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
 
지은이 : 더글라스 B. 홀트 지음(역:윤덕환)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21년 07월




  •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은 창의적이고,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혜택을 전달하라는 기존 마케팅 전략의 요구에 문화적인 콘텐츠를 ‘몰래 숨겨’왔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브랜드를 문화에 맞게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 결과 대부분의 문화 브랜딩에 대한 시도는 실패한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브랜드가 아이콘이 되어야 진짜 성공할 수 있다. 이 책은 진정한 문화적 본능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원리를 밝히고, 이 원리를 이용하여 아이코닉 브랜드를 형성할 수 있는 전략적 언어는 무엇인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


    ‘아이코닉’ 브랜드란 무엇인가?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문화 아이콘’이라는 용어를 “어떤 하나의 문화나 사회운동의 대표적 상징으로 간주되는 사람 또는 사물, 존경받거나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 또는 기관”이라고 정의한다. 좀 더 일반적으로 문화 아이콘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생각을 표현함과 동시에 직관적인 형태로 받아들이는 모범적 상징을 말한다.


    아이콘이라는 상징성의 핵심은 하나의 사회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련의 생각이나 가치를 가장 설득력 있게 상징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한다. 제임스 딘은 1950년대 미국의 전형적인 반항아를 상징했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남자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 당시의 생각을 대변했다. 당시는 회사 생활과 소박한 가정이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주 견고하게 지배하던 시기였는데, 제임스 딘은 이런 고정관념에 굴복하기보다는 자유로운 감정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대변한 것이다.


    이들 산업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문화콘텐츠로부터 문화 아이콘을 구분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스쿨 외에도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매스 커뮤니케이션 및 영화 비평과 같은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는 왜 사회에 문화 아이콘이 그렇게 집중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분석해왔다. 이런 연구들은 시종일관 아이콘들이 어떤 정체성 신화(identity myth)와 같은 특별한 종류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정체성 신화란,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욕망과 불안을 다루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도구 같은 것을 뜻한다. 가장 열정적인 소비자에게 아이콘은 무게감 있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에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특별한 신화의 세계를 구현하는 아이콘들은 특별히 어떤 역사적 순간을 필요로 하기도 하며, 그 순간을 카리스마 있게 보여준다. 제임스 딘의 영화 작품, 삶, 스타일, 자동차 사고로 인한 때 이른 죽음은 모두 명료하지는 않지만 당시 사회의 더 많은 관습에 저항하는 느낌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정체성의 가치와 아이코닉 브랜드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이 수행하는 기능 혹은 역할만큼이나 그 상품이 상징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한다. 코카콜라, 버드와이저, 나이키, 잭 다니엘스 같은 브랜드의 고객들은 이 브랜드들의 ‘정체성 가치(identity value)’에 대한 스토리를 매우 가치 있게 여긴다. 자기표현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는 이 브랜드들은 스토리로 가득 차 있는데, 이 스토리들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동경하는 이상을 형상화한 브랜드,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브랜드로 몰려든다. 이런 브랜드들 중에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가 ‘아이코닉 브랜드(특정한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다. 소비자들은 ‘문화 아이콘들의 신전’에 동참하면서 이 공동체 멤버들이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에 대해 일치된 표현 수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체성 가치는 일반적으로 저관여 제품, 기업 간 비즈니스(B2B),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및 고도의 기술 범주에 속하는 브랜드의 경우에는 덜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정체성 가치는 브랜드가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오길비 앤 매더의 IBM 글로벌 광고 캠페인이나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항공 홍보 활동이 이를 입증한다.


    기존의 브랜드 모델은 브랜드가 소비자 정체성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를 대부분 무시한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일반적으로 정체성 가치를 일종의 ‘배지 달기(badging)’ 정도로 아주 피상적으로 본다. 즉, 이들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라는 것을 또래 집단 내에서 우월감이나 관심을 얻기 위한 상징물 정도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컨설턴트와 학자들은 일상적으로 모든 종류의 브랜드를 한 덩어리로 모아 하나의 설명틀로 통합하여 ‘일률적인 모델(one-size-fit-all model)’로 설명하려 한다. 이들 분석가들은 정체성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리바이스나 샤넬과 같은 브랜드를 클로락스나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같은 브랜드로 묶는데, 클로락스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우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이유(예를 들면 인식된 품질과 신뢰성 등)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처럼 세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정체성 브랜드는 다른 유형의 브랜드가 기능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다르게 관리되어야 한다.


    문화 브랜딩의 몇 가지 공리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코닉 브랜드가 어떻게 발전하고 지속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나는 내가 배운 사회, 문화적 분석 기법을 활용하려 한다. 나는 미국의 아이코닉 브랜드 6개에 대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 나는 6개의 브랜드가 기존의 브랜드 분석틀에서 발견되는 원리와는 완전히 다른 암묵적인 원리(문화 브랜딩 모델)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극심한 사회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아이코닉 브랜드는 한 국가의 집단적인 불안과 욕망을 다루기 때문에 특별한 정체성의 가치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열망을 확인하는 탐구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경험한다. 그러나 학문적 관점을 종합해서 보면, 소비자 정체성과 이와 관련한 욕망과 불안은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또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담당하는 역할들과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유사점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동일한 반응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대중의 욕망과 불안을 해결하는 정체성 신화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아이코닉 브랜드는 대중매체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주로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서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브랜드 매니저들은 어떤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나 대상과 브랜드를 연관시켜야 정체성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예를 들면 잘생기고 부유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하이네켄을 마시거나, 토미 바하마를 입거나, 메르세데스를 몰고 다니는 것과 연결하는 것이다. 수많은 그렇고 그런 브랜드들이 이같이 직접적으로 사회적 지위에 호소하는 전략을 채택하는 반면 아이코닉 브랜드는 그렇지 않다.


    브랜드는 정체성 신화를 보여줄 때 ‘아이코닉 브랜드’가 된다. 여기서 정체성 신화란 소비자들이 매일의 삶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실제 세계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상상 속의 세계에서 나온 문화적 불안들을 해소하는 간단하고 단순한 가상의 이야기를 뜻한다. 따라서 이러한 신화에서 표현되는 욕망이란, 글자 그대로의 욕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상상 속의 신화 같은 것으로 관객들, 즉 소비자가 열망하는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뜻한다.


    의례를 통해 경험하고 공유하는 브랜드 속에 정체성 신화가 있다

    소비자들은 아이코닉 브랜드를 현실 문제나 갈등에 대한 상징적인 진정제로 사용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제품을 사용할 때 그 제품이 상징하는 신화를 활용한다. 위대한 신화는 형상화된 이미지, 소리, 겨우 감지할 수 있는 욕망의 느낌을 인식하는 바로 그 순간을 통해, 신화를 소비하는 자신의 소비자들에게 작은 깨달음을 준다. 브랜드 신화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정체성 신화는 대중적 세계관에서 시작된다

    정체성 신화는 일반적으로 대중적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이 대중적 세계관은 일상생활 영역뿐 아니라 상업적 영역이나 엘리트가 통제하는 영역과도 구분된다. 대중적 세계관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내적 동기를 부여하며, 독특한 정신을 공유한다. 종종 대중적 세계관은 그 사회의 주변부에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그것을 한다는 것일 뿐(내적 동기), 보수를 받거나 지위나 권력을 추구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 행동주의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아이코닉 브랜드는 문화 행동주의자와 같은 역할을 하며,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도록 권한다. 가장 강력한 아이코닉 브랜드는 선구적이고, 문화적 변화의 최첨단을 다룬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그저 단순히 소비자 혜택, 브랜드 성격 또는 브랜드의 정서 등을 애써 연결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의 신화는 사람들에게 그 시대에 ‘이미 받아들여진 생각들’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자극한다. 특정 신화의 가치는 신화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정체성 욕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관된 커뮤니케이션보다는 획기적인 실행력에 의존한다

    아이코닉 브랜드들은 일관성을 전제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보다는 단 몇 개의 뛰어난 성과만으로 소비자들을 엄청나게 열광적인 상태로 만든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문화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넣기 위해 전형적으로는 상업 매체를 이용한다.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전략들은 쉽게 잊힌다. 심지어 나이키 같은 놀라운 실적을 가진 회사들조차도 브랜드가 발휘하는 능력이라고 해봐야 대개 이전의 마케팅 아이디어를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데 살짝 보충만 할 뿐이다.


    그 나라의 집단적 상상 속으로 녹아들게 하는 것, 브랜드를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게 하는 것은 소수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던 엄청난 실행력이었다. 코카콜라가 아름다운 젊은이들로 가득 찬 언덕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세상에 가르쳤던 1971년, 미국인들은 분열을 초래하던 전쟁 준비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뭉쳐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해변가 탁자 위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삐삐가 돌멩이처럼 물속으로 휙 던져지는 코로나 맥주 광고는 1990년대의 맞벌이, 계속되는 야근으로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분노를 정확히 포착했다. 사람들은 방송 후 몇 주 안에 대다수의 광고를 잊어버린다. 하지만 몇 년, 심지어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남아있는 것은 그 신화가 제대로 ‘그 시대와 딱 들어맞았던’ 소수의 훌륭한 장면을 연출했던 광고들뿐이다.


    문화적 후광효과를 즐긴다

    어떤 브랜드가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하는 데 유용한 강력한 신화를 전달하기만 한다면, 이 정체성의 가치는 브랜드의 다른 측면의 후광효과를 가진다. 훌륭한 신화는 브랜드의 품질 평판, 특색 있는 혜택,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가치를 높여 준다. 예를 들어 버드와이저의 “도마뱀” 광고 캠페인이 버드와이저에 새로운 신화를 심어주었을 때, 버드와이저를 마셔본 소비자들은 맥주가 훨씬 맛이 좋다고 평가한다.


    브랜드 성장의 열쇠, 신화 시장 찾기

    정체성 브랜드는 제품의 시장이 아닌 신화의 시장에서 경쟁한다. 경제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경영자들에게도 이 개념은 파악하기 어렵다. 시장은 보통 재료의 제품 특성을 중심으로 견고하게 형성된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시장을 대체 가능성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즉, 시장은 소비자들이 그 제품의 기능에 기초한 대체물로 보는 상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은 정교한 그림을 전달하는 능력, 신뢰성, 물리적 특징 등을 바탕으로 다른 텔레비전과 경쟁한다.


    정체성 브랜드는 다르다. 이들은 문화적 갈등을 해결하는 신화를 보여주기 위해 다른 문화 상품들과 경쟁한다. 정체성 브랜드는 영화, 음악, 텔레비전, 스포츠, 책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신화 시장에 참여한다.


    브랜드 전략의 첫 번째 과제는 주어진 시장 내에서 브랜드의 적절한 대상을 정확히 콕 짚어내는 것이다. 마인드 셰어 브랜딩에서 제품 범주는 목표가 된 대상 고객으로부터의 심리통계적 특성이나 상품으로부터 얻는 혜택 등에 따라 세분화된다. 이와는 달리 문화 브랜딩에서는 브랜드 매니저들이 가장 적절한 신화 시장을 발견하고 확인해야 한다.


    신화 시장을 목표로 공략하는 것은 복잡한 일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신화 시장은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신화 시장은 문화적 붕괴로 인한 것이라 일상적으로 불안정하다. 상징 차원에서 발생한 큰 지진은 사회 전체를 진동시켜 기존 신화의 가치를 산산조각 내고 새로운 신화 창조를 촉발시킨다. 아이코닉 브랜드는 가장 적절한 신화 시장을 목표로 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혼란에 민감해서 기회가 들이닥쳤을 때 목표를 바꾸기도 한다. 성공적인 아이코닉 브랜드들은 혼란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신화 시장을 읽어내고 새로운 목표물을 향해 돌아옴으로써 문화적 혼란을 빠르게 뛰어넘는다.


    신화 시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문화 전략의 첫 번째 단계는 현재 대중문화에서 펼쳐지고 있는 신화 시장에 대한 전체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거기에서 그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신화 시장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매니저들이 신화 시장을 형성하는 세 가지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로 국가 이데올로기, 문화적 갈등, 그리고 당시의 대중적 세계관이다.


    국가 이데올로기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시민들은 국가를 인정해야 하고, 국가의 제도를 받아들이고, 그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가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정의로운지를 규정하는 일련의 가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도덕적 명령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가 정의한 성공과 존중에 맞춰 노력을 하게 하며, 동시에 국가의 목표를 추구하도록 강제한다. 이것이 국가의 이데올로기다. 즉, 개인, 가족, 공동체의 열망으로 구성된 일상생활과 국가의 열망 사이를 연결하고 강화하는 사상의 체계다. 비록 교과서에 나온다고 해도 한 나라의 이데올로기는 강요되거나 책을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깊이 느끼고 자연스러운 사실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해야 한다. 국가 이데올로기는 대개 신화에 대한 소비자 요구의 가장 강력한 근원이 되기는 하지만, 종종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는 다른 근거들, 특히 종교와 민족성과 교차하고 경쟁한다.


    문화적 갈등

    미국인들은 단순히 그들이 미국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나라의 이데올로기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이데올로기와의 공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상적 삶의 환경은 그렇게 하는 것을 더 쉽게 하거나 혹은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설정해둔 이상을 열망하지만, 자신들의 삶이 그 이상향에 맞추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경험 사이의 이러한 긴장은 강렬한 욕망과 불안을 낳고, 이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상징적 해결 방법에 대한 수요를 부채질한다. 국가 이데올로기는 ‘삶의 모델’을 만든다. 이 모델과 일상 생활 사이의 괴리는 새로운 문화적 수요를 낳는 엔진으로 작용하여 이러한 차이를 관리하는 신화의 수요를 창출한다.


    대중적 세계관

    대중적 세계관은 사람들의 행동이 이익보다는 신념에 의한 것이라고 가정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 신화의 원천 자료들은 대중들의 욕망이 가장 진실한 형태를 취하는 곳, 즉 이해관계를 따르지 않은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한다. 이 세계관에 기반한 대중주의(populism)는 사회제도에 의해 양산된 행동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고 믿는 모든 곳, 예를 들면 사회 변화가 시작되는 최전선, 보헤미아의 공동체, 낙후된 시골구석, 이민자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 이웃들, 청년 하위 문화 집단 등에서 번창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년 시절’이 브랜드 신화가 주목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시대정신을 반영한 대중적 세계관이 되고 있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대중적 세계관을 가진 집단은 아이코닉 브랜드들이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사용하는 원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신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이 대중적 세계관에 거의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신화는 이들 신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현실 세상과 상상의 연결고리만을 제공한다. 대중적 세계관이 제공하는 진정성은 신화에 신뢰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신화는 실제 이 세계관을 가진 집단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소비자들은 이 신화가 완전히 허구적인 것은 아니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이들은 “세상에는 정말로 이런 세계관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실재하기 때문에 이런 가치들 중 일부를 내 자신의 삶에도 끌어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전략의 중심인 문화 브리프

    아이코닉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갈등을 브랜드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목표를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정확한 방향의 신화, 정확한 방향으로의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마인드 셰어 브랜딩과 감성 브랜딩에서의 스토리텔링은 일종의 실행 이슈 정도로 취급하면 된다. 바이럴 브랜딩에서는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브랜드 스토리를 주변에 퍼뜨려야 할 것 같은 책임감 같은 것을 갖는다. 반면, 문화 브랜딩에서는 이야기 자체가 전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추상적 개념어가 아닌 ‘신화의 질’이 브랜드의 정체성 가치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략이 시장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어떤 방식으로 말할지를 직접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포지셔닝 선언문은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다. 그래서 전형적인 포지셔닝 선언문은 브랜드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일련의 연상 이미지들, 예를 들어 편익, 품질, 사용자 이미지 등과 이러한 연상 이미지를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속성들, 그리고 이런 브랜드 콘셉트를 잠재 고객에게 어떤 톤과 성격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확인해주는 역할을 한다. 광고 목적상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크리에이티브 브리프(creative brief)까지 확대되지만 내용은 거의 같다. 전체적으로 포지셔닝 선언문은 그 브랜드의 상품 범주 내에서의 다른 브랜드들과 상대적 포지셔닝에 대한 주장이며 추상화된 연상 이미지들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펩시코가 사용한 마운틴 듀 포지셔닝 선언문을 크리에이티브 브리프의 관점으로 살펴보자.


    “흥분과 모험, 재미를 열렬히 받아들이는 18세 남성들에게 마운틴 듀는 활력이 넘치고, 갈증을 가라앉히며, 독특한 레몬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상쾌한 맛이 나는 탄산음료다.”


    이 선언문은 연령과 심리통계학적 관점에서 목표 고객을 정의한 다음, 광고 기획자 혹은 카피라이터들에게 그 음료가 흥분과 활력을 주는 효과, 갈증을 가라앉히는 능력, 그리고 그 음료의 독특한 레몬 향과 같은 구체적 혜택 또는 편익의 상세 리스트를 전달하도록 직접적으로 지시한다. 이 선언문을 3장에서 설명한 마운틴 듀의 슬래커 신화와 비교하고, 무엇이 빠져 있는지 주목하라. 이 선언문은 구체적인 제품 혜택과 제품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슬래커 신화는 광고 기획자 또는 크리에이터들이 마운틴 듀의 신화를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 선언문이 제공하는 지침에는 전략적 가치가 빠져 있다. 물론 “두 더 듀” 캠페인은 이 가이드라인에 적합하기는 하다. 그러나 수백 개의 다른 그저 그런 아이디어들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전략을 ‘추상화된 연상 이미지 단어의 집합’으로 보는 것은 브랜드 매니저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별로 중요 하지 않은 문제에 집중하게 하는 동시에, 정작 가장 중요한 전략적 질문은 ‘행운과 담당 광고 기획자들의 헌신’에 맡긴다는 것과 같다. 이 점에서는 확실히 펩시코도 예외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문화 아이콘이 되는 아이코닉 브랜드는 브랜드를 좀 더 ‘일상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즉 평범해 보이는 전략에도 잘 구축되어 왔다.


    문화 브랜딩은 상업 예술가들에게는 브랜드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하고 부적합한 스토리를 배제하는 전략적 방향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화 전략은 브랜드에 대해 왜곡하고 인위적으로 협소하게 만드는 관련 지침들을 피해야 한다. 즉, 문화 브랜딩은 전형적인 마인드 셰어적인 지시를 버려야 한다. 이러저러한 혜택을 팔고, 그러저러한 감정을 표현하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사용 중인 제품을 보여주고,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우리의 고객들이 ‘그들’처럼 되기를 열망하도록 부추기는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브랜드 전략은 그 시대의 특정한 문화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가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