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한국
 
지은이 : 유건재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22년 05월




  • ‘우리’와 ‘개인’, ‘빨리빨리’와 ‘끈기’의 공존! 이러한 한국인의 모순성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이 되었을까요? 한국인의 특성에서 찾은 K-파워의 비결을 알아봅니다! 전 세계가 놀란 한국식 모순 경영의 힘과 만나보세요.


    뜻밖의 한국


    한국식 모순 경영이란 무엇인가

    주체적 개인으로 이뤄진 ‘우리’

    이제까지 살펴본 한국인의 ‘집단-개인주의’ 성향은 산업화 과정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로 전환돼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그중 ‘집단주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실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고 개인적으로 흩어지는 성향의 집단은 이런 전략을 실천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즉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가는 길에 매우 큰 곤란을 겪게 된다.


    색다른 집단주의, ‘우리 속의 나’

    한국 집단주의의 성격은 주변 나라의 집단주의와는 다르다. 이를 두고 ‘어쩌다 한국인’에서 저자 허태균 교수는 집단주의지만 주체성이 높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으며, 구본형 대표는 저서 ‘코리아니티’에서 ‘우리 속의 나’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한국인은 우리라는 집단을 중요시하면서도 그 집단에 함몰되지 않고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다.


    이런 성향이 기업 경영에 투영되면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최적인, 매우 독특한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리더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대부분의 경우 빠른 실행에 돌입한다. 문제가 있다면 실행하면서 수정하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의를 지속적으로 얻어낸다. 의사결정에 드는 시간, 그리고 소통을 통해 설득하는 시간을 줄이고 ‘뛰면서 수정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집단주의는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게 하는 강한 소속감을 만들어왔다. 흔히 비유하듯 ‘가족 같은 회사’는 많은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를 설명하면서 쓰는 말로, 강한 단결력의 원천이었다.


    이처럼 한국 기업은 구성원에게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연대감을 만들어줬고, 여기에 구성원도 자긍심을 느끼며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 발전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집단지성의 힘

    한국의 집단주의는 기업에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집단지성이란 쉽게 말해 ‘집단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한다. 참여자의 능력이 산술적인 합을 넘어 그 이상의 창조적인 문제 해결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은 IT 기술을 중심으로 협업 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기업에서 더 출중하게 발현되지만, 한국 기업 역시 이런 집단지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국인은 집단을 중시하되, ‘나’라는 개인이 그 집단에 영향을 발휘하기를 원한다. 반면에 일본인은 집단을 중시하고, ‘나’라는 개인은 그 집단의 영향력을 수용하기를 원한다. 이 특성은 한국인의 모순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인은 집단 속에서 목적을 찾고, 의미를 찾고, 관계를 찾아 안정감을 갖는다. 동시에 한국인은 그 집단의 목적, 의미,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한국인의 강한 주체성이 시대의 요구에 잠시 묻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본의 문화심리학자 이누미야 요시유키는 ‘주연들의 나라 한국 조연들이 나라 일본’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행동 차이를 규명한다. 그는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자기 개념’을 꼽으며, 한국인은 ‘주체성 자기 개념’을, 일본은 ‘대상성 자기 개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체성 자기 개념’은 자신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로, ‘대상성 자기 개념’은 스스로를 사회적 영향력을 수용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열림과 닫힘의 유연한 공존

    위환 위기 이후, 눈을 돌리다

    개방성과 폐쇄성은 혁신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를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과 폐쇄적 혁신(closed innovation)이라 부른다. 개방적 혁신이란 미국 UC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에 의해 제시된 개념으로 내외부의 집단지성을 활용해서 혁신을 추구해가는 방식이다. 오늘날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폐쇄적 혁신은 내부 연구 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을 중심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것으로, 한국 기업의 대다수가 2000년대까지 이런 방식을 추구했다.


    한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개방성을 갖추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외환 위기 이후로 볼 수 있다. 당시 한국 기업인은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했다는 인식하에 외부 지향성과 유연성이 높은 미국식 인사관리 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개방적인 시스템과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매우 강조했다.


    또한 구조 조정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도입했고 기업의 M&A와 투자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다양한 걸림돌을 제거했다. 특히 정리 해고를 허용해 외국인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한국 경제를 더욱 개방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다양성의 창조적 융합

    포용력과 창의성이 핵심

    다양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창의력 높은 조직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다양성이라는 명칭만큼 이를 정의하는 개념과 측정 방법도 말 그대로 다양한데, 핵심은 얼마나 다양한 생각과 행동이 한 조직 속에서 발현되는가에 있다.


    한국의 창의력은 전 세계에서 중상위 수준이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가 개발한 글로벌 창의성 지수(GCI. Global Creativity Index)에서 한국은 2015년, 139개국 중에서 31위라는 꽤 훌륭한 순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종합 평가 하위 요소의 점수 구성이다.


    글로벌 창의성 지수에서는 기술, 재능, 관용 세 가지 요소를 평가하는데 한국은 기술 지수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재능 지수는 50위, 관용 지수는 70위에 머물렀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개인의 창의성은 부족하고, 다양한 생각과 가치에 대한 포용력은 낮은 것이다.


    한식에 담긴 융합의 키

    융합의 특성은 한국의 음식에서도 발견된다. 한식은 다양한 식재료의 섞임에서 오는 어울림 혹은 융합의 결정체다. 다른 나라의 음식에 비해 한식에는 이런 형태가 유난히 많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주 언급되는 비빔밥과 잡채는 섞음과 조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물론 누군가는 다른 나라에도 재료를 섞는 음식이 있다며 반론을 펼 수 있다. 하지만 한식만이 가진 고유의 차별점이 있다.


    서양의 음식은 독립된 음식을 접시에 담아 먹기 때문에 섞여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리고 섞여 있다고 해도 재료가 완전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부속 요소가 된다. 음식이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조합되는 예는 거의 없다. 융합의 개념은 독립된 것들의 어울림을 의미하는 것이지, 독립적이지 않은 것들의 섞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은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특히 한국 기업에서의 인력 다양성은 4차 산업혁명에 당면한 과제다. 한국 기업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 즉 다양한 국적, 인종, 전공을 가진 사람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포용력을 더욱 키워야 할 것이다.



    기업이 맞이할 미래 경영의 변화

    ‘새 술’은 ‘새 포대’에

    유연함에서 찾은 차별화 전략

    이제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는 싸고 좋은 제품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통해 유일무이한 제품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즉 차별화의 근원을 ‘고유성’에 둬야 한다. 한국 기업만이 지닌 고유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서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모순 경영’의 힘이다. 모순의 개념 자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환경을 특징짓는 ‘VUCA’와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VUCA’란 구체적으로 다음을 말한다.


    - 변동성: Volatility

    - 불확실성: Uncertainty

    - 복잡성: Complexity

    - 모호성: Ambiguity


    앞으로 펼쳐질 VUCA 시대에는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변화가 다양하게 일어날 것이며, 복잡하고 모호한 요소가 서로 어우러질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선형적 사고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환경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의 환경 분석으로는 미래의 환경을 예측할 수 없다. 예측 자체가 불확실하다. 성공이나 실패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조차 모호하다.


    속도전의 승자는 양손잡이 기업

    제품 수명 주기에 따른 혁신의 과제

    변화의 속도는 기업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제품 수명 주기 이론에 대해 알아두면 좋다. 제품 수명 주기 이론이란 상품의 도입과 성장, 성숙 그리고 쇠퇴로 이어지는 변화의 단계에 따라 기업에 서로 다른 속성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경우 기업은 도입기 전에 신제품을 만들고 도입기에 상품을 출시해, 성장기와 성숙기를 통해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이윤을 창출한다. 그리고 쇠퇴기에는 창출한 이윤을 바탕으로 다시 새 제품을 만든다. 따라서 기업은 하나의 제품 수명 주기를 살피고, 그 단계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해도 경쟁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을 제품 혁신(product innovation)이라 하고, 만들어진 제품의 생산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공정 혁신(process innovation)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도입기 이전과 도입기 그리고 쇠퇴기의 제품 혁신 시간과 성장기와 성숙기의 공정 혁신 시간이 분리돼 있다.


    하지만 제품이 다양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의 시간이 중첩되고 있다. 기업은 중첩된 혁신을 모두 잘 실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때 두 혁신을 모두 잘 이뤄내는 것은 전통적 개념의 혁신과는 차이가 있다.


    제품 혁신이란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창출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유연한 조직 문화와 참여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반면 공정 혁신이란 생산된 제품의 효율성을 고도화하는 작업이다. 일사불란한 조직 문화와 적절한 통제를 바탕으로 정해진 방향을 향해 빠르게 실행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두 환경을 한 기업 내에서 융합해야 하는 것이다.


    모순을 아우르는 양손잡이 기업

    보통 기업은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 중 하나의 혁신에 맞는 형태를 가진다. 나라별로 생각해 본다면 미국은 제품 혁신에서 한국이나 일본보다 나은 조직 유형을 갖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공정 혁신에서 미국보다 나은 조직 유형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1970~1980년대 공정 혁신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사용했다. 한마디로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대한 신속하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제품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공정을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공정을 잘 관리하면서 실수와 하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성실하게 관리하며, 정해진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면 됐다. 경영진은 기업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한국인이 가진 학습 능력과 성실성은 경영진의 요구에 잘 부흥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 기업도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거나 주도해야 할 입장이 됐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 혹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결국 미래에는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을 동시에 잘 해낼 수 있는 기업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기업을 양손잡이 기업(ambidextrous firm)이라고 정의하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제품 혁신이라는 오른손과 공정 혁신이라는 왼손 모두를 잘 쓰는 기업을 말한다.



    모순에 흔들리는 리더를 위한 제언

    리더의 변덕, 일관성의 모순

    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이었던 잭 웰치(Jack Welch)는 ‘리더가 보여줘야 하는 일관성’에 관해 말했다.


    “위대한 경영자는 끈질기고 지루하다.”

    리더란 말과 행동이 지루할 정도로 변하지 않아야 하고, 끈질기게 일관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언행의 일관성은 리더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 덕목 중의 하나다. 리더의 비일관적 태도는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준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듯 일관성과 비일관성에 관한 리더의 생각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둘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모두를 선택하는 양자택이의 자세가 필요하다. 리더가 품어야 할 첫 번째 모순은 바로 ‘일관성-비일관성’이다.


    말 바꾸기의 용기

    차별화 전략과 원가 우위 전략은 ‘돈을 아낌없이 쓰면서도, 돈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한다. 차별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간 재배치나 교육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제품 원가를 낮추려면 새로운 원료 공급자를 찾거나 새로운 부품을 만드는 데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돈을 써야 하고, 또 한쪽에서는 돈을 아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은 리더뿐만 아니라 구성원에게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 기업 경영 환경의 현실이다. ‘기업의 생존’이라는 화두 아래 이 둘을 동시에 추구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고 경쟁력을 키우며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큰 목적 아래 하위의 작은 목표는 얼마든지 수정을 거듭할 수 있다. 비록 어제의 말이 다르고 오늘의 말이 다르더라도, 리더는 생존을 위한 목표 수정에 매우 능동적이고 과감해야 한다.


    리더는 목적을 위해 언제든 방법론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반대되는 성격의 방법론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어제 이야기한 것과 오늘 이야기한 것이 반대된다는 이유로 일관적이지 않다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변덕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유연성’이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그로 인한 충격이 큰 예측 불가의 환경에서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자체에 의미가 없다. 이때는 오히려 기업의 방향에 관한 큰 흐름을 인식하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행동과 맥락에서 일관성을 갖는 리더는 새로운 시대와는 잘 맞지 않는다. 목적과 방향에서는 일관성을 갖되, 요구와 니즈에 맞게 유연성을 갖고 전략과 방법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리더, 즉 ‘일관적 비일관성’의 역량을 갖춘 리더가 새로운 시대에는 필요하다.


    확신 혹은 오만, 자신감에 관한 모순

    겸손과 성장을 내포한 자신감

    리더의 자신감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모순적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이한 특성을 가진 두 가지를 동시에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면 누구나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모순적 상황에서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불안하니 문제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며 비난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심리의 이면에는 ‘불확신’이 존재한다. 대체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 후에는 선택한 편에 확신을 더하며 자신감을 갖는다. 하지만 둘 모두를 선택할 경우, 확신보다는 의문이 더욱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리더의 자신감을 확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자신감이 갖는 기본적인 모순과 경영에서의 모순적 활동에서 오는 자신감의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 번째는 자신감에 대한 보다 통찰력 있는 안목을 통해 ‘동력으로서의 자신감’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 경우의 자신감은 부정적인 색채를 가진 자신감과는 완전히 다른 부류다. 위기에서 오히려 힘을 내게 만드는 자신감이며, 부족함을 채워 열의를 넘치게 할 자신감이다.


    두 번째는 그 자신감을 더 단단하게 지탱해줄 수 있는 ‘앵커(anchor)의 존재’다. 앵커란 바다 위의 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저 면에 내려놓은 닻, 혹은 암벽을 오를 때 자일을 매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특정 지점이나 기구를 말한다. 어떤 의미든, 불안하고 흔들리는 무엇인가가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대상물이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동력으로서의 자신감’부터 살펴보자.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감과 혼동되는 ‘특권의식’과 ‘자아도취’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특권의식은 자신이 특권을 갖고 있거나 혹은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개인의 믿음에 기반을 둔 성격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권의식이 강한 사람은 자기 확신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것이 곧 자신감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 자아도취는 이런 상태에서 더 나아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존재한다고 믿는 상태를 말한다.


    사실 겉으로만 보면 자신감과 특권의식, 그리고 자아도취는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과거에는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이 타인과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봤으나, 영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들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의 자신감을 특권의식이나 자아도취와 구별하는 일은 그만큼 쉽지 않다.


    건강한 자신감과 나쁜 자신감을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은 바로 ‘겸손’과 ‘성장’이다. 자신감에는 ‘나는 언제든 성장할 수 있으며, 또 성장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라는 강한 믿음이 존재한다. ‘나에게는 특별한 자격이 있다’라는 특권의식이나 자아도취와는 확연히 다르다. 여기에는 성장에 대한 관점이 전혀 없고, 겸손을 갖춰야 할 이유도 없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겸손과 성장을 내포한 자신감은 주어진 현실을 과대 포장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주눅 들거나 불안해하지 않으며 타개하겠다는 희망적 관점을 갖고 있다. 또한 그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들어 있기 때문에 부족한 면이 발견돼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더 노력한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하면서도 늘 낮은 자세로 주변과 소통하며 더 훌륭한 요소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욕구가 아닌 목적에 집중하라

    건강한 자신감을 더욱 견고하게 지탱하기 위해서는 ‘앵커의 존재’ 또한 중요하다. 이는 ‘기업의 목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의 삶이 부유하듯 흔들리는 것처럼, 기업 또한 목적이 확고하지 않으면 단기적인 성과에만 만족할 뿐 궁극적인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목적은 리더가 의지하는 최후의 보루일 수 있으며, 여기에 강한 확신과 믿음을 가질수록 자신감도 더 강화될 수 있다.


    기업의 목적은 곧 기업의 존재 이유다. 목적을 통해 기업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한다. 더불어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목적에 담겨 있다. 기업의 목적이란 미래를 향한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리더는 겸손과 성장이 주축이 되는 건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업의 목적을 선명히 해야 한다. 이를 갖춘 리더의 진두지휘 아래에서는 단결과 리더에 대한 신념이 밈(meme)처럼 조직 속으로 흘러들 것이며, 구성원은 그 믿음과 확신을 바탕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대처할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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