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퍼포먼스
 
지은이 : 브래드 스털버그 외(역:김정아)
출판사 : 부키
출판일 : 2021년 11월




  • 이 책은 두 저자가 번아웃에 빠진 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그들은 커다란 실패를 경험했지만 ‘궁극의 성공 법칙’을 발견한 뒤 각각 올림픽 육상 코치와 최고의 성과 과학 분야 작가로서 거듭났다. 그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사람들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법을 찾고, 그때 뒤따르는 번아웃, 불만족, 불행을 방지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핵심 가치를 세우고 자기 초월적 목적을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저자들의 성장기이자 최고의 성과다. 


    피크 퍼포먼스


    피크 퍼포먼스의 비밀을 찾아서

    매번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의 비밀

    이두박근 같은 근육을 강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잠시 생각해 보자. 너무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려고 하면 한 번을 반복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설령 들어올린다 해도 도중에 부상을 입기가 쉽다. 반대로 너무 가벼운 중량을 들어올리려고 하면 대단한 결과를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근육이 늘지 않는다. 여기서 필요한 건 골디락스 중량을 찾는 일이다. 골디락스(Goldilocks)란  ‘적당한 상태’를 가리키는 경제 용어로, 영국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골디락스가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골라 먹었다는 데서 유래한 용어다. 쉽지 않지만 애쓰면 들어 올릴 만한 무게여야 한다.


    운동을 마칠 때쯤이면 지치고 피로하되 부상은 없을 정도가 적당하다. 그러나 알맞은 중랑을 찾았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적당한 무게라도 중간중간 충분히 쉬지 않고 매일 하루에 몇 번이고 들어올리면, 분명 그 끝은 번아웃이다. 그러나 운동 자체를 하러 가지 않는다면, 그리고 꾸준히 자신을 한계 너머로 밀어내지 않는다면, 그때도 근육은 크게 단단해지지 않는다. 곧 알게 되겠지만 이두박근은 물론 몸과 머리, 마음의 모든 근육을 강화하는 열쇠는 적당한 스트레스와 적당한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스트레스+휴식=성장’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성공 공식이다.


    균형 잡기의 기술

    운동 과학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스트레스와 휴식의 반복을 보통 ‘주기화’라고 부른다. 스트레스는 몸에 압력을 가하며, 무너지기 직전까지 몸을 밀어붙이기도 한다. 여기서 스트레스란 남자친구나 직장 상사와의 마찰이 아닌, 무거운 중량을 드는 것 등으로 생기는 자극을 말한다. 이 과정은 보통 경미한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격한 웨이트트레이닝 뒤에 팔을 움직이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스트레스기(期)가 끝난 뒤 휴식하고 회복할 시간을 주면 몸은 적응을 거쳐 더 단단해지고 다음에 더 큰 자극을 견딜 힘이 생긴다. 시간이 가면서 주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1) 키우고 싶은 근육이나 능력을 별도로 분리한다.

    2) 스트레스를 가한다.

    3) 휴식과 회복을 통해 적응할 시간을 만든다.

    4) 위 1~3 과정을 반복한다. 단, 이번 시기에는 근육 또는 능력에 가하는 스트레스를 약간 더 늘린다.


    마음 피로와 신체 능력의 상관관계

    인식과 자기 절제는 별개의 영역이지만, 어느 쪽에 사용하는 두뇌의 힘은 한 곳에서 나오는 듯하다. 사람들은 비극적인 영화를 보면서 절망이나 슬픔을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감정을 억눌러야 했을 때, 크게 보면 먹고 싶은 음식을 참거나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처럼 아무 관계없는 일들에서 결과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 이 현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신적인 근육에 큰 힘을 가한 뒤에는 신체에 부여된 과제, 가령 벽에 등을 대고 앉는 자세로 하는 근력 운동도 수행이 어려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몸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피로하면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정신적 피로와 신체적 피로의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분명하지 않다.


    ‘사랑에 대한 굶주림: 불륜에 대한 자기 규제의 영향력(Hungry for Love: The Influence of Self-Regulation of Infidelity)’이라는 기발한 제목의 연구가 있었다. 애인이 있는 32명의 대학생에게 이성 상대로 가장한 연구원들과 채팅을 하게 했는데, 그 전에 참가자 절반은 맛있는 음식을 참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마음껏 먹게 했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음식을 참게 한 그룹은 상대에게 전화번호를 주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커피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연구자들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절제력의 약화는 오늘날 애정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수준의 불륜에 대한 잠재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미 아는지도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이어트를 권유할 생각이라면,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스트레스 + 휴식 = 성장

    그 후 연구자들은 쿠키와 무 대신 화려한 영상 기술을 사용하여 마음 근육의 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법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마음 근육이 줄어든 사람의 뇌를 뇌의 내부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기계인 fMRI로 촬영하여, 피로한 사람의 뇌는 특이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육즙이 흐르는 치즈버거같이 군침 도는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어려운 문제를 풀게 했을 때, 이들의 뇌에서는 감정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부분인 편도체와 안와전두피질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인 전전두피질보다 강한 활동성을 보였다. 절제해야 하는 상황을 겪으면 전전두피질의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실험도 있었다. 정신적으로 고갈된 상태에서는 복잡한 문제를 풀거나 자제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워지고, 그 대신 만화책과 쿠키를 집어 들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피로할 정도로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린 뒤에는 팔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두뇌도 마찬가지다. 유혹을 참고, 어려운 결정을 하며, 난도 높은 지적 활동을 수행하는 등으로 피로해진 뒤에는 두뇌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이 피로감 때문에 쿠키를 먹고, 머리를 써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포기하고, 운동 중에 너무 일찍 손을 놓아 버린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애인을 두고 불륜을 저지른다.


    다행인 것은 몸과 마찬가지로 마음도 스트레스와 회복을 거쳐 더 강해진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유혹을 참고, 깊이 있게 생각하며, 고도로 집중하는 능력은 사용할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새로운 계통의 연구에서는 특히 의지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했던 기존 과학자들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며, 작은 부분에서 생산적인 변화를 이뤄내면 더 큰 부분에서 변화를 이룰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의지력이 바닥나서든 더 쓸 힘이 없어서든 방법상 문제가 있어서든, 쉬지 않고 머리를 쓸 수는 없다. 이것은 적어도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결국 언젠가는 피로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더 작은 일을 통해 먼저 힘을 기르지 않은 상태에서 심리적으로 더 크게 느껴지는 일을 해낼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을 따져 보면, ‘스트레스+휴식=성장’이라는 시작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를 생각하라

    1990년대 초반, 행동 과학자 안데르스 K. 에릭슨(Anderson K. Ericsson) 박사는 사람이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문가가 되는 열쇠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들 더 오래 연습하면 더 잘하게 된다고 믿었다. 결국 에릭슨은 해당 분야에 필요한 유전자의 도움도 약간은 필요하지만 전문가가 되려면 경험이 쌓여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그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혀 다른 이야기와 맞닥뜨렸다.


    와인 감별부터 금융 투자까지 연구에서 다룬 모든 영역에서, 경험은 최고의 성과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성과만 놓고 보면 초보자와 베테랑을 구분 짓기가 거의 불가능할 때도 있었다. 어떤 각도로 보더라도 경험과 전문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에릭슨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에릭슨은 궁금증이 일었다. 경험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열쇠일까? 그는 이 점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진과 함께 독일 베를린으로 가서 그 유명한 글로벌뮤직아카데미(Global Music Academy)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을 안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이 학교는 국제적인 명성이 자자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소였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연주자 중에도 이곳을 졸업한 이가 많았다. 학교에 도착한 에릭슨과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지금껏 하던 대로 하되 한 가지만 다르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바로, 하는 일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일과가 끝날 때마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한 일을 분 단위로 기록했다. 학교 측 교수들이 국제적인 독주자가 될 만큼 뛰어난 학생들을 분류해 일주일 후, 에릭슨은 최상위권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의 일과를 비교했다. 학생들 대부분이 매주 연습에 쏟는 시간은 50시간 정도였고, 개인차는 크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글로벌뮤직아카데미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서는 입학 추천조차 받기 힘든 곳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모든 학생이 비슷한 시간을 연습했다고 하자, 에릭슨은 본래 알던 사실에 더욱 확신이 생겼다. 경험만으로는 전문가가 될 수 없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그 50시간 동안 학생들이 한 일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각자 어떻게 그 시간을 채웠을까? 답은, ‘아주 다르게’였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훨씬 긴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해 나갔고, 그러는 동안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들은 방해 요소를 모두 차단했으며, 대충 시간을 때우는 경우는 드물었다. 에릭슨의 연구진이 보기에, 최상위권 학생들은 평범한 학생들보다 훨씬 더 ‘의식적’으로 연습에 임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그렇다면, 완벽한 연습에는 정확히 무엇이 필요할까? 에릭슨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최적점 과제’를 찾았다. 그들은 연습 시간 동안 달성할 목표를 계획했고, 이 목표는 그들의 현재 능력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말로 의식적인 연습이 이뤄지려면 깊이 집중해야 한다.


    이를 실험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프로 가수들과 아마추어 가수들에게 생리 지표를 측정하는 기기를 연결했다. 센서가 준비되자, 가수들은 평소 루틴대로 연습을 진행했다. 연습이 끝날 즈음 각 가수는 얼마나 편안했고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평가하는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그 결과, 뚜렷한 패턴이 나타났다. 하드 데이터(hard data)를 나타내는 생리적 수치와 소프트 데이터(soft data)를 나타내는 주관적 답변에서 모두 드러나기를, 아마추어 가수들은 연습 시간 동안 긴장이 이완됐고, 보통 그 시간을 즐겼다. 반면, 프로 가수들은 연습 시간 내내 집중력이 대폭 향상됐다. 그들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자신의 노래에서 구체적인 부분들을 개선해 나갔다. 연습의 즐거움이 줄어들더라도 말이다. 제일 뛰어난 가수들은 심리적 안전지대를 살짝 넘어갈 때까지 전력을 다하며 예리하게 의식을 발동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가수들은 모두 같은 시간 동안 연습했지만, 그들은 그 시간을 아주 다르게 사용했다.


    멀티태스킹의 함정에서 벗어나라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할 때 생산적이라고 느끼고 만족감

    도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잠재의식 속 내면의 음성은 말한다. “이것 봐, 내가 이걸 전부 해내고 있어. 이것도 끝, 저것도 끝, 내가 끝낸 일들을 보라고!” ‘최대 효율(optimization)’과 ‘다중 처리(multiple processes)’를 권장하고 칭찬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는 ‘효율적’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의 뇌는 컴퓨터처럼 일할 수 없다. 우리 중 99퍼센트에게, 효과적인 멀티태스킹은 곧 효과적인 망상일 뿐이다.


    멀티태스킹이 자신 있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fMRI를 찍어 보면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아주 잘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우리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때, 뇌는 이 일과 저 일 사이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거나, 두뇌의 능력을 일의 가짓수대로 나눠서 쓴다. 여러 연구에서는 멀티태스킹을 하면 결과적으로 일의 질은 물론 양도 떨어진다고 말한다.


    멀티태스킹은 단기 성과만 떨어뜨리는 게 아니다. 또 다른 연구를 살펴보면 ‘만성’ 멀티태스커들은 관계없는 정보를 잘 거르지 못하고, 인지 수행 능력에 대한 일반적인 지표로 쓰이는 패턴 인지 능력 중 패턴을 구분하는 속도가 더디며, 장기 기억력이 상대적으로 나빴다. 다시 말해, 멀티태스킹은 오늘 하는 일만이 아니라 내일 할 일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 에릭슨이 만난 전문 바이올리니스트들과 르네상스 사나이 닥터 밥이 알려 주듯,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할 때 스트레스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일과 휴식의 완벽한 비율을 만들어라

    스스로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훌륭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에는 한계가 있음을 이해하고 그 한계를 중시한다. 그 한계를 넘기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스트레스도 해롭고 치명적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안다.


    에릭슨은 전문가들을 연구하는 동안, 어떤 분야의 최고라도 2시간 이상 쉬지 않고 깊이 집중해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알게 됐다. 아주 드물게 단기적으로는 가능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 한계점을 넘어가자 그들은 몸으로도 머리로도 계속해서 똑같은 양을 해내지는 못했다. 에릭슨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성과의 최강자들은 보통 60분에서 90분 단위로 집중한 뒤 짧게 휴식을 취했다.


    에릭슨의 연구는 예술가처럼 창의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체스 선수나 운동선수처럼 경쟁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그가 연구에서 얻은 업무 현장에도 적용된다. 최근 국제적인 소셜 네트워킹 회사인 드로이엄그룹(Draugiem Group)은 가장 성과가 좋은 직원들의 습관을 알아보고자 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데스크타임(DeskTime) 개발자들과 손을 잡았다. 데스크타임은 정교한 시간 추적 앱으로,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최고로 일 잘하는 직원들은 모두 특정 루틴을 따라, 52분 동안 몰두해서 일한 뒤 17분을 쉬는 식으로 업무 시간을 보냈다.


    일과 휴식의 정확한 비율은 일에서 요구되는 바와 개개인의 선호에 따라 달랐지만, 큰 틀은 분명했다. 50~90분 강도 높게 일하고 7~20분 휴식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신체적, 지적, 감정적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일과 휴식을 교차하며 일하는 방식은 흔히 볼 수 있는 ‘갈아 넣기’식 업무 처리 방식을 거스른다. 우리는 보통 처음부터 끝까지 적당히 열심히 일하거나, 쉴 틈 없이 몸이 부서져라 일만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전통적인 접근법에 가까운 이 두 가지 방식은 모두 이상적이지 못하다. 전자로는 높은 성과를 낼 수 없으며, 후자로는 신체적, 지적, 감정적 피로는 물론 결국 번아웃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전 반응으로 성장을 자극하라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의 요인을 위협이 아닌 도전할 만한 과제로 인식하는 법을 배워 나간다. 연구자들이 ‘도전 반응’이라고 부르는 이 관점의 특징은 스트레스를 생산적인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도전 반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성장을 위한 자극제로 생각한다. 도전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이런 관점이 있으면 두려움과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든다. 이렇게 반응하면 스트레스 상황을 관리하기도,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 성장하기도 더 유리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밀크셰이크에 대한 마인드셋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 대한 마인드셋 또한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반응에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작용하는 많은 호르몬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는 코르티솔(Cortisol)과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DHEA, Dehydroepiandrosterone)이다. 모두 ‘좋다’ ‘나쁘다’로 특정 지을 수 없으며, 둘 다 필요한 호르몬이다. 코르티솔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아져 있다면 염증이 계속되거나, 면역 체계가 무너졌거나, 우울증 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반면, DHEA는 불안증, 우울증, 심장병, 신경 퇴화 같은 여러 질병 및 질환의 위험이 낮아진 상태와 연결돼왔다. DHEA는 신경 스테로이드이기도 하며, 뇌의 성장을 돕는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코르티솔보다 DHEA가 많이 분비되면 좋을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성장 지수’는 이 두 호르몬이 분비되는 비율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러 연구에서 명백하게 나타난 바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대해 도전 반응을 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에 대한 성장 지수가 높았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의 요인을 도전할 만한 과제로 인식하면, 코르티솔보다 DHEA가 더 많이 분비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성장 지수가 올라가고, 사실상 스트레스 덕분에 건강도 더 ‘좋아질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스트레스와 수명에 관한 2010년의 연구에서처럼 당연히 수명도 늘 것이다.


    불안을 흥분으로 재평가하라

    엘리트 수영 선수들과 평범한 수영 선수들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가 있었다. 연구진은 심리학 조사 방법인 경쟁상태불안검사(the Competitive State Anxiety Inventory)을 통해 각 선수가 주요 경기를 앞두고 느끼는 스트레스를 측정한 뒤, 스트레스를 이롭게 보는지 해롭게 보는지 질문했다. 검사 결과, 두 그룹의 선수들은 모두 경기에 동일한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들은 모두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꼈고, 출발 신호원의 총소리와 함께 상처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출발선에 설 때면 살짝 공포심이 들기도 했다. 차이점은 일반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피하고 무시하며 억눌러야 할 것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트레스는 경기를 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엘리트 선수들은 스트레스와 스트레스로 인해 드는 기분을 경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들은 스트레스가 있었기에 최대치를 끌어올리려고 준비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엘리트 선수들은 스트레스에 대해 도전 반응을 보였고, 그 결과 스트레스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스트레스 덕분에 생리적 흥분도가 높아지자, 그들은 그 기세를 폭발적인 경기력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익스페리멘탈사이콜로지(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진정하려고 애쓰기보다 ‘수행 전 불안을 흥분으로 재평가’하면 도움이 될 때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불안감이 느껴질 때 그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면 자신에게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상황이 악화되기도 하지만 불안감과 싸우느라 감정적, 신체적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한다. 일 자체에 쏟았더라면 더 좋았을 에너지인데 말이다. 다행히 이 논문의 저자들에 따르면, 스스로 ‘나는 지금 신나’라고 혼잣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위협 마인드셋, 즉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지는 상태에서 기회 마인드셋, 즉 활동적으로 되고 일에 대해 준비되는 상태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그들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진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보다 불안을 흥분으로 재평가하는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낸다.’ 다시 말해, 중요한 일을 앞두고 느끼는 기분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우리가 그 감정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성과 최강자들의 휴식 습관

    조기 사망 위험을 33퍼센트 줄이는 걷기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아이디어에 발 달기: 창의적인 사고에 있어서 산책의 긍정적인 효과(Give Your Ideas Some Legs: The Positive Effect of Walking on Creative Thinking)’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연구에서, 짧게 걸으며 휴식할 때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야외와 실내에서 짧게 걸으며 휴식을 취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전혀 휴식을 취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휴식이 끝난 뒤 참가자들의 창의력을 평가해 보았다. 평범한 물건들에 대해 일반적이지 않은 용도를 최대한 많이 말해 보라는 질문을 통해서였다. 예컨대 타이어의 일반적이지 않은 용도를 말한다면, 물놀이 도구, 농구 골대의 림, 그네 등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길퍼드의 대체 용도 검사(Guilford's Alternate Uses Test)’로 불리는 이 실험은 창의력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널리 쓰인다. 야외에 나가서 6분 동안 짧게 산책한 사람들은 책상에 그대로 앉아 있었던 사람들보다 창의력이 60퍼센트 높게 나타났다. 야외에서 걸은 사람들의 결과가 가장 뚜렷하게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내에서 걸은 사람들도 전혀 걷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창의력이 40퍼센트 높게 나타났다. 이 점을 보면, 겨울이라 근처에 보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야외를 걸을 수 없을 때는 사무실을 몇 바퀴 돌거나 잠깐 러닝머신 위를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할 수 있음이 분명해진다.


    처음에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에게 걷는 것이 도움이 된 가장 큰 이유를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걷기와 집중하기의 상호 작용 또한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는 것 같다. 걸을 때는 뇌에서 어려운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이 일부만 가동돼도 충분하므로 의식이 살짝 한눈을 판다. 그 결과, 걸을 때는 창의력을 담당하는 엔진인 잠재의식을 건드리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다. 춤이나 중량 운동처럼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다른 움직임에 비해 걷기가 창의력을 기르는 데 더 효율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걸을 때는 하던 일에 관한 생각은 멈추되, 편안하게 딴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만 집중하면 된다. 걷기는 잠재의식으로 들어가서 머릿속 정체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창의적인 통찰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인 활동이다.


    걸으며 휴식하면 머리에도 좋지만, 몸에도 아주 좋다. ‘앉아 있는 것은 흡연과 같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은 건강에 무척 해로우며, 운동으로 얻은 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다행히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매시간 2분만 걸어도 앉아 있어서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짧게 걷는 것이 조기 사망, 그리고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의 위험을 33퍼센트 줄여 준다는 연구도 있다. 아테네 문화가 번성하여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 플라톤을 비롯한 철학자들은 몸과 마음의 교육과 발달을 하나로 여겼다. 이 현자들은 우리가 요즘 들어서야 재조명하는 사실을 오랜 옛날에 알고 있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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