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지은이 : 강성춘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20년 02월




  • 이 책은 ‘인사이드 아웃’이 기업의 성공과 가치에 있어 왜 중요한지, 기업이 혁신을 이끌어낼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사람에서 출발하는 사람관리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가게 만든다. 또한 성공한 기업의 전략이나 제도를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찰해 사업과 전략을 도출하는 틀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기업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혜안을 제공한다.


    인사이드 아웃


    사람이 사업을 결정한다

    우리 기업에 좋은 인재가 없는 이유

    제도적인 문제를 넘어 한 기업에 우수한 인재가 부족한 근본적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경험에 대한 자기 확신, 사람에 대한 무관심, 제도에 대한 집착. 나는 이것을 사람관리의 세 가지 적이라 부르고자 한다.


    첫 번째 적, 경험에 대한 경영자들의 자기 확신

    일상생활에서 사람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면접장에만 들어가면 갑자기 한눈에 좋은 인재를 알아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원자가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혹은 한두 가지 면접 질문만으로 지원자가 어떤 능력과 성품을 가지고 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고 믿는다. 연말 인사 고과 때는 자신이 부하 직원들을 아주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직원 평가 과정에서도 경영자들의 편견이 개입된다. 스쿨린(Scullen)과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고과 결과의 약 60%는 피고과자의 특성이 아닌 고과자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고과 오류가 이 정도라면 고과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탁월한 성과를 내는 S급 인재와 B급 혹은 C급 인재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두 번째 적, 사람에 대한 무관심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 이념 혹은 경영 철학에 '인재 제일' 혹은 '인간 존중'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각 기업이 사람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 어느 정도의 돈을 투자하는지, 경영자들은 사람을 선발하고 평가하고 육성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을 쓰는지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경영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직원들을 육성하는 데 이만큼 투자하는 기업이 우리 주변에는 과연 얼마나 될까?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교육을 전담하는 한국의 대학조차 '사람 키우기'에 이 정도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 2016년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상용 근로자 10인 이상 국내 기업체 3,388곳의 1인당 월평균 간접노동비용(퇴직금, 법정 외 복지, 교육 훈련, 채용 비용 포함)은 월 99만 6,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비, 기술, 브랜드, 상품 등 기업 활동의 핵심 성과물들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충분한 투자 없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경영자들은 유독 사람에게는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세 번째 적, 제도에 대한 집착

    모든 제도는 사람에 대한 일정한 가정 위에서 작동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와 상충되는 제도들이 도입될 때 그 제도를 회피하거나 저항하거나 왜곡시킨다. 예를 들어 상대 평가 제도는 경쟁적이고 성취 지향적일 때 보다 효과적인 반면, 위계와 연공을 강조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불편하다. 그런 상황에서 관리자들은 승진을 앞둔 직원들에게 고과를 몰아주고, 돌아가면서 좋은 고과를 받도록 하는 관행을 지속한다.


    하나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그 조직의 생각과 문화를 반영해야 한다. 코넬대학 니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기존 조직에서 어떻게 대우받았느냐에 따라 성과급을 성과가 높은 직원들의 동기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도 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기업들은 흔히 한 인사 제도가 실패하면 그 제도를 실행하고 적용받는 사람과 연계해 문제를 보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제도를 찾아 나선다.


    사람관리의 전략적 사고, 인사이드 아웃

    초경쟁 사회의 사람관리 전략

    초경쟁 사회에서 변화를 선도하려면 전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합해야 한다. 이는 미래의 사업과 전략을 설계하는 과정부터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사람관리, 전략, 사업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스콧 스넬과 동료들은 1세대 사람관리가 직무 적합성을, 2세대가 시스템 적합성을 강조했다면 초경쟁 사회가 도래하는 3세대에는 사람의 경쟁적 잠재력Competitive potential에 초점을 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세대 관점은 이론적으로 자원기반이론에 토대를 둔다. 자원기반이론은 기업 간 자원의 분포는 서로 이질적이며 시장을 통해 자원이 이동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 가정에서 출발한다. 기업 간 자원의 이질적 분포가 성과의 차이를 가져오며, 경쟁자와 차별화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만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3세대 관점은 사람을 기업 핵심 역량의 중요한 원천으로 인식하고, 사람에 내재된 잠재력을 입증하고 이를 핵심 역량으로 발전시켜가는 것을 사람관리의 주된 역할로 본다.


    ‘아웃사이드 인’ 관점에서 ‘인사이드 아웃’ 관점으로

    3세대 관점은 사람관리를 사업과 전략에 연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2세대 관점과 달리 환경, 전략, 사람관리가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혹은 상호 의존적(Horizontal or reciprocal)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시스템 적합성을 강조하는 전략적 관점은 환경이 전략을 결정하고 전략은 다시 사람관리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내부의 인적자원 특성을 외부 환경에 적응시키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in)' 관점이다. 이에 반해 3세대 관점에서는 사람이 내재된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전략과 사업을 결정하는 일종의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관점을 제시한다.


    축구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2세대 아웃사이드 인 관점을 따를 때, 감독은 상대팀 전략을 분석해 경기 전략을 세운 후 선수의 선발과 기용을 결정해야 한다. 전략 실행에 필요한 선수를 자유롭게 확보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실패하게 된다. 이에 반해 3세대 인사이드 아웃 관점은 각 팀이 보유한 선수들의 역량에 차이가 있다는 전제 아래, 해당 팀이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채용할 수 있는 선수의 풀을 분석해 그 팀의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 예를 들어 빠른 패스, 공 점유율, 체력을 입증한다. 감독은 그러한 팀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게 된다. 인사이드 아웃 관점은 기업이 자신의 독특한 강점에 기반해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면서도 전략 실행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떻게 사람을 관리할 것인가

    직무성과주의(테일러리즘): 맡은 일을 잘하는 직원

    체계적 근무 태만과 주먹구구식 관리

    테일러리즘은 프레더릭 테일러가 1911년에 집필한 『과학적 관리의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테일러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작업 현장에서 관리자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법률가인 아버지와 사회 운동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학업 능력이 뛰어나 하버드대학의 입학 허가서까지 받았다. 하지만 하버드대학을 포기하고 펌프 공장의 견습 기계공으로 취업했다. 이후 주물 공장에서 시작해 다양한 기업에서 기계공, 작업반장, 선임 엔지니어, 공장장,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당시 산업 현장에 만연한 비효율성을 목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를 집대성해 『과학적 관리의 원칙』을 발간했다.


    테일러는 기업의 존재 목적을 생산성 향상으로 보았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게 되고,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으며,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에 따라 더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했다. 그리고 작업 현장에서 비효율의 일차 원인으로 노동자들의 체계적 근무 태만Solidering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체계적 근무 태만은 한마디로 '하는 척하지만 하지 않는 직원들의 행동'이다. 삽질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휴 동작이 많은 경우, 2시간 외근 거리를 5시간 걸리는 것으로 보고하는 행동, 현재 팀 내 인원이 충분한데도 매번 신입 사원 충원을 요구하는 행동은 모두 체계적 근무 태만에 해당한다.


    테일러가 체계적 근무 태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주먹구구식(Rule-of-thumb) 관리 방식이다. 주먹구구식 관리 방식은 체계적 근무 태만을 행하는 노동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테일러는 체계적 근무 태만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존의 주먹구구식 관리 방식을 대체할 과학적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테일러리즘과 직무 정의

    테일러리즘은 직무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직무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찰 가능한 행동, 즉 과업(Task)의 집합이다. 예를 들어 강의라는 직무를 수행하려면 교실에서 강의를 하는 행위뿐 아니라 강의 계획서를 만들고 강의 자료를 준비하며 시험 문제를 만들고 채점하며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업 등이 포함된다. 테일러리즘은 직무를 정의하기 위해 직무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과업을 입증하고, 그 과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활동 혹은 동작을 분석한다.


    테일러리즘에서는 지원자가 얼마나 똑똑한지, 얼마나 풍부한 지식이나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또는 얼마나 인성이 좋은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직무에 필요한 지능, 지식, 인성을 갖추고 있느냐를 채용의 일차 기준으로 삼는다. 뉴런던시 경찰청의 사례처럼 표준화된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능, 태도, 육체적 능력 등을 입증한 후 지능이 평균적인 사람도 경찰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조던같이 지능이 높은, 그러나 더 높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 지원자를 채용할 이유가 없다.


    테일러리즘의 성과와 한계

    테일러리즘은 직무를 체계화하고 표준화함으로써 노동 효율을 극대화하는 관리 방식이다. 테일러리즘에서는 각 개인이 같은 업무를 반복 수행하므로 업무 경험이 증가하면서 생산성이 증가하고 단위당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경험 곡선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테일러리즘은 직무 중심 채용을 통해 노동력의 투입(Input)을 통제하고, 세분화된 직무 설계와 관리를 통해 노동자 행위와 과정(Process)을 통제하며, 노동자들의 성과(Output)를 평가하는 효율적인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노동력의 투입→과정→산출의 전 과정에 대한 효율적 통제를 통해 테일러리즘은 노동자들의 체계적 근무 태만으로 인한 노동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도록 해준다.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직무의 설계, 채용, 교육 훈련, 보상을 결정하므로 노동비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테일러리즘은 노동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사람관리 모델로서 장점이 있으며, 20세기 미국 기업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테일러리즘은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첫 번째 문제는 노동 소외 현상이다. 테일러리즘은 직무에서 노동자들의 재량권을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세분화된 직무에서 노동자들이 반복적인 업무만 수행하는 결과, 노동자들의 피로도와 지루함이 증가한다. 직무에서 요구되는 수준 이상의 지식과 스킬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훈련을 제공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탈숙련화(Deskilling)도 진행됐다. 기업은 개인들의 직무 수행의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 외의 어떤 보상이나 편익도 제공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적 동기 외의 노동자들의 인간적․사회적․심리적 욕구가 간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마디로 테일러리즘에서는 노동자들을 경제적 인간 혹은 기계적 인간으로 가정하며 하나의 부속품처럼 관리한다.


    미국 기업들이 역사적으로 경험한 테일러리즘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잠재적 노사 갈등 문제다. 테일러리즘에서는 모든 권한이 관리자들에게 집중돼 있고 관리자들이 생산의 전 과정을 통제하므로 노사 갈등의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또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자들의 업무 목표와 노동 강도를 높이는 드라이브 시스템(Drive system)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노동자의 생산성이 향상돼 110%의 목표를 달성하면 이후에는 110%의 성과가 표준 업무 목표로 설정되면서 끊임없이 업무 목표가 상향된다.


    문제는 생산성이 향상되고 표준 목표가 계속 상승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기여한 만큼 제 몫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 미국 기업의 경우 대공황기 노동자들의 명목 임금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파업과 폭력, 유혈 사태가 줄지어 발생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잠시의 휴식기를 거치기는 했지만 이후 노동자들이 제 몫을 찾고자 하면서 노조 조직율이 높아지고 심각한 노사 분쟁도 발생했다.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미국 기업은 노동자들의 급여와 근로 조건을 향상하게 되었고 노동 관련 법규들을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부노동시장형: 충성심이 높은 조직인

    충성심과 일체감을 조성하는 내부노동시장 모델

    디즈니의 직원 관리 방식은 한마디로 필요한 인력을 외부보다 내부에서 조달하고 직원들의 충성심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디즈니가 직원을 관리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꽤 친숙하다. 한국 기업은 전통적으로 신입 사원을 채용해 내부에서 이동과 승진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근속 기간에 따라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며, 직원들이 조직에 일체감을 갖도록 사회화와 사내 교육 훈련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평생직장을 제공해왔다. 학계에서는 이런 사람관리 방식을 내부노동시장(Internal Labor Market)이라 부른다. 내부노동시장은 외부시장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내부로부터 필요한 인력을 조달하는 사람관리 모델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내부에서 육성하고 유지하려면 독특한 사람관리 제도를 필요로 한다. 내부노동시장은 필요한 인재를 외부시장에서 확보할 수 없으므로 기초적인 소양과 자질을 갖춘 신입 사원들을 채용하고 교육 훈련을 통해 기업 특유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디즈니는 ‘태도를 보고 채용하라, 기술은 익히면 된다(Hire for attitude, train for skill)’라는 독특한 채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노동시장에 진입한 직원들은 기업이 설계한 경력 사다리를 따라 이동과 승진을 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맡게 된다. 조직이 요구하는 다양한 업무를 맡으려면 각 업무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조직에 대한 일체감이 있어야 한다. 조직이 부여한 어떠한 업무도 기꺼이 소화할 수 있고 다른 조직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지식과 기술을 신속히 학습하려면 조직을 위해서 헌신한다는 마음가짐과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내부노동시장에 의존한 기업들은 직원들이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동화될 수 있도록 신입사원 때부터 오리엔테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기업이 설계한 경력 사다리를 따라 이동하면 직원들은 자연적으로 근무 시간에 비례해 기업 특유의 지식과 기술을 보다 많이 축적하게 된다. 부장은 과장보다, 5년 차 직원은 1년 차 직원보다 기업 특유의 지식과 기술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내부노동시장을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라 직원의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내부노동시장 모델의 성과

    내부노동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내부 직원들의 충성심으로부터 나온다. 충성심은 한마디로 직원들이 조직에 ‘무한대의 의무감(Unlimited obligation)’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 직원들은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자원과 기술이 부족한 한국 기업이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표현의 방식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영자와 직원은 직원들의 충성심과 희생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내부노동시장은 직원들에게 평생직장을 보장하는 대가로 충성심을 확보함으로써 성장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장기 고용과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내부노동시장은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면 과장의 5년 후 모습은 부장이며 5년 전 모습은 대리라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고 조직에 관해 일체감을 갖고 있어 직원들은 조직 목표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내부노동시장 모델의 한계

    내부노동시장 모델의 가장 큰 단점은 직무성과주의와 마찬가지로 기업 혁신과 변화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기업 혁신은 제품, 서비스 혹은 조직 프로세스 영역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실행해 상업화하는 과정이다.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를 조직 내에 유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거나 새로운 인력 또는 기술을 외부로부터 확보해야 한다. 또한 개별 직원들이나 부문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들을 서로 공유하고 결합할 때 조직 내 지식 자산이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확보하는 것과 관련된 조직 역량을 흔히 탐색 역량(Exploration capacity) 혹은 잠재적 흡수 역량(Potential absorptive capacity)이라 한다. 확보한 지식을 응용하고 활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조직 역량은 활용 역량(Exploitation capacity) 혹은 실현된 흡수 역량(Realized absorptive capacity)이라 한다. 따라서 기업 혁신을 촉진하려면 기업은 두 가지 역량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하지만 위계와 절차를 강조하는 내부노동시장 모델은 기업의 실행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반면, 탐색 역량 축적을 어렵게 한다. 구체적으로 내부노동시장 모델의 위계와 공식적·비공식적 절차와 규정은 구성원들의 행동과 사고를 획일화하는 경향이 있다. 부하 직원은 항상 상사보다 똑똑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모든 사고와 행동은 위계와 규범,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경직된 구조와 문화가 형성된다. 따라서 직원들의 창의적 사고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변화하려면 사람을 먼저 이해하라

    우리 기업은 어떻게 사람을 관리할 것인가

    명확한 철학과 내적 적합성을 갖춘 제도

    이제 사람관리의 네 가지 패러다임 간 차이를 명확히 이해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관리 패러다임이든 사람에 대한 철학을 명확히 정의하고 모든 제도를 내적 일관성이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각 패러다임이 내포한 사람에 대한 철학과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제도들을 보면서 본인 회사는 어떤 패러다임을 지향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에 어떤 패러다임이 적합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직무별, 개인별 사람관리 패러다임 차별화

    네 가지 인적자원 패러다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많은 사람은 동일 회사 내에서 직무별 혹은 직군별로 다른 패러다임을 적용할 수 있는지 묻는다. 예를 들어 개발 직군이나 영업 직군에는 스타형을, 관리 직군에는 몰입형이나 내부노동시장형을, 제조 공장에는 직무성과주의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르펙과 스콧 스넬은 한 기업에 하나의 인사 시스템(One firm-one HR)이 아니라 복수의 시스템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One firm-multiple HR)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직무에서 요구되는 인적 자본의 가치(Value)와 특수성(Uniqueness)에 따라 직원들이 기업 성공에 기여하는 수준과 유형이 달라서 한 기업 내에서도 직무별로 차별화된 인사 시스템을 적용하는 '인적자원 아키텍처(HR architecture)'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르펙과 스콧 스넬은 다양한 산업에 속해있는 148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업들은 직무에서 요구되는 인적 자본의 특성에 따라 차별적인 인사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적자원 아키텍처 모델에 의하면 각 기업은 직무에서 요구되는 인적 자본의 가치가 높을수록 직원들의 참여와 재량권을 보장하는 몰입형이나 스타형, 요구되는 인적 자본이 다른 기업에서 개발되고 사용될 수 없는 기업 특수적 성격을 가질수록 내부 개발에 초점을 두는 내부노동시장형이나 몰입형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개인별 혹은 직군별로 차별화된 고용 관계를 설계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과 유사하다고 믿는 사람들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탠퍼드대학의 제임스 배론과 데이비드 크렙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다음의 조건에서는 조직 내에서 차별적인 고용 관계를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먼저 생산 과정에서 직원들 간 상호 의존성이 높고 협업이 필요한 경우다. 항공회사에서 기장과 부기장은 기술적 의존성이 높은데 이들에게 고용 보장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로 직원들이 사회 경제적 혹은 인구 통계적으로 유사한 경우다. 동일한 대학을 나온 엔지니어와 사무직이 다른 업무를 수행한다고 고용 관계를 차별적으로 적용한다면 직원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내부 인력 풀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광범위한 인력을 이동하는 조직에서는 직무별 혹은 직원 간 차별적인 고용 관계를 적용하기 어렵다. 기존의 단합된 문화를 강조해왔던 조직 혹은 사회적으로 집단 간 차이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한 경우에도 조직 내에서 개인별 혹은 집단간 차별적인 고용 관계를 적용하기 어렵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계열사 간 인사 시스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위의 이론적 논의에 기반할 때 과거 우리 기업들은 계열사 간 인사 시스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나름 효과적이었다. 수직 계열화와 선단식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 간 기술적·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높았다. 외부노동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열사 간 인력 이동을 통해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대기업에 근무한 인력들은 대부분 인구 통계적, 사회 경제적 유사성이 높았으며 단합을 강조하는 조직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강했다. 결국 개별 회사 내에서 혹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어느 범위까지 인사 시스템을 차별화할 것인지의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공정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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