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1
 
지은이 : 김난도 외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일 : 2020년 10월




  • ‘집콕’이 일상어로 자리 잡고 비대면은 이제 누구에게나 익숙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더 어색한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가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21세기 팬데믹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삶은 계속되고 소비는 이루어진다. 코로나가 순식간에 큰 변화를 몰고 온 것 같아도 지금의 변화는 이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왔던 것이다. 언택트, 집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쇼핑의 증가는 이미 저변이 확대되고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그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졌을 뿐이다.

    이 책은 팬데믹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뜻, 백신의 기원이 된 소의 해,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COWBOY HERO를 2021의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했다. 날뛰는 소를 마침내 길들이는 멋진 카우보이처럼,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팬데믹의 위기를 헤쳐나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트렌드 코리아 2021


    2020년 소비트렌드 회고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다양해진 정체성의 가면들

    직업의 멀티 페르소나

    일과 삶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개로 분리하는 모습이 직장인들에게서 뚜렷이 나타났다. 2020년 3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559명을 대상으로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에서 87.8%가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77.6%는 “회사에서의 내 모습이 평상시와 다르다”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답변은 40대 이상(71.2%)에 비해 20대(80.3%)와 30대(78%)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와 젊은 층에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음이 드러났다. 젊은 세대의 정체성 전환은 생활 속에서 매우 유연하고도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회사원이라는 가면을 언제 쓰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회사 건물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탈 때”라는 답변이 40.6%로 가장 많았다. 물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심리적 구별 짓기를 수행하며 빠르게 정체성을 전환하는 것이다.


    취향의 멀티 페르소나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취미를 즐기기 위한 소모임은 여전히 인기를 모았다. 이는 그만큼 취미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앱을 이용한 소모임의 경우 주최자가 여가 활동을 함께할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형태로, 독서·등산·서핑·주식 등 다양한 분야의 소모임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취미 향유 증가 현상은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비대면으로 다양한 취미 클래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과 재능이나 지식을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재능 공유 플랫폼 시장은 2019년 이후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19년 상반기 대비 이용 건수 및 이용 금액 모두 눈에 띄는 증가율을 보였으며, 이용 금액 기준 온라인 취미 클래스는 138%, 재능 공유 플랫폼은 105% 증가했다. 이용자의 연령별로는 20~30대가 가장 많았으나 전년 대비 40~60대의 이용 비중도 증가하고 있어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중·장년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이 엿보인다.


    취미는 실제 수입을 창출하는 제2의 직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앱 ‘알바콜’이 성인 남녀 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은 재능 거래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고 이 중 50.5%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서 부수입을 얻고 있었다. 이들에게 재능 거래는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재능 거래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부가적인 수익 창출의 목적(33.4%) 외에도 본인의 능력을 발휘해서 자기계발을 하거나(27%), 향후 취업을 염두에 두고 진로를 계획하기 위해서(20.7%) 일한다고 응답했다. 하나의 직업만을 가지고 살던 시대가 저물고 다양한 정체성을 개척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멀티 페르소나 업글인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향후 전망_변화무쌍한 멀티 페르소나 소비자를 위한 재빠른 대응이 필요

    이제 소비자는 쉽사리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인 사회인구학적 세분화(segmentation) 방법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그만큼 현대의 소비자는 유동적이고, 그를 둘러싼 사회와 시장의 가치는 가변적이다. 무규정성의 특징을 지닌 소비자들의 예측불가능성이 커지며 초개인화 서비스도 진화할 것이다. 시시때때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통해 개개인을 데이터로 분해하고 분석하며 고객만족이라는 난해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마치 프리즘처럼 다채로운 색상으로 바뀌어 퍼져나가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극세분화시켜 시시각각 대응해야 하는 숙제가 모든 기업들에게 부여된 것이다. 소비자들이 빠르게 가면을 바꾸어 쓰듯이 기업도 제품과 서비스의 스토리를 유연하게 바꿔가며 고객들의 변화무쌍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치열한 분석과 시도를 해야 한다. 수천, 수만 개의 가면을 돌려쓰는 멀티 페르소나 시대에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핏 이코노미

    구매를 더 쉽고 간편하게, 배송의 라스트핏

    마지막 순간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라스트핏 이코노미의 가장 대표적 유형은 바로 구매의 마지막 순간, 배송 편의를 높이는 ‘라스트 딜리버리(Last Delivery)’다. 과거에는 경쟁사 대비 얼마나 다양한 제품 구색을 갖추고 있는지, 가격이 얼마나 합리적인지가 유통업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제품이 얼마나 신속하게 전달되는지의 배송 이슈가 유통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온라인 유통 업체는 그야말로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에 목숨을 걸었다. 새벽배송의 원조인 마켓컬리는 생산·입고·분류·배송까지 유통의 전 과정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는 ‘풀(full) 콜드체인’ 시스템을 강화했다. 쿠팡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로 아침에 주문한 제품을 저녁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배달의민족은 우유 1팩, 사과 1개 등 초소량도 1시간 내에 배송하는 ‘B마트’ 서비스를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로 확대했다. 네이버 역시 2020년 8월 ‘장보기’라는 서비스를 신설하며 신선식품 새벽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비자의 동선을 최적화하는 이동의 라스트핏

    라스트핏 이코노미의 두 번째 유형은 소비자의 움직임에 최적화하는 전략이다. 사람들의 이동 반경이 축소되어 제한된 공간 안에서 구매가 발생하는 ‘라스트 에어리어(Last Area)’, 소비자가 이동하는 과정 중에서 가장 마지막 지점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라스트 모빌리티(Last Mobility)’가 여기에 해당된다.


    주거지 근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라스트 에어리어 현상은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롯데카드가 2020년 3월 12일부터 4월 19일까지 약 4주간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프라인 가맹점의 카드 결제 건수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6.9%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집 주소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가맹점에서 결제한 건수는 8%, 500m~1km 근처의 가맹점에서 결제한 건수는 0.4%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출을 자제한 사람들이 대용량 구매는 온라인몰에서 해결하고, 소용량 구매를 위해서는 대형마트보다는 직접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동네 상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감동을, 구매 여정의 라스트핏

    라스트핏 이코노미의 마지막 유형은 소비자의 구매 프로세스 중 가장 마지막 순간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배송받은 이후의 순간까지도 놓치지 않고 감동을 제공하는 ‘라스트 터치(Last Touch)’, 여행처럼 경험을 소비하는 경우 마지막 순간에 즐거운 경험거리를 제공하는 ‘라스트 트립(Last Trip)’이 여기에 해당된다.


    라스트 터치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여정의 마지막 순간이 더욱더 세분화되고 있다. 2020년 4월,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출고되는 TV 포장재를 재미있게 활용한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TV를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골판지로 포장 박스를 만든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로, 업사이클링 포장 박스의 각 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점(dot)이 찍혀 있다. 박스 상단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나오는 안내를 따라 이 점들을 연결하면 고양이집·책꽂이·탁상용 선반·TV 콘솔·잡지 수납함 등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도면이 완성된다. 버려지던 포장 박스를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향후 전망_지금 소비자의 미충족 니즈에 주목해야

    소비자의 편의를 지원하는 라스트 딜리버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우리 생활의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물론이고 제조사 역시 향후 “우리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의 이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경 관련 이슈가 주목받으면서 배송 차량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의가 대두될 가능성도 크다. 대표적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는 영국에서 2025년까지 전체 운행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아자동차는 상하차가 용이한 저상 물류차, 냉장 및 냉각 시스템이 적용된 신선식품 배송차 등 도심 물류 서비스 맞춤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 차량을 개발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로봇 역시 새로운 형태의 배송 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GS리테일은 2020년 7월, LG전자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사무실에서 도시락·샌드위치·음료 등 점심식사를 주문하는 회사원을 대상으로 로봇 ‘클로이’가 상품을 배달하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성비를 넘어 더 큰 심리적 만족을 원하는 소비자는 이제 제품 본연의 품질·가격·브랜드 차별화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편의를 요구한다. 소비자와의 마지막 접점을 새롭게 정의하는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지금 이 순간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미충족 니즈는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생산자 중심의 차별화 경쟁에서 한 걸음 나아가 소비자와 접촉하는 내밀한 순간에 집중하라. 그 마지막 순간이 곧 기회의 순간이다.



    2021년 소비트렌드 전망

    Coming of ‘V-nomics’ 브이노믹스

    질문1. ‘V자 회복’은 가능할 것인가? - K자형 양극화 속에 업종별로 다양한 모습 보일 것

    경제가 심각하게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메르스·사스·조류독감 등의 다양한 역병들을 경험해봤지만 이 정도로 가혹하지는 않았다. 인류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경제에 대한 타격도 그에 못지않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래한 세계 경제의 성적표는 사상 최악이다. 소비자심리지수·물가지수·경제성장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그야말로 경제적 재난 사태다. 사태 회복 후에도 ‘90% 경제’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 오래다. ‘90% 경제론’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코로나 이후의 경제를 예측하면서 언급했던 용어로, 전 세계적으로 소비·고용·생산 등 경제활동이 정상 수준의 90%만 작동할 것이라는 의미다. 경제성장률이 1%만 떨어져도 길거리 경제에 심각한 여파를 미치는데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충격적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 위기 상황이었던 1998년(-5.1%)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점에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2021년에는 반등할 것인가?”

    소비자와 기업이 선택적으로 소비·투자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거시지표가 V자를 그린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보다는, 산업별·업종별로 그 회복의 양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회복의 모양을 두고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 빠른 회복을 의미하는 V, 상당 기간 침체 후 회복을 의미하는 U, 하락 후 장기적인 정체를 의미하는 L, 등락을 반복하는 W, 완만한 회복을 의미하는 ‘나이키 로고(swoosh)’ 모양 등이다. 하지만 최근 가장 유력한 설명은 ‘K’로, 이는 상향 회복과 하향 침체가 공존하는 양극화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의 경우 자동차가 6월과 7월에 전월 대비 21.5%와 14.4%로 생산이 증가하고 다른 업종들도 비교적 스테디한 상황을 보이며 반등했다. 반면 서비스업 지수는 3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전년 동월 대비 3월 –5.0%, 4월 -6.1%, 5월 -0.1%, 7월 -1.3%를 나타내고 있다. 전형적인 K자 현상이다.


    1. V형: 빠른 회복형

    대면성이 높아 초기에 강한 타격을 입었지만, 다른 대체 수단이 마땅치 않아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다. 예컨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내과·소아과·치과 등의 방문을 자제하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면 치료를 위해 방문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외부인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 학습지·가사지원 서비스·과외 등 방문형 서비스가 줄었는데 이 역시 V자형 회복이 기대된다. 마스크 때문에 주춤했던 색조 화장품도 마스크를 벗게 되면 다시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집에서 TV로 보면 감흥이 떨어지는 뮤지컬 공연이나 대체가 쉽지 않은 테마파크, 미용실 등도 같은 맥락에서 ‘V형’으로 분류됐다.


    2. U형: 완만한 회복형

    대면성이 높은데 다른 방식으로 대체가 가능해 가장 타격이 큰 유형이다. 해당 소비가 긴급하지 않거나 바이러스의 상처가 오래 남을 경우에는,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업황 개선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완만한 회복’이 전망된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해외여행·면세점·출장, 비즈니스맨·관광객 대상 호텔, 외국인 대상 성형외과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형마트는 온라인쇼핑에 자리를 내주고, 노래방·헬스클럽 등은 출입 제한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수 지역 편의점과 정장룩 등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회복이 더디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3. W형: 물결형

    대면성이 높아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도가 강해지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형이다. ‘U형’과 다른 점은 소비자들의 생활에 필수적으로 자리 잡은 업종이기 때문에, 방역 단계가 완화되면 바로 회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식당·카페·술집·극장이 대표적인 예다. 극장은 집에서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를 통해 대체할 수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극장에서 데이트를 하고, 대형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가 주는 현장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복합쇼핑몰·백화점도 이 유형인데, 대형마트와 달리 필수품을 조달하는 측면보다는 쇼핑 자체가 하나의 ‘재미’가 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입지한 특수 지역 편의점도 포함된다. 이들 업종은 실제로 방역 단계가 완화됐을 때 가장 즉각적으로 소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4. S형: 가속형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트렌드에 부합해 성장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오히려 그 성장이 가속화된 유형이다. 언택트·집 관련·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구체적으로는 온라인 쇼핑·배달·배송 같은 비대면 유통이나, 기존에 소비 인구가 증가하고 있던 캠핑·골프, 국내 휴양지 및 호텔에서의 ‘호캉스’ 등이 코로나 수혜를 입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소비가 늘고 있는 홈트(집에서 운동)·HMR(간편가정식)·OTT 서비스(주문형 콘텐츠)와 주거지역의 편의점도 이 유형에 속한다. 이런 산업을 다음 유형인 ‘코로나 특수’로 분류하지 않는 이유는 트렌드를 타고 꾸준한 성장을 이미 보여왔으며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5. A(역V): 코로나 특수형

    코로나 사태로 반사적 수요나 소위 ‘보복 소비’ 등으로 인해 특수를 누렸던 유형이다. 재택근무·재택학습이 늘며 크게 각광받았던 화상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위한 컴퓨터·태블릿, 출국이 어려운 관광객이 찾았던 국내여행지, “해외여행 갈 돈을 모아 샀다”는 사치품(명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구매가 늘었던 가정용 가구·대형 TV·프로젝터, 마스크로 상한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 구매했던 피부 관리·기초 화장품, 재택근무 기간을 이용했던 내국인의 성형수술, ‘코로나블루(코로나 우울증)’로 인한 정신과 치료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패션 쪽에서는 집과 관련해 홈웨어·라운지웨어·원마일웨어룩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 유형의 상품은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고 해서 매출이 바로 곤두박질치지는 않겠지만 이전과 같은 꾸준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S형(가속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망 및 시사점 – 코로나 양극화 대처를 위해서는 시민·정부·기업의 변화대응역량이 중요

    “적응하거나 죽거나”

    브이노믹스에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감염병 방역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기능은 막대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드론이 거리를 날아다니며 경고를 날리고, 중국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며, 홍콩에서는 위치추적 밴드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처럼 ‘빅브라더 감시 기술’이 강화되고 전염병을 명분으로 국가권력이 비대해지면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침체된 소비를 살리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배부하는 등 ‘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해졌지만 국가재정의 건전성이나 분배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에 대한 걱정도 더불어 커지고 있다. 핵심은 재난 극복의 과정에서도 과도한 권력 행사에 대한 유혹을 자제하고 균형을 찾는 일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보다는 소비자·기업·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다.


    Best We Pivot 거침없이 피보팅

    성공한 스타트업의 후일담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 성공 궤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 중에 본래의 사업 영역을 그대로 이어가는 경우는 오히려 별로 없다.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가 변함에 따라 사업 영역과 방향을 적절히 전환함으로써 여러 차례 위기의 파고를 넘어 현재의 위상에 올라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기업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니즈에 맞추며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신속하게 전환하는 전략을 ‘피보팅(pivoting)’이라 부른다.


    피보팅의 유형

    1. 핵심역량 피보팅

    ‘핵심역량 피보팅’은 기술이나 운영 노하우 등 회사가 보유한 역량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전략이다. 전술한 유튜브·인스타그램·넷플릭스처럼 스타트업이 설립된 후 시장 반응을 보며 사업 모델을 유연하게 바꿔나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경영 일반에서 사용하는 ‘피보팅’이라는 말이 곧 ‘핵심역량 피보팅’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피보팅의 대표 유형이기도 하다.


    핵심역량 피보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배달의민족’을 들 수 있다. 배달의민족을 설립한 김봉진 대표가 애초에 구상한 사업 아이템은 114처럼 전화번호를 소개하는 앱이었다. 하지만 창업 당시 자신과 형 단 2명이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업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김대표는 방대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포기하는 대신 음식점 전화번호를 타깃으로 삼았다. 음식점만으로 한정하니 자연스럽게 ‘주문’과 ‘배달’이란 아이템이 추가되면서 사업 모델이 구체화됐고 이런 과정을 거쳐 ‘모바일 전화번호부 사업’을 ‘모바일 배달사업’으로 피보팅하는 데 성공했다.


    2. 하드웨어 피보팅

    ‘하드웨어 피보팅’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에서도 시설 설비·공간·건물 등 물리적 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이다. 물리적 자원의 용도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제안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2020년 8월, 대만의 스타룩스항공과 에바항공은 목적지에 착륙하지 않는 ‘체험 비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는 대만 동부 상공을 비행하고 다시 출발한 공항으로 돌아와 착륙한다. 탑승객들은 마치 해외여행을 떠날 때처럼 기내식과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고 기내 면세품도 구입할 수 있다. 일본 ANA항공도 90분 동안 영공을 돌다가 다시 회항하는 ‘유람비행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화항공은 어린이들이 승무원 출국 체험을 할 수 있는 비행 상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어부산도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2020년 9월 항공 서비스 계열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 상공 비행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체험 비행을 통해 큰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항공권과 기내 면세품 판매 등으로 일부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3. 타깃 피보팅

    피보팅의 세 번째 유형인 ‘타깃 피보팅’은 기업이 지금까지 사업을 통해 확보한 고객 리스트와 이들에 대한 정보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니즈에 재빨리 대응하며 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이다. 고객은 언제나 회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고객의 니즈도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기존 고객이 단지 일회성으로 구매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완전히 이탈해, 상황이 해결된 이후에도 매출은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은 그동안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축적한 자기 고객에 대한 정보, 그리고 꾸준히 연구해온 타깃 소비자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 이탈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신속하게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


    ES투어는 비행기·숙소·골프장 예약 등을 대행하는 해외 프리미엄 골프투어 전문 여행사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발발로 회사에도 위기가 닥쳤다. 직원들은 전원 휴가에 들어갔고 회사의 모든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국내 투어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이미 많은 여행사들이 국내 사업을 펼치고 있어 경쟁은 치열했고, 해외 투어와 달리 예약 대행만으로는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 방향을 구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ES투어는 자사가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VIP 고객 리스트라는 점을 깨달았다. 단순히 명단 자체가 아니라 그동안 해외 투어를 진행하며 획득한 고객들의 프리미엄 니즈에 대한 지식이 곧 자산이 됐다. ES투어는 이러한 고객 자산을 바탕으로 피보팅을 진행했다. 프리미엄 고객들은 단지 국내 골프장 예약 대행만이 아니라 집에서 골프장으로, 골프장에서 집으로의 편리한 이동을 지원하는 ‘토탈 도어투도어(Door-to-Door) 서비스’를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에 곧바로 대리기사 업체, 중형버스 렌트카 회사 등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단기기사·편도대리 서비스 등이 포함된, 그동안 국내에 없었던 신개념 프리미엄 골프투어 상품을 출시해 피보팅에 성공했다.


    4. 세일즈 피보팅

    피보팅의 마지막 유형은 상품 품목을 새롭게 기획하거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사업 전환을 모색하는 ‘세일즈 피보팅’이다. 옴니채널 전략 등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 경로를 전환하는 사례는 이미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일즈 피보팅은 이처럼 기존 제조사가 신상품을 기획할 때나 기존 유통사가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그동안 상품 기획과 판매가 주된 업무가 아니었던 기업이 위기에 대처하고 급격한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자 시도하는 사업 전환을 모두 포함한다.


    항공 업계는 여객 운송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던 영역을 상품화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캐나다의 에어노스(Air North)항공은 코로나19로 여객수송 사업이 축소되자 기반 지역인 유콘 일대에서 냉동 기내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내식 특유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장기화로 냉동 음식을 비축해두려는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의 주요 이용 고객이다. 호주의 콴타스(Qantas)항공은 퍼스트클래스 탑승객에게 제공하던 잠옷·로션·간식거리를 패키지화한 ‘콴타스 케어팩’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현상이긴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지속된다면 그동안 여객수송만 집중했던 사업 전략에서 벗어나 자사 PB제품 생산 및 유통이라는 사업 영역의 다각화를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 및 시사점_기업의 운명이 갈리는 ‘코닥 모멘트’를 대비하라

    빠른 포기와 순발력

    코닥이 사진과 카메라의 대명사로 통하던 시절, ‘코닥 모멘트’는 피사체가 빛나는 순간, 사진으로 남길 만한 멋진 순간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세계 필름 카메라 시장의 1위 기업이었던 코닥은 필름 사업의 높은 수익성에 안주해 디지털 카메라로의 전환을 원하는 시장의 요구를 무시한 결과, 결국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이후 ‘코닥 모멘트’는 시장이 변화하는 대변혁의 시기, 선제적 대응 여부로 기업의 운명이 갈리는 변화의 순간을 뜻하는 말이 됐다. 2021년 우리 사회가 대면하고 있는 코로나19 환경과 디지털 대변혁은 수많은 기업에게 또다시 코닥 모멘트를 선사하고 있다. 시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한순간도 멈춰 있지 않고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진화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이제 ‘거침없이 피보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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