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의 법칙
 
지은이 : 우에키 노부타카
출판사 : 더난출판
출판일 : 2021년 04월




  • 다산다사(多産多死), 즉 우수수 피었다가 몇 송이를 남기고 한꺼번에 지는 꽃처럼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가지 콘텐츠가 탄생하지만 빛을 보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흥행에 따라서 희비가 극심하게 교차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늘도 그 빛을 기다리며 보다 유혹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괴짜 기획자의 운 좋은 성공담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어깨에 따뜻한 손을 올리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채근이나 독촉, 잔소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정과 호의에 근거한 살아있는 조언들을 얻을 수 있다. 


    밀리언의 법칙


    취향을 사로잡는 전략

    콘텐츠에는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

    오랜 진통 끝에 손안에, 한 권의 에너지

    제가 사장이 된 2002년에 즈음해서 저는 여러 사람들에게 경영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물으러 다녔습니다. 당시 경영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이들 대부분은 저에게 현금 흐름과 경영 이념이라는 답을 주었습니다. 당시 회사는 재무적으로 무척 힘겨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우선적으로 강렬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은 당연히 현금 흐름이었습니다. 특히 2~3년째 되던 시기에는 현 상황을 안정시켜야만 한다며 여기저기로 분주하게 뛰어다녔습니다. 편집자일 때와는 달리 경영자가 되면 업무에 대한 관점도, 결단의 초점도 바꿔야만 합니다. 출판 업계 전체가 명백히 침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는 백지상태에서 한 번 더 고려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경영 이념’ 확립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당시 근무하던 직원 약 40명 전원이 업무를 중단하고 아타미에 있는 호텔에 3일간 틀어박혔습니다. 서로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는 것에서부터 경영 이념을 세우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 탄생한 ‘그라운드 코어콘셉트(회사 운영의 중핵이 되는 사고방식)’는 바로 ‘손안에, 한 권의 에너지’였습니다. 저희가 간행하는 한 권 한 권의 책이 독자가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응축시킨 것입니다.


    사실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이란 어떻게 해서 널리 알려지게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제 나름의 생각을 계속 해가면서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이란 에너지체와 같은 것으로, 에너지의 크기가 사람을 가까이 끌어당긴다. 책은 여러 사람에게 각각의 성장단계에 맞게 에너지를 주고 인생을 바꾸어주는 것이다.’


    ‘손안에, 한 권의 에너지’란 바로 저희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만들어서 전파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소문은 에너지의 폭발이다

    말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현상

    책이란 기본적으로 입소문으로 팔립니다. 이는 시대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이며 인터넷과 SNS 역시 입소문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입으로 전해져 확대되어가는 것이 책의 기본적인 판매 방식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입소문으로 팔린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일일까요?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책은 단순히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에너지체와 같은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독자는 자기 안에 그 책의 에너지를 일단 받아들이게 됩니다. 입소문이란 책에 내재된 에너지가 넘쳐나서 읽은 사람 안에 머물지 못하고 외부로 퍼져 무심코 다른 사람에게 말해버리게 되는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을 들은 사람이 또 같은 책을 읽고 그 책의 에너지를 자기 안에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마찬가지로 그 에너지를 눌러두지 못하고 남에게 말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입소문이 퍼져 나갑니다.


    즉, 입소문이라는 것은 ‘책이라는 에너지의 전파현상’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놀라움이나 감동이라고 하는 것은 감탄이 전파되는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에너지가 큰 책을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를 ‘책=에너지 이론’이라고 합니다.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면 작은 광고에도 반응한다

    출판업계에는 때때로 작위적으로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점 매출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 탓에 ‘대량 사재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유감스럽게도 사물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책이 팔리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전파 현상이야말로 중요합니다. 일시적으로 판매 순위의 상위에 랭크된다고 한들 독자가 사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그런 곳에 쓸데없는 노력을 들이지 말고 에너지량이 큰 책을 만든다면 제대로 입소문을 타서 알려질 것입니다.


    실제로, 정말로 힘이 있는 책이란 작은 광고 하나에도 독자로부터 반향이 있습니다. 신문기사 하단에 마련된 전체 5단 광고 공간 안에 폭이 몇 센티미터 정도의 매우 작은 광고라도, 그 책의 에너지가 크거나 타이틀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라면 독자에게 전해집니다. 이 같은 의미에서 광고가 할 수 있는 역할이란 상품의 판매를 조금 후원해주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후원이 일정 부분 이상의 반향을 불러일으켜 준다면 책의 성장 정도에 맞춰서 또 힘을 들여가면 됩니다.


    잘 생각해보면 원래 자연계는 에너지에 의해 이루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구는 태양의 압도적인 질량(에너지)에 의해 지배를 받아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고, 달이 지구의 주변을 도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그런 시각으로 세상의 다양한 현상을 관망해가면 의외로 재미있는 깨달음을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껏 계속해서 ‘에너지, 에너지’ 하고 반복하는 통에 저를 시끄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얼마 전 스무 살 때 만난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자네는 학창시절부터 늘상 에너지, 에너지라는 말을 했었지.”


    아무래도 저는 원래부터 에너지에 반응을 잘하는 체질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로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아이디어는 자연의 이치에서 얻는다

    나쁜 파동을 일으키는 스캔들은 다루지 않는다

    ‘손안에, 한 권의 에너지’라는 말을 전 직원이 모여 함께 만들어내는 작업과 병행해 경영 이념을 확고히 하는 일에도 착수를 했습니다. 이 일은 경영자인 제가 맡았는데, 많은 사례를 공부하면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들인 끝에 다음과 같은 문장에 도달했습니다.


    ‘천지자연의 이치에서 배운다.’


    책이 히트할 것인지 아닌지, 사업이 잘 풀릴 것인지 아닌지, 나아가 일본이라는 나라의 미래까지도 모든 것이 ‘천지자연의 이치’하에 성립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같은 이야기를 직원들과 자주 공유했습니다. 그래서 ‘천지자연의 이치에서 배운다’를 경영 이념으로 삼아, 천지자연의 이치에 반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중요시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삶의 방식이 되는 지침도 포함해서 결정한 것이 바로 이 경영 이념이었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고 가능한 한 똑바르고 정직하게 다양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타인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격려해주며 용기를 주는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누구라도 인생에는 괴로운 일이 상당히 많은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독자의 인생에 다가설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야 바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잘 팔릴 것 같다고 해도 거짓 내용, 혹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내용, 선정적인 내용의 책은 만들지 않습니다. 버드나무 아래에 있는 미꾸라지를 노리듯 재탕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힘을 다해서 회사의 운이 좋아지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독자를 치유하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깨닫게 하고 변화로 이끄는 책을 출판하고 싶습니다. 독자들이 진실로 좋아하는 책을 계속 내면 실적은 자연스럽게 유지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직원도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겠지요. 실례를 무릅쓰고 말한다면, ‘스캔들을 뒤쫓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표정이 어떻게 바뀌어갈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은 제쳐놓고, 남의 결점과 나쁜 부분만을 찾으려는 장사를 하면서 진짜 좋은 인생을 보낼 수 있을까요.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진정으로 세상에 공헌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은 정말로 세상에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각자가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승 곡선과 하강 곡선, 직원의 바이오리듬을 존중한다

    편집자에게도 바이오리듬이 있습니다. 각자에게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편집자가 ‘항상 최고의 위치에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매우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도 있고 중간 부근에 있는 사람도 있으며 밑에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승 곡선을 길게 타는 사람도 있고, 하강 곡선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는 점은 비록 곤란하기는 하지만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가사의하게도 오랫동안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던 편집자가 ‘이건 될 거야’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타이밍이 있기도 합니다. 히트작이 나오기 시작하면 연속으로 나옵니다. 저조했던 사람이 히트작을 만들면 마찬가지로 저조했던 다른 사람에게서도 히트작이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꾸로, 히트작을 냈던 사람이 잠잠해지는 일도 일어납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바이오리듬이 움직여가는 법입니다.


    저는 결국 천지자연의 이치에 따른 경영 방법, 말하자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취해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하는 일을 하면 결국 보복이 돌아옵니다. 무리하게 칠한 페인트는 벗겨집니다. 주위 사람에게 좋은 평판을 받으려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일을 그럴싸하게 해내더라도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없다면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본연의 모습을 토대로 전략을 세운다

    본래 그대로의 상태를 관철시킬 수 있는가

    천지자연의 이치와 함께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본연’으로 ‘본래 그대로의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자주 사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라도 본연은 있는 법입니다. 어떤 때에도 본연에 맞게 살아가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느끼지 않고 일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 사람다움’의 근간에 있는 것이라고 본연의 뜻을 받아들여도 좋습니다.


    특히 제로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일에 본연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저자도 편집자도 스스로 본연을 깊이 파고들지 않고 뭔가를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저자로서의 본연, 편집자로서로의 본연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본연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일을 하면 그 지점에서 생긴 생산물인 책은 에너지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수많은 출판사에도 출판사마다 각자의 본연이 있을 것이므로 그들 3자의 본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완성된 생산물은 한층 더 에너지를 키운다는 것이 가설입니다. 본연은 ‘강점’이라는 단어로도 바꿀 수 있으며, 본래 그 사람에게 가장 ‘차분한 상태’, ‘무리하지 않아도 지닐 수 있는 자세’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본연이야말로 항상 지키려고 해야 합니다.


    강점 속에서 나다운 것을 찾는다

    가장 나다운 것이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책을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강한 에너지를 가진 저자의 책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입니다. 저자에게 있어 저술은 그야말로 자신의 분신입니다. 책에서 자신이 쌓아왔던 인생이 그대로 배어나옵니다. 또한 마땅히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만 합니다.


    기업 경영자와 개인 사업가들로부터 출판기획과 관련된 제안을 받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때 늘 말씀드리는 것은 ‘출판 기획 운운하기 전에, 자신의 위치에서 뛰어난 압도적인 성과를 올리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 것 없이 출판기획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이 말은 이쪽, 즉 편집자에게도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각오해야만 합니다. 편집자 역시 각자 타인에게는 없는 ‘뛰어난 강점’을 가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A에게도 B에게도 저마다 쌓아온 경험과 실적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자기다움’이 있습니다. 실적과 강점으로 뒷받침된 ‘자기다움’과 일치하지 않는 기획을 제출해버리면 ‘그것은 당신답지 않아’라는 말을 듣게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저자가 되고자 할 때 자기를 담당하는 편집자의 ‘자기다움’, 좀 더 말한다면 ‘뛰어난 강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획 자체는 무척 좋았는데도 그 편집자의 ‘자기다움’과 맞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나쁘게 끝나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자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저자도 편집자도 그리고 출판사도 ‘선택하고 선택받는다’는 점에서 보면 계속 격전을 벌여야 하는 운명입니다.


    밀리언의 법칙은 없다

    성공은 영웅의 성과가 아닌 협력의 결실

    밀리언셀러, 베스트셀러는 딱히 편집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팀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지지해주는 타부서의 역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제로 제작부와 영업부에도 저희 회사에서 나온 8권의 밀리언셀러 모두에 관여를 해온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때에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가, 그것을 아는 키맨(key man)이 각 부서에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척척 맞는 호흡과 암묵지, 즉 체화된 지식이 있어 그것이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방법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암묵지는 감사하게도 거래처로 파급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밀리언급 히트작의 경우는 때로는 한 번에 10만 부, 20만 부로 대대적인 중쇄를 찍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 ‘긴급하게’라는 말이 덤으로 붙습니다.


    유통사와 서점 관계자 사이에도 단순한 숫자 거래에 그치지 않는 암묵지의 영역이 있어, 책에 대한 반향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상황을 계속 뒤쫓아 가면서 ‘다음 단계에 대한 예측’을 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업무 속도가 단번에 오릅니다. 이에 같은 사실에 입각하여, 책의 반향이라고 하는 물결이 일어났을 때에 숫자의 추이와 그 책의 현재 상황을 판단한 후에 중쇄 결정과 광고수배, 서점 및 유통사에 대한 고지 같은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매끄럽게 실행합니다. 거래처에서도 암묵지가 작용하여 제일 빨리, 정확하게 독자에게 책을 보내도록 조력을 해줍니다. 숫자와 독자가 가지고 있는 ‘열량’이 어느 정도지인지 그 낌새를 매일매일 피부로 느끼면서 계속해서 성실하게 대책을 강구합니다. 평범한 말이지만, 그렇게 해야만 이후에 성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방정식은 없지만 성장 단계에 따른 전략은 있다

    앞서 말한 요소를 포함해 밀리언셀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운명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주어야만 합니다. 앞서 크게 성공을 하는 도서의 요소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그 요소를 의식하면서 기획에도 원고에도 디자인에도 철저하게 매달려서 ‘바로 이렇게 하면 되겠다’ 하고 생각을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필요충분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가 없으면 안 됩니다. 무엇인가가 추가되지 않으면 운명의 여신은 미소를 지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란 무엇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저는 ‘잘 모르겠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른다’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그것이 재미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조건을 어디까지 다 해내는가’라는 점이 역시 중요해집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필요충분조건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때그때의 시기와 타이밍도 그 한 가지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밀리언셀러라도 출판 시기가 반년 빨랐다거나 혹은 반년 늦었다면 실현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점도 있을 수 있겠지요. 알맞은 시기에 출간이 된다는 측면에서 책의 운도 있습니다. 책의 운이 좋은가 아닌가 하는 것이겠지요. 밀리언셀러의 방정식이라는 것은 없다고 했는데, 모든 책은 일종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각각의 성장 단계가 있습니다. 제가 직원들에게도 자주 말하는 것이 ‘그 책의 성장 단계에 맞는 수단을 강구하자’라는 말입니다.


    책이 급격한 기세로 성장하는 시기에는 주저하지 말고 손을 써야만 합니다. 타이밍을 재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결단을 하는 것입니다. 《뇌내혁명》도 역시 밀리언셀러가 되고 나서 무려 3~4개월마다 100만 부씩 중쇄를 찍었다는 계산이 됩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수이지만 단계에 맞는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면 410만 부에는 이르지 않았겠지요.



    밀리언을 만드는 시스템

    직원과 그의 가족에 보답한다

    회사는 직원에게 빚이 있다

    선마크 출판의 밀리언셀러는 총 8권인데 제가 편집자로서 직접 다룬 것은 편집장 시절의 《뇌내혁명》과 속편인 《뇌내혁명②》2권뿐입니다. 나머지 6권은 전 직원이 노력을 해서 만들었습니다. ‘이 베스트셀러를 바로 내가 만들었지’ 같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전체가 큰 성공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이루어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에서는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경영자로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우선 경영자로서 중요시 여겨온 것은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베스트셀러를 거침없이 낼 수 있는 회사가 되자는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직원에게 보답하고 다가서는 회사를 지향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한편 회사에는 ‘빚’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균형을 잡는 의미에서 직원이든 그 가족이든 뭔가 일이 생겼을 때는 당연히 회사가 지원을 해야만 합니다. 오랜 기간 계속해서 이 같은 사고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껴왔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맞게 힘을 다해 유연하게 대응을 해나갑니다. 그것이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는 회사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그저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사실 간병을 위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아이가 아직 어려서 유연 근무를 할 경우 성과가 안 나오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안심하고 일함으로써 더 큰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각각의 구성원이 착실하게 앞을 보며 전력투구를 하지 않으면 성과 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기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이 역시 사장으로서 고민해야 할 큰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뿌렸다는 것을 잊는다

    출판시장이 불황이고 과도한 경비가 들기 때문에 ‘해외 출장은 가지 않는다’, ‘해외 취재 등은 당치도 않다’고 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0에서 1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풍부한 경험을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부터 바로 무엇인가가 태어날 것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우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느닷없는 인연이 놀라운 일의 성과로 이어진 경험도 많은데, 그것은 이렇게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덕분이라고 느낍니다.


    필요한 것은 씨앗을 뿌리는 일입니다. 그것을 다양한 곳에서 실천해갑니다. 싹이 나오는 것은 수년 후일지도 모르며 아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손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씨를 뿌리면, 이후에는 집착을 하지 않고 뿌렸다는 것 자체를 잊으려고 합니다. 해야 할 일을 착실히 하고 그 이후에는 운을 하늘에 맡깁니다. 자신의 능력과 누군가의 도움, 이 양쪽에 겁니다. 그런 발상에 입각해서 출판이라는 일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역사에서 길게 번영한 이유를 배운다

    출판이라는 일을 통해 경영을 배웠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생각하는 것은, ‘출판이라는 일에 종사해온 덕분에 얼마나 큰 배움을 얻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특히 경영자가 되고서부터는 그때까지 책을 만들었던 체험을 크게 활용했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보니 출판이라는 일을 통해 경영을 배우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장에 취임한 것은 2002년 7월 1일인데, 그 전후에 반년 정도 걸려서 읽은 책이 있습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전 26권입니다. 기업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영속적인 발전’입니다. 이 키워드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 에도 막부(1603~1867) 260년의 초석을 쌓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는 ‘백성을 위해’라는 생각을 인생에 관철시켰습니다.


    15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옛 선조를 받들어 모신 것이 15대에 걸쳐 번영한 이유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이는 이에야스의 유명한 ‘유훈’입니다. 계속해서 이런 말이 이어집니다.


    “서두르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알면 오히려 불만을 느낄 이유도 없다. 마음에 욕심이 차오를 때는 빈궁했던 시절을 떠올려라. 인내는 무사함과 평온함의 근본이다. 분노는 적이다. 이기는 것만 알고 정녕 지는 것을 모르면 반드시 해가 미친다. 오로지 자신만을 탓할 것이며 남을 탓하지 마라.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


    실로 깊은 문장의 연속이며, 세상 물정에 훤했던 이에야스의 모습이 생생히 나타난 듯합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살아간다면 분별없는 행동을 해서 자신의 상황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고의 일 속에 최고의 인생이 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있기를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최고의 일과 좋은 인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좋은 인생과 최고의 일’이 아닙니다. 역시 최고의 일이 있어야 비로소 좋은 인생이겠지요. 저는 최고의 일을 하지 못하면 좋은 인생에 좀처럼 다다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자신도 그렇지만 직원 모두가 정말로 좋은 인생길을 걸어가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서도, 최고의 일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왜나면, 거기에야말로 인생의 큰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가치, 인생의 가치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생일대의 가치에는 벌어들인 돈과 쌓아 올린 재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거처가 될 저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사회적인 지위와 인맥, 애써 길러낸 인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가치를 눈에 보이는 것과 짐작하기 쉬운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맞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뿐일까? 그리고 그것은 정말 최고의 가치인가?’ 하는 점을 스스로에게 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변화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인생의 가치를 크게 좌우합니다.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그만큼 큰 즐거움과 기쁨, 치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타인을 돕고 즐겁게 해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점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공통되는 뿐일지도 모릅니다.


    이나모리 회장의 말 중에서 제가 매우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일은 인생의 숫돌이다’


    최고의 일은 최고의 인생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저는 부디 직원 모두가, 나아가서는 많은 분들이 좋은 인생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최고의 일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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