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메시지
 
지은이 : 김병희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22년 08월




  • 수많은 상품과 콘텐츠가 쏟아지지만 주의력 결핍의 시대입니다. 더는 당신의 말과 콘텐츠가 ‘스킵’되게 두면 안 됩니다. 나이키, 파타고니아, 코카콜라…56편 광고에서 찾은, 빅데이터보다 강력한 프레젠테이션, 한 줄 카피,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알려드립니다.


    스티커 메시지


    단순성 Simplicity 가장 심플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

    일상 대화에서 단순명쾌하게 의사를 전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플의 컴퓨터 광고 ‘사과’ 편을 보면 중앙에 사과 하나가 놓여있다. 컴퓨터는 보이지 않고 사과 위아래로 카피만 보인다. 제품을 알리는 첫 광고에서 많은 특성을 홍보하고 싶은 욕심을 자제하고 오로지 사과 한 알과 카피 두 줄로 메시지를 표현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경쟁사와 어떻게 다른지 강조하고 싶어 이 아이디어를 승인했다고 한다.


    광고에서 밝힌 단순성이란 키워드는 제품 디자인은 물론 회사의 운영 방식과 애플의 모든 일을 결정하는 기업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성은 복잡한 것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다. 단순성으로 세련미를 보여준 애플의 디자인처럼 스티브 잡스는 모든 연설에서도 단순성을 추구했다. 말과 글에서 군더더기를 빼자. 더 많이 전달하겠다는 역심을 버리고 핵심만 단순명쾌하게 전달하자. 단순성은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의 미학으로 완성된다.


    MZ세대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동영상 소비와 댓글 채팅에 익숙하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다중 채널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때 익숙한 것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말과 글이 파급력 높은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는 툭 내던진 새로운 발상이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사라리사의 원더브라 광고 ‘뉴턴’ 편에서는 모두가 뉴턴이 옳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뉴턴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사람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 원더브라는 가슴을 받쳐 올려주니 뉴턴이 틀렸다는 의미이다. 기존에 봐왔던 광고들과 달리 ‘뉴턴은 틀렸다’는 새로움이 메시지를 착착 달라붙게 하는 스티커 기능을 발휘했다.


    새로움이란 누구나 알고 있는 익숙한 것을 뜻밖의 방식으로 해석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것이다. 뉴턴만 틀린 게 아니다. 뭘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면 당신의 말이나 글도 틀렸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한다면 쉽게 잊히지 않는 스티커 메시지가 되어 말과 글이 힘을 얻고 공감대를 넓힐 것이다.


    탈무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많은 단어로 적게 말하지 말고 적은 단어로 많은 것을 말하라.” 경영자나 정치인은 물론 모든 사람이 깊이 새겨야 할 경구다. 어떻게 해야 적은 단어로 많은 것을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적은 단어로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언어력을 길러야 한다.


    너무 복잡하고 장황한 말과 글을 경계하자. 명료한 것이 늘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는 늘 명료하다. 빌 클린턴은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명료한 슬로건을 내걸어 제 42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논문도 아닌 글이 너무 어렵게 쓰여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인종과 문화의 벽을 넘어 누구나 게임을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는 ‘손쉬움’이란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누구나 알 수 있고 쉽게 표현해야 한다. 만약 재교육 강의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도 그 분야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강사의 잘못일 가능성이 크다. 강사 자신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르치면 어렵게 설명하면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수강생에게는 아쉬움이 아닌 ‘아, 쉬움’을 줘야한다. 말에서도 글에서도 교육에서도, 결국 쉬움이 어려움을 이긴다. 여기서의 스티커 메시지는 손쉬움이다.



    표적화 Targeting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

    디지털 시대에 유행하는 개인 맞춤형 광고에서는 “당신에게만 추천하는…”과 같은 식으로 카피를 활용한다. 개인의 특성에 맞춘 듯한 광고가 곳곳에 보인다. 이렇게 개인의 특성에 맞춘 광고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미국 아만다 재단의 온라인광고 ‘반려 동물 매칭’ 편은 맞춤형 광고다. 반려 동물을 소개하는 배너광고를 입양 적임자에게 개인 맞춤형으로 노출하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였다. 완벽한 짝을 찾는 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반려동물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광고에서 채굴한 스티커 메시지는 표적화다. 소통에서도 정확한 표적화가 중요하다. 어떤 말을 할 것인지 궁리하기 전에 어떤 대상에게 메시지를 전할지 고민해야한다. 화살이 과녁의 중심에 정확히 꽂히는 명중은 표적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활시위를 당겼을 때만 가능하다. 표적 대상자의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등을 고려해 겨냥한다면 메시지가 상대 마음속에 정확히 꽂힐 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상임고문이 내건 슬로건이다. 이 말은 워라밸 문화를 대변하는 문구가 됐다. 이처럼 어떤 대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위치화라고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동차는 사실 성능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BMW는 질주로, 렉서스는 고급스러움으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품격으로, 토요타는 신뢰로, 볼보는 안전으로 인식한다. 기업들은 자동차 광고에서 여러 단어를 쓰지 않고 오랫동안 하나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위치화 전략에 따르면, 마케팅이란 실제 시장 점유율에 관계없다. 소비자들이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느끼는가하는 인식의 싸움이다. 위치화란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일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말과 글에서 하나에 집중하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리더가 있는 조직은 조직원들에게 성장 욕구를 일깨운다. 기업들에서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롤 모델이 될 만한 인물을 찾는 데 많은 고민을 한다. 롤 모델 자체가 좋은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우리 사회는 왜 소통을 잘 못할까? 의미 교환에서 상호성의 원칙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늘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하니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없다. 아디다스에서 기획한 제 18회 독일월드컵 광고 “골키퍼” 편은 뮌헨 공항 고속도로에 설치된 대형 옥외광고다. 이 광고는 온라인 광고가 아닌데도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데 성공했다. 골키퍼의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저만치 혼자 설치돼 있지만, 운전자 스스로 반응하며 광고와 상호작용을 시도할 가능성을 짚어낸 것이다. 말이든 그림이든 사람들이 공감을 얻어야 힘을 갖는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최고의 광고이듯,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최고의 말이고 글이라 할 수 있다.



    흥미성 Interesting 상황을 반전시키는 열쇠

    광고와 마케팅 현장에서도 ‘재미있는 소비’가 새로운 소비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제품 간 기능의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소비 의사결정에 대한 이성적 기준도 약화되자, 소비자들은 소비 활동에서도 재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재미 소비 경향은 우리 사회 가치관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듀렉스의 콘돔 광고 ‘007’을 보면 일단 재미있다. 007에서 공(0)을 콘돔으로 표현했다. 카피는 ‘로저 모어(roger more)’다. 이 카피는 007 시리즈의 영국 출신 주연 배우 로저 무어(Roser Moore)를 떠올리게 된다. 광고는 콘돔을 끼면 더 오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하지만, 007 영화 마지막에 임무를 완수한 로저 무어와 미녀의 잠자리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논란도 있었지만 이 광고는 장미광고제 타이포그래피 적용 부분 최고상을 수상했다.


    이 광고에서 채굴한 스티커 메시지는 흥미성이다. 흥미성이란 말이나 글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쾌한가 하는 성질이다. 재미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유머 감각은 하고자하는 말의 내용에 가치를 더해준다. 재미있는 콘돔 광고가 저절로 흥미를 끌었듯이, 좀 더 재미있게 말하려고 노력한다면 자연스럽게 환호를 얻을 것이다.


    2018년 2월, 영국 내 KFC 레스토랑 870여 곳이 임시 휴업했다. 새로 선정된 배송업체에서 닭고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치킨을 튀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업체인 KFC의 브랜드 평판이 급속히 나빠졌다. 그러자 KFC는 광고 ‘사과’ 편에 치킨 담는 버킷의 앞쪽에 “FKC”라는 알파벳을 넣은 것이다. ‘퍽(fuck)’으로 읽기에 딱 좋다. 이것은 고객들의 불만을 반영하려는 의도다. 소비자에게 사과하는 광고지만 소비자를 웃게 하는 유머 코드를 담았다. 자조적인 유머 코드로 대응했다. 브랜드 평판이 추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한 광고에서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사과를 하려면 잘못을 확실히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야 한다. 영국 KFC의 사과 광고는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사과 광고의 하나로 평가될 만큼 유쾌하다. 사과한다고 잘못이 사리지는 것도 아니고 사과를 안 한다고 해서 잘못이 가중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기왕에 할 것이라면 기억에 남을 유쾌한 사과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살면서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있다. 불필요한 말을 지껄이기보다 오히려 침묵이 나은 경우다. 그러나 선택적 침묵은 바람직하지 않다. 말해야 할 때 하고 말하지 말아야 할 때 입을 닫는 타이밍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리더는 저절로 위엄이 우러나려면 침묵하는 법부터 배워야한다. 어리석은 리더는 직원들 위에 군림하려고 시시콜콜 간섭하고 때로 거친 말을 퍼붓기도 하지만 결국 위엄만 잃을 뿐이다. 말없이 상대방을 한번 바라보라.


    누텔라의 광고 ‘핥지 마세요’ 편을 보자.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듯이 핥지 말라고 하니 더 궁금해진다. 광고는 핥아보고 싶은 유혹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초콜렛 잼으로 써 내려간 헤드라인은 브랜드의 혜택을 체험해 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혹시라도 정말 맛있나 싶어 광고면을 핥아본 소비자가 있다면 결코 누텔라의 초콜릿 잼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어떤 일을 실제로 보고 듣고 겪는 체험은 이론보다 실제에 가깝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현장을 많이 체험할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가 늘어난다. 현장을 찾는 발길이 잦을수록 ‘말길’도 트이고 ‘글의 길’도 열린다.



    구체성 Concreteness 공허하게 말하지 않고 제대로 보여주는 법

    모호한 말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는 정치인이 으뜸이다. 언제든 말을 바꿀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호한 말이나 추상적인 글은 공감은 물론 신뢰를 얻기 힘들다. 추상성보다 구체성이 중요한 이유다.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 귀에 들리는 것을 비롯해, 결국 인간의 감각으로 알 수 있는 모든 것이 구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에서도 어떤 메시지를 더 확실하고 뚜렷하게 전달하는 저력은 구체성에서 나온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마지막 부분이다. 남북 전쟁 당시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추모한 연설이었다. 당대 최고의 웅변가이자 하버드 대학교 총장이었던 에드워드 에버렛은 두 시간에 걸친 이 행사에서 링컨보다 먼저 연단에 올라 한 시간 동안이나 연설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3분짜리 링컨의 연설만 기억했다. 이유는 짧지만 생생한 구체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구체성이 담길 말이나 글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정치인들도 세계적 선도국가를 만들겠다며 큰소리치지 말고 차라리 국가 청렴도 지수를 세계 몇 위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라. 사회 구석구석에서 기업 경영에 이르기 까지 모호한 추상성을 걷어내자. 구체성이 신뢰를 키운다.


    사람들은 자신의 메시지가 상대를 움직일 영향력을 발취하길 바란다. 강력한 영향력은 권력이 된다. 어떤 메시지가 힘을 얻을 수 있을까? 메시지는 적당한 힘이 있어야 한다. 너무 약하면 무시하고 너무 강압적이면 반발하고 따르지 않는다.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다.


    피렐리의 타이어 광고 ‘하이힐’ 편에서 보면 육상 영웅 칼 루이스가 하이힐을 신고 달린다. 당혹스럽다. “제어하지 못하는 힘은 아무것도 아니다”와 관련지어 ‘제어하지 못하는 권력은 아무것도 아니다’와 같이 번역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피렐리 타이어 광고는 강력한 제어 기능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진정한 힘은 제어할 수 있는 자제력에서 나온다는 지혜를 표현했다. 자신의 힘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생동감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환경 지킴이라는 기업의 철학을 강조하기 위해 자사의 재킷을 여러 번 사지 말고 한 벌만 사서 오래 입으라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광고에 담았다. 이 광고가 나간 다음부터 2년 동안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40% 이상 급성장했다. 광고 메시지는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유기농 순면을 사용하는 브랜드가 다수 등장했다. 미국 CVS 파마시의 광고 ‘실제의 아름다움’ 편에서는 일반인의 얼굴을 포토샵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었다. 고치지 않은 사진을 활용한 광고는 여러 미디어에 노출돼 아름다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여성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이 광고에서 채굴한 스티커 메시지는 진정성이다. 진심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대기업 제품이나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진심을 전달 할 수 있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소비자들도 언젠가 진심어린 신뢰를 보내줄 것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딱 내 이야기네!’라고 느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



    핵심어 Keyword 메시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법

    핵심어란 말이나 글에서 전하려는 내용을 짧게 간추린 단어나 문구를 뜻한다. 보고서, 논문, 홍보문, SNS 카드뉴스, 유튜브 썸네일에는 반드시 핵심어가 있어야 한다. 핵심어만 대충 살펴봐도 주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의 연설이나 글에서는 핵심어가 특히 더 중요하다. 리더들은 자신의 지향점을 한마디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열정과 혁신을 강조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은 “해봤어?”라는 한마디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나타낸다. 그는 안된다는 사람들 앞에서 “해봤어?”라고 반문하며 결국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이키의 30주년 기념 광고 ‘콜린 캐퍼닉’ 편을 보자. 미식축구 선수 캐퍼닉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쿼터백으로 유명했다. 캐퍼닉은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2016년 미국 풋볼리그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 끓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이는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소비자들은 그가 나이키 광고 모델로 등장하자 반발했던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도 광고 모델 선정이 잘못됐고 부정적 메시지가 실망스럽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나이키 경영진은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과감히 결정했다. 나이키 광고의 메시지에서는 과단성이 느껴진다. 어떤 가치가 모든 것에 대한 희생을 의미할지라도 가치를 신봉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보이콧 운동이 심각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도 나이키는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캐퍼닉의 신념을 지지하면서 브랜드 메시지를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광고의 부가가치가 60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만약 소비자의 반발이나 보이콧 운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갈팡질팡했더라면 결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단성이란 고민을 많이 하되 최종 결정을 하고 나면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고 실행하는 성향이자 용감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다. 결정을 내리고 나면 주저하지 말고 나아가자.


    경영자나 정치인이 메시지를 자꾸 바꾸면, 시간이 지난 다음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떠한 이미지도 남지 않는다.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아이젠하워 후보는 한 표가 소중한 선거판에서 메시지를 자주 바꾸고 싶은 과욕을 버리고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만 채택했다. “나는 아이크가 좋다(I like Ike).” 이 짧은 카피가 평범하다며 선거 참모의 90%가 반대했지만, 아이젠하워는 광고 전문가의 손을 들어줬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통령 선거전에서 아이젠하워는 “나는 아이크가 좋다”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들고 유권자와 소통하려 했다.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한 것이다.


    마게렛 대처의 정치광고 ‘실업자의 행렬’ 편은 사람들이 실업 수당을 받으려고 실업자 사무소 앞에 장사진을 치며 길게 늘어선 사진에 “노동당은 일하지 않는다”라는 카피를 얹었다. 영국 보수당은 선거에서 승리했고 마거릿 대처는 영국 총리 자리에 올랐다. 두 광고에서 채굴한 스티커 메시지는 단일성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하나의 주장에 집중해야 한다.


    살다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 3M 스카치테이프의 광고 ‘못’ 편은 한 번만 봐도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못이 구부러져 벽에 박을 수 없자, 못을 벽에 세우고 그 위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이라는 뜻인데 테이프의 접착력이 매우 강하다는 특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떤 대상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서 표현하는 과장법으로 만들었다. 과장법을 활용하려면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비약적으로 과장해야 한다. 못을 테이프로 붙인 놀라운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삼성 핸드폰 광고에서는 음표를 권투 글로브와 연결해 출력이 강력한 핸드폰이라고 광고했다. 음악의 축력 성능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핸드폰 광고지만 헤드폰 광고처럼 보인다. 이 광고에서도 권투 글로브라는 핵심 비주얼이 현저한 인상을 남겼다. 현저성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볼 때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눈길 끄는 것만으로 그 대상을 판단하는 현상을 말하기도 한다. 광고에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 장면이 현저성에 해당한다. 현저성은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원천이다. 어떤 인상이 일관되게 형성되면 신뢰감과 친근감을 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망감과 긴장감을 준다. 자신의 돋보이는 특성을 바탕으로 현저한 인상을 형성한 이후에는 그 인상을 일관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



    정교화 Elaboration 디테일이 승부를 결정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청중이 어떤 자세로 자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을지 가늠해봐야 한다. 현대인들은 상대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려 하지 않는다. 인지적 구두쇠다. 그래서 설득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생각의 양과 질의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교화란 중심 경로를 통해 상대가 심사숙고하게 해서 설득할지 아니면 주변 경로를 통해 환기시키며 설득할지에 따라서 메시지의 양과 질을 섬세하게 다듬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할 때 정교화 가능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정보 처리 의지가 높은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메시지 내용을 신중하게 생각하도록 핵심 주제 위주로 연설해야 효과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청중이 정보처리 의지가 낮기 때문에 내용과 무관할지라도 주변 단서를 잘 활용해야 한다. 유머, 옷차림, 유행어, 손짓, 눈 맞춤 같은 긍정적인 주변 단서는 일시적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태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의문형은 말이나 글에서 수용자에게 질문을 하며 관심을 유도하는 기법이다. 모르거나 의심나는 대목을 물어보는 것만이 질문은 아니다. 교수들은 정답을 알면서도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정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리더들은 답을 가지고 있더라도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져 생각해 보도록 유도해야 한다. 수사법에 평서문을 의문문으로 바꾸는 의문법이 있듯이 의문형 표현 기법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심사숙고하게 만든다.


    질문도 정교하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답이 곧 떠오르는 질문이 좋다. 이제 우리는 질문하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질문을 정교하게 할수록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진다. 나폴레옹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심사숙고할 시간을 가져라. 그러나 일단 행동할 시간이 되면 생각을 멈추고 돌진하라.”


    똑같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는데 왜 맛에 차이가 날까? 광고 크리에이티브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문제 해결 과제가 주어지고, 똑같은 광고 콘셉트가 주어지더라도,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완성도나 숙련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따라서 광고 창의성 수준을 결정하는 창작자의 숙달된 솜씨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기업인들은 기업 경쟁력이나 브랜드의 성공 요인을 설명할 때 모노즈쿠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장인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제조 과정을 뜻한다. 어떤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제품 제작을 수차례 반복함으로써 숙련도를 높이고 결국 최적의 제품을 만드는 광정을 모노즈쿠리로 설명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기능은 기술로 이어지고, 기술은 장인정신으로 승화될 것이다. 숙련도에는 긍정적인 뜻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숙련도나 솜씨의 경우에 따라 주어진 일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재주나 수완의 의미로도 쓰인다. 이처럼 부정적 의미의 솜씨 발휘는 멀리하고, 요리 솜씨, 말 솜씨, 글 솜씨 같은 긍정적 의미의 숙련도를 높이려고 노력해야겠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인생에서 믿음보다 중요한 것은 많지 않다.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믿음이다. 터키의 타이어 페틀라스 타이어의 광고는 소비자들이 타이어에 대해 느끼는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겨울에 타이어가 험준한 설산을 어떻게 올라갔을까? 타이어에 홈이 파여 있고, 세 명의 산악인이 열심히 도끼질을 하고 있다. 산악인들이 얼음도끼질을 하듯, 눈길을 찍어가며 달린다는 타이어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광고다.


    ‘노 젓기’ 편에서도 페틀라스 타이어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강조했다. 타이어가 폭풍우 몰아치는 거친 바다를 헤쳐 가는데, 결코 흔들리지 않고 수면과 직각을 유지하며 똑바로 굴러간다. 두 광고에서 채굴한 스티커 메시지는 신뢰성이다. 공들여 정교하게 만든 솜씨가 광고에 신뢰성을 부여했다. 리더는 조직원들을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에 따라 권한의 위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서로 신뢰성이 없으면 조직은 성장할 수 없다. 가족끼리든, 친구 사이든, 연인 사이든, 모두가 더 강한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찾으려 노력해야한다. 더불어 말과 갈의 신뢰성을 증폭시킬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상관성 Relevance 연결시킬 때 메시지가 전달된다

    포드 이탈리아 지사는 자동차 열쇠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다. 검은색 열쇠고리와 은빛스카이라인으로 도시를 누비는 포드의 브랜드 가치를 표현했다. 광고의 품격이 한껏 올라갔다. 포드를 타는 순간 도시를 누비는 산책차가 될 것 같다.그러나 이 광고는 자동차의 실제 모양을 제시하지 않고 열쇠라는 상징물로 표현했다. 자동차와의 상관성을 고려한 창의적인 광고지만, 포드만의 기능이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다.


    포드 브랜드를 떼고 다른 브랜드를 넣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토요타의 경우는 프리우스가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양과 자동차의 가스 배출 등급을 표시했다. 프리우스가 양의 방귀보다 배출 가스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친환경 자동차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광고 끝에는 티오(to)를 반복해 “투데이, 투모로, 토요타”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반복하여 토요타라는 브랜드를 기억시키려 했다.


    이 두 광고에서 채굴한 스티커 메시지는 상관성이다. 사물이나 사건이 서로 관계되는 성질이나 정도를 말한다. 광고에서의 상관성은 광고 내용이 제품과 브랜드에 관련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말이나 글에서 주제와 무관한 얘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으리라. 상관성이 희미해지려 할 때마다 무슨 글을 쓰려고 했는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떠올리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치에서는 자주 목적과 수단의 적절성 논란이 벌어진다. 홍보 예산을 늘린 것이 적절했는지, 코로나 19 상황에서 친선 골프 대회를 개최한 것이 적절했는지, 환자에게 투여한 약물용량이 적절했는지, 등 적절성 여부가 숱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말이나 글에서도 적절성이 생명이다.


    “그 안(화장실)에서 사색에 빠져 있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는 나는 사색이 되고 있는 거 알아?” 서울 우유 칸 요구르트의 광고 카피다. 쾌변 요구르트의 특성을 부각시킨 적절한 카피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맥주를 흘리지 말라는 맥주 광고의 카피를 패러디해 남자 화장실에 붙여놓은 명언이다. 말과 글에서는 적절성이 특히 더 중요하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게 적절히 인용해야 효과가 커진다.


    말이나 글에서 의도를 제대로 알 수 없으면 글쓴이나 화자의 의도와 달리 헛다리를 짚거나 완전히 삼천포로 빠진다. 필자나 화자가 말감이나 글감을 어떻게 요리해 무슨 메시지를 담아낼지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사례나 미사 어구만 나열하면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손에 잡힐 만큼 생생하게 되살려 의미를 만드는 과정이 의미화라고 한다.


    어떤 사람의 말을 듣거나 글을 읽고 나서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의미화의 대표적 사례다. 말이나 글에 서술적 맥락만 있고 의미화 맥락이 없거나 일관된 줄기로 연결되지 않으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말을 듣는 사람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주제인지 글을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지 미리 검토하고 준비하면 의미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전하려는 메시지와 어울리는 서재를 선택해 의미화 맥락에서 발전시켜야 한다.


    인공지능, 빅 데이터, 메타버스. 거의 날마다 언론에 등장하는 세 단어의 공통점은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연결이 중요하다.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회사의 시스템이나 최측근과 연결할 수단을 마련해 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들이 이외로 많다.


    포르툼의 스웨덴 지사에서는 신문의 양면을 활용한 ‘팔 늘리기’ 인쇄 광고 시리즈를 집행하여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과 의사’ 편의 광고를 보자. 왼쪽 광고는 환자의 입을 벌리게 하고 치과 의사가 치료하는 장면이고, 오른쪽 광고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왼쪽 광고에 있는 엄마가 팔을 길게 뻗어 오른쪽 광고의 텔레비전 모서리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끈다. 양쪽을 가로지르는 엄마의 손은 연결을 상징한다. 스웨덴의 광고 회사 가버그스는 연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팔을 길게 늘려 과장되게 표현하는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 광고에서 채굴한 스티커 메시지는 연결성이다. 사람과 사람의 애착 관계도 연결에서 생기며 소속감 역시 연결을 통해 생성된다. 연결성은 여러 영역에서 중요하다. 인간은 서로 연결돼 있으면 행복감을 느끼고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연결성 재능이다. 연결성 재능이란 세상이 어떤 네트워크로 연결됐는지 인식하고 상호 연결성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말과 글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식의 교류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오늘날 연결성 재능을 갖춘다면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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