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의 눈물
 
지은이 : 제이미 프라이드(역:김동규)
출판사 : KMAC
출판일 : 2019년 06월




  • 저자는 모두가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신생 기업)’을 꿈꾸지만 유니콘이 되지 못한 채 실패하고 눈물을 흘리는 스타트업과 창업 초기의 기업을 ‘유니콘의 눈물’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리고 실패하는 근본 원인 3가지를 창업가, 자금 조달, 사업 모델로 제시하며 여기서 파생되는 총 10가지의 주요 실패 원인만 주의한다면 실패를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한 저자는 창업에 관한 자료는 넘쳐나지만 실제로 사업 현장에서 뛰어본 사람이 밝힌 전략이 의외로 드물다는 점에 주목하고, 벤처 투자자와 기업가로서 그 동안 축적된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해본 사람이 사업가에게 전하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이 책에서 전한다. 


    유니콘의 눈물


    잘못된 환상에서 벗어나라

    실패의 세 가지 원인

    학교에서 한 과목을 낙제하면 F학점을 받는다.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에 관해서는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수많은 답이 존재할 것이다. 스타트업의 DNA에서 뻗어나간 수많은 갈래마다 원인이 있겠지만, 모두 다음의 세 가지 원인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1. 창업가의 실패

    2. 자금 조달의 실패

    3. 사업 모델의 결함


    창업가의 역량 부족으로 인한 실패

    창업가 역량이란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일상적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감정적인 준비 상태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역량은 여정을 완수하기 위해 자동차 연료통에 채워야 하는 연료와 같은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많은 창업가가 역량 구축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 즉, 자신을 보살피고 계발하는 데 소홀하다는 것이다.


    창업가 능력은 좀 더 정량적인 개념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 구성된다. 기술력, 의사소통, 리더십, 협상, 그리고 갈등 해결 등에 관한 기술을 말한다. 능력은 역량보다 쉽게 갖출 수 있지만 성공을 얻는 데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


    자금 조달 문제로 인한 실패

    돈이 바닥나서 실패한다는 말은 당연한 이야기로 들린다. 실패한 스타트업은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이든 결국 자금이 고갈되기 마련이다. 창업가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무너졌다든지 사업 모델이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 결국 치명적 위기가 찾아올 즈음에는 추가 자금을 마련할 시간도 없어 가지고 있던 한금마저 고갈되고 만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금의 과잉 조달 역시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가 된다. 이는 굶주린 사람에게 너무 많은 음식을 주면 과식으로 목숨을 잃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타트업에 너무 많은 자금이 투입되면 그들이 원래 지녔던 예민한 감각과 투지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자금이 넉넉한 스타트업들이 서서히 초심을 잃어가면서 처음에 세운 고객 가설과 가지 제안을 검증하는 데 계속 몰두하기보다는 새 사무실을 꾸미거나 명함 디자인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자금 조달을 할 적기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사업 모델의 결함으로 인한 실패

    사업 모델의 실패는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뉜다.


    적합성 결여: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목표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해결 대상으로 삼는 경우다.

    실행력 결여: 스타트업이 실행에 실패하는 경우는 너무 많다. 직원 구성이 잘못되었거나 엉뚱한 행동에 몰두했을 수도 있고, 실행이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

    실현 가능성 결여: 앞서 ‘망하는 길’과 ‘살아남는 길’에 대해 설명할 때 매출, 성장률, 비용과 같은 중요 변수의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사업 모델은 경비 지출을 관리해 손익분기에 도달하고 더 나아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최근 투자업계의 관심이 성장형 스타트업(사용자 증대를 포함한 기타 성장지표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으로, 대표적인 예가 트위터다)에서 생산형 스타트업(손익분기점이나 고객 유치 비용 등 재정적 지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구글을 예로 들 수 있다)으로 급격히 옮겨 가는 추세다.

    적응성 결여: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을 파괴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경쟁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정부 규제와 같은 외부 위협에도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규제가 심한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이디어가 전부는 아니다

    최고의 상품을 가졌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가가 자신의 스타트업에 관한 사업 설명을 제안해올 때 취사선택 과정에서 아이디어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업 모델(제시할 만한 사업 모델이라도 있다면!)을 검증하는 것이다. 검증에 사용되는 네 가지 핵심 요소는 적합성, 성공 가능성, 타당성, 적응성이다.


    1. 적합성: 문제를 제대로 알고 풀어라

    가치 제안은 사업 모델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세 가지 중요한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고객이 누구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가?

    고객이 나의 해결책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가치 제안의 요소다. 누가 고객이며, 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거기에 합당한 대가는 무엇인지 등을 밝히는 것이다. 그 일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가치 제안은 사업 모델의 핵심이다. 내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와 고객의 필요가 맞닿는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가치 제안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강력한 사업 모델도 만들 수 없다.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내가 제시하는 가치 제안을 고객이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수요를 알려준다면 최고의 가치 제안이 될 것이다. 강력한 가치 제안을 만들어내려면 고객을 상대로 시험해봐야 한다. 고객의 판단이 바로 정답이기 때문이다.


    2. 성공 가능성: 효과적인 사업 모델을 수립하라

    사업 모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지만 추가 기능에 대해 요금을 받는 ‘프리미엄 모델’에서부터 구독료 방식, 서비스별 과금 모델 등 다양하다. 어떤 것을 택하든 사업 모델은 성공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투자자는 사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다시 두 가지 핵심 요소로 나눠 생각한다. 바로 수익성과 확장성이다.

    5장에서는 재무지표와 수익성을 다룬다. 간단히 말해 기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고객이 회사와 관계를 맺는 전체 기간 동안 고객이 제공하는 가치보다 그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어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너무나 자명한 결론이다.


    효과적인 사업 모델은 수익성뿐만 아니라 확장성을 갖춰야 한다. 확장성이라는 말이 기술 스타트업 세계에서 많이 거론되는데, 이 용어의 실제 의미는 무엇일까? 사업 모델에 확장성이 있다는 말은 매출을 획기적으로 증대할 수 있으면서도 관련 비용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확장성이 있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초기 비용만 투입하면 이후에는 극히 적은 비용으로도 추가 매출(판매)을 올릴 수 있다. 반면 서비스 사업은 일반적으로 확장성이 낮다. 추가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3. 타당성: 성공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라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회사에 적합한 팀을 구성했고, 그래야 할 충분한 이유도 있었다. 또 적합한 가치 제안을 찾아냈고, 성공 가능성 있는 사업 모델도 구축했다. 그러나 필요한 자원이 있어야 사업을 실행할 수 있다. 그 어떤 스타트업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자원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범주가 있다.


    인적 자원 (조직)

    재무 자원 (자금 조달)

    물적 자원 (공장, 설비)

    지적 자원 (브랜드, 특허)

    파트너십


    이 모든 자원 중에서 실행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적 자원, 즉 회사의 조직이다. 수많은 위대한 스타트업이 적합한 자원이 부족해서 실패했다. 예를 들어 처음에 아주 작게 시작한 조직이 단 한 번의 잘못된 채용 때문에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래서 창업가들에게 사업 초기에 조직을 구성할 때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비록 단기간 고통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4. 적응성: 외부 위협을 관리하라

    우리 회사가 마치 우주의 중심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당연히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실패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책의 서두에서 이미 언급했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스타트업의 실패는 주로 ‘내부의’ 사건 때문에 일어난다. 즉,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원인은 창업가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으므로, 이 사실을 깨닫고 제대로 배우기만 하면 분명히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있기 마련이어서 외부 환경, 즉 우리 회사가 운영되는 주변 흐름에 대해서도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외부 위협에는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대체재를 앞세운 경쟁자의 출현

    산업 내 규제 환경의 변화

    사회 분위기의 변화

    자본시장의 변화로 자금 조달 난항

    파괴적 기술의 출현

    고객 유치 비용을 높이는 경쟁자의 존재



    보여주는 사업, 할리우드 방식에 답이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돈을 어떻게 쓰는가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예산을 빠듯하게 관리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물론 그들은 영화 제작에 막대한 돈을 쓰지만, 제때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줄 안다. 창업가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돈 쓰는 타이밍을 잘못 잡는 것이다. 가령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다면, 그들은 일단 친구나 가족, 팬들에게 돈을 빌리거나(이른바 F3 자금 조달이라고 한다) 사비를 털어 자금을 마련한다. 그런 다음 보통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위탁해 앱 개발에 나선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 많은 돈이 낭비된다. 앱 개발에 거의 100만 달러 가까운 돈을 쓰고 파산하는 창업가를 본 적도 있다. 이런, 세상에!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그럼 할리우드에서는 어떻게 할까? 그들은 덮어놓고 이렇게 말하는 법이 결코 없다. “<쥬라기 공원>이라, 끝내주는 아이디어군! 그럼 공룡 영화를 한번 찍어보자고. 당장 카메라부터 꺼내 시작하지 뭐.” 일단 카메라를 꺼내 들면 그때부터 돈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할리우드 사람들은 잘 안다. 세트를 운영하는 데 동원되는 그 수많은 사람을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배우, 감독, 조수, 조명 기술자, 식사 제공자는 물론 음향, 의상, 메이크업 담당자도 모두 사람이다. 물론 그 외에도 무수히 많다. 따라서 할리우드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고 계획과 준비 단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스타트업에도 이 프로세스를 똑같이 적용하면 된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다음 사업 모델 구상부터 시작하라(이것이 나만의 시나리오다). 스스로 자문해보라. ‘이 사업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 제품에 어떤 스토리를 입힐 것인가?’ 먼저 틀을 짜고 시제품 제작부터 해보는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니라 톰 크루즈가 되라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 창업가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되려 애쓰고 있다. 사실은 톰 크루즈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읽어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뛰어난 배우이자 감독이면서 재능 있는 제작자 겸 시나리오 작가다. 그는 명실상부 유니콘에 해당하는 인물로서, 할리우드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존재에 속한다. 반면 톰 크루즈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는 사람이다. <탑건>에서 <미션 임파서블>에 이르는 셀 수도 없는 흥행작, 그것도 주로 스릴러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온 사람이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전문가다.


    할리우드는 전문가들이 만들어가는 산업이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전문 역량을 하나로 엮어 특정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촬영감독은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의 영역을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쥬라기 공원> 외에도 10여 편의 베스트 셀러 소설을 썼다. 그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한곳에 집중했다. 크라이튼은 TV 드라마 <ER>의 각본을 썼고, 영화 <웨스트월드>의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았으며, <쥬라기 공원> 속편 시리즈의 각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성공을 거둔 유명 소설과 시나리오를 많이 썼다. 이 모두가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한 결과였다.

    어떤 종류의 영화든 거기에 잘 어울리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있기 마련이고, 이 원리는 스타트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내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고 해서, 이 회사를 가장 잘 경영하고 속속들이 꿸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나라고 할 수는 없다. 영화감독이나 음향 조절, 또는 촬영감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왜 굳이 나라고 생각하는가?


    제품에만 매달리지 말고 고객 개발에 힘써라

    할리우드와 영화가 거의 동의어가 되었듯이, 기술 스타트업 역시 각자의 기술과 동일시되곤 한다. 이런 풍조가 지나쳐 창업가들은 다른 모든 것에 눈을 감게 된다. 제품은 만질 수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여기에만 매달려 공을 들인다. 기술은 창업가에게 사이렌(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켰다고 전해지며,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도 사이렌이 등장한다-옮긴이)의 노랫소리와 같다. 그들은 자신의 제품에 마법처럼 끌려들어간다. 물론 제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사이렌의 노래라는 비유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창업가들이 다른 중요한 분야를 너무나 도외시하는 현상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시장, 고객 조사, 상품 기획, 스토리보드 작성, 시제품 구상, 테스트 등 중요한 분야가 너무 많다. 사실 다른 어떤 것보다 제품에 매달려 애쓰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스타트업 세계와 할리우드의 이런 유사성을 사람들이 너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필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제품 개발의 처음 두 단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창업가가 그리 많지 않다. 이 대목을 잘 파악하는 것은 시장 조사를 어떻게 하는지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질문을 던지고, 고객이 특정 행동을 하는 이유를 묻는 것이다. 고객의 행동에 대한 이해는 지금도 여전히 업계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영역에 속한다.



    최고의 전략은 투자자 중심 디자인 씽킹이다

    투자자 중심 디자인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라

    할리우드 방식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인간 중심 디자인이라는 방식을 통해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앞 장에서 설명했듯이 고객을 제품 설계 과정의 중심에 두고 그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우리 제품과 가치 제안의 적합성 및 정확성과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씽킹의 기본이다.


    투자자 중심 디자인이란 이 방법을 잠재적 투자자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런 전략도 없이 무작정 자금 조달에 나서는 창업가가 많다. 그들은 모든 투자자를 똑같이 취급하며, 특정 투자자가 얻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투자를 얻어낸다면 그것은 오로지 운일 뿐이다. 투자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내가 내놓은 투자 가치 제안에 상대의 마음이 움직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지고, 따라서 지금 당장이나 나중에라도 투자를 이끌어낼 확률이 훨씬 더 증가한다.


    이 방식이 주는 이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자금 조달에 신경 쓰다 보면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정신이 산만해진다. 자금 조달을 빨리 끝낼수록 다른 중요한 일, 즉 회사 운영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어떤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에 매달려 몇 달이나 시간을 질질 끌다(이런 상황이 회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마침내 회사 분위기가 침체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나 창업가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이 방식을 따르면 더 높은 수준의 투자자와 우리 회사에 더 적합한 투자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투자자라고 모두 같지는 않다. 물론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창업가도 있겠지만, 우리 회사에 맞는 투자자를 만난다는 것은 현금 이상의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우리 회사의 미래를 개척하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 적합한 투자자를 만나면 투자자와 불화를 일으킬 위험도 감소한다. 잘 알다시피 이것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10가지 원인 중 하나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에인절 투자자와 벤처 캐피털에 집중하라

    투자자들 또한 창업가만큼이나 다양한 성격임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성공을 거둔 베테랑도 많다. 투자자는 크게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친구, 가족, 팬(F3)

    에인절 및 슈퍼에인절 투자자

    벤처 캐피털 펀드

    기관투자자


    이 중에서 스타트업 창업가가 집중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에인절 투자자와 벤처 캐피털이다. 벤처 캐피털 중에는 회사가 아직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전인데 기꺼이 조기투자를 하겠다는 곳도 있고, 특정 매출 기준을 돌파한 후에야 투자하겠다는 곳도 있을 것이다.


    스타일과 기대치

    투자자는 스타일과 기대치가 다양하다. 그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직접 개입인지 불간섭주의인지 알아봐야 한다. 투자하는 특정 산업 분야(예를 들어 금융기술, 즉 핀테크 관련 기업)가 있는지, 선호하는 스타트업의 유형(예컨대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 즉 SaaS)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창업가에게 어느 정도 헌신과 협조를 기대하는가? 창업가의 연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할까? 창업가가 투자자에게 자기 주식을 공여하고자 할 때 이를 승인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는가? 그들이 구상하는 자금 회수 일정은 어떤가? 자금 회수는 어떤 방식을 원하는가? 투자할 자금의 원천은 어디인가? 자기 자금인가, 아니면 그들 역시 타인의 자금으로 투자하는가?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지만, 이런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이런 유형의 투자자가 우리 회사나 창업가 본인에게 얼마나 잘 맞을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투자자 중심 사업 설명을 펼쳐라

    사업 설명 자료

    필자는 그동안 수백 편의 사업 설명 자료를 읽어봤지만 대부분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완벽한 사업 설명 자료를 만드는 마법의 공식이 있다. 우선 분량이 적어야 하고(최대 10~12페이지 정도), 투자자가 보고 싶은 핵심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이고, 고객은 누구이며, 우리 회사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가? 이 분야에 관한 참고 자료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훌륭한 사업 설명 자료 사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라. 파워포인트 자료를 어떻게 꾸미느냐는 핵심이 아니다.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투자자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들었느냐가 중요하다.


    프로답게 움직여라

    사업 설명 방법은 창업가의 개인적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다. 남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것이 자신 없더라도 이번 기회에 배우겠다고 마음먹는 편이 좋다. 사실 연습밖에 방법이 없다. 나 혼자 애쓸 필요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발표 과정에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라. 직원들이 깔끔한 차림새로 현장에 동석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말 그대로 발표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라는 것이다. 제품 시연을 최고기술책임자가 담당할 수도 있고, 공동 창업가들이 나누어 발표할 수도 있다.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조직의 내공과 팀워크를 투자자에게 과시할 수 있고, 이번 투자 대상이 뛰어난 창업가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발표 장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바로 경청이다.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대답에 귀를 기울여라. 투자자가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주의 깊게 들어보라. 비판에 대해 즉각 반응하거나 반박하려 하지 마라. 대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라. 지나치게 서두르며 본론으로 곧장 직행하는 바람에 발표를 망치는 창업가를 많이 봤다. 그러면 투자자는 금세 떠나간다.


    발표를 마친 다음에는 어떤 질문에도 성실히 답변해야 하며, 따로 조사가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후에 꼭 다시 답변드리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좋다. 사업 설명을 할 때마다 피드백을 꼭 요청하라. 투자자를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매달리라는 말이 아니다. 개선점에 대한 제안을 진심으로 요청하라는 뜻이다. 그들의 피드백도 소중하지만 나의 그런 태도 자체가 배우려는 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괜찮다. 우리 회사가 비록 그들의 투자 패턴에는 맞지 않지만 우리에게 맞는 다른 투자자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한 다음 반드시 연락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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