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
 
지은이 : 김이재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21년 05월




  • 이 책은 문명이 막 형성되기 시작하던 때부터 코로나19가 창궐한 오늘날까지 세계사의 흐름과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지리의 힘’에 대해 권력의 지도, 부의 지도, 미래의 지도로 나누어 소개한다. 

    ‘지리적 상상력’의 힘과 중요성을 깨달은 김 교수는 “금융 문맹은 부자가 될 수 없지만, 이제 지리 문맹은 부자는커녕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라고 역설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래의 부와 권력이 이동할 곳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도력’이 필수가 되었다는 뜻이다. 더이상 지리는 물리적인 연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너지, 인적 자원, 부가가치 사슬로 연결된 새로운 질서다.



    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


    권력의 지도_호모 지오그래피쿠스의 승리

    기후 변화가 극심하던 시기, 적극적으로 이동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사피엔스는 생존에 성공했고, 익숙한 곳에 머물렀던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습니다.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뇌 용량도 더 크고 근육도 잘 발달해 체력적으로는 더 우월했다고 하니, 지리는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무기인 셈입니다. 현생인류 중에서도 지리적 감각이 좋고, 공간적 의사결정에 능했던 종만 살아남았으니, 우리는 모두 ‘호모 지오그래피쿠스’의 후예입니다.


    지도강국, 세계를 장악하다

    엘리자베스 1세 시대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른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릅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지도를 통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도자였습니다. 그녀는 국내지도 제작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 자신의 60세 기념 초상화에 지구본을 소품으로 활용할 정도로 지리의 힘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영국은 스페인보다 함대는 적었지만 이를 능가할 만큼 우수한 항해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군함을 배치할 때도 철저히 지도에 기반한 작전을 수립했고, 바다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백전노장을 지휘관으로 발탁해 전략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세계지도의 아버지, 제임스 쿡

    영국에서 지도를 통해 자신과 국가의 운명을 바꾼 또 다른 주인공은 제임스 쿡입니다. 제임스 쿡은 스코틀랜드 인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 시절부터 배를 탔습니다. 비록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지만, 독학으로 지도 그리는 법을 익혔습니다. 그가 그린 정확한 지도는 영국이 북미 해안에서 프랑스와 전투를 벌일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의 지도 그리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 영국 왕실은 쿡을 선장으로 전격 발탁합니다. 그에게 태평양에서 금성을 관측하는 과학 탐사 과제가 맡겨졌지만 사실 더 중요했던 비공식 임무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세계지도를 완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제임스 쿡의 항해로 영국 사회는 한 단계 도약했습니다. 정확한 세계지도가 완성되었고 영국인은 전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비록 제임스 쿡은 3차 항해 때 하와이에서 현지 주민의 공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지만, 오늘날 ‘영국의 캡틴’이자 영국의 번영을 이끈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전쟁은 최고의 지리 교사

    탐험과 지도를 통해 성장한 나라

    ‘전쟁은 최고의 지리 교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지도력이 필수입니다. 미국이 20세기 최강국이 된 것은 18~19세기에 열심히 지도를 보며 미국을 탐험하고 개척한 선조들 덕분입니다. 특히 미국 건국 초기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첫 직업은 토지측량사였는데, 그는 미국 연방정부의 수도가 된 워싱턴 DC의 도시계획에 참여할 정도로 공간 감각이 좋았습니다. 미국의 기초를 닦은 지도자로 존경받는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역시 토지측량사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외교관으로 복무하며 지리책을 수집하고 지도력을 기른 제퍼슨 대통령이 프랑스와의 루이지애나 영토 거래를 과감하게 성사시킨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복권 당첨과도 같은 횡재였습니다. 전쟁 없이도 넓은 땅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뉴올리언스 항구도 얻었으니까요.


    미국은 어떻게 영국을 추월했나?

    미국은 철도를 물류의 대동맥으로 활용하며 서부개척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철로는 제철업을 일으켰고, 기관차 제조는 기계 산업을 발달시키는 등 중공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1860년에 세계 4위에 불과하던 공업 생산액이 급증하면서 영국을 추월했고 1900년에는 세계 1위 공업 국가로 도약했습니다.


    19세기부터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4,000만 명의 이민자는 철도를 타고 미국 내륙과 서부 오지를 개척해 나갔습니다. 남부 전쟁 후 30년 동안 서부 개척지의 인구는 2.5배, 농장 수는 3배나 증가했습니다. 오지에 있는 개척자의 허름한 오두막집에도 미국 지도가 걸려 있을 정도로 모두가 지도력을 기른 덕분에 20세기 미국은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1900년 미국의 국민 총생산량은 187억 달러로 100억 달러였던 영국의 2배 가까이 되었고, 공업 생산액도 세계의 23.6%에 달했습니다. 인구 역시 4,116만 명이었던 영국의 2배에 가까운 7,609만 명이 되면서 인구 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이렇듯 지리적 관점에서 보면, 수많은 탐험가와 공간적 의사결정이 뛰어난 지도자들, 지도를 보며 낯선 땅으로 이주한 개척민들의 노력으로 미국은 발전한 것입니다.


    백신 개발의 주역 중에 유독 유대인이 많은 이유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 나라입니다. 유대인이 많은 미국과 영국도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로 꼽히죠. 백신 개발을 주도한 제약 회사에 유대인들이 많았던 점도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첩보 기관 모사드의 정보 수집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명의 유능한 정보 요원이 수만 명의 군사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외 정보 수집은 중요합니다. 최신 정보에 뒤처지면 방역뿐 아니라 외교, 경제, 기술 등 모든 경제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상황에 정통하고 현장에 강한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나 기업 차원에서나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서구 유명저널에 실리는 영어 논문만 중시하는 학계의 평가 기준과 대학의 경직된 행정 체계로 인해 한국은 해외 지역전문가가 활동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 갑니다. 코로나19로 급증한 비대면 회의는 한계가 분명하고, 현장에 가서 사람을 만나야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길거리에서 수집한 정확한 최신 정보는 돈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존까지도 좌우합니다.


    운명을 바꾸는 여정, 이스라엘 청년들의 빅 트립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의 수는 인구 15,40명당 1개꼴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탐구력과 역발상,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유대인들에게 창업은 일상이죠. 이런 역동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스타 기업이 탄생했습니다. 복제약 세계 1등 기업인 테바(TEVA), 컴퓨터 방화벽으로 유명한 IT기업 체크포인트 등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회사만 100여 개가 넘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고 건조한 사막이 대부분인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지도를 보고 상상력을 발휘해 생존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스라엘의 청년들은 군대를 다녀온 후 인생을 바꿀 ‘빅 트립(Big Trip)’을 떠납니다. ‘위대한 여정’이라고도 하는 여행을 통해 낯선 환경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고 진짜 현실을 체험하는 일종의 통과 의례를 거치는 겁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청년들의 장기 배낭여행, 빅 트립의 목적지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52%가 아시아, 15%가 남미, 12% 중미, 11%가 아프리카, 8%가 호주, 뉴질랜드에 가고 미국, 유럽 등 안락한 선진국을 택하는 경우는 2%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실제로 ‘여행(travel)’의 원래 어원은 ‘트러블(trouble)’ 즉, ‘고생, 고난’입니다. 그동안 한국 청년들 역시 해외로 많이 나가긴 했습니다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선진국, 특히 유럽의 관광 명소를 대충 훑어보고 기념사진만 찍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 고등학교에도 진로 선택 과목으로 ‘여행 지리’가 개설되었으니, 앞으로는 청년들이 좀 더 의미 있는 여행을 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부의 지도_그들은 돈이 흐르는 길목을 선점했다

    우리는 지금 ‘부의 지도’가 급변하는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방향을 잘 설정하여 ‘정확한 지도’를 봐야 새로운 기회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금융 문맹과 함께 지리 문맹을 탈피하면 부자가 될 확률도 높아집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꿈의 지도’를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1조 원 매출 신화, K-스타벅스의 공간 혁명

    스타벅스는 2020년 9월 말 기준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약 3만 3,0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위는 단연 미국으로, 총 1만 5,328개 매장이 있고, 2위는 중국 4,704개, 3위는 캐나다 1,603개입니다. 원래 4위는 일본이었지만 2020년 한국이 추월해 일본 스타벅스는 5위로 밀려났습니다. 6위 영국에 이어 멕시코,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서 스타벅스가 선전하는 가운데, 본고장인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한, 중, 일 3국이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왜 유독 한국에서 잘 될까?

    중간에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은 일본 스타벅스와 달리 한국 스타벅스는 1999년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왜 유독 한국에서 잘 되는 걸까요? 한국 스타벅스의 성공 배경에는 지도를 활용해 입지를 선정하는 특별한 조직, 점토개발팀이 있습니다. 한국 스타벅스의 점포개발팀은 매장 후보지 발굴, 매장 임대차 계약, 인테리어 설계 및 공사, 그리고 시설의 유지, 보수에 이르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10명 정도의 파트너가 점포 개발을 담당하는데, 각 파트너가 매월 1개씩, 연간 12개의 매장을 오픈합니다.


    점토개발팀이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스타벅스 국토개발계획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션 1,000’을 달성하기 위해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스타벅스 매장을 열 수 있는 모든 후보지를 조사했습니다. 우선 전국의 지하철역과 신설 예정 지역을 지도에 그려 넣었는데, 지하철역은 모두 830개였고 신설 후보 역까지 계산하면 900개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역의 규모에 따라 오픈 가능한 매장 수를 계산했는데, 서울 지하철역은 길이가 출고가 8개 이상이라, 역당 4개의 가상 매장을 그려 넣었고 부산은 역당 2개 매장을 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지하철역 주변에 오픈할 수 있는 매장의 개수는 2,151개에 달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버스 정류장별 승하차율을 고려해 매장을 열 여건이 되는 버스 정류장을 계산해 추가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상주하는 대형 빌딩도 지도에 반영했는데, 공연장, 영화관, 스포츠 시설, 공원, 관광지, KTX, GTX, 공항, 터미널, 부두를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든 장소를 조사해 지도에 표시하고 체계적으로 도식화하니 4만여 개의 후보지를 추릴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공간정보를 분석한 후 실제 개발이 시행되는 시점까지 고려해 연도별 매장 오픈 계획은 지도와 연계하여 표시해 나갔습니다.


    이후 지역별 스타벅스 매장 개발 담당자자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반영해 오픈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정된 지역의 매물과 신축 건물을 조사해 입점 후보지를 압축했습니다. 매장 개발 시 전문가의 철저한 공간 분석을 거쳐 시장조사 결과와 현장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적합한 후보지를 선정해 나가니 실패할 확률은 아주 낮아졌습니다. 건물주도 스타벅스의 입점을 환영했는데,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서면 상가 내 다른 점포까지 매출이 증가하고 건물 시세까지 동반 상승하는 ‘스타벅스 나비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스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스타벅스로 인해 당신이 무슨 커피를 마시느냐보다 어디서 마시느냐가 중요해진 것이죠.


    21세기 대동여지도의 승리, 배달의민족

    알고리즘을 이기는 발품의 힘

    배달의민족은 김봉진 대표가 구상한 여러 사업 아이템 중 하나였습니다. 2010년 ‘우아한 형제들’을 창업한 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현장을 뛰는 성실한 열정과 스트리트 스마트 정신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갔습니다. 전 직원이 길거리로 나가 쓰레기통까지 뒤지며 전단지를 수거하고 발품을 팔아 음식점 정보를 모아 배달의 민족을 국민 앱으로 키워냈습니다.


    인력도 자본도 부족한 창업 초기 김 대표는 공간 집중 전략을 펼쳤습니다. 투자를 유치 받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일정이 잡히면, 회의실 반경 1.5km 안에 있는 업소들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부터 모았습니다. 최소한 일주일 전부터 최대한 많은 식당 정보를 수집해 앱에 올려 미팅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겁니다. 미팅 당일 투자자가 배민 앱을 열었을 때, 얼마나 많은 업소 정보가 자세하게 담겨있고 사용이 편리한지를 실감하고 투자를 결심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죠.


    새벽마다 오피스텔과 길거리 쓰레기통을 뒤지고 ‘우리가 전단지 모으는 걸 도와주시면 더 이상 전단지가 길거리에 지저분하게 굴러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경비아저씨, 청소부 아주머니들을 설득하며 협조를 구했습니다. 배민의 압도적인 경쟁력은 열심히 발품을 팔아 각종 전단지를 수집하고 공간 정보를 정리하며 길러진 셈입니다.


    배민 직원들은 우선 판교, 강남, 한남동 등 IT 개발자나 투자자들이 밀집된 지역을 돌아다니며 공간 정보를 수집한 후 조금씩 배민의 영토를 넓혀갔습니다. 이후 서울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해 2~3년에 걸쳐 엄청난 양의 전단지를 수집하며 데이터를 정리하는 프로젝트명이 ‘대동여지도’였으니, 배민은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후예일 뿐 아니라 조선의 지도 제작자 김정호의 후예가 분명합니다.


    ‘배민다움’을 키우는 지리의 힘

    배민은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고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3단계 혁신을 실천했습니다. 전단지와 배달 시장의 비효율성을 없애는 혁신의 첫 단계는 ‘허접한 배달 음식’을 ‘지인이나 가족과 즐겁게 먹은 음식과 체험’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배달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으로 새롭게 정의한 김 대표는 음식을 배달시키는 본질적 이유가 뭘까를 깊게 고민합니다. 탐구 결과 ‘내가 먹고 싶은 곳’, 다시 말해 ‘내가 행복한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결국 김대표의 지리적 상상력이 배달음식의 정의를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셈입니다.


    푸드테크의 혁신으로 소비자는 어디에 싸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지 쉽게 파악하고 음식점 가서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점 사장님은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으니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더군다나 전단지를 만드는 비용과 수고를 덜고 쓰레기까지 줄이니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소비자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된 배민의 나비효과로 세상은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해 나갔습니다.



    미래의 지도_세상에 없던 여러 겹의 지도로 완성된 지구

    세계적 대기업도 한 방에 훅 가는 시대입니다. 1995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내놓은 ‘파괴적 혁신’이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S&P 500대 기업 중 75%가 향후 15년 내 바뀌거나 퇴출될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될 미래에 새로운 사업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요? 기술 혁신, 고객 만족은 기본이고 ‘디지털 세상의 지도력’을 갖춰야 합니다. 효율적 향상, 품질 개선에만 신경 쓰면 큰 변화를 읽기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열심히 일할수록 오히려 혁신이 억압되는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 가상공간과 메타버스까지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세계지도를 다시 조망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고달픈 레드오션에서 허우적거려야 할 운명입니다.


    지도를 그리며 혁신을 거듭한 넷플릭스

    코로나19로 더욱 빠르게 성장해 뜨거운 관심을 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는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FA’N’G로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넷플릭스는 CEO가 ‘우리의 경쟁상대는 수면시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흥미로운 콘텐츠를 무한 제공하며 세계인의 시간을 훔치고 있습니다. 이제 디지털 세계의 글로벌 인프라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 가는 단계이니, 인프라를 채워갈 문화 콘텐츠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거대 공룡기업 디즈니와 맞장 뜰 정도로 세계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는 넷플릭스의 성공에도 ‘지도’가 등장합니다.


    넷플릭스 창업자 헤이스팅스는 보든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에 소프트웨어 장애 처리 회사인 퓨어 소프트웨어를 창립했습니다. 첨단기술 비즈니스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죠. 적극적인 소비자이기도 했던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이라 불리는, 당시에는 다소 생소한 인프라가 영화를 선택하는 데 더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단순하고도 핵심적인 통찰을 실행으로 밀어붙여 1997년에 넷플릭스를 설립했습니다.


    2001년 어느 날, 리드 헤이스팅스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결과를 분석하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코만 지역 넷플릭스 이용자의 설문응답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높았던 것입니다. 이는 설문결과에서 유일하게 가입률의 차이를 설명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큰 격차였습니다. 사실상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모든 넷플릭스 회원만 그들이 얼마나 ‘빨리’ 영화를 받아볼 수 있는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것입니다. 미국의 다른 지역 사람들은 아무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문결과를 본 헤이스팅스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복잡한 통계분석을 할 필요도 없이 이유가 너무도 명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답은 바로 지리의 힘이었습니다. 넷플릭스의 모든 DVD를 발송하고 수취하는 유통센터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밀집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클랜드나 샌 라파엘, 팰로앨토에 사는 고객이 월요일 아침에 영화 반납을 위해 우편물을 넷플릭스에 부치면, 화요일에 도착한 DVD가 해당 영화를 신청한 다른 고객에게는 수요일에 전달되는 것입니다. 모두 48시간 안에 처리되니 만족도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미국 동부 뉴헤이븐이나 볼티모어, 시애틀 등에 사는 고객은 영화를 받아 보기 위해 4일에서 길게는 6일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정도의 지연은 넷플릭스를 잊어버리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었고, 다음 영화를 기다리며 규칙적으로 영화 감상 계획을 한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소용돌이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살아남는 법

    이처럼 넷플릭스는 훌륭한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상당히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운영 중이었지만 먼 거리와 우편배달 시스템에 의존하는 방식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첨단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기업일지라도 자리의 힘에 종속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공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넷플릭스의 비밀병기가 바로 일찍이 200년 전에 벤저민 프랭클린이 기반을 세우고 미국 우편국의 공무원들이 운영해온 아날로그 매체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먼 ‘우편배달 시스템’을 연구하고 전략을 세웠습니다.


    헤이스팅스는 특이한 진실을 발견하자마자 미국 전체가 나오는 우편 지도를 펼치고 곧바로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그는 2002년 1월 21일, 로스앤젤레스 바로 아래에 있는 산타 애나에 두 번째 유통센터를 개설했습니다. 그다음 달에는 세 번째 유통센터를 보스턴 교외의 우스터에 열었습니다. 그 후 몇 주 동안 헤이스팅스와 직원들은 로스앤젤레스와 보스턴에서 회원 가입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습니다. 당연하게도 가입률은 꾸준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2배를 웃도는 비율로 상승했지요. 그 지역의 넷플릭스 회원들은 48시간 안에 새로운 영화를 받아 볼 수 있게 되자 깜짝 놀랐고 친구와 이웃들에게 이 소식을 자발적으로 전파했습니다.


    1년이 지나기 전에 아홉 곳의 유통센터가 추가로 문을 열었고, 2003년에는 열두 곳이 새로 설치되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유통센터가 개설된 모든 지역에서 가입률이 즉각 2배로 뛰었습니다. 마치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스위치를 켜듯 전파되는 유통망은 자동차의 시동 버튼처럼 넷플릭스의 수요 붐을 일으켰습니다. 지도에 근거해 공간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함으로써 놀라운 성과가 나타난 셈이죠.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사업의 성격이 바뀔 때마다 적응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대다수 기업들과 달리, 넷플릭스는 계속 변신을 거듭해 지난 15년간 소용돌이치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우편을 이용한 DVD 대여업체에서 오래된 TV 시리즈나 영화를 인터넷에서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추억의 콘텐츠를 서비스하던 데서 벗어나,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외주 제작한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론칭했죠. 이후에는 외주 콘텐츠를 라이센싱하던 방식을 버리고, 직접 제작사를 설립하여 권위 있는 상을 받은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덕분에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같은 작품이 탄생했죠. 그 후 넷플릭스는 미국 내수에 집중하던 기업에서 190여 개국 전 세계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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