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사무실을 없앴을까
 
지은이 : 브라이언 엘리엇 외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23년 03월




  • 요즘 인재들은 연봉 다음으로 유연근무를 중시합니다. 이제 새로운 업무 공간과 시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슬랙, IBM, 보스턴컨설팅그룹, 리바이스, 델 등 다양한 기업이 유연근무제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분투한 과정을 살펴봅니다.


    그들은 왜 사무실을 없앴을까


    인재 확보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 : 유연근무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유연근무란 무엇인가

    유연근무라고 하면 하이브리드 근무, 원격근무, 사무실에 출근해서 다른 직원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소통하며 일하는 온라인 근무(virtual work), 팀원들이 각자 다른 장소에서 일하며 협력하는 분산 근무(distributed work) 등이 떠오를 것이다. 수십 년간 당연시되던 근무 환경과는 다른 형태들이다. 여기서는 이를 한데 묶어 ‘유연근무’로 표기했다.


    이렇게 혼용하는 이유는 경우에 따라 의미가 약간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각 기업의 니즈뿐 아니라 기업 내 각 팀의 니즈에 부응하는 광범위한 선택지를 아우른다. 많은 이들이 유연근무를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협소한 정의다. 그리고 곧 살펴보겠지만 가장 큰 이점도 아니다. 유연근무는 일련의 규칙이나 정책이라기보다 사고방식에 가깝다. 말하자면 ‘일=사무실’, ‘근무일=9시 출근 5시 퇴근’이라는 낡은 개념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재량을 주면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최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가령 재택근무는 최선의 유연근무 모델이 아니다.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장소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연성을 이야기할 때 대개 일하는 장소를 떠올린다. 앞서 언급한 ‘원격’, ‘분산’ 같은 용어들도 대체로 장소의 유연성을 암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연한 근무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 퓨처포럼이 6개국 1만여 명의 지식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6퍼센트가 유연한 근무 장소를 원했다. 상당히 높은 비율인 만큼 주목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이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유연성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보다 훨씬 높은 93퍼센트는 유연한 근무 시간을 원했다.


    이 조사 결과가 많은 리더들의 예상을 빗나갔듯 유연근무는 열린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근무 장소의 유연성을 수용한 혁신적인 리더라 할지라도 근무 시간의 유연성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회의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다면 집에서 참여하는 줌 회의라 할지라도 진정한 의미의 유연성으로 볼 수 없다. 직원들이 요구하는 형태도 아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유연성이다.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데 시간을 내고 각자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자유와 자율성을 원하는 것이다.


    유연근무를 가로막는 요인

    한 가지 이유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현상 유지 편향 때문이다. 우리는 대체로 과거의 방식에 편안함을 느낀다. 따지고 보면 예전 방식 덕분에 조직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여태 별 문제가 없었는데 굳이 바꿔야 할 이유가 있을까? 슬랙의 전 최고경영자 버터필드는 회의를 예로 들어 변화에 대한 저항을 설명한다. 임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회의가 너무 잦아서 효율적으로 체계화하면 득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상황을 개선 시키려는 노력은 일절 하지 않는다. 예전 방식이 익숙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슬랙이 하는 일이다. 모든 직원이 원하고 관리 역량도 키워주는 근무 시간 유연성이 잦은 회의로 저해되고 있다.


    유연근무를 도입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그 방식이 늘 성공적인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이 유연근무를 촉진시키고 수요를 견인한 건 사실이지만, 실은 오래 전부터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었다. 최고경영자가 바뀌면서 예전 방식으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었고,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유연근무 시행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유연근무가 과거에 실패했고 지금도 이따금 실패하는 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


    무엇을 할 것인가: 디지털우선 전략을 도입하라

    앞서 얘기했듯 유연근무에는 여러 형태가 있고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권장하는 유연근무 형태는 바로 ‘디지털우선(ditigal-first)’ 방식이다. 디지털은 유연근무의 핵심이므로 유연근무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반드시 디지털우선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디지털우선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무엇이 디지털우선 방식이 아닌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 디지털우선은 종래의 사무실 중심이 아니다.

    - 디지털우선은 근무지 유연성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디지털우선은 평일 재택근무 일수를 의무적으로 정해놓는 것이 아니다.

    - 디지털우선은 ‘직접 대면 불가’나 ‘무조건 원격근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우선은 디지털 기술이 대면 소통을 보완하던 방식에서 대면 소통이 디지털 기술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유대감을 다지면서도 모두를 포용하는 근무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전처럼 본사를 둘 수 있지만 이 본사는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야 하며 물리적인 사무실로 보완해야 한다. 이전처럼 직원들이 유대감을 다지고 협업할 수 있지만 이는 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러 사람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디지털 포럼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대면 교류로 보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디지털우선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적극 수용하고 중시하는 태도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직원들은 근무 시간과 장소를 직접 선택하는 자유를 통해 잠재력을 발휘하고 최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근무 ‘장소’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의 유연성에 대한 요구라는 점에서 장소에 초점을 두는 ‘하이브리드’나 ‘원격 우선(remote-first)’은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 진정한 유연성은 근무 시간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이며 근무 시간 유연성을 보장하려면 반드시 디지털 툴을 활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우선 사고방식이다. 디지털 툴을 통해 근무 장소뿐 아니라 근무 시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유연성을 설계하라

    기업이 할 일은 디지털우선 근무 환경을 뒷받침하기 위해 ‘틀 내 유연성(flexibility within a framework)’을 구축하는 것이다. 유연근무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며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 인프라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미래의 일하기 방식을 체화하는 7단계 : 유연근무제를 실행하는 방법

    무엇을 위해 변하려 하는지에 집중하라_구성원 전원이 유연근무제의 목표와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

    유연근무의 목적: 이유를 명확히 하라

    유연성, 특히 근무 시간 유연성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개인, 팀, 기업에 따라 유연성에 대한 생각도 제각각이므로 한데 결집시켜 변화를 정착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그 목적을 이해하고 이를 리더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먼저 이렇게 자문하라. 애초에 왜 유연근무를 시행하려고 하는가?


    - 유연근무 목적

    유연근무 시행의 주된 목적을 나타내는 성명. 유연근무가 기업에 중요한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하며 조직의 전반적인 목표 및 가치관과 양립해야 한다.


    - 유연근무 원칙

    기업의 가치관과 유사한 이 원칙은 유연근무 목적을 뒷받침하는 핵심 신념과 가치들이다. 구체적인 의무나 규칙이 아니라 직원의 행동에 대한 요구, 경영진의 의도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법을 알려주는 지침으로, 유연근무 시행의 ‘이유’를 반영한 것이다.


    유연근무 원칙: 어떻게 목표를 뒷받침할 것인가

    원칙은 어떤 측면에서는 기업의 핵심 가치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주일에 출근하는 일수를 정하는 등의 전략보다 기업이 업무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에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에 더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돼야 한다. 유념해야 할 건 유연근무가 기존 업무 방식에 대한 사고를 뒤집는다는 점이다. 이 사고방식은 그 역사가 오래 됐다. 이 낡은 관념을 새로운 관념으로 대체하고 일을 재설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조치들도 필요하다. 심사숙고를 통해 명료한 원칙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원칙들은 업무 방식 뿐만 아니라 관련된 사고방식까지 바꾸는 과정에서 기준으로 작용한다.


    리더는 유연근무의 목적과 원칙을 어떻게 조정하는가

    - 정확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한다

    유연근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조직들은 이 제도의 목적과 원칙을 합의하기 전에 전 직원을 상대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그들은 더 이상 효력이 없는 과거의 업무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렸고, 시대가 변했으니 그 변화에 걸맞게 업무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 변화는 리더가 주도해야 한다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구성원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유연근무는 최고위급 지도자, 되도록 최고경영자가 주도해야 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일의 미래’라는 주제의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최고경영자의 참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진전이 빨랐다.


    - 자원을 투입한다

    유연근무 같은 근본적인 변화는 목적과 원칙만 내세운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다. 이 변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시간, 투자, 장기적인 책임감이 필요하다. 자원 분배에 대한 사고의 전환도 필요한데, 이는 리더 회의 때 논의해야 할 주제 중 하나다.


    가령 유연근무를 큰돈을 투자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자원 재분배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과거에는 누구한테 어떤 사무실을 주고 어떤 부서를 몇 층으로 옮겨야 협업에 적합할지 궁리하며 부동산 포트폴리오와 사무실 배치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면, 이제는 협업에 최적화된 디지털 툴과 인프라를 정하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과거에는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려고 구내식당이나 헬스클럽 같은 복지 혜택에 투자했다면, 이제는 직원들과 이들의 업무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에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


    공정함에 집착하라_임원부터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야 직원도 유연근무제를 신뢰한다

    가드레일은 무엇인가

    가드레일은 말 그대로 코스에서 벗어나지 않게 보호해주는 난간이다.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이중 잣대’를 예방해 유연근무 원칙을 준수하도록 해주는 틀이라 할 수 있다. ‘가짜 유연근무제’, 즉 언뜻 보면 유연근무제 같지만 실제론 직원들의 자유와 권한을 제한하는 정책들을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가령 재택근무는 허용되지만 일주일에 하루만 가능하다거나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면 가짜 유연근무제다. 가짜 유연근무제는 유연성에 반하는 행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령 임원들이 여전히 주5일 출근해 하루 8시간 근무하면 이는 ‘성공하고 싶다면 유연근무제를 포기하라’는 암시다.


    리더십 가드레일

    기업의 성공에 필수적인 다른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유연근무제도 상부조직부터 모범을 보여야 효과가 나타난다. 리더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원칙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다음은 조직이 유연근무 원칙에 따라 운영되도록 리더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 솔선수범하라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조직을 이끄는 전략은 누구나 접해봤을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통하는, 간단하고 바람직한 관행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유연근무를 독려하고 나섰는데 리더들은 변함없이 매일 9시에 사무실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한다면 제도의 시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원칙까지 무너뜨리는 격이다. 공식적인 방침이나 구실을 떠나서 임원이 사무실에 자주 출근하는 모습을 직원이 본다면 어떨까. 그래야 기회를 얻고 성장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 상징적인 행동을 취하라

    모범을 보이는 좋은 방법은 상징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조직 전반에 걸쳐 유연근무를 두드러지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라. 간단한 방법도 좋다. 가령 호주의 유명 통신사인 텔스트라(Telstra)의 모든 임원들은 공개 프로필 사진을 재택근무하는 모습의 사진으로 바꿨다. 그보다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알리는 방법도 있다. IBM의 최고경영자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는 코로나 시국 초기에 자사의 ‘재택근무 서약’을 직원들하고만 공유하지 않고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이 서약은 IBM 컨설턴트의 경험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녀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는 생후 10개월 된 아기를 키우며 육아와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었다. 하루는 화상 회의에 들어가기 직전에 아기가 높은 데서 떨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아이는 괜찮았지만 팀원들은 그녀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를 계기로 팀원들은 생소한 유연근무 환경과 그에 따라 새롭게 대두된 니즈에 대해 논의했다. 일반적인 업무 규정을 하나하나 따져본 이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재택근무 직원이 굳이 회의 때마다 카메라를 켜둬야 하는가?”


    이 토론은 락다운 시기에 적용될 재택근무 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다른 팀 직원들도 이를 공유했고 금세 전 조직으로 퍼져나갔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이 규정이 고위임원들의 이목을 끌었고 크리슈나는 소셜 미디어에 이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최고경영자가 이들의 서약을 지지한다는 신호였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초기, IBM이 25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하루아침에 원격근무로 전환하던 때였다. 그 후로 IBM은 재택근무를 넘어 근무 시간 유연성과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까지 유연근무제의 의미를 확대했다. 그리고 팀원들은 이 제도를 뒷받침해줄 새로운 서약을 작성하는 중이다.


    일터 가드레일

    유연근무제가 성공하려면 리더들이 일터의 역할을 재설계해야 한다. 구체적인 역할은 조직의 니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효율적인 재설계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낡은 습관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막아 줄 가드레일을 세심하게 설정해야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이 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가드레일의 예는 다음과 같다. 이를 참고해 자신의 회사에 적합한 가드레일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 공유공간은 무엇보다 팀워크를 위한 것이다

    슬랙의 디지털우선 문화에서 사무실 출근은 기본 요구사항이 아니라 오히려 예외다. 전 최고경영자인 버터필드가 설명했듯 “팀원들이 직접 대면하려면 목적이 있어야 한다. 조직 강화 활동, 프로젝트 착수, 사전에 계획된 행사 등등 목적이 뚜렷하면 유연성과 예측가능성을 절충해 모임을 기획할 수 있다.” 이렇게 사무실 용도를 세심하게 정해두면 유연근무제를 체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 공평하고 공정한 일터를 만든다

    모두에게 공정한 일터를 조성하려면 리더는 ‘대면 편애’를 삼가고 직원들이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드시 직접 대면으로 모여야 하는 경우뿐 아니라 화상 회의 때도 원격근무 직원들이 논의에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슬랙에서는 이를 보장하기 위해 ‘한 명이 접속하면 모두가 접속한다(one dials in, all dial in)’라는 가드레일을 도입했다. 회의를 할 때는 전원이 직접 대면하거나 사무실 책상에 있는 컴퓨터로 로그인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원이 화상으로 접속해 참석하자는 것이다.


    문화 가드레일

    유연근무문화는 당연히 기존 사무실 문화와 다르다. 게다가 전통적인 사무실 문화에 뿌리내렸던 고질적 난제를 뿌리 뽑을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크게 세 가지만 다루지만 저마다의 사업적 니즈에 따라 제도를 조정해가다 보면 더 많은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 회의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라

    조직 문화에서 늘 나오는 불만이다. 실상 모든 직원이 숱한 회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의가 일을 완수하기 위해 꼭 필요한지 일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레슬리 펄로(Leslie Perlow), 콘스턴스 해들리 (Constance Hadley), 유니스 은(Eunice Eun)이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0퍼센트 이상이 회의가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답했고, 65퍼센트는 회의 때문에 업무를 끝마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제 회의의 역할을 재고해야 할 때다. 슬랙 임원진은 ‘일정 리셋(calendar bankruptcy)’을 선언하고 앞장서서 반복되는 회의와 일대일 면담을 일체 없앤 다음 일일이 검토한 후 반드시 필요한 회의만 다시 일정에 집어넣었다. 전 직원에게 전하는 공지에 따르면 그 목적은 다음과 같다.


    “지금은 원격근무 시대이니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주최자와 목표와 범위가 바뀌었는데도 예전 방식으로 계속되는 회의가 많습니다. 이제 다시 백지에서 시작해 ‘반드시’ 중요한 회의만 남깁시다!”


    - 브레인스토밍에 도전장을 내밀어라

    유연근무제를 둘러싸고 흔히 제기되는 우려는 이 제도가 창의성과 혁신 정신을 억누르리라는 것이다. 회의실에 다 함께 모여 브레인스토밍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를 화이트보드에 적어가며 끝장 토론을 벌이지 않고서 어떻게 참신한 발상을 내놓고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우리는 시도해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브레인스토밍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쉽게 넘겨짚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광받고 있는 브레인스토밍 회의는 좋게 말하면 시간 낭비고 나쁘게 말하면 위험한 집단 순응 사고를 유도하고 생산성까지 떨어뜨리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는 브레인스토밍보다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서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접근법이 필요한데, 바로 여기서 유연근무가 특효를 발휘한다. 사실 집단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 고민하고 나서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브레인라이팅의 첫 단계는 선임 또는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휘둘리거나 비판을 감수할 필요 없이 각자 편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각에 몰두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이다. 각 팀원이 아이디어를 종이에 쓰고 나서 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브레인라이팅은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입증됐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는 “800개가 넘는 팀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없을 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도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인용되기도 했다. 반면, 낡은 브레인스토밍 방식은 “특히 대규모 팀의 구성원들이 일일이 간섭받거나 서면이 아닌 구두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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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