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수많은 제자들을 실리콘밸리 창업가로 배출시킨 저자가 창업가들을 위해 쓴 책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기업 경영 사례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저자는 그간의 이론과 실전 사례, 실리콘밸리 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와 설문조사 그리고 최고 인기 강의 중 하나인 하버드 MBA의 ‘스타트업 실패’ 수 등을 총망라하여 스타트업 성공 법칙을 연구했다. 그 결과 저자는 대다수의 창업가가 반드시 경험하게 되면서 스타트업의 존폐를 가를 만큼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몇 가지의 공통적인 경로를 발견하게 됐다.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성장시키고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기업이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한 시험대가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가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들을 담아낸 이 책은 창업가가 스타트업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최고의 답으로 가득 차 있다.
■ 저자 토마스 아이젠만
저자 토마스 아이젠만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의 하워드 스티븐슨(Howard H. Stevenson) 경영학 담당 석좌교수다. 그는 이곳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한편, 신생 스타트업 경영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한 아이젠만은 하버드 이노베이션 랩의 피터 크리스프(Peter O. Crisp) 책임 연구 교수, HBS와 하버드 공학 및 응용과학대학원(Harvard’s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MS/MBA 학위 프로그램과 HBS 부수 아서 록 창업 센터(Arthur Rock Center for Entrepreneurship)의 공동 책임 교수로 재임 중이다.
1979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그는 1997년 HBS 교수로 부임한 후 지금까지 1년차 MBA 프로그램 필수 과목인 ‘기업 경영자’(The Entrepreneurial Manager) 과정을 강의하고 있다. HBS MBA 과정 2년차 프로그램도 이끌고 있는 그는 그동안 동료 교수들과 함께 기업 세일즈 및 마케팅, 시장 디자인 그리고 ‘스타트업 실패’(startup failure) 수업 등 총 14개의 MBA 선택 과목을 개발했다. 그중 스타트업 실패 수업은 학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어 인기 강좌가 되었다.
저자가 동료 교수들과 공동으로 집필한 130여 개의 HBS ‘케이스 스터디’는 전 세계적으로 15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또한 현재 ‘월스트리트저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포브스’ 등에 스타트업 창업과 경영에 대한 강력한 통찰을 담은 글을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 역자 박영준
역자 박영준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외국계 및 국내 기업에서 재직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에는 ‘컨버전스 2030’, ‘중국 세계로 가다’, ‘애널리틱스’, ‘자전거의 즐거움’, ‘21세기 미중관계’, ‘최고의 리더는 사람에 집중한다’, ‘훌륭한 관리자의 평범한 습관들’, ‘신뢰의 힘’, ‘심플, 강력한 승리의 전략’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는 글_ 스타트업 창업가라면 반드시 찾아야 할 대답
제1장 성공과 실패: 성공한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성공과 실패의 양면성 | 창업이라는 리스크 | 제품과 설립자 중 누가 더 뛰어나야 할까?
제1부 론칭: 스타트업 날개를 펼치다
제2장 창업가의 딜레마: 리스크를 줄이며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로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스타트업 리스크 관리 전략 | 다이아몬드-사각형 프레임워크 | 다이아몬드 프레임워크의 네 가지 기회 | 사각형 프레임워크의 네 가지 자원
트라이앵귤레이트, 세 번의 전략 이동 |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 | 고객의 핵심 니즈를 파악하는 방법
제5장 긍정의 오류: 사업 초기의 성공이 왜 위험할 수 있는가?
바루의 성공과 확장 | 급격한 성공의 부작용 | 소진된 자금과 분열된 조직 | 과도한 자신감의 위험성 | 긍정의 오류를 피하는 법
제2부 확장: 스타트업 고개를 넘다
제6장 성장의 리스크: 어떻게 성공과 실패의 확률을 가늠할 수 있는가?
후기 단계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 | 6S 프레임워크 | 스타트업 확장의 두 가지 경로
제7장 속도의 함정: 사업을 확장하기에 안전한 속도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팹닷컴의 성장과 매각 | 속도의 함정 전개도 | 자가진단 RAWI 테스트 | 현명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법
제8장 자원의 고갈: 스타트업 생사의 갈림길은 어떻게 오는가?
닷 앤 보의 성장과 대가 | 자금 시장의 역동성 리스크 | 인력 채용 리스크 | 관리 시스템 리스크
제9장 문샷과 기적: 원대한 비전을 이루기 위한 스타트업의 조건은 무엇인가?
베터 플레이스의 비전과 현실 | 기적의 연속을 바라지 말라 |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라 | 제품 출시 지연에 대처하라 | 편집광적인 설립자를 길들여라
제3부 결단: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다
제10장 최후의 질주: 사업을 계속할지 멈출지 어떻게 판단하는가?
결단의 순간과 마주하다 | 위기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방법 | 창업가가 마지막 선택을 미루는 이유 | 스스로 자문해야 할 것들 | 결단 이후 창업가의 선택 | 기업가로서 책임을 정리하는 방법
제11장 다시 일어서기: 창업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창업가의 마지막 여정 | 회복 | 반성 | 재기
나가는 글_ 새내기 창업가에게 보내는 편지
감사의 글
부록_ 초기 단계 스타트업 설문 조사 결과 분석
주석
이 책은 수많은 제자들을 실리콘밸리 창업가로 배출시킨 저자가 창업가들을 위해 쓴 책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기업 경영 사례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저자는 그간의 이론과 실전 사례, 실리콘밸리 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와 설문조사 그리고 최고 인기 강의 중 하나인 하버드 MBA의 ‘스타트업 실패’ 수 등을 총망라하여 스타트업 성공 법칙을 연구했다. 그 결과 저자는 대다수의 창업가가 반드시 경험하게 되면서 스타트업의 존폐를 가를 만큼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몇 가지의 공통적인 경로를 발견하게 됐다.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
성공과 실패: 성공한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창업이라는 리스크
창업가란 어떤 사람인가? 일부의 사람들은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단어를 조직의 수명 주기 중 초기에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이 단어가 사업체의 규모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관점에서 생각하면 소규모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모두 창업가이며 대기업의 창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이라는 말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창업가정신이라는 단어가 어떤 개인이 수행하는 특정한 역할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창업가가 세운 벤처기업을 설립자 또는 오너 경영자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으로 정의한다. 그런가 하면 창업가정신이라는 개념을 일단의 성격적 특성, 특히 모험을 즐기고 독립적 성향을 나타내는 기질적 측면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30년 동안 HBS에서는 창업가정신을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정의해왔다. 창업가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이를 시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선택지보다 더 좋은 방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회’다. 그리고 창업가들이 모험을 시작할 때는 그 기회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인 숙련된 직원, 제조 시설, 자본 등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정의에 따르면 창업가정신은 회사의 연혁이나 규모 또는 리더의 역할이나 기질보다는 특별한 형태의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규모 회사는 모두 창업가정신으로 설립한 벤처기업이라는 일반적 개념은 이 정의와 맞지 않는다. 성숙기에 접어든 소규모 회사가 모든 면에서 과거와 똑같은 방식을 답습하며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그런 회사는 기존의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자본이 충분하다.
그와는 반대로 이 정의를 사용하면 대기업, 정부기관, 비영리 단체 같은 곳에도 창업가정신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킨들(Kindle)은 창업가정신에 기반을 둔 모험적 제품이지만,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는 그렇지 못하다. 킨들이 처음 출시됐을 때 이북(eBook) 독자들을 위한 시장은 초기 단계였으며 아마존은 그때까지 물리적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제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이 회사에는 새로운 자원과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반면 구글 드라이브는 박스(Box), 모지(Mozy), 카보나이트(Carbonite), 드롭박스(Dropbox) 같은 경쟁자들이 이미 몇 년 전에 제품을 내놓은 성숙 단계의 시장을 목표로 출시됐다. 구글은 해당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마케팅 경로,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같은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창업가들은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사업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그들의 리스크는 주로 다음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 수요 리스크: 회사가 구상 중인 제품을 잠재 고객들이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에 관한 리스크. 예를 들어, ‘지보’의 경우 다수의 고객이 가정에서 소셜 로봇을 사용하고 싶어 할까?
- 기술 리스크: 회사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과학적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리스크. ‘지보’의 경우, 엔지니어 팀은 센서에서 받아들인 입력 신호나 애플리케이션의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미들웨어를 개발할 수 있을까?
- 실행 리스크: 회사의 사업 계획을 실행에 옮길 능력을 갖춘 직원이나 파트너를 영입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리스크. ‘지보’의 경우,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하기 전에 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이 플랫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 자금 리스크: 회사가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합리적인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한지에 대한 리스크. ‘지보’의 경우, 제품 출시가 계속 지연되고 자본금도 고갈된 상태에서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까?
론칭: 스타트업 날개를 펼치다
창업가의 딜레마: 리스크를 줄이며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로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이아몬드-사각형 프레임워크
창업가들이 기회 및 자원 사이에 놓인 딜레마를 피하는 전략을 수립했다면, 이제는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함으로써 사업을 가동하기에 충분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해야 자신이 매력적 기회를 포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또 그 기회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데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사각형 프레임워크다. 이 프레임워크의 다이아몬드 모양은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기회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 즉 고객 가치 제안, 기술 및 운영, 마케팅, 수익 공식을 상징한다.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사각형의 각 꼭짓점은 설립자인 기수, 조직 구성원, 외부 투자자, 전략적 파트너 등 스타트업의 핵심적인 자원 제공자들을 의미한다.
다이아몬드 프레임워크의 네 가지 기회
- 기회 1: 고객 가치 제안
다이아몬드 프레임워크의 네 가지 기회 요소 중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고객 가치 제안이다. 새롭게 설립된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강력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고객의 욕구는 강력해야 한다. 어느 무명의 스타트업이 출시한 제품이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 주지 못한다면 고객들이 그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차별화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가 기존의 경쟁 제품들에 비해 유의미한 우월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이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차별성을 지속하는 일도 중요하다. 경쟁자가 자사의 제품을 쉽게 흉내 낼 수 없도록 주위에 적절한 장벽을 구축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 스타트업은 모방꾼들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 기회 2: 기술 및 운영
스타트업이 생존하려면 고객과 약속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 즉 최초에 예고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판매해야 하며, 판매 후에는 사후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한 회사는 살아남기 어렵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회사의 전략을 실천에 옮길 때 기술 및 운영 측면에서 조직의 생사가 달린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바로 핵심적인 기업 활동을 아웃소싱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창고를 구입할지 또는 기존의 설비를 빌려서 사용할지, 고객 서비스를 위해 직접 콜센터를 운영할지 또는 외부 콜센터 업체에 아웃소싱할지, 소프트웨어를 회사가 직접 개발할지 또는 도급업체에 맡길지 등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많은 창업가들이 ‘자체 개발 대 아웃소싱’의 트레이드오프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회사의 업무 역량을 내부에서 개발하면 속도도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 조직도 더욱 복잡해진다. 반면 이를 아웃소싱하면 빠른 속도로 자원에 접근할 수 있고 고정 비용을 미리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단, 신생 스타트업이 적절한 파트너를 구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대체로 내부 개발 비용은 외부 업체에 일을 맡기는 비용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 측면에서는 더 유리한 선택지가 된다. 외부 업체들은 실제 개발에 투입된 비용에 자신들이 취할 이윤을 더해서 청구하기 마련이다. 반면 내부 개발 전략을 택하면 외부 업체에 지불해야 할 높은 비용을 피하는 것 이외에도 두 가지 이점을 더 얻을 수 있다. 첫째, 회사의 핵심 역량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조직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에 맞춰 기업 활동을 조율할 수 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이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뒤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 기회 3: 마케팅
신생 스타트업은 시장에 공급할 제품 및 서비스를 잠재 고객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마케팅에 투자할 자금의 규모를 선택하는 일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매우 중요한 의사 결정 중 하나다. 마케팅비를 지나치게 적거나 또는 많이 지출하는 것은 모두 비즈니스를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 이 양극단에 놓인 두 가지의 전략을 살펴보자.
제품을 만들면 고객이 찾아온다. 좋은 제품은 스스로 팔려 나갈 거라고 믿는 창업가들이 이런 접근 방식을 취한다. 그들은 자사의 제품을 써 본 고객이 주변에 알아서 입소문을 퍼뜨릴 것이며, 각종 언론매체 역시 초기 고객들을 확보하는 데 한몫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두 가지 혜택을 가져다준다. 첫째, 마케팅에 들어가는 지출을 최소화함으로써 소중한 현금을 지킬 수 있다. 둘째,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직접 찾아 나선 ‘'유기적’ 고객은 광고를 통해 제품을 접한 고객보다 충성도가 높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만든 제품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명 벤처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그런 상황을 두고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우리가 충분히 투자가 가능해 보이는 창업가들에게 투자를 포기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제품을 만드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일도 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런 외골수 같은 사고방식을 장려하거나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스타트업 설립자들이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영업이나 마케팅 같은 어려운 과업을 소홀히 하는 핑계로 삼는다는 것이다. 많은 창업가들이 기껏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적절한 유통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에게 그런 전략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유통 전략이 없는 전략을 ‘입소문 마케팅 전략(viral marketing strateg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한다. 1990년대 말 닷컴 기업들의 붐이 한창일 당시 스타트업들은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거창한 광고를 내보내고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오늘날에는 그런 방식이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중에는 창업 초기부터 마케팅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회사가 드물지 않다. 물론 요란한 제품 출시를 통해 고객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한다면 새로운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을 확보하기 전에, 즉 제품이 시장의 욕구를 충족하고 제작 및 판매가 수익성 있게 이뤄지기 전에 공격적으로 마케팅비를 집행하는 전략은 위험하다. 만일 제품에 대한 실제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적다고 판명되면 설립자는 새로운 가치 제안으로 전략을 이동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고객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행위일 수 있다. 따라서 회사가 전략적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 마케팅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일은 차라리 다른 곳에 돈을 낭비해 버리는 것만도 못한 방법이다.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소외시킴으로써 스타트업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스타트업 전문 시장 조사 기업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Startup Genome Project)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의 경영 관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가장 보편적인 실패 이유 중 하나가 마케팅과 제품 개발의 규모를 너무 서둘러서 확장한 것이라고 한다.
- 기회 4: 수익 공식
스타트업의 수익 공식이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일지에 대한 계획을 의미한다. 매출은 얼마나 되고 그에 따른 비용은 어느 정도 발생할 것인가? 수익 공식의 매출과 비용은 각각의 하위 요소들로 구성된다. 매출은 제품의 가격과 팔려 나간 제품의 단위 수에 의해 결정된다. 비용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존재하는데 형태별로 비용 발생 요소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지보를 만들 때 들어간 부품값 등에 해당하는 변동 비용은 제품의 판매 대수가 늘어날수록 증가하며, 마케팅 비용은 새롭게 확보하고자 하는 고객 수에 따라 달라진다. 임원의 급여나 본사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임대 비용 같은 간접 비용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에 속한다.
창업가는 자신의 수익 공식을 직접 결정할 수 없다. 스타트업의 기회 요소 중 나머지 세 가지, 즉 고객 가치 제안, 기술 및 운영, 마케팅을 선택할 뿐이다. 매출과 비용은 그 요소들에 따라 발생한다. 다시 말해 창업가는 어떤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지, 제품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지, 새로운 고객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하이 터치 서비스 전략을 채택하고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감수해야 할지 등의 복합적인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확장: 스타트업 고개를 넘다
성장의 리스크: 어떻게 성공과 실패의 확률을 가늠할 수 있는가?
6S 프레임워크
창업가들은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측정하거나 회사를 실패로 이끌 만한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6S 프레임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레임워크 내부의 삼각형에 표시된 세 가지 요소, 즉 스타트업의 ‘직원(Staff)’, 조직 구성원 간의 보고 체계나 경영관리 시스템을 의미하는 ‘구조(Structure)’ 그리고 조직의 기업 문화를 뜻하는 ‘공유 가치(Shared Value)’ 등은 모두 스타트업의 내부 조직에 관련된 요소다. 삼각형을 둘러싼 원에 표시된 세 가지 요소는 스타트업의 외부적 관계를 나타낸다. ‘속도’(Speed, 스타트업의 핵심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빠르기)와 ‘범위’(Scope, 지리적 반경, 제품 라인의 폭, 혁신, 수직적 통합)는 스타트업의 제품-시장 전략과 이를 수행하기 위해 회사가 고객, 경쟁자, 공급자들과 형성하는 관계를 나타낸다. 세 번째 요소인 ‘시리즈X’(Series X)는 자본 시장과 관련된 스타트업의 전략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은 자금 조달 단계를 알파벳 순서대로 밟아 나간다. 따라서 시리즈X는 스타트업이 현재 및 미래의 투자자들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알려 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 6S 프레임 워크: 속도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마 후기 단계 스타트업의 CEO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의 주제일지도 모른다. 창업가들과 그들을 재무적으로 지원하는 투자자들은 당연히 빠른 성장을 열망한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규모가 클수록 수익이 높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면 기업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 기업 가치가 오르면 스톡옵션의 혜택을 노리는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하기가 유리해진다. 게다가 조직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회사에는 승진의 기회가 많다는 사실도 인재들을 유인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6S 프레임 워크: 범위
창업가들은 회사의 성장 범위를 설정할 때 대체로 다음 두 가지 방향으로 전략적 의사 결정을 내린다. 첫 번째는 회사가 성숙하면서 점차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처음에는 작게 사업을 시작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규모를 넓혀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창업가가 개업 초기부터 야심 찬 사업 범위를 설정하고 과감한 수직적 통합과 지역적 팽창을 계획하는 전략이다. 대체로 회사의 제품이 획기적인 기술 혁신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대담한 약속이 너무 요원한 목표로 판명되는 경우 부실한 사업적 결과가 금방 드러나면서 결국 어느 곳에서도 자금을 투자받지 못하고 1~2년 안에 세상에서 사라지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재난을 맞게 된다. 두 가지 방향 중 첫 번째의 비중이 더 높다.
- 6S 프레임 워크: 시리즈X
후기 단계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할 때 고려해야 할 의사 결정의 주제는 제2장에서 논의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의 고려사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언제, 얼마나 그리고 어떤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할 것인가? 그러나 성장기에 접어든 후기 단계 스타트업은 이런 기본적인 사항 이외에도 투자 유치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장 압박. 우리는 제1부에서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게 공격적인 성장을 요구하는 이유를 논의한 바 있다. 벤처캐피털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작은 일부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긴 뒤에 이 이익금으로 다른 투자처의 손실을 만회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벤처 투자자들은 후기 단계 스타트업의 성장을 특히 강하게 압박한다. 시장 경쟁력이 입증됐다는 회사에 투자할 권리를 얻는 대가로 높은 가격의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이런 현상을 소위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부른다. 경매에서는 최종 승리자가 실제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고 물건을 낙찰받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것은 경매에 나온 물건의 가치가 불확실해서 입찰자들의 추정 금액이 천차만별이거나 입찰자들의 ‘동물적 감각’을 부추기는 능숙한 경매 진행 방식이 광란의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운 라운드. 제2장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추가 자금을 조달할 때 이전 투자 라운드에 비해 주가를 더 낮게 평가받는 ‘다운 라운드’의 리스크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스타트업에게 다운 라운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다고 세상에 신호를 보내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단 다운 라운드가 발생하면 회사의 지분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인재들을 채용하거나 자신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직원들을 안심시키기가 어려워진다.
자금 조달 리스크. 제8장에서는 특정 산업 전체가 투자자들의 기피 대상이 된 사례가 소개된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경영 상태가 건실한 기업조차 수개월 또는 수년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므로 후기 단계 스타트업 설립자는 야심 찬 확장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시중에 자금 고갈 상태가 닥쳤을 때를 대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자본금 일부를 저축해야 할지 회사 내부적으로 창출한 현금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하도록 비용을 신속히 줄일 수 있을지를 따져 봐야 한다.
CEO 교체. 초기 단계 스타트업 설립자들은 대부분 이사회 의결권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투자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새로운 벤처캐피털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의결권을 속속 취득한다. 투자 라운드가 몇 차례 이어진 뒤에는 투자자들이 보유한 의결권이 설립자의 의결권을 넘어서고, 급기야 실적이 부진한 CEO를 교체하기에 충분한 표를 확보하는 상황에 이른다. 회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수록 필요한 자본금도 늘어나고 이런 역학관계도 가속화된다.
이사회의 우선순위. 투자 라운드가 계속되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창업가들은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가장 최근에 자금을 지원한 사람들은 이전 단계의 투자자들과 우선순위가 다르다. 후기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스타트업의 주력 시장이 포화 상태에 빠졌다면 회사는 해외로 진출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이 전략들은 모두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 6S 프레임 워크: 직원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성장세에 놓인 스타트업의 조직 구성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속속 전문 인력으로 채워지고 처음에 입사했던 리더들은 회사를 떠난다. 창업 초기에 여러 역할을 넘나들며 수많은 일을 처리했던 소수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는 이제 엔지니어링이나 마케팅 업무에 노하우를 지닌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예를 들어 디지털 광고 캠페인, 신규 고객 대상 사후 기술 지원, 제품 품질 모니터링 등의 영역에도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이 추가될 수 있다.
스타트업의 규모가 커지면 본부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해진다. 가령 재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은 회사의 자금 지출을 통제하고 인사부의 전문가들은 채용 프로세스, 직원 승진 검토, 보상 및 복지, 직원 교육 등의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 6S 프레임 워크: 구조
스타트업의 발전 단계가 후기로 접어들면 과거 몇몇 직원이 작은 사무실에서 어깨를 맞대거나 SNS의 단체방을 통해 함께 일하던 시절의 비공식적 소통 체계나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조직이 크고 성숙해질수록 보고 체계를 공식화하고 효과적인 경영관리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회사의 정보를 적재적소에 전달하고, 복잡한 업무를 조직화하며, 부서 간 갈등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가 언제쯤 체계적 조직 구조나 경영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는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내려야 할 핵심적 의사 결정 중 하나다. 대부분의 창업가는 관료주의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이 과정을 늦추려 한다. 물론 그들의 생각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특히 이 작업을 너무 서두를 경우 회사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체계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될 우려가 있다.
- 6S 프레임 워크: 공유 가치
벤처 투자자 벤 호로위츠가 정의하는 기업 문화는 ‘상사가 옆에 없을 때 직원들이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는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강력한 기업 문화를 보유한 회사의 직원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닥쳤을 때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냥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중요한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빨리 처리해 달라고 특별 부탁을 받은 직원은 상사와 상의하지 않고도 다른 고객의 주문을 늦게 처리하는 식의 대응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다.
물론 강력한 기업 문화가 스타트업의 성공을 직접적으로 보장하지는 못한다. 회사는 여전히 좋은 제품, 안정적인 전략, 철저한 실행 등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업 환경하에서 직원들이 업무에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임하면 의사 결정에 속도를 불어 넣고 경영진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선사할 수 있다. 또한 훌륭한 인재들은 강력한 기업 문화를 소유한 회사에 끌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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