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마켓 4.0
 
지은이 : 필립 코틀러 외(역:도지영)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20년 03월




  • 필립 코틀러가 주목한 아시아 기업은 지속적인 제품 혁신은 물론,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했다. 마치 잡지를 만드는 편집자가 다양한 취향을 지닌 독자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콘텐츠와 스토리를 배열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내용을 구성하는 것처럼, 이제 마케터들도 서로 다른 관심을 가진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아시아의 여러 기업이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을 택하고, 서로 다른 마케팅 관점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시아 마켓 4.0


    마켓 4.0 시대, 마케팅은 변화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경쟁 우위에 서라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에 아시아의 제품 중심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위해 내부 구조와 자원에만 의존할 수 없다. 신제품 개발 과정이 정확하고 빠르게 이루어지려면 고객이나 공급 업체, 규제 기관 같은 외부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제품 개발 과정의 각 단계와 관문을 넘는 데 외부의 도움이 한층 중요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견 단계에서 기업은 마케팅 조사팀만으로 시장에 퍼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없다. 이 단계에서는 고객이 활발하게 참여해주어야 한다. 기술 발전 덕분에 기업과 고객은 훨씬 가까이 연결될 방법이 많아졌고, 신제품 개발을 위해 고객과 협업하는 과정이 수월해졌다.


    체스브로(Chesbrough) 교수는 2003년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즉 개방형 혁신이라는 표현을 내놓았다. 기업이 외부의 혁신을 활용하여 내부의 혁신 속도를 높이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조직의 투입물과 산출물에 존재하는 지식을 목적에 맞도록 활용하는 일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패러다임에서는 조직이 내부와 외부의 발상을 모두 활용한다. 이와 반대로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은 전통적인 패러다임으로, 혁신하려는 조직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킨다.


    조직 내외부를 연결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제품 중심 조직은 다른 경쟁 기업에 대한 비교 우위를 갖게 된다. 이 조직은 경쟁 기업보다 외부의 아이디어를 포착할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는 셈이며, 포착한 아이디어를 더욱 빠르게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출시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Hyundai Motor Company)

    한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제조 업체 현대자동차는 성공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대열에 합류하여, 토요타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속한 글로벌 5대 자동차 기업과 경쟁한다.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와 연구 개발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기술이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에서도 자동차 업계에서 살아남았다.


    글로벌한 자동차 제조 업체로 자리잡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조 업체로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현대그룹의 계열사다. 현대그룹은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 세운 건설 회사에서 출발했다(Hyundai Motor Company, 2018a). 1967년 설립된 현대자동차는 제품 경쟁에 뛰어들어 쌍방향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혁신과 미래 기술에 대해 고객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설립된 지 5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자동차 기업이 되었다. 현대자동차의 비전은 자동차에서 삶의 동반자로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이다.


    고객 니즈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현대자동차는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기 위한 전략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사용한다. 이 전략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었고, 중국 베이징과 독일 베를린에 추가로 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한국,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Tel Aviv)의 센터와 함께 스타트업 기업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전진기지가 총 5개가 된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 한국에 벤처플라자 (Venture Plaza)를 세웠고, 그로부터 12년 뒤 비즈니스 사용자, 스타트업, 사업가, 학자, 연구자들이 협력하여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실리콘 밸리에 현대벤처스(Hyundai Ventures)를 열었다. 그 결과 라디오 오디오 알림 시스템이 상품화되어 신형 벨로스터Veloster에 적용되었다. 이 시스템은 미국의 사운드하운드(SoundHound)와 함께 개발되었다. 이스라엘 센터는 인공지능과 센싱을 포함한 미래 이동성을 개발할 예정이며, 중국 센터는 정보통신기술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할 생각이다. 독일 센터에서는 스마트 시티와 관련된 스타트업을 궁리하고 있다. 한국 센터는 각 센터의 전략을 감독하면서 인수합병 과정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Min-Hee, 2018). 현대자동차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오늘날 역동적인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돌파구 제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마트 연동 제품

    기술이 진보했어도 다른 기업과 경쟁할 때 마주하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그 어려움이란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 혁신적인 제품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말한다.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저 그런 미투(me-too) 상품이 되지 않도록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제품에는 반드시 가장 알맞는 수준의 신기술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품을 스마트 연동 제품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시대에서 스마트 연동 제품은 제품 중심 기업이 지니는 경쟁 우위의 근원이다(Kotler, Kartajaya and Hooi, 2017). 포터와 헤플만 교수에 따르면 스마트 연동 제품에는 물리적인 부품, 스마트용 부품, 연동용 부품이라는 3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스마트용 부품은 물리적 부품의 성능과 가치를 높이고, 연동용 부품은 스마트용 부품의 성능과 가치를 높이면서 그 일부를 물리적 제품 밖에 존재하도록 해준다.


    현대자동차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발전된 형태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초연동 지능형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및 보안 기술 회사인 시스코Cisco와 손을 잡았다. 양사의 만남으로 연동형 자동차를 위한 최적의 플랫폼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내부적으로는 차량 시스템 사이에, 외부적으로는 도로 시설이나 외부 차량, 이동 통신 기기, 그리고 클라우드 시스템 사이에서 양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Hyundai Motor Company, 2017).


    밀레니엄정보솔루션Millennium information Solution Ltd.

    이슬람 은행 및 금융 서비스 업계의 성장세를 보면 이슬람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제품의 시장 잠재력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밀레니엄정보솔루션은 방글라데시 기반 IT 회사로 처음에는 외주 기업으로 시작했다. 회사는 소프트웨어 제품 시장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고객과 강력한 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슬람 금융기관을 위한 특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 도전 과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마케팅이다.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밀레니엄은 자사의 남다른 상품과 방글라데시의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를 활용하여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공하는 것을 주 목표로 한다. 그래서 직원을 위한 훈련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고, 외주 작업을 할 때 소중한 자원이 되는 젊고 재능 있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코칭과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밀레니엄은 처음에 외주 기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의 창업 초기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외주를 의뢰하는 고객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주요 고객사는 밀레니엄의 일솜씨에 만족하고 감사 증서를 수여했다. 하지만 밀레니엄은 외주 작업만으로는 원하는 자리까지 오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많은 기업에서 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라인을 만들기를 원했다. 프로젝트별로 진행되는 외주 작업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


    외주 기업에서 제품 중심 기업으로

    밀레니엄은 1996년 방글라데시이슬람은행(IBBL, Islamic Bank Bangladesh Limited)을 위해 오너스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 아바빌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기로 했다. 인도경영대학원(IM, 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의 한 교수는 외주만을 전문으로 하다가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인도 기업 몇 곳을 짚어 평가했고 밀레니엄은 외주 기업에서 제품 중심의 IT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밀레니엄도 이 생각에 동의하여 회사를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밀레니엄이 제품 개발에 성공한 비결은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고객과 유지해온 관계였다. 이 연결고리는 혁신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빨리 얻는 데 특히 중요하다. 내부 연구 개발팀에만 의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 관계자, 특히 고객과 끈끈한 연결 관계가 필요하다(Kotler, Kartajaya and Hooi, 2017). 고객과의 연결은 밀레니엄이 제품 중심 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었다.


    아바빌은 밀레니엄과 고객이 오랫동안 쌓아온 관계의 결과로 탄생했다. 이 제품은 금융기관의 모든 활동을 이슬람 원칙을 바탕으로 끝에서 끝까지 이어주는 종합 솔루션이다. 아바빌 덕분에 밀레니엄의 매출은 꾸준히 성장했다. 이슬람 금융 업계는 2018년에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이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S&P Global Ratings, 2017). 하지만 밀레니엄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능성은 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은 여전히 어려운 도전 과제다.


    가치를 추구하는 디지털 소비자와 연결되는 법

    기업이 언제나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으로 경쟁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고객을 무게중심에 두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고객 중심 관점의 전략이다. 기업은 반드시 고객을 위한 가치를 만들어야 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고객 중심 관점을 이끄는 전략적인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더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다. 사업의 중심에 있는 것은 공장과 제품이 아니라 고객과 시장이다.


    고객 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틀로서 다음 4가지 핵심 활동을 보자.


    ‧ 화보: 잠재 고객을 모으고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

    ‧ 유지: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의 충성심을 쌓는 데 집중한다.

    ‧ 성장: 고객과 기업, 모두의 가치를 높인다.

    ‧ 재확보: 놓친 고객을 되찾을 기회를 모색한다.


    아시아에서 기술 발전에 따른 연결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사업의 기회와 위기가 생겨났다. 소비자는 점점 더 서로 연결되고 있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은 단순한 소비자에서 영리한 가치 요구자로 변신했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역동적인 디지털 상호작용이 가능하므로 온라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거나 효과적인 모바일 전략 및 애플리케이션이 없는 기업은 디지털 활동을 하는 기업과 비교해 어려움을 겪는다. 고객 관리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에어아시아Air Asia

    에어아시아는 탑승객 수 기준으로 에어차이나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사다. 서비스 거품을 뺀 저가 항공사로 현재 20개의 허브 공항에서 출발해 222개의 노선, 110개의 목적지로 향하는 항공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어아시아는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항공사 저가 항공사 부문에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연속 선정되었다. 하지만 항공사 같은 서비스 업계에서는 고객 충성도가 매우 중요하다. 에어아시아가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쌓으려면 저가 전략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이번 사례에서는 에어아시아가 가격 이외에 고객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 특히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충성 고객을 위한 마케팅 전략

    에어아시아는 고객 만족도를 결정하는 데 5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항공권 구입, 체크인 카운터 서비스, 승무원, 비행기 상태, 그리고 식음료 서비스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온라인에서 항공권을 구입하지만 항공사 웹사이트마다 판매 상황이 동일한 건 아니다. 웹사이트의 거래 속도, 간단함, 보안성은 매우 중요하다. 에어아시아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셀프서비스 시설은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 에어아시아는 2012년 3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시작하여 업무 완전 자동화와 셀프서비스 절차를 실시했다. 항공권 구매와 기타 비행 관련 활동을 위해 온라인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공항에 자동 체크인 기계를 배치하여 탑승객이 줄을 서지 않고 스스로 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시대에 맞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웹사이트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는 항공 일정을 확인하고,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체크인도 할 수 있다.


    디지털 마케팅으로 고객 만족시키기

    에어아시아는 소셜미디어를 포함해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의 힘을 일찌감치 알아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에어아시아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고객과 활발하게 소통할 뿐 아니라 페이스북으로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판매량의 3%를 차지한다. 페이스북 외에도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Line(과 위챗(WeChat)을 통해서도 항공권을 판매한다.


    에어아시아의 디지털 담당 부서에서는 고객의 니즈가 높아져 고객은 항공사와의 모든 접점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는 동안 고객은 원하는 바를 여러 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웹사이트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하거나 트위터에서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고, 여행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 고객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에어아시아는 2017년 처음으로 해커톤(Hackathon, 해킹과 마라톤을 결합한 용어로, 마라톤처럼 일정 시간과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해킹하거나 개발하는 행사-옮긴이)을 열었다. 에어아시아는 고객의 프로필을 자료로 제공했고, 행사에 참여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주어진 디지털 프로필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 방안을 찾아야 했다. 이 해커톤에서는 싱가포르 팀이 우승을 차지했고, 그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에어아시아가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한 추가 프로그램을 육성하는 바탕이 되었다.



    뉴웨이브 마케팅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가치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

    레거시 마케팅을 하던 시절에는 마케팅 전략이 세분화(segmentation), 표적화(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의 3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세분화는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시장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분화란 주로 분할된 구역을 정하기 위해 시장을 지도처럼 나누어 그리는 일이므로 맵핑 전략(mapping strategy)이라고 부른다.


    시장을 나누고 비슷한 성격과 행동별로 잠재 고객을 그룹으로 묶어 분할했다면, 기업은 효과적으로 표적 구역을 택할 수 있다. 이를 표적화라고 한다. 표적화는 알맞은 표적 시장을 선택함으로써 기업이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의한다. 표적화는 기업이 자원을 표적 시장에 맞춰 조정하는 일이므로 맞춤 전략(fitting strategy)이라고 부른다.


    마케팅 전략의 마지막 요소는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은 고객의 마음속에 기업이 자리하는 방식이다. 포지셔닝은 고객 안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쌓는 일이므로 존재 전략(being strategy)이라고도 한다. 시장 내의 구역을 분할하고, 표적 구역에 맞추어 자원을 조정해서 배분하고 나면, 기업은 표적 시장의 기준에서 신뢰도를 얻기 위해 어떤 이미지를 쌓아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은 정보 기술의 발전에서 비롯된 수평화의 물결이 세상에 찾아오기 전의 시대에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는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의 행동 양식을 크게 변화시켰고, 이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접근법이 필요해졌다. 이번 장에서는 대만의 에이서, 일본의 테이블포투, 필리핀의 센추리퍼시픽푸드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의 3요소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는지 보여준다. 세분화는 커뮤니티화로, 표적화는 고객의 확인으로, 그리고 포지셔닝은 명료화로 변화했다.


    에이서Acer

    에이서는 대만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으로 전 세계 16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 수년 간 에이서는 하드웨어 회사에서 고급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지향 회사로 변모했다. 디지털 시대에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고객 충성도를 얻으려는 노력으로 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커뮤니티화 전략을 최적화하려 애쓰고 있다. 에이서의 사명은 사람과 기술 사이의 장벽을 허문다이다.


    수평적 시대의 소비자는 왕이 아니다

    기술 기업은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할 뿐 아니라 시대에 걸맞은 수단과 방식을 사용하여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수평적 시대인 오늘날 소비자를 더 이상 왕으로 여겨서는 안되며 파트너나 친구로 생각해야 한다. 고객은 더 이상 목표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 창출 과정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할 주체다. 이런 이유로 세분화는 커뮤니티화로, 표적화는 고객의 확인으로, 그리고 포지셔닝은 명료화로 변화하게 되었다(Kotler, Kartajaya and Hooi, 2017).


    에이서는 이 수평적 시대에 변화한 고객과의 상호작용 양식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최고의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을 혁신했을 뿐 아니라 커뮤니티화 전략을 사용했고, 이 전략은 고객이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아주 효과가 있었다. 고객들이 사회 모임이나 인맥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가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짙어지게 되었다. 이 가운데서 마케터는 온·오프라인에서 등장한 커뮤니티를 면밀히 관찰하고 활용해야 한다.


    에이서의 커뮤니티화 전략

    에이서는 사용자들을 연결하고, 그들이 제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에이서커뮤니티(Acer Community)를 만들었다. 에이서커뮤니티는 사용자간 소셜 지원 플랫폼이다. 여기서 사용자는 정보와 후기, 제품 및 서비스 사용 방법에 대한 끝내주는 팁이나 요령을 공유한다. 에이서는 간간이 지식 자료나 조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제와 관련된 지원을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에이서커뮤니티는 쓸모 있는 온라인 정보 창고로, 에이서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공하는 저비용, 저유지 솔루션이다. 에이서커뮤니티는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디지털 시대는 밀레니얼(millenial,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 이들은 전 세대에 비해 개인적이며 SNS에 익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옮긴이)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즉각 얻고 싶어 하며, 기업이 실시하는 그 어떤 커뮤니케이션보다 친구의 말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에이서에서 커뮤니티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2012년의 자료를 보면 에이서 커뮤니티 사용자 70%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플랫폼을 방문했으며, 나머지 사용자 30%는 다른 사람을 도우며 커뮤니티에서 시간을 보낸다. 에이서가 커뮤니티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방문자의 40%가 문제의 해결책과 답을 구하는데 커뮤니티가 유용하게 쓰인다고 답했다. 10% 가량의 사용자가 커뮤니티 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해 에이서 공식 고객 지원 부서를 찾았다(Speyer, 2018).


    센추리퍼시픽푸드Century Pacific Food, INC.

    필리핀 남부 지역인 민다나오(Mindanao)에서 시작된 조그마한 어류 통조림 회사의 사업 여정을 들여다보자. 2017년 아시아마케팅협회는 센추리퍼시픽푸드를 올해의 아시아마케팅기업으로 선정했다. 센추리퍼시픽푸드는 필리핀 최대의 통조림 식품 회사로, 4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의 성공 비결로는 지속적인 제품 혁신과 함께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마케팅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센추리퍼시픽푸드는 기업이 다차원적이고, 고객 중심적이면서, 다양한 관계자가 활발히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명료화 전략을 실행한다.


    모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센추리퍼시픽푸드

    센추리퍼시픽푸드가 성공을 거둔 주요 비결은 고객의 진화하는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제품의 혁신을 빠르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하고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질 수 있었으며, 상품의 종류와 크기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제품은 다양한 브랜드로 판매되므로, 소비자의 여러 선호 사항과 가격대를 맞출 수 있다. 덕분에 센추리퍼시픽푸드는 소비자층이 아주 넓다.


    명료성 전략의 대표 사례, 센추리참치

    센추리퍼시픽푸드가 특히 내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브랜드가 센추리참치다. 센추리퍼시픽푸드는 센추리참치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전통적인 상품으로 자리잡게 했다. 건강을 생각하세요, 센추리참치를 생각하세요(Think Healthy, Think Century Tuna)라는 센추리참치의 표어까지도 참치가 몸에 좋은 생선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맛의 제품이 있어 서로 다른 입맛의 소비자들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필리핀 국민의 1인당 소득이 늘어나면서 건강 문제에 신경을 쓰는 중산층이 확대되었다. 전에는 센추리퍼시픽푸드가 맛을 바탕으로 제품을 마케팅했지만, 소비자의 선호가 변화하자 센추리참치도 새로운 포지셔닝을 갖추게 되었다. 덕분에 센추리참치는 몸에 좋은 식품을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기를 원하는 중산층 소비자에게 어필했을 뿐 아니라 비슷한 경쟁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게 되었다. 센추리퍼시픽푸드 참치 부문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인 그레고리 반존(Gregory Banzo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에는 그저 맛의 문제였습니다. 나중에 건강 문제가 대두되었고,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한 메시지에 하나를 더하게 되었습니다(Century Pacific Food, Inc., 2017)."


    센추리퍼시픽푸드는 센추리참치의 브랜드를 쌓으려는 노력으로 새로운 형태의 포지셔닝 전략을 채택했다. 보다 수평적이고, 포괄적이며, 사회적인 전략이었다. 이 전략이 명료화를 나타낸다. 전략 콘셉트는 센추리참치 같은 메가브랜드의 다면적인 이야기 전부를 하나의 메시지에 담을 수 없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한다. 센추리참치의 다면성이란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니즈가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소비하는 다양한 제품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브랜드 스토리를 간단히 만들 수 없고, 복잡한 브랜드 아이디어를 과도하게 단순화할 수도 없다(Kotler, Kartajaya and Hooi, 2017).


    명료성은 포지셔닝이라는 전통적인 마케팅 개념을 벗어나 있다. 포지셔닝에서는 소비자의 마음이 떠나지 않도록 하나의 메시지를 끈질기게 반복하는 데 상당히 큰 초점을 둔다. 하지만 명료성에서는 다면적인 접근을 통해 마케팅을 실시하며, 여기서는 서로 다른 소비자를 염두에 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편집자가 잡지를 만들 때, 다양한 흥미를 가진 독자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콘텐츠와 스토리를 배열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편집 방향을 갖는 것과 같다(Light,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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