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신
 
지은이 : 이창길 (지은이)
출판사 : 몽스북
출판일 : 2023년 12월




  • 로컬에서 성공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인천 구도심을 중심으로 노포와 협업하며 상권을 부활시킨 ‘개항로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 재생 사례로 꼽힙니다. 이 프로젝트의 대표인 기획자 이창길이 로컬로 향하는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


    로컬의 신


    로컬의 시대

    로컬 기획과 도시 재생

    아파트가 오래되면 리모델링을 하듯 오래된 도시도 수리가 필요하다. 도시 재생이란 한때 번영했으나 다양한 이유로 쓸모를 잃어버린 도시에 문화적인 콘텐츠를 채워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영국의 템스강 주변, 일본의 요코하마 등이 대표적인 도시 재생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도시 재생의 핵심은 시대를 담는 것

    영국은 세계 최초로 산업 혁명을 일으킨 나라다. 도시가 산업화하면서 종교를 향한 관심이 낮아졌고, 런던 이스트 엔드에 있는 화이트채플 교회는 쓸모를 다했다. 산업 혁명 시대와 빅토리아 시대 때는 매춘과 범죄의 산실이었고, 이후 런던 빈민가의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그러는 사이 웨스트 엔드에는 세계의 부가 쌓였고 문화와 예술이 꽃피웠다.


    문화 시설이 런던 중심가에 집중되자 소외된 이스트 엔드를 살리기 위해 공공 미술관 건립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1901년 화이트채플 교회가 있던 자리에 화이트채플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역할을 다한 교회 건물이 건물 재생을 통해 미술관으로 거듭난 것이다.


    산업 혁명의 중심이던 템스강 주변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지로부터 다양한 물류를 실은 배들이 템스강을 통해 런던으로 들어왔다. 강변에는 수많은 공장과 물류 창고가 우후죽순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기술 혁신으로 런던의 풍경이 달라졌다. 물류의 중심에 기차와 자동차가 등장했고, 템스강 주변의 공장과 창고 는 문을 닫았다. 런던 시내에 전기를 공급하던 뱅크사이드 화력 발전소도 유가 상승과 생산 효율 저하, 공해 문제 등으로 가동을 멈췄다. 그러자 그 주변은 우범 지대로 변해 갔다. 밀뱅크 교도소 부지에 국립 영국미술관을 세운 테이트 재단이 나섰다. 그리고 화력 발전소의 외관은 최대한 보존한 채 내부만 미술관에 맞게 변형해 테이트 모던으로 변신시켰다.


    로컬 기획과 도시 재생은 다른 영역

    교회와 화력 발전소가 갤러리로 바뀐 것의 핵심은 건축물의 용도가 그 시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도시 재생 과정에서 반대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화력 발전소는 여전히 화력 발전소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 재생이란 과거를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하는 시점의 시간을 담아야 한다.


    개항로프로젝트를 진행하며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건물의 외관을 유지한 채 내부만 용도에 맞게 바꾼 사례가 있다. 토리코티지 역시 200년 된 제주 전통 가옥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내부만 현대식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지역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실행한 사례다.


    로컬 기획과 도시 재생 사이에 일정 부분 교집합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계를 짓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확실히 다른 영역이다. 나 역시 개항로프로젝트와 몇몇 포트폴리오로 인해 도시 재생 전문가로 불리지만 나의 정체성은 로컬 기획자다.



    나만의 시선과 관점으로 분석하라

    나만의 도시 분석이 중요한 이유

    다른 사람들이 제공하는 자료와 내가 직접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 방식대로 도시를 분석해야 내가 그 도시에서 해야 할 일이 보인다. 내 시선으로 도시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내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도시 분석을 마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공유하면 동조하며 격려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자는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반대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더라도 주눅 들 필요가 없다. 물리적 거리가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전국의 사람을 찾아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업의 판단 기준이 될 분석

    사람들은 모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음식점을 준비할 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지인을 모아 메뉴 시식을 하는 것이다. 그저 반응만 살피는 거라면 괜찮지만, 그들의 조언에 따라 레시피를 수정하는 건 문제다. 가까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레시피를 수정한다는 것은 내 음식이 평범해지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동안 모든 판단의 기준은 나만의 도시 분석의 결과여야 한다. 만약 내가 음식점을 준비하면서 시식단을 초청해야 한다면, 나는 지인이나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과 인종을 초대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역에서 음식점을 시작하게 됐는지, 어떤 기획과 콘셉트로 음식점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음식이 조금 짜다는 평이 있어도 나는 조금 짠 음식을 선호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운이 좋아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을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적 수용은 금물이다. 그의 조언이 나의 도시 분석 결과 내에서 수용되는지, 내 사업장의 콘셉트와 잘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내 기획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참고만 하는 게 좋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인천 개항로에서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청년이 있다. 이전에는 부대찌개 가게를 운영했는데, 아내의 제안으로 업종을 변경한 사례다. 그 부부 역시 우선적으로 도시 분석부터 했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비건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인천에는 비건 레스토랑이 없었다. 부부는 개항로라는 지역에서 비건식이 받아들여질지 고민했고, 같은 아이템이라면 개항로보다 송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두 지역을 모두 분석했다고 한다. 인천과 인천 상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여겼던 나도 그 부부와 상담하기 전에는 인천에 비건 레스토랑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도시 분석은 이 정도까지만 해도 좋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다.


    로컬행이 어렵다면 인터넷으로 서칭하라

    도시 분석을 할 때 그 지역에서 지내면서 실제로 부딪히면 고급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인터넷으로 전국의 로컬을 리스트업하고, 족장 격인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 살펴본 다음, 로컬에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러고 나서 지역으로 내려가 잠시 살아보면 된다.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면서 내가 저 사람과 협업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인적 프레임워크를 구성해 보자.



    계획하지 말고 기획하라

    계획하기보다 기획하라

    정보가 많지 않고 사회 변화의 흐름이 빠르지 않던 시절에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미래 예측이 어려우니 계획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과거에는 일을 할 때 빈틈없는 계획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유연한 기획이 필요하다.


    세상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개항로프로젝트는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1년 단위의 기획도 세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대신 개항로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슬로건을 만들고, 슬로건을 기준으로 필요할 때마다 기획하고 실천한다. 그러다 보면 일정한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그 흐름 안에서 방향이 잘못된 기획이 있으면 수정하고, 잘된 것이 있으면 그 방향의 기획을 추가해 실천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개항로프로젝트에는 방향성이 있을 뿐 큰 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같은 전통적인 조직에 속했던 사람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그리고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당황하고 고통받는다.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면 계획 세우다 시간을 다 흘려보내는데, 함부로 조언하기도 어렵다. 모두들 지금까지 지켜온 자기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세상은 그들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계획은 변수를 통제할 수 있을 때 제대로 기능한다. 가까운 미래도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면 계획 세우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옳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기획

    로컬에서 사업을 할 때는 유연해야 한다. 가장 먼저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고, 그에 맞는 기획을 만들어 실행하면서, 매일 벌어지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는 작은 기획을 만들고 실행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계획이 장기적으로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각 시점마다 해야 할 일과 순서를 말한다면, 기획은 눈앞에 도래한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아이디어를 말한다. 기획이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새로운 기획을 세울 때의 기준이 될 슬로건을 잘 정해 두어야 한다. 개항로프로젝트에는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브랜드 슬로건, 즉 철학적 배경이 없다면 각각의 기획 이 방향을 잃기 쉽다.


    계획할 수 없는 시대의 계획의 오류

    공들여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계획한 대로 상황이 맞춰질 때의 쾌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관철시키기 위해 잘못된 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주변 상황을 수정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한다. 그들이 조직의 대표라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피곤해질 것이다. 조직의 규모가 커 계획이 필요하다면,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시점마다 기획을 바꿔가며 유연하게 대처해 가야 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이직이 쉽다. 조직에 속했다가도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좋은 조건을 찾아 옮겨 간다. 하지만 로컬에 내려가 창업을 한다면 전제가 달라진다. 그동안 모은 전 재산을 투자할 경우도 있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이기도 하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인해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계획적인 인간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혼동하지 말자. 지금은 계획보다 기획이 중요한 시대다.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라 때에 따라 유연한 기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서울을 따라 하지 않는다

    로컬에서 공간을 중심으로 창업할 때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은 '서울을 따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서울에 있는 콘텐츠를 그대로 따라 한다면 굳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로컬에 내려와 콘텐츠를 소비할 이유가 없다.


    롯데리아 햄버거가 먹고 싶다면 가장 가까운 롯데리아 매장으로 갈 것이다. 코카콜라가 마시고 싶은데 다른 도시의 편의점에 가서 코카콜라를 구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품질, 가격, 디자인 등 모든 것이 같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상품은 대부분 품질이나 디자인이 모두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 만약 로컬에서 기획한 공간이나 상품이 서울에 있는 콘텐츠를 따라 한 것이라면 그것을 소비하도록 사람들을 이동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서울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기획하라

    일본 여행의 인기 테마 중 하나는 료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왜 일본까지 가서 목욕을 즐길까. 대한민국 수질이 나빠서일까, 일본 온천수로 목욕을 하면 피부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기 때문일까. 본질은 수질이 아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일본 료칸의 분위기와 주인장의 태도, 특별한 음식 차림 등 그곳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로컬에서 창업을 한다면 서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공간과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과 수도권 인구를 유혹할 콘텐츠를 기획하라

    욕심이 앞서면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잘 운영되는 공간을 카피하는 것은 쉽고도 빠른 길처럼 보인다. 인스타그램, 구글, 핀터레스트 등 온라인에는 잘 만들어진 공간의 이미지와 더불어 실제로 사람들이 좋아서 소비했던 공간의 특징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 공간을 카피하는 것은 트렌드를 따르는 것도 아니고 안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인구는 2500만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어느 로컬에서 사업을 하든 그들이 움직여야 돈을 벌 수 있다. 서울에 있는 것을 따라 해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롯데리아 햄버거를 먹기 위해 로컬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카피되지 않게 하라

    2023년 상반기는 '챗지피티' 관련 뉴스가 유난히 많았다. 많은 크리에이터, 그중에서도 창작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시대가 끝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AI는 명령어 몇 개면 몇 초 안에 그림을 그려냈고, 만족스러운 그림을 그릴 때까지 명령어를 추가로 입력하면 개선된 작화가 나왔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AI가 그린 그림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기존 작가들의 작품으로 AI를 교육시켰으니 저작권이나 기타 해결해야 할 법적 문제가 남아 있지만 AI 일러스터는 점점 보편화할 것이다.) 뉴스를 보면서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절감했다. 이제는 카피를 넘어 기계가 창작을 하는 시대다. SF 영화를 보면서 자란 나는 언제쯤 영화 속 상상력이 현실 에 재현될 것인가 궁금했는데, 지금 내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는 주인공 트리니티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달려가 헬리콥터 조종석에 앉는 장면이 있다. 트리니티는 헬리콥터 조종법을 모른다. 하지만 데이터로 조종법을 전송받자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능숙하게 헬리콥터를 다루기 시작한다. 관련 지식이 전혀 없고 훈련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몇 초 만에 헬기 조종법을 익힌 것이다. 실제로 인간이 헬리콥터를 조종하려면 적어도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AI 일러스트레이터를 보면서 머지않아 <매트릭스> 세계가 실제로 구현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동시에 두려움도 생겼다. 점점 카피하기 쉬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피하지도 카피되지도 말 것

    카피가 쉬워지면 가장 장사가 잘되는 지역은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이다. 로컬에서는 서울을 카피해 로컬에 재현하면 망하기 쉽지만, 서울은 로컬을 카피해 서울에 재현해도 무리 없이 장사할 수 있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고 수요가 공급보다 높은 곳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홍보하기보다 성공한 아이템을 벤치마킹해 빠르게 카피하고 빠르게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러나 서울과 대척점에 있는 로컬은 서울을 카피하면 안 된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그 상품이나 공간, 서비스를 즐기러 이웃 도시에서 찾아와야 하는데, 유니크한 아이템이 아니라면 굳이 지역에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동시에 카피되지도 말아야 한다. 카피되는 순간 소비자는 이용이 편한 도시로 가버린다. 좋은 아이디어로 좋은 아이템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카피되어 다른 도시에 비슷한 아이템으로 사업하는 공간이 생긴다면 내 공간은 더 이상 비전이 없다. 로컬에서 사업을 하면서 카피되지 않기 위기 위해서는 고유의 서사를 만들거나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문화적 요소를 찾아내기, 혹은 사람과의 절묘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절묘하게 조합하라

    카피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협업이다. 개항로프로젝트는 개항로 노포 어르신들과 협업을 많이 했다. 어르신과 협업을 할 때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을 내 스타일로 바꿔달라거나 나를 위해 무엇을 해달라고도 부탁하지도 않는다. 그래야 일하는 과정이 덜 힘들다. 꽤 많은 이들이 협업자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한다. 내 방식이 옳다는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되지만,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협업은 어렵다.


    절묘하게 조합하라

    '절묘한 조합'이란 그가 가지고 있는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작업자들을 연결했을 때 모두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창작자가 자유롭다는 건 무엇도 바꾸지 않고 전적으로 창작자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창작자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되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편해진다.


    개항로프로젝트에서 노포 어르신들과 협업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협업하는 어르신들 중에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분도 계신다. 내가 무엇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개항로 인근을 돌며 어르신들의 작업을 지켜보다가 그분들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원래 하던걸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나와 일을 하면 하던 일을 계속했을 뿐인데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며 좋아하신다. 이것이 내가 개항로프로젝트에서 브랜드 슬로건을 '올드 앤드 뉴'로 정하고, 지역성을 '노포'로 선포한 다음 어르신들과 협업할 수 있는 비결이다. 전원공예사 어르신과 협업한 '가훈프로젝트'도 그렇게 진행됐다. 어르신은 하던 대로 목간판에 글씨를 새겼고, 나는 목판의 크기를 작게 하고 가훈을 만든 사람들의 손 글씨를 받아 적용하는 등 모던하게 바꿨을 뿐이다.


    내가 조금 불편하면 상대방은 일하기 편해진다. 편안한 상태에서 그 사람의 진짜 실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있다. 사람을 잘 관찰하고 장점을 발견해 절묘하게 조합하는 훈련을 해보자. 이렇게 협업으로 만들어낸 결과물 역시 절대 카피되지 않는다.



    느슨한 연결, 크루들과 협업하라

    크루를 결성하라

    로컬 비즈니스에서 크루란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닌 매력을 기반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말한다. 크루가 왜 중요할까.


    혼자 일을 잘하는 사람은 한계가 분명하다

    과거에는 정보, 기술 및 지식을 대중이 얻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몇몇 사람만이 독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지금은 누구나 과거보다 손쉽고 빠르게 정보와 기술,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정보와 지식은 학습, 공유, 교육을 통해서 더 다양한 정보와 지식으로 변화한다. 개개인의 특성은 더욱 분명해지고 취향과 개성, 취미는 점점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정된 지식과 정보를 통해서 한 사람이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무한대로 쏟아지는 지식과 정보를 한 사람이 모두 소화하기 힘들다. 따라서 같이 일을 해야 효과가 큰 시대가 됐다. 만약 혼자 일을 하는데도 성과가 좋았다면 그가 크루를 조직해 일할 경우 몇 배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개인의 창작 영역이라 믿었던 음악을 작곡하는 데도 수십 명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하는 시대다. 현 시점에서 크루를 조직해 일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형화된 조직보다 자유롭다

    크루는 회사처럼 상하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법인처럼 구속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계약 관계로 묶이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다. 개항로프로젝트의 경우 전체를 관리하는 회사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멤버들은 계약 관계로 묶여 있지 않다. 프로젝트에 따라 뭉치기도 흩어지기도 한다.


    자유로운 작당 모의

    이 외에도 크루의 장점은 많다. 일을 쉽게 도모할 수 있고, 작당 모의도 자유롭다. 서로 잘 맞는 사람을 소개해 주고 소개받기도 쉽다. 무엇보다 서로의 팬이 되어 마음 편하게 응원하고 열정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혼자 잘해서 잘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아무리 다재다능해도 혼자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정보와 기술의 발달로 지식은 넘쳐나고, 사람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만난다. 개인과 개인이 만났을 때의 능력치는 단순히 더하기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곱하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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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