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는 지금 일상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다양한 위기 속에서 더 나은 상태로 도약해야 위해 글로벌 리더들이 한데 모여 미래를 전망했습니다.
세계 지식 트렌드 2023
신 냉전시대
분열된 세계와 G2
지정학 전망 2023: 냉전시대의 회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전 세계는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러시아와의 갈등은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다. 게다가 첨예한 미중 대립에 따라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한 서방세력과 러시아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세력 간 신 냉전체제가 도래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제23회 세계지식포럼 ‘지정학 전망 2023: 냉전시대의 회귀’ 세션에는 세계 정세에 혜안을 제공할 미국과 유럽 전문가들이 한데 모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술적으로 3~5년 간 중장기 파트너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돈독한 파트너가 될 순 없을 것이다.”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력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대립하는 구도로 과거 냉전시대처럼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 국가의 절대적 안보가 다른 국가의 절대적 안보는 아니다”라는 헨리 키신저의 명언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밀착보다 대립의 시간이 길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는 영역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칼 빌트 전 총리는 현재 가장 크게 우려되는 이슈로 두말할 것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꼽았다. 그는 “푸틴의 침공은 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를 침공한 히틀러와 똑같다”라며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 정치, 군사, 재정적 지원을 계속해 결코 푸틴의 뜻대로 되도록 놔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할 가능성보다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러시아의 공신력이 지금 상당히 바닥을 치고 있고 현재 외교력, 지도력 등 푸틴의 리더십에 대해서 회 의적이다. 따라서 푸틴이 물러난 이후 중장기적으로 러시아가 다시 새로운 러시아로서 국제사회에서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그동안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있던 스웨덴, 핀란드가 동시에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와 나토 국가들 사이에서 중립국이라는 완충지대가 없어지며 사실상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돼 진영 간 긴장이 높아지게 됐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연사들은 나토의 확산은 결국 러시아가 자초한 일로 최근 나토 강화 움직임이 정당하다는 시각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칼 빌트 전 총리는 “현재 스웨덴에게 나토 가입은 존재론적 이슈”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 스웨덴 내에서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는 나토의 권력 강화는 결국 중국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그는 “결국 중국과 관련이 있다. 러시아는 생존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에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개인적 야심과 자국의 이익을 명분으로 국제질서를 크게 위협하는 러시아의 행위에 중국이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줄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해석이다.
신냉전에서 살아남기
경제의 무기화: 안보수단으로서의 경제와 무역, 그리고 에너지
국제관계에서 ‘경제의 무기화’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고고도미사일(THAAD,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떠올릴 수 있다.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임박한 사례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와 이에 맞선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등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경제가 국가 간 외교적 마찰을 해결할 안보 수단으로 활용된 수많은 예들 중 일부다.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늘 존재해왔던 경제의 무기화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전 지구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경제의 무기화가 역내 또는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하고 열띤 논의가 이루어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유럽은 전쟁 이전에 비해 에너지 가격이 10배 정도 급등한 상태다. 영국의 경우 평균 가구당 지출액에서 7천 파운드, 한화로 약 1천만 원이 난방 등 에너지 비용에만 충당되고 있다고 한다. 달리다키스 전 장관은 “러시아가 유럽을 어떤 무기로 공격한 건 아니지만, 이런 에너지 제재는 결과적으로 유럽에 대한 군사적 공격 이상의 파급력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가 끝내야겠다고 하는 시점이 되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유럽행 가스 공급을 다시 늘려주겠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중국은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부상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현 전쟁 국면에서는 자원을 무기화해 서방에 대응하고 있는 러시아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져 보이지만, 이해관계를 이유로 다른 나라에 경제적 보복을 가장 많이 단행해 온 나라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최근 중국은 2개의 미국 기업과 주요 인물에 대해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이유로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한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일본과 센카쿠(댜오위다오)분쟁에 따른 희토류 금수, 남중국해 분쟁에 따른 필리핀에 대한 보복,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나선 호주에 대한 랍스터 금수, 그리고 최근 양안 긴장에 따른 대만산 농산물 금수까지 셀 수 없이 많다.
이에 대해 로이 캠파우슨 미 아시아정책연구소(NBR)소장은 중국의 경제 보복과 관련된 상황을 몇 가지 특성을 들어 설명했다. 우선 중국은 많은 나라들에 있어 최대 교역국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상대국에 대해 큰 레버리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최대교역국 대부분이 동시에 미국의 중요한 안보 동맹국이거나 파트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안보적인 관계는 미국과 형성이 돼 있는 상황이다.
캠파우슨 소장은 한편으로 “보복의 대상이 되는 국가 대부분이 소비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보복 효과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고 짚었다. 그는 “경제 보복을 하면 중국 인민들도 고통을 받게 되지만 중국은 선거권이 없기 때문에 인민들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럴 때는 한 가지 대응법 밖에 없다. 동맹국끼리 뭉쳐 집단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 제재는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제한적인 효과가 있었다. 중국에게 있어서도 견제를 하되 중국도 우리도 함부로 무력 사용을 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부의 균형
초인플레이션과 긴축의 끝은?
리스크 업데이트 2023: 침체의 위협
제23회 세계지식포럼 ‘리스크 업데이트 2023: 침체의 위협’ 세션에서 전 세계 금융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이후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셀 내피어 영국 에든버러 대학 교수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정부의 부채 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은 70~80년대 140%였지만 지금은 200%가 넘는다”며 “높은 부채비율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금 상승 등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당분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0년 투자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최근 시장은 굉장히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며 “모든 방향성으로 가는 이런 시장 상황은 굉장히 드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2022년 1월부터 월스트리트 경제학자들이 연준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일부 인플레이션 요소들은 조금씩 가격이 내려가고 있고 8%보다 낮아지고 있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임금상승”이라며 “연준이 조금 더 확고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2023년까지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준이 공격적으로 정책을 펼 경우 인플레이션은 3% 밑으로까지 가능할 것 같다”며 “향후 12개월 동안은 5%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1970년대 2차 오일쇼크로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내피어 교수는 “1970년대에도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수 있었지만 실패한 이유는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 사이 정치적인 급류에 휘말렸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미국도 삶의 구조가 바뀌는 전환기에 있으며, 아주 큰 정치적인 요소들로 인해 연준은 갈림길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시장 간의 관계는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계속해서 물가를 잡으려는 노력을 할 것”이 라고 덧붙였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제기됐다. 존 체임버스 뉴욕 스턴경영대 교수는 “미국의 생산성이 지난 수십 년 간 줄어들며 약해졌기 때문에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비관적”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 참여율과 재편입률이 떨어진데다 유럽과 미국의 이민정책 제한도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기준금리가 연준 예측의 하한선인 2% 정도는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투자와 지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피어 교수는 “지난 25년간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가장 많은 지출을 했고 미국은 전쟁 이후 가장 낮았는데, 이는 경기 순환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며 “침체 시기에는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유럽은행 같은 경우 2분기에 부실 채권이 늘어나는 등 미국보다도 더 나쁜 경제 환경에 처해 있다”며 “유럽은 이미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전환의 역학
포스트 팬데믹과 산업의 미래
일의 미래: 달라지는 직업과 근무환경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은 모두 코로나 이전과 달리 대면과 비대면 방식이 양립할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퍼드 마틴스쿨 ‘일의 미래’ 프로그램 디렉터는 “코로나19 이전에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원격근무는 2~3%에 불과했고, 팬데믹이 진행 중일 때는 60%에 달했다가 지금은 30% 수준”이라면서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 전달 비용이 급락하고, 물류 운송 비용도 저렴해졌기에 원격근무가 거의 없던 시절로 돌아가긴 어려워보인다”고 했다.
프레이 디렉터는 “중요한 건 비대면 환경에서 어떻게 생산성을 늘릴 수 있냐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업무환경이 변하면서 전 세계에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만큼 조직 내의 다양성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인재들을 사무실이 있는 곳에서 50km 밖에 있어도 채용할 수 있다”면서 “이런 인재들을 유치하고 훈련을 시켜 사회와 기업에 혜택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곳에 살고 있느냐라는 것뿐만 아니라 나이, 성별 등 다양성이 기업 내에 있을 때 서로 상호보완이 되면서 혁신과 창의성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사라 서튼 플렉스잡 최고경영자(CEO)는 업무방식이 생산성에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일은 혼자해야 하고 어떤 일은 면대면으로 해야 효율적”이라면서 “일부 기업들은 아직도 팬데믹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만 원격근무를 하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회사의 경영스타일에 따라 원격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적용해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플렉스잡은 미국의 구인 구직 서비스 기업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MZ세대의 신입직원을 교육하고 조직 내에 들이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서튼 CEO는 “MZ세대는 첫 직장 경험 자체가 팬데믹 속에 이뤄졌고 기존 사원과 달리 대면 근무 환경과 비대면 근무 환경에서의 차이에서 오는 부족함이나 아쉬움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수 있다”면서 “젊은 세대는 어떻게 보면 공평한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단순히 어려움을 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출근부터 퇴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 디렉터도 조언을 이어갔다. 그는 “회사에 첫 입사한 신입사원을 떠올려보면 보통 직장을 둘러보고 일 잘하는 사람을 따라하며 배우게 된다”면서 “MZ세대들은 이런 기회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옥스포드 대학의 한 졸업생이 영국 런던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학위를 받았다”면서 “인터넷에서 충분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굳이 원격으로 대학을 다니는 이유는 동료를 만나고 함께 새로운 일을 해나갈 파트너를 만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비대면 환경에서 이런 것들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기업의 성공방정식
밥 모리츠와의 대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ESG는 2020년대 들어 기업 경영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중국의 무역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로 ESG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의견도 많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PwC글로벌의 밥 모리츠 회장은 그럼에도 좋은 일을 하기 위해 ESG를 하는 게 아니라 그게 기업의 최고 이익에 부합하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자본주의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바꿔야한다고도 덧붙였다.
ESG와 함께 등장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고객과 근로자, 지역사회, 글로벌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개념이다. 모리츠 회장은 “코로나 19의 해결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 예컨대 3M이 마스크를 만들고 GM은 호흡 지원 의료기기를 만들었으며 정부는 백신 제조를 위해 공급망 문제를 해결했다”며 “그 결과 단기간에 백신을 세계에 공급할 수 있었고 팬데믹을 모두가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는 세계 인구의 95%가 빈곤층이었지만 다시 44%까지 줄었고 이제는 9.5%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역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사회적 현안을 해결한 예”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ESG를 강조하는 정책 환경도 바뀌는 중이다. EU는 2022년 6월 유럽 의회에서 탄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탄소배출 거래제와 시장 형성, 리파이낸싱을 위한 사회적 기금의 조성을 목표로 한 법령이다. 모리츠 회장은 “EU와 홍콩, 싱가포르, 미국에서는 ESG의 국제적 표준을 정립하고 있으며, 이 국제 표준을 보면 기업의 금융 정보뿐 아니라 비금융에 관한 기업 활동 정보를 공시자료에 넣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정부가 기업이 공정하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원하는 결과를 기업이 이끌어낼 수 있도록 좀 더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기업 구성원들도 이제는 ESG를 요구하고 있다. 모리츠 회장은 “전 세계 근로자를 상대로 설문해보니 향후 12개월간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 중에는 ‘고용주가 올바른 목적을 갖고 일하는 기업’,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직장’으로 옮기고 싶다는 비율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재들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으로, 사회적 현안을 풀어나가는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결국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 전략을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행동주의 투자자 역시 기업에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주체들이다. 그는 “금융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개도국에서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이제는 훌륭한 기업, 선한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받고, 더 많은 이익을 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제 새로운 ESG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만이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가능할 것이다. CEO의 보상 체계를 만들 때 기후와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의 성과를 측정해 반영하면 기업의 변화는 더욱 힘 있게,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직원들을 위한 기업 문화를 강조했다. 직원들의 다양한 배경과 요구를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만들면 직원들이 기업에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리츠 회장은 ESG 공시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부차적인 보고 내용이 아니라 재무 상태와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공시해야 한다”며 “아직 비재무적 정보 수집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기업이 많지만 체계적인 공시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행 런치패드
인류의 한계에 도전하는 우주 경제
우주 경제의 미래와 기업가들의 역할
캄 가파리안 액시엄스페이스 회장은 “이 엄청난 우주에서 생명이 우리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우리 은하에서 다른 은하로 가는 데 원자력 기술을 이용하면 2천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핵융합 기술을 이용하면 이를 백 년으로 줄일 수 있다”며 “인류는 결국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창헌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미래사업부문장은 “과거에 비해 우주산업에 진입하는 게 용이해졌고 발사체를 재사용할 수 있게 되며 우주 여행 비용이 급격하게 절감됨에 따라 우주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주에서 얻게 되는 데이터는 상당히 양질의 데이터이고 믿을 수 있는 데이터”며 “우주산업의 경제 붐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우주산업은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에서는 하지 못했던 여러 연구가 가능해지는 것도 ‘우주 개척’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다. 우주의 대부분은 지구와 달리 중력이 매우 약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파리안 회장은 “우주에서의 노화 촉진 현상은 암치료제로 사용되는 ‘T세포’와 관계가 있을 수 있고, 중력이 적은 상태에서의 연구로 암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미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장기를 3D프린터로 프린팅할 수도 있다”면서 “광학연구와 줄기세포 연구 등에도 새로운 차원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시 지구로 가져오는 비용이 줄어들면 본격적으로 사업 기회가 생긴다”고 전했다.
펠리시에 총괄사장은 “한국에게도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우주가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었다면, 현재는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어느 나라든지 뛰어들어 우주 생태계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국가가 아닌 기업이 적극적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들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주브린 회장은 “한국도 역동적인 기업가정신에 기반해 우주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정부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며 “미국도 나사에서만 혁신을 하려 했다면 많은 기업들이 협력하는 지금에 비해 충분히 혁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뉴질랜드 기업도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며 뉴질랜드도 우주탐사를 시작했다면 한국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탐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개인에게도 여러 기회가 열려 있다. 주브린 화성학회장은 “인류의 미래를 찾고자 하는 개인에게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엔지니어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우주 벤처를 설립하거나 벤처에 투자할 수도 있으며, 예술적인 능력이 있다면 영화를 만들어 비전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지도
레전드의 탄생: 웹3.0 게임의 미래
메타버스의 창시자로 불리는 필립 로즈데일 린든랩 설립자는 웹3.0의 핵심가치에 대해 “구글과 현재는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이 이끌어온 웹2.0 시대를 빠르게 막 내리게 하는 데 그 힘이 있다”고 정리했다. 전 세계 정보를 쥐락펴락해온 글로벌 IT기업의 독점적 구조를 단순히 무너뜨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중심으로 더 큰 번영과 공생의 길로 향하는 길이 바로 웹3.0이란 의미다.
웹3.0은 읽고 쓰는 것이 주된 기능이었던 웹2.0에 개인 맞춤형 정보와 디지털 데이터의 이용자 소유 개념을 추가한 것이다. 그동안 디지털 정보는 이를 제공하고 유통하는 기업의 것이었다. 하지만 웹3.0에선 데이터를 생산하고 직접 소비하는 이용자에게 소유권을 쥐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소유권을 공인해주는 기술적 방법으로 블록체인과 NFT 기술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세바스티앵 보르제 더 샌드박스 공동창업자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소유권을 확인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였는데 소유권을 명확하게 보장하는 기술이 생겨난 것이 웹3.0 시대를 탄생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실질적 소유권이 명확해지면서 온라인에서만 존재하고 유통되던 가상의 정보들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진짜 정보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 중인 NFT 기술이 더뎠던 웹3.0 기술에 날개를 달아주며 빠른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역시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은 전부 개발사와 게임제작사의 소유였다면, 웹3.0 게임에선 게임 캐릭터가 실제 유저의 것이고 게임 중 갖게 되는 장비나 아이템도 이용자 소유의 것이 된다는 의미”라며 “이는 향후 가상현실의 데이터를 다른 게임이나 또 다른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게 될 것이고 이게 바로 메타버스의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적 소유권이 보장되는 디지털 데이터는 경계를 넘어 오프라인으로 활동 반경이 확대된다는 뜻이다.
다만 실질적인 소유권을 부여한 것만으론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 역시 탈중앙화를 기반한 기술 경쟁력으로 개별 소유에 대한 인증은 가능하지만, 실물화폐로 역할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많다. 즉 게임과 게임, 플랫폼과 플랫폼,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상호 운용’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이러한 소유권에 기반한 경제적 가치로서의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이슨 브링크 갈라게임스 블록체인부문 회장은 디지털 데이터를 비롯한 지적재산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이 문제가 해결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에서 쓰는 게임 캐릭터가 NFT 기술로 개인 소유물이 되더라도 이를 다른 게임이나 플랫폼에서 쓰기 위해선 개발자들의 코딩이나 권한 부여, 세계관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그러한 수고를 감안하더라도 손해가 아닌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적 구조 변화 내지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양보와 이해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설명했다. 로즈데일 설립자 역시 “게임을 제작하거나 플랫폼을 만들 때 누구나 그 자체로 완벽하고 빈틈없는 개발을 하려 하기 때문에 새로운 객체의 등장과 개입은 피로도를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호 운용성의 한계를 해결하는 게 지금 웹3.0이 한 단계 더 퀀텀점프를 하기 위한 가장 큰 숙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아예 이러한 상호 운용의 복잡성을 한데 모아서 해결하고, 각 게임과 플랫폼을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메타버스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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