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괴짜 브랜드
 
지은이 : FFC(Freaky Fox Crew) (지은이)
출판사 : 천그루숲
출판일 : 2024년 05월




  • 지구와 함께 성장하는 10개 괴짜 브랜드 인터뷰를 전합니다. 브랜드 액티비즘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친환경 브랜드의 성공법과 만나보세요.


    지구를 지키는 괴짜 브랜드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ESG 시대, 물건이 아니라 신념을 판다 __ 파타고니아

    ESG 경영의 우수 사례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일 년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우리 제품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내건다. 게다가 해마다 매출의 1%를 ‘지구를 위한 세금’으로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우리 기업의 최대 주주는 지구’라고 선언하며 2022년 가을부터 순수익 100%를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한다.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오래 입을 수 있는 의류를 만들기 위해서도 고민한다. 또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지사에는 환경팀이 존재해 각국의 현실에 맞는 환경 이슈와 연관된 크고 작은 환경단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이야기이다.


    기후위기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제 ESG 경영은 필수과제이자 숙명이 되었다. ESG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선명하고도 투명한 ESG 경영을 실천해 왔던 파타고니아. 이런 파타고니아를 만들어 온 경영철학은 무엇인지, 파타고니아의 스토리를 김광현 팀장에게 들어보았다.


    Interviewed with 김광현 환경팀 팀장

    ‘파타고니아’는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파타고니아는 1973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회사로, 캘리포니아 벤투라에 본사를 두고 있어요. 암벽 등반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해, 지금은 의류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활동할 때 입는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와 일상생활에서 입는 옷을 함께 생산하는 글로벌 의류 기업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호주, 남미, 유럽 등 전 세계에 1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파타고니아 하면 ‘환경보호’에 굉장히 진심인 기업이라는 점이 우선 떠올라요. 팀장님이 생각하는 파타고니아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파타고니아는 ‘지구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본사 및 각국의 파타고니아 지사마다 환경팀이 존재해요.


    매출을 많이 올리거나 사업 규모를 크게 확장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의 운영방식인데, 파타고니아는 ‘지구 환경보호’라는 가치 달성을 위해 사업을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즉, ‘환경보호’라는 가치가 저희 사업의 모든 영역에 골고루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 기업과는 가장 크게 다른 점이고, 더 나아가 현재 긴박하게 다가온 전 지구적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회사의 자원과 예산을 물심양면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다른 기업들과는 차별화되는 점이죠. 파타고니아는 이런 비전 아래 지난 수십 년 동안 환경 보호를 일관되게 추구해 왔는데, 최근에는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지면서 환경에 관한 활동을 파타고니아 내·외부적으로 훨씬 더 강력하게 펼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하면서도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파타고니아의 방향성이 한국 지사인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도 잘 실현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최대한 실현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본사 경영진의 뜻이기도 하고요. 본사에 출장을 가면 CEO나 임원 분들을 만나는데, 그분들도 한국에서 파타고니아가 파타고니아답게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어요. 성장을 하지만 급격하지 않게 건강하게 성장하고, 매장을 찾아주는 고객들이 그저 신제품 구입을 위해 파타고니아를 찾는 게 아니라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사기 위해, 또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지지하고 저희 브랜드를 정말 신뢰해서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문제 해결을 잘 해내는 것이죠.


    파타고니아는 2011년 11월 블랙프라이데이에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실었어요.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블랙프라이데이는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날이에요. 그때가 추수감사절 기간이기도 해서 많은 브랜드들이 80~90%까지 전폭적인 세일을 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1년 내내 소비를 안 하다가 그때 몰아서 한 번에 너무 많은 소비를 하게 돼요. 그래서 일부러 그 시점에 맞춰 광고를 진행했어요. 세일 시즌이라고 옷을 마구잡이로 사지 말고 환경을 위해 소비를 줄이자'라는 의미에서요.


    파타고니아는 ‘너무 많은 소비는 지구환경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한정된 자원을 무작정 사용하기만 해서는 성장과 생산이 계속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죠.


    환경을 살리려면 기업이 가장 먼저 변해야 하지만, 또한 기업의 제품을 사는 사람들도 변해야 해요. 사람들이 소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환경에 끼치는 피해가 커지니까 가능하면 소비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광고에 담은 거죠. 어떤 면에서 보면 역설적이기도 해요. 실제로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옷 사지 말라고, 옷 고쳐 입자고 하면서도 계속 옷을 팔고 있지 않느냐’고요. 파타고니아도 신제품을 계속 발매하고 있으니까요.


    파타고니아라는 회사 역시 지구환경을 되살리고 싶은 바람과 기업으로서 이윤을 내야 하는, 어찌 보면 모순적인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숙제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게 결국 환경을 지키며 건강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파타고니아의 특별한 상황은 결국 책임경영의 베이스가 되기도 하죠. 친환경성,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이 파타고니아가 현실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윤리, 경영, 운영에 두루 배어 있으니까요.



    업사이클링 (Upcycling)

    내일의 지구를 위한 즐거운 업사이클링 __ 노플라스틱선데이

    Interviewed with 이건희 대표

    ‘노플라스틱선데이’는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희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브랜드명이 ‘노플라스틱 선데이’고, 회사의 정식 명칭은 ‘프래그’라고 해요. 지구상에 남겨진 쓰레기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죠.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데 주력하고, 고객과 시장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데 비즈니스 역량을 쏟고 있어요. 재활용을 통해 기존 플라스틱 산업의 제조 문법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확장가능성이 있는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더 다채롭게, 그리고 쉽고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노플라스틱선데이’. 그대로 해석해 보면 ‘플라스틱 없는 일요일’이라는 뜻인데, 이 이름을 어떻게 지었나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하고 생각했어요. 어찌 됐든 플라스틱은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잖아요. 그 필요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대의 필수품이 환경문제를 크게 야기하고 있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고 싶었어요.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노플라스틱선데이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재활용 플라스틱이 믹싱되어 탄생하는 색감과 패턴이 노플라스틱선데이만의 특징이라 생각해요. 사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사용하면 특정한 색깔이나 특정한 수량 등을 의도한 대로 만들 수 없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각각의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조금씩 섞어서 거기에 기반한 컬러 칩을 먼저 만들어요. 그다음에 그 칩으로 여러 제품을 만들어 내거든요. 이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점 역시 노플라스틱선데이만의 장점이에요. 초반에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액세서리나 소품과 같은 상품들을 주로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는 소품이나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모듈이나 점자 사이니지(누군가에게 특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시각적 구조물)무선 충전기 같이 기능을 담은 제품들도 개발하고 있어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폐플라스틱을 모으는지 궁금해요.


    프로젝트 형식으로 일반 시민들을 통해 모으는 방법도 있고, 저희와 거래하는 고객사에서 보내주는 것들도 있어요. 제품을 만들면서 발생한 폐플라스틱으로 펠릿(Pallet)을 만들어서 보내주기도 하고요. 학교나 단체에서도 모아서 보내줍니다. 또 공장에서 나온 폐플라스틱을 사용해 보겠냐고 먼저 제안을 주기도 해요.


    그런데 같은 플라스틱 소재라도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어떤 색상과 소재가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활용도가 나뉘어져요. 재활용이 가능한 것도 있고 불가능한 것도 있어요. 불량을 없애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관된 소재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거든요. 실제로 캠페인이나 프로젝트로 플라스틱을 모으면 수거하고 분류하고 세척하고 분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비용과 과업이 발생하기도 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면서 방향을 잡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업사이클링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고 하던데요.


    업사이클링이나 리사이클링 제품이 보편화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유지되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분리배출 시스템과 플라스틱 소재들을 잘 관리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용하고 버리는 사람들에게도 관심과 행동을 요하는 부분이에요.


    일각에서는 “리사이클을 하고 업사이클을 해도 어쨌든 플라스틱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맞는 말이죠. 그런데 플라스틱이 인류에게 당장 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먼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해요. 플라스틱이 무조건 환경에 해를 끼치는 나쁜 소재라고만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거죠. 플라스틱이 인류의 삶과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균형 잡힌 인식이 필요한 거예요.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는 지속가능한 방식을 만들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 병원 같은 곳에서 플라스틱은 필수요소예요. 주사기, 링거 라인, 검사기기부터 수술장의 다양한 의료기기까지 거의 모두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이러한 관점에서 우선 지금의 상황을 먼저 점검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같이 계획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면 궁극적으로는 제대로 된 자원순환 구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노플라스틱선데이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요?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문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사용하는 것, 알고 버리는 것과 모르고 버리는 것이 큰 차이가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노플라스틱선데이가 플라스틱 쓰레기와 관계를 맺고, 그것을 활용한 제품을 통해 자원순환의 이해도를 올리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또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소재가 새롭게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대체재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품질이 좋은데 환경적인 가치까지 담고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제품 자체가 좋아서 선택될 수 있게끔 만들고 싶고요. 이런 기술과 제품이 대중화되어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이 나아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자원순환 구조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슬로우 패션 (Slow Fashion)

    옷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다 __ 다시입다연구소

    패션은 시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특히 젊은층이 열광하는 장르다. 그러나 그들 중 의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우리나라의 의류 폐기물은 약 8만 2천 톤이며, 공장에서 나오는 폐섬유까지 합산하면 그 양은 4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조건 중 하나인 의류는 어쩌다 재앙이 되었을까?


    ‘다시입다연구소’의 정주연 대표에게 현재의 의류산업과 환경오염의 깊은 연관관계와 함께, 이에 따른 다양하고도 힘찬 대안을 들어봤다.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산업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 문제를 다각도로 알리고 있으며, ‘21%파티’, ‘수선혁명’ 등으로 슬로우 패션을 촉진하는 여러 활동을 전면적으로 취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Interviewed with 정주연 대표

    ‘다시입다연구소’는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다시입다연구소는 ‘다시 입기’를 통해 지속가능한 의생활을 실천하며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의식주 중 식생활과 주생활에 관한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 단체는 많은데, 의생활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단체는 거의 없더라고요. 저 역시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의류가 환경을 얼마만큼 파괴하고 있는지, 현대의 자본주의 논리로 인해 얼마나 심각하게 환경이 공멸할 위기에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의생활에서의 환경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에 다시입다연구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다시입다연구소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말 그대로 옷을 ‘다시 입는’ 활동을 해요. 멀쩡한 옷이지만 내가 입지 않는 옷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거나 교환해서 입는 문화를 만들고, 또 내가 좋아하는 옷은 끝까지 입고 고쳐서 입어보는 노력을 독려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우리 옷장 속에 있는 옷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옷이 버려지지 않는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 환경문제 중에서도 '의생활'과 관련된 부분에 문제의식을 느낀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환경보호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계기는 숍스캄(Köpskam: 구매와 소비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였어요. 이 일을 하기 전에 외신을 통역·번역하고 요약하는 일을 했었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어요. 스웨덴어로 숍(Köp)은 구매·매입이라는 뜻이고, 스캄(skam)은 창피함, 부끄러움이라는 뜻이에요. 유럽에 가면 젊은 친구들이 ‘숍스캄’이라는 피켓을 들고 환경운동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소비를 창피하게 여겨라’ ‘개념 없는 소비가 환경을 망쳤다’라고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잘 생각해 보면 소비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옷이에요. ‘새 옷을 생각 없이 계속 사는 행위가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식이 유럽의 젊은 친구들에게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런 문제의식에서 중고의류 시장이 확산된 거죠. ‘환경문제는 곧 옷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장롱 속 본인이 입지 않는 옷들을 공유하면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옷 하나를 만드는 데도 엄청난 자원이 소비된다고 들었어요.


    혹시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아시나요? 무려 7,000리터가 들어가요. 이 정도면 한 사람이 7년 동안 마시는 양이에요. 그런데 그만큼의 자원을 소비해서 만든 옷의 가격이 한 벌에 고작 2~3만 원 정도예요.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만큼 물값이 싸고 노동력도 싸고 에너지도 싸기 때문에 그 정도 가격으로 판매가 될 수 있는 거겠죠. 우리가 자원의 가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옷을 세탁할 때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도 해양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환경을 이야기할 때 플라스틱 패트병을 많이 말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옷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양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옷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천억 벌 이상이 생산되고 있어요. 지구의 인구가 80억인데, 1,000억 벌이면 한 사람 앞에 열 장 이상씩 생산되는 수준이에요.


    문제는 옷의 소재 중 70% 이상이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과 같은 합성섬유인데, 이것들이 바로 플라스틱의 일종이에요. 플라스틱과 똑같은 석유화합물이거든요. 이런 옷들을 세탁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세탁물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이 걸러지지 않고 고스란히 강과 바다로 흘러가게 돼요. 그것을 미생물이 먹고, 그 미생물을 물고기가 먹고, 또 그 물고기를 인간이 먹는 거예요. 바닷물을 떠서 거기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을 분석해 봤더니, 미세 플라스틱 발생원인 1위가 바로 합성섬유였어요. 그 말은 곧 우리가 세탁을 할 때마다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2025년부터 미세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가 장착되지 않은 세탁기는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정했어요. 이에 맞춰 파타고니아와 삼성이 협업해 미국 CES(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에서 미세 플라스틱 저감 세탁기를 선보였고요.


    ‘패션기업 재고폐기 금지’라는 관련 법안 제정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생산되는 옷이 1,000억 벌인데, 그중 미판매된 재고만 매년 30% 정도가 돼요. 패션 기업들은 대부분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있지 않아 재고가 정확히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브랜드 옷일수록 소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안 팔려서 버리는 게 아니라, 만들 때부터 판매 적정량을 예측하지 않는 거죠. 일단 많이 만든 다음, 팔고 남는 건 그냥 버리면 된다는 식이거든요. 그게 단가가 더 싸게 먹혀요. 왜냐하면 주문을 대량으로 넣었을 때 단가가 훨씬 낮아지거든요. 수요를 예측하고 어느 정도 물량의 옷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면 옷을 추가로 제작하는 게 값이 더 많이 들어가요. 다시 똑같은 원단들을 수급해서 추가로 만들려면 시간과 돈이 더 많이 드니까 처음부터 아예 많이 만들고 남는 것은 버리는 거예요.


    옷을 보관하려면 창고비용도 많이 들어가니까 재고를 소각하거나 폐기처분해 버려요. 그러면 손실 처리가 되어 회계상으로도 더 이득이라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미지가 좋은 브랜드일수록 옷을 기부하지 않아요. 사회적 취약계층이 자기네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재고폐기 금지를 의무화하고 벌금을 부과하게 되면 기업들은 적정량을 생산하거나 남은 옷은 기부하는 쪽을 택하겠죠. 그러면 사회 연대도 좀 더 활성화될 거예요. 이런 효과를 기대하면서 관련 법안 제정에 힘을 쏟고 있어요.


    다시입다연구소에서 주창하는 ‘수선혁명’이라는 표현이 참 좋은 거 같아요.


    다시 고쳐서 사용한다는 점이 혁명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자본주의 사회의 대안이라고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의생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트렌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수선은 의류업계 시스템을 고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예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게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인데, 유럽에서는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고 미국도 주마다 다르지만 관련 법이 만들어진 곳이 있어요. 그리고 2023년 10월부터 프랑스는 국가에서 수선비를 지원해 줘요. 수선집에 수선을 맡기면 수선비의 반은 내가 내고 반은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거죠. 환경을 위해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물건을 안 버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수선을 장려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수선이라는 인식 자체가 많이 빈약해요. 수선비로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싼 거 하나 새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는 기업의 꼼수도 들어 있어요. ‘의도된 노후화’라고 해서 모든 것들이 만들어질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장이 나도록 의도돼서 만들어져요. 그래야 새것을 또 사니까요. 그리고 고쳐 쓰려고 하면 부품이 없다고 해서 계속 사게 만드는 거예요. 이제 이런 ‘의도된 노후화’는 멈춰야 해요. 모든 건 만들 때부터 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고요.


    다시입다연구소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꿔가고 싶어요?


    ‘쓰고 버리는 사회’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사회’로 나아가며 ‘환경을 위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사실 환경을 위한다는 건 옆에 있는 식물, 나와 같이 사는 동물, 비가 올 때 나타나는 지렁이·달팽이 같은 존재와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이거든요. 그러니까 서로를 존중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그런 사회가 바로 환경을 위하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단지 말하지 못하고 자기를 표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금 수많은 동물, 식물, 광물, 미생물과 같은 모든 생명체가 고통받고 있어요. 인간은 하나의 종에 불과해요. 인간이 무소불위의 권위에 빠져서 모두가 공멸하는 사회로 간다면 희망이 없어요.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존재도 인간과 평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는, 인간이 겸손해지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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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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