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디바이디드
 
지은이 : 조병학
출판사 : 인사이트앤뷰
출판일 : 2019년 12월




  • 2019년생 29만 명이 26살 청년이 되었을 때, 자기 세대보다 3배나 많은 75세가 된 1970년생 100만 명, 65세가 되어 더는 일 하기 힘들어진 1980년생 86만 명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과연 이들에게 복지에 쓰겠다고 세금을 요구할 수 있을까? 미래는 앞으로 직진하는 빛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프리즘에 갈라진 빛처럼 꺾이고 분해되어가는 과정에 진입했다. 그래도 희망을 만들려면 지금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 〈2035 일의 미래로 가라〉에서 말한, 우리에게 간절하게 주어진 시간 3년은 2019년으로 끝났다. 2020년부터는 기술이 해체하는 일자리를 지켜봐야 한다. 

    왜 ‘디바이디드(Divided)’라는 용어를 제목으로 선택했을까? 그것은 우리의 현실이 그렇고 앞으로 맞게 될 미래가 그렇기 때문이다. 일, 부, 인구, 공장, 에너지, 인류, 계급, 교육, 정치까지 철저하게 둘로 나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다. 어떤 문제든 중간층이 사라진 세계는 암흑천지이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중산층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면 된다. 2020년에 이 9가지 주제를 바라보면 이미 둘로 나뉜 것도 있고, 나뉘어 가는 것도 있고, 나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2040 디바이디드


    2025 미래의 선택

    4차 산업혁명은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4th Industrial Revolution’홍수에 빠졌다. 서점가, 정계, 언론, 학교까지 ‘4차 산업혁명’이 빠지면 뭔가 잘못된 것으로 보일 정도로 용어가 넘쳐난다. 어쩌면 그만큼 우리가 전 세계를 바꾸고 있는 ‘과학기술 혁명’에서 뒤쳐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은 모두가 알다시피 독일인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가장 먼저 꺼내든 용어이다.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세계 경제포럼 회장인 그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던진 화두가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처럼, ‘1차 산업혁명’부터 계속 구간을 나눠 이해하려면 계단식으로 변해야 했겠지만, 1750년대 산업혁명 이후로 변화는 가속되어 계속 급격해졌고, 폭 또한 계속 넓어졌다. 다만 지금은 그 속도와 폭이 수직으로 향하고 있는 점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슈바프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산실인 미국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공식 문서에도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혁명’이 폭발해 융합하고 있고, 불과 몇 십 년이면 인류의 운명도 바꾸게 될 것이다.


    2020년부터는 우리는 둘러싼 분야에 과학기술 혁명이 융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줄 것이다. 이 폭발력은 지금까지 최근 20년간 거대한 힘을 축적하면서 상승곡선의 끝자락처럼 기울기를 급격하게 키웠다. 인류는 지금 20만 년간 죽음과 맞바꾸며 축적한 모든 지식을 융합해 인류의 생존방식과 운명마저 바꿔가고 있다.

    슈바프의 4차 산업혁명 다시 읽기

    슈바프가 말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심각하게 생각해볼 과제들이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철도와 증기기관을 바탕으로 한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을 탄생시켰다. 20세기를 전후로는 전기와 조립공정이 가세하면서 대량생산을 가속했는데, 이를 ‘2차 산업혁명’이라고 했다. 1960년대 이후로는 컴퓨터, 인터넷이 발전을 주도했다. 슈바프는 이것은 ‘3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했다.


    ‘4차 산업혁명’은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출현했는데, 모바일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핵심요소로 꼽았다. ‘4차 산업혁명’의 다른 특징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분야의 기술이 융합한다는 점과 그 기술이 확산하는 속도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물리학과 생물학에 인공지능이 가세하고, 기계공학에 바이오기술이 융합하는 식으로 기술이 융합하고, 그 속도 도한 가능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슈바프는 경제, 사회, 정치의 모든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변화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혼란을 가중할 수도 있다는 말과 같다. 법과 제도도 문제이다. 딜로이트(Deloitte Touche Tohmatsu Limited)는 기술의 변화가 개인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고, 그 다음으로 비즈니스를 바꾸며, 마지막에 가서야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구 한편에서는 2019년에도 인류의 40%가 넘는 33억 명이 아직 인터넷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이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의 기술혁명

    미국은 과거 100여 년간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했다. 그 중심에는 철저하게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기업들이 있다. 미국 자체가 그렇게 운영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대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이 등장하면 정당한 가격으로 기업을 사거나 기술에 투자해준다. 기술기업의 아이디어가 좋다면 크라우드펀딩으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런 기업 생태계를 법과 제도로 지원한다. 그래서 자본과 가술,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기술혁명을 주도한다. 미국은 인공지능, 바이오기술, 3D 프린팅 분야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앞선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서 만든 결과이다.


    국가별 전략을 보면 이런 상황은 더 명확해진다. 미국은 대부분을 민간이, 독일과 일본은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가 지원하고, 중국은 정부가 그림을 그리고 기업이 움직인다. 그리고 자기 나라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협력한다. 미국, 독일, 중국의 차이라면 독일은 자동화 공장과 같은 기술로 제조의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점에서, 중국은 내수시장을 우선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본은 로봇, 금융, 사람에 대한 투자에 집중한다.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혁명

    2020년대에 가장 급속하게 발전할 기술혁명의 9가지 분야는 인공지능, 자동화 공장,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바이오 헬스케어, 핀테크, 데이터, 뉴 모빌리티, 식량과 에너지 분야이다. 자동화 공장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해 2030년이면 산업 대부분을 바꿔놓을 것이다. 자동화 공장의 확산은 일자리의 감소를 의미해 일자리 구조에도 극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한편에서는 가축의 세포를 공장에서 배양해 만든 인공 배양육이 실험실을 나와 소비자가 선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 고기보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지만, 몇 년 안에 역전될 시기가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에너지는 모든 기업, 모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지금 전 세계는 가장 싼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기술혁명의 9가지 중요한 분야 외에도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개척되는 분야가 있다. 청색기술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자연에서 기술을 모방하고 자연과 하나 되는 기술이 청색기술이다. 나노기술은 원자 수준으로 물질을 분해해 원하는 물질로 재조립하는 기술로 서서히 위력을 키워가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지금의 컴퓨터 기술을 수백만 배 끌어 올리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태양처럼 영원한 에너지를 만드는 핵융합발전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 청색기술

    풍뎅잇과 곤충은 세계적으로 25,000종이나 된다. 그중에서 나미브 사막 풍뎅이는 신기한 기술을 가졌다.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 말라 죽지 않는 기술이 그것이다. 나미브 사막 풍뎅이는 안개에서 물을 만들어낸다. 1976년에 알려진 이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2001년 <네이처Nature>에 이 풍뎅이에 관한 논문이 한 편 실렸다. 영국의 동물학자 앤드루 파커가 풍뎅이의 등에 있는 돌기에 주목하고 거기서 수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파커는 나미브 사막 풍뎅이에게 배운 기술로 특허를 냈다. 이런 기술을 적용하면 물이 부족한 지역의 물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열교환 장치의 하나인 냉각탑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사라지는 물의 10%를 회수할 수도 있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벼룩은 높이뛰기 선수로 유명하다. 자기 몸의 수십 배나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잠자리는 얇은 비닐 막처럼 생긴 날개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여 난다. 한여름의 불청객인 매미는 사람이 듣기에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반복해서 계속 행동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덴마크의 동물학자 토켈 와이스-포그는 이와 같은 곤충의 비행을 연구하다가 고무처럼 탄성이 뛰어난 단백질 레실린(Resilin)을 발견했다.


    잠자리가 1초에 30번을 날갯짓해도 날개가 손상되지 않는 이유는 몸통에 연결된 부위가 레실린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벼룩의 다리 근육에도 레실린이 많다. 벼룩은 다리 근육에 압축된 레실린을 1,000분의 1초 만에 원상태로 되돌리며 에너지를 방출해 뛰어오른다. 레실린을 활용하면 탄성이 좋은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인공 레실린은 인체에 이식하는 물질로 활용하기에 좋다. 동맥 내벽의 탄성물질인 엘리스틴(Elastin)이 손상되었을 때 이를 대체할 수 있고 척추 환자의 디스크도 대체할 수 있다.


    이 내용은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을 소개한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청색기술은 자연에서 얻은 기술이다. 생물체로부터 영감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는 생물영감 Bio- inspiration과 생물을 본뜨는 생물모방(Biomimicry)이 그것이다. 이를 청색기술이라고 부른다. 청색기술은 생명공학, 나노기술, 재료 공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신경 공학, 집단지능 건축학, 에너지 등 연관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다. 더구나 이 분야는 신생 분야다. 자연에서 배워 건물을 짓고 도시를 지을 수도 있다.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청색기술이다.



    2030 미래 기술혁명

    인공지능, 인간지능을 넘어 초지능으로

    인공지능 컴퓨터와 인간이 지능대결을 벌인 경우는 많았지만, 일반 대중이 인공지능의 위력을 처음 실감하게 된 것은 2016년 3월이었다. 이세돌과 알파고 리(Alphago Lee 1.0)라는 인공지능이 바둑 대결을 펼쳤고,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국의 결과는 알파고 리의 4승 1패 승리였다. 그로부터 14개월이 흐른 2017년 5월에는 더욱 강력해진 알파고 리2.0가 세계 1위 중국의 커제 9단과 대결해 3연승했다. 당시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인 커제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인공지능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다시 5개월 후, 구글 딥마인드는 새로운 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를 개발해 투입했다. 이 알차고 제로는 바둑 규칙을 습득한 후 30시간의 학습을 수행하고, 기존 알파고 리와 100번 대결해 모두 승리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Science>에 발표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알파고 제로가 바둑만 두는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알파고 제로는 쇼기나 체스와 같은 게임의 기초적인 규칙만 대입해주면 스스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해간다. 알파고 리가 특정 주제에 관해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추론해가는 알고리즘인 것과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인공지능, 산업의 블랙홀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IBM,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IT 거대기업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공지능 기술기업을 흡수하면서 더욱 빠르게 기술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IBM은 의료, 자동화 공장, 자율주행 기술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안면인식 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해 거의 99.9%에 이르는 성과를 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으로 소비자가 로그인하는 순간 배송을 준비하는 예측배송시스템을 이미 2014년에 개발했다.


    금융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인공지능 주가예측시스템을 활용해 인공지능 금융투자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선물, 환율과 같은 응용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2019년 3월에 뉴스를 진행하는 인공지능 앵커를 개발해 24시간 방송에 투입했다. 영국의 공영방송사 BBC는 인공특수지능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시장을 2019년 200조 원에서 2024년에는 3배가 커진 600조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인공지능을 품은 스마트 의료

    앞으로 인공지능이 일상을 바꿀 파급효과를 낼 곳은 자동화 공장, 자율주행 자동차 그리고 의료장비 분야이다. 미국 IBM의 왓슨(Watson)이 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의료장비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우리나라 대형병원도 왓슨을 도입하는 곳이 계속 는다. 물론 한국인의 유전적 특수성 때문에 초기에는 미국처럼 진단이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축적된 의료 데이터가 더욱 신뢰도 높은 진단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데이터가 쌓이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예측하는 기술을 융합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제 의미

    자율주행은 ‘자동차’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를 완성하는 일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차’가 한자 漢字로 조합된 ‘자동차’의 실제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동차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다. 계속 뭔가를 조작해야만 움직이는 것이 자동차였다. 그런데 자동차가 카메라, 레이다(Radar), 라이다(Ladar), 센서를 융합해 눈을 만들고 스스로 판단하는 컴퓨터인 인공지능을 탑재해 스스로 움직이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게다가 자동차는 앞으로 사람이 아닌 로봇이 생산한다.


    사람의 운전을 사라지게 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파급효과가 크다. 자율주행은 20,000개 이상이나 되는 자동차부품처럼 많은 기술이 융합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대개 이렇게 기술이 융합하면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커진다. 그저 사람이 하던 운전을 대신해주는 기계장치의 출현은 아니라는 의미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이차 효과

    자율주행 기술의 본질은 ‘운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을 활용한다는 것은 탑승객이 목숨을 기술에 맡기는 것과 같다. 사고가 거의 사라진 자동차는 이차로 무슨 효과를 낼까? 우선 자동차보험, 운송보험 등은 들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사고가 사리진 차는 보험을 들더라도 보험료가 극히 낮아질 것이다. 실제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사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고 광고하면서 출고와 동시에 보험을 대신 들어줄 것이다.


    사고가 거의 사라진 자동차는 소재를 다시 고려하게 만든다. 안전을 위해 더 튼튼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던 목소리가 사그라진다. 일반적인 자동차 소재인 철강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플라스틱보다 더 가볍고 싼 소재도 주목받을 것이다. 또한, 가벼워진 차제는 배터리 성능의 향상 없이도 더욱 긴 주행거리를 보장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소재의 혁신을 물론 자동차의 전동화를 촉진한다.


    핀테크, 무너지는 금융 장벽

    인터넷전문은행과 욜로 라이프

    대한민국 은행들은 카카오뱅크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는 욜로(You Only Live Once!)라이프를 외치는 젊은 층을 열광하게 한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2년 만인 2019년, 고객 수가 1,000만 명을 넘어 가장 고객이 많은 KB국민은행 고객 수의 1/3이 되었다. 직장인이라 개인사업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상품을 운용하고 있으면서도 전용 앱으로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어 카카오뱅크는 인기가 높다.


    은행은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했던 세계적 금융 혁신가 브렛 킹(Brett King) 박사의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지난 수백 년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던 은행이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은행은 어떻게 바꿀 것인지 생각할 일이 아니라,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대한민국 은행은 겨우 ‘지점’에서 자유로워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자 야단법석이지만 실제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변화를 거부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사라진 금융의 역할

    금융의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훨씬 큰 수익이 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위험도 따르지만, 예금주가 돈을 맡길 때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계속 성장하고,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지고, 개인은 거기서 일해서 받은 돈을 다시 금융기관에 저축해 경제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맡긴 돈을 대기업에만 빌려주는 것이다. 대기업이 안정적일 것 같지만, 대기업이 한 번 부실해지면 헤어날 수도 없고, 계속 더 큰돈을 빌려줘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같이 부실해지기 쉽다.


    예금주와 돈이 필요한 스타트업은 금융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IMF 구제금융 사태와 세계적인 금융위기, 신용카드 부실사태,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기관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합리적인 소비나 저축을 통한 가계 소득 증대는커녕 기회가 올 때마다 무분별한 소비만 부추긴 것이 은행과 카드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 금융기관을 빼고 직접 예금자와 돈이 필요한 개인, 기업이 만나는 것이다.


    개미가 만든 금융,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아이디어가 훌륭한 제품을 돈을 먼저 주고 구매하는 형태다. 물론 제품은 개발되어 출시가 이루어진 후 받는다. 이자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 제품을 받아도 실제 이익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기꺼이 투자한다. 이 제품에는 아이디어에 대한 기대가 담겼으니 말이다.


    크라우드펀딩의 다른 한 형태는 지분에 투자하거나, 상환할 때까지 이자를 받고 대출하는 형태다. 물론 이외에도 크라우드펀딩의 형태는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금융기관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더 큰 거래, 더 큰 기업과의 거래에 한눈파는 사이에 개인은 더 나은 가치, 더 나은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일자리 창출의 관점에서도 가장 놀라운 혁신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것과 정부나 금융기관이 창업을 지원해 성공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성공한 기업이 많아지면 그 기업에 투자한 개인도 성공한다. 기업에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투자에 성공한 개인의 소비도 는다. 연결과 협업, 아이디어의 융합으로 만든 금융인 크라우드펀딩이야말로 금융의 미래이다.



    2040 분열된 미래

    국가, 공장 없는 국가와 공장 있는 국가

    과거에도 공장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공장은 곧 일자리이자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임금을 바탕으로 중국이 성장하면서 전 세계 공장이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공장이 세워지는 거점마다 인구가 집중되었고, 이 때문에 저임금 구조가 수십 년간 유지되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해 임금이 상승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인도, 베트남, 필리핀이 부상하면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변화가 생겼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은 급속도로 공장이 빠져나가면서 소비 또한 동시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국에 다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 간 격차, 공장을 늘려가는 게임

    인건비가 덜 중요한 자동화 공장은 이제 확산하는 단계이지만, 기존 공장이나 노동집약적으로 운영되는 공장은 인건비나 세금 등 전통적인 요소들이 공장의 위치를 결정한다. 베트남을 기준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월 급여로 환산하면 20만 원 선이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계산하면 2019년 시급 8,350원에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대략 175만 원이 된다. 생산성에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8~9배나 비싼 임금을 지급해가며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


    시장이나 법 때문에 공장이 이동하거나 새롭게 건설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자동차공장이나 자동차부품공장은 시장과 규제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충분한 내수시장이 있거나 시장 인근에 저렴한 인건비로 운영할 공장을 지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인도는 자동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인구 14억 3천만 명을 뒤쫓는 인도의 2019년 인구는 13억 7천만 명이다. 인도의 자동차 생산량은 이미 2016년에 한국을 추월했고, 2019년에는 독일의 자동차 생산량을 추월해 세계 4위가 되었다. 과거에 중국이 세계의 모든 공장을 빨아들이면서 성장했듯, 인도는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시장을 키워가며 성장해가고 있다.


    세금은 국가 안에서도 밖에서도 공장의 위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미국은 2018년에 법인세율을 기존의 35%에서 21%로 대폭 낮췄다. 이렇게 되면 기업에 투자 여력이 생기면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생산과 소비가 함께 증가하면서 세수도 증가한다. 반면 한국은 기존 22%에서 25%로 법인세율을 올렸다. 지금 우리 기업은 가전, 자동차, 배터리, 화학을 가리지 않고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것은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와 세금을 만드는 일이다.


    2018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5% 이상의 법인세를 부담했다. 반면 미국의 인텔은 9.7%를 부담하는 데 그쳤다. 법인세 인상으로 세수가 대폭 확대되었으니 우리 정부는 미소를 지었겠지만, 2019년이 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반도체 경기가 급강하하면서 수출 부진은 물론 이익률마저 수직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2019년에 정부가 두 회사로부터 거둘 세금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미국은 공장을 늘려 세수를 늘리는데, 우리는 늘지도 않는 공장에 법인세율을 올려 세수를 늘리고 있다. 누가 이기는지는 자명하다. 우리는 지금 미래의 먹거리인 공장을 유치하는 게임에서 완패하고 있다.


    공장 없는 국가의 미래

    공장은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혁명이 만든 자동화 공장은 반대로 일자리를 없앤다. 스피드 팩토리처럼, 새로 만들어진 자동화 공장은 기존 공장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일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기존의 공장을 폐쇄해 많은 일자리를 없앤다. 소수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다수의 일자리가 해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장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역할이 같다. 제품을 생산해 내수에 사용하고, 수출해 외화를 번다. 그리고 공장에는 많든 적든 일자리가 유지된다. 생산되는 제품에는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근로자에게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제품이 소비되어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국가가 가동되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세금이 대부분 공장과 근로자에게서 나온다. 미래에도 공장의 기능은 변하지 않는다. 미국은 그동안 명분으로 삼던 동맹, 이념과 같은 것도 다 버리면서 공장을 빼앗아오고 있다.


    공장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앞으로 20년간 계속될 것이다. 시장, 세금, 에너지, 법과 같은 이유로 한번 공장이 지어지면 이전할 이유도 사라진다. 자동화 공장은 대규모로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못하지만, 그조차도 없는 국가는 실업률이 올라가는 속도가 가팔라진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이들을 위한 복지비가 눈덩이처럼 늘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지금이라도 시장, 세금, 에너지, 법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공장이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는 국가가 된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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