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금융 입문서’를 지향한다. 난해한 수식은 빼고 간략한 문장에 쉬운 사례를 들어 짧은 시간에 ‘견고한 금융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연구자와 실무자로 금융시스템 전반에서 활약해온 저자의 남다른 지식과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장벽이 산재한 험난한 산길을 걷는 듯했던 금융(학)의 세계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금융(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고, 금융업 종사자에게는 간과했던 중요 내용을 떠올리게 하고, 금융 연구자에게는 현장의 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금융(학)을 낯설고 먼 대상으로만 여겨온 일반인에게도 체력과 의지를 키워 ‘금융 강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다가갈 것이다.
■ 저자 김동옥
저자 김동옥은 NH농협캐피탈 기업금융본부장이다. 연세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단국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금융기관 책임자, 금융시장 참여자, 금융교육 및 연구자로 금융시스템 전반에서 활동해오면서 실무자로서는 연구자의 현실성 부족을, 연구자로서는 실무자의 논리성 부족을 아쉬워했다. 지금은 양쪽의 가교 역할을 희망하며 논리적 현실성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한국 금융기관의 위기대응력에 대한 연구’ ‘금융위기와 금융기관: 금융기관 위기학습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 파이낸스 연구동향 분석’ ‘금융자격과 금융교육: 공인회계사 재무관리 시험과목 분석’ 등이 있다.
■ 차례
저자의 말
1장 서론
2장 금융이란 무엇인가
2.1 금융, 목표를 실현하는 과학
2.2 자금의 흐름
2.3 학문으로서의 금융
2.4 금융이론을 개척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2.5 금융자본주의
3장 금융시스템
3.1 금융시스템
3.2 금융의 기능
자원의 이동 / 위험관리 / 청산 및 결제 / 자원통합 및 지분분할 / 정보 제공 / 정보비대칭 문제 경감
3.3 금융시장
자기자본시장 vs 타인자본시장 / 단기금융시장 vs 장기금융시장 / 발행시장 vs 유통시장 / 외환시장
3.4 금융기관
3.5 금융기반
4장 화폐의 시간가치
4.1 유동성선호
현재가치 vs 미래가치
4.2 이자율
표시이자율 vs 실효이자율 / 명목이자율 vs 실질이자율 / 현물이자율 vs 선도이자율
4.3 위험과 수익률
위험 / 수익률 / 위험과 기대수익률
4.4 이자율의 기간구조
4.5 이자율의 위험구조
4.6 화폐착각
5장 금융시장의 효율성
5.1 시장의 효율성
5.2 효율적시장가설
효율적시장가설 / 효율적시장의 유형 / 효율성 검증
5.3 금융불안정성가설
금융불안정성가설 / 케인스 이론의 재해석 / 금융지위 / 금융취약성
5.4 행동금융학
야성적 충동 / 행동금융학
5.5 금융시장의 효율성
6장 프로젝트금융
6.1 기업금융
자금흐름의 구성 방법 / 금융의 형식 및 용도
6.2 특수금융
6.3 프로젝트금융
의의 / 역사 / 성립 요건 / 추진 동기
6.4 부동산 PF
7장 투자금융
7.1 차입과 대출
7.2 기업의 자본구조
7.3 대출과 투자
7.4 투자금융
투자금융회사 / 투자은행 / 투자금융
8장 대체투자
8.1 대체투자 개요
8.2 사모투자
사모발행 / 사모투자 / 사모펀드 / 헤지펀드
8.3 벤처투자
8.4 집합투자
8.5 분산투자
9장 금융위기
9.1 금융위기
경제위기 / 금융위기
9.2 한국의 금융위기
1997년 금융위기 / 2008년 금융위기
9.3 위험문화가설 vs 학습효과가설
9.4 금융안정
10장 금융혁신
10.1 금융혁신
보이지 않는 손 / 변화에 대한 대응
10.2 통화의 발명
10.3 은행의 발명
10.4 회사의 발명
10.5 금융혁신과 금융위기
맺는말
참고문헌
이 책은 장벽이 산재한 험난한 산길을 걷는 듯했던 금융(학)의 세계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금융(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고, 금융업 종사자에게는 간과했던 중요 내용을 떠올리게 하고, 금융 연구자에게는 현장의 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금융(학)을 낯설고 먼 대상으로만 여겨온 일반인에게도 체력과 의지를 키워 ‘금융 강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다가갈 것이다.
파이낸셜 마인드
금융이란 무엇인가
금융, 목표를 실현하는 과학
금융(finance)은 돈, 자금, 현금, 화폐를 아우르는 금전의 대차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자금의 융통, 자금의 수요와 공급 관계를 의미한다. 융통은 유무상통을 뜻하므로 금융은 자금이 있는 자, 즉 잉여(surplus)로부터 없는 자, 즉 부족(deficit)에게로 자금의 흐름을 뜻한다. 그러므로 대출계약이라는 금융관계에서 자금을 공급하는 자는 대주(lender)라 하고, 자금의 수요자는 차주(borrower)라고 한다.
금융과 혼용되는 개념인 재무는 재정에 관한 사무를 말한다. 재정은 재산의 조달, 관리, 사용과 관련한 일체의 작용 또는 경제주체의 경제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위와 같은 사전적 정의에 따라 협소하게 금융을 정의한다. 학문으로서의 금융을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과학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금융은 사회적 목표를 실현하는 과학으로 폭넓게 정의할 수 있다.
금융은 잉여자로부터 부족자로 자금이 흐르게 함으로써 산업 발전을 위한 자본을 공급하고 고용창출과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현대 자본주의경제는 금융지원을 통해 발전해왔다.
금융자본주의
금융에 대한 반감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여러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고리대금업자의 악행을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금융위기의 혼란 이후에는 주범으로 지목된 자들의 막대한 축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온갖 지면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금융에 대한 적대감의 근저에는 땀 흘려 생산하는 실물경제활동에 기생하여 손쉽게 돈놀이만 한다는 이미지가 놓여 있다. 그러나 금융이 없었다면 인류는 곤궁한 원시적 생활환경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역사는 금융이 실물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견인한 사례로 가득하다. 금융시스템을 통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미래를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거래를 촉진하여 진보를 추구할 수 있었다.
부가가치를 늘리는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면 사회적 자산의 가치가 증가한다. 반대로 자금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갇히면 가치가 감소한다. 이때 자금의 절박함을 이용해 높은 이자율을 대가로 흐르는 것이 금융 또는 자본의 착취다(박경철, 2006).
금융자본주의(financial capitalism)는 20세기 초에 금융 자본이 경제를 지배하는 독점자본주의(monopoly capitalism)를 지칭하면서 등장한 개념으로 금융을 향한 적대감이 표출된 것이었다. 이러한 반감은 대공황 이후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불러오는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금융거래의 폭발적 증가와 비중의 확대로 일상의 용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금융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한 개념이라 하더라도 금융자본주의는 자본주의경제시스템에 대한 금융의 중요성을 반영한 개념으로 타당성이 인정된다. 펀드자본주의(fund capitalism)라는 용어가 가리키듯 펀드가 주주로서 기업지배구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은 금융자본주의라는 표현의 적절성을 확인해준다. 이처럼 금융자본주의체제에서는 금융에 대한 이해와 능력에 따라 사회의 부가가치가 분배된다(박경철, 2006).
앞으로 금융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대감을 가지고 외면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금융을 공부하고 이해함으로써 부당한 피해와 끔찍한 재앙으로부터 벗어나 경제적, 정치적 의사결정의 현명한 주체가 되는 것이 더 나은 선택 아닐까?
금융시스템
금융시스템
불확실한 상황에서 희소자원의 배분이라는 금융 의사결정(financial decision making)이 이루어지는 장을 금융 시스템(financial system)이라고 한다. 금융시스템은 금융시장(financial markets), 금융기관(financial institutions) 및 금융기반 또는 금융인프라(financial infrastructure)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을 말한다(임석필, 2006; 한국금융연수원, 2006).
금융시장은 경제의 주체가 금융상품거래를 통해 자금의 흐름을 창출하는 장소를 가리킨다. 금융기관은 거래비용 절감, 만기 및 금액 변환, 위험관리, 지급결제수단 제공의 역할을 담당하고, 금융기반은 각종 금융규제 및 감독제도, 지급결제시스템, 금융안정망 등을 총칭한다. 금융안정망은 예금자보호제도와 중앙은행의 긴급유동성지원제도 또는 최종대부자 기능(lender of last resort)로 대표된다(한국은행, www.bok.or.kr).
이와 같은 금융시스템 내에서 의사결정자들 간의 계약 체결(financial contracting)에 따른 자금의 흐름(flow of funds)을 통해 자산과 위험을 교환(the exchange of the assets and risks)함으로써 금융의 목표가 실현된다.
금융의 기능자원의 이동
자금은 금융시스템을 통해 사용 혜택이 작은 시점과 공간에서 그 혜택이 큰 시점과 공간으로 흐르게 된다. 이를 통해 효율성이 제고되고 사회적 후생이 증가한다. 소득이 많은 시점에서의 저축을 통해 이후 소득 감소 시점을 대비함으로써 저축자의 효용이 증대되고 삶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금의 잉여 지역이나 국가에서 부족 지역이나 국가로의 자금 흐름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금융혁신은 이러한 효율성 제고의 방향으로 작동한다.
청산 및 결제
금융시스템이 없으면 거래의 대가를 지급하기 위해 현물을 소지해야 한다. 현물을 소지하고 있어도 원격지에서의 지급 결제는 불가능에 가깝다. 금융의 기능으로 지폐, 수표, 계좌이체, 신용카드 등을 통해 지급결제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게 되었다.
경제주체들 간의 채권채무관계를 해소하는 행위를 지급결제(payment and settlement)라고 한다. 지급결제가 현금으로 이루어지면 대금의 지급(payment)만으로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이와 달리 수표나 계좌이체 등 현금 외의 수단으로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지급 외에 청산(clearing)과 결제 (settlement) 과정을 거쳐야 절차가 완료된다. 청산은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계산하는 것을 말하고, 결제는 청산을 통해 계산된 금액을 주고받음으로써 지급을 완료하는 과정이다(김석원 외, 2021b).
자원통합 및 지분분할
금융시스템은 자금의 통합(pooling resources)으로 거대 자본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고, 동시에 대규모 사업의 소유권을 다수에게 분할해준다(subdividing shares). 개별 가계의 소규모 자금을 금융시장이나 금융기관에 집중시킴으로써 거대 자본을 형성하여 대규모 사업에 투자될 수 있게 한다. 또한 거대 기업의 소유권을 지분의 형태로 다수의 개인에게 분할 및 배분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정보 제공
금융시스템에서 제공되는 가격과 이자율 정보는 개별 경제주체의 금융 의사결정과 관련한 근거를 제시한다. 즉, 저축과 소비 등 가계의 의사결정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 분배 과정에서는 가계 구성원들간 합의 도출의 기준을 제공한다. 또한 기업의 자본조달과 자본예산에서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시한다. 금융혁신을 통한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현은 새로운 가격 정보를 수반한다.
정보비대칭 문제 경감
거래 쌍방 간에 보유한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을 원인으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역선택(adverse selection),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도 금융시스템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인센티브 문제(incentive problems)라고도 하는데, 거래 일방이 상대방을 감시 또는 통제할 수 없거나 곤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금공급자는 금융계약의 담보제공(collateralization) 조항으로 수요자에 대한 감시 비용(monitoring costs)을 절감하고 도덕적 해이를 경감할 수 있다. 또한 금융시스템을 통해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전문화(specialization)를 이루어 선별(screening)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역선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타인자본 투자계약의 주식첨가제(equity kicker)를 통해 주인-대리인 문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 대주에게 이익공유권이나 주식전환권을 부여함으로써 비효율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금융시장
자기자본시장 vs 타인자본시장
기업의 자본은 자기자본(equity capital)과 타인자본(debt capital)으로 구성된다. 재무제표에서 타인자본은 부채(liabilities)로, 자기자본은 자본(capital)으로 표시한다.
금융학과 회계학은 자본비용에 대한 인식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회계학에서는 명시적으로 발생하는 부채비용만을 인식한다. 이에 비해 금융학에서는 자기자본비용(cost of equity capital)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관점으로 인식함으로써 타인자본비용(cost of debt capital)에 더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을 계산하고 이를 의사결정의 중심에 둔다.
자기자본 투자자(equity capital holders)는 타인자본 투자자(debt capital holders)에 비해 기업의 이익 증가와 자산가치 상승으로부터 혜택을 본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에 반해 기업 현금흐름의 지급 순위에서 타인자본 투자자 다음에 위치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자기자본 투자자를 잔여재산 청구권자(residual claimant)라고 한다.
자기자본시장(ECM, Equity Capital Market)은 통상적으로 주식시장(stock market)이라 불린다. 기업의 이익에 대한 청구권(claims on the earnings of corporations)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개인투자자의 부와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타인자본시장(DCM, Debt Capital Market)은 일반적으로 채권시장(bond market)이라고 하며, 기업과 정부의 활동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과 이자율 결정 기능을 담당한다.
단기금융시장 vs 장기금융시장
단기금융시장(short-term financial market)은 화폐시장(money market)이라고도 하며, 1년 미만의 단기자본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장기금융시장(long-term financial market)은 자본시장(capital market)이라고도 하며, 1년 이상의 장기자본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단기금융시장은 장기금융시장보다 유동성이 풍부하다. 단기증권의 경우 이자율 등 시장환경의 변화에 대한 가격 변화의 민감도가 장기증권보다 작기 때문이다.
타인자본시장에서는 만기 1년을 기준으로 단기(short-term)와 장기(long-term)를 구분한다. 1년 이상 10년 미만인 경우를 중기(intermediate-term)로, 10년 이상인 경우를 장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발행시장 vs 유통시장
발행시장(primary market)은 증권의 최초 발행 시점에서 거래되는 시장을 말하고,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은 이미 발행된 증권이 거래되는 시장을 가리킨다. 유통시장에서의 증권거래는 증권을 발행한 기업에 새로운 현금 유입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증권거래에 유동성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반영하여 새로운 가격을 형성한다.
유통시장은 다시 거래소시장(exchange market)과 장외 시장(OTC market, Over The Counter market)으로 나눌 수 있다. 거래소시장은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을 제거한 규격화된 시장이다. 그에 비해 장외시장에서는 비규격 거래가 가능한데, 계약이행이 종료될 때까지 거래 상대방 위험에 노출된다.
금융시장의 효율성
시장의 효율성
시장의 효율성은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거래의 마찰 요소가 없어 원활한 거래가 가능한 경우 운영효율성(operational efficiency)을 충족한 시장이라고 한다.
둘째, 해당 정보가 신속하고 충분하게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 정보효율성(informational efficiency)을 충족한 시장이라고 한다.
셋째,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최적의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는 경우 배분효율성(allocational efficiency)을 충족한 시장이라고 한다.
이 3가지 효율성을 모두 충족한 시장을 완전시장(perfect market)이라고 한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가격과 관련된 정보효율성이 충족된 시장을 효율적 시장(efficient market)이라고 한다. 정보의 신속한 반영은 정보의 공개와 가격의 변동 사이에 시간 지연이 없음을 뜻한다. 정보의 충분한 반영은 정보의 가치만큼 가격 변동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시장효율성(market efficiency)의 본질적 내용은 균형(equilibrium)의 달성과 회복을 보장하는 것이다. 균형가격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효용극대화 조건이 충족된다. 가격이 균형에서 이탈하면 수요와 공급(supply and demand)이라는 조절 장치에 의해 균형이 회복된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다시 수요 증가를 자극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다시 공급 증가를 야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장은 부(-)의 피드백(negative feedback)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효율적시장가설
효율적시장가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최소한 현재시점에서 공개된 모든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고 새로운 정보의 제공만이 주가 변동을 야기한다. 현재시점에서의 새로운 정보란 예상할 수 없는 정보이므로 미래의 가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이후 유진 파마(Eugene Fransis Fama)를 중심으로 시장효율성에 대한 수학적 모형 구축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고 시장 효율성에 대한 인정이 주류 학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효율적시장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은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지지하는 주장이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부담하는 위험에 상응하는 정상수익(normal return)을 초과하는 비정상수익(abnormal return) 또는 초과수익(excess return)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거래가격이 이미 정보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거래를 위한 예측에 영향을 준 정보로 인한 가격 변화는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시장가설의 주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는 통상적인 주류 경제학(conventional economics, mainstream economics)의 시각과 맥을 같이한다. 주류 경제학은 시장의 가격조정 기능을 신뢰하기에 자유방임경제학(laissez-faire economics)으로도 불린다.
시장효율성은 최적의 자원배분과 안정적 균형 달성을 보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가격 상승을 쫓아 공급이 곧바로 증가할 수 없는 희소한 사치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은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는 표현으로 높은 가격이 수요를 창출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특이 사례로 한정하고 일반적 상황과는 무관하다며 의미를 축소한다.
효율적시장의 유형
약형 효율적 시장은 과거의 가격이나 거래량과 같은 역사적 정보, 혹은 과거 정보(historical information)가 현재의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시장을 말한다. 약형 효율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과거 주가의 움직임에 기초한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의 유효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준강형 효율적 시장은 공개 정보(public information)가 현재의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시장을 말한다.
따라서 공개 정보의 분석으로 평가한 내재가치(intrinsic value)와 시장가격(market price)의 비교를 통한 근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 및 이에 따른 거래 전략으로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없다. 강형 효율적 시장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all available information)가 현재의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시장을 말한다. 모든 정보에는 내부정보(inside information)도 포함되므로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를 통하더라도 초과수익을 얻을 수 없다.
효율성의 유형은 정보의 발생, 공개, 취득 시점의 관계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 세 시점이 일치하면 강형 효율성을 충족한다. 정보가 발생 시점에서 모두 공개되고 모든 시장 참여자가 해당 정보를 취득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보 공개와 취득 시 점이 일치하면 준강형 효율성을 충족한다. 약형 효율성 시장에서는 정보 발생과 공개에 시차가 발생하고 정보 공개 시점에서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가격에 반영된다.
효율성 검증
약형 효율성은 주가 변동의 추세를 확인하는 통계분석으로 검증할 수 있다. 검증 결과, 주가 변동의 무작위성이 확인되어 자본시장의 약형 효율성 가설이 인정되었다. 준강형 효율성은 새로운 정보 공개와 가격 변동의 동시성을 살핌으로써 검증할 수 있는데, 주류 학계에서는 자본시장의 준강형 효율성을 인정한다. 자본시장의 강형 효율성은 내부자거래의 초과수익 실현이 확인되어 인정되지 않는다.
자본시장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례가 존재한다. 시장의 효율성에 위배되는 이러한 예들을 이례현상(market anomalies)이라고 한다. 자본시장에서는 인간의 심리적 요인을 완벽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시장의 효율성을 기계적으로 완전히 신뢰하는 것은 무리다. 케인스의 유명한 ‘미인선발대회(beauty contest)’ 비유가 이를 잘 말해준다. 미인선발대회에서 최고의 미인으로 선발될 사람을 맞추려면 심사위원들이 미인으로 판단할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식투자에서도 투자자들에 의해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을 주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설사 주가가 과대평가 상태라고 해도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할 투자자의 의향만 있다면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투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의 효율성
가격이 정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면 금융기관이 막대한 내부자원을 투입해서 정보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답하면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거나 그들이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내부정보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효율적시장가설을 지지하는 측의 답은 이렇다. 정보의 분석 및 전파로 효율성이 제고되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시장효율성을 주장하면서도 약간의 빈틈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시장은 언제나 완벽하게 효율적인 것은 아니며 일시적인 비효율성을 찾고 이로부터 이윤을 얻으려는 노력이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어간다는 말이다.
금융시장은 완전시장이 아니다. 현실에서 완전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래에는 언제나 장애요소가 존재하며 정보비대칭 사례 또한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완전히 무시하면 미궁에 빠지게 된다. 시장의 가격 정보를 신뢰하지 않으면 거래는 중단되고 경제는 정지한다.
시장이 완벽하게 비효율적이라면 금융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일상이 금융과 무관하지 않고 위협적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은 일정 수준 이상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선과 혁신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장애요소가 효율성을 떨어뜨려 완전시장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균형은 현실이 쫓고 있는 이상향일 뿐 결코 도달할 수는 없는 곳이다(Grossman and Stiglitz, 1980).”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효율적시장가설에 대한 금융불안정성가설의 문제 제기는 미시적 관점에서 가격의 정보 반영성에 집중한다기보다 시장효율성을 통한 균형 달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금융활동의 지속과 누적으로 취약성이 제고되면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효율성이 제한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자본시장은 정보효율성을 충족하여 안정적인 금융거래를 지원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유동성이 확보된 금융시장에서는 시장효율성을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서 효율성을 의심하거나 효율성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를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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