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노믹스
 
지은이 : 브라이언 두메인(역:안세민)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20년 05월




  • 이 책은 베조스와 아마존이 걸어온 성공의 역사와 그 혁신의 원동력을 분석하고 조명하지만, 그와 동시에 베조스에 대한 논란과 베조노믹스가 가져올 미래의 혼란까지도 정직한 시선으로 직시한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확신하는 것은 베조스는 수억 명 중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보기 드문 경영자이자 지도자라는 사실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베조스가 구축한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은 세계 경제와 모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그리고 베조스가 구축한 새로운 패러다임인 베조노믹스가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직시할 때 비로소 그 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베조스에 대한 교과서를 뛰어넘어 베조스가 변화시킬 미래 사회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해줄 것이다.



    베조노믹스


    진실이 모든 것을 이긴다

    베조스는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인지를 가장 먼저 본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지혜로운 만큼 똑똑하고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2000년대 초반 아마존 웹페이지에는 베조스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를 잘 설명해놓았다. “아마존닷컴 유형의 인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닷컴 직원들은 석사학위가 3개 있고, 5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 프록터 앤드 갬블(Procter & Gamble)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이고, … 로즈 장학생이었다.” 아마존 초창기에 재무담당 최고책임자를 지낸 조이 코베이(Joy Covey)는 CPA 전체 응시자 2만 7,000명 중에서 차석을 했던 여성이다. 아마존 초창기의 또 다른 직원은 전미철자경연대회 우승자였다. 언젠가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당신이 복도에서 ‘오노매토피아(onomatopoeia)’ (의성어를 의미한다.-옮긴이)라고 외치면, 금세 그 철자를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경이로운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슈퍼스타들이 모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베조스의 가장 두드러진 개성은 냉정하고도 확실한 사실에 근거해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진실에 직면하려는 것이다. 아마존에서는 일부 관리자들이 베조스의 살아 숨 쉬는 철학이 담겨 있는 “우리는 신을 믿는다. 신이 아닌 모든 다른 사람들은 데이터를 가져와라”라고 적힌 표지판을 사무실 밖에 걸어두기도 한다. 베조스는 다른 CEO들과는 달리 지도자가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아첨꾼들을 곁에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냉엄한 현실에 기초하여 자신과 기꺼이 맞서려고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둔다. 그는 사실이 위계질서보다 항상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굳건하게 믿는다.


    진실에 대한 베조스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누군가에는 악명 높은 보고서로 기억되는 베조스의 유명한 ‘식스 페이저(six-pager)’이다.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아마존 관리자들의 마음속에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려는 아마존 직원들은 코드 한 줄을 작성하기 전에 여섯 쪽을 넘지 않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항상 고객과 함께 출발하라”라는 베조스의 주문은 여기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가상의 보도자료 형태로 작성되는 이 보고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이 프로젝트가 고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다음에는 FAQ 형식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개발팀이 그것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내용을 보여준다. 지금은 AWS의 CEO가 된 앤디 재시(Andy Jassy)는 아마존 초창기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식스 페이저를 실시하기 전에는 직원들이 때로는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관련 프로젝트를 깊이 파고든 후에야 그 결과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식스 페이저를 작성하는 것은 아마존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마존 안의 여러 팀들은 식스 페이저를 정교하게 작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자신들이 옳은 개념을 도출했는지, 자신들의 보고서가 중요한 사실을 모두 담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때로는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알렉사 프로젝트는 베조스가 어떻게 혁신을 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서로 연관된 수많은 세부 사항들을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이다. 식스 페이저는 다양한 수준에서 작용한다. 첫째, 식스 페이저는 회사가 복잡한 과제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스 페이저를 정확하게 작성하려면, 모든 팀원들이 알렉사와 같은 새롭고도 복잡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정보의 측면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에도 기여한다. 모두가 식스 페이저를 자세히 읽고 나면 최소한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아마존은 탁월함을 강요한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존에 고용될 정도로 유능한 관리자 혹은 엔지니어라면, 이러한 경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 새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을 설립할 당시에 베조스는 신입 직원들에게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데에는 업무와 관련된 고도의 스트레스가 뒤따를 것이고, 이러한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된 고용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하트는 이런 문화가 대립적이거나 견뎌내기 힘든 것이라기보다는 대단한 집중력과 끈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진실을 추구하고 정답이 있다고 믿으면, 열띤 토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립적인 자세에서 출발하지는 않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마존의 직원들은 베조스가 진실을 치열하게 찾으려고 하는 것이 대체로 그들의 사고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에 깊이 빠져드는 데에는 단점도 있다. 베조스가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사실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것이 약점이 될 수가 있다. 대중들의 눈에는 그가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때로는 인생에서 모호한 영역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베조스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를 돈밖에 모르는 재벌이라고 한다. 주주들의 재산 증식이라는 명목으로 아마존 고객에게만 정신이 팔려서 자기 직원이나 공동체를 소홀히 여기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들은 고객에 대한 헌신을 강요하는 아마존의 엄격한 근로 조건과 아마존이 롱아일랜드시티에 제2본사의 설립 계획을 발표했을 때 베조스가 지역 정치인들과 주민들의 우려를 달래는 데에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고객 서비스에 소요되는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해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베조스에게 단기간에 큰 성공을 안겨준 요인들이 궁극적으로는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아마도 베조스는 자신이 고용을 창출하고 자선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기부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아마존의 플라이휠에 짓밟힌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위안이 되지 않는다. 아마존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커지면, 언젠가 아마존이 자신의 궤도를 크게 수정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프라임 프로그램의 나비효과

    아마존이 도처에 퍼져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마존이 하는 모든 것들은 항상 우리를 따라다니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가 집에 있든, 자동차 안에 있든, 사무실에 있든, 스마트폰을 보면서 거리를 배회하든, 어디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아마존의 회원제도인 아마존 프라임이다. 아마존과 경쟁하려는 기업이나 아마존의 정글 속에서 번창하려는 기업은 프라임의 위력과 함께 지난 20년 동안 아마존이 이룩한 놀라운 성장에서 프라임이 했던 역할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프라임 회원들은 아마존에게는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그들은 다른 쇼핑객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아마존이 제공하는 음악을 더 많이 들으며, 비디오를 더 많이 보고, 책을 더 많이 읽는다. 그리고 프라임 회원으로서 누리는 혜택에 대하여 119달러의 연회비를 아마존에 납부한다. 그들은 아마존에 충성하는 부유한 회원들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탈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이 탈퇴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결혼을 하거나 동거를 시작하면서, 두 개의 회원 계정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이다.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들을 추적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거부할 수 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지금까지 수백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러면 프라임 프로그램이 이처럼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존은 프라임 프로그램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과 배후 전략에 대해서는 언론과 월스트리트에 의도적으로 비밀로 한다. 내가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만났던 아마존의 관리자들은 프라임은 가끔씩 온라인 쇼핑을 하던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을 변화시켜서 아마존과 수시로 상호작용하며 결국에는 아마존 생태계에 갇히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이 아이디어는 프라임 프로그램이 매력적이고 활용하기에도 편리하여 고객들이 아마존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온라인 니코틴과도 같다(아마존은 이런 은유적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독성이 강하다.


    프라임 프로그램은 경영 컨설턴트들이 ‘단절 모델(breakage model)’이라고 부르는 서비스의 특성을 갖고 있지 않다. 단절 모델에서는 기업이 고객들에게 계약에 서명을 하게 만든 다음, 이에 따르는 서비스의 가치를 완전히 누리지 않도록 한다. 고객이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뷔페가 단절 모델의 한 가지 예이다. 뮤직 스트리밍 회원도 또 다른 예이고, 헬스 회원권도 여기에 해당한다. 매년 1월이면 헬스클럽은 새해에는 몸매를 가꾸겠다는 결심을 하고서 회원권을 구매한 사람들로 넘친다. 이들 중 4분의 1은 헬스클럽에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서 몸을 열심히 단련하기 위해 일주일에 서너 번은 이곳에 나타난다. 또 다른 4분의 1은 자신에게 매우 너그러운 사람들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 나머지는 어떤가? 2월이 되면 그들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게으름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회원권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 헬스클럽은 회원들에게서 회비를 받았지만,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서비스를 받았다면 다행이다.


    프라임 프로그램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시베이는 이렇게 말한다. “프라임 프로그램에서 특별한 점은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모델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고객이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최대한으로, 그리고 그들이 원하고 필요한 만큼 자주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프라임에 대해 갖는 비전은 회원들에게 최선의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매일 더 많은 고객들이 아마존을 경험하게 하고, 이런 긍정적인 경험이 고객들로 하여금 더욱 자주 아마존을 찾게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고객이 혜택을 얻으면, 이것 역시 아마존 플라이휠이 돌아가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윈윈 모델이다.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들의 습관을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게 추적한다. 시베이는 자기가 사용하는 가장 적절한 지표 중 하나가 자신이 “터치 포인트의 빈도(frequency of touch points)”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아마존의 데이터 분석 기술이 프라임 회원이 아마존 서비스를 몇 번 이용하는가, 쇼핑을 위해 이용하는가, 클라우드에 가족 사진을 저장하기 위해 이용하는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 이용하는가, 미디어 스트리밍을 위해 이용하는가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이다. 아마존 고객이 프라임 서비스와 더 많은 관계를 가질수록, 그들은 이 서비스를 더욱 자주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마치 군침을 흘리며 알래스카뒤쥐 주변을 맴도는 물수리처럼 쇼핑객들의 지표를 관찰하고 있는 시베이의 터치 포인트 수치는 더욱 커지게 된다. 터치 포인트 수치가 작아지면(혹은 충분히 빠르게 상승하지 않으면), 그것은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아마존 직원들이 더 좋은 영화와 TV 시리즈물을 제작하고, 배송 속도를 높이고, 홀푸드에서 판매하는 식료품에 대하여 더 나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하여 분발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악마와의 위험한 거래

    아마존이 정말 소규모 사업체를 전멸시키고 있는가에 관한 열띤 논쟁의 중심에는 모건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종종 소규모 자영업체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수많은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게 만들고 있다는 트윗을 날렸다. 강력한 지역 공동체를 표방하는 좌파 싱크탱크인 지역자영업연구소(The Institute for Local Self-Reliance)는 베조스를 “어느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고 시장에 들어오려면 얼마를 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19세기의 철도왕”에 비유하면서, 아마존이 독립 소매업체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를 가지고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거나 반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연구에서는 수년 전의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소규모 자영업체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연구에서는 아마존과 경쟁하는 소규모 일반 소매업체들을 따로 떼어내서 분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화적 증거에 따르면, 일부 소규모 자영업체들이 아마존이라는 전자상거래 거대 기업에 의해 정말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난다. 뉴욕의 상위 1퍼센트를 위한 해변 리조트인 이스트 햄프턴에는 부유한 쇼핑객들이 많이 몰려든다. 그러나 최신 유행의 캐주얼하고도 스포티한 신발을 판매하는 스니커롤로지라는 일반 상점은 손님이 없어서 2018년 말에 문을 닫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장 관리자는 스니커롤로지가 인터넷 판매업체와 경쟁이 되지 않았고, 이곳의 판매량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도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을 보내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일반 상점 중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수없이 많다. 이런 상점들이 자신을 차별화하여 웹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문을 닫아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지식에 입각한 서비스를 제공하든, 농가에서 직접 만든 수제 치즈처럼 아마존에서 대량으로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을 제공하든, 자기만의 우위가 있는 소규모 소매업체는 그럭저럭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이 계속 성장하여 소매업 환경에서 더 많은 산소를 빨아들이더라도 말이다. 일부 서비스 업체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아마존으로 이발을 하고 문신을 새긴다고 생각해보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마존이 온라인 판매의 거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할 대다수의 소규모 소매업체들은 아마존이라는 거대 기업의 플랫폼에서 판매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존 모건이 힘든 과정을 겪으며 알게 되었듯이, 이것은 살벌한 게임이다. 소규모 소매업체들은 아마존과 경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아마존닷컴에서 자기 제품을 판매하는 전 세계의 200만 개가 넘는 다른 소매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아마존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아마존닷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200만 개가 넘는 중소 규모의 소매업체들이 세계적으로 1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 중 2만 5,000개가 100만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판매자들이 아마존의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말은 대단히 절제된 표현이다. 2018년 베조스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1999년 이후로 제3자 판매자들의 매출이 아마존의 온라인 매출과 비교하여 두 배나 빠르게 증가했다고 했다. 이런 수치를 보면, 아마존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마존이 소규모 소매업체들을 전멸시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소규모 판매자들을 죽이는 것이 아마존이 가장 원치 않은 결과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소규모 판매자들이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사업에서 얻는 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을 아마존에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존 모건과 같은 판매자들에게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고액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평균적으로 보면, 제품 소매가격의 15퍼센트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창고와 배송 서비스 등 ‘아마존이 제공하는 풀필먼트’에 대하여 또다시 15퍼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어느 사모펀드 투자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독립 판매자들이 아마존에서 제품을 팔게 하는 것이 베조스에게는 가장 큰 성장 사업 중 하나라고 말하며 향후 10년 동안 이 사업이 10배는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이 웹에서 존재감이 없는 소규모 판매자들에게 위협을 가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마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200만이 넘는 판매자들에게 활기찬 시장을 열어준 것도 사실이다. 판매자들이 아마존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 펼치는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판매자들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들 중에 잘나가는 판매자들도 많다. 아마존이 다양한 의뢰인 겸 판매자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2년차에 했던 것처럼) 아마존 때문에 수많은 소규모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라

    이런 상황이 진부한 소매업체들에게는 암울하게 보이겠지만, 아마존에 정면으로 맞서려고 하기보다는 측면을 공격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소매업체들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 저렴한 가격, 신속한 배송의 측면에서 경쟁 상대가 안 되는 소매업체들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차별화해야 한다. 아마존이 경쟁하기 어려운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래의 소매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주요 영역에서 집중하게 될 것이다. 첫째, 온라인 경험과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된 멋진 매장 경험을 창출한다. 둘째, 배타적인 제품에 대하여 정선된 선택을 제공한다. 셋째, 소셜 미디어를 지배하는 것을 포함하여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한다. 넷째, 고객이 자사 제품을 구매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도록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전보다 두 배의 노력을 기울인다.


    아마존과의 경쟁에서는 종종 아마존이 잘하지 못하는 것들을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전자상거래 부문의 이 거대 기업은 다양한 선택권, 훌륭한 서비스, 매력적인 가격 그리고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제품을 그들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로 제공하는 상당히 효율적인 공익사업체로서 아마존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라. 월마트와 알리바바를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이 가격과 속도의 측면에서 아마존을 능가하기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아마존이 잘하지 못하는 것은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어느 누가 아마존의 치노 바지 브랜드나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 브랜드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과 고객들이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사업 규모를 생각할 때, 아마존이 개별 고객의 요구에 맞춘 제품을 판매하고 수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저마다의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면, 자기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 것이다.

    아마존 정글에서 성공한 기업으로는 오리건주 비버톤에 본사를 둔 신발과 의류 제조업체 나이키가 있다. 나이키는 고객이 매장 경험과 온라인 경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온라인 경험과 연결된 매장 경험을 창출했다. 이것은 한 사람의 개인 정보(이 사람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든, 스마트폰으로 구매하든, 매장에서 구매하든 관계없다)를 끊임없이 통합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면, 상당히 개별화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18년에 나이키가 뉴욕시 5번가에 개장한 최신식의 주력 매장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이 바로 그 예이다. 이 매장은 단순한 매장이 아닌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000’이라고 불린다. 여기서 000은 ‘원천(origin)’ 혹은 나이키가 말하듯이, “주력 매장이 그 도시를 위하여 무엇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출발점을 의미한다.


    아마존이 수억 종류의 제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쇼핑객들이 아마존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거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고객에게 최고급 제품에 대해 다른 곳에서는 찾기가 힘든 특별한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2017년 윌리엄스 소노마를 미국에서 13번째로 큰 규모의 온라인 판매자로 만들어준 바로 그 방식이다.


    아마존에서 ‘냄비와 팬’이라고 입력하면 43.99달러의 눌어붙지 않는 브레미 15피스 조리기구 세트가 첫 번째로 등장한다. 물론 전체 세트가 이 가격에 판매된다. 여기에는 2,227명의 후기 작성자들이 별점 4.5점을 주었다. 훌륭한 거래라는 뜻이다. 윌리엄스 소노마 사이트에 들어가서 같은 내용을 입력하면, 소매가격이 800달러인 ‘드 부이에 프리마 마테라 동냄비’가 포함된 페이지가 등장한다. 이 냄비는 1810년에 설립된 프랑스 회사가 만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윌리엄스 소노마가 자체 제품 목록을 관리하고 있고, 여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제품을 자체 유통 경로와 브랜드를 통해서만 판매한다는 것이다.


    일부 고객들은 당장 43.99달러짜리 세트를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독특한 최고급의 제품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은 아마존에서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윌리엄스 소노마는 소매 부분에서 온라인 판매를 가장 활기차게 추진하여(온라인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신을 차별화했고, 6,00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다. 월리엄스 소노마가 고급스럽게 제작한 카탈로그와 함께 “우리 브랜드의 광고판”이라고 부르는 전통 소매업 매장은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수익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는 온라인 판매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맞춤형 선택도 소매업체들이 바닥치기 경쟁(race to the bottom, 정부의 규제 완화 또는 비용 절감을 통한 업체들 간의 경쟁으로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옮긴이) 식의 가격 전쟁으로 유명한 아마존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아마존과 가격 경쟁을 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가격을 가지고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크레이트 앤드 배럴의 CEO 닐라 몽고메리(Neela Montgomery)가 매장을 현대식으로 꾸미고 소셜 미디어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독일 가구 체인점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깊이 깨달은 교훈이다. 아마존은 웨이페어(대형 온라인 가구 쇼핑몰-옮긴이)와 오버스톡(미국 온라인 소매 업체-옮긴이)과 같은 소매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가구를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그러나 몽고메리는 이러한 소매업체들보다 더 나은 디자인과 고객 서비스를 바탕으로 훌륭한 구매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들은 우리 제품에서 어떤 점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지를 말해줍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더욱 차별화된 수준의 서비스, 더욱 개별적인 경험을 기대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고객에 집착하는 것이 몽고메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크레이트 앤드 배럴, 윌리엄스 소노마, 베스트 바이, 리슈몽은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는 것과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 간의 균형을 찾았고, 이것이 바로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한 공식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기업과 그 밖의 기업들이 아마존과 대등하게 경쟁하기를 원한다면, 기술적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술에 대한 아마존의 장악력은 가공할 만하다. 아마존은 고객 친화적인 플랫폼에서 신속하고 쉽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존이 온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 인공지능 플라이휠을 돌릴 때, 아마존과 경쟁하려는 소매업체들은 반드시 알고리즘이 왕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기술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기술적 우월성을 지닌 자기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다.


    세포라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기술 시스템을 끊임없이 실험한다. 미국 전역의 1,100개가 넘는 장소에서 실시하는 컬러 IQ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디지털 장치를 이용하여 쇼핑객의 얼굴을 스캔하고 정확한 피부색을 포착한 다음, 립스틱, 파우더, 아이 라이너, 파운데이션에 대한 최적의 색조를 계산한다. 일단 고객을 위한 정확한 조합을 찾아내면, 이러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고, 나중에 더 많은 품목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을 수 있다. 또한 세포라는 뷰티 인사이더 커뮤니티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세포라의 충성 고객 프로그램의 회원들이 후기와 사진을 공유하고 제품 추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세포라는 대화식 페이스북 카탈로그를 통해서도 팬들에게 다가갔다. 또한 고객들이 자기 얼굴의 3D 라이브 뷰(live view, 카메라에서 촬상소자撮像素子의 영상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나 전자식 뷰파인더에 표시되는 기능-옮긴이)를 스마트폰 화면으로 가져와서 화장품을 가상으로 사용해볼 수 있도록 세포라 버튜얼 아티스트(Sephora Virtual Artist)라는 앱을 개발했다. 이 앱에서는 마치 거울처럼 사용자가 얼굴을 움직이면 고객 얼굴의 라이브 뷰도 움직인다. 고객들은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디지털 방식으로 사용해볼 수 있고, 단계별 자습서를 보면서 더 나은 화장법을 배울 수 있다. 세포라는 전통 소매업체와 온라인 매장 사이에서 원활한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이런 모든 기술을 축적해왔다.


    이러한 전략의 대부분은 소매업체들에 분명히 적용되지만, 아마존에 의해 곧 공격을 받게 될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헬스케어, 은행, 광고 부문은 이런 공격에 취약하다. 이와 같은 부문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베조노믹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마존이 이러한 영역까지도 정복하기 위해 저가 정책, 훌륭한 서비스, 강력한 인공지능 플라이휠을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찍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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