식을 차리지 않고 심지어 대충 촬영한 듯 보였다. 영상은 더빈이 자신과 회사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달러쉐이브클럽닷컴이 무엇이냐고요? 한 달에 1달러만 내면 품질 좋은 면도기를 문 앞까지 배달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요! 1달러라니까요!”


    더빈은 이름을 꼭 짚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영상이 돌아가는 내내 질레트를 무차별 공격했다. “당신이 쓰는 면도기에 진동 손잡이, 전등, 트리머, 10중 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옛날 잘생긴 할아버지는 면도날 하나를 주구장창 썼어요. 그러다가 소아마비에 걸렸죠.” 더빈은 이렇게 영상을 끝맺었다. “매달 면도날을 사야한다는 생각은 그만 버리고, 우리가 절약해 주는 돈을 어디다 쌓아 둘지나 생각하시죠.”


    영상은 단순하고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표어로 끝났다. “면도하는 시간도 아끼고 돈도 절약합시다.” 더빈은 영상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을 인식시켰다고 확신했지만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여전히 운영 자금을 모아야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해 샌타모니카 소재 벤처 캐피털 인큐베이터 기업인 사이언스의 공동창업자 마이클 존스를 만났다. 존스가 “미안하지만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라며 거절하려는 순간 더빈은 자신이 마케팅 영상을 찍었는데 길이도 짧으니 한번 봐 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존스는 이렇게 회상했다. “영상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어요. 유튜브를 뚫어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더빈과 손을 잡기로 했어요. 정말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사이언스는 이내 달러쉐이브클럽에 1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10만 달러라는 돈은 작게나마 팀을 꾸릴 직원을 채용하고 홈페이지도 리뉴얼하기엔 부족한 돈이었다.


    다음 단계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새 면도날을 구매할 만큼 자금을 추가로 모집하는 것이었다. 존스와 사이언스를 공동 창업한 피터 팸은 더빈과 함께 실리콘밸리로 출장을 가서 벤처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대부분의 벤처 투자자들은 단번에 거절했다.


    하지만 마이클 존스 같은 소수 투자자들은 더빈이 만든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놀라워하며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모험이 따르는 사업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쥐꼬리만 한 돈을 내놨다. 팸과 더빈은 거의 7주 동안이나 애원하고 회유한 끝에 투자금 95만 달러를 모아 달러쉐이크클럽을 다시 출범시킬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더빈은 팸과 손을 잡고 사업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안에도 더욱 개선된 품질의 면도기와 면도날을 구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했다. 동업자 마크 레빈이 구매해 창고에 쌓아 둔 초기 제품은 구식 2중 날 면도기였으므로 재구매 고객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할 공산이 컸다.


    따라서 달러쉐이브클럽 상표를 붙여 판매할 만한 최신 기술의 4중 날과 6중 날 면도기를 공급해 줄 우수한 제조업체를 찾아야 했다. 이때 레빈의 지인이 외국 제조업체와 연줄이 닿아서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까운 샌디에이고로 가서 켄 힐을 만났다. 면도기 사업의 전문가인 힐은 1년 전부터 도루코의 미국 사업 담당 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힐은 오랜 친구에게 부탁을 받고 더빈을 만나겠다고 수락했지만 더빈의 사업 아이디어에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더빈의 사업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제품 대금을 선불로 완납하기만 하면 물량을 원하는 만큼 공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달러쉐이브클럽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조건을 갖췄다.


    더빈이 스타트업을 가동하기 위해 벤처 투자자들에게 유치한 자금은 지나치게 적어서 그다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좀 더 큰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투자 유치소식을 발표하는 시기를 늦췄다가 영상과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 또 홍보 기업을 고용해 기술 매체 몇 군데에 영상을 깜짝 공개하기로 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영상이 게시된 날 아침 트위터에는 해당 영상을 꼭 보라는 추천 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 영상을 발표하고 48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달러쉐이브클럽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 구독자 1만 2000명을 확보했다. 게다가 배송해야 하는 면도날이 동나는 바람에 고객에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내야 했다.


    보스턴에 있는 질레트 본사는 담담했다. 더빈이 만든 영상이 재밌기는 했다. 하지만 면도날의 질은 어떤가? 전직 질레트 임원인 노턴이 말했다. “두 회사 제품을 나란히 놓고 시험해 보면 어떤 질레트 면도날이라도 달러쉐이브클럽 것보다 낫다고 판가름 났을 겁니다.” 그러면서 1998년 출시한 질레트 마하 3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서 실적 2위였던 쉬크도 달러쉐이브클럽의 영상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쉬크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근무한 브래드 해리슨은 이렇게 회상했다. “영상이 출시되자 나를 포함해 쉬크 팀은 누군가가 그 영상을 보내 줄 때마다 술을 한 잔씩 마시는 내기를 하겠다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가족을 포함해 지인 모두가 내게 영상을 보내 주더군요. 족히 쉰 명은 됐을 겁니다.”


    더빈의 광고가 매우 재밌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했다. 당시 쉬크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근무한 브래드 해리슨이 말했다. “쉬크나 질레트가 만드는 어떤 제품에도 견줄 수 없어요. 달러쉐이브클럽이 일으킨 열풍은 결국 지나가리라 생각합니다.”


    달러쉐이브클럽은 최초의 D2C 면도기 브랜드라는 이점을 강화하기 위해 회사 수익의 많은 부분을 마케팅에 쏟아 부었다. 시장이 진입한 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2016년에는 미국 달러로 환산해서 면도기와 면도날 시장의 약 8퍼센트를 점유했다. 같은 기간 동안 질레트의 시장 점유율은 67퍼센트에서 약 54퍼센트로 급락했다.


    질레트는 자사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는 데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자체적으로 페이스북 영상 광고를 내보내며 맞대응을 시도했지만 달러쉐이브클럽 광고에 대한 구차한 대응이라는 비웃음을 받았다. 그리고 질레트는 가격 인하를 여전히 완강하게 거부했다.


    2016년 달러쉐이브클럽의 매출이 연 2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하자 더빈은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과 협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쉬크도 있었지만 유니레버가 2016년 7월 현금 10억 달러를 제시하며 모든 경쟁사를 눌렀다.


    2017년 봄, 질레트는 사업 실적이 잠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인정하면서 제품 가격을 평균 12퍼센트 인하했다.


    질레트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백만 달러만 지불하면 신생기업인 달러쉐이브클럽의 지분을 상당량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고 고객들이 달러쉐이브클럽 제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이미 연 수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겪을 뿐 아니라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서 연 1억 이상의 매출 감소도 감당해야 했다.



    전혀 다른 전략을 사용한 D2C 기업

    D2C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달성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거나 개선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더욱 낮추고, 가치와 경험과 고객 서비스를 더욱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스타트업은 다른 전략을 구사해서 프리미엄 제품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이 전략은 수행 난이도가 더 높기 때문에 사업에 미치는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


    30대 부부인 하이디 잭과 데이비드 스펙터는 온라인으로 브래지어를 팔기 위해 서드러브를 창업하면서 상징적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잭과 스펙터는 단순히 표준 브래지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브래지어를 디자인하고, 30개가 넘는 부분에 고급 재료를 사용해 브래지어를 제작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소비자의 몸에 더욱 잘 맞는 브래지어를 제작하고, 할인하지 않는 것은 물론 빅토리아 시크릿을 포함해 인기 있는 브랜드의 브래지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업계를 뒤흔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 설명회를 여는 동안에도 잭과 스펙터는 소규모 팀을 꾸려 프리미엄 브래지어를 만들 재료의 공급원을 찾고, 아이폰앱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에는 기술을 사용해서 여성들이 매장보다 집에서 몸에 훨씬 잘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여성들은 앱에서 가동하는 음성 자동응답기의 지시에 따라 브래지어나 몸에 붙는 상의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상반신을 촬영한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사진 자체가 아니라 사진의 디지털 데이터가 회사로 전송되면, 알고리즘이 가동하면서 2차원 영상 데이터를 3차원 측정치로 변환해 적절한 브래지어 사이즈를 추천한다.


    앱 덕택에 예상하지 못했던 중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앱을 시도하는 여성의 수가 증가하면서 적절한 사이즈를 추천받지 못하는 여성이 전체 사용자의 30퍼센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슴에 더 잘 맞추기 위해 중간 사이즈를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코헨은 즉시 새로운 사이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34B와 34C 사이에 34B 1/2을 만들고, 34C와 35D 사이에 34C 1/2을 만들었다. 기존 사이즈와 중간 사이즈의 차이는 작은 것 같지만 맞음새와 착용감에서 차이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코헨은 “브래지어의 경우에는 1/4인치 차이도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간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잭과 스펙터는 앱을 완성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2013년 중반 옷을 몸에 맞게 조절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을 인수했다. 또 제조업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져 나왔지만 2014년 중반에 최종적으로 제조업체를 중국으로 옮겼다.


    몸에 더욱 잘 맞는 브래지어를 판매하기 위해 설계한 측정앱이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데도 서드러브는 고전했다. 연간 매출도 여전히 100만 달러를 훨씬 밑돌았다.


    잭은 회의실에 모인 고위 관리자들에게 말했다. “주문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웹 사이트를 새로 정비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어요. 아무도 우리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과거에 다른 기업들이 여성들의 몸에 더 잘 맞는 브레지어를 만들었다고 홍보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서드러브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때 참석자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놨다. “제품을 30일 동안 무료로 체험하게 하면 어떨까요? 착용한 상태로 직장에도 출근해 보고 제품에 만족하며 결제하라고 말하면요?” 참석자들은 이런저런 위험성을 거론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서드러브가 과감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면서 체험 아이디어에 동의했다. 무료 체험을 실시하면, 자사가 현재 판매하는 브래지어가 과거에 판매한 브래지어보다 몸에 더 잘 맞을 거라고 확신한다는 메시지를 잠재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2015년 5월 서드러브는 마침내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나중에는 캠페인 명칭을 ‘구입 전 체험’으로 바꿨다). 광고는 주로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대부분의 D2C 스타트업이 그렇듯 서드러브는 수백만 달러짜리 광고 캠페인을 벌일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었다.


    프로그램을 시행한 초반에 불안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무료 체험을 가동하고 나서 매출이 즉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브래지어를 좋아해서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났을 때 제품 대금을 지불한 소비자의 비율이 약 70~75퍼센트로 높았던 것이다.


    서드러브가 페이스북에 지출하는 광고비용을 200만 달러까지 늘리자 매달 브래지어 판매량은 3만 8000개까지 증가했다. 서드러브는 페이스북에서 즉각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밀려드는 주문 덕택에 더 많은 수익을 거두었고 ‘자택 체험’ 프로그램을 다시 광고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분석하자 하루나 일주일 가운데 광고비를 최소로 쓰면서 매출을 최대로 끌어올리기에 가장 효율적인 시간대와 요일을 알 수 있었다. 또 광고를 보고 클릭해서 자사 웹 사이트를 방문한 소비자들의 비율을 파악하고, 실제로 브래지어를 주문한 소비자의 수를 파악했다.


    이것은 서드러브가 클릭과 판매 각각에 소비하는 광고비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전에 서드러브는 브래지어 한 개 당 광고비를 수백 달러 지출했다. 하지만 새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고객 유치 비용이 약 40~50달러로 급격히 감소했다.


    잭은 “우리는 으레 광고에 많은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과 2017년 거의 소셜 미디어에서만 무료 체험 캠페인을 펼치면서 회사 매출의 80퍼센트를 창출했다.


    2016년 들어서는 스마트폰 치수 측정 앱 대신에 온라인 “핏 파인더” 설문을 활용하면서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 기존 앱은 사용하기 까다로운데다가 아이폰 소지자만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수석 디자이너인 라엘 코헨은 데이터 팀과 협력해 앱만큼 정확하게 고객의 사이즈를 결정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문지를 개발했다. 2018년까지 여성 1100만 명이 핏 파인더 설문에 대답했고 서드러브는 ‘구입 전 체험’프로그램을 종료했다.


    잭은 이렇게 언급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우리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또 우리 제품을 착용해 본 친구들이 주위에 있으므로 굳이 ‘구입 전 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 덕택에 사업방향을 바꿀 수 있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솔직히 말해 지금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겁니다.”


    2019년 서브러드는 전략이 적중하면서 실패의 늪에 빠질 위기에서 벗어나 과거에 모금한 벤처 캐피털 자금의 약 열배인 7억 5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로 평가받는 기업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D2C 브랜드의 혁명은 몇몇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수십 개에서 수백 개로 지금은 수천 개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해당 브랜드들이 아마존마켓플레이스의 무한한 디지털 통로와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이러한 혁명을 거치면서 진정으로 지속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지 확실히 알려면 시간이 지나 봐야 안다.


    해리스와 와비파커는 서로 다른 제품(면도기 대 안경)을 다른 가격대(몇 달러 대 95달러 이상)로 판매하고 소비자의 구매 유형도 다르지만(매주나 매달 대 1~2년마다) 한 가지 전략을 공유한다. 즉,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시장 리더(질레트와 룩소티카)들에게 훨씬 저렴한 가격과 질 좋은 제품으로 도전할 수 있는 틈새를 보았다.’


    하지만 D2C 기업 두 곳을 창업해 유니콘 기업으로 키운 사업가 레이더의 주장에 따르면 두 기업이 10억 달러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과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관계를 맺으려 했기 때문이다.


    레이더와 공동 창업자인 앤디 카츠메이필드는 매달 몇 시간씩 고객의 불만이나 제안을 직접 듣는다. 해리스를 창업한 첫해에 두 사람은 고객 100여명에게 낯선 질문을 받았다. 레이더는 이렇게 회상했다. “고객들이 전화를 걸더니 ‘면도날을 가리는 작은 플라스틱 덮개를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문의했습니다. 우리는 영문을 알 수 없었죠.”


    해리스는 첫 주문 제품을 배송할 때 면도날이 무뎌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용도로 면도날 덮개를 동봉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처음에 배송 받았을 때는 무심코 덮개를 버리거나 잃어버렸다가 여행할 때 쓰면 면도날을 보호할 뿐 아니라 세면도구 가방을 뒤지다가 실수로 면도날에 손을 베지 않을 수 있겠다고 나중에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2015년 해리스는 대체 여행용 면도날 덮개를 1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사소한 조치처럼 보일 수 있고 실제로 이렇게 창출하는 수익도 매우 작았지만 해리스가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레이더는 지적했다.


    과거에는 인기 있는 대량 판매 브랜드가 일단 생기면 시장을 장기간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 세계에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브랜드 충성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시장 조사 기업인 유고브와 《타임》이 명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선호하는 브랜드를 밝힌 소비자가 감소했다. 온라인에서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디지털 자원을 이용해 같은 시장에서 많은 브랜드를 선택하기 때문에 단일 브랜드에 충성하는 고객은 거의 멸종하고 있습니다.” 수석 고문으로 연구에 참여했던 브랜드 및 마케팅 컨설턴트 짐 테일러가 말했다.


    “그렇다고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제품 리뷰를 활용해 비교 쇼핑을 함으로써 소비자가 주로 기술에 힘입어 더욱 풍부하고 더욱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뜻입니다”


    물론 브랜드 충성의 쇠퇴는 새 D2C 브랜드가 부상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2013~2017년 약 17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이 대형 소비자 브랜드에서 소형 브랜드로 이동했다. 와이파커는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신규 안경 브랜드지만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5퍼센트 미만이다. 그리고 와비파커가 첫 안경을 팔고 몇 년이 지난 2010년 다른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안경 브랜드 십여 개 이상을 출시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 중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몇이나 될까? 안경과 기타 제품을 제공하는 신규 기업들이 끊임없이 시장에 진출하는 현상을 보면 D2C 열풍에 거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닷컴 열풍이 불면서 벤처 캐피털 기업들이 같은 고객을 공략하려는 경쟁 브랜드에 자금을 조달했을 때와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스타트업이 와비파커처럼 메가 브랜드로 살아남거나 아니면 마이크로브랜드로 살아남을 것이다. 포러너벤처스의 커스틴 그린이 D2C 스타트업에 처음 투자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전자 상거래 스타트업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로 벤처 캐피털 자금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보노보스와 와비파커에서 초기에 고문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벨은 2018년 와튼 경영대학원의 종신 교수직을 사퇴하고 아이디어팜벤처스를 창업하면서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헨리 데이비스는 글로시에의 사장직을 내려놓고 개인 관리 제품을 판매하는 D2C 기업 아르파(포러너벤처스 등에게 자금을 조달받는다)를 창업하고 “브랜드 기업”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사람들이 생각하듯 혁명은 막 시작했다. 스타트업이 진입해 성장할 여지가 많고, 이 중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은 10억 달러 브랜드 클럽에 합류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공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1달러짜리 면도날과 1분 33초짜리 영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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